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을 뜰 때는 서두르지 않는편이 좋다.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씨에 꽁꽁 얼어붙은 작은손을 녹이고 싶을 때 급하게 장갑을 뜨면, 콧수를 줄이게되거나 손목을 너무 짧게 뜨거나 하는 바람에 모양만 그럴듯한 아주 엉망인 장갑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필요에 맞는 장갑이 나올 때까지 여러 켤레를 뜨게 될 테고, 그 과정이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장갑은 5월에 뜨자.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뜨자.
새로운 접근법과 디자인에 도전하고, 그것을 즐기자. 뜨개를 안 하고는 못 사는 이들에게 더운 날씨는 방해 요소가아니다. 큰 프로젝트를 무릎에 올려놓고 뜨려면 무겁고 더울 수 있겠지만, 장갑이나 양말처럼 작은 것들은 야외에 가지고 다니며 뜨기도 쉽고 엄청나게 빨리 완성할 수 있다.
완성한 후에는 잘 보관하고 있다가 때가 되면, 이를테면 내년 겨울 즈음에, 마음껏 착용하면 된다.
장갑은 낄수록 느슨해진다는 슬픈 사실을 기억하자. 작은 사이즈는 특히 그렇다. 그러니 오른손과 왼손을 바꿔 낄수 있도록 만들자. 엄지손가락이 손바닥이 아니라 장갑 옆면에서 튀어나오도록 뜨면 왼손과 오른손을 바꿔 끼는데에 문제가 없다. 이렇게 하면 줄임단에 올 때까지 엄지손가락이 어디에서 나오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뜨지 않아도 되고, 왼쪽과 오른쪽이 똑같은 장갑을 만들 수 있다. 장갑 세개를 한 세트로 선물하는 다정함과 선견지명이 있다면, 처음 하나를 잃어버려도 문제 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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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식물학 잡학사전
다나카 오사무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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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통해 그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 책이야말로 '한번 읽으면 누구나 생활속 식물학자가 된다! 똑똑한 식물학 잡학 사전'이라는 제목과 부제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건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 그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무엇인지는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목차를 살펴보면 뭔가 익숙한 내용인 것 같으면서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 흥미를 유발한다. 식물은 당연히 태양을 향해 위로 자라는 것이다,라는 당위성으로만 알고 있는 것에 대해 과학적인 증명을 들이밀고 있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않은가.


씨없는 수박, 씨없는 포도 등 과일의 씨를 없애는 종을 개발한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씨 있는 바나나가 있다. 원래 바나나에는 씨가 있었는데 - 바나나 먹을 때 끝부분의 까만 것이 퇴화된 씨라고 보면 된다는데 - 지금은 씨가 사라지고 없다. 이배체가 돌연변이로 탄생한 삼배체가 되며 씨가 사라졌다는 것이라고 한다. 식물의 생존 방식을 떠올려볼 때 씨가 있는 과실은 동물이 먹고 배설을 통해 번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 위해 크지 않는다고 하는데 단위결과로 인해 과실이 커질수도 있다.

사실 이런 설명들은 과학적인 데이터와 분석의 결과겠지만 과육을 크고 맛있게 키우기 위한 인위적인 배양액과 환경을 만들기도 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반가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좀 더 깊이있는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이 책이 식물학 전문서라기보다는 대중적으로 식물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책이라는 걸 생각하면 적당한 관심유도를 이끌어내고 있어서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식물을 키우고 있어서, 아니 키우고 있는 식물들을 죽여먹지 않는 기본적인 것을 넘겨 튼튼하게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숙물에 대해 더 잘알고 싶어져서 이 책을 펼쳤는데 꽤 도움이 되는 글도 있고 흥미로운 상식도 알게 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예전에 식물이 꽃을 피우지 않는 이유의 하나가 물과 영양, 빛 등 성장에 완벽한 환경이 꽃을 피울 필요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들었었는데, 적당한 스트레스가 이쁜 꽃을 피우는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좀 놀라웠다. 이 책에서는 식물에 물을 줄 때 쓰다듬는 접촉을 해 주면 에틸렌이 나오면서 식물이 영양제 없이 튼튼하고 웃자라지 않게 할 수 있다는데 이것이 에전에 들었던 식물의 스트레스일까 궁금해졌다. 생각해보면 적당한 스트레스가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하니 다 같은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제는 화분에 물을 주면서 슬쩍 손으로 쓰담쓰담 해주고 있기는 하다. 장마철 지나고 몰라보게 튼튼해져갈 다육이들을 기대해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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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표면 아래 - 너머를 보는 인류학
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 아고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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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반드시 남녀 사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싱글맘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음을, 두 남자나 두 여자도 사랑만있다면 좋은 가족을 꾸릴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증조부모 세대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가치관과 제도를수용했기 때문이다. 지혜는 어느 영성 전통에나 있다고, 사람은 어디서든 늘 새로운 삶의 가능성으로 춤추고 있다고, 잼은보존해도 문화는 보존할 수 없다고 믿는다면 우리 종의 가장숭고한 발견일 공감과 포용의 비전을, 모든 인류는 서로 이어져 있어 나눌 수 없는 하나의 전체라는 과학적 깨달음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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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쓰다듬어 주면 튼튼하게 자란다?


식물이 ‘접촉‘을 느끼는 자극을 ‘접촉자극이라 부른다. 그런데 접촉자극으로 줄기가 짧고 튼튼하게 자라는 식물의 성질을 우리는 흔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 즉 ‘상냥하게 말을 건네며식물을 키우면 아름다운 꽃이 핀다‘라고, 마치 식물이 다정한 말을 알아듣거나 그러한 감정이 식물에게 전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망스럽게도, 식물은 상냥한 말을 들었기 때문에 특별히 예쁜꽃을 피우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위에 이러한 경험을 한 이들이 제법 있다. 식물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칭찬해주었더니 평상시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고 말이다. 만일 그런 경험을 이야기하면, ˝식물에게 상냥한 말을 건네면서 쓰다듬어주지는 않았나요?˝라고 물어보자. 분명 반려동물에게 그러하듯 식물을 만져주며 키웠을 것이다.
식물의 잎과 줄기를 만지면 식물은 접촉자극을 느낀다. 그러면식물 몸에서 에틸렌이 발생한다. 이미 살펴봤듯이, 에틸렌은 식물줄기의 키 성장은 억제하고 몸을 통통하게 만든다. 따라서 식물을쓰다듬으면 에틸렌이 작용해 작고 단단하며 튼튼한 식물로 자라게 된다. 그러면 식물은 평소보다 훨씬 예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식물은 자기가 지탱할 수 있는 크기의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는 큰 꽃을 피우면 줄기가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버릴 것이다.
따라서 식물은 줄기가 짧고 통통할 때 크고 멋진 꽃을 피울 수있다. 반면 접촉자극을 느끼지 못한 식물은 가는 줄기로 키만 큰비실비실한 모습으로 자라난다. 이런 식물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작은 꽃을 피운다.
식물은 상냥한 말과 감정을 알아들어서 튼튼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게 아니다. 식물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바람, 사람의다정한 손길 등 물리적인 ‘접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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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06-27 0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집 홍콩야자가 그래서 키만 비쭉하게 큰거였군요. 불쌍한 것... 오늘 가서 다정하게 만져줘야겠어요. ^^
또 오랫만인데 치카님께도 글로 쓰담쓰담을 보냅니다. ^^

chika 2024-06-27 17:45   좋아요 2 | URL
저도 같은 생각을... 기일게만 자라는 다육이 녀석들이 결국 꺾어져버리는 이유가 이런거였구나 싶었어요.

근데 저 오늘 좀 큰 거 같아요! 쓰담쓰담이라니! 더 쑥쑥 잘 자라보겠습니다!! ㅎㅎ
 
THE MONEY BOOK 더 머니북 - 잘 살아갈 우리를 위한 금융생활 안내서
토스 지음 / 비바리퍼블리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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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단골 까페에 오랫만에 갔더니 카드 결제기계가 바뀌었다. 회원등록을 하겠냐는 질문이 떠서, 이건 회원제인가 하고 있는데 결제 금액의 10%를 적립해준다고 한다. 커피 열잔에 커피 한 잔 값이 쌓이는건데 이건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다음날 분위기가 다른 동네 단골 까페에 갔더니 그곳에도 똑같이 생긴 토스 카드 단말기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곳은 적립이 뜨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오늘은 어디서 커피를 마실까,고민할 때 적립금이 쌓이는 곳으로 갈 확률이 51%가 되지 않을까...


토스 단말기때문이었을까. 토스에서 '잘 살아갈 우리를 위한 금융생활 안내서'를 출간했다고 하니 이제는 정말 노후준비를 위한 것들 중 하나인 경제적인 부분에 도움을 좀 받아야겠다 싶어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금융에 대한 현실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뭔가 하나를 아는 것만으로도 돈을 버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궁금한 항목을 찾아보기 쉽게 목차 자체가 질문의 순서로 되어 있다. 총 백개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처럼 설명을 하고 있고 인터뷰이들의 체험도 곁들여져 있어서 술술 읽힌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용이 전혀 어렵지 않아서 너무 잘 읽힌다. 업무 연관성도 있지만 은행원인 친구의 도움으로 비과세 계좌를 개설하거나 주택청약계좌를 개설하거나 그냥 하라는대로 해서 그냥 뒀던 ELS 계좌에서 2년만에 25%의 수익을 올리기도 해 같은 자금을 갖고 다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직장생활 초기부터 알게 되어서 그런지 책 내용의 대부분이 익숙한 내용이어서 조금 더 수월히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우리 사무실에 막내 신입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이 책의 내용이 그저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정리해놓은 것이라고 넘겨버렸을것 같다. 내게는 익숙한 내용이지만 막내에게 슬쩍 물어보면 예금과 적금을 구분하지 못하기도 하고 연말정산을 해보지 않아서 신용카드의 사용이나 현금영수증을 받지도 않아서 정말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이 책의 내용들이 아주 큰 도움이 되겠구나 싶어진 것이다. 

아, 그러고보니 코스피와 코스닥이 무엇인지 몰랐었는데 이 책에서 간결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주식이나 배당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친구가 퇴직 후 소득이 없을 때는 배당금을 월급처럼 받을 수 있는 주식을 사두면 된다고 했던 말을 이 책을 읽으며 알아채기도 했으니 내게도 꽤 도움이 되는 금융생활 안내서가 맞는 것 같다. 


금융소득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보험과 연금, 무엇보다 현명한 소비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어서 전반적으로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머니'가 내 삶의 전부가 될수는 없지만 같은 소득으로 조금이라도 더 경제적인 여유를 갖게 해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기에 금융생활 지식을 좀 더 알게 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아쉬운 점은 제2금융권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신협에 출자금을 넣어 배당금 수익을 받고 있는데 예금이자보다 배당수익이 높을 때는 저축하는 것보다 더 나을때가 많았다. 배당수익은 영업수익에 따르는 것이라, 거래하고 있는 신협 두 곳의 배당금 차이가 정확히 두 배 차이여서 기본자산이나 영업실적이 좋은 신협을 거래하는 것도 나쁘지않을 것이다. 24년부터는 출자금 이천만원까지 비과세가 되고, 신협 저축은 3천만원까지 저율과세로 저축할 수 있어서 예금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 예금이율도 1금융권보다 높아서 가까운 곳의 신협을 찾아 예금보호가 되는 오천만원 이하의 금액을 저축하는 것을 추천한다. 잘 알지 못하는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것 보다 수익이 대박나지는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착실히 자산을 늘려나가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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