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직자는 매년 신체검사를 합니다. 부려야 하는 입장에서는 멀쩡한 신체가 부려먹기 좋을 것이고 그래서 매년 신체검사를 하는데 좋은 의미로 몸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조직원의 건강 상태를 매년 점검하는것이겠지요. 작년 9월에 정밀 신검을 했는데 금년에는 신검이 5월에 시작되었습니다. X-Ray를 찍고, 피를 뽑고, 팔에는 디스토마 검사를 한다고 두 방의 주사를 놓고....사실 저는 주사 맞는것도 못 볼 정도인데 신체검사 때 마다 몇 방의 주사기가 제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것이 매우 두렵게 여기는 일이라 신체검사가 싫습니다.

2. 1차 검사를 하는 중 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담당 의사가 간장이 '쪼그라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비장도 검사를 하고....비교적 간장에 대한 검사를 오래 했습니다. '간덩이가 부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간이 쪼그라들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는데 비장이 비대하지 않은것으로 보아 간이 그 기능을 비정상적으로 유지하는것은 아니라고 하며, 간의 표면이 조금 거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럼, 간 경변이나 간암 정도 되나요?" 라는 되물음에 의사는 자칫 간경변으로 진행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3. 대충 간이 안 좋으리라는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워낙 잠이 없어 늦게 자는데 아침에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하니 늘 피곤이 쌓이고 비록 낮잠 한번 안잔다해도 피로를 풀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했으니 제가 생각해도 만성 피로증후군 환자가 틀림 없을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조금 일찍 자려고 12시 전에 잠자리에 들어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는 결국 2~3시경에나 잠을 이룰수 있습니다. 하루 이틀에 생긴 버릇도 아니고 중학교때 부터이니 이 습관도 제법 나이를 먹은것 같습니다.

4. 1차 검사의 결과는 재검.....당뇨증세와 간에 대한 재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침을 굶고 와서 채혈을 하고, 또 열심히 줏어먹고는 2시간 반 후에 다시 채혈을 했는데 혈당치가 180이라고 나왔습니다. 정밀 검사를 해서 아마 다음 주 초 쯤에는 최종 결과가 나올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다고 자부해왔는데 이제는 여기저기 무너져 내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5. 그런데 "아는것이 힘이다',"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두 가지 상반되는 속담중에서 어떤것을 택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제 몸속에 병이 있는것을 모르고 지내다가 자연스럽게 떠나는것과 몸 속에 병이 있다고 안달복달을 하다 떠나는것....결과야 어찌 나오든 저는 담담할것 같고, 늘상 해왔고 살아온 대로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지만 아는것보다 모르는것이 훨씬 편한것이 바로 병에 관한것이 아닐까 합니다. 당뇨가 간질환이나 모두 좋지 않은 것이지만 알게 모르게 간질환도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것을 생각한다면 모르고 넘기는게 상수가 아닐까 합니다.

6. 만약 무슨 이상이라도 있는것이 발견된다면 그 다음의 생은 무척 복잡해 질 것 같습니다. 치료를 한다고 법석일것이 뻔 한데 그게 오히려 사람의 진을 빼고, 병으로 인해 그 사람의 삶 마저도 제 간이 쪼그라든것 처럼 쪼그라들 수 밖에 없을것 아니겠어요?  1차 검사 결과가 나온 다음날 모 중앙지에는 당뇨에 대해 비교적 자세한 설명으로 특집을 꾸렸더군요. 당이나 간질환의 모든 원인의 90%가 스트레스라는 것입니다. 저 자신은 스트레스를 안 받는 편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최근의 상황이 제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져왔던 모양입니다. 간이 쪼그라들 정도라면 실은 정말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으니 말입니다.

7. 이제는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지금까지 인간의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살아왔던 제 라이프스타일에 수정을 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조금씩(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많이) 당겨서 일을 처리해야하고 최소한 지금 계획된 제 삶에서 10년은 잘라내고 새롭게 계획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달라지는것은 없겠지만 멈출 수 없는 일들은 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하겠으니 말입니다. 2차 신체검사의 결과가 어떠하든 지금까지 너무 안일하게 살아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자성의 시간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신체검사 결과는 일시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나오기를 은근히 기다려 봅니다.

 어렸을 때 부터 지나가는 관상좀 볼 줄 안다는 분들이 관상을 봐 주십사는 부탁도 없었는데 "어허~ 그놈 참 오래 살겠다"라는 말씀들을 하시는 것을 많이 들어왔고, 또 절간에 가면 노스님들께서도 오래 살겠다고 말씀을 해 주실 때.....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당연히 오래 살것이라고 속으로 생각을 해왔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나름대로의 관상을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지셨기에 그런 말씀들을 하신것이겠지만, 지금 제가 느끼는 제 몸의 상태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닌것 같습니다. 제게 오래 살겠다고 말씀해 주셨던 분들은 단순히 그 길이만 말씀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벼랑벽에 똥칠을 하며" 오래 살것인지는 말씀해 주지 않으셨지요. 즉 빌빌 거리며 억지로 목숨만 붙어서 오래 살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의 신체검사 결과를 보며 오래 사는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고가 확고해 진것 같습니다.  어떻게 나오든 그 결과를 수용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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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05-16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 생활을 하면서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속담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건강 관리하시길 바랍니다.

2004-05-16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5-16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마립간님. 공복에 180이니 더 높은 수치겠지요? 최종 결론이 나오면 자세한 처방도 필요할것 같습니다만, 무엇보다 <가장의 건강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군요. 그런데..마립간님도 의사님이라서인지 최선을 다한 건강관리를 강조하시네요...하하하^^~

프레이야 2004-05-1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수께끼님, 결과에 수용하려는 마음 먹었으니, 걱정 안 할게요.
그래도 아무래도 걱정은 좀 되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결과가 나올거라 믿어요. 너무 걱정마세요. 전에 시아버님이 위암으로 검사결과가 나와 온 가족이 며칠을 공포?에 떤 적이 있어요. 근데 다른 병원에서 재검결과 우습게도 단순 위염이더라구요. 다행이지만 오진하고 겁 준 그 의사가 어찌나 괘씸하던지요. ^^

비로그인 2004-05-1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과가 어떠하든 겸허하게 수용을 하고 설사 몹쓸 병이 온몸에 살아 꿈틀거린다 해도 결코 굴복하지 않고 처음처럼 그렇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실제로 그런 병에 걸려도 천수를 누리는 사람이 죽어가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거든요.....^^~~

2004-05-16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중부고속도로...주말이라서인지 상하행선 모두 많은 차량으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바쁜 일들이 있어서인지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들 달리고 있었는데 앞에 가던 승용차에서 갑짜기 연기가 잔뜩 피어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제 차보다 차량 서 너대 앞쪽에서 달리던 차량이라 뒤에 달려가던 제가 보기에는 뭔지 팍~하고 폭발이 나는것 같더니만 연기가 심하게 나는 것이었고, 그 차량이 앞이 안보여 브레이크를 잡아서인지 뒤에 따르던 차량들도 급하게 브레이크등들이 켜졌습니다.

2.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큰일 날 뻔 했죠, 그 차량은 비상등을 켜고 우측 길 어깨로 차를 대었습니다. 뒤 따르던 차중 1대가 그 차 앞에 또 정차하고, 다른 차들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힘차게들 달려 갔고 저도 그 차량의 뒷쪽 길 어깨에 차를 댔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오버히트 같았는데....  먼저 앞에 섰던 차량의 운전자가 화재가 난것으로 알고는 소화기를 들고 뛰어오는게 보였습니다. 저도 "화재였나? "하면서 차문을 열고 앞 차로 뛰어 갔습니다.

3. 차 곁에 다가가자 철커덕~ 하면서 앞 트렁크가 열리며 수증기가 뿜어져 올라왔습니다. 그리고는 운전자가 차에서 내렸는데 아마도 휀-벨트가 끊어졌나 봅니다. 소화기를 가지고 뛰어왔던 앞 차의 운전자는 "오버히트였나요?' 하며 숨을 할딱 거립니다. 제가 대충 살펴보니 차 엔진 룸에는 벨트가 찢어져서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고, 그러다보니 아마 과열이 된것 같더군요.  조금 시간에 뜸을 들인 후 라디에이터 뚜껑을 여니 속에서 뽀글뽀글...부동액이 끓는 소리가 들리고 아마도 거의 가득 차 있었을 냉각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냉각수를 채워야 하는데 제 차에는 작은 생수병이 하나가 있어 그 물을 부었지만 열기때문인지 치지직~ 거리며 들어가는것이 워낙 양이 적은지라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차량에는 그나마 물이 없어 이제는 차 주인이 고민을 할 차례입니다.

4. 그런데 소화기를 들고 뛰어왔던 아저씨(30대 중반으로 보임)가 고속도로 밑쪽에 1km 정도 떨어진 농가를 보고는 거기까지 가서 물을 떠 오겠다더니 바로 안전막을 뛰어 넘어 농가쪽으로 달려 가는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저는 다른 특별한 이상이 없나를 살펴 보았는데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습니다. 뭐...제가 본닛 안 쪽을 살펴보았다니까 대단한줄 아시겠지만 아주 기초적인지라 누구나 다들 알고 계시는 것이지요. 한 15분 쯤 지나자 물을 뜨러 갔던 분이 어디서 났는지 PET병 3개에 물을 가득 담아서 왔습니다. 얼굴에는 땀방울이 막 솟아나면서 말입니다. 그 물을 부으니 어느 정도 운행이 가능할것 처럼 보였습니다. 마침 음성 휴게소가 얼마 남지 않은 곳이었기에 응급처치는 가능하리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5. 그런데 한 가지 알아두실 일이 있습니다. 휀-벨트가 끊어져서 냉각수의 온도가 올라가는것을 감지하시게 되면 바로 에어컨을 켜십시요. 라디에이터의 냉각 휀은 돌지 않아 냉각수의 온도를 떨굴수는 없지만 요즘 대부분의 에어컨 휀은 냉각수 휀과 나란히 붙어있어 에어컨 휀으로도 라디에이터의 냉각수를 어느 정도는 식힐 수 있답니다. 물론 응급처치에 불과하므로 과속은 안되고 비상등을 켜고 시속 4~50km 정도로 달리시다가 휴게소 등지에서 점검을 받으시면 됩니다.    저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멀리까지 달려온 앞 차량의 운전자 신분이 궁금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고속도로에서 서 있는 차량을 보게되면 일단은 내 일이 아니니 그냥 지나쳐 가기 쉬운데 지나쳐 가기는 커녕 물을 가질러 한참 먼길을 땀을 흘리며 뛰어 갔다 왔으니까요.....

6. 그는 자신은 작은 회사의 판매 사원인데 지방에 납품을 하러 다녀오던 길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화재가 난 줄 알고 소화기를 들고 뛰어 왔다고 하면서 계면쩍어하였습니다. 운전을 하는 일이 많으니 여러 가지 사고나 이런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느냐고 물으니 많이 목격하지는 않지만 거의 대부분 곤란을 겪을 운전자를 생각해서 차에 무슨일이 생겼는지를 살펴보는 편이며, 자신이 도울일이 있다면 기꺼이 도움을 주고는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제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 졌습니다. 저도 가급적 도와주려는 편인데 어느 경우에는 고속으로 지나가는 순간 눈에 들어오기에 "에이...지났으니 그냥 가자.."  하고는 와버렸던 적도 많이 있었기에 자신이 지금 일을 당한 차량의 앞 차 였음에도 갓길로 차를 세우고 도와준 그 사람은 진정으로 남을 위해 돕겠다는 마음을 가진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7. 대충 응급조치가 끝나자 운전자는 음성 휴게소에서 차라도 대접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했지만, 저나 도움을 준 운전자는 괜찮다며 휴게소에서 마무리를 잘 하시라는 말씀을 남기고는 각자의 차량을 타고는 서울로 왔습니다. 이상하게 찻속에서 신나게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들어 CD의 음에 맞춰 고성을 질러 댔습니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입니다만, 저는 그 운전자가 판매사원이라고 했지만 그런 성실함이라면 분명히 자신의 일에도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적어도 자기네 회사에서는 세일즈맨으로서 판매왕에 오른 인물인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더욱 많이 판매하기를 마음 속으로 기원하고 있답니다. 오늘은 날씨는 흐리지만 기분 좋은 하루인것은 틀림이 없답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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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a 2004-05-15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러기가 쉽지 않는건데.... 저런 분들이 정말 멋진 사람들 같아요.

비로그인 2004-05-1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분의 어려움을 보고 그냥 가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야 말로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꾸미는 분들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경우를 볼 때 마다 늘 가슴속에만 담고 있는 저 자신이 용기없는 못난이인것만 같아 그렇게 자신있는 용기로 행하시는 분을 대할 때 마다 부끄러워지기만 한답니다. 정말....마음속에 늘 담고 있는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이 실제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게 되기를 그런일이 있을 때마다 다짐을 합니다만 잘 안되더군요... 한번쯤은 용기를 내야 할것 같답니다.
 

1. 언제부터인가 우리 것에 대한 관심들이 무척 고조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지식화, 정보화 사회라는 기치로 새 시대가 열려감에 따라 혹시 그 대열에 뒤쳐질까를 걱정하면서도 정확하게 정보화나 지식화의 개념이 무엇인지를 몰라 적지 않게 당황도 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가 열린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특별하게 달라진것은 없어 보이는것이 현실입니다.

2. 제가 느끼는 정보화와 지식화에 대한 개념은 소위 인류학자들이 비잉~ 둘러서 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실제로 정보화나 지식화가 대두되게 된 배경은 저 멀리 산업 혁명때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될것 같습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1차 생산품인 농산품 위주로 사회가 꾸려져 갔었습니다. 내가 먹을것은 내가 생산하고 내가 사용할 도구도 내가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서 쓰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인구의 증가와 교통의 발달, 도시의 발달로 인하여 점차적으로 분업적 사회로 사회 구조의 변화가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인간이 해야 할 역할도 나름대로 정해지게 된 것입니다.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농사를 지어 곡식을 생산하는 집단, 그리고 농사를 짓는 도구를 만드는 집단, 옷을 만드는 집단 등등 필요로 하는 공산품을 생산할 여러가지 시설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러한 생산은 소규모 생산이 아닌 대량생산을 통한 공급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구하여 사용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으며 이것이 바로 산업혁명을 이루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3. 산업혁명이란 바로 물질문명의 산물로 볼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그 소유의 정도로 富의 정도를 가늠하며, 인간의 움직임이 귀찮아지고 이에 따라 인간의 움직임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작업들도 기계의 힘을 빌어 편리하게 생산을 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하게 되고 각종 생활에 편리한 도구들을 발명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마라톤 벌판에서 승전 소식을 죽어라고 달려가서 알려야 했었지만, 지금은 침대에 편히 누워서도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생중계를 통하여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모든 시스템은 인간의 편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설정이 되어 발달하였으며 이 덕에 우리는 정말로 편한 세상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4. 나이가 들어 돌아가시게 된 부모의 마지막 소원이 한 겨울에 딸기를 드시고 싶다는 이야기였고 효자인 자식은 그 딸기를 구할 수 없어 전전긍긍 하는데 자식의 효를 어여삐 여긴 산신령이 손에 딸기를 가득 들고 나타나서 돌아가시기 직전의 부모님께 딸기를 드시도록 했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사시사철 제철을 모르고 출하되는 과일로 인하여 우리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해 줄수 있는 옛날 이야기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지 이미 오래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달을 보며 달나라에서는 계수나무 밑에서 옥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이야기도 인간이 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는 우리에게서 멀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산업 혁명이후로 얻은것이많은 반면 우리 인간 내면에서 살아 숨쉬던 진실로 인간적인 것들이 모두 고갈되어가면서 생각할 수 있는 만물의 영장이 점차 사이보그화 되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5.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간들이 조금씩 느끼기 시작을 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자연을 너무 가볍게 여겨왔고 길을 만든다고 산 허리를 자른다거나 공장을 짓는다고 초원을 뒤엎는등 자연 파괴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고 나도 모르게 저녁을 마치고 나면 바보 상자라고 불리우는 TV 앞에 앉아 즐기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을 할라치면 자동차로 쌩~ 하니 달려가면 되었고, 배가 아프면 위 내시경이라는 기계로 몸 구석구석을 이잡듯이 살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삶의 편리함은 결국 <기계의 노예>로 인간을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외계인의 모습을 보면 워낙 기계에 의존을 하다보니 머리만 커지고 손과 발은 가늘어져 기계를 움직일 수 있는 리모컨만을 작동시킬 힘만 갖도록 변화된 모습으로 그려진것을 알수 있습니다.

6. 20세기 말엽부터 똑똑한 미래 학자와 인류학자들이 나타나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기계의 노예>로 변한 인간이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무차별적으로 파괴해 왔던 자연이 신음을 하기 시작을 했고 세계 곳곳에서 그동안 참고 참았던 자연이 이제는 슬~슬~ 인간에게 복수를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20세기 말에 인류학자들은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과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주장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경향은 "자연 친화적"이라는 말로 인간의 삶에 밀접하게 다가왔습니다. 아파트를 하나 지어도 "자연속의 아파트"라고 해야 제대로 분양이 되고 이제는 자연이 결코 우리와 떨어질 수 없는 공동의 운명임을 인식하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기계의 노예>로 부터 탈피하는 방향은 인간이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기계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원래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자는 의식이 싹트기 시작을 했는데 이러한것이 바로 "정보화""지식화"로 대별되어 나타나기 시작한것입니다.

7. 이러한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은 산업혁명 이후의 "소유의 개념"에서 21세기를 맞아 "향유의 개념"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27평 아파트보다는 60평 아파트에 살는 사람이 더 행복했다는 놀리가 성립이 되었지만 이제는 아파트의 평수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만큼의 문화를 향유하느냐?>가 바로 행복의 척도가 되는 시대로 돌입을 하게 된 것입니다. 21세기는 그만큼 다양한 문화속에서 생활을 하는 인간의 모습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8. 문화란 한 시대의 생활양식을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양식의 생산물을 우리는 <문화재>라고 합니다. 이 페이퍼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넘어가버렸던 우리 문화와 문화재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많은 부분은 공감을 하기도 하겠고 반면 다른 의견을 가지고 계실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나라의 문화에 대한 새로운 조명을 추구하고자 하는것이 아니라 그동안 모르고 지내왔던 우리 문화에 대해 다시한번 되짚어 보자는 의미로 꾸며짐을 이해 하시기 바랍니다.

                             < 如       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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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5-12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고 지내왔던 우리 문화에 대한 이야기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수수께끼님 ^^

비로그인 2004-05-12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에 부응하는 이야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관심으로 들려 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1. 제가 이곳에 있다보니 운동 선수가 올림픽에 한번 출전하는 일이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금년은 올림픽 100주년을 기념하여 처음 올림픽이 열렸던 아테네에서 하계 올림픽이 개최되는데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운동 선수라고 아무나 올림픽에 참가를 하는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올림픽 축구팀이 중국을 2:0으로 꺾고 출전 자격을 획득한 것 처럼 매 종목마다 출전권을 따기 위한 시합에 참가하여 출전 자격을 획득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2. 올림픽 출전권 획득은 세계대회 10위권 이내, 또는 각 대륙 선수권 대회 4위 이내, 또는 단일 종목 세계대회 3위 이내 입상 등등 종목별로 각 대륙에 주어진 쿼터가 있어 이것을 따기 위해 종목별로 노력을 하는 것이며, 보통 올림픽 이전까지 서너개의 대회에 참가를 하면서 출전권 획득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입니다. 그중에는 참가한 선수가 상위 입상하여 바로 그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을 하는 <권투>나 <근대 5종> 같은 종목이 있는가 하면 <유도>, <레슬링>,<태권도> 등등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와 관계없이 국내에서 선발전을 통하여 출전 선수를 결정하는 종목이 있습니다.

3. 예를 들어 <유도>의 경우에는 남녀 7체급씩 모두 14개 체급이 있으나 우리 나라 선수가 전 종목에 출전을 할 수 있는것이 아니라 출전권을 획득한 체급만 출전이 가능하며 이 체급에서 출전 선수는 선발전을 통하여 출전을 하게 되는 것이며 실제 출전권을 따온 선수라도 올림픽 선발전에서 선발되지 못하면 그의 올림픽 출전은 좌절되는 것입니다.우리 나라의 체육 정책은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과 같은 생활체육에 기반을 둔 선수 육성이 아니라 특별한 선수를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선발하여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며 육성하는 엘리트 스포츠 위주입니다. 생활체육은 자기가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고 엘리트 체육은 말 그대로 오로지 메달을 따서 국위를 선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주로 후진국형 행태의 스포츠 정책인 것입니다.

4. 우리 나라의 복싱은 그나마 격기 종목으로 매 올림픽때마다 톡톡히 효도를 했던 종목입니다. 그래서 복싱 연맹에서는 각종 세계대회에 우리 선수를 출전시켜 출전권 획득을 하고자 무척 노력을 하고 있으며, 금년도에 들어서도 벌써 4차례의 해외 대회에 파견하여 격전을 치렀음에도 제대로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파키스탄에서 국제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이 대회는 각 체급별로 상위 2명만이 올림픽에 출전을 할 수 있는 대회로 각국에서는 올림픽이 열리기전의 마지막 출전권 획득 기회이기에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모두 참가를 하여 5월 16일 까지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5. 여기에 상무소속의 <홍무원>선수가 플라이급에 출전을 하고 있는데 현재 4강 까지 올라가서 일본 선수와 결승행을 다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일본 선수만 꺾게 되면 결승전에 올라 그토록 바라던 올림픽에 출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올림픽 중계를 지켜보며 단순히 우리 나라 선수가 잘 싸우기만을 바랐었는데, 그 중계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엄청난 관문을 어렵게 뚫어야만 한다는 것을 이곳에 근무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6. 더욱 중요한 문제가 우리 나라 스포츠계에 잔존하고 있는것이 문제입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루면서 선발 인원을 각 단체별로 안배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체육 경기자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XX대학교에서 대표선수가 한 명도 없으면 안된다는 식으로 선발전에서 안배를 하여 선발을 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행태는 국가의 명예를 고양시키는데 우선 목적이 있는것이 아니라 그 학교의 위신을 먼저 고려하여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것입니다.

7. <홍무원> 선수도 최종 선발전에서 상대선수에게 무차별 주먹을 휘둘러 이겼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결과는 잔뜩 얻어맞은 모 대학의 K선수의 손이 올라갔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그 결과에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하여 이의도 제기를 했습니다만, 이런 이의는 전혀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자칫 하다가는 자신들의 권위에 대한 도전 행위로 받아들여져 복싱감독이 자격 정지등의 징계를 받기 쉽상입니다. 억울함으로 흥분한 복싱감독을 달래고 그 울분을 그날의 저녁상에서 토로했었는데 이때 선발된 K 선수는 3차례의 국제대회에서 번번히 초반 탈락이라는 참담한 결과만 가져왔고 출전권 획득이 절실한 복싱연맹의 속을 태우게 만들었습니다.  <홍무원>선수는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이 있으며 국제군인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던 유망주로 제가 판단하기에는 올림픽에 출전하면 무난히 동메달 이상은 획득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선수입니다.

8. 마지막 대회인 파키스탄 대회를 불과 10일 앞두고 다급해진 복싱연맹에서 한가지 제안을 해 왔습니다. 아직도 연맹에서는 K 선수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고 또 말씀드린 대로 특정 학교의 선수를 어떻게 해서든지 올림픽에 내 보내야 하기에 상무의 <홍무원>선수와의 재대결을 통하여 파키스탄 대회에 참가하여 출전권을 획득할 선수를 뽑자는 것이었습니다. 상무로 통보가 온 시기는 체중 조절에 상당히 어려움을 껶을 짧은 시간이었고, <홍무원> 선수는 매일 땀복을 입고 체중 조절을 위해 달리기를 하였습니다. 플라이급은 몸집이 작은 선수라서 살도 별로 없는 상태라 체중을 빼는데는 상당히 어렵지만 시합 당일 아침까지는 +200g 정도까지 몸무게를 맞출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싸우나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조절이 가능한 체중입니다.

9. 최종 결승전은 태릉선수촌에서 벌어졌습니다. 그곳에서 훈련중이던 K선수는 미리 경기일정을 알고 있었기에 사전 체중 조절을 하여서 경기에 특별한 영향이 없었지만, <홍무원> 선수는 체중을 통과하고(주로 아침 8시 이전에 계체량이 이루어집니다) 영양식으로 마련한 죽을 먹고는 경기 시간인 오후 2시에 맞추어 12시 까지 잠을 자게 합니다. 출전하는 날 아침..  컨디션을 물어보니 "좋습니다"라고 답하는 <홍무원>선수는 그냥 슬쩍 밀었음에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렸습니다. 한마디로 제가 당사자가 아님에도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그런 모습이라 무척 측은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오후에 게임에 임했는데 저는 직접 관전을 못했지만 거의 두 배의 포인트로 통쾌하게 이겼습니다.

10. <홍무원> 선수는 K선수가 대결하여 패했던 선수들 모두 이겨본 경험이 있었고, 이번에 파키스탄에 출전해서도 K선수를 꺾었던 다른 나라 선수들을 많은 점수차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한 것입니다. 준결승 상대인 일본 선수를 얕잡아 보는것은 아니지만 일본 선수는 <홍무원>선수의 적수가 되지 못하기에 무난히 결승전에 오를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결승전에 올라 똑같이 올림픽에 출전할 자격을 획득한 상대방과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여기서는 꼭 이길 필요도 없지만 나중에 다시 격돌을 할것에 대비해서 사전 탐색을 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랄뿐입니다.

11. <홍무원>선수가 통쾌하게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게 되면 그 쾌거는 어쩌면 복싱연맹에 대한 통쾌한 반격이 될수도 있습니다. 국가보다는 체면을 중시하는 이 풍토가 다름아닌 우리 나라의 경기 단체의 실정입니다. 제가 실명을 거론을 했습니다만, 이는 비단 복싱연맹뿐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경기 단체에서 행해지는 것으로 이런 행위야 말로 정말 반국가적 행위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홍무원> 선수가 무난히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고 올림픽에 참가하여 메달을 따서 엉터리 선발전을 치룬 연맹에 무언의 항의와 더불어 자성을 하는 계기로 삼게 될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도 열심히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담속에서 경기를 치루며 선발이 됩니다. 양궁같은 종목은 우리 나라의 선발전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일입니다만 이러한 관문을 뚫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정말로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신다면 선수들은 사기백배하여 나라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을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따뜻한 격려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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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side 2004-05-12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런 게 또 있군요. 어쨌든 홍 선수가 출전권을 땄다니 잘 됐네요.
화이팅 하여 좋은 소식 전해주길, 기다려봅니다.

비로그인 2004-05-1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쁜소식을 전합니다. 조금전 파키스탄에서 승전보가 날아 왔습니다. 일본 선수를 압도적인 포인트차로 누르고 홍무원 선수가 결승에 진출함과 동시에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을 하였다고 연락왔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마음속으로 성원을 보내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하며 기왕에 결승에 오른것이니 국제대회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내기를 기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전화로 그간 홍무원 선수가 겪었던 심적 불안 요소를 한방에 날려 보내고 보란듯이 개선하라고 격려를 했고 홍무원 선수는 군인 특유의 정신으로 "녯!! 알겠습니다. 우승하고 돌아 가겠습니다"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좋은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마립간 2004-05-12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원합니다.

비로그인 2004-05-1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홍무원 선수가 우승을 하였습니다. 상대방은 필리핀 선수였는데 많은 포인트 차이로 압도하여 우승을 했다고 알려 왔습니다. 결승은 출전권이 확보된 선수들의 싸움이라 박진감은 다소 떨어졌었겠지만 나중에 올림픽에서 다시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 선수이기에 탐색전과 더불어 최선을 다했던것 같습니다. 그냥 대충 하면 어떻냐고 하실지 모르겠으나 경기, 특히 복싱, 유도, 태권도 등 격투기 종목은 한번 지면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될 때 역시 자신이 없게 되고 승부에서도 패한다고 하는데 이참에 우승을 하고 돌아왔으니 올림픽에서 재 격돌이 되더라도 승리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홍무원 선수에게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할 때 까지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라면서 우리 모두 "홍무원 화이팅!!!!!" 해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1. 지난번 말씀드린대로 제 사무실의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전번 보다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직책이라 눈이 피곤할즈음이면 창가로 가서 바깥 풍경을 내다봅니다. 보이는 풍경이야 늘 변함없는 서울외곽 고속도로의 씽씽거리며 달리는 차들과 송파 I/C로 내려오는 차들이지만 그 풍경도 기후에 따라 여러가지 다양한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구름이 낮게 깔린 날이면 달리는 차들도 왠지 무겁게만 느껴지며 비오는 날에는 차들 조차도 추적추적 거리를 밟고 달리는것만 같습니다. 그렇지만 맑고 화창한 날씨에는 도로에서도 빛이 나며 모든 차들도 살아있는듯 움직이고 있습니다.

2. 제가 사무실을 옮긴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말 그대로 제가 <상무의 조계사>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담장 속의 바쁘게 돌아가는 부대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랍니다. 지금 상무가 위치한 이곳은 예전에 이름만 들어도 군인들이 설설 떨던 "남한산성"이라 불리었던 육군 교도소 자리입니다. 혹여 제가 지금 있는 곳이 중죄를 지은 병사들이 갇혀있던 독방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로 조용한 곳이랍니다. 사람들도 특별히 용무가 있어서 찾아 오시는 분이 아니라면 제가 사무실 사람들을 찾지 않는 한 사무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연구실에 콕~ 쳐박혀 있는 실정이니 말입니다.

3.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지난번 처럼 계분 냄새가 심하게 나지는 않아 걱정은 괜히 했던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조용한 곳의 책상에 앉아 있다보니 무심결에 흘려보냈던 소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후로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자연히 고개를 돌리는 버릇 마져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 소리란 다름이 아니라 구급차의 싸이렌 소리였습니다. 워낙 도로에 차들이 많이 다니는지라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또 자주는 아니지만 급브레이크 소리 이후에 쿵~ 하는 추돌이나 충돌음이 들리기도 하며 곧이어 앵앵거리는 구급차와 구난차의 비상경광등 소리를 듣게 됩니다.

4. 오늘은 정말 출근부터 엉뚱한 기록을 측정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구급차 소리가 하루 근무하는 동안 과연 몇 차례나 나는가를 알아보고자 한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한심한 작태일지도 모르지만 그리 신경을 쓴다거나 힘이 드는일이 아니기에 사이렌 소리가 날때마다 바를 정(正)자를 만들어 가기로 한것입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지도 궁금해서 말입니다.

5. 점심 시간에 30분을 빼고는 밖에서 소리가 날 때 마다 바를 正을 그려 나갔습니다. 어떤 때는 5분도 안지난 상태에서 삐양~삐양~거리고 또 어느 경우는 한꺼번에 여러 대의 구급, 구난차가 한꺼번에 삥삥~거리며 달려가고, 또 어느 경우에는 2시간도 넘었는데도 삐앙~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하고....  그래도 저는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2분 이내에 나는 소리는 모두 한 건으로 취급을 하며 작대기를 긋듯 무심하게 바를 正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저녁 6시가 조금 넘어 퇴근을 했는데 퇴근을 하며 작대기를 보니 9개 하고도 나머지 하나는 완전하게 바를 正자를 그리지 못한 작대기 3개의 모음....정확히 48번의 사이렌 소리를 들었던 것으로 기록이 되어 있었습니다.

6. 서울 도심의 큰 교차로에는 '어제의 교통사고 ㅇ 건, 중상 ㅇ 명, 사망 ㅇ 명' 이라는 통계치를 알리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제가 들었던 사이렌 소리는 구난차뿐만 아니라 중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량, 그리고 소방차나 119 구급차 또는 교통 사고로 인한 사상자를 싣기 위한 차량,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경찰차, 도난 방지를 위한 무인 경보기의 경보를 듣고 급하게 달려가는 경비업체 차량 등등 무척 다양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루..그것도 근무 시간중인 대낮에 48번의 사이렌 소리를 들었다는 것은 무척 많은 사고, 사건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기록한 시간은 그나마 대낮이라 사고의 위험이 야간보다는 훨씬 낮으리라고 생각되며 한 밤중에는 낮 시간보다 훨씬 많은 차량의 사이렌 소리가 삐잉삐잉~, 왱왱~, 뾰삐뾰삐~ 등등의 소리를 내며 달려가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7. 48번의 소리가 모두 사고와 관련이 된 소리라고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 수치는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수치였기에 결과를 대하며 많이 놀랐습니다. 그냥 재미로..단순하게 생각했던 처음의 의도는 사람들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발빠른 움직임속에서 빚어지는 차량사고의 수치로 계산되기에 그만큼 살려고 노력하던 사람들에게 일어난 불행의 수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물론 두 번 다시 이런 숫자놀음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퇴근을 위해 사무실을 나서며 힐끗 처다본 도로에서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저마다 갈길 바쁜 발걸음을 기계의 힘을 빌어 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도로를 바라보는 제 기분이나 느낌에 따라 도로의 느낌도 변하는것 같습니다. 차라리 365일 늘 도로를 보더라도 항상 기분 좋은 나들이를 출발하는 차량의 모습처럼 밝은 느낌이 가슴 가득한 질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가라앉지 않는 밝은 마음으로 도로를 바라보는 혜안이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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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5-12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직책이 맘에 드시는지요?
저도 가끔은 직장이나 하는 일을 확 바꾸어보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지만, 소망과는 달리 하루라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갑갑합니다.
들려오는 구급차 소리 중 상당부분은 사고가 아닌 환자의 이송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희망사항?)
옛날에 응급실 당직 설 때 생각나네요. 구급차소리가 가까와오면 긴장했다가, 그 소리가 병원 앞을 지나쳐서 작아지면 한숨 놓곤 했던... ^^

비로그인 2004-05-12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새로운 직책을 맡으면서 느끼는 것이 바로 저의 이중성이랍니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한가지는 무척 빨빨거리며 활동적인 성격이고 다른 하나는 조용히 앉아 책 속에 몰두하는 것인데 지금의 직책은 제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는 직책이라 너무도 좋습니다. 그동안 읽지 못해 쌓여있는 책들도 한권 한권 읽어가고 있습니다. 제 사무실 사람들은 모두가 연구원들인데 원래 연구라는것이 콩볶듯 금방 만들어 내는것이 아니고 다소 고무줄 같이 질찔 끌어서는 안되지만 여유가 있는 일이기에 조금은 앞만보고 달려온 제 주변을 돌아볼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추적거리는 바퀴소리를 내고 차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한번의 사이렌 소리도 듣지를 못했습니다. 어제 제가 글을 올린것을 알기라도 하는듯(아마 제 창문 주변을 지나가면서 사이렌을 끄는 모양입니다) 조용하군요. 그런데 창밖을 보며 느끼는 기분은 오히려 맑은 날 보다는 지금처럼 비가 내리는 날의 풍경이 훨씬 운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가을산님....모든것을 팽겨치고 한번 일탈을 꿈꿔보세요......용기를 가지시고요...그러면 적어도 한번쯤일지는 모르지만 세상이 달리 보이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