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수암님의 페이퍼에서 아이들의 독서 지도법에 관한 글을 본적이 있는데..
그곳에 아이들의 속독이 결코 좋은 독서법이 아니라고 적혀 있었다.
속독은 수박 겉 핥기식의 독서라서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그책의 깊은 의미를 느낄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어릴때부터 정독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했다.

정독이라~~~
음~~
나에겐 약간의 위로가 되는 말이다.
나는 책을 좀 늦게 읽는 편이다..늦게 읽는것과 정독이 같은 맥락인지는 모르겠으나...
속독은 잘 못한다...ㅡ.ㅡ;;

내가 책을 느리게 읽는 이유는...
천성적인 나의 게으름이 큰 이유가 될테고..
독서력이 딸리다보니 책을 빨리 못읽는탓도 있을테고..
책읽는 시간과 장소도 약간 좌지우지를 하는것도 문제가 될것이다.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책을 읽을때 옆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새어나오면 나는 책을 읽질 못하겠다.
지하철 같은 경우는 웅성 웅성~~~~ 어떤 특정한 소리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런대로 책을 읽을수는 있으나 그외 버스나 텔레비젼을 켜놓은 방이나 커피숖 같은 곳에선 도저히 책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자꾸 세세한 소리가 나는 쪽에 온신경이 가있다.
그신경을 잡아와도 눈은 글을 읽으면서 책장을 넘겨도 무엇을 읽었는지 알지도 못한채..오로지 내귀에 들리는 옆사람이 말하는 대화 내용이다..텔레비젼 같은 경우는 음악소리나 배우들이 내뱉는 대사들이겠지!

그래서 나는 낮보다는 주로 남들 다 자는 조용한 밤시간이나 새벽에 책이 잘 읽힌다.
잘 읽히면 참 좋은데....그시간에 책을 읽다보면 너무 조용해서일까?...잠이 쏟아져 꾸벅 꾸벅 졸면서 책을 보다보니 책 진도가 참 더디게 나가는것 같다.
그래서 독서력이 자꾸 딸리나보다...ㅠ.ㅠ

시계를 보면서 책을 보다보면....소설책 3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은 한 서너시간은 족히 잡아 먹는것  같다.
그러니까 삼십분에 50페이지 정도 되는것 같다.
좀 난해한 문장들이 나오면 더 걸릴수도 있다.
아마도 독서력이 있는 알라디너분들 같으면 아마도 소설책 한권은 두시간만에 읽어치우리라 예상하는데...나는 그게 잘 안된다.
심지어 얇은 동화책도 두시간정도 걸리는것 같다...ㅡ.ㅡ;;
그래서 그게 좀 은근히 조바심이 날때도 있다..특히 애 키우면서 책 읽을 시간이 없을때 책이라도 좀 빨리 읽을수 있다면....애 깨기전에 얼른 읽어치운다면 얼마나 좋으랴!
성민이 있을땐 책 한권을 읽을라치면 사나흘은 걸린다..ㅡ.ㅡ;;
(뭐 성민이 때문에 작년에 내가 책 백 권 도전기를 성공 못했다는 변명은 결코 아니다 ㅠ.ㅠ)

책을 속독하지 못하는것이 약간의 컴플렉스가 있는데...
얼마전에 시댁 큰조카의 책읽는 속도를 보고 내가 깜짝 놀랐다.
이녀석이 동화책을 읽는데...나랑 똑같은 속도로 읽고 있지 않는가!
아~~ 정말 조카 앞에선 암말 안했지만....속으로 어찌나 자존심이 구겨지던지~~~
내가 걔 앞에서 나 잘났다고 얼마나 잘난척을 해대는데...킁~~

조카는 책을 아주 안읽는 수준도 아니요!..그렇다고 많이 읽는 수준도 아닌것 같은데...책을 참 빨리 읽는다...속독을 하는걸까?...그래도 읽은 책의 줄거리를 물어보면 대충 알고는 있는것 같다.
부럽다..부러워!

나도 속독을 좀 해보려 노력을 안해본것은 아니다만...속독을 하면 내가 뭘 읽었는지 감을 못잡겠다.
그래서 속독보다는 정독을 택하는 편인데...이나이에 나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조카랑 같은 속도로 책을 읽는다는것이 영 께림칙하다.
저녀석....나중에 중학교에나 올라가면 돌아가는 이치를 다 파악할텐데....
분명 나를 구박할것 같아 불안하다...ㅡ.ㅡ;; 

몇년정도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들처럼 책을 빨리 읽을수 있을까?
지금 내가 책을 죽기 살기로 읽을 결심을 한것은 다름이 아니라 저 시누이네 조카들한테 무시당하는 숙모가 안되려고 시작한 이유도 좀 있다.
내가 좀 워낙 애들 불러 앉혀놓고 뻥이란 뻥을 다쳐서 있는 잘난척! 없는 잘난척!을 좀 했던지라~~
애들은 내가 엄청 책 많이 읽고..공부 엄청 잘한 숙모인줄 알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렇게 두렵지 않았는데...큰조카가 이제 5학년 올라간다고 하니 중학생이 바로 코앞에 닥친것 같아 이젠 두렵다..
그전에 얼른 책 더 많이 읽어서 갈고 닦아 놓아야 하는데 말이다.

내용을 다 기억하면서 속독할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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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9 0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05-01-2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행이에요..^^
이글을 오늘 아침에 봐서 말입니다..ㅡ.ㅡ;;
어젯밤에 봤더라면....전 잠을 이루지 못했겠죠?..ㅋㅋ
하지만 지금도 배가 이사진을 보니 배가 고프네요...ㅠ.ㅠ
우리신랑은 또 라면속에 만두를 집어 넣는걸 아주 좋아합니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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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담배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던 그!
유독하고 매캐한..조금은 중독성이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던 그!
호흡을 곤란하게 하여..몽롱하게 만드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던 그!
탈색된채 주위에 피해를 끼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던 그!
그가 바로 김영하작가다.

나는 충분히 이책을 통하여 그에게 중독되었고...많은 피해를 받은것 같다.
그의 작품은 <오빠가 돌아왔다>책 이후로 이책이 두번째인데...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책이 더 유독하고 매캐하게 중독시키는 소설인것 같다.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는 단편소설을 나열하자면...<사진관 살인 사건>과 <엘리베이터에 낀 그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와 <흡혈귀>, <피뢰침>,<비상구>,<고압선>등이 인상깊었다.
(단편소설집을 읽고 나면 거의 제목과 내용이 뒤죽 박죽이 되어 잘 기억이 안나는데...이책은 꽤나 인상깊었던 소설들이 많아서인지..제법 기억이 다난다..^^)
실제 내가 이웃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지만 냉소적으로 적어나간 소설이 있는가 하면..
또 그와 반대로 기발한 상상력을 내뿜는 소설들도 있다.

<사진관 살인 사건>과 <엘리베이터에 낀 그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와 <비상구>와 <고압선> 이 네 작품은 담담하지만 역시나 읽고 나면 머리가 멍~~ 하다.
이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어쩌면 나일수도 있고 당신일수도 있는 사람들이 타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인것 같다...하지만..어쩌면 나자신이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그렇게 서로 피해를 주며 살다보니 사진관 남자를 죽이고 싶었는데 마침 다른 사람이 대신 사진관 주인을 살인했는지도 모를 일이며....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를 발견했는지도 모르겠고...신고를 하여야만 하는데 자꾸 이일 저일에 치여 신로를 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고...동거녀를 위해 살인을 저질렀는지도 모르겠고..명예퇴직을 당해 그남자의 몸이 서서히 투명인간으로 변해 간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시대의 사람들이 있기에 김영하의 이소설들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흡혈귀>와 <피뢰침>은 가히 상상력을 초월한 작품이다..
남편이 흡혈귀였다는 아내의 고백이 담긴 편지글을 김영하라는 주인공과 같이 읽고 있자니 이거 실제 있는일 아닌가? 라는 생각에 조금 섬뜩한 기분을 느꼈으며....피뢰침 같은 경우는 벼락을 맞으러 떠나는 동호회 모임을 소재로 삼았단것 자체가 가히 신선하다..읽고 나서 김영하작가의 뭐랄까?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한게 아닌가? 란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많은 소설을 읽어보진 못한지라 어떻게 평가하기는 뭣하다만..
김영하 작가는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딱 그중간지대에 있는 작가인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가 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책만큼은 중독성이 아주 강한 무거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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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5-01-29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제가 이 책을 안 읽었군요. [검은 꽃] [포스트잇]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오빠가 돌아왔다(이것만)] [아랑은 왜]...이 이후로 '나는 김영하가 체질적으로 맞지 않나봐'라고 단정지어버렸었거든요. 그런데 그러고보니 김영하의 최고작은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네요..;; 아, 다시 한 번 읽어볼까나...
유독하고 매캐하다니 도저히 안읽을 수가 없잖아요 나무님 흙흙.

책읽는나무 2005-01-29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랫만이어요...사과님!
야밤에 이렇게 멋진 남자를 데리고 오시니 정말 눈둘데를 모르겠군요..ㅋㅋ

전 어디서였지? 김영하 작가 사진을 보고 섬세하고 샤프한 이미지에 혹~~ 해서 말입니다..(원래 나는 네모낳게 각진 남자를 좋아하는데 말이죠!)..그래서 그의 작품을 섭렵하려고 목표를 세웠어요!..<오빠가 돌아왔다>책 이후 이게 두권째인데..이책 생각보다 재밌던데요..^^
다른 알라디너분들이 이책이 더 재밌다고 소개해주던데 정말 그렇더라구요..^^
님도 이책을 마저 읽고 김작가를 평가해보세요..ㅋㅋㅋ
 
눈 오는 날 비룡소의 그림동화 12
에즈라 잭 키츠 글.그림, 김소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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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는 눈이란것의 개념을 잘 알지 못했더랬다.
그러다 요한달사이에 갑자기 눈이란걸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더불어 눈사람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드는것인지..그리고 눈싸움이란게 어떤것인지..눈위에서 발자국을 찍어보는게 어떤것인지 갑자기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왜냐??..바로 눈이 왔기 때문이다.
눈이 잘 오지 않는 지역에서 눈구경을 하려면 몇년을 고개를 빼고 겨울 하늘을 쳐다보아야만 한다.
민이가 태어나서 올해 세번째 맞는 겨울인데...제대로 눈구경을 하질 못했기에 눈에 관련된 그림책을 보면 매번 시큰둥하다.
그래도 나는 삼십년을 넘게 살면서 눈구경을 제법 한 경험이 있으니..."눈싸움을 했어요~~눈사람을 만들어요~~" 하며 혼자서 신나서 읽어주어도 민이는 딴짓이다..
그래서 좀 속 상했다.
눈이라도 내려주면 좋으련만~~~ 하며 눈결정체 모양 비슷하게 색종이를 오려 창문에 붙이고 눈이 펑펑 내리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아~~~ 하늘은 내마음을 아셨던겐지~~~ 정말 그러고 며칠뒤에 눈이 내렸었다.

작년 마지막날에 눈이 잠깐 내렸을땐 밖이 너무 추워 도저히 놀수가 없어서 눈두뭉치를 집에 들고 와서 민이에게 꼬마 눈사람을 만들어주고서 이게 눈사람이라고 계속 일러주었다.
아이는 눈사람 같지 않은 눈사람을 보며 신기해했다.
그리고 다음날 눈이 다 녹아 버린 눈사람을 보고 "엄마 눈사람이 없어졌어!..어떡해??"소리를 질렀다.
눈사람은 원래 그렇게 녹는것이라고 일러주었지만 민이는 아직 이해를 하질 못하는듯하다.
그리고 올들어 이달중순께 정말 큰눈이 내렸었다.
그야말로 함박눈이었다.
민이는 방학이라 놀러온 사촌누나들과 함께 밖에 나가 눈사람을 만드는 광경을 지켜보고...누나들과 눈싸움도 하고...(눈을 던지니 겁먹고 하지 말라고 울먹이긴 했지만..ㅡ.ㅡ;;)...눈위에 발자국을 찍어보기도 하면서 놀았다.

이렇게 눈구경을 하고 난뒤 아이는 <눈 오는 날>이그림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역시 아이들은 경험이란게 참 중요하게 작용하는듯하다.
그전엔 이책을 보아도 눈위에 발자국을 찍는 피터의 모습을 제대로 볼 생각도 않고 다음장을 넘기기 바쁘던 아이가 유심히 들여다본다..^^
피터는 눈이 온날 눈사람도 만들고 형들이 눈싸움하며 노는 곳에 끼어볼 요량으로 같이 덤비지만 덩치가 적고 힘이 딸리다보니 아직 때가 아니란걸 스스로 깨닫기도 하고...나뭇가지에 얹혀 있는 눈을 나무 막대기로 툭툭 쳐보기도 하고...눈에다 자신의 몸을 부비대어 눈천사를 만들기도 하면서 즐겁게 논다.
아이들이라면 딱 그렇게 놀만한 광경이다..그리고 우리들도 어린시절에 그렇게 놀았던 그모습이다.
피터가 눈이 오는 날에 노는 모습이 참 정겹다.

에즈라 잭 키츠의 피터 시리즈 그림책은 여느 그림책에 비하면 독특한 기법의 그림들을 대할수 있는데...콜라쥬 기법을 사용하여 만든 그림책들이 처음엔 다소 낯설수도 있다..특히 피터는 흑인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 더욱더 생소하다..하지만..자꾸 들여다보면 어느새 피터의 예쁜 동심의 세계에 금방 빠져들수 있다..그리고 피터의 까만 피부는 그다지 낯설지도 않을뿐더러 되려 그빛깔또한 탐스럽고 건강해 보인다. 
작가는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하여 피터를 흑인으로 내세웠다지만...오히려 그것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하지만...아이들 그림책에선 이상하게도 그러한 것들은 다 무마가 되는듯하다.
그림책속엔 아름다운 동심이 넘쳐흐르기 때문이 아닐까? 

한겨울에....특히 눈 구경을 많이 할수 있는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라면...이책이 크게 환호받을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나는 눈 구경을 할수 없는 아들녀석에게 일부러 이책을 보여줬지만 그런대로 나는 대만족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이책의 마지막 부분에선 피터가 다음날 눈이 녹았으면 어쩌나 고민하면서 집밖을 나갔더니 눈은 여전히 쌓여 있어서 친구와 함께 눈길을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일까?....아들녀석은 눈이 녹는다라는 개념을 아직 깨닫지 못하는것 같다.
이책만 보고나면...."우리 눈사람 만들러 갈까?".."우리 눈구경 하러 갈까?" 그런다.
실로 난감하다...
눈 다녹고 없어~~~ 라고 말은 해주지만.....어릴적에 내가 애써 정성스럽게 만든 눈사람이 다음날 다 녹아서 작아졌을때 어찌나 슬프던지 막 울어버렸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씁쓸해지는 이유는 뭔지?
그래서 <눈사람 아저씨>란 책도 끝장면이 너무 슬프고 씁쓸하여 보여주길 꺼려하기도 한다. 

아들아!
눈이란건 그렇게 녹아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란다.
나중에 네가 더 커서 직접 눈사람을 만들어서 놀았는데 다음날에 그 눈사람이 녹아서 없어지더라도
슬퍼하지 마려무나!
비록 형체는 사라지더라도 네 마음속에 우뚝서 널 지켜주며 너와 영원히 함께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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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5-01-29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엄청 오네요, 지금... 동심을 잃어버린 지금, 저는 이 눈 그치고 나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갈 거라는 말에 벌써부터 잔뜩 얼어붙고 있습니다.

책읽는나무 2005-01-2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눈이 오면 눈오는 풍경은 보기 좋으나...저눈이 그치고 나면 빙판길이 될까봐 더 걱정스러워 지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니....ㅡ.ㅡ;;
그래서 동심이나마 잃지 않으려고 이책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이곳은 워낙 눈구경을 하기가 힘이 들어서인지 모두들 얼어붙을때 얼어붙더라도 좋아라~~ 하는 분위기에요..ㅋㅋㅋ
 
곰 세 마리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0
폴 갤돈 글 그림, 허은실 옮김 / 보림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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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언뜻 보아서 곰 세 마리는 똑같은 곰 세 마리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곰 세 가족의 이야기였다.
작가는 폴 갤돈이라는 헝가리 작가인데...아주 그냥 자랑스럽게 책표지에 '폴 갤돈 다시 쓰고 그림'이라고 표기되어 있다...이게 무슨 뜻일까? 궁금했더랬는데...이작가는 옛이야기를 다시 쓰고 그리는 작가로 유명하단다...
리뷰를 훑어보면 '곰 세 마리와 금발머리 소녀 이야기'라는 유명한 이야기를 다시 그림책으로 엮었다는 글이 몇개 올라와 있는데..이 전문적인 리뷰를 보고서 적잖이 놀랐다.
왜?....
나는 금시초문이었으니까!....ㅡ.ㅡ;;
나는 이렇게 금시초문인데...다른엄마들은 아이들 그림책 읽혀주기에 앞서 이렇게 전문적인 지식이 많구나! 그리고 엄마도 공부를 많이 해야겠단 생각에 약간 주눅이 든다.
그래도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이런 그림책이 있다라고 주워들은게 어디냐!..^^

일단 미리부터 찜해둔 책을 구입해보았다.
곰 세 마리....아니 곰 세 가족이 일단 등장한다.
숲속 오두막집에 살고 있는 커다랗고 커다란 아빠곰과 크지도 작지도 않은 엄마곰과..조그맣고 조그만 아기곰이 살고 있다...나는 개인적으로 아빠곰을 아빠곰이라고 쓰고 엄마곰을 엄마곰이라고 썼으면 좋겠는데 이책에선 그러하지 않는다...한 마리는 커다랗고 커다란 곰...한 마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곰..한 마리는 조그많고 조그만 곰..이렇게 적혀 있다...다른 뜻이 있나?
어감상 좀 거시기 하단 생각을 애써 감춘채~~~ 곰 세 마리의 그림을 보며 감탄할수밖에 없다.
털이 복실복실 진짜 곰같이 잘 그렸다.^^

죽을 끓였는데....죽그릇의 크기도 조그맣고 조그만 죽그릇과 크지도 작지도 않은 죽그릇과 커다랗고 커다란 죽그릇이 나란히 선반위에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곰들은 나란히 제각각의 크기에 맞는 의자에 앉아 책을 본다.
또한 제각각의 크기에 맞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일어난다.
아침에 죽을 끓였는데..너무 뜨거워 먹을수가 없어서 죽이 식을동안 곰가족은 밖으로 산책을 나간다.
그때 윗니 하나 빠진 금발머리 소녀가 곰 세 마리네 집을 어슬렁 거린다.
호기심이 많은 소녀인지 급기야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죽이 담겨 있는 그릇들을 보면서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조그맣고 조그만 죽그릇이 맘에 들어 죽을 냉큼 먹어버린다.
그리고 의자가 눈에 띄어 조그맣고 조그만 의자가 너무 딱딱하지도 않고 너무 푹신하지도 않아 딱 좋아 흔들 흔들 의자에 앉아 놀다가 그만 의자를 부러뜨려버린다..소녀가 사고를 쳤다..ㅡ.ㅡ;;
그래서 얼른 방으로 들어가 조그맣고 조그만 침대가 머리맡이 너무 높지도 않고 발치가 너무 높지 않아 딱 좋으니 그침대에서 그만 잠이 들어버린다.

숲속에서 돌아온 곰 세 마리는 죽그릇이 이상한걸 보고서 커다랗고 커다란 곰은 커다랗고 커다란 소리로 "누가 내죽을 먹었나봐!"소리를 질러대고...크지도 작지도 않은 곰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리로 소리를 내고...조그맣고 조그만 곰은 조그맣고 조그만 소리로 "누가 내죽을 다 먹어 버렸어요!"라며 울먹인다.
결국 침대에서 누워자고 있는 범인인 금발머리 소녀를 발견하였는데..금발머리 소녀는 혼비백산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도망을 갔다는 이야기로 끝이 난다.

이야기는 그렇게 큰 재미가 느껴지지도 않고..그렇다고 그렇게 시시하지도 않다..??(전염되었나?ㅋㅋ)
하지만...이야기의 진행방식이 꽤 흥미진진하다.
커다랗고 커다란..크지도 작디도 않은..조그맣고 조그만...이런식의 운율이 재미있다.
커다랗고 할땐 정말 크게 소리를 내줘야만 할것이고..크지도 작지도 할땐 중간톤의 목소리로...
조그맣고 조그만을 할땐 개미소리로 내가며 책을 읽으면 아이는 재밌어한다.
아들녀석은 대체적으로 점층법 같은 종류의 그림책...그러니까 누구뒤에 누가 있고..그뒤에 또 누가 있고 그런식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이를테면 <카다란 순무>같은 책 말이다..그외에도 <낮잠 자는 집>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ㅠ.ㅠ...재미있어할것 같은 운율이 있는 단어들인데도 아이는 좀 지겨운가보다.
그래서 혹시 이책도 싫어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스러웠는데 아이는 재밌어한다.
아마도 그림 자체가 아이의 눈을 자극시켰을테고....커다랗고 커다란~~~ 뭐 이런식의 나만의 방식으로 읽어주니 딴에는 재밌나보다..^^

이책을 통해 아이들은 상반된 구체적인 개념과 그중간의 개념을 느낄수 있으리라고 본다.
보통 크다와 작다라는 표현이 실린 책들이 많다..헌데 이책은 커다랗고 조그만것이 있다면 그중간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적당한 크기도 있다는것을 알려준다.
뜨겁고 차갑다와 또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먹기 좋은 적당한 죽그릇에 담긴 죽의 온도!
딱딱하다와 너무 푹신하다와 그리고 또 딱딱하지도 너무 푹신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안락함!
등등을 통하여 아이들은 어떤 그안락함과 온도와 크기의 개념을 머리속에 상상해볼것이다.

요즘 아이와 함께 목욕탕에 가면 온탕에 들어가 아이에게 물어본다..."물 안뜨거워?"
그러면 녀석은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고 딱 좋아~~"그런다.
다른 그림책에 이런 글이 나오는게 있긴 한데...녀석은 언제부턴가 이런 말을 부쩍 해댄다.
아마도 이러한 그림책들을 통해 개념자체를 익힌게 아닐까? 싶은데.....
그래서 이그림책이 개인적으로 제법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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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5-01-29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과 귀한 경험???
전혀 아닐것으로 아옵니다...ㅋㅋㅋ
전 그저 얼음~~ 땡~~ 이놀이만 줄기차게 했었으니까요...ㅡ.ㅡ;;
 
만희네 집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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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J님의 리뷰를 통해 먼저 접해본후 그렇구나~~~ 하면서 내아이에겐 좀 이르지 않을까? 란 의심으로 잠깐 보류를 해뒀던 그림책이다.
그러다 작년 가을께즘 전라도 순천을 다녀온적이 있었는데..그곳의 기적의 도서관이 눈에 띄어 언제 또 여길 오랴? 싶어 찾아 들어갔었다.
예쁘장한 도서관의 외관은 금방 눈에 띄었다.
그리고 플래카드가 커다랗게 달려 있는데...권윤덕 선생님의 그림책 작품 전시회를 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권윤덕 작가님의 대표 그림책 몇권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리동동 거미동동>이란 책과 <만희네 집>책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곳을 다녀온후 외국 그림책도 좋지만 우리나라 그림책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져 연령대에 비해 좀 이른감이 있더라도 구입해보자 싶어 몇달전에 구입한 그림책이다.
이그림책은 아이보다도 내가 더 신기해하며 들여다본 그림책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흐뭇한 미소가 스며드는 책이기도 했다.

만희네는 좁은 연립 주택에 살다가 할아버지 할머니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열심히 이사할짐을 꾸리는 장면부터 시작한다..들여다보면 딱 좁은 우리집같다..ㅡ.ㅡ;;
다음장을 넘기면 만희네 연립 주택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집까지의 마을 모습들이 조그만 약도처럼 펼쳐진다..동대문인지? 남대문인지? 두대문이 있는걸 보면 동네가 아닌것 같아 보이지만..암튼..간략하게 잘 그려놓았다...이약도만을 보면 만희네 할머니집을 찾기가 쉽겠다.

만희네 할머니집은 동네에서 꽃이 가장 많은 집이다..화면가득 꽃이랑 꽃나무가 가득하다.
만희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인품이 절로 느껴진다.
만희는 가르침을 잘 받았는지...유치원에서 다녀와 인사를 드리러 할머니 할아버지 방으로 먼저 간다.
할머니,할아버지방은 그야말로 편안하고 품격있다.
자개농에 만희 돌사진액자에 결혼식 사진액자에 난초에 도자기에 거기다 할머니는 구식 재봉틀로 바느질을 하신다..요즘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닐까? 싶다.

주방에서 일하는 엄마를 보면서 만희는 아마도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듯한 풍경을 담아 자연스럽게 주방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 되짚어 볼수 있게 그려져 있다.
아이와 열심히 그릇도 있다, 오이도 있다,간장도 있다,도자기도 있다 하면서 열심히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그림책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다음장은 아이들에게 많이 낯설것 같은 광이 나온다.
광안에는 절구랑 항아리랑 단지랑,맷돌이랑,과일이랑 마늘등 여러가지 저장음식들이 있다.
어릴적 나의 외갓집이나 우리집에도 저러한 광이 있어서 그곳에 들어가면 사과나 배 혹은 곶감같은 달콤한 냄새들과 마늘이나 소금같은 매우면서도 짠내가 섞여 이상 야릇한 냄새가 코를 후비고 들어와도 기분 좋아 한참 광안에 서있곤 했던 기억이 난다...헌데 요즘 아이들은 그런 기분을 못느끼겠지?
다음장엔 옥상풍경이 나온다..엄마는 아마도 된장을 항아리에서 푸시나보다..항아리가 많기도 하다.
어른들을 모시는 집에선 으례히 볼수 있는 풍경일게다.

제일 놀랐던 장면은 바로 가마솥이 마당에 있는 풍경이었다.
가마솥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집!...그것도 도시에서!
아마도 그러한 집은 만희네 집밖에 없을것 같다...^^
그래도 우리 시골 외갓집에 가면 부엌에 가마솥이 있긴 하다...나는 그게 아직도 있다는게 무척 신기했었는데..이그림책에도 나온다...그래서 아이들은 가마솥이 무어냐고 물어보면 엄마들은 아마도 열심히 설명을 해줘야할것이다...안그러면 아이들은 그냥 무심코 흘리고 다음장을 넘겨버릴수 있으니 말이다.

만희네 집 마당엔 정말 예쁜 꽃들이 참 많다...물론 식구들의 정이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꽃이 많아서인지 만희네 집은 따뜻한 온기가 곳곳에 흐르는듯하다.
그리고 만희네 집은 자연친화적이다..창문이며 현관문이며...나무가 소재이며 무늬또한 예쁘다.
생활용품 또한 모든것이 옛시절을 상기시킬만큼 오래된 물건들도 많다...옥상에 엄마가 널고 있는 이불무늬를 보아도 얼마나 오래된 이불이며...그집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볼수 있다.
그림들이 예전에 어릴적 교과서를 보는듯한 착각이 일만큼 촌스럽고...어떤 무언가를 느끼게끔 의도하는듯한 분위기라는것을 눈치챌수 있다..만희의 표정을 보면 금방 알수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어 만희가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표정을 그림 곳곳마다 그려 놓았으니 젊은 부부들이 조금은 뜨끔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작년에 분가를 한터라 속으로 조금 뜨끔했다...ㅡ.ㅡ;;

암튼....나는 이책을 보면서 어릴적 우리집을 보는듯한 착각이 일면서 현재 그림책을 보는겐지? 추억의 앨범을 보는건지 모를정도로 아스라한 감흥에 취해 있었고...내아이는 열심히 숨은 그림 찾기를 하고 있었다. 집안의 내부구조가 속속들이 자세하게 펼쳐 있는것이 자기딴엔 실제로 만희네 집을 들여다보고 있는듯한 그러한 방식이 색다르게 다가왔나보다.
한장 한장 넘기며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이 나오면 딱 그장만 펼쳐놓고 한참 들여다본다.
그리고 엄마가 이불을 널고 있는데 만희가 장난치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더니 정말 이녀석은 내가 베란다에 이불을 널거나 엄마, 아빠 바지를 널어놓은 곳에 서서 만희처럼 숨는다고 난리다.
얼굴만 빨래속에 숨겨놓고 "나 어딨게? 찾아봐라~~"한다.

권윤덕 작가님의 이그림책 덕택에 아이와 나는 즐겁고 행복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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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5-01-28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도 아주 어렸을 적에 한번 구경한 적은 있는 책 같네요. 당시는 별로 관심이 없던 터라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은 잘 안납니다만.. 님 리뷰를 보니 머리속에 그림책이 그려지는 듯...잘 보았습니다.

책읽는나무 2005-01-2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냥 슬쩍 보았을적엔 그냥 무덤덤하게 보아 넘겼던 책이었어요!
근데 돈을 주고 이제 내것이 되어서 그런걸까요?
더 애정이 가지게 되고...아이가 자세히 보니 더욱더 애정이 가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