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중학교체육시간에.....운동장에 줄서서 수업시간을 기다리면......
체육선생님 건들건들거리시면서 오셔서는 하시는 말씀.......
"야~~ 여름인데 왜 이렇게 덥노??...누구 아는 사람 손들고 말해봐라~~~"
체육시간이 엄청 싫었었고....그시간이 제일 공포의 시간이었다..(왜냐하면 겁이 많아서 실기시험 모든것이 꽝이었다....무서워서 못하고...몸이 안따라줘서 못하고.....ㅡ.ㅡ;;...할줄아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매번 선생님한테 구박받았다.......ㅠ.ㅠ).....내가 얼마나 공포스러워했으면....체육시간이 있기 하루전날은 항상 기도했다.....내일 비오게 해주십사고!!......ㅡ.ㅡ;;....활동적인 친구들은 내기도문을 옆에서 듣고 기겁을 했었다....어디서 재수없는 소릴 하느냐고.........ㅠ.ㅠ
암튼......체육시간은 싫었는데.....괴짜 체육선생님이 가끔 재미있는 농담따먹기를 해주실땐 좋았다....
얼굴은 배철수를 조금 닮은듯한데....성함이 서해상선생님이셨다...
이름도 좀 웃기지 않은가??.....서해상.......아들을 낳으면 꼭 서해구라고 지을꺼라고 하시더니....
서동현인가??......결국엔 얌전한 이름으로 지어놓구선....끝까지 해구라고 부르셨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꼭 그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야~~ 여름인데 왜 이렇게 덥노??...."
이더운 여름.....어제 시댁큰댁에 가서 제사음식을 했다.......ㅡ.ㅡ;;
여름제사라 서로 힘이 들어 음식을 간단하게 한다고 했지만.....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은 기본 가지수가 있기 때문에...양만 좀 줄었다 뿐이지....하는일은 똑같다...튀기고,지지고,볶고,무치고,삶고,끓이고......ㅡ.ㅡ;;
나는 다행히 장손며느리가 아니어서 그냥 시키는 일만 하고...주로 설거지담당만 하는데도 무척 힘이
들었다.........ㅡ.ㅡ;;
아마도 장손며느리였다면??..........헉~~ 했지싶다.....ㅡ.ㅡ;;
울친정엄니는 장남한테 시집간것도 께림칙해하시던데....장손한테 시집간다고 했으면 쌍수를 들고 말렸을것이다....시집가서 제사음식을 해보니 이해가갔다......나도 만약 딸을 낳는다면.....무조건 말릴것같다...
그나마....울장손며느리님이신 형님은 친척분들이 전라도 부안에 다 계시고....
부산에 내려오신 분들은 아들형제 삼형제만 내려오신덕에 제사에 참석하시는 친척분이 몇 안되신다..
그리고 큰어머님이 며느리 힘들다고 음식도 간단히 하라고 편의를 많이 봐주시는덕에...
다른집 장손며느리들만큼 그렇게 힘들게 일은 하지 않아 보인다...
속내를 다 헤집어보자면....안힘든일이 어디 있겠냐만..........ㅡ.ㅡ;;
어제 할아버님 제사가 끝나면....다음달 둘째주엔 우리시댁제사가 있다......
우리시댁은 작은할아버님제사를 가져와서 모시는데....일년에 딱 한번이다....헌데 한번 있는 제사가 한여름이다.....그것도 제사전날이 시어머님생신에다....제사 다음다음날은 시아버님생신이시다...
세개가 나란히 모여 있으니....날도 더운데다 모두들 정신을 못차린다...ㅡ.ㅡ;;
우리 어머님이 항상 제사전날이고 날이 덥고하여 미역국을 제대로 못드시는 형편이다...
내가 끓여드리려해도 날 덥다고 절대 하지말라고 하신다.....ㅡ.ㅡ;;;
아버님은 미역국을 어머님이 손수 끓여드리시면서 말이다....ㅡ.ㅡ;;
하긴 아버님도 미역국만 끓였다뿐이지 거의 제사음식이 반찬이 될때가 많다...
여름제사가 이것이 제일 난감한듯하다.....음식이 상할까봐 얼른 먹어치워야하니 말이다...
못먹어내면 거의가다 음식쓰레기로 넘어가게 된다....
여름제사는 산사람들한테는 고생이어도....죽은사람한테는 좋다고들한다..
날이 너무 더워서 하늘문이 활짝 열려 있어 죽은사람이 하늘에 들어가기가 훨씬 수월하단다..ㅎㅎ
그래도....한여름제사는 정말 힘들다.....ㅡ.ㅡ;;
음식을 사나르는것도 힘들고....과일이고 무엇이고 다 값도 두배다....한여름이라서 과일값은 싸겠다 싶지만 결코 그렇지만도 않다....무더위에 농작물 재배가 잘 안되니 오히려 더 비싸다...
우리집 제사가 끝나면 여름이 끝나갈때쯤 큰댁에 할머님제사를 모시러 또 가야한다..
그리고 큰댁 큰아버님.....또 증조할머님...증조할아버님..........
나는 고나마 아무것도 할줄몰라 그냥 시키는것만 하니.....만고 편치만.....지휘하는 울어머님이나..큰댁형님이나....무척 고단해보인다...
울어머님은 손끝이 야무져서....장손집에서 제사하는것보다도 더 음식가지수를 많이 하시고..양도 많이 하신다....
제작년인가?? 부침개를 스무다섯장을 넘게 굽고 허리가 아퍼 죽는줄 알았다...ㅡ.ㅡ;;
열심히 한다고 해도 중요한것들은 어머님이 다하시니...해년마다 제사음식차리는게 느는것도 없이 매번 갓시집온 사람처럼 어영부영~~~~ 일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사람마냥 꾸어다놓은 보릿자루가 된다..ㅡ.ㅡ;;
올해는 제사음식을 어찌 하실런지??
매번 간단히 하자고 하시는데......걱정이 앞선다....서..설마...동그랑땡 만드신다고 쇠고기 다져서 산을 만들어놓은 그릇을 들고 오시는건 아니시겠지??....ㅡ.ㅡ;;
울어머님은 만두를 만드셔도 송편을 만드셔도 고물이나 반죽을 커다란 산을 만들어서 가져오신다...
처음 시집와선 음식을 다하고 밤10시쯤 되었는데....갑자기 송편에 들어갈 팥고물을 이만큼 들고 들어오셨다.....송편을 12시까지 손으로 만든건지..발로 만든건지 모를 모양으로 옆에서 거들다가 나가떨어진적이 있었다.....결국 송편을 쪘더니....내가 만든건 다 터져버려 엄청 난감했었다....신랑은 옆에서...."니가 만든건 니가 다 먹어라!!"고 해서 얼마나 얄미웠던지~~~~ㅡ.ㅡ;;;
제사라는것이 모든것이다 조상님을 위한 후손들의 정성으로 음식을 차려드린다는건 알지만....매번 여자들만 죽어나니 요즘 해를 거듭할수록 자꾸 꾀가 나게 되고...제사날이 다가오면 겁이 나기도 한다...
이런마음이 들어...음식을 준비한다면.....그것이 과연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어질수 있을까?? 의문스럽다....내가 너무 이기적이고 게을러서 못된 생각이 먼저 들지만......나는 속으로 항상 생각한다.....
나중에 내가 제사음식을 지휘하게 된다면.....생략할껀 생략하고......획기적이고 멋들어진 음식을 한상 거나하게 차려야지~~ 다짐한다.....그리고 무조건 저심씨 남자들을 동참시키는것이 나의 가장 큰 목표다...
왜 여자만 죽어라고 음식을 해야하나??
음식은 여자들이 다하고....다차려놓은 제사상앞에서 절은 남자들만 하고....ㅡ.ㅡ;;
모든것이 불공평하다.........
아~~~
그래도 내가 세운 계획들은 모두 훗날의 일!!
모쪼록 제발 어머님.....음식 조금만 합시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