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석굴 - 인류의 위대한 유산 2
타가와 준조 지음, 박도화 옮김 / 개마고원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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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모 TV에서 일본 NHK가 제작했던 '실크로드'를 방영할 때 나는 신비스럽기까지 한 오카리나의 연주속에 펼쳐지는 실크로드의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기고는 했다. 그 때는 중국과의 수교도 되지 않은 상태라 어쩔수 없이 일본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방영했었고, 그후 이와 유사한 몇 차례의 국내 제작 방송도 있었지만, '실크로드'가 마음속에 남긴 감동에는 미치지 못했다.

돈황의 그림과 불상....우리 석굴암이 종합 건축에 해당한다면 돈황은 굴을 파서 만든 석굴이다. 이 책에는 모두 17개의 굴에 대한 설명이 사진과 함게 담겨 있고, 16굴과 연해 있으며 16굴의 부속굴 처럼 작은 공간으로 경전이 발견된 17굴... 장경동(藏經洞)에 관한 몇가지 의문에 대하여 북경대 교수인 마스창(馬世長)이 풀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외국 서적을 통하여 돈황을 접해 보았지만, 이렇게 국내 번역본으로 접해 본것은 처음이라 무척 기대를 했는데...다행히도 기대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돈황은 불교 미술의 보고이다. 특히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2세기 이후부터 盛唐, 晩唐시기에 이르기까지의 불교가 크게 융성했을 때 이루어진 불교미술의 결집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돈황석굴의 불교미술사학적 기능은 무척 크다 할것이다.

돈황 석굴에는 여러 형태의 불상이 있고, 고구려 고분에서 볼 수 있었던 말각조정형 천장을 비롯한 여러 천장형태에 현란하게 그린 벽화가 있고, 악기가 있으며, 하늘을 날라다니는 비천이 있으며, 당시의 인물을 통해 복식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群舞와 짐승이 있고 수없는 부처의 그림이 들어 차 있다. 아직도 이러한 돈황석굴의 발굴이 진행된다니 이 속에 담겨 있는 1천 여년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사막의 한가운데 위치한 돈황석굴...말 그대로 마른 뼈다귀인 枯骨만이 길을 안내한다고 말했던 法顯스님의 말 처럼 전혀 사람이 살 수 없고 길조차 찾을 수 없는 곳에 만들어진 돈황석굴은 앞으로도 불교 미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영원한 보궁으로 남게 될것이다.

한가지 아쉬운것은 도록이 아니라 돈황석굴에 대한 개관서이기에 돈황석굴 구석구석의 사진을 골고루 다 볼 수 없음이다. 언젠가는 우리 연구진에 의해 말 그대로 '돈황학'을 이해하기 위한 충분한 답사로 우리 손으로 만들어지는 돈황석굴의 모든것을 사진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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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진신사리 1
웨난 지음, 유소영 외 옮김 / 일빛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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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난의 작품이 '소설같은 픽션'임은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법문사의 비밀'을 보다 넓게 펼쳐 놓았다고 보면 될것이다. 2세기 이후 중국에 불교가 전래되면서 황실의 비호와 발원아래 성행했던 당나라의 불교 유물이 1천년이 지난 후에 우연치 않게 발견됨에 따른 세간의 놀라움과 고고학계의 발굴 과정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적절히 삽입하므로서 우리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에서의 문화적 변동사를 엿 볼수 있는 것이다.

지궁이라는 신비로움에 근접하는 학자들의 자세와 지궁에서 발견되는 유물의 예술적 가치는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는 지름길임을 비춰 볼 때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하겠으나, '법문사의 비밀'에서 다루어 졌던 것을 같은 시각으로 재편집 하였다는 비난은 면키 어렵다. 다만, '법문사의 비밀'에서 간단하게 넘어갔던 '봉진신보살'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돋보이고 있으며, 법문사탑의 붕괴와 이에 따른 대책이 비교적 상세히 묘사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경산사의 寶帳에 대해 언급하므로서 '한백옥영장'과 보장의 유사성을 독자들이 인식하게 해 주었다. 이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장엄(귀하게 여기고 꾸민다는 의미)하는 방법과 장엄 용기에 대한 설명으로 8중보함을 비롯한 각종 보물, 동전 등의 부장물을 소개하므로서 당나라가 불교를 받아 들일 당시에 부처의 진신사리를 얼마나 소중하게 관리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책은 모두 6개의 장(1권)으로 구성되어 작은 꼭지를 달고 있는데, 웨난의 글은 시제가 왔다갔다 하는 -장점일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 구성으로 과거와 현재가 뒤죽박죽이 되는 경향이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글의 전개상 이러한 구성은 글을 읽어가며 시제가 바뀜에 따라 자꾸 앞장의 끝난 부분으로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는 불편함을 안겨 주고 있다.

한편으로, 이 책의 번역을 맡은 두 사람의 노고에 감사하고 싶다. 두 번역자가 부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웨난의 글은 불교의 전문용어로 번역이 곤란했을 내용들이 상당했었음이 분명함에도 내용이 충분히 전달 될 수 있는 번역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리기에 관한 변변한 서적 조차 없음에도 그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번역에 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전문가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내용들에 대해서도 저자 웨난이 전하고자 했던 내용들을 충실히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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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의 전통과 향기
홍윤식 지음 / 민족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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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유형의 문화 보다는 무형의 문화에 비중을 두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전통에 얽매여 새로운 창조의 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문화에 대한 따뜻한 애정의 표시이며 현대에 접어들어 창조적 전통을 발휘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저자는 불교경전에 있어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해박한 지식은 바로 무형의 우리 문화(여기서는 문화의 산물인 문화재를 말한다)의 변화 과정과 앞으로 전통이 어떻게 발전되어 나가야 할지를 전통을 계승한 새로운 문화의 '창조'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무형문화재의 전통을 현대에 되살리는 장인의 공예정신을 찾고자 '불교미술대전'을 마련하고 벌써 몇회째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이 대전에 출품된 공예품을 접하며 많은 실망을 하였다. 그 이유는 모방이 아니라 전통의 새로운 창조를 추구하여 이러한 출품작을 기대하였던 것인데 출품작 대부분이 과거 유물의 재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즉, 과거의 찬란한 문화적 향기를 현대에 어떻한 창의적 요소를 가미하여 발현시키느냐에 관점을 두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이러한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교문화가 왜곡됨을 방지하기 위하여 불교미술의 표현의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자칫, 전통의 창조가 근본을 잊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됨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저자는 제 2장의 '내 마음속의 문화유산'에서 문화유산은 우리 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와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다.

문화의 향기는 그 향기를 맡을 능력이 없다면 알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문화의 향기를 아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겸하여 21세기는 문화 향유의 시대이며 창조적 문화를 생산하되 전통속에서 새롭게 탄생되는것이 바람직한 문화의 향기를 느끼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결과적으로 오랜기간 미술사학자로서, 또 역사학자로서 우리 문화와 문화재를 접해 오며 우리 문화의 전통성을 어떻게 보존해야하며, 계승 발전시키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터득한 저자의 염원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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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칠천년 - 국립제주박물관 개관기념 특별전
국립제주박물관 엮음 / 통천문화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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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립제주박물관 개관기념 특별전의 도록이다. 제주도에 국립박물관이 들어서게 되므로써 문화적 변방이었던 제주에도 우리 문화의 기치를 내 걸 수 있게 되었다. 흔히 '한국미술5천년'이라고 하는데 이 책에는 2천년을 더하여 7천년이라 하였다, 이는 한반도에서의 최초의 부족국가로 인정받는 단군이전의 신석기 시대를 포함해서이다.

책의 구성은 여늬 도록과 마찬가지로 화보와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 나라 문화 개관으로 첫 장을 열고 있다. 선사시대와 청동기 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의 도자기와 회화에 이르기까지 대표적 문화재에 대하여 매 문화재마다 두 쪽의 지면을 할애하여 한 쪽은 설명을, 그리고 다른 한 쪽은 도판을 삽입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보통 도록이라함은 소유 유물을 소개하는 책자이나 이 책에서는 제주라는 특수한 지리적 환경과 문화적 낙후성으로 인하여 박물관에 진열 할 품목의 제한 등으로 별도의 도록을 제작하기가 어려움에 따라 특별전의 이름으로 제작한바, 전반적으로 우리 문화의 흐름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앞쪽에 두고, 각 박물관에 전시중인 유물중 제주 박물관 개관을 위해 반입된 유물의 도판을 참고 자료로 활용하여 7천년이라는 긴 역사를 간직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조금 특이한 시도로 국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 한바탕 우리 나라와 순회전시를 통하여 해외 나들이를 하므로서 크게 각광을 받았던 '한국미술5천년전'을 제외하고는 그 사례가 드물었는데, 지방 박물관 개관을 기념한 특별전에 전시되었던 240점의 유물 이외에 다양한 도판을 삽입하여 '한국미술7천년'으로 꾸며낸 일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것이다. 특히 단순한 유물의 나열이 아니라 전시 유물의 출토의의를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여 도록으로서의 기능은 물론이고, 미술사학적 입문서의 기능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권말에는 출토유물에 대한 목록과 더불어 문화사 연표를 첨부하였으나 문화사 연표는 너무 간략하게 작성되어 오히려 도록 전체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고 있다. 특별전의 도록이라고 하였지만, 우리 나라 미술 전반을 다룬 개괄서이며 한국미술 입문서라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제대로 제작된 도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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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향기
신영훈 글, 김대벽 사진 / 대원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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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옮겨 근무지가 바뀌게 되면 직장에 적응하는 일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이사 걱정이 앞서게 된다. 물론, 직장 근처에 집을 얻게 되지만 당연히 편리성을 내세워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저 아이들이 각자의 길을 걸어갈 때 그 때 나만의 집은 한옥으로 갖자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고 있는때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미리부터 한옥에 대해 갖고 싶다는 욕망이 앞서 대강의 사전 공부를 하였기에 특별히 한옥의 구조나 명칭에 대한 거부감이나 어려움은 없었으나 어느것 하나 똑 같은것이 없는 한옥... 그 중에서도 종가댁이 머물고 있는 한옥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고, 각기 다른 한옥의 기능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앞으로의 내 꿈을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옥은 무엇보다도 열린 공간이다. 빼곡히 들어 찬 아파트의 밀폐 공간에서 벗어나 한옥에서 생활하며 방과 방 사이로 바람이 왔다 갔다 하는 열린 공간에서, 어쩌면 도시에 살면서 평생 신발에 흙 한번 묻히지 않았을지도 모를 그간의 삶을 바꿀지도 모른다. 저자인 木壽는 도심에 질린 독자들에게 은근히 탈출의 흑심을 품기를 기대하고 이 책을 쓴것 같다. 그만큼 이 책은 한옥에서의 삶에 대한 유혹과 기대감을 담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한옥에 살며 따뜻한 녹차 한 잔을 마실수 있는 마음의 여유 이전에 실제는 겨울에는 잘못 지은 한옥의 웃풍과 안채나 사랑방과는 멀리 분리되어 있는 뒷간, 또 재료의 특성상 제대로 간수하기가 힘든 문틀이나 창호지 등에 관해서는 언급함이 없이 단순히 한옥 예찬으로 흐른것 같아 조금은 아쉽지만 예의 그 사근사근 소근대는 설명은 이 책을 지루하지 않게 해 주고 있다. 뿐만아니라 저자는 이 책에서도 한없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고 있어 단순한 한옥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기 보다는 역사를 알려주려고 한다.

종가나 종택을 위주로 다룬것은 맏며느리로서의 집안 살림을 맡은 어려움속에도 반질반질 윤기나게 닦고 문고리 하나에도 그 집안의 흔적을 담고 면면히 이어오며 종가댁의 손 때가 묻어 묻어 고이고이 간직해 왔기에 오늘날 이 책의 소제가 되었으리라..... 이 책을 접하며 한옥의 향기가 듬뿍 담기고 묻어나는 집을 짓고 오랜동안 종가집의 체취를 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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