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조 때 옥천군수의 庶女였던 李玉峰이라는 여류 시인이 있었습니다. 여자가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시기에도 그녀는 뛰어 난 필치로 당시에도 시집을 만들만큼 훌륭한 시상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지금 전하는 그 녀의 시들은 모두 32편으로 <옥봉집>이라는 시집에 담겨 있습니다. 

   夢(꿈)

  님이여, 요즘은 어찌 지내시나요

 달이 창에 들 때면 제설움 끝이 없네

 만일 제 꿈이 다니는 자취 있다면

 님의 문 앞 돌길이 반은 모래 되었으리

님이 그리워 꿈 속에서라도 님의 집앞에서 서성거리니 님의 집 앞이 온통 돌이라 하더라도 그 돌이 닳고 가루가 되어 절반 정도는 모래가 되었을 것이라는 이 시가 주는 의미는 님을 기다리는 여인네의 애절함이 가득 담겨 있다고 보겠습니다. 직접적이지도 않으면서 은근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이 여류시인의 싯귀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거부감을 느낄 수 없는 애절함이 가득 담겨 있어 요즘처럼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사랑 타령과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을것입니다.  우연치 않게 책꽂이에서 눈에 띄인 <한국漢詩>라는 책을 다시 뒤적이며, 수 백편의 詩 중에서도 당시에 제 가슴속에 긴 여운을 남겨주었던 한 편의 시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 如        村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국한시:여류시편 - 제3권
김달진 / 민음사 / 198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구입한지는 꽤 오래 되었다. 구입 당시에는 밤이 새는지도 모르고 한시가 주는 매력에 빠졌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 책장에서 우연히도 굵은 제목이 눈에 띄어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 <한국漢詩> 3권은 여류시인의 작품을 묶은 책인데,  이 책의 譯者인 故김달진 선생은 오랜 동안을 동국역경원에서 한문으로된 불경의 한국어 번역을 위해 노력해오신 시인으로 바로 이 책의 출간을 앞두고 세상을 떠나셨다.

  한글은 다양한 표현기법에 있어 프랑스어보다 훨씬 사물의 표현을 위한 수식어가 많은 우수한 글자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한문으로 된 詩를 우리 말로 번역한 것인데 순수 한글로 이루어진 싯귀보다 훨씬 속에 담긴 깊은 내용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뜻글인 한문이 같는 하나의 장점이 될것이지만 그런 한문을 우리 글로 譯解함에 있어 얼마나 감미롭고 다양하게 풀 수 있는지...새삼 우리 한글의 다양한 표현 가능성에 감탄을 할 따름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의 저자는 신사임당 처럼 잘 알려진 여류 시인이 있는가 하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규방 작가의 작품이 다수 소개되고 있는데 당시의 여인네들이 같은 정서는 물론이고 그네들이 가졌던 사랑과 이별의 애절함을 어떻게 표현하였나를 알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네들의 시를 통하여 현대의 여성과는 어떤 사고의 차이가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羅 衫 (비단 적삼)

醉客挽羅衫   술 취한 손님이 비단 적삼을 잡아 당겨

羅衫隨手裂   그바람에 그 손길 따라 비단적삼 찢어졌네

不惜一羅衫   비단적삼 한 벌이야 아까울것 없지만은

但恐思情絶   그 사람과의 은정이 끊어질까 두려워할 뿐....

위의 詩에서 말하듯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 않고 은근한 표현으로 사랑의 단절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조선시대의 여인네들이 갖고 있는 사랑과 기다림에 따르는 애절함을 한자라는 뜻글을 빌어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이 책에 실린 한시를 보면서 대부분의 한시가 7언절구로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는데 단 7자의 한자를 사용하여 자신의 가슴속에 담긴 안타까움을 토로할 수 있었던 규방 아낙의 숨은 능력이 놀랍고, 지금처럼 톡톡 튀지는 않더라도 아낙네들은 나름대로 규방문학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개척했던 만큼의 다양한 문학적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고도 볼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책의 내용을 하나 하나 읽어 가면서 오히려 현대의 사랑을 전하는 메시지보다 훨씬 강력하고 은근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했던 흔적을 엿 볼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작가별로 제목을 나열하고 번역을 먼저 싣고 원문을 배열하였으며, 밑에는 註를 달아 읽는이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리고 권말 부록으로는 <한국漢詩> 의 3권째 마지막권으로 작가소개를 달고 있다.  7언, 또는 5언으로 이루어진 짧은 漢詩지만 그 시가 담고 있는 속뜻이 참으로 애절하고, 한편으로는 이 시를 쓴 여인네들의 심정을 헤아리며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알려지지 않은 규방문학의 번역서라 할 것이다.

                                                                                                 < 如        村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아침의 일입니다. 모처럼의 놀토(1달에 한번 4번 째 토요일에 공직자들은 쉽니다)를 맞아 아침부터 운동 약속이 있어서 새벽 4시경에 졸린 눈을 비비며 차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 차 앞을  다른 차량이 가로막고 서 있는데 연락처도 없고 차량의 주차 브레이크는 단단히 채워져 있었습니다. 원룸이라는 다세대 공동주택에서 차량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찾을 길이 막막하고...더구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원룸 가운데 어느 집에 입주하고 있는 사람이  차량의 소유주인지 알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어떻게 해야하나를 한참을 고민하다가 짧게라도 경적을 울려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새벽 4시경에 경적을 울린다는것은 심하게 이야기하면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을것입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천안 아랫쪽에 있는 약속장소까지는 최소한 1시간은 잡아야 갈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새벽을 깨는 도리밖에는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짧게 '빵!' 하고 경적을 울렸습니다. 차량의 주인이라면 자신의 차량을 빼 달라는 요청이 있을것이라 생각하여 깊은 잠에 빠지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에서의 배려였지요. 그런데 3분여가 지났음에도 아무런 반응들이 없었습니다.  또 한번...이번에는 조금 길게 '빠앙~'하고 경음기를 울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경음기를 울리고 나서는 주인이 나오는것 보다는 아침의 적막을 깨는 소리에 단잠에서 깨는 주변 사람들이 있을까봐 걱정이 되어주변의 집들을 우선 쳐다보게 되더군요. 

    참으로 기가막힌 일이지요... 하필이면 아침 이른 시간의 운동 약속이 있는 날...제 차 앞을 가로막는 차량이 있으니 말입니다.  경음기를 울렸는데도 주변은 아무 일도 없다는듯이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드디어 4시 30분이 넘어가기 시작을 했고 저는 더욱 초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주민들이 깨더라도 차량 주인이 나오도록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크게 마음먹고는 "빠앙~~빠앙~ 빵"....  그리고는 남들이 볼새라 재빨리 차 속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몇몇 집에 불을 켜지는것이 보였습니다. 그 집들은 일어날 시간이 되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새벽의 찬 공기를 가르는 경음기 소리에 보나마나 신경질적인 감정으로 잠에서 깬 것이 분명한것이니까요.  어느 집에서는 드르륵 하며 베란다를 여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이 새벽의 정적을 깨는 불한당이 어느 녀석인지 한 마디 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이겠지요.

  그런데도 차량의 주인은 나타날 생각을 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는 조금 간덩이가 부었습니다. 한번 더 경적을 울려야겠다고 마음먹고는 "빠앙~~~".....이 집 저 집의 베란다를 여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마 누군가가 차량에서 나온다면 한 마디라도 할 참일것입니다. 그런데 그 때 제가 사는 건물의 지하에서 어느 여자분이 다급하게 뛰어 나오더군요. 그제서야 저도 차에서 내렸습니다. 이제는 아침을 깨는 경적소리의 어쩔 수 없는 이유를 밝힐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처음에는 제 앞을 가로막은 차량 주인에게 매우 다부지게 야단을 칠 요량이었습니다.  "죄송해요...빨리 빼 드릴께요" 그 여자분은 매우 미안한 표정으로 차 문을 열고 운전석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니..차량을 이렇게 두시면 어떻게 해요?  최소한 연락처를 남기시던가 아니면 싸이드는 풀어 놓으셔야지요" 처음에 모질게 야단치려던 생각과는 달리 조용하게 투정하는 말투를 그 분에게 던졌습니다. 너무도 미안해 하는 차량 주인에게 더 이상 뭐라 말을 할 수 없더군요.  새벽의 찬 바람을 맞으며 베란다 문을 열고 경적을 울린 차량 주인에게 한 마디씩 하려던 주변분들은 경적을 울리게 된 배경을 알게 되었겠지만 그래도 새벽의 단잠을 깨웠다는 것에 대해서는 심기가 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차량 주인보다는 베란다 문을 열고 내다 보는 인근 주민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아침에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라고 불특정 다수의 주민들에게 그 분들이 듣던 말던 큰 소리로 사과를 하고는 앞 차가 제 차 앞을 빠지자 마자 쏜살같이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정확하게 출발 시간은 04시 40분...서울서 천안 밑의 전의 부근까지 45분 내로 달려 가야 합니다. 나오자 마자 곧장 서울외곽 순환도로를 타고는 바로 경부 고속도로에 접어 들었습니다. 새벽인데도 왜 그리 바지런한 사람들이 많은지.... 고속도로는 생각처럼 그렇게 텅텅 빈게 아니었습니다.  차에 있는 시계는 어느덧 5시에 가까와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시간 싸움이고...약속된 시간에 도착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앞에 달리는 차량을 하나 둘 뒤로 하고는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부모님 상을 당해도 지켜야 한다'는 운동약속이기에...더구나 오늘은 잘 모르는 분들과의 운동이기에 시간을 어긴다는 것은 이만 저만한 낭패를 당하게 되는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고속도로에서 비켜주지 않는 앞차를 피해 차선을 옮기며 달리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데 저는 단지 찻속의 시계만 보면서 달려야 했습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지금 망향휴게소니까 최소한 얼마는 걸리겠다-- 이런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속도계를 보는 순간 저는 까무러칠뻔 했습니다.  속도계의 바늘은 정확하게 200을 가르키고 있었습니다. 시속 200Km.....  난생 처음 이런 속도를 내게 된것입니다. 제 차가 200Km까지의 속도가 나온다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최고 속도는 220Km로 되어 있지만  이런 속도로 달리고 있는줄은 미쳐 몰랐던 것이었습니다.

  남천안I/C를 벗어나 국도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니 7분 전....  옷을 갈아입는둥 마는둥 출발 지점에 가니 정각 5시 37분이었습니다.  겨우 시작 시간을 맞춘것인데 일행에게 늦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니 오히려 제 무안함을 희석시키려는듯" 아니다..괜찮다..."라고들 말씀 해 주셨습니다.  새벽 4시부터 1시간 30분 사이에 일어난 일들...운동을 하면서 그 일들이 머릿속에서 맴맴거리니 운동이 잘 될리가 없는것은 당연하고...새벽에 인근 주민들의 잠을 깨운것도 그렇고,  시간을 맞추느라 달려 온 속도도 감히 상상도 못할 속도였기에 이 자리에 서 있다는것이 정말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저는 운이 좋아 그런 과속을 하면서도 사고가 없이 약속 시간을 맞출 수 있었지만,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합니다.

  운동 중반에는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의 평안을 찾아 그런대로 운동도 마치고 즐거웠던 뒷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났던 일들이 정말 꿈 같이만 여겨지는 가운데 저로 인해 아침잠을 설쳤을 주변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그리고 주차 공간의 협소로 어쩔 수 없이 다른 차량을 가로막고 주차를 해야할 경우의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아마 그 차량의 주인도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실제 주차장과 접해있는 도로는 약간의 경사가 있어 주차 브레이크를 풀어둔다면 자칫 차가 굴러 갈 위험이 있는 지형이기에 어쩔 수 없이 주차 브레이크를 당겼을 것입니다. 아침에 워낙 급한지라 제대로 말씀도 못드렸지만 후에 얼굴이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오늘 아침에 잡을 깨워 미안하다는 말씀을 꼭 전해 드려야 할것 같습니다. 새벽에 자신으로 인해 주민들이 깨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무척 당황하고, 미안해 하며 무안한 표정을 지었던 그 분의 처지가 이해되기 때문입니다.

  추신 :  저는 어찌하다보니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렸는데 여러분들은 정말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지금 생각해도 "괜찮았다"라는 생각보다는 "사고가 나지 않은것이 천만 다행이었다"는 생각뿐이랍니다. 차량을 운행하시는 분들!!!   안전 운전 하세요~~^&^

                                                                                        < 如              村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을산 2004-05-2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일날 뻔 하셨네요!
과속감지 카메라에 잡히지는 않으셨는지요? ^^

비로그인 2004-05-2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길래 말입니다. 하마트면 두번 다시는 알라딘의 제 서재에 오지 못할뻔 했죠? 글쎄요...과속 카메라에 찍혔다면 며칠 기다려야 올텐데....제 차에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의 GPS가 달려 있어 조심은 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새로 나온 번호판은 감지를 못한다던데.....만약, 위반 사항이 적발 되었다면 당연히 댓가를 받아야하겠지요.
 

 여행이란 출발부터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출장이라는 단어도 따지고 보면 출장중의 업무가 끝나면 여가시간을 이용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것입니다만, 여행이라고 규정짓고 출발하는것과는 마음가짐 부터가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여행이라고 딱히 정하지 않아도 우리가 움직이는것 자체를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버스를 탄다거나 기차를 탄다거나, 또는 잠시 집을 떠나 마켓 등지에서 물건을 사러 다녀올 때도 여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이것은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 다니는 것은 다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영어로도sightseeing이라고 하는것이 아닌가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보고, 듣고, 가슴으로 느끼며 알아가는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리는 여행이란 일정한 기간동안 거주지를 떠나 휴식이나 관광을 목적으로 다녀오는것을 여행이라고 하겠습니다. 기차를 타건 고속버스를 이용하건, 또는 고속도로를 이용하건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즐거운 길이 될것인데 정말 좋은 여행이 되기위한 사전의 작은 준비는 대부분 하고 떠나며 도착지의 정보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파악을 하고는 가지만 막상 도착하여 관광을 즐기려고 해도 어디에 가야 하는지를 몰라 힘들여 다녀온 여행도 남는것이 없고 피곤하기만 하게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네 사람들의 심보는 참 이상하게도 여름철 바캉스기간이라고 불리는 휴가철에 고속도로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남들처럼 휴가지를 찾아 떠나려고 하고 또 난리 북새통을 이루고 인산인해를 이루며 물가에 대해 바가지를 쓰고....그런 곳에 다녀 와야 그나마 휴가나 여행을 다녀왔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금년의 휴가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작년의 고생스러웠던 기억을 추억으로 이야기하고는 하지요.

  지방자치제 이후 각 지방 행정자치단체는 자립도를 위하여 나름대로 자기네 고장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 주기를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음식점이나 특산물, 또는 숙박업소도 사람이 없는것 보다는 사람이 찾아주는것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때문이고 이러한 관광객들의 내방은 관내 내수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고 덩달아 지방자치단체의 세수를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나름대로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손님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답니다. '함평'의 <나비 축제>와 <장승 축제>, '남원'의 <변강쇠 축제>, '금산'의 <인삼 축제>, '진도'의 <영등 축제> 등등 군 단위의 자잘구레한 축제가 무척 많답니다. 더구나 인터넷의 발달은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속속들이를 쉽게 알 수 있게 해 주고 있지요.

  지방자치단체의 이러한 경쟁은 여행자들에게는 무척 편리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는데, 가장 편리한 정보가 바로 <여행지도>입니다. 어느 지역에 여행을 갔는데 주변의 여행객은 어디에서 났는지 그 지역의 지도와 특산물, 볼거리,먹거리 등이 자세하게 표기된 지도를 들고 찾아 다니는데 그런 지도 하나 없이 여행지를 찾은 입장이라면 지도를 가진 분들이 부럽기만 할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도로표지는 외국인이 제대로 찾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말하듯이 소도시나 지방은 단숨에 찾아가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도 한장이라도 이런 경우에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답니다.

  이런 지도는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실 앞쪽에는 i 표시가 있는 안내소가 마련되어 있고, 이 안내소에는 인근 지역의 관광안내도가 도, 시, 군 단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지도는 지방자치단체의 문화 담당부서에서 자기 고장의 광고를 위하여 휴게소의 안내소에 무료로 제공하는 것인데 일부 안내소에서는 사람들이 들락날락거리는 것이 불편하다고 하여 꺼내 놓지도 않고 달라고 해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비치된 지도나 관광안내서는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타 지역의 것까지 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런 지도들을 구하여보니 아주 훌륭한 관광 안내서의 역할을 하는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지도에는 그 지방의 모든것이 다 담겨 있습니다. 도로는 물론이고 지방에 산재한 문화재나 볼거리, 그리고 특산품, 먹거리, 숙박업소, 지방의 축제 등등 여행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며 식사나 숙박을 걱정하신다면 전화로 미리 예약도 할 수 있어 편리하게 사용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관광지의 역사나 좀 더 자세한 참고자료를 구하고 싶으신분은 각 행정기관의 문화담당 부서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면 책자로 된 안내서를 구할 수 있답니다. 번거로와 하지 마시고 꼭 들려서 도움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습관이 되어서인지 가장 먼저 방문지에 들리게 되면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지도나 안내서를 구하는데 이것을 모아보니 방대한 자료임과 동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그 단어가 주는 느낌만큼이나 추억도 많겠지만 여행을 다녀와서 피곤에 지치게 된다면 그런 여행은 안 다녀온것만 못하다고 하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부부가 헤어지며 이혼 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특별한 경우는 제외하고 연인은 연인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가족 단위는 가족단위로, 노년의 부부는 그들대로 나름대로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것이 여행이며 말씀드린대로 보고 느끼며 가슴속에 담아 둘 수 있는 소중한 계기로 삼을 수 있는것이 여행일 것입니다. 조금 귀찮고 번거로우며, 또 한편으로는 대충 잘 안다고 휴게소의 지도 획득에 게을리 하지 마시고 매우 소중한 정보가 담겨 있다는 마음으로 하나 하나 모아 보신다면 그것이 바로 여행을 손쉽게 하는 첫 번 째의 방법임을 아시게 될겁니다. 즐거운 여행들 떠나보세요~~~

                                   < 如        村 >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립간 2004-05-21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고등학교 때 라디오에서 여행을 하는 것의 장점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10가지를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단점 10가지 정도를 이야기했는데, 여행은 무조건 좋은 줄만 알았는데, 단점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았었습니다.

kimji 2004-05-21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수수께끼, 님. 님의 서재에 자주 오는데 이제서야 인사를 드리는 듯 싶어요. 며칠 전에 바뀐 서재 지붕이 참 곱고 예쁘다는 말도 드리고 싶었고(지붕을 만들어주신 분의 마음도 곱고요) 그랬는데. 오늘은 페이퍼 제목에 반해서 후다닥 뛰어오다 시피 했네요.^>^
국내여행을 손쉽게 하는 방법, 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다보니 생긴 습관 중에 하나는 휴가철과 연휴를 되도록이면 피하는 방법을 쓰곤 합니다. 휴가철에 떠나게 된다면 사람들이 많이 있지 않을 공간을 택하는 것,으로 대신하죠. 여름엔 모두들 바다에 가 있을테니 산의 사찰에 가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계곡을 끼고 있지 않은 사찰로요. 계곡을 끼고 있는 절은 거진 유흥지대와 매한가지로 변한 모습이 마음이 서늘해져서 오곤 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리고 가기 전에 꼭 목적지의 도, 군 공식 싸이트를 뒤적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지역자치제를 하면서 각 지역별 관광상품을 많이 만들고 있는데, 여행관련 싸이트보다는 그런 공공기관 싸이트가 조금 더 객관적인 정보를 주는 듯 싶더라고요.
그리고 가게 되는 목적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공부(혹은 자료 읽기)를 하고 가는게 여행의 즐거움을 조금 더 배가시키는 것 같아요. 어느 시대에 만들어졌고, 어떤 전설이 담겨 있는지 등등을 알아가는게 그 곳에 도착했을 때의 감흥을 조금 더 깊게 만들어준다고 해야할까요.
아, 제가 잘 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고속버스 시간과 배차는 인터넷으로 안다하지만 군내 버스 경우에는 정보 찾기가 수월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운전기사분 바로 뒷 자리에 앉는 것입니다. 기사님 운전하시기에 방해가 되곤 하겠지만 끊임없이 묻거든요. 되돌아나올 수 있는 버스 시간대라든지, 그 지역의 다른 볼거리들이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죠. 의외의 수확을 많이 얻곤 한답니다. 계획했던 동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기도 하고, 더 수월한 교통편이나 동선- 혹은 더 좋은 곳을 알려주시기도 하죠. 아마도 혼자 종종거리는 쪼그마한 여자애여서 동정표로 친절을 베풀어 주셨을지도 모를 일이지만요. 그래도 제 경험에 의하면 늘 친절하게 말씀해주셨던 것 같아요. 인심이 무엇인지 배우게 되는 경험이죠. ^>^
(아, 여행 이야기가 나와서 그만 흥분을 하고 이렇게 긴 이야기를^>^ )

비로그인 2004-05-2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여행이 말씀처럼 반드시 좋은것만 가득한것은 아니랍니다. 우선은 즐기며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겠지요... 여행의 단점을 구태어 들춘다면 어디 한 두가지겠어요? 하지만 장점만을 생각한다면 정말 많은것을 느끼는 여행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증명님,
여름 산, 겨울 바다가 진정으로 여행을 즐길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말씀처럼 여행에서의 요령은 정말 얼마나 머리를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비야의 여행기도 추천할만 하지만 역시 서양것으로는 '80일간의 세계일주'그리고 탐험은 '톰 소야와 13인의 소년들"이...우리 나라의 해방 후 첫 여행서는 김찬삼 교수의 여행기가 고전적 여행의 틀을 간직하고 있기에 좋더군요. 아주 어렸을 때 그런 책을 읽다보니 자연히 역마살도 몸에 배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중요한것은 여행지에서는 반드시 민박집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면 민가에서 묶는 것이 그 지방의 토속음식과 인심을 알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빨빨거리며 다니면서 얻은 결론은 일반적으로 알려진것과는 달리 아직도 우리네 인심은 결코 야박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여행은 언제나 즐거워요 ^^~
 
중국고대 불사리장엄 연구
주경미 지음 / 일지사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부처의 입멸후 남긴 뼈가 갖는 의미가 무엇이기에 불가에서는 불사리(佛舍利)라고 하여 애지중지 하는 것일까? 인도의 장례풍습은 風葬과 새가 죽은 육신을 쪼아 먹도록 하는 방식, 그리고 화장 방식 등으로 단지 骨과 肉의 분리를 추구할 따름이며 이에 따라 부처의 입멸후 남은 뼈는 결국은 마른 뼈다귀인 고골(枯骨)에 지나지 않음에도 주변 8개국의 사리 쟁탈전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무엇이며 8만 4천이라는 탑을 만들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은 이러한 불사리에 관한 원초적인 물음과 그 불사리를 어떻한 방식으로 모셔 왔는가에 대하여 그 시원인 인도로 거슬러 올라가 중국에 까지 유입되게 된 경로와 불사리를 담는 용기인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를 다룬 저자 주경미의 박사학위 논문을 근저로 편집한 책이다. 이 책이 갖는 의미는 우리의 탑속에 봉안된 사리도 결국은 인도와 중국을 거쳐 우리 나라에 자연스럽게 전파된 불사리 신앙이 어떻게 정착이 되었는가에 대한 해답과 더불어 우리 나라에서 발견되는 사리장엄구의 형태나 양식이 중국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나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에 불교가 유입된 2세기경의 초기 전파 과정에서 사리가 갖는 여러 가지 특이한 현상(神異현상)이 어떻게 문헌에 기술되고 있는가를 검토하였으며 초기 전도과정에서의 확실한 신앙을 위한 사리가 갖는 제반 사항을 설명하고, 중국의 새로운 종교로서의 불교가 기존에 중국에 널리 퍼져 있던 도교 사상과 결합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초기 불교의 전래과정에서 마른 뼈다귀에 지나지 않는 불사리가 갖는 영험함을 사실, 또는 과장하므로써 기존의 종교인 도교로 파고들게 되는것이다.

  한편으로는 당나라의 측천무후시대에 황실의 비호아래 활발하게 성행했던 불사리 봉송 행사가 중국 西安의 法門寺 塔의 붕괴로 1300년 동안의 지하궁전에 담긴 비밀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지하에 안치되어 있던 부처의 指骨사리(부처의 손가락뼈)가 어떤 형태로 모셔져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함께하고 있어 우리 나라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가 중국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당시 당나라에 유학중이던 자장율사가 귀국하여 신라 감은사탑에 봉안하는데 관여하였던 감은사 사리기와의 양식과 형태의 유사성도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중국에서 발견된 불사리장엄구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다양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해답으로 저자는 "다라니경"이라는 밀교적 경전의 번역에 따라 쉽게 구할 수 없는 부처의 사리 대신 "다라니경"이나 "인조 사리"인 보석류 등을 탑속에 매납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부처의 사리를 안치하는 방법이 지하궁전, 탑속, 그리고 일반적으로 전각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던 3가지 유형의 안치형태를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는 이러한 중국의 불사리 신앙이 우리 나라에 미친 영향과 우리 나라의 사리 장엄구에 대하여 언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대한 중국의 사리기에 관한 연구를 한국 학자가 행하였다는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며, 저자 주경미 박사의 논문도 상당히 방대하였음은 저자의 중국 사리기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하여 우리의 사리기가 중국의 사리기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아 발전하였는지를 알게 해주는가를 알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우리 나라의 사리장엄구에 대한 연구는 방대한 실물사료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사리장엄구의 시원과 그 유입경로에 따르는 변화과정을 先習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발표되는 우리의 사리장엄구 관련 연구는 결국은 반쪽짜리 연구로 우물안 개구리식이며 코끼리의 한 부분만 만지고 발표하는 불사리장엄구에 대한 연구 발표가 되는 셈인데, 이 책을 통하여 우리 나라 사리기에 영향을 준 중국 사리기를 상세히 파악할 수 있으며 이러한 중국의 사례 연구는 앞으로 중국과의 잦은 교류를 통하여 점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의 도서는 나름대로 중국의 불사리장엄에 대한 첫 연구서로서 우리 나라 불사리 장엄구에 대한 연구자에게는 좋은 자료가 될것이다.

                                                                                              < 如          村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