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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術史와 나 - 미술사는 나에게 어떤 학문인가
권영필, 민주식 외 지음 / 열화당 / 2003년 3월
평점 :
인류학, 고고학, 미술사학등이 인문학의 꽃이라는 말들은 자주 한다. 물론, 서로의 학문이 우월하다고는 하지만 학문의 우열을 따지는 일만큼 실상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열 여덟분의 2세대 미술사학자들의 입문 동기와 배경...그리고 자신이 미술사라는 학문에 뛰어들어 보람되었던 순간들을 담고 있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1세대인 박종홍,고유섭,진홍섭,황수영,김재원,김원룡등 제씨의 뒤를 이은 2세대를 이루던 미술사학자들의 이야기는 늘 겪었던 이야기임에도 처음 듣는것 처럼 흥미롭기만 하다.
이 책이 왜? 비닐포장을 했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도서에 격을 넣으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미술사학은 정말로 긴 여정임에 틀림이 없고 또 그 말에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동감하고 있다. 18분의 입문동기나 전공을 보면 나의 경우도 비슷한것 같아 무척 흥미가 있다. 미술사학이 단순한 동경의 학문이 되어서는 안될것이라는 경고를 선학들은 말하고 있는데 겁없이 취미삼아 뛰어든 학문의 길이 고됨을 그들은 토로하고 있다.
학문에 뛰어들어 정신없이 공부했던 님들의 말씀은 타산지석이 되어 지금껏 게을렀던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하게 해 준다. 과연 서바이벌의 학문 세계에서 그들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으며 오늘날 대가라는 자신의 위치를 확보했는가를 알 수 있었으며 그냥 단순하게 종사하는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생과 피나는 노력이 오늘날의 18분을 만들었다는것을 자랑 반 자조 반으로 담담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물론, 이 책에 글을 쓰지 않으신 분들도 많고 소위 타이틀이라 할수 있는 학위를 갖지 않고서도 향토에서 묵묵히 미술사학에 임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이분들을 향토사학자라고 하던가?) 그분들 모두 글을 쓰신 분들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미술사학 공부의 길을 걸어왔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미술사와 나>라는 제목만으로 이 책을 구입한 분이라면 조금 실망을 할 수도 있을것 같다.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을텐데 이 책에서는 일부 언급이 되어 있으나 학문에 접어드는 길일뿐인지라 혹시 미술사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도서를 구입하신 분이라면 조금은 짜증도 날 일이다. 하지만, 지금 미술사학을 공부하는 분이라면 이 책은 그들이 앞으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할것이다.
이제 2세대도 일선에서 물러 날 시기가 되었고 3세대 미술사학자에게 자신들의 임무를 바톤터치하는 의미도 담고 있는데 1세대의 '왜?'에서 2세대의 '어떻게'를 거쳐 3세대의 새로운 ' ? '에서 물음표에 맞는 정답을 요구한다고 할것이다. '무엇을'이 될지 아니면 '그런데?'가 될지는 모르지만 2세대들은 자신들의 여정을 글로 남겨 후학들에게 현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