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참여했었던 남자들은 훈장을 보여주며, 승리자와 영웅으로 떠받들어 주는 그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지만, 여자들은 평범한 여자의 생활이라도 누리고 살아가려면 전쟁에 참여했었던 과거를 침묵하고, 훈장을 숨겨야만 했다.

수부츠를 시장에 내다팔고 구두를 샀지. 처음으로 원피스를 입었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 거울 앞에 서서도 내가 나를 못 알아보겠는 거야.
4년 동안 바지를 벗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내가 부상당한 몸이라고 누구한테 털어놓겠어? 말했다가, 나중에 직장도 못 구하면 어떡하라고결혼은? 우리는 물고기처럼 입을 다물었어. 전선에 나가 싸웠다는 이야기는 아무한테도 하지 않았지. 하지만 우리끼리는 계속 연락하며 지냈어.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사람들은 우리에게 경의를 표하기시작했지. 30년이 지나서야.
모임에 초대도 하고 ・・・・・・ 처음에 우리는 과거를 숨기며 살았어. 훈장도 내놓지 못했지. 남자들은 자랑스럽게 내놓고 다녔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어. 남자들은 전쟁에 다녀왔기 때문에 승리자요, 영웅이요, 누군가의 약혼자였지만, 우리는 다른 시선을받아야 했지. 완전히 다른 시선・・・・・・ 당신한테 말하는데, 우리는 승리를 빼앗겼어. 우리의 승리를 평범한 여자의 행복과 조금씩 맞바꾸며 살아야 했다고, 남자들은 승리를 우리와 나누지 않았어. 분하고 억울했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전선에서는 남자들이 우리를 존중했고 항상 보호해줬는데. 그런데 이 평온한 세상에서는 남자들의 그런 모습을 더이상 볼 수가 없는 거야. 퇴각하다가 땅바닥에 누워 쉴 때면 우리에게 자기들 외투를 벗어주고 본인들은 얇디얇은 군복만 입고 버티던 남자들이었는데, ‘우리 소녀병사들 우리 소녀병사들부터 덮어줘야지.… 그러면서. 어디선가 솜이나 붕대 조각 같은 것을 구해와서 가만히 ‘자, 받아, 필요할 거야..….‘라며 건네주기도 했어. 수하리 하나라도 있으면 같이 나눠 먹었지. 전선에서 남자들은 따뜻하고 선량했어.
다른 모습은 본 적이 없어. 그런 건 아예 알지도 못했지.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차라리 아무 말 않겠어.
아무 말도·· 무엇이 우리의 추억을 훼방 놓는 줄 알아? 그 추억들을 견딜 수가 없다는 점이야... - P221

지금은 전쟁박물관에서 자주 초청을 받아 ・・・・・・ 답사여행을 이끌어달라는 요청을 해오지. 그래, 지금은 그래. 40년이나 지난 지금은 장장 40년만에! 얼마 전에 젊은 이탈리아인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했어. 꼬치꼬치 한참을 묻더군. ‘어떤 의사한테 치료를 받았나요?‘ ‘어떻게 아팠나요?‘
이상하게도 그들은 내가 정신과 의사한테 상담은 받았는지 어땠는지,
궁금해하더라고. 그리고 내가 무슨 꿈을 꾸는지도 ‘전쟁에 대한 꿈을꾸시나요?‘ 무기를 들고 전쟁터에서 싸운 러시아 여인이 그들에겐 수수께끼인 게지. 대체 어떤 여자이기에 전장에서 부상자들을 구해내고 상처를 돌보는 것도 모자라 직접 총을 쏘고 폭탄을 터뜨렸을까.. 남자들을 서슴없이 죽이고………… 또 ‘결혼은 했느냐‘고 묻더라고. 내가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하는 눈치였어. 혼자일 거라고 웃었지. ‘다들 전쟁에서 트로피를 가져왔지만 나는 남편을 데려왔죠. 딸도 있어요. 지금은 손자들이 자라고 있지요. 당신한테 사랑 이야기는 하지 않았는데 ・・・・・・ 지금은 못하겠어, 마음이 그래. 다음에 할게………… 당연히 사랑도 있었지! 암, 있었고말고! 사랑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살아남을 사람이? 우리 대대장이 나한테 반해서는……… 전쟁 내내 나를 보호하고 다른 사람은 내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했지. 제대하고는 병원에서 나를 찾았어. 그때 고백을 하더군・・・ 뭐, 사랑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또 와, 꼭 다시 와 내 둘째 딸 하자고 나는 당연히 아이를 많이 낳고 싶었어. 아이들을 좋아하거든. 하지만 딸 하나밖에 못 얻었어...딸 하나...건강도 안 좋았고 그럴 여력도 안 됐으니까.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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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좋으면 사야 할 것 같고,
책이 이쁘면 사야 될 것 같고,
책이 부르면.....
그래, 사야지!

미니멀리즘으로 살 줄 알았는데,
책을 자주 살 줄 몰랐네!
책 제목 훤하게 보고 살 줄 알았는데,
자꾸만 제목을 가리며 살 줄 몰랐네!
(이중으로 책을 꽂기 시작)

23주년 기념으로 날아 온 메세지 중
첫 100자평이 퍽 인상깊다.
책장 세 개에 책을 비우고, 채우며 살 것이다.
라고 다짐한지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또 책을 모으기 시작했었다는 것을 그 날의, 100자평이 알려준다.
(고마워, 알라딘! 나의 소비 행태를 상세하게 알려줘서^^)

월 10 만 원을 넘기지는 말자!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책을 구입했었지만,
총 구입 금액은 좀 당황스러울만큼 놀라웠다.
예전에 웽디북스님 영상을 보다가 책 총 구입 금액을 보고,
그 돈으로 무엇을 얼마만큼 살 수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
물품으로 사진을 올려 주신 걸 보면서 혼자 빵 터진 적 있었다. 근데 물품 사진을 직접 보니까 피부로 와 닿아 감탄한 적 있었다.

오래전 (지금은 연락이 끊어진) 친구네 놀러 갔을 때, 친구 남편이 아주 작은 미니 포크레인을 구입한 것을 보고 홀로 또 감탄한 적 있었다.(나 감탄 너무 잘 하는 사람!)
반짝반짝 유광 민트색이었는데 너무 귀여웠었다.
갑자기 생각이 나 검색해 봤더니
음...너무 비싼 건 사진 못해도 1톤짜리 조금 저렴한 미니 포크레인 한 대는 살 수 있을만한 돈.
그 돈을 책 사는데 쉼없이 쏟아 부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틀 정도는 자기 반성을 했었다. 읽지도 않는 책들을 사다 모은다고 이렇게 돈을 쓸 일이었던가? 환경을 생각지도 않니?
미니 포크레인 핑크 톤으로 사서 땅을 일궜음 텃밭이라도 남지 않았겠니??(아, 땅이 없구나?)
이런 저런 자괴감이 들었는데 문득, 다른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짐 정리 대충 하고 동네 언니들(이젠 옛동네) 초대한 적 있었는데, 오갈데 없어서 거실에 나와 있던 책장 두 개를 보고,
한 언니가 나더러 ‘이 책들은 너의 재산이구나!‘ 라고 말해 줘,
순간 할 말을 잊은 적 있었다.
장서가들에 비하면 그리 많지도 않은 책이지만,
매달 고심하고 고심하여 선별한? 책들을 일렬로 모아 놓았더니,
타인의 눈에 나의 재산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그 후로 늘 책장 두 개를 애틋하게 바라보게 되었는데,
(그때는 정리가 잘 되었으니까~^^)
지금은 서서히 흐트러지고 있는 책장을 보고 있노라니,
이젠 그만 사자! 계속 외치는 와중에
왜, 끊임 없이, 유독, 이번 달엔 사고 싶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인가?
여름이라 집에 붙어 있을 일이 많고, 독서실 에어컨을 믿고,
구매를 강행했지만, 주문 끝내 놓으면 계속 사고 싶은 책이 나온다. 이러다 미니 포크레인 1.5톤 짜리도 살 수 있을만한 돈이 되겠는데?

비타님 서재에서 본 몽테뉴의 에세 1 권을 샀다.
단발머리님이 각 권 23,400 원이라고 상세하게 알려주셔(내겐 이 두 분이 알라딘 제2 의 상담사!! 궁금한 걸 이 분들께 문의하면 신기하게 성심성의껏 바로 바로 대답해 주심! 물론 지름의 길로 곧바로 인도해 주시나니....)
세트는 부담되니 일단 한 권씩 사 보자! 싶어 1권 먼저 샀는데,
책이 이쁘다. 만족스럽다.^^(책의 내용보다 책의 외형만을 보고 샀다는 내용으로 채워진....)
빨리 다음 책들도 사고 싶다.
버지니아 울프 산문 책 시리즈는 제목이 조금 생소하다고 생각했었는데(아직 울프 책을 한 권도 제대로 읽질 않아서ㅜㅜ) 딘발머리님 서재 사진에서 보니 여러 권의 책들 속에서 단연코 예쁘고 눈에 띄는 것이다.
아...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이렇게 예쁘게 나온다면 고민되지!
울프 책 일단 두 권 정도 주문하고,
<파친코 1> 권도 예약주문 해놓았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도 펀딩하고,
손가락 바쁘게 클릭 클릭 했더니...일단 책 세 권은 어제 도착했다.
굿즈도 함께!!
빨래 바구니 할겸 피넛 원형 파우치랑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가려면 필수인 보냉가방이 눈에 띄어 피넛 보냉가방이랑 명견만리 문구가 적힌 맥주 유리잔을 주문했다.
한때 명견만리 미친 듯이 시청하고, 책도 읽고 그랬었는데..유리잔을 지그시 바라보니, 명견만리 보고, 읽으면서 고민하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맥주 마시면서 또 사색에 잠기겠구나!!
이번 달 주문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23주년 기념 굿즈로 뒤늦게 나온 깃털 펜이랑 회중시계가 계속 눈 앞에서 왔다 갔다 한다.
시계가 없어서 회중시계 들고 다니면 왠지 폼 날 것도 같은데...아쉽다.
그래도 고민은 계속된다.

책장에 나름 분류하여 정리한다고 해놨어도 소용 없다.
정리도 끝이 없어 여기 놨다, 저기 놨다 반복하며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난감하다.
책은 사도 사도 끝이 없고, 정리 한다고 해도 끝이 없다.
그냥 이 순간 이 자체가 끝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 글도 여기가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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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2-07-20 12: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읽는나무님 덕분에 에세 세트를 구매하게 될 것 같아요 ^^

책읽는나무 2022-07-20 18:21   좋아요 2 | URL
세트로 구입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1 권만 먼저 샀는데, 나머지 두 권도 그냥 세트로 살걸~싶더군요.
모든 책은 세트로 모여 있을 때가 이쁜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2-07-20 14: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셨군요!
전자책으로 수상록 있고 종이책으로도 있는데 또 사냐는 남편 말에 제동이 걸렸어요^^
내 적립금으로 사는데도 👀눈치를 보게 됩니다. 사실 제 스스로가 조금 양심에...! 눈 딱 감고 👓 사겠죠? 언젠가..!

수이 2022-07-20 13:15   좋아요 3 | URL
빨리 사서 읽어요 그레이스님 ㅋㅋ

책읽는나무 2022-07-20 18:25   좋아요 1 | URL
남편 분이 수상록을 계속 사는 걸 아신다구요??
오오~~대단하신 거 아닌가요?^^
저는 야금야금 사서 막 끼워 쑤셔 넣었다가 한꺼번에 쫙~ 나열해 놓음 언제 또 샀느냐고!!!!ㅜㅜ
나열해 놓기가 눈치 보입니다.
제발 좀 다 읽고 책 사라고~~잔소리 하는데 참~ㅜㅜ
근데 구입했던 책일지라도 다시 재번역하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책들 보면 그것도 정말 고민 되긴 합니다. 이건 저만의 고민은 아닌거였죠??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20 18:26   좋아요 1 | URL
비타님 여기서도 임무 수행 중이신...ㅋㅋㅋ
알라딘은 비타님께 여름 휴가비 줘야할껍니다!!!^^

수이 2022-07-20 1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미 7월의 총 구매량을 넘긴지라 울프는 7월 말에 땡투하고 8월에 울프 살게요.딱 한 권만 살래요. 셋뚜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렵니다. 오거서님이 위에서 에세 세트 구매하신다고 하니까 얼른 에세 세트 페이퍼에 다시 넣어요 책나무님 그래야 땡투는 책나무님에게로 부탁드립니다 하고 댓글 남기죠!!

단발머리 2022-07-20 16:04   좋아요 3 | URL
그래서 여쭤보는 건데 정말 에세가 그렇게 좋나요? 저는... 사지 말까, 한 권만 살까, 세트 살까의 세가지 중 선택해야 하는데 넘나 고민되네요. 제가 상품권도 있고 막 그런 사람이거든요. 푸하하하하!

수이 2022-07-20 17:14   좋아요 4 | URL
에 일단 1권을 사고 읽으시고 선택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전 셋트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으나;;;;;

단발머리 2022-07-20 17:15   좋아요 3 | URL
네네! 좋은 제안이십니다. 그렇게 해볼게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7-20 18:32   좋아요 1 | URL
비타님... 저도 셋뚜에 목숨 걸지 않는다고 그리 생각하고 샀는데 사고 보니 셋뚜는 셋뚜여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군요^^
일단 저도 월 구매 한도액을 훨씬 초과해버려 1 권씩만 샀는데...나머지도 언능 채워 넣어야겠군요.

비타님 말씀 듣고 얼른 손 벌벌 떨면서 수정하려 했더니 모바일로 작성한 글이라 그런지 수정이 안된다는군요?ㅋㅋㅋ
오거서님의 땡투는 원조 비타님께로 돌아갔음 싶네요.
비타님 덕에 에세 세트는 많이 팔렸을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7-20 18:34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상품권까지 있으셔요?
다 가지신 분이시군요ㅋㅋㅋ
부럽네요^^

조선인 2022-07-20 13: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알라딘의 23주년 이벤트는 알라디너들을 모두 경악하게 만들었군요. 1톤 미니 포크레인이라... 음... 전 뭘 대신 살 수 있었는지 함 알아봐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22-07-20 18:42   좋아요 3 | URL
정말 저도 금액을 보고 깜놀했었어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더니!!!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는??ㅋㅋㅋ
조선인님은 저번에 알려주신 금액을 떠올려 보면 미니 포크레인 3톤급은 구입하실 수 있겠어요. 아님 미니 포크레인 굴삭기도 가능하십니다ㅋㅋㅋ
저희 동네 언니 남편이 시골 땅에 자그마한 주택 짓는다고 땅을 고르는데 포크레인을 대여할 수 없어 미니 중고 포크레인을 샀다고,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해서 헐~~~~ 했었네요ㅋㅋㅋ
다들 집에 미니 포크레인 한 대 정도는 막 사는가 봐요??? 그럼 저도 책 안샀음 포크레인을??? 한 번 생각해 봤어요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07-20 14: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렌트와 울프. 책등이 알록달록^^ 이쁘네요 저도 울프 사야겠습니다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20 18:45   좋아요 3 | URL
울프 책 예뻐서 알록달록한 아렌트 책 옆에 끼워 넣었다가...가만 가만 이 자리가 아니잖아? 울프 책 옆에 놔둬야지? 자리를 옮겼더니, 아...색깔이 안맞더라구요.ㅜㅜ
울프 산문 시리즈 나머지도 빨리 사서 셋뚜 맞춰야 합니다.
바빠요 바빠~ 지갑에 돈이 굳을 새가 없네요ㅜㅜ

페넬로페 2022-07-20 15: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이 아마 책이 아닐까 생각해요.
참 소박하면서도 뿌듯하면서도 슬프기도 해요~~
새 책의 촉감은 언제나 좋아요^^

책읽는나무 2022-07-20 18:48   좋아요 3 | URL
제게도 저금 해놓은 것도 없고, 재테크 해놓은 것도 그닥 없어 허탈했는데, 지인의 ‘책이 재산이네~‘란 말이 기쁨과 동시에 슬픔?도 밀려 왔었어요. 제 맘이 페넬로페님 마음과 같습니다^^
그러면서 열심히 책을 또 주문하고, 굿즈로 살림살이 키워 나가고 있네요ㅋㅋㅋ

단발머리 2022-07-20 16: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버지니아 울프책 이쁘네요. 함정이라면, 전 한 권 밖에 안 샀는데 책나무님 두 권 사셨네요 ㅋㅋㅋㅋㅋㅋ축하드리고요. 오래오래 좋은 책, 좋은 굿즈 사이에서 행복하시길요^^ 페미니즘 칸 넘나 이뻐요!!!

책읽는나무 2022-07-20 18:55   좋아요 2 | URL
울프 책 저 그날 보고 반했었잖아요!!!ㅋㅋㅋ
그날이 바로 이번 달 책 주문 끝낸 날이었던가? 주문한 책을 받았던 날이었던가? 그랬었기에 고민이 깊었었죠^^;;;
그래도 사고 싶었어요.
페미니즘 책장 칸은 현재 넘쳐나서 책이 껴서 잘 안빠질 정도에요.
두 칸은 되는 것 같아요. 두번째 칸도 계속 차고 있어요ㅜㅜ
책장을 더 살 순 없는데 이중으로도 책 못꽂을까봐 고민이네요.ㅜㅜ
중고로 팔긴 싫고...에혀~ 끝났어요. 끝났어!! 그냥 되는대로 살려구요.ㅋㅋㅋ

가필드 2022-07-20 16: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탑 보기만해도 언제 봐도 행복하네요
저도 지름신 막 오르고 있어요
미니멀리즘 포기한지 오래 됬어요
그것때문에 더 지르더라구요
(참다가 한번에 지름)🤗

책읽는나무 2022-07-20 19:01   좋아요 2 | URL
이번엔 세 권만 오고, 아직 세 권은 안와서 탑이라곤 할 순 없지만, 대리만족이라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미니멀리즘은 왜 안될까요?
이사 와선 정말 그거 해보려고 했는데 두 달밖에 안지났는데 식탁에 바닥에 물건들이, 책들이 넘쳐 나기 시작하네요. 날도 더우니 더 치우기도 싫고...하~ 끝났어요~끝났어!!
저도 미니멀리즘 끝났어요ㅋㅋㅋ
아...저도 그래서 이번 달에 세 번이나 질렀군요??? 내일 영화 보고 오면 또 각본집 지를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미니멀리즘이 사람 잡는군요??ㅜㅜ

청아 2022-07-20 17: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니멀리즘 하고 싶은데ㅋㅋㅋㅋㅋ책 빼고는 미니멀리즘입니다. 옷도 별로 없고 가방도 몇 개 없는데 그마저 처분하고 싶지만 선물받은 거라 그냥 두고 있고 심지어 보석도 관심이 없어서 거의 팔아버렸어요. 그런 것들이 다 짐스럽게 느껴지는데 오직 책만은...책만은 보물입니다. <지식인의 서재>같은 책은 위험해 보입니다.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20 19:11   좋아요 4 | URL
저 그때 책 절반은 버리고, 인근 도서관에 기증하고, 책장 두 개나 버렸거든요. 오래되니까 책장도 주저앉더라구요ㅜㅜ
간편하니까 넘 깨끗하고, 책 제목이 훤히 보이고 하니까 넘 깔끔하고 좋았었는데 저 <지식인의 서재>를 읽고 갑자기 1 년동안 참았던 미니멀리즘이 봉인해제 되면서 심지어 버렸었던 책까지 또 사고... 왜 버렸지? 그러면서요ㅜㅜ
미니멀리즘이 그렇게나 무서운 건지 몰랐습니다. 거 함부로 할 게 못됩니다.
근데 미미님은 다른 물건들은 미니멀리즘을 실행하신다니 기특하십니다. 전 굿즈 사는 걸 보면 아시겠지만, 다른 물건들도 포화상태입니다ㅋㅋㅋ
주방에, 옷장에, 베란다에....ㅜㅜ
보석은 넘쳐 나질 않네요? 넘쳐났음 금값 치솟고 있어서, 좀 팔고 싶은데 말이죠ㅋㅋㅋ
미미님도 최근에 보석 팔았음 돈을 좀 버셨겠어요ㅋㅋㅋ
저는 옷장을 열었더니 사계절 옷이 죄다 걸려 있고, 이불장에도 사계절 이불이 죄다 들어가 있어서 깔끔하게 정리정돈 되었음 싶은데 식구가 많아서인지 옷이랑 이불 넣을 자리가 없어서 늘 고민입니다.
뭐든 과한 것 같아서 반성 중인데 잘 안되네요^^

mini74 2022-07-20 1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니하길레 저를 사시는 줄 ㅎㅎ 미니포크레인 ㅎㅎㅎ 넘 재미있고 신납니다. 역시 책지름은 모두에게 활력을 줍니다. 저도 이미 7월의 책 목표치를 달성했음에도 자꾸 손이 갑니다. 목표치 초과달성은 책사기밖애 없는 듯합니다 ㅎㅎ 저 빨래바구니 저도 있어요. *^^*

책읽는나무 2022-07-20 20:08   좋아요 2 | URL
아... 미니..미니님ㅋㅋㅋ
길 가다가 귀여운 아기 포크레인 보셨죠??? 그거 왠만하면 막 살 수 있는 건가봐요ㅋㅋㅋ
책이 재산이라고 칭찬해준 언니네 남편분도 아기 포크레인 중고로 싸게 샀는데 몇 번 안썼다고 쓸일 있음 얘기하라네요?ㅋㅋㅋ
나중에 노후에 텃밭 고르기 할때 미니 포크레인 한 대 살까? 그런 생각 살짝 했어요. 나중에 제가 구입하게 되면 빌려드릴게요^^
날도 덥고, 지치고, 기운 딸릴 땐...책이랑 굿즈라도 질러 삶의 활력을 얻어야 하는 우리!!! ㅋㅋㅋ
무모하지만 좀 재밌긴 합니다^^
아까 조선인님의 책 산 돈으로 구입할 수 있는 품목 읽고 왔는데 어찌나 웃기던지....ㅋㅋㅋ
저는 여름 휴가 안가는 대신 책이라도?? 그런 심정으로 막 질렀어요.
빨래 바구니 넘 이쁘네요^^
예뻐서 애들한테 냄새 나는 것들은 담지 말라고 했어요.ㅋㅋㅋ
피넛 보냉가방 들고 빨리 아이스크림 할인점 가야 하는데 냉동실도 꽉 차서....ㅜㅜ
집이 그냥 다 채워져 숨이 막히는 곳이라 끝장 났어요ㅜㅜ

난티나무 2022-07-21 07: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름의 길로 곧바로 인도….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뭘 살 수 있었을지 생각 안 해볼랍니다. 흑흑 😭

책읽는나무 2022-07-22 08:16   좋아요 1 | URL
맞아요.
생각 안 하고, 계산 해보지 않는 게 정답입니다!!!!
그래야 책 주문할 때, 맘 편해요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7-21 0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제 얘긴줄^^; 분명 이사올 때 책을 어느 정도 처분하고 왔고 책장이 아주 깔끔했건만 지금은 이중삼중으로 가로세로 뉘여서 정신없게 꽂혀 있어요.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바닥에ㅎㅎㅎ 서친분들은 다 이러실듯합니다.
지인분 말씀대로 책이 재산이고 보물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다른 물건은 욕심이 없는데 책 욕심은 늘어만 가서. 남편이 토지 세트 보더니 한숨을 팍!ㅋㅋ 제가 눈찌림샷을 한방 해주었죠. 다 읽을거야 이러면서~ 알라딘 굿즈 마니아는 나무님인 듯합니다!ㅎㅎㅎ 회중시계하고 깃털펜도 조만간 득템하실까요?ㅎㅎ

책읽는나무 2022-07-22 08:15   좋아요 1 | URL
저는 두 달밖에 안갈 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최소 6 개월은 깨끗한 상태로 진행될 줄 알았거든요ㅜㅜ
토지 세트 마침내, 도착했군요?ㅋㅋㅋ
어디다 놓으셨을지??ㅋㅋㅋ
저는 지금 고개 돌려보니 토지 5 권 정도 사다놓았네요?^^
세트는 한 번에 구입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찔끔찔끔 사서 묵히니까 책등 색깔이 안맞아요.
그래서 마음이 아프더라는...ㅜㅜ
그래서 전 토지 세트 구입하신 건 잘하신 일 같아요. 남편분 한숨 소리 들려도 무소의 뿔처럼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셔야 합니다ㅋㅋㅋ
저는 집에 굿즈도 넘쳐나서 아...남편이 또 샀나?? 라는 말을 아주 달고 삽니다ㅋㅋ
맥주 한 잔 마실 때도 늘 컵 또 샀냐고...에코 가방을 보면 또??
그래서 회중시계는 눈에 안띠게 숨길 자신 있는데, 깃털펜은 바로 눈에 뛸 것 같아서~^^
아...내 적립금으로 사는 건데 왜 눈치를 보는 것인가? 그레이스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거리의화가 2022-07-22 09:04   좋아요 1 | URL
토지 박스째로 바닥에 놓았습니다 토지 이름이 새겨진 박스더군요^^ 바닥이 좁아지네요ㅜ 진짜 책장 정리 하면서 팔 것을 체크해봐야겠어요.

희선 2022-07-22 0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 포크레인은 사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그걸 갖고 싶어하기도 하겠지요 그걸로 텃밭을 일굴 수도 있는지...

사람마다 갖고 싶어하고 관심 갖는 건 다르겠습니다 아니 여기는 거의 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겠네요 바로 읽지 못한다 해도 사둬야 할 듯한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신 책 언젠가는 보시겠지요 다른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책이어도 자신한테는 재산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래도 책읽는나무 님한테는 책이 재산이다 해주신 분이 있네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07-22 08:06   좋아요 3 | URL
제 친구 남편은 밥 벌이로 미니 포크레인을 구입했었던 경우이구요.
지인의 남편은 주말에 쉬러 가는 집을 짓는다고 미니 포크레인을 중고로 구입해서 땅 고르기를 하고 있다더군요.
저는 텃밭을 만들 때, 땅 고르기를 할 때, 저걸 쓰면 간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물론 땅이 없어서 당장 실행 불가능이지만, 그런 상상을 해보니 부자가 된 듯 하더라구요ㅋㅋㅋ
따로 모아 놓은 건 없는데 책이 쌓여 있는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짐 스럽기도 하고 그렇네요. 늘 양가감정이~^^

scott 2022-07-22 23: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무님은 왠지 ....
책 말고는
물욕이 없으 실 것 같습니다 ㅎㅎㅎ

스누피 가방은
쌍둥이 따님에게 주셨을 것 같아요

열독 하시는 것 만큼!
눈 건강도 소중히 ^^

책읽는나무 2022-07-24 17:13   좋아요 0 | URL
물욕이라...
그렇지도 않아요ㅋㅋㅋ
관심 가지는 분야에선 다 갖고 싶어 막 사다가 쟁여 놓아서, 식구들이 경악을 합니다^^
그냥 자제하자!!! 그러고 살고 있어요^^

안그래도 며칠 전에 아이스크림 사러 나갈 때, 스누피 가방 손에 들러 줬더니 가방 예쁘다고 깜놀하더라구요.
애들이란~~~~
아직 어려서 여러모로 쓸모가 있어요ㅋㅋㅋ

자꾸 날씨가 더워지니 다들 고생 많으시죠?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여름 잘 이겨냅시다.
스콧님도 건강하게, 눈 건강도 잘 지키시고 파이팅입니다^^
 

위생병, 위생사관, 통신병, 저격수, 보병, 야전세탁부대 병사, 외과의, 간호병, 고사포 병사, 비행대 대장, 운전병, 의사 보조, 빨치산 간호병, 빨치산 병사, 전화 교환수, 자동소총소대 소대장, 전투기 조종사등등
전쟁에 참여한 여러 계급의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겪어 낸 무수한 육성의 증언들은 실로 참혹하다.
읽는 내내 전쟁이 끝난 후, 전쟁의 승패에 상관 없이,
그들은 일상 생활이 불가능 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어떻게 그 악몽을 견뎌 냈을까?
일상도 전쟁의 연속이지 않았을까? 싶다.



1943년에 딸이 태어났어・・・・・・ 남편과 함께 숲으로 숨어들어 빨치산 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지.  늪지대의 짚더미 위에서 딸을 낳았어. 기저귀는 내가 품에 넣고 따뜻하게 해서 말린 다음 다시 채웠어. 사방이 불바다였어, 사람들이 산 채로 마을들과 함께 불태워졌지. 놈들은 학교로 교빙 둘러 석유를 뿌렸어.
다섯 살난 내 조카애가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마냐 숙모, 만약 내가 불에 타면 뭐가 남는 거예요? 덧신만 남아요?‘라고 묻더군. 자, 보라니까, 우리아이들이 우리한테 무슨 질문을 하는지・・・・・・나는 불길에 타고 남은 뼛조각들을 모으러 다녔어 내 친구의 가족을 찾아주고 싶어서 그렇게 한 거야. 사람들은 남은 재 속에서 뼛조각들을 찾아냈고, 조그만 옷조각이라도 발견하면 색깔이 어떻게 변했든 옷주인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봤어. 모두 자기 가족을 찾아다녔지. 내가 옷조각 하나를 찾아 들어 보였더니 친구가 ‘우리 엄마 블라우스‘라며 그대로 기절해버렸어...….… 어떤 사람은 머릿수건에 또 어떤 사람은 베갯잇 속에 뼛조각을 찾아 모았어. 그렇게 다들 몸에 지니고 온 것 중에 담을수 있는 곳이 있으면 다 담아 갔어. 나는 친구와 함께 가방에 넣었는데,
가방이 채 반도 안 차더라고. 다 같이 무덤 하나를 만들어서 거기다 유품들을 묻었어. 전부 다 검게 탔는데 뼛조각들만 하얗더군. 사람이 타고 남은 뼛가루를.. 이제 나는 단박에 알아볼 수 있어.
그건 하얀게, 정말 새하얗거든………… 그 일을 겪고 나니까 어떤 임무가 주어져도 두려울 게 없더라고 나는 아직 3개월밖에 안 된 갓난쟁이 우리 아이를 작전에 데리고 다녔어. 지휘관은 나를 임무에 보내놓고 자기가 마음 아파 울었지.
도시에서 의약품이며 붕대, 혈청제 등을 공수해오는 게 내 임무였어. 나는 아이의 - P122

양손과 양발 사이에 필요한 물건들을 넣은 다음 포대기로 꽁꽁 싸매는 식으로 물건을 들여왔어.  숲에서는 부상자들이 죽어가고 있었어. 가야만 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사방에 독일군 검문소와 경찰 초소가 깔려있고 경계가 삼엄해서 누구도 그 일을 해낼 사람이 없었어. 나만 통과할수 있었지. 우리 아이랑. 포대기 속에 있는 우리 아기랑..
아, 이제 그 일은 입에 담기도 끔찍해. 얼마나 죽을 힘을 다했는지 몰라! 아이 몸에 열이 올라서 울게 만들려고 소금으로 아이 몸을 문질렀어. 그러면 아이의 온몸이 새빨개지고 발진이 올라오면서 피부에 부스럼이 돋았지.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울어댔어. 검문초소에서 나를 불러세우면 ‘티푸스예요, 장교님 ・・・・・・ 티푸스……… 라고 둘러댔어. 그러면
"베크! 베크!‘ 하고 냉큼 사라지라며 우리를 쫓아냈지. 소금으로 문지른것도 모자라 마늘까지 포대기 속으로 집어넣었어. 갓난쟁이였던 내 아기는 아직 젖을 빨고 있을 때였어.
.....
검문초소들을 무사히 빠져나와 숲에 도착하면 한없이 울었어. 엉엉 목을 놓아 울었어!  우리 아이가 가여워서 마음이 찢어졌지. 그래도 한이틀 지나면 다시 임무에 나섰어....."
마리야 티모페예브나 사비츠카야-라듀케비치, 빨치산 연락병 - P123

역사는 앞으로도 수백 년은 더 ‘그건 대체 무엇이었을까?‘라며 고민하겠지. 대체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어디에서 왔을까? 상상을 한번해봐. 임신한 여자가 지뢰를 안고 가는 장면을・・・・… 체르노바는 당연히 아이를 기다렸지....… 삶을 사랑했고 또 살고 싶어했어. 당연히 두려워도 했지.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 길을 갔어・・・・・・ 스탈린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그녀는 무릎을 꿇어가며 살아야 하는 삶은 거부했어. 적에게 굴종하는 삶 따위는・・・・・・ 어쩌면 그때 우린 눈이 멀었던 건지도 몰라. 그리고 그때 우리가 많은 것을 놓치고 보지 못했다는 사실도 부인하지 않겠어.
하지만 우리는 눈이 멀었으면서도 동시에 순수했어. 우리는 두 개의 세상, 두 개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 당신은 그걸 꼭 알아야해....."
베라 세르게예브나 로마놉스카야, 빨치산 간호병 - P133

"어디서 있었던 일인지는 기억이 안 나……… 거기가 어디였는지.....한번은 헛간에 부상자들이 200명 가까이 꽉 찼는데, 위생병은 딱 나혼자였어. 전쟁터에서 부상자들이 생기는 대로 곧장 헛간으로 데려오다보니 그렇게 많아졌던 거지. 마을 이름은 잊어버렸어‥………… 그후로 몇 년이나 흘렀는지도 모르겠고……… 꼬박 나흘을 잠 한숨 못 자고 잠깐 앉을 새도 없이 뛰어다녔던 것만 기억나 그 많은 부상자들이 모두 비명을 지르며 나를 불러댔지. ‘간호병 간호병! 제발 도와줘요!‘ 이 사람 저사람에게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한번은 발이 걸려 넘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지 뭐야. ‘조용! 명령이다. 모두 조용히 한다!‘라는 고함소리에 잠이 깼지. 지휘관인 젊은 중위였어. 역시 부상당해 들어온 그 중위가 다치지 않은 옆구리로 반쯤 몸을 일으켜 소리치고 있더라고, 중위는 내가 쓰러질 지경이라는 걸 안 거야.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 명령이고 뭐고 당장 죽을 것 같은데. ‘간호병! 간호병!‘ 부상병들은 계속 나를 불러댔어. 나는 벌떡 일어나 어디로, 왜 가는지도 모른 채 뛰어다녔지. 그리고 그때 전선에 온 이후 처음으로 울고말았어.
그리고 ・・・・・・ 사실 사람은 자기도 자기 마음을 모를 때가 많아. 한번은겨울에 우리 부대 옆으로 독일군 포로 행렬이 지나갔어. 포로들은 찢어 - P156

진 옷으로 머리를 싸매고, 불에 타 구멍이 숭숭 뚫린 외투만 걸친 채 추위에 꽁꽁 얼어 있었어. 그때 날이 얼마나 춥던지 날아가던 새가 다 떨어질 정도였지. 새들이 날다가 그대로 얼어 죽은 거야. 그 행렬 속에 병사 하나가 가는데 ・・・・・・ 어린 남자애였어… 울었는지 뺨에 눈물 자국......
이 얼어 있더라고・・・・・… 그때 마침 나는 손수레에 빵을 담아 식당으로 가져가던 중이었어. 그 아이가 빵수레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거야. 옆에 있는 나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지 수레만 뚫어져라 바라봤지. 빵이다…………  빵………… 나는 큰 빵 하나를 집어들어 좀 떼어서 그 아이에게 줬어, 아이가 받긴 받는데..……… 어리둥절한 것 같았어. 믿지 못하는 눈치였지....… 그래, 믿을 수가 없었겠지.
나는 행복했어.
내가 다른 누군가를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사실이 기뻤어. 그리고 그런 나 자신에게 스스로도 많이 놀랐지..…."
나탈리야 이바노브나 세르게예바, 사병, 위생병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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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7-19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나의 뉴스피드>에는 안뜨고 <화제의 소식>에만 뜨네요. 몇 페이지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서 전쟁의 승자도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대를 이어 병을 앓거나 불행하게 사는 경우가 많다고 본것 같아요. 결국 누구도 승자가 아닌 전쟁. 그냥 전쟁하고 싶은 당사자들끼리 (당시에는 스탈린과 히틀러)싸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둘이서 그 잔인하다는 백병전으로요.

책읽는나무 2022-07-19 23:23   좋아요 1 | URL
제가 그날 그날 독보적에 링크한 책에 밑줄 긋기한 글들은 나의 뉴스피드에 올라가지 않게 설정을 걸어뒀던 것 같아요. 완독하지 않았어도 완독한 것처럼 숫자에 포함되는 것 같아 몇 년 전에 설정을 그리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화제의 소식>에는 뜨나 보죠??
그리 화제가 될만한 소식은 아닌 듯한데 말이죠?ㅋㅋㅋ
근데 책이 화제가 되다 보니 한 번씩 글이 올라갈 때가 있나 봅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아니...지네 둘이서 싸우지??
왜 엄한 무고한 희생자들을 저렇게 양산시키는지??? 지금도 그러하잖아요.ㅜㅜ
러시아는 체제가 달라서인지? 여성들이 이렇게나 조국을 위해서 앞서 지원하는 분위기였던 건가? 읽으면서 좀 놀랐습니다.
적군, 아군 알고 보면 모두가 다 희생자들입니다.ㅜㅜ
 
글 쓰는 딸들 - 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와 그들의 어머니
소피 카르캥 지음, 임미경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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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라스, 보부아르, 콜레트,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세 명을 각자의 엄마와 딸의 관계를 집중 분석하여 엮어낸 책이다. 모녀간의 모질고, 치열했던 사랑의 관계는 결국 글을 써야 했던 이유였고, 글을 씀으로 딸들은 어머니를 한 여성으로 관대하게 바라 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어떤 어머니가 되어야 할지?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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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트의 어머니 시도는 딸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집착하고, 소유하려는 의지가 강하여 콜레트 또한 그런 어머니에게서 벗어나 주체적인 본인의 모습을 찾아가는 삶을 선택한다.
콜레트의 어머니는 콜레트가 훌륭한 대작가가 되길 기대하고, 격려하고, 독려하였으나, 콜레트는 부담의 짐이 되었다.
막상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나이가 되니 콜레트는 어머니의 마음과 상황을 가슴으로 이해한 듯 하다.

엄마와 딸의 관계란 무엇인가?
줄곧 질문이 따라다니게 만드는 책이었다.

아이와의 줄다리기에서 지는 쪽은 매번 어머니이다.
해결책은 이 악순환을 끊어버리는 일이다. 불평하고 꾸짖는 일을 멈춰야 한다. 대신 사랑의 전략을 써야 한다. 연인들 사이에서 활용되는 거의 연애전략 같은 것이다. 아이가 다시 입을 열어 말하게 하려면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하고, 요구하는 대신 받아들여야 한다……… 어째서 우리는,
어머니들은 이런 일에 번번이 실패하는 것일까?
시도는 딸의 침묵 앞에서 식물의 침묵과 맞닥뜨릴 때처럼 무력하다. 사고작용이 멈춰버릴 정도다. 그처럼 지적인 어머니, 선인장꽃의 개화를 기다릴 수 있을 만큼 인내심강한 이 어머니가 딸의 침묵 앞에서는 자기 통제력을 잃는다. 딸을 대하는 시도를 보면 서툰 정원사가 물을 주고 또주는 바람에 결국 화초가 물에 잠기는 모습이 떠오른다.
어머니와 아이, 특히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한 존재와 다른 한 존재의 관계이다. 즉 어머니와 딸의 사랑도 연인의 사랑과 다를 바 없다. 요구한다고 얻어지는 사랑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우선 상대방을 향해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하고…… 그러고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시도는 나이 들고, 병도 들고, 게다가 소유욕을 버리지 못한다. 정신의학자 마리 리옹쥘랭은 딸에 대한 기대와 기다림이 과도한 어머니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그런 어머니들은 딸을 사랑하고 딸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그들은 사실 자신이 사랑을 받으려는 것이다." -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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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18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식이 원하는 어머니와 어머니 자신이 생각하는 어머니의 이미지가 같은 경우는 거의 없을듯요. 저렇게 훌륭한 글을 쓰는 작가들 대부분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만은 않았을 듯한데요. 그 두 존재의 긴장에서 오는 고뇌가 글쓰기를 가능하게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2-07-19 09:07   좋아요 0 | URL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여자는 많이 배우지 않아도 된다, 여자는 몸가짐이 올발라야 한다, 결혼을 잘 해야 한다. 라는 사고 관념이 강하던 시기였던지라 생각했던 것보다 더 관계가 좋지 않았네요.
특히 뒤라스 작가의 경우는 큰아들만 편애하여 오냐오냐 키워, 뒤라스는 오빠에게 폭력을 당하고 컸어도 옆에서 엄마는 묵인하고 방치했더군요.ㅜㅜ
그럼에도 대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들이 어릴 때부터 조숙했었고, 지능이 뛰어났던 덕분이 아녔을까? 싶어요. 성숙했었기에 어머니와의 관계도 결국엔 스스로 용납하고, 화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자서전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콜레트라는 작가는 처음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들의 소설을 읽어 보아야겠어요. 특히 뒤라스의 ‘태평양을 막는 제방‘은 어머니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 소설이라는군요? 알라디너님들 리뷰로 먼저 접했었는데 그 소설도 읽어봐야겠구요.
보부아르와 콜레트 작가도 그 작품을 읽고, 언급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