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좀처럼 제것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없는 편입니다. 특히 만원버스이건 경기장이건 감히 제 주머니나 소지품을 노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커다란 실수일 정도로 소매치기나 도둑에는 아주 강하답니다. 실제로 제 물건에 손을 대었다가 콩밥을 먹은 사람들도 몇 명이 될 정도입니다. 민감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 주머니속에 다른 사람의 손이 들어오는것은 재빨리 느낄 수 있어서 다행히 물건을 잃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식당에가서 우산을 두고 온다거나 손에 들고 있던 소지품을 놓고 다니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랍니다. 그와는 반대로 남들이 두고 간것은 눈에 잘 띄어, 열심히 주인을 찾는 노력을 많이 해 본 경험이 있는 편이지요...

2. 그런데, 이제는 늙어가나봅니다. 서서히 노망(치매)의 초기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을 하는것인지 급기야 그저께 저녁에는 소중한 지갑을 잃어버리고야 말았습니다. 제 물건을 처음 잃어버리는지라 그 황당함과 허무함이란 이루 말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지갑을 잃어버리니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는것이 아니겠어요? 지갑속에는 신분증과 운전면허증이 있었고, 2개의 신용카드와 2개의 현금카드, 그리고 대한항공의 Skypass 카드가 들어 있었고 일화 3만엥과 현금이 20만원 가량 있었습니다. 그것이 전재산인데 다 잃어버렸으니 당연히 생계가 막막해 질 수 밖에요....

3. 그날 저녁....감독 몇 사람이 저녁에 분당에 생태찌개를 잘 하는 집이 있으니 식사를 하러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늦은 저녁이었고 거리도 가까운 편은 아니라서 조금 망설였는데 수서<-->분당간 도시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금방 간다고 하여 속으로는 별로 내키지 않음에도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막상 가보니 그 잘한다던 생태찌개는 점심의 서비스 메뉴이고 저녁 메뉴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메뉴를 보니 생태찌개는 5000원으로 비교적 적당한 가격이었는데 고객 유치를 위해 이득없이 점심에만 나오는 메뉴라는 것이며, 저녁은 비교적 가격이 조금 나가는 음식들이기에 일행은 꽃게탕을 시켜서 정말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4. 문제는 식사가 끝난 다음에 발생을 했습니다. 식후 차를 마시는 시간에 저는 식사값을 치루려고 잠시 카운터에 갔는데 제가 식사값을 치루는것을 보고 달려온 일행들이 서로 자기가 내겠다고 실갱이 아닌 실갱이가 벌어졌고, 저는 감독들에게 등을 떠밀려 결국은 제가 식사값을 내지도 못하고 먹던 상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조금은 어색해서 지갑을 주머니에 넣지도 못하고 그냥 상위에 내려 놓았었고, 그마저 어색해서 식탁 아랫쪽 제 발 앞에 두었습니다.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거의 식당이 문을 닫을 시간에 마지막 손님으로 그 식당을 나왔습니다.  제가 지갑을 두고 온것을 알게 된것은 신나게 꿈나라를 들락거리던 밤를 새우고 아침에 출근을 할 때 였습니다. 다른 소지품은 다 있는데 지갑만 없는 것입니다. 어제의 일을 생각해 내고는 "아~ 식당에 두고 왔지..."라는 생각을 하며 출근을 하였습니다.

5. 출근 후.... 전화를 했지만 이른 시간이라서인지 전화는 받지를 않았고, 대충 정리를 하고는 식당으로 달려갔습니다. 제가 식당에 도착하니 이제 막 출근을 해서는 청소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갑 이야기를 하니 보지 못했다는 것이고....저희가 앉아 있던 식탁에 가니 그 식탁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는데도 그 식탁을 담당했던 여자분은 지갑을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참 답답하더군요.....다른 손님들이 있었던것도 아니고 더구나 그 식당의 문을 나서자 마자 바로 앞에 제 차가 있어서 어디 다니지도 않고 왔는데 말입니다. 그 집 사람들이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다구치면서 왜 모르느냐고 할 형편도 못되고 해서 그 식당을 떠나왔습니다. 직원들이 바로 분실신고를 하라고 했지만, 식당에서 다시 찾을 수 있을것 같기에 분실 신고를 하지 않고 다녀왔었고, 허무하게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이곳 저곳에 분실 신고를 했습니다. 그 분실신고라는것이 모두 전화 다이얼을 눌러대는 ARS라는 편리한 방법으로 되어 있더군요.

6. 당장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카드를 사용해야함에도 신고후 15일 정도 지나야 새 카드로 발급을 해 준다더군요. 다행히 S은행에서는 은행으로 오면 바로 해 주겠다고 해서 재발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갑에는 제 주소지를 알 수 있는 명함이 있음에도 혹시나 연락이 올까...라는 생각에 하루를 꼬박 기대감 속에서 보냈지만  결국,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제 생각으로는 영원히 연락이 올것 같지 않습니다. 이제 신분증 재발급이다, 운전면허증 재발급이다 해서 괜한 걸음을 할 일만 남았습니다.

7. 오늘로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 연락은 없습니다. 제가 지갑이나 남의 물건을 습득한 경우에 정말로 기를 쓰고 주인을 찾아주려는 노력을 하여 주인에게 돌려 주었었고, 돌려받는 주인들의 표정에서 그동안의 걱정을 말끔히 씻어버리는 웃음을 보았기에....그 웃음을 찾아준다는 의미로라도 습득물의 주인을 찾아 주는 일이 재미있기도 했었습니다. 저도 은행 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신분증 등은 돌아오기를 기다릴겁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돈만 빼고 신분증은 우체통에 넣는다던가..또는 하수도에 버린다고 하는데 한번 보름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 볼 참입니다. 우선은 제 연락처가 있음에도 아직 연락이 없음은 누군지는 모르나 온전하게 돌려 줄 의사는 없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신분증은 그 중요함을 아시는 분이라면 돌려 주리라는 믿음으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내일 이곳에 " 여러분....제 지갑 온전한 상태로 돌려 받았습니다" 라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데.....그렇게 될까요?

치매 초기증세임을 부인 할 수 없는 형편이 되어버린 셈인지라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만 끙끙 거리지만 실은 처음 겪는 일이 그리 충격적이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도 제 지갑이 제 손에 돌아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믿음은 사회에 대한 믿음이자 상실의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믿음 일 수도 있기 때문이랍니다. 지갑을 분실한것은 어디까지나 제 실수이지 다른 사람을 탓할 일이 아니기에....믿어보고 싶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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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3-0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정도를 가지고 치매 초기면 전 이미 말기겠군요. ^^
옛날에는 1-2년에 한번꼴로 지갑을 잃어버려서 동사무소의 제 주민등록 대장은 사진 붙일 칸이 모자란답니다. 지금은 오히려 덜 잃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04-03-05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음....가을산님의 치매 증상은 말기---> 중기---> 초기---> 정상 의 순서로 가시는 모양입니다.지갑은 예전에 쓰던 지갑으로 바뀌었지만 그 속에는 겨우 어제 재발급 받은 은행 카드와 오늘 재발급 받은 운전면허증 뿐이랍니다.조금은 허전하지만 그래도 보름 정도는 희망을 버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감기약 선전처럼 "치매 조심하세요~~"라고 해야하는건지....

ceylontea 2004-03-05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갑을 잃어버린 것도 속상한데... 그 후속조치를 하다보면 더 화가 나지요... 전부다 분실 신고하고, 재발급 받아야 하고.. 더러는 직접 방문해서 조치를 해야하니.. 잃어버린 지갑에 돈에 후속조치에 따른 시간까지..
요즘엔 저도.. 회의가 많아 이리저리 다니다가 제 물건을 이리저리 흘리고 다니는 심각한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심해야겠어요...
수수께끼님 지갑이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비로그인 2004-03-05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어느날 택배가 와서 지갑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다면 실론티님께도 기쁜 소식을 재빨리 전해 드릴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아무리 보잘것 없더라도 원 소지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을수도 있기에 항상 소지품 관리에 조심을 하시기 바랍니다.

ceylontea 2004-03-0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저는 오늘 백화점 가서 쇼핑하고 사은품 타러 갔다가... 카드를 잃어버린 것 같아요....
지금은 카드분실신고 하러 들어왔다가 잠간 들렸지요... 카드를 잃어버리고 나니.. 수수께끼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바로 어제 물건 흘리고 다닌다고 조심해야지 하고서... 오늘 흘리고 오다니... ㅠ.ㅜ

비로그인 2004-03-0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실신고를 하셨으니 다행입니다만, 정말 잠깐의 방심이 의외로 일을 번거롭게 만들더군요. 실론티님의 카드도 좋은 분이 습득하셔서 고이 돌려보내지기를 기다려 보겠습니다...
 

알라딘에서 무거운 택배가 제게 온지도 벌써 3주가 넘었습니다. 테이프를 부욱 찢고 도서가 주문대로 왔는가를 알아본것과 모두 몇권인가를 알아본것이 꽤 되었음에도....아직도 제 방에는 바닥에서 책들이 먼지만 먹고 숨죽이고 있습니다.

발표할 논문을 돈 조금 들인다고 일일히 칼라프린터로 뽑고있는데 매일 퇴근후에 그 일에 매달리다보니 정말 책 읽을 시간 없더군요....   뭐라구요? 알라딘에 오지 말고 책을 읽으라구요? 아이구...저 잠깐 잠깐 들어와서 글을 남긴답니다. 그나저나 발표할것에 칼라사진이 많아서 인쇄비가 어마어마하더군요. 발표 한번에 천만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야 할 일이 없길래....욕심은 칼라로 하고 싶고....그래서 시작한것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거의 하룻밤에 잉크 카트리지를 두 서너개 바꿔야 하고(그러니 당연히 리필을 쓴답니다) 칼라사진을 스캐닝 해 둔것의 용량이 크다보니 인쇄 속도는 말도 못하게 느리고...그러니 알라딘에서 보내준 도서들이 찬밥으로 전락하여 저렇게나 푸대접을 받아 매번 방문을 열고 들어가며 바닥에 놓인 책들과 눈이 마주치면 미안하고는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마이리뷰는 올릴수가 없답니다. 어서 마무리를 하고 열심히 읽고는 마이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없더라도 제목처럼 책을 버릴수는 없잖겠어요?? 기다리시는 분들께서는 기왕 기다리신것...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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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3-0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리 된지 오래되었답니다... 그냥.. 언젠가는 읽겠지 하고는 있는데...
참 신가한 것이 책이란 놈은 읽다보면 자꾸 읽고 싶은 책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프레이야 2004-03-0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수께끼님, 논문준비로 바쁘시군요. 기다리지요.
 

1. 지난번에는 만년필에 대해 말씀을 드렸었는데 오늘은 늘 팔목에 붙어있어야만 하는 시계에 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누가 시계를 만들었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시간의 기준을 설정하기란 참 어려울텐데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의 기준을 설정을 하고 맨날 시계를 들여다보며 하루를 살아가게 만들었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욕심 같아서는 제 나름대로의 시간 설정으로(예를 들어 하루를 50시간으로 한다던가..등등) 사용도 하고 싶지만 객관성이 결여됨은 물론이고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것 같아 참기로 했습니다. 하여간 어떤분들은 시계가 귀찮아서 외출을 마치거나 또는 심지어는 사무실의 책상위에 풀어 놓고 계시는 분들도 있던데, 제게 있어서의 시계는 인공심장에 달린 박동기를 움직이는 건전지와도 같아서 단 한시도 제 곁을 떠나서는 안됩니다. 어쩔수 없는 경우(목욕중이라거나 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나깨나 늘 제 손목에 붙어 있어야 한답니다.

2. 그런데 제게 나쁜 버릇이 있어(이 버릇은 신경이 예민해서인것 같습니다) 자다가도 시계의 째깍~ 거리는 소리를 듣게되면 잠을 깬다는 것입니다. 한참 곤하게 자다가 몸을 움직이며 손목을 얼굴에 가져가는 순간 째깍~거림을 알게 되고...그 다음에는 잠에서 깨어 버린다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결혼 예물로 받은 시계(어떤 시계라고는 구체적으로 밝힐수는 없지만 1. 비싸다  2, 시간이 잘 안맞는다.  3. 무겁다....라는 3대 단점을 가진 시계입니다)는 신혼여행때부터 제게 구박을 받고는 아직 제 팔목에 감긴적이 한번도 없답니다. 그렇다고 내다 팔려니...명색이 결혼 시계이고 그 당시보다 가격이 떨어졌어야 함에도 오히려 지금은 가격이 더 올랐더군요. 한창 유행했던 CACIO시계는 전자시계라서 째깍~거리는 소리가 없어서 좋았기에 늘 제 팔목에 붙어 있어 충실한 계시원 노릇을 했더랍니다.

3. 그런데, 제게는 이상한 버릇이 생기기 시작을 했습니다. 한번 찬 시계는 딱 1주일만 차고 다른 시계로 바꿔차는 버릇입니다. 두 개면 두 개로 세 개면 세 개를 번갈아 차는 버릇이 생겨버렸습니다. 꼭 그렇게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그런것은 아닌데도 이상하게 습관적으로 그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같은 회사의 제품이 시계 판의 색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예를 들면 GUCCI 같은 경우에는 똑같은 형태이나 문자판의 색이 삼색, 검정, 흰색 등 3가지로 나옵니다) 이럴 경우에는 3가지 모두를 번갈아 가면서 차게 됩니다. 1주일간을 제 손목에 있었던 것을 다른 시계로 바꿔차는 습관이 들고나서부터는 시계를 나열하는 습관도 붙게 되더군요

4. 이런 습관은 급기야 책상의 한쪽면(제 책상은 책상과 책꽂이 일체형으로 문을 열면 그것이 책상이 되는지라 그 옆면에 공간이 있답니다)에 칼라 압침을 꽂아서는 시계를 주르륵 걸어두고는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시계로 골라차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무심코 시계를 걸어두던 그 곳에서 숫자를 세어보니 자그마치 14개의 시계가 매달려 있더군요. 나중에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이곳에 한번 올리겠습니다만 그동안 무심코 습관적으로 한 행동들이 알게 모르게 시계 컬렉션까지 겸하게 된 것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한가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무심코 눈에 띄는 시계를 골라서 팔목에 찼었는데 이제는 의식적으로 시계중에서 "어떤 시계를 찰까?"로 고민을 조금 해야 될것 같아서이기에 말입니다.

5. 제게 있어 시계는 떠날 수 없는 운명입니다만, 저를 보는 남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철....가끔 필드에 나가면 땀이 비오듯 하는데도 시계를 차고 운동을 하니 가죽줄이 염분을 먹게 되고...그러면 쉬이 상하고...테니스를 하더라도 시계를 차고 하니 역시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는데도 악착스럽게 풀어 두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건 시간을 이용을 하기위해 시계를 소지하는 것인지..아니면 시계의 노예가 되어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애매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이 제가 분명히 밝히고 싶은것은 결코 의식적으로 그러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도 모르게 이상한 습관이 붙어버린 모양입니다. 컬렉션의 의미도 마찬가지로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렇게 된것이고 구태어 이름있는 시계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가진것도 아니었습니다. 뭐...멋을 부리고 다닐만한 위치에 있는것도 아닌 군복을 입는 군인이기에 고급 시계는 필요없는 처지겠지만 한 개, 두 개 모인 시계가 나름대로는 다 사연을 가지고 있는 시계더군요.

6. 언제까지 시계 바꿔차기가 계속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다가 늦잠을 자는 경우 허둥대며 출근을 하다보면 욕실에 시계를 두고 온것이 생각나게 되고, 그런 경우라면 우선은 출근이 더 급한것이 당연함에도 다시 돌아가서 시계를 꼭 챙겨야만 하는것은 한마디로 편집광적인 병증에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단 한번도 "그렇게 해야지..."라고 의도적으로 기획을 해서 그렇게 한적은 없었다는 점인데 무의식속에 담긴 증세도 증세는 증세일것 같습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요?  남들에게 해코지 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14개의 시계중 단 하나도 알람시계가 없는지라 아침잠을 깨우는 알람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말 그런 시계가 있었다면 아마도 지금쯤은 박살이 났을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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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3-05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개의 시계라.. 많기는 하군요...
하나 하나 소홀히 할 수없으니.. 번갈아 차야지요...
그런데.. 단점은 시계는 가야하는 것이니 정기적으로 바꾸어 차려면 밥도 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비로그인 2004-03-0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맞아요....어떤날은 아침에 시계를 차고 나갔는데....시간을 보니 전사한 시계일 경우도 있더군요. 그 후부터는 쪼르륵 걸려있는 시계의 바늘이 움직이나 멈추었나를 살펴보는 버릇이 생기기도 했답니다. 나중에라도 걸려있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1. 언제까지고 우리 곁에서 어리광만 부릴것만 같았던 딸 아이가 오늘 대학의 기숙사에 입사하였습니다. 자기 방에서 기숙사로 가져 갈 짐을 챙기는데도 몇 시간이나 걸리고, 뭔지는 모르지만 종이박스에 잔뜩 집어 넣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다행히 주말을 맞아 제가 집에 내려가기에 제 차로 짐들을 기숙사로 날라야 했습니다.

2. 무슨 짐이 그리 많은지....  웬만한 없는 집 이사가는것 같았습니다. 대학 정문을 들어서고 기숙사 앞에 도착을 하니 벌써 많은 학생들이 입사 준비에 정신들이 없었습니다. 재학생은 방학 동안 집에 갔다가 다시 방을 배정 받아 새로운 방친구를 기대를 하며, 어떤 학생들은 부모가 차량을 이용하여 직접 짐을 가져다 주었지만, 어떤 학생은 집이 멀거나 혹은 차량으로 직접 날라줄 형편이 안되어서인지 택배 차량을 이용해서 짐을 부쳐온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여학생 기숙사 입구는 수재를 만나서 가재도구를 꺼내 놓은 것처럼 짐들로 가득하여 정신이 없었습니다.

3. 아이의 방은 3층이었고, 4인실임에도 두 사람만 사용하도록 배정이 되었습니다. 이층 침대 두개에 책상 4개, 의자 4개, 옷장 4개, 설합도 4 개 ...  모든 집기가 4인 기준으로 준비되어 있었지만 방은 매우 협소하였고, 짐을 다 넣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겼습니다. 다행히 4인실에서 두 사람만 생활을 한다니 그나마 좁은 공간에서나마 4명이 다 들어간 숙소보다는 다소 여유가 있을것 같더군요. 두 서너차례 짐을 옮기니 벌써 그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더군요.

4. 딸아이는 커서 배필을 만나게 되면 시집을 보낸다고 하는데, 고이 길러서 다른 집에 보내는것이 조금은 억울해서인지 부모, 특히 어머니는 경사스러운 혼삿날에 눈물을 흘리시기도 하시지요. 아니...그보다는 늘 뒷바라지를 해 주던 딸아이가 곁을 떠나니 수족중 하나를 잃은 것 같은 느낌이기에 눈물을 흘리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도 집을 떠나 장기간 지낸적이 없는 딸이기에 아마 에미의 입장에서는 무척 서운했던것 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2학년 때 배낭 여행으로 일본에 열흘 정도 다녀온것이 아마 가장 오랜시간 집을 떠나가 있었던것 같군요.

5. 저야 남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숙사에 입사하는 딸아이를 보며 "이제는 다 컸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이는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동료와 선배들에게 인사하기 바쁩니다. 에미는 딸의 짐중에서 무엇이 빠졌는지....시집가는 딸의 혼수를 준비하듯 찬찬히 짐들을 꺼내며 정리를 합니다. 늘 딸아이의 방에서 보아왔던 눈에 익은 물건이건만, 그것들을 하나 하나 정리를 하며 새로운 집에 입주하여 새롭게 장만한 물건인듯 놓아둘 자리를 찾기에 여념이 없지만, 딸아이는 제 물건이면서도 물건을 정리하기 보다는 친구들과 인사 나누는데 더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한국의 어머니는 다른 나라의 어머니들 보다 훨씬 자신의 자녀들에게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진작에 아는 일이지만 어디 부모 곁을 떠나기라도 하면 특히 딸에 관해서는 안절부절 못하는것 같습니다.

5. 아이를 남겨두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천덕꾸리기만 같았던 딸 아이의 집에서의 습성에 대해 늘어 놓기 시작을 합니다. "맨날 늦게 자고 늦게 잃어났는데 아침 강의나 제대로 들으려나?"  "선배들이 술을 먹인다는데 술도 못하는 아이가 술먹고 토하거나 하면 어쩌지??" "빨래방이 있지만 빨래는 제대로 할까??"........등등...   제가 듣기에는 전혀 걱정 같지도 않은 걱정을 두 세차례씩 반복을 하는 것입니다. "이제 이게 첫 번째 이별연습이야...."  "길어봐야 6~7년후면 애는 우리 곁을 떠나는데 이제부터 차근 차근 이별 연습을 해 둬야지..." 아무렇지도 않은듯 내뱉는 제 말이 아내에게는 야속하게만 들리겠지만 하나의 개체로 성장한 아이가 이제는 부모의 부속물도 아니고 스스로 행동하고 말하며 책임을 져야 할 나이가 되었으며,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스스로의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할 나이가 되었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6. 이제 큰 집에는 주중에 아내 혼자만 남게 되었습니다. 저도 직장 때문에 서울에 있고, 아이마저 기숙사로 들어가 버렸으니 주말에나 얼굴을 보게 될것이고(그나마 딸이 다른 약속이 없어야 가능 하겠지만요...)...이사를 하기 위한 아파트는 지금 한창 공사중이라 서울로 오기도 어렵고....하여간 막내 딸인 '아롱이"와 함께 보내야만 하는 것입니다. 집을 떠나오며 "TV에만 정신 팔지 말고 박물관 대학을 다니던 운동을 하던 뭐라도 해서 시간을 보람되게 쓸 방도를 찾아봐"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거의 매일 딸 아이와 씨름을 하다가 이제는 해방 되었구나...라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일상이 되어버린 그 생활이 차라리 그립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집을 나서는 그 순간에도 아내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짐 정리를 다 했느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딸 아이와의 첫 번째 이별연습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 애가 새로운 세계에 적응을 하며 부모와는 만날 시간도 줄어들고 한편으로는 그 아이의 마음속에 부모를 그리워하며 생각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겠지만, 아무쪼록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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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03-0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미령의 노래, '내가 난생 처음 여자가 되던 날'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세월은 흘러가게 마련이지요.(나이 어린 사람이 이런 이야기해도 되나?)

비로그인 2004-03-01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마립간님....아이들이 태어날때는 "언제 키우나?"라는 걱정이 먼저입니다만, 알게 모르게 저절로 키운듯이 다 커버리는데 그게 잠깐 사이랍니다. 저나 마립간님이나 뭐 고부고부(이런말 쓰면 안됩니다 ^-^) 일텐데요.... 참 세월이 빠르다는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날이 아니었나 생각되더군요...

가을산 2004-03-02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약혼식 때 아버지께서 하객들에게 인삿말을 하실 때 눈가에 눈물이 맺힌 것을 보고 가슴이 찡했던 기억이 나네요. 약혼이라 식이 끝나면 집으로 같이 갈 것이었기 때문에 집을 떠날것이라는 실감이 나지 않았던 때라...

비로그인 2004-03-0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아 분양을 할 때도 그 아쉬움은 매우 커서 못내 섭섭함을 달래기 어려울 때가 있더군요. 그래도 영원히 소멸되거나 사라지지 않으니 다행이지만, 늘 붙어 있다가 떨어져야 한다는것에 더 미련과 아쉬움이 많은가 봅니다. 그런데...가을산님... 약혼식은 언급을 하셨는데...결혼식때도 울지 않으셨는지요?
 

인간에게 있어서 학습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학습이 알라딘의 독자들 처럼 많은 도서를 읽음으로서 이루어 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지식을 축적하기 위한 학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아이들의 율동을 원하는 무용등은 쉼 없는 연습을 통해야 학예회장에서 얼굴이 빨개지지 않을 것이니 이것은 행동 학습이 되겠지요. 학습은 반복적인 행위, 또는 연속적인 행위를 통해서 습관화되며 그 행동은 반복적인 것과 반복되지 않지만 형태나 과정이 같은것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생활 환경이 차츰 나아지고, 먹고 살려고 아들바등거리던 시절을 보내고...이제는 어느 정도 배에 기름끼도 낄 때니 당연히 조금은 돌아다니면서 소위 말하는 관광을 하며 여유있는 삶들을 살고자 노력들을 합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은 단지 그곳에 다녀 왔다는 사실 하나로 만족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반드시 증명 사진을 남겨야만 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이상하게 역마살이 끼어서인지 어려서부터 빨빨거리고 잘 돌아 다녔습니다. 그런 이면에는 길에 대한 눈썰미가 여타 사람들과 달라 아주 동물적인 길찾기 감각을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밤에 눈을 가리고 모처에 갔더라도 다음번에는 그곳을 찾아 갈 정도로 선천적으로 길 찾는것은 타고난것 같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는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녔으니 떠돌이 생활도 꽤나 이력이 붙어 있는것 같습니다. 현재의 신분으로는 마음 놓고 다니지도 못하는것이 당연하겠지만, 이상하게도 주말에는 완전히 해방이 되는 부서에만 근무를 해서 주말에는 마음껏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살아온 날들 중...몇 주일인지는 모르지만 주말만 따져도 꽤나 많이 돌아 다녔고, 그 덕분에 우리 나라의 방방곡곡을 손바닥 보듯이 뻔하게 알 수 있고, 오히려 시골이 고향인 분들보다 그 지역에 대해 더 잘 아는 경우도 있게 되더군요.좁다고만 여겼던 우리나라의 방방곡곡에는 정말로 가볼것이 많다는것을...그리고 여타 외국보다 우리 나라가 너무도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해외여행을 하다보니 에펠탑의 꼭대기에 누구누구 언제 왔다 가다...라고 흰 글씨로 손도 닿지 않는곳에 써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정말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여행을 많이 다니나 봅니다. 제가 여행을 다닐때는 몇가지의 필수적인 사항이 있습니다.  우선은 어디를 가던 그 지역의 풍습을 알고자 합니다. 당연히 머리에 넣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노트는 필수랍니다. 두번째는 사진기 입니다. 그 지역을 거시적, 또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카메라에 담습니다. 세번째는 먹을 곳 입니다. 반드시 그 지역에서 한끼는 해결을 하며 그 지역의 음식에 대한 미감을 느끼고자 합니다. 간단하게 말씀을 드렸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것은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하느냐에 따라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나가 결정 된다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질적일 수 있는 문화에 대해 깊이 있게 관찰을 하는 편입니다. 문화인류학자도 아니면서 그런 깊이 까지 알려고 하느냐는 분들도 계시지만 문화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가장 쉽게 여행지를 이해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외에서는 더더욱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서구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진 것은 결국 주변국의 문화접변에 의한 것으로 비록 우리네 문화속에 서양 문물이 파고 들었지만 아직 우리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남아 있는 것은 그들의 문화가 우리네 문화와는 그 근저가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페이퍼를 통해서 국내와 해외의 여행을 통해 재미있었던 일들과 꼭 가봐야 할곳...그리고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나중에라도 꼭 가보신다면 좋은 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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