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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거니즘 만화 - 어느 비건의 채식 & 동물권 이야기
보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월
평점 :
살아 오면서 나를 돌아보고,나를 다잡고,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끌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엔 위인전을 읽으며 나도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순진무구한 목표를 세웠고, 동화책을 읽으며 허무맹랑할 수도 있었겠지만 늘 공상에 빠져 살았었지만, 이것은 나쁜 행동인 것 같아! 라며 스스로의 잣대를 세울 수 있는 도덕성을 품고 살았다. 그래서 모범적이다.라는 말을 종종 듣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위인전을 읽은 만큼 훌륭한 위인은 되지 못했고(어른이 되어 자서전을 다시 읽어보니 위인들은 어릴때부터 이미 남달랐다.나는 남다르지 않은 어린이였으니..^^), 그냥 평범하고,심심한 그러니까 길 가다 병풍처럼 서 있는 무리 중의 한 명인 사.람.으로 성장했다.
특별할 것 없는 사람으로 나이 먹어가고 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서럽거나 아쉽진 않다.이미 그런 단계를 넘어선 것 같기도 하다만, 서럽거나 아쉽지 않다고 느낄 때가, 예전부터 문득 드는 생각이긴 하지만, 내가 책을 읽으면서 나이 먹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었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의 중심을 잡고 살아왔기에 도에 지나치지 않는 평범한 삶을 유지해 온 것도 복된 삶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를 낳아 키울 때는 육아서들이 큰 지침이 되었었고(그렇다고 내 아이들이 육아서에 나오는 아이들로 성장한 건 아니지만~^^...내가 도를 닦을 수 있는 좋은 시간들을 제공 받았다고 생각한다.이를테면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고 돌아서 육아서를 읽으면서 반성하는 고해성사의 독서시간이었달까?)
지금은 육아서들 대신 요리책으로 육아서로 대신하는 중이고(아...요리는 정말 힘들어! 제2의 육아서 같다)
여성주의 책들을 읽다 보니 주체적인 여성의 삶에 대해 좀 더 생각하는 시간들이 늘고 있고 그러다 보니 다가오는? 아니면 진행중일 수도 있는 나의 갱년기를 좀 더 긍정적으로 넘겨 볼 수 있을 것 같고, 그리고 요즘 비거니즘에 관한 책들을 부러 찾아 읽으며 흐리멍텅 해지는 마음을 바로 잡으며 비건에 대한 실천에 대한 고민을 늘 하고 있는 사.람.으로 노화 진행 중이다.
뭐 이런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테니 이모든 것들도 책이 많이 이끌어 준 삶인 것 같아 인생의 지침은 역시 책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육류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였고, 식구들도 모두 육식주의자들이라 육류를 식탁에 올리지 않고서는 밥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아 정말 ‘비건이 뭐에요?‘되묻지 않을 수 없는 삶인지라 비거니즘은 정말 부담스러운 단어였었다.
특히 아이들은 두려워 하기까지...ㅜㅜ
아침밥상에도 삼겹살 구워 주는 엄마!
주말에는 가족끼리 다 모였다고 치킨 시켜주는 아빠!
고기 사주는 훌륭한 엄마,아빠였는데 엄마가 자꾸 고기 많이 먹음 안되겠다고 딴지를 거니 고기 못얻어 먹을까봐 우울해 하는 아이들을 보니 차마 마음이 약해져 비건주의자는 못하겠다.
그리고 아이들 먹는 반찬에 육류를 제하고 음식을 하자니 요리 못하는 1인으로서 뭘 어떻게 상을 차려야 할지도 난감하다.
아무리 요리책을 보아도 부지런하지도 못해서...요리책에 나온 사진들은 그저 그림의 떡! 먹기 좋은 밥상!!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는 음식들로 보여 더욱 고민스럽다.
그래도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환경을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미약하나마 실천해야 할 비거니즘 행동들일 듯 하여 한 두어 달에 한 두 권씩이라도 읽고 자극받자! 목표를 세우고 읽었더니 역시 세뇌가 무섭긴 한가 보다.두뇌에 자극이 좀 들어왔는지 일주일에 하루 이틀 빼고 먹던 육류를 요즘은 일주일 또는 이주일에 한 번 정도 육류를 먹고 있고, 치킨도 매주 시켜 먹던 습관도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로 횟수를 줄였다.나는 나이가 든 탓인지 소화력이 딸려 자연스럽게 육류 섭취가 줄었지만(그래도 아이들이 먹을 때 나도 한 두 점 씹고 있는 언행불일치의 삶이 연속되고 있지만ㅜㅜ) 아이들은 역시 육류 섭취를 하는 날에는 너무 행복해 한다.그래도 먹는 횟수를 줄여 주는 것도 고맙긴 하다.
아마도 나는 평생 비건은 못할 것 같다.아마도 계속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채식을 지향하나 때에 따라 육류와 생선을 먹는 사람)밖에 행동하지 못할 것 같다.
헌데 이 만화책을 읽으니 동물을 사육하고 도축하는 장면들을 상세하게 설명되어지는 장면들로 인해 육류를 먹을 때마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질 듯 하다.우유와 계란도...ㅜㅜ
책에선 그래도 환경을 생각한다면 동물복지인증 표시가 되어 있는 제품을 구입하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
전체 농가에서 겨우 10%에 해당하는 특히나 돼지는 0.3%에 해당하는 동물 복지를 생각해서 키우는 농가의 제품을 조금 더 비싸더라도 구입하는 게 더 옳은 소비라면 한 번쯤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지 싶다.
분리수거 하기,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동물실험하지 않은 제품 소비하기,일주일에 한 번 육식하지 않기,동물 단체에 기부하기,공장식 축산의 폭력성 이해하기,동물을 몰개성화,대상화하지 않으려 노력하기등등
이 중 하나라도 실천하고 있다면 이미 비건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 그 이상으로 육식을 줄이고 있는 나는 글을 읽으면서 조금 양심에서 놓일 수 있어 다행이다.
일회용품이나 비닐류 사용은 자제하고 장바구니를 늘 들고 가 장을 보려고 노력중인데...더 노력해야 할 일이다.
내가 분리수거해서 버리는 쓰레기 양도 어마어마해서 매번 깜짝 놀라곤 한다.쓰레기를 줄이려고 더 노력해야 할 일이다.
이런 노력을 기할 수 있는 것 이 모두가 책을 읽어 깨닫게 되고,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이니....어찌 책을 읽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만화책이어도 깨달음은 크다.
그래서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읽고 볼 일이다.
이 책은 작가의 머릿속 관념들을 아주 독특하고 쉽게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 문득 만화가들이 어쩌면 진정한 창의력 소유자가 아닐까?그런 생각이 들게 한다.
오늘도 작가 이름을 기억해 둔다.
내 마음을 굳세게 잡아 주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