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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 아고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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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류학 교수인 웨이드 데이비스가 열세가지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에세이집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한 문장만을 읽었다면 나는 이 책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인류에 대한 집중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어쩌면 인류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사실 큰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사물의 표면 아래' 라니. 왜 '사물의 표면' 아래일까?


책을 거의 읽어갈즈음 '문화와 자연은 분리되지 않는다. 숲과 강이 없으면 인간은 소멸한다. 그러나 사람이 없으면 이 자연세계에는 어떤 질서나 의미도 없다. 전부 혼돈일 것이다'(320)라는 문장을 대면하고 잠시 멈칫했다. 자연은 인간을 포함하여 그 자체로 완벽함으로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것을 깨뜨리는 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뭐지?

이 궁금함에 대한 스스로의 답은 '시선'과 '인식'이라는 단어에서 끄집어냈다. 자연의 일부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을 중심에 둬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문화와 자연은 분리되지 않는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고, 이 글을 시작하면서 나름 저자가 '인류학 교수'임을 강조했다. 


'인식의 한계 너머'라는 의미에서 이 책은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힌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더 깊고 넓게 해주고 있는데 그것이 정치적인 발언이라거나 계급적인 구분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특히 기후불안과 공포, 신이 주신 영생의 잎에 대한 이야기는 그 부분을 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실감하는 날씨와 기온의 변화로 실감하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지구환경을 위해 쓰레기 분리수거, 플라스틱 사용 자제, 텀블러나 장바구니 사용 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우리의 실천 대안이 사용하지 않는 장바구니 열개를 갖고 있는 것보다 일회용 비닐을 열번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라고 말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의 변화를 언급하고 있고 그와 더불어 인류의 생존에 있어 위협이 되는 것은 기후문제만이 아님을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다.

또한 과학의 기술 발전이 중립이 되지 않는 것처럼 식물의 성분 - 특히 오늘날 마약으로 분리되어 금지되고 있는 식물이 아니라 그 성분을 이용하는 일부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것 역시 다른 관점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음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그리드(전기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연결된 네트워크)가 변화하려면 우리는 사물의 표면 아래를 보고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앞으로는 어디에 있어야 할지, 또 인간 경험에서 전례가 없었던 위험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무엇인지 알 각오를 해야만 한다"(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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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 아고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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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가 찾아낸 건 보편적인 교훈이었어. 인생은 직선도아니고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거야. 경력도 외투처럼툭 걸치면 되는 게 아니지. 그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선택을 거듭하고 경험에 경험이 쌓일수록 널 둘러싸고 유기적으로 자라나는 거야. 모든 건 합쳐진단다. 네가 하기에 아까운 일은 없어. 네가 그렇게 만들지 않는 한 시간 낭비인 일도 없지. 나이 지긋한 뉴욕의 택시 기사가 인도에서 방랑하는성인이나 사하라 사막의 광인 못지않게 네게 많은 걸 가르쳐줄 수도 있는 거야. 대학교수 못지않을 건 더없이 확실하지.
여러 기회가 있는 길에 자신을 올려놓는다면, 일단 앞으로나아갈 수밖에 없고 하려던 바를 해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스스로를 둔다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까마득해 보였을새로운 차원의 경험과 상호 작용으로 끝내 너를 몰고 갈 동력을 만들게 된단다.
창의성은 행동의 결과지 행동의 동기가 아니야. 일단 해야하는 일을 한 다음 그게 가능한 일이었는지, 허용되는 일이었는지 질문하렴. 자연은 용기를 사랑한단다. 미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짐 휘태커 Jim Whittaker는 젊어서 벼랑 끝에살지 않는 사람은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는 거라고 했어.
불가능한 일을 꿈꾸거라. 그러면 세상은 너를 끌어내리지않고 받쳐 올려줄 거다. 이게 크나큰 놀라움이고 성인들이 전하려던 말씀이야. 심연으로 몸을 던지고 보면 거기가 털 침대라는 걸 알게 될 거다.

목표는 삶을 꾸리는 것, 그러니까 살아있는 행위 자체를 소명으로 삼는 거야. 궁극적으로 무엇도 계획하거나 예상할 수없다는 걸, 사람의 삶처럼 복잡한 무언가에서 결과를 예측할청사진은 찾을 수 없다는 걸 명심하고.
새로운 것의 잠재력에, 상상되지 않은 것의 가능성에 열린자세를 유지한다면 마법이 일어나고 삶이 형태를 갖출 거야.
세상의 좋은 것들은 타협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내지. 개인이 가능성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면 시간이 걸린단다.
앞서 존재한 적 없는 것, 충만하게 실현된 삶이라는 경이를상상하고 현실로 만드는 일이잖니.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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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바닥 - 제44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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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케이도 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작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낯설기만 하겠지만 이케이도 준의 소설을 읽어 본 사람들은 아마 한 권만 읽지 않고 그가 쓴 소설이라고 하면 다 읽어보려고 하지 않을까,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만큼 소설의 흡입력이 강하다. 하나의 사건에서 별 것 아닌 사소한 문제가 어떻게 문제를 발생시키고, 사건의 실마리가 되어 문제 해결을 해 나가게 되는지 글을 읽어갈수록 점점 더 흥미를 더해갈뿐만 아니라 결국은 소소한 원칙과 정의로움을 지켜내느냐 지켜내지 못하느냐에 따라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어서 새로운 소설이 나오면 자꾸 읽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책은 이케이도 준의 데뷔작이다. 

데뷔작이라는 말을 자꾸 강조하게 되는 것은 내가 읽었던 그의 작품들 중에서는 약간 아쉬움이라고 해야할지... 미스터리를 너무 인식해서 그런지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죽음이 너무 쉽다는 것이었다. 배후의 인물이 뜻밖의 사람이고 개연성있게 이야기가 진행되기는 하지만 행동대장(!)이 등장하는 것도.


너무 성급하게 진행과정을 언급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이야기는 은행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서 시작되고 있다. 은행에서 융자업무를 담당하는 이기는 평소처럼 업무를 준비하고 있는데, 입사동기인 사카모토가 외근업무를 나가며 자신에게 빚진 것이 하나 있다는 알 수 없는 말 한마디를 내던졌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을 해보기도 전에 쇼크사로 사망했다는 비보를 듣는다. 입사동기로 특별한 친밀함이 있지만 사카모토에게 벌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이기는 그의 죽음이 아나팔락시스때문이라는 말에 놀라는데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은행에서는 사카모토의 횡령건이 발견된다. 이 모든 사건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미심쩍은 마음이 있어 이기는 사카모토의 죽음과 횡령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는데......


개연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물관계도에서 사건을 파헤치는 이기의 개인적 친분관계가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계기가 되는 느낌이기도 하고 정체불명의 수상쩍은 인물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도 뭔가 미스터리함을 강조하기 위해 넣은 것 같은 느낌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은행의 직원이라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는 부분은 작가의 경력이 실제적인 부분을 받쳐주고 있어서 스토리가 탄탄하게 이어져가는 부분은 좋았다. 


미스터리 요소를 뺀다하더라도 기업의 도산, 인수병합에 따른 인간군상의 모습을 다룬 소설로서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끝없는 바닥'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사건의 이면이 끝없이 드러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외의 모습에서 그들의 본연의 모습이 끝없는 바닥으로 치닫는 것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물론 추악함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진심과 정의로움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기에 이케이도 준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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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떠나면 어른이 될까요? - 숨을 쉬는 이유를 찾고자 떠난 여행의 기록
이재휘 지음 / 대경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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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하게 된다면 일단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고들 말한다. 모든 일에 그렇게 말을 할 것은 아니지만 여행을 떠나는 것에 대해서는 일단 떠나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 역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무엇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인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세계여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떠난 여행의 이야기가 이 책 '여기를 떠나면 어른이 될까요?'에 담겨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을 꾸려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을 포기한 삶을 후회하지만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 역시 후회를 하며 살았을 것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그래서 그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여기를 떠나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나는 후회없는 삶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면 그것이 어른이 되는 순간이 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어쨌거나 그렇게 후회없이,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세계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삶의 모습과 풍경들을 시적인 언어로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 책 '여기를 떠나면 어른이 될까요?'이다. 

사적인 일기같은 느낌이라 조금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여행에세이라 할 수 있는데 세계 곳곳의 풍경이 담겨있는 사진은 솔직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접 봤었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곳은 추억에 잠기며, 가보지 못한 곳의 풍경은 미래에 가보고 싶다는 소망으로 사진에 더 집중하며 책을 읽었는데 결국 인생의 답은 각자가 찾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에 중점을 두고 사진에 감탄하며 설렁설렁 읽었지만 몇가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있다. 일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던 길에 만난 강아지의 안내로 현지인 스팟처럼 훨씬 더 멋진 일몰을 보게 되었다거나 현지의 삶을 체험해보기 위해 지인의 소개를 외면하고 현지인이 운영하는 사파리 투어를 신청했다가 음식이 전혀 맞지 않아 고생한 이야기도  있지만 쿠바에서 너무나 맑은 공기 속에 장대비가 쏟아지는 거리 한복판에서 그 비를 맞았다는 이야기는 살짝 쾌감을 느끼게 한다. 

'태어난김에 세계일주'라는 티비 프로그램에서 마다가스카르에 간 이들이 한밤중에 쏟아지는 빗줄기 속으로 뛰어들어 아이들처럼 즐거워하던 그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주 오래전에 나는 우산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장대비를 맞으며 버스정류장에서 집으로 걸어갔는데 흠뻑 젖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던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그 정상적이지 않은 장면이 왠지 행복하고 평화로움을 전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수많은 여행을 떠났지만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했다,라고 하지만 사실 그게 뭐 중요한가 싶다. 이러나 저러나 후회,라고 하지만 세계여행의 여정에서 수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그것 자체로 후회없는 삶이라고 할 수 있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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