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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 2022년 케이트그린어웨이 수상작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대니카 노프고로도프 그림,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2년 5월
평점 :
책을 펼치면 '믿기 어렵겠지만 이것은 실화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형의 복수를 위해 총을 들고 나간 소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1분의 시간, 그 시간동안 일어난 놀라운 일들. 단지 이 내용만 알고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는데 책을 다 읽고나면 미스테리라고 생각한 이 이야기는 뭔가 강력한 펀치를 날리는 듯한 사회풍자와 비판, 그리고 개인의 삶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되어 한동안 마지막 장을 덮어버리지 못하게 된다.
어느 날 윌이 사는 동네에 총성이 울리고 그 날 단 한명의 사망자가 생겼다. 엄마를 위해 피부연고를 사 갖고 오던 윌의 형 숀이 총에 맞아 죽은 것이다. 월은 숀을 죽인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다. 우는 것도, 밀고를 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지만 복수는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윌은 숀이 숨겨두었던 총을 찾아 꺼내들고 복수를 위해 집을 나선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온다. 윌이 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들키면 안되는데. 그런데 이 사람은 누구지?
복수를 해야한다는 당위성을 갖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정당한 것인지 고민해 볼 시간도 없이 무작정 총을 들고 나선 윌은 총을 갖고 있다는 것이 발각될까 두려운 마음과 낯선 사람의 등장에 놀라워하는데, 그 낯선 사람의 정체를 알고난 후 더 혼란에 빠져버린다. 엘리베이터가 한 층 한 층 설때마다 윌과 관련된 인물, 숀의 죽음과 관련된 인물들이 계속 등장한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윌은 점차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제이슨 레이놀즈의 동명의 소설을 대니카 노프고로도프가 그래픽노블로 각색한 책이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각자의 삶과 죽음과 관련있는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짧지만 강렬한 한 컷의 그림들이 종이의 여백을 넘기며 수많은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일까. 누구나 쉽게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자기방어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의 죽음에 책임질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야기의 진행방식과 구성이 강한 인상을 주고 있어서 이 책의 내용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울지말 것, 밀고하지말 것, 반드시 복수할 것. 갱스터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옛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엊그제 뉴스에서 자신의 집앞에 잠시 차를 주차했다고 총을 들고 나와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부인 앞에서 남편을 쏴버리는 일이 벌어지는 미국은 여전히 깡패의 나라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를 위한 복수인가. 진정 '복수'는 무엇인가.
생각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