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뉴질랜드는 비행기로 12시간 전후를 날아가는 남반부의 섬나라입니다. 9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뉴질랜드 바람은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로 몰리게 만들었고, 급기야는 뉴질랜드가 살기 좋다는 이유로 지금은 약 2만 여명의 교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 대해 짧은 기간 다녀왔기에 뭐라 말할수 있는 처지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보다는 모든 현상을 객관적인 눈으로 보고자 노력하였기에 오히려 뉴질랜드에 퐁당 빠져있는 사람들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모두들 말하기를 뉴질랜드는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진 나라라고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말들도 맞을지 모르겠지만 보다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면 뉴질랜드는 제주도와 다를것이 없는 나라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그리고 호주보다도 남극에 더 접근해 있는 나라....남섬과 북섬이라는 두 개의 커다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에 대해 제가 보고 느꼈던 여러가지를 몇 차례에 걸쳐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ㅇ 개관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의 남북한을 합한 면적의 약 1.2배에 해당하는 섬나라 입니다. 원주민은 폴리네시아계인 마우리족이었는데, 그 유명한 쿡 선장 일행이 이곳에 도착하면서부터 현재까지 영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영연방의 일원으로 남아있습니다. 이곳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공식적으로 영어와 마우리어인데 재미있는 것은 영국식 영어를 사용하는지라 미국인등 영어권에서 이곳으로 여행온 사람들이 같은 알파벳을 사용하면서도 무슨 뜻인지를 몰라 당황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한글을 사용하는 남북한의 사람들이 대화도중 서로 다르게 사용하는 용어로 인하여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과 똑 같은 경우로 보시면 될것입니다. 예를 들면 일방통행은 미국에서는 "one way"로 사용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one side road"로 사용한다던가, 교차로에서 차량 우선권에 대하여 미국은 양보라는 의미의 "yield"를 사용하지만, 영국식으로는 "give way"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같은 영어권임에도 어떻게 표현을 하느냐는 차이로 우리나라에서의 "다이빙"이 북한에서는 "물박치기"로 사용되는 경우가 같은 것이기에 같은영어 표현이라도 미국식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단어로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마우리족들은 폴리네시안 계통처럼 키가 크고 건장하며, 영국계 이민의 후손들에 비해 낙천적인지라 부의 축적에는 소홀히 하여 현재는 대부분의 마우리족들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일본어 발음과 비슷한 영어식인데 대부분의 단어에는 "a,e,i,o,u(아,에,이,오,우)"로 끝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총 인구는 약 4백만 정도이며 이중 1/3인 130만 정도가 북섬의 오클랜드에서 살고 있고, 제 2의 도시인 남섬의 크라이스처치에는 약 40만이 살고 있으며, 수도는 두 섬의 중간쯤 되는 웰링턴입니다. 웰링턴은 북섬의 바닷가 끝트머리라 바람이 강하여 바람의 도시라고 불리고 있는 전통적인 영국식 건축물로 꾸며진 도시이며, 수상관저나 의회가 이곳에 있습니다.
ㅇ 기 후
위도상으로 보자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극점에 가깝지만, 한 겨울에도 영하권의 날씨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우리와는 계절이 반대인지라 크리스마스는 늘 여름이지만 눈이 내리는 일이 거의 없어 설령 뉴질랜드의 겨울에 크리스마스가 있다해도 "화이트"라는 단어는 쓰기 힘든 기후입니다.
언뜻, 겨울에도 영하의 날씨가 아니라 살만하다고 생각하실지는 모르시겠지만, 태평양상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지라 바람이 강하고 비가 자주 내려 좋은 날씨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면 됩니다. 한편으로는 화산으로 형성된 섬이라 지진이 많으며 피해는 크지 않으나 늘 심해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영향을 미치는 관계로 거의 대부분의 건물은 2층 이하로 짓고 있으며 목재로 짓고 있습니다. 도심의 다운타운이라고 하는 곳에만 높게 지은 건물이 있는데 대부분의 도심 건물은 내진 설계가 되어져 짓고 있다고 합니다.
뉴질랜드의 여름은 정말로 살기 좋은 기후라고 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햇살을 받을 수 있으며, 바다 한가운데 덜렁 솟아오를 섬이지만 습도가 높지 않아 아무리 더워도 더위로 인하여 땀을 흘리는 경우는 없으며, 한 여름에도 나무그늘은 20도 중반으로 오히려 추위를 느끼는 기후랍니다.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호주도 마찬가지의 기후인데...그러다보니 사람들은 반팔에 스웨터를 동시에 소지해야하고 햇빛아래의 더위에서는 벗지만, 그늘에서는 스웨터를 입어야 하기에 소위 허리패션이 생기게 되는데 이곳이 허리패션의 원조라고 합니다.
ㅇ 경 제
뉴질랜드의 경제는 한 마디로 연기나는 굴뚝을 가진 공장이 없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2차 산업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국가적으로 자연보호에 치중을 하다보니 공산품 생산은 바로 산업 노폐물의 양산이라는 개념에서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물가는 비싸서 볼펜 한자루가 보통 뉴질랜드 달러로 10달러 정도나 합니다. 특별히 생산 공장을 지으려면 당국의 엄밀한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주 수입원은 관광입니다. 대부분의 국가 재정은 관광수입으로 충당을 합니다. 그리고 주요 생필품에 대해서는 세금이 없습니다. 차량에 대한 세금도 없어 비교적 차량 가격이 싼 편이며, 뉴질랜드 차량의 좌측에는 생산연도와 모델명을 반드시 부착토록 되어 있는데 우리 나라의 포니를 비롯한 2~30년 된 차량들도 가끔 눈에 띄입니다. 특히 방개차로 불렸던 독일의 폭스바겐이 만들었던 "비틀"이 아직도 길거리에 나다니고, 일본에서 만들었다가 우리 나라에서도 타고 다니던 70년대의 차량인 "퍼블릭카"도 굴러 다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차량이 굴러 다니는 것은 뉴질랜드의 기후로 인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많은 비가 내리지만 산성비가 아니기에 차량의 부식 원인이 되는 요소가 없기 때문이며, 실제로 이곳에서는 세차라는 개념이 필요없을 정도로 비가 내려도 차량이 지저분해지는 일이 없습니다.
뉴질랜드는 Mt. Cook라는 높은 산이 있는데 만년설로 덮여 있는 산으로 이 산에서 녹아 내리는 물을 그대로 식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같은 정수조가 없으며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지하에서 바로 끌어올려 식수로 사용하니, 말하자면...제주도에서 나는 삼다수가 수도꼭지에서 흘러 내린다고 보시면 될것입니다.
뉴질랜드는 민주국가라고 하지만 모든 체계는 사회주의 국가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봉급 생활자의 급여에서 39%에 달하는 세금을 거두어 들입니다. 그 세금으로 마우리족을 비롯한 인근의 섬에서 유입된 사람들에게 생계비로 지출하고 있으니 제대로 소득분배가 이루어 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도 아마 이러한 소득 재분배를 꿈꾸는 모양인데....우리 나라의 경우는 뉴질랜드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뉴질랜드 소득의 가장 큰 자원은 바로 농촌입니다. 뉴질랜드는 천혜의 자연혜택을 안고 있습니다. 우선은 대부분의 산에 나무가 없고 모두 초지로 형성되어 있으니 양이나 소나 사슴을 마음놓고 방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뉴질랜드의 2차 공산품을 꼽으라면 바로 이런 자연 상태에서의 가공 생산품이 대부분을 차지 한다고 봐야 할것입니다. 그래서 뉴지랜드의 1등 소득자는 농민입니다. 뉴질랜드의 거의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이렇게 생산된 제품들을 판매를 하고 있는데, 그 대상은 당연히 관광객이 됩니다. 이렇게 판매된 관광 수익이 바로 뉴질랜드 정부의 예산으로 편성이 되는 것입니다.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는 의류는 주로 양모 관련 제품이며, 제가 돌아본 대부분의 매장의 옷들은 "made in china"입니다. 그러나 제품 관리에 워낙 철저한 사람들이라 OEM방식으로 중국에서 들여오는 제품의 질은 뉴질랜드의 기준을 통과해야만 하기에 비록 중국에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철저한 생산관리와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작게 형성된 다운타운 이외에서는 별다른 상거래가 없기에 뉴질랜드의 상거래로 인한 수익은 별로이며, 오히려 소비를 촉구하는 카지노를 비롯한 먹거리등의 3차 산업은 성행을 하고 있는데, 이는 자국민을 위한다기 보다는 관광객을 위한 상거래라고 보여집니다.
ㅇ 정 치
우리 나라의 정치에도 눈을 돌려버린 사람이 뉴질랜드의 정치에 관심을 가질리가 있겠냐마는 우연히 틀어놓은 TV에서 야당 정치인이 정부의 실정을 통렬하게 비난하는 장면이 방송이 되었습니다. 여 수상은 그 항의와 비난에 대해 정중하게 잘못되었음을 시인하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사과를 하였습니다. 마침 제가 머물던 시기가 뉴질랜드의 의회 의원 선거를 하는 기간인데 전혀 선거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 입니다. 가끔 정원에 내가 입후보를 했네...라는 입간판 정도가 전부입니다. 한마디로 정치는 생활과 별로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인이랍시고 우리처럼 우쭐거리거나 대접받기를 원하지도, 또 해 주지도 않습니다.
제가 점심식사를 위해 "koyote"(우리나라의 음악 그룹인 '코요테'와 같은 발음이었습니다)라는 음식점에 간 적이 있습니다. 레스토랑인데 제법 유명한 집이라고 해서 저도 가 보았는데 스테이크 종류를 잘 한다는 것입니다. 줄을 서 있는 제 뒷편의 어떤 청바지 입은 키 큰 사람에게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하고 악수를 청하기도 하더군요. 처음에는 무심코 넘겨 보았는데 나중에 자동차를 타고 가던 사람이 손을 흔들자 이 사람도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하기에 누군가를 앞사람에게 물어 보았더니 바로 시장님이라고 하더군요. 시장이 줄서서 기다리는 나라... 완전히 영국을 옮겨 놓은것 같은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조금 자세하게 물으니 뉴질랜드의 가장 큰 경기인 "All Black"(뉴질랜드 럭비 대표팀)의 경기에도 주빈석이 따로 없어서 수상도 일반인과 같이 줄을 서서 입장을 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럭비가 별로 인기가 없지만 뉴질랜드 럭비팀은 세계 최강의 팀으로 국민 전체가 럭비 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뉴질랜드의 모습은 영국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영국인이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중충한 날씨나 바람 등등이 영국의 그것과도 너무 닮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거리나 주택가의 모습도 영국의 모습과 흡사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