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조금씩 천천히 부러 느리게 읽는 중이다.
읽으면서 문장들이 서서히 흩어지는 느낌이 들어,
사실 읽으면서 너무 좋지만, 역으로 너무 괴롭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에세이집을 읽기가 좀 힘겹단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더욱 그러함을 느낀다.
산문시 같은 문장들은 분명 황금이련만....
그것을 주워 담을 역량이 부족하여 괴롭다.
그러던차, 오늘 읽은 이 문장은 다소 위로가 된다.
오로지 나를 위한 문장 같으니...
‘내 손에 모래를 가득 담고 그것을 황금이라 불렀으며,
손가락 사이로 그 황금이 흘러내리도록 놓아 두었다.‘
흘러내릴지언정 그래도 계속 읽는다.
작가의 예민하고 기민한 사유 세계를 감탄할 수 있는
시간은 이 책이 아니면 안될 것 같으니까.

나는 내 믿음을 결코 믿지 않았다. 내 손에 모래를 가득 담고 그것을 황금이라 불렀으며, 손가락 사이로 그 황금이 흘러내리도록 놓아두었다. 말은 내 유일한 진실이었다. 말이 말해지면, 그것은모두 실행된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모래일 뿐이었다.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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