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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밖의 공기가 쌀쌀해 졌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시간들.
근 이 주만에 식탁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거실에 앉았는데,
거실의 공기만으로 바깥의 날씨를 가늠하기는 힘들다.
둥이 언니가 지지난 주 목요일 학교에서 코로나에 감염되어 왔을 때는 그저 그러려니 했었다.
봄엔 막내,
여름엔 아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때,
다른 가족들에게 전파되지 않게 간병했으므로
나름 하던대로 하면 이번에도 모두 무사히 잘 넘기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만이었다.
그리고 계절마다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걸려 오니
조금은 나태했었던 결과이기도 했을테고,
그래서 결국 아이가 한 차례 아프고 난 후,
일주일 뒤 나와 남편이 차례, 차례
도미노 쓰러지듯 온 가족이 코로나에 올킬 당한 셈이다.
친구에게 나 당했다고 하니,
일찍 코로나에 걸렸던 친구는 여적 살아남았었느냐고 놀라워 했고,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친구나 지인들은 염려해 주면서, 이제 내 차례인가? 백신 다시 맞아야 할까? 하면서 불안해 하는 것 같았다.
근 2 년 넘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잘 피해 온 것 같긴한데,
먼저 아파 본 사람들이 했던 말처럼,
차라리 걸리고 나니 속은 편하단 말이 무슨 말인지 조금 이해가 가기도 했다.
아이 간병해 주느라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갈까봐
만남과 외출을 자제하느라,
일주일여 집에 처박혀 있었고,
내가 아프느라 일주일여 집에 처박혀 있었더니
그새 달력 한 장이 넘어갔고, 계절 자체가 바뀐 듯하여
실로 창 밖의 세상이 나와 다르게 흘러가는 느낌이 든다.
고요하다. 세상이.
보름동안 입맛도 없고, 입이 말라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아 커피고, 간식이고 생각조차 못하고
그저 죽만 먹고 약만 먹었더니 약 봉지가 한아름이었다.
그 와중에 아랫배가 좀 많이 들어간 것 같아 몸무게를 달아보았더니 1키로 정도 빠진 것 같다.
아랫배의 몸무게가 날아갔구나? 기뻐서 이것을 계속 유지하고 싶지만, 또 먹으면 다시 원상복귀 되겠지? 좋아하지 말자. 많이 속아 왔잖아? 그래서 속지 않은 듯, 무덤덤하게 체중계에서 내려 왔다.
코로나 덕택에 좋은 점 또 한 가지는 허리가 많이 아파 그동안 의자에 앉질 못했었는데 조금 괜찮아 졌다는 점이다.
완전히 치료된 것은 아니지만, 의자에 앉기 보다, 계속 누워 잔다고 침대 생활만 하였더니 허리 통증이 생각보다 덜 해서 좀 놀라웠다.
대신 침대에 기대어 책을 읽었더니 목과 등이 아파오긴 하더라만.....어깨와 목을 내어 주고, 허리를 받은 셈인가?
의자에 오래 앉아 있기를 덜 해야 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독보적 걷기를 이 주동안 못하니 다리가 후들거리는 이상 증세가 오려 한다만, 강제 외출 금지령 덕분에 온종일 방안에서 할 일이 없다 보니 책을 읽는 시간이 무한대로 늘어 소설 책을 몇 권 더 읽고, 영화도 몇 편씩 더 보고,
그래서 읽다가 자고, 보다가 자고....
나름의 몰입 독서 시간이 되었다.
줄곧 제인 오스틴과 샬롯 브론테의 소설을 읽다가, 책 떨어뜨리며 잠이 들다 보니, 꿈 속에서도 주인공들이 나와, 그야말로 정신 없는 일주일 여를 보냈다.
오늘로서 격리 마지막 날,
어제 프레이야님의 커피 한 잔 하란 댓글을 접하고선
아? 커피?? 머리를 탁 치는 듯 했었다.
커피 맛을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병이 나아간다는 징조이리라 싶어,
그리하여 아이들 학교 가고 아무도 없는 거실에 홀로 앉아
이 주만에 커피와 머핀을 들고 앉았다.
머핀은 코로나를 선사해 준 딸이 어제 학교에서 만들었다며
엄마 자가격리 하면서 간식으로 먹으라고 챙겨 줘,
먹을 것 없는 와중에 감사히 먹을 수 있게 되었...
딸은 나에게 병도 주고, 먹을 것도 주었...
그래, 돕고 돕는 세상!
(커피와 머핀은 별맛이 없구나?
입맛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 보다.)
<다락방 미친 여자> 서문을 읽고 있는 사흘 째,
(서문이 참 기네요??)
서문을 읽을 때면, 늘 호기로워 지는데
그러다 본문을 들어가면 쉬이 지칠 때가 있다.
이번엔 그러지 말기로 다짐한다.
벽돌책이라 빨리 지치면 제때 완독하기 힘들 듯 하다.
천천히, 마음 내려 놓고, 즐기면서 읽어 보자!
스스로 다독이며,
내일은 밖에 나가볼 수 있을테니 이 와중에 자축한다.
잘 참았어!!
※코로나 걸려 보니 그 느낌 좀 알겠네요.
아..이게 코로나?
좋은 건 아닌 것 같으니,
다들 코로나 안 걸리게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약간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 같은 멍~한 후유증이 남네요.
정신 바짝 차리고 싶어,
사진 한 장 더 올립니다.
정신 안 차리면 물려요.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