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얼이 빠져 뭐하고 살았는지 책도 안 사고,
굿즈도 안 사고...
그렇게 살았더라구요?
책 값이 너무 올랐다고 맨날 궁시렁 궁시렁~
투덜투덜~ 거리다가 월 초에 중고 책을 샀던 적 있었습니다.
7 권을 샀었는데도 한 권 값도 안나와서 깜짝 놀랐었죠.
이렇게 알라디너님을 통한 중고서적 택배로 받아 본 적은 처음이었는데, 나름 괜찮네요.
D님은 저인 줄 모르고 책을 부쳐주셔 뒤늦게 저인 줄 알고 깜짝 놀라셔서 저도 또 놀랐었죠. 완전 사생활 보호 비밀거래가 가능한 중고책 구입 유통 경로가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습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와 거짓말> 시리즈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데 1 권만 읽고, 나머지 책은 진도가 안나가 차라리 구입을 할까? 살펴 보니 지금은 합본으로 나온 상태더군요.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중고책으로 아주 싸게 내놓으셔서 덥석 물었습니다. 그리고 <올리버 트위스트>도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 덥석! 요 네스뵈, 이언 매큐언 작가의 책도 눈에 띄어 덮어 놓고 덥석 덥석!! 낚싯줄 잡아 당기 듯!!!^^;;;
나만 너무 많이 가로챘나? 걱정이 되어 7 권만 담았죠.
받으니 기뻐, 횡재를 했구먼! 그러다가 코로나로 넉다운!!
다미여 책 관련 시와 소설을 읽어대느라 지금까지 아주 그냥 정신을 못차리는 나날이네요.
인증샷 올려야 할텐데? 하면서도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려 미루고만 있었습니다. 미루는 동안에도 방문 앞 책장 위에 책탑을 쌓아두었더니 오며 가며 책을 보게 되고, 책을 보면 그 분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빨간 백팩에 빨간 다미여를 넣어 다니면서 지하철에서 벽돌 다미여 책에 밑줄 긋는 여성이라니??
저는 그 장면들에 너무 감동을 받아 버렸나 봅니다.
제 꿈에 그 분이 나오신 겝니다.
예전 북플에서 팔만 살짝 나온 사진 속 그 검은 계통의 원피스를 입고서 말입니다. 잠깐 격리를 해야 하는데(다행히 코로나에 걸린 것 같아 보이진 않았어요.^^) 우리 집에서 좀 해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리 하시라고 대답하고선 책을 읽으시는 건지? 책상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길래, 요래 나도 고개를 숙여서 얼굴을 한 번 봤었죠. 실물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얼굴을 봤더니 어???? 제 국민학교 때 친구 얼굴이랑 비슷하게 생긴 거였어요. 순간 너무 놀라서 ˝ㅇㅇ이??˝ 외치려는데 꿈이 깼습니다. 그 친구는 연락이 끊어졌지만, 지금 미국에서 라로님처럼 간호사 일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보고 싶었나?
암튼 왜 D님 꿈을 꾼 것일까?
혹시 로또???
로또를 사러 나가려다 참았네요.
대통령 꿈을 꿔도 당첨되지 않는 로또ㅜㅜ
암튼 알라디너 분이 이렇게 꿈에 정식으로 등장한 꿈은 처음입니다.
북플 글을 읽다가 책 표지 꿈을 꾸거나, 글과 관련된 꿈은 꾼 적은 있었지만요.
몇 년 전 꼬마요정님이 읽고 계신 빨간 표지의 책이 너무 인상적였었는데 그 날 그 책이 꿈 속에서 두둥실 떠오르는 꿈을 꿨었구요.(책 제목은 기억 안납니다.ㅜㅜ)
몇 달 전 독서괭님 서재에서 읽었는데 이정재와 정우성 연예인 관련 기사를 링크해 두셨길래 읽어본 적 있었네요.
그런데 며칠 뒤, 제 꿈에 이정재가 나온 거에요.
이정재에게 다가가 뭔가를 제가 막 설명해 주면서 얼굴 한 번 더 보려고 고개를 요래~ 숙여 서로 눈 마주치려는데.....
남편이 일어나라고 저를 깨워 산통이 다 깨진 겁니다ㅜㅜ
얼마나 아쉽던지!!!!!!!!
내 꿈에 이정재가 나왔는데 자기 때문에 눈 마주치려는데 자기가 깨웠다고 왜 깨웠느냐고!!!!! 짜증을 많이 냈었네요.
남편은 어이 없어, 미안하다고!!!!
하루종일 아쉬워서 오후에 산책할 때, 남편에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이정재보다 정우성을 좋아하는데 왜 정우성이 안나왔을까? 이왕이면 정우성이 나왔음 더 좋았을텐데....아쉽다!!!ㅜㅜ
이정재 꿈이라도 로또 사볼까?????˝
남편은 ˝니 알아서 하세요~~~˝
반응이 시큰둥해서 저러면 김 빠지지! 싶어 그 날도 로또는 안 샀어요.
저는 로또 살 돈 아껴서 책을 살거거든요.
그래서 며칠 전 책을 주문했고, 굿즈도 샀고,
오늘 받았습니다.
책 산 걸 자랑하려니...아뿔싸!!!
꿈 얘기로 페이퍼를 한 가득, 벌써 다 채워버렸네요?
오늘은 안되겠군요. 긴 글 읽으시면 눈이 너무 피로하실 듯 하여,
일단 D님께 산 중고책만 간단히 올리구요.
내일 다시 돌아와 오늘 받은 책, 탑을 쌓아 보겠습니다.
그럼 전 내일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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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1-29 15: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정말 책나무 님이 주문하신 건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책 처분하고 싶던 터에 여러권 주문이 한꺼번에 오길래 씐난다~~ 하며 포장했어요. 속죄를 예전에 읽고 팔았는데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샀다가 안읽은채로 판거예요. 속죄와 올리버트위스트는 한 번도 읽지 않은 새책입니다. 잘 가져가신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밑에... 도선생님 전집을... 갖고 계신겁니까? 와우!! >.<

책읽는나무 2022-11-29 15:58   좋아요 3 | URL
책들이 넘 깨끗해서 성격이 보이신다!!! 했었는데...읽지 않은 새 책이란 말입니까?ㅋㅋㅋㅋ
횡재했네요^^
근데 책을 비싸게 사서 이렇게 싸게 되파시면???
이제 앱에 철저하게 바코드 다 찍혀 있으니 관리 들어가시겠군요ㅋㅋㅋ

도선생님 전집 펀드 모집할 때, 한참 고민 고민하다가 책 양장본에 반해서 질렀네요. 펀드 책 주문은 저게 처음이었네요. 그리고 뒤이어 두 번째는 다락방 미친 여자들이었구요. 북펀드는 후회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책들 1 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 한 권도 안 읽은..ㅜㅜ
근데 딱 봐도 도샘 책인 걸 아시는군요?^^

잠자냥 2022-11-29 17:18   좋아요 4 | URL
헤드헌터 책탑에서 제목만 보고는 아, 부장님은 소싯적에 이미 헤드헌터까지 관심이?! 했으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표지 보고 역시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1-29 17:57   좋아요 3 | URL
저…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저 책도 사두고 안읽었어요 ㅋㅋ)

꼬마요정 2022-11-29 19:21   좋아요 2 | URL
속죄!!! 너무 좋아하는 책이에요. 이언 매큐언은 이 책 땜에 다른 책들 읽는데 늘 이 책만 좋다는…

책읽는나무 2022-11-29 19:48   좋아요 1 | URL
제가 좋은 책만 낚아 올렸군요.
흐뭇합니다.ㅋㅋㅋ
지금은 헤드헌터랑 속죄가 가장 땡깁니다^^

다락방 2022-11-29 19:52   좋아요 3 | URL
저는 이언 매큐언의 <칠드런 액트> 도 너무 좋았어요, 꼬마요정 님!!

꼬마요정 2022-11-29 20:49   좋아요 2 | URL
아앗!! 알겠습니다!! 제가 아직 안 읽은 <칠드런 액트> 도전하겠습니다!! 책장에 있네요. 신기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1-29 20:5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ㅌㅌㅌ 아니, 제가 무슨 책을 말만 하면 그 책 다 꼬마요정 님 책장에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2-11-29 22:06   좋아요 2 | URL
없는 것도 있을 거에요. ㅋㅋㅋㅋ 그럼요 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1-29 22:35   좋아요 2 | URL
알고보면 요정님이 알라디너에서의 큰 손???!!!!^^ 전 얼마전 요정님 책장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없는 책이 없으실 듯!!!ㅋㅋㅋ

꼬마요정 2022-11-29 23:36   좋아요 1 | URL
아..아닙니다. 없는 책 많아요 ㅎㅎㅎ 큰 손은 무슨요.. 여기 계신 분들이야말로 다 큰손이죠. 제 책장 부분만 찍어서 많아 보이는 거예요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11-29 16: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다미여를 열심히 읽고 계셔서 꿈에까지 등장하신듯요^^; 저도 도선생님 전집 사두기만 하고 못 읽었어요ㅠㅠ 아... 쌓여만 가는 책들. 저 중 한 권이라도 읽어야할텐데ㅋㅋㅋ
아무튼 중고로 덥썩 잘 무셨습니다. 예전에 알라딘 중고서점 가까이 있을때는 중고 서적 종종 샀는데 저는 온라인 중고는 잘 이용을 안하게 되네요. 모아서 사야되서...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1-29 16:31   좋아요 3 | URL
그런가 봅니다ㅋㅋㅋ
다미여를 계속 붙들고 있으니...아, 그런데 12 월 말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곧 12 월이라 이젠 관련 도서는 이쯤에서 접어야 할까? 조금 고민이 되고 있습니다.
도 선생 책들도 읽어야 하는데..전 사진 찍기 전까진 도 선생 책이 있는지 잘 몰랐네요????
다락방님이 언급해 주셔서 비로소??
그저 책 선반으로 착각하고 있었어요ㅜㅜ
책이 책으로 보이지 않는 경지까지 가게 된 이 경우는 뭐라고 할까요?ㅋㅋㅋ
암튼 중고 서적이 참 저렴하긴 한데, 구입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중고 서점 한 번씩 갔을 때 덮어 놓고 사오면 무거워서 낑낑 거리고, 또 책 둘 곳은 없어지고..ㅜㅜ
정말 갖고 싶은 책만 사야 할 것 같아요. 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책은 참 갖고 싶었는데 덕분에 잘 샀어요^^;;;

거리의화가 2022-11-29 16:33   좋아요 3 | URL
저는 디킨슨만 짬짬이 읽고 다미여 완독에 집중하려구요^^; 안 그러면 12월 내 못 읽을 것 같아서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1-29 19:48   좋아요 1 | URL
파이팅 모두 모두 파이팅입니다^^

단발머리 2022-11-29 1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밀거래를 통해 다락방님과 거래를 ㅋㅋㅋㅋ 축하드립니다.
이정재 앤 정우성 꿈과 관련해서는 이정재 나왔으니 다음에는 정우성 차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두 사람이 워낙 각별하잖아요. 이정재 왔다 갔으니 곧 정우성 올 것입니다. 기다리시고요. 정우성 만나면 제 안부 좀 ㅋㅋㅋㅋ 전해주세요. 눈사람 라떼 한 잔 하자고 그랬다고, 제가 사겠다고 그 말도 좀 ㅋㅋㅋㅋㅋ 전해주시고요.

책읽는나무 2022-11-29 19:56   좋아요 1 | URL
비밀거래를 했어서 다락방님은 누군지도 모르고 책을 부치시고!!!! ㅋㅋㅋ
정우성 님 정말 꿈에 나왔음 좋겠어요^^
공유도 괜찮구요ㅋㅋㅋ
정우성씨 제가 20 년 전에 실제로 한 번 봤었어요. 그때 부산국제 영화제 초창기 때였는데, 남포동 극장 주변에 큰 봉고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문이 열려 있었거든요. 지나가면서 어두컴컴한 그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뭔가가 보여 멈춰서 계속 보고 있으니 정우성 눈이었어요ㅋㅋㅋ
눈 마주쳐서 무안해서 제가 고개를 돌렸었는데 눈빛 강렬함이 예사 눈이 아녔었는데 그래서 정우성이 대스타가 됐던 건가?? 늘 그 생각을 하곤 합니다.ㅋㅋㅋ
우성 씨 꿈에 나오면 꼭 전할게요.
알라딘의 지적 아름다움을 담당하시고 있는 어떤 여성 분이 눈사람 라떼 사 드린다구요.ㅋㅋㅋ
가촌리 할리스에 가시지 않으시렵니까?? 하고 덧붙여야겠어요.
우성 씨는 절대 거절하지 않으시리라고 봅니다ㅋㅋㅋ

꼬마요정 2022-11-29 1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얼마 전에 다 읽고 멍했어요. ㅎㅎ 개인적으로는 1부가 제일 좋았는데 뭔가 가슴이 참 아프더라구요. 이상한 책이애요 ㅎㅎㅎ 그나저나 진짜 인연입니다 ㅎㅎ 다락방님이 판매자였다니!!

제가 읽던 빨간 책은 뭐였을까요? 이러다 저 읽었거나 읽는 중이거나 읽을 책 중에 빨간 책 찾기에 들어갈지도 몰라요 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1-29 20:06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이 언젠가 한밤 중에 중고책 판매하신다고 페이퍼를 올리신 적 있었어요. 그때 잽싸게 주문했었는데 주문은 알라딘이 중간에서 알아서 거래해 주는 시스템이더군요? 저도 이런 주문은 처음인지라....^^;;;
그래서 다락방님은 저 책들을 제가 산 건 줄 모르셨던 듯 합니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1 부를 읽고 저도 멍~ 했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이 작가님 뭐지? 하면서요^^
그래서 뒷편들도 연달아 읽고 싶었는데 이사 오면서 도서관이랑 멀어지니 책 빌리러 가기가 쉽지가 않았는데 때마침!!!!!ㅋㅋㅋ

빨간 책!!! 글쎄요? 뭐였을까요?
제 기억엔 중국 작가 쪽 책이었던 것도 같고??? 그래서 전 요정님이 저보다 나이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몇 년 되었지 싶은데 기억이 좀 가물가물 합니다.
암튼 붉은 색 계열 표지였던 것 같아요. 꿈을 꾼 건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늘 요정님 글 북플에 뜨면 가끔 꿈이 생각이 나 혼자 웃네요ㅋㅋㅋ

mini74 2022-11-29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우성 더 좋아해요 비트때부터 ㅎㅎ 다미여ㅠㅠ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중간부터 ㅠㅠ

책읽는나무 2022-11-30 06:12   좋아요 1 | URL
다미여 중간까지나 읽으셨어요?????
제일 많이 읽으셨어요. 미니님!!!
아직 중간까지 읽으신 분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ㅋㅋㅋ
저는 이제 3 장 들어갑니다ㅋㅋ
12 월 한 동안 다 읽을 수 있을지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만...하는데까지 해봐야죠!!^^
정우성!! 정우성!! 정우성!!
이렇게 읊조리면 꿈에 나오겠죠??
혹시 만난다면 미니님 비트 때부터 좋아하셨다고도 전해 드릴게요^^

독서괭 2022-11-30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책나무님, 제 서재에 댓글 달아주신 거 보고 꿈 이야기 보러 달려왔어요. 책나무님 꿈 쪽이 훨씬 좋네요. 다락방님에 대한 애정이 물씬! 꿈에서도 나오고! 코로나 격리를 내집에서 시켜줄 정도의 마음! ㅎㅎ 제 덕분에(?) 이정재 꿈도 꾸셨다니 ㅋㅋ 근데 눈마주치려 할 때 꺠우다니 남편분도 참 ㅋㅋ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옛날에 다 읽었는데, 1부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충격적이었고요.. 근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ㅎㅎ 역시 리뷰를 남겨야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11-30 23:06   좋아요 1 | URL
남편이 원망스러웠어요. 그 날은ㅜㅜ
암튼 남편은 늘 나를 도와주지 않는 사람인 듯 합니다.
하루종일 정우성이 나왔음 더 좋았을텐데....계속 달고 살았었구요!!ㅋㅋㅋ
그날 로또를 한 장 산다는 것이 그만 넘 바빠서~ㅋㅋ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모두 1 부가 좋았었고, 충격적이었다고 말씀 하시네요? 저도 1 부만 읽었었는데 충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문맹> 에세이집이 괜찮아서 소설도 챙겨 읽었는데 이 작가 뭐지? 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이제 다미여 끝내 놓으면 저 책도 천천히 읽어봐야겠죠. 아..다미여 끝나고 내년부터 읽을 책들이 산더미가 되어 가네요. 책은 어떻게 죽어라고 읽어도 끝이 없는 걸까요?????
이제 내일은 12 월입니다.
달력 마지막 장!!!!!
끝까지 달려 봅시다^^
 

<제인 에어>를 읽게 된다면,
바로 이렇게,
에이드리언 리치가 읽는 방법처럼 갈래를 잡고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구나? 싶었다.

제인이 유명해진 이유는
‘신조를 지키는 씩씩한 여성, 나아가 성장 시키는 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제인 에어 스스로 본보기로 삼거나 의지할 수 있는 여성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 한다.

<제인 에어>를 읽은 지 한 달도 채 안됐는데
그새 시간이 지났다고 <제인 에어> 내용이 가물거린다.
하지만 에어드리언 리치 언니의 통찰력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아, 제인 에어는 확실히 기승전결 본인의 삶을 본인이 결정해서 행동한다. 비록 소공녀 세라처럼 고난이 닥친다 할지라도 말이다.
특히, 로체스터와의 결혼식이 깨지고, 버사라는 존재를 알게 되어 로체스터의 곁을 떠날 결심을 했을 때, ‘꿈을 통해 밤하늘의 가모장 정신의 상징이자 밤하늘의 위대한 어머니인 ‘달‘이 꿈에 나와 제인더러 손필드 저택을 곧 떠나라고 재촉한다.‘는 장면을 리치 언니는 서술해 놓았는데, ‘달‘이 나왔었던가? 내면의 소리였던가? 기억에 가물가물한다.
하지만 ‘달‘이 가모장의 상징이란 점은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해‘는 곧 가부장을 상징하는 것인가?
19세기 소설이라 정작 작가들도 관습을 깨부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감염‘되어 있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만,
어쨌거나 제인 에어는 기억에 남을 만한 독특한 소설임에 틀림없다.

‘남성의 일시적인 대체물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서로 지지하는 현실적인 여성들의 관계를 목격한다‘(76쪽)
지지하는 관계는 곧 헬렌 동급생과 템플 선생님 그리고 다이애나와 메리 리버스 자매와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 네 여성들이 등장하면 눈에 띈다.

‘적어도 제인에게 이 결혼은 단순한 해결책이나 하나의 목적이 아니라 급진적으로 이해된 형태의 결혼이다. 즉 여성의 삶을 방해하고 축소하는 가부장적 결혼이 아니라 여성이 자신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의 연장선으로서의 결혼이었다‘(76쪽)
그 시절 소설들, 여성 대가 작가들은 ‘결혼‘을 함으로 왜 결론을 내리는 것일까? 궁금하다 못해 살짝 지겹기도 했었다.
또 결혼이군!!!! 이 위대한 소설들이 결국 결혼을 목적으로 쓰여진 것으로 폄하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었는데 결혼이 하나의 목적이나 해결책이 아닌 여성이 스스로 삶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의 연장선으로 보아야 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오스틴 소설을 읽을 때, 살짝, ‘결과보다 과정을 보란 말야!!‘ 그리 보이는 듯해 보였는데,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특히나 제인의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장면에 몰입하다 보니, 로체스터와의 결혼으로 인해 조금 실망한 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과정을 돌이켜보니 확실히 다른 점이 눈에 띈다.
로체스터가 청혼을 하여 수동적인 결혼식은 성공하진 못했으나, 제인이 청혼하여 연결된 능동적인 결혼식은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면 사랑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란 결론인 것인가?
그 시절 여성이 먼저 사랑을 쟁취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큰 이슈였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뒤늦게 떠오른다.
에이드리언 리치 언니 덕분에 곱씹어 본 <제인 에어>였다.











어머니도 없고 경제적인 힘도 없는 제인 에어는 전통적으로 여성이겪는 유혹을 거치며, 이 각각의 유혹이 대안도 함께 제시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신조를 지키는 씩씩한 여성, 나아가 성장시키는 여성의이미지를 통해, 제인 에어 스스로 본보기로 삼거나 의지할 수 있는여성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 P53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떨며, 억누를 수 없는 흥분에 전율하며나는 계속 말했다.

"당신이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 다행이에요. 살아 있는동안 다시는 당신을 숙모라고 부르지 않겠어요. 커서도 다시는 당신을 보러 오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혹시 누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당신이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묻는다면,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고, 당신이 날 비참하리만큼 잔혹하게 대했다고 말해줄거예요."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내 마음은 난생처음으로 낯선 자유와승리감으로 부풀어 오르고 기쁨으로 가득 차올랐다. 보이지 않는 굴레가 끊어지고 바란 적도 없는 자유 속으로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 P56

힘없는 이들의 수많은 분노가 그러하듯, 이와 같은 폭발은 순간의 의기양양함만을 남겼다. 제인은 곧장 우울감에 빠졌고, 자기 징벌의 반작용으로 괴로워졌다. 베시가 애정과 존중을 확인시켜주었을때 비로소 그 반작용에서 놓여난다. 베시는 제인에게 사람들을 무서워하면 사람들도 그를 더 싫어하게 될 뿐이라고 말해준다. 이상하게비뚤어진 조언이지만 제인의 조숙한 용기는 이 조언에 응답한다. 다음 장에서 제인은 로우드 자선 학교로 향한다. - P57

을 남성적인 신으로 대체하는데, 이는 기독교 시대 일부 상상력이풍부하고 재능이 뛰어난 여성들이 따랐던 하나의 양식이었다.
로우드 학교의 규율과 헬렌과 템플 선생님이 준 도덕적이고 지적인 힘은 어린 제인에게 스스로 가치가 있으며 윤리적인 선택권이있다는 의식을 심어준다. 헬렌은 마침내 결핵으로 세인의 품에 ‘어린아이처럼 안긴 채 죽음을 맞이한다. 나중에 템플 선생님은 ‘훌륭
‘한 성직자‘와 결혼해 로우드 학교를 떠난다. 이렇게 제인은 첫 번째진짜 어머니들을 잃는다. 그러나 이 두 여성과의 이별로 제인은 디넓은 경험의 영역을 향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나의 세계는 몇 년 동안 오직 로우드에서의 생활이었고, 나의 경험은 이곳의 규율과 제도였다. 이제 나는 진정한 세계는 넓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 - P60

그리고 곧장 우리는 다시 미친 여자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여기서 우리 시대의 소설 가운데 또 다른 미친 아내가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다. 도리스 레싱의 《사대문의 도시》의린다는 다락이 아니라 지하실에 살며, 주인공 마사가 (제인 에어처럼피고용인이고 고용주와 사랑에 빠진다) 그 집에 살러 갔다가 그의 광기를 경험한다.
제인 에어에게 다락 층은 가스통 바슐라르가 《공간의 시학》에서 지하실의 무의식적이고 귀신들린 세계와 반대로 ‘지붕의 합리성‘
이라고 부른 공간이 아니다. 이 지붕은 제인의 시선이 확장되면서방문한 곳이지만, 이 시선, 혹은 이 깨달음은 제인을 문 뒤에 갇혀 있는 미친 여자 쪽으로 더 가까이 데려간다. 도리스 레싱의 소설에서 미친 여자는 그 자체가 깨달음의 원천이다. 그러나 제인 에어는 버사 로체스터와 그런 접촉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성으로서 제인의 자아의식은 남자와 동등하고 같은 요구를 지닌 의식-1840년대 영국의 광기에 더 가깝다. 제인은 자신이 미치리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지만, 집 안에는 분명 미친 여자가 존재한다. 그 이미지는 흰 거울에 비쳐 끔찍하게 일그러진 이미지이고, 제인의 행복을위협한다. 자기보호본능이 이전의 유혹들로부터 제인을 지켜주었듯이 1840년대 영국의 힘없는 여성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상상하지 않음으로써 제인은 미친 여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 P64

렸듯이 자신은 도덕적인 설화를 하고 있지 않음을 꽤 의식했다. 제인은 피상적으로는 그 시대와 장소의 창조물이지만 인습에 묶여 있지 않았다. 그는 어린 시절 어른의 권위가 지닌 신성함을 거부했고어른이 되어서는 자신의 행동을 자신의 위상에 맞게 조절하겠다고고집했다. 로체스터에게 의존적인 정부가 되어 그와 함께 살지는 않겠다고 한 것도 그런 관계가 파괴적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또 세인트 존과도 결혼하지 않고 독립적인 동료로서 함께 살고자 했는데,
오히려 세인트 존은 이런 모습이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설이 아름답고 깊이 있는 것은 부분적으로 대안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습과 전통적인 신앙심에 대한 대안도 물론 있지만, 여성의 정신세계 안에 내면화된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반사적 반응에 대한 대안도 있다. 또한 《제인 에어> 안에서 우리는 정형화된 여성들끼리의 경쟁의식에 대한 대안도 발견할 수 있다. 소설 속에서 우리는단지 삼각형의 세 꼭짓점 같은 관계 혹은 남성의 일시적인 대체물로서 여성이 아니라 서로 지지하는 현실적인 여성들의 관계를 목격한다. 제인 에어에게 결혼이야말로 템플 선생님, 다이애나와 메리 리버스에게 그랬듯이 삶의 완성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적어도 제인에게이 결혼은 단순한 해결책이나 하나의 목적이 아니라 급진적으로 이해된 형태의 결혼이다. 즉, 여성의 삶을 방해하고 축소하는 가부장적결혼이 아니라 여성이 자신을 창조해나가는 과정의 연장선으로서의결혼이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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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1-29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미여> 읽다가 이 책 찾아서 ㅋㅋㅋㅋㅋㅋ 이 부분만 따로 읽었거든요. 진짜 좋더라구요. 책나무님 페이퍼 읽으니 기억이 새록새록 돌아옵니다. 저는 요즘 휴지기라 좀 쉬고 있습니다^^
책나무님 페이퍼만이라도 부지런히 따라갈게요!!

책읽는나무 2022-11-29 15:29   좋아요 1 | URL
전 단발님 에이드리언 리치 님 목 놓아 외치셨을 때, 잠깐 주디스 휴먼이랑 잠깐 헷갈려서 그 책을 빌려왔었던 적 있었죠. 다행히 읽지 않고 고대로 반납했었는데, 다미여 읽다 보니 계속 에밀리 디킨슨과 에이드리언 리치 여사님 언급되길래 안되겠다 싶어 빌려다 읽고 있는데 와!!! 이 책 넘 좋은 거에요^^
시인이셨네요? 근데 어쩜, 에세이 글이 더 좋나요?
목 놓아 에이드리언 리치 님 좋다고 계속 발언하시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이래서 친구를 잘 두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군요?ㅋㅋㅋ
단발님은 책을 많이 읽어 두셔서 휴지기도 가지시고, 또 부럽네요^^
전 읽곤 있는데 월 초처럼 막 진도가 나가진 않네요. 그래서 이 상태로 가다간 다미여 책 제대로 완독할 수 있으려나? 살짝 초조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 뒤에 바람돌이 님이 계셔서 좀 든든합니다만ㅋㅋㅋ 근데 바람돌이님 다미여 잡기만 하면 막 읽으실 것 같아 믿을 수가 없기도 하구요ㅋㅋㅋ

단발머리 2022-11-29 19:13   좋아요 1 | URL
근데 제가 ㅋㅋㅋㅋ 목 놓아 외쳤군요 ㅋㅋㅋㅋㅋㅋ 에이드리언 리치이이이이이이!!!
얼만전에 알라딘 친구가 물어보더라구요. 페미니스트 중에 누가 제일 좋으냐. 자꾸 변하기는 하는데 요즘에는 에이드리언 리치랑 필리스 체슬러가 좋다. 너무 좋다. 그렇게 말했거든요.
목 놓아 말했습니다. 에이드리언 리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책읽는나무 2022-11-29 20:14   좋아요 1 | URL
그 글을 제가 읽었던 것 같아요.
에이드리언 리치랑 필리스 체슬러가 좋은데 지금 에이드리언 리치가 가장 좋다구요.
그 글을 읽어서인지 다미여 읽다가 안되겠다. 에이드리언 리치 찾아 읽어야겠어!! 가 되었다가, 요 앞의 글을 읽다가 혼자 찡~해 가지고 눈물도 좀 흘렸다가, <제인 에어> 리뷰 편 읽다가 오잉? 그런 숨은 뜻이 있었어??? 두 눈이 커졌다가.....
암튼 에이드리언 리치 언니 덕분에 감정의 기복이 큽니다ㅋㅋㅋ
목 놓아 외칠만 하더군요.
저도 올 해 뒤늦게나마 알게 된 에이드리언 리치여서 더 좋네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락방 2022-11-29 1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하시는 분들 진짜 지적임이 넘쳐납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분들.
샤라라랑~

책읽는나무 2022-11-29 15:32   좋아요 1 | URL
지적임이 넘쳐난다구요?? 어디, 어디요????
지적이신 분들이라...모두를 지적으로 보아주시는 아름다우신 분들!!!
오늘의 댓글은 최고의 댓글입니다ㅋㅋㅋ
그저 따라가기 바쁘지만, 언제나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시로 읽었을 때와 다르게
에세이로 읽었을 때가
더 강인하고, 더 명확하고,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에이드리언 리치 작가의 솔직한 글.

분명 작가는 담담하게 써 놓은 것일텐데,
나는 왜 읽으면서 코 끝이 찡해 오는 것인가!
이 감동과 연민이 파도처럼 밀려 오니 밑줄긋기를 해 놓는다.

비단 나만 코 끝이 찡한 것은 아닐 터,
여성이라서,
엄마라서,
모두다 공감되어 그저 할말을 잃게 만들 것이다.
읽는다면
바로 이 순간!!!!
그렇게 된다.




대학을 마치고, 내 보기엔 뜻밖의 행운을 만나 첫 시집을 출간했고, 애인과 헤어졌다. 직업을 구했고, 혼자 살았고, 계속해서 글을 썼고, 사랑에 빠졌다. 나는 활력으로 가득한 젊은이였고, 시집은 다른 사람들도 내가 시인임을 동의하는 의미로 보였다. 여성 시인으로
‘살아가면서도 당시 ‘완전한‘ 여성의 삶으로 규정되었던 모습을 모두 이룰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 20대 초반에 결혼생활에 뛰어 - P36

들었고 서른이 되기도 전에 세 아이를 낳았다. 내 주위에는 분명한경고 신호가 전혀 없었다. 당시는 1950년대였고, 이전 페미니즘 물결에 대한 반응으로 중산층 여성들은 완벽한 가정을 일구는 것을 경력으로 삼았고, 남편을 전문대학원에 보내려고 직장에서 일했으며,
은퇴 후에는 대가족을 길렀다. 사람들은 교외로 이주하고 있었고, 기술은 성 문제를 포함한 모든 것에 정답이 되어줄 전망이었다. 가족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생활은 지극히 고요해졌다. 여성들은 결혼 생활에 충실하느라 서로 고립되었다. 1950년대 여성들은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은밀한 공허감과 좌절감을 공유하지 못했다. 나는 계속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두 번째 시집과 첫 아이가 같은 달에 나왔다. 그러나 책이 나왔을 때 나는 이미 책에 실린 시들에 만족하지 못했다. 전부 내가 아직 쓰지 않은 시들을 위한 단순한 연습으로만 보였다. 그러나 그 시집은 "우아하다"라고 칭찬을 받았다. 나는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었으니까 만에 하나 의문을 품는다면, 공허한 우울과 적극적인 좌절의 시기를 맞게 된다면, 내가 배은망덕하고 만족할 줄 모르며, 어쩌면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셋째가 태어났을 무렵 나는 스스로를 실패한 여성이자 실패한 시인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제3의 명제를 찾아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느꼈다.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건 운명이라고 부르는 어떤 흐름에 떠밀려 들어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어버리는 일이었다. 한때 자기 의지와 에너지를 거의 황홀경의 상태로 경험했던 여자, 도시를 이리저리 걸어 다니거나, 한밤중에 기차를 타거나, 교실에서 타자기로 글을 쓰던 여자를 까맣게 잊고 표류한다는 생각이 정말 무서웠다. 내 할머니에 - P37

관해 쓴 시에서 나는 (나에 대해) 이렇게 썼다. "자는 줄 알았던 젊은 여자는 죽음을 확인받았다"((가운데 Halfway) 나는 부분적으로는 피로 때문에, 분노가 억눌리고 자신의 존재와 접촉을 상실한 여성의 피로 때문에, 또 부분적으로는 타인이 끊임없이 없었던 일로 되돌려놓는 소소한 집안일, 허드렛일, 어린아이들의 끝없는 요구를 보살피는 일에 몰두해야 하는 여성의 단절적 삶 때문에, 글을 거의 쓰지 못했다. 그나마 쓴 글은 내가 납득할 수 없었다. 사실 나는 남편과 아이들을 상당히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 안에서나 밖에서나 나 자신의 분노와 좌절을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그 시절을 돌이켜보고 이해해보려는 과정에서 나는 그 갈등의 진짜 속성을 분석해보려고 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 인간의 삶은 환상으로, 즉 반드시 행동으로 옮길 필요는 없는 수동적인 백일몽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시나 소설을 쓴다는 것은, 심지어 생각을 잘하는 것은 환상도 아니고 환상을 종이에 옮기는 일도 아니다. 시를 쓰려면, 등장인물이나 행위가 꼴을 갖추려면, 상상을 통한 현실의 변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과정은 절대로 수동적일 수 없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마음이 자유로워야 한다. 자신이 계속 움직일 것이고, 집중력을 통한 공중부양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을 것을 아는 글라이더 조종사처럼 생각의 기류를 타고 계속 나아갈 자유가 필요하다. 더불어 그 상상이 경험을 초월하고 변형시켜야 한다면, 그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 삶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도전을 제기하고, 대안도 생각해내야 한다. 낮이 밤이 될 수 있고 사랑이 미움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을 자유롭게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한다. 상상이 반대 방향으로 가거나, 실험적이게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만큼 신성한 일도 없다. 글쓰기란 ‘이름 바 - P38

꾸기 re-naming‘이기 때문이다. 이제 낡은 방식으로 온종일 어린아이들의 어머니 노릇을 하고, 남자와 함께 낡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한 활동을 억제하고 보류해야 하며, 일종의 보수주의가 필요하다. 지금 나는 글을 잘 쓰거나 생각을 잘하려면 절대 타인을 돕지 말고 이기적인 자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이런 생각은 남성적인 예술가와 사상가의 신화였고, 나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사람의 여성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전통적인 여성의 기능을 수행하려고 하면, 상상력의 전복적인 기능과 직접 충돌하고 만다. 이때 전통적이라는 말이 중요하다. 분명히 여러 가지방법이 존재할 것이고,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방법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창조의 에너지와 관계의 에너지를 통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 나는 늘 사랑의 실패자로서 갈등을 느꼈다. 한때는 내가 섹슈얼리티와 일과 자녀 양육이 공존하는, 다시 말해 대다수 남성에게나 가능한 완전한 삶을 선택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스물아홉 살의 나는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늘 죄책감을 느꼈다.
당시 나는 어떻게 해도 충분하지 않은 단 한 가지를 원했다. 바로 생각할 시간, 글을 쓸 시간이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초반은재빠른 폭로의 세월이었다. 남부에서 쿠바의 피그스만에서 연좌 농성과 행진이 벌어졌고, 이 초기 반전운동은 대규모 질문을 불러일으켰다. 내 주변 남성적인 학계는 이런 질문에 대한 전문적이고도 유창한 대답을 지닌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파시즘과 저항과 폭력에 대해, 시와 사회에 대해, 그리고 이 모든 것과 나의 관계에 대해직접 생각해봐야 했다. 약 10년 동안 나는 아주 짧은 시간에 맹렬히 집중해 글을 읽고, 공책에 끼적이고, 단편으로 시를 썼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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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28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50년대와 1960년대 초반은재빠른 폭로의 세월]
이후 반세기를 넘어
2022년의 세상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11-28 17:3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에이드리언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했는데 저도 같은 생각 했었어요.
2022년도 달라진 게 없는데요? 반문 하면서요ㅜㅜ
 
누런 벽지 - 영한대역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김경숙 옮김 / 시커뮤니케이션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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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광기‘에 집중된 제목으로 다가왔다면, 읽어 보니 이제는 ‘감금‘된 공간에서 ‘여성적 은유‘로 응축된 소설로 읽힌다. <제인 에어>를 읽은 덕에 감금된 ‘버사‘의 분신처럼 비춰진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된다. 하지만 주인공은 누런 벽지 속에 갇혀 ‘버사‘처럼 광인 취급을 받고 싶지 않다. 감금당한 입장에서만 읽는다면 답답하게도 읽힐 수 있겠지만, 그 상황을 조롱하고 깨부수려 하는 희망도 보여 은근히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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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11-26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긴장감이 차 오르는데 몰입감이 대단하더라고요. 광인에게 공감하는 나는 미친건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니까요.

참,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손예진이 벽지를 막 뜯는 장면이 나와요. 전 그걸 보면서 ‘누런 벽지‘를 생각했어요. (실은 소설을 떠올리는 나 자신이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 뚱딴지 같은 소리지만, <비밀은 없다>도 꽤 재미있었어요.

책읽는나무 2022-11-26 16:18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감금당한 고딕소설 계열 몇 편 읽어서 그런지? 기묘한 감정보다 은근 즐기면서 읽고 있는 저 자신이 보이더군요.ㅋㅋㅋ
기어가는 자세나 벽지를 뜯는 장면 연기하면 어떤 느낌일까? 막 상상하고 있었는데, <비밀은 없다> 영화에서 손예진이 벽지를 뜯고 있나요??
봐야겠네요ㅋㅋㅋ
알면 보인다고~ 우린 읽었기 때문에 바로 책 장면을 떠올리는 게 당연할 수 있죠^^
전 ‘누런 벽지‘ 읽으면서 바로 버사를 떠올렸는데 책 각주에도 제인 에어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웃었어요.
<제인 에어>가 정말 인용이 많이 되던데 그 시절 완전 파장을 일으켰나 보군요?? 샬롯 브론테가 제인 오스틴보다 영향이 더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스틴은 달달함, 샬럿 브론테는 강렬함!
저는 샬럿의 소설을 많이 안 읽어서 아직은 누가 더 끌리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제인 에어가 기억에 더 강인하게 남긴 합니다.
근데 짤막한 단편이어도 <누런 벽지>도 강렬하고???
아...순위를 매기기가 힘드네요ㅋㅋㅋ

바람돌이 2022-11-26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읽으셨군요. 마지막 장면 왠지 통쾌하지 않나요? 그 상황을 조롱하고 깨부수려한다 맞아요. 저도 그렇게 읽었어요. 이 분 책도 좀 더 읽어보려고 지금 막 줄세워놨어요. 물론 다미여를 읽은 다음이겠지만.....ㅠ.ㅠ

책읽는나무 2022-11-27 00:0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 책 한 권만으로도 다른 소설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앗차, 시집이었던가?
요 며칠 줄곧 시집만 챙겨 오다 보니 작가 약력 살펴보느라 길먼 작가 약력이 잠깐 헷갈리네요??ㅋㅋ
이렇게 뒤죽박죽 몰아서 읽음 안되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11 월이 끝나가려 해서 마음이 바빠 어쩔 수 없다는....^^;;;
근데 이 소설은 영화를 만들면 재밌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저도 광기를 은근 즐기고 있는 이상한 저의 취미를 발견한 것 같아요^^
하지만 감금은 정말 싫어요ㅜㅜ
바람돌이님 이제 슬슬 다미여 시작하십시다!!!!ㅋㅋㅋ

프레이야 2022-11-27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런 벽지. 길먼의 다른 작품집에서 읽었는데 내면에 잊고 있었던 미칠듯한 그 강렬함이 다시 떠오릅니다. 많이 읽고 계시네요 책나무님. 전 이런저런 할일과 내면의 사건과 떠오르는 생각들에 얽혀 답보 상태입니다. 게워내고 또 씹어 먹어야 할텐데 말이죠.
광기 발산!! 으샤!

책읽는나무 2022-11-28 10:55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요즘 프레이야님 바쁘신가? 생각했었습니다. 글이 뜸하시구나! 하면서요^^
전 코로나 때 소설들 막 읽다가 코로나 낫고 나니 조금 시들했다가 달력 보고 깜짝 놀라 다시 부스터 재가동 했습니다ㅋㅋㅋ
이거 이러다 다미여를 제때 읽을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네요.
길먼 누런 벽지를 읽으면서 뭐랄까요? 조금 힘이 나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엥???? 이유는 모르겠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ㅋㅋ
암튼 우리 광기 발산!!!
그런 심정으로 다시 힘을 내 봅시다^^;;;

scott 2022-11-27 2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다락방 미친 책들 덕분에 세계 명 고전 작품들 줄줄이 읽어 나가시는 모습 멋집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2-11-28 10:59   좋아요 1 | URL
멋지게 리뷰도 쓰고 해야할텐데, 글 재주가 없어 그저 기록으로만 남기고 있어 멋지다고 해 주시니 조금 부끄럽습니다만^^;;;
지금 요 시기가 아니면 이런 소설과 시들은 읽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 시간이 허락하는 데까지 한 번 읽어 보자! 싶은 마음에 닥치는대로 읽곤 있네요.
정리는 안되지만 다행히 재미는 있어요.
뒤늦게 재미라도 붙여 요즘 이게 웬일인가?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불쑥불쑥 현대 소설을 읽고 싶기도 하구요. 그래서 그런 마음 일부러 잠재우고 있구요ㅋㅋㅋ

그레이스 2022-11-28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책!
원서로 읽어도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책읽는나무 2022-11-28 11:02   좋아요 1 | URL
원서!!!!
안그려도 왼쪽 페이지 부분 영어 원문도 읽을 수 있겠군!! 하다가 다 읽자마자 책 바로 덮고 디킨슨 시집 들고 읽느라고 다시 영어 원서 읽을 생각을 못했네요???
반납 전에 다시 책을 펼쳐봐야겠네요ㅜㅜ
그레이스님은 원서도 읽으셨군요??😻😍😍
 
설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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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설득‘시키는 소설일 것이라 생각하고 책장을 넘겼더니, 예상을 빗나간 제목이다. ‘설득‘을 당했다고 상대방은 섭섭해 하지만, 앤은 충분히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일 수 있을 것이다. 앤 엘리엇에게 빠져 편애의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 가장 사랑스럽고, 현명하고, 따뜻한 캐릭터였다. 그래서 오스틴 작가를 다시 보게 되었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스틴에게 설득 당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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