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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미술사 초고
고유섭 / 대원사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리뷰를 올리는 것에 대해 상당히 망설였다. 글의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젊은 나이에 타계한 우현선생의 천재성을 자칫 손상시킬 위험이 있기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우현선생은 세키노(關野貞)이후의 박종홍,김재현 등과 함께하는 우리 미술사학계의 선두주자로 40세의 나이로 해방 한해전에 개성박물관에서 안타깝게 타계하였다.
우현이 남긴 글을 보면 어찌 젊은 나이에 그렇게도 우리 문화재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쌓았는지...얼마나 공부를 하였기에 20대 후반에 벌써 우리 건축미술사에 대하여 이렇게도 날카로운 눈으로 해석을 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우현 선생의 선구자적 역할에 따르는 섬뜩함을 느낄 정도로 그는 천재였다. 우현 선생이 그렇게 했기에 오늘날 후학들도 우리 미술사학계의 선구자로 그의 이름을 맨 앞쪽에 언급하는것에 대해 아무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책의 구성은 조선건축 전반에 관하여 총론적 설명을 하고 이어서 삼국이전의 상고시대, 그리고 삼국시대와 고려,조선,마지막으로 대한시대의 건축을 설명하고 있으며,부록으로 백제의 건축 한편을 담고 있다.
우현 선생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는가는 책에 관련문헌으로 소개된 고문헌을 보면 알 수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기본이고 <후위서(後魏書)>, <낙양가람기>, <조선부(朝鮮賦)>, <위지(魏志)>, <후한서>, <삼국지>, <영조법식>등 셀수없는 古書속에 나타나는 건축관련 내용을 참고로 하고 있다.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방대한 자료를 뒤적거린 우현 선생의 노고에 새삼 머리를 숙일 따름이다.
책의 제목은 <한국건축미술사 초고>지만, 塔을 비롯한 분묘, 사찰 건물, 궁궐, 성곽을 비롯하여 특수건축물인 첨성대, 석굴암 등등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물론, 학술적 측면에서 따진다면 다루고 있는 부분의 설명과 연구내용이 상당히 부족한 면도 없지 않지만 중요한것은 우리 미술사학계의 선구자로서 건축물에 대하여 한국인이 처음으로 평가한 미술사 연구의 습작이라고 평한 황수영 선생의 설명이 바로 이 책이 갖는 진정한 의미라고 할것이다.
비록 습작이라고 우현의 업적을 낮추었다해도 1930년대에 20대의 나이로 이 정도의 연구를 한것은 누가 뭐라해도 그의 천재성과 우리 문화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의 결과라 말하고 싶다. 우현의 글을 읽으면 단순한 학문적 설명속에 감상적인 면이 많이 내포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우리 미술품을 보는 우현선생이 미학적 측면의 심오한 심미안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수 있게 해 준다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