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김치 또 없습니다




                                                                                                        어머니는 둘째 가라면 서워러할 정도의 음식 솜씨를 뽐낸다. 가난한 누대에 태어난, 없는 집 자손인 나로서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나이가 들면 미각을 잃어 음식 솜씨가 녹슨다고 했던가. 올해 어머님이 담근 김치는 그동안 내가 먹어온 김장 맛과는 사뭇 달랐다. 너무나 맛이......

있는 것이다 !  이렇게 맛있는 김치는 먹어본 기억이 없다1).  평소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형편없었다.  아무리 싱싱한 제철 생선으로 요리를 하셔도 요리에서는 비린내가 났다.  가을에 잡힌 전어를 구으면 신기하게도 봄에 잡힌 전어 맛이 났다.  그리고 꽃등심을 구우면 3,300원짜리 대패 삼겹살 맛이 나곤 했다.  김치는 말할 것도 없었다.  어느 해는 짜고, 어느 해는 쓰고, 어느 해는 싱거웠다.  또 어느 해는 물렀다.  봄이 되면 김장 김치의 80%는 버려졌다. 돌이켜보면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없었다기보다는 요리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 쪽이었다. 

그래서 식재료인 물고기를 소비하는 방식은 양념이 들어간 찜이나 탕을 끓이는 방식이 아니라 대부분은 구이였고, 길짐승 고기의 활용도 대부분은 구이였다. 고기 종류의 팔 할은 삼겹살이었다. 날짐승 고기라고 다를까 ? 생닭을 활용하는 방식은 지레짐작하시겠지만 삼계탕이었다. 내 기억에는 양념이 들어간 닭도리탕을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어머니는 삼계탕이라고 우기지만 말이 좋아 말고기요, 닭이 좋아 삼계탕이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듯이 인삼 한 뿌리 맹물에 툭, 빠트리는 것이 전부였다. 어머니가 음식 맛 평가를 부탁할 때는 난감했다. 맹물 맛이 나서 맹물 맛이 난 것뿐인데 맹물 맛이 난다고 하면 실망하시니 난감할 뿐이었으니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인삼 향에 진하네요 ! 국물이.... 국물이......               

하지만 여기서 오해는 금물이다. 어머니는 나름 요리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계셨으니 msg를 독극물로 취급하셔서 msg의 도움 없이 어머니가 내놓는 음식은 항상 " 지옥 " 을 경험하기에 충분했다. 건강을 생각해서 맛을 포기한 고뇌라는 포장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주 최강의 짠맛이었으니까. 뭐, 지금까지는 어머니표 손맛에 불만이 많은 아들의 넋두리처럼 포장했으나 사실은 정반대다. 나는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형편없다는 사실에 지금도 감사를 느끼곤 한다. (집) 안에서 먹는 맛없는 음식에 익숙하다 보니 밖에서 먹는 음식은 천국이라.

할렐루야, 저는 동네 허름한 김밥천국에서 하늘에서 내리신 김치찌개 맛을 알현하였나이다. msg의 오묘한 감칠맛과 짠맛 속에 숨겨진 단맛에 황홀하였나이다.                  밖에서 먹는 음식이 워낙 맛있다 보니 친구집에 가서도 친구 부모님으로부터 복스럽게 먹는다는 칭찬을 받곤 했다. 집밥을 제외하고는 세상의 모든 음식이 맛있는 것이다. 만약에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황홀했다면 나는 밖에 나가서 젓가락이나 깨작거리며 반찬투정이나 했을 놈이다. 나는 어머니의 형편없는 음식 솜씨를 찬양한다. 그랬던 어머니가 올해에는 " 인생 김치 " 를 담근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우연과 우연과 우연과 우연이 겹친 결과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배추와 그 배추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고춧가루가 우연히 만나서 환상의 하모니를 이룬 것이다. 여기에 덧대어 대충 쏟은 고춧가루의 양과 대충 쏟은 양념의 배율이 신기하게 맞아떨어졌으리라. 지금 냉장고에는 삼겹살과 장어가 썩어가고 있지만 나는 오늘도 김장김치 하나만 놓고 밥을 먹고 있다. 군 고구마 위에 얹어 먹어도 맛있고, 찐 감자와 함께 먹어도 맛있고, 심지어는 호빵에 싸먹어도 맛있는 것이다. 이처럼 행운이란 우연과 우연과 우연이 겹친 결과일 경우가 많다.

불행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연과 우연과 우연이 겹쳐 불행이 되기도 한다.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운이 좋았던 행운은 그녀를 처음 본 날이었다. 그녀는 우연히 그 길을 걷고 있었고, 나는 우연히 창밖을 보다가 그녀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그날은 내 생일이었고, 또 우연히 그날은 첫눈이 내렸다. 그리고...... 그리고 또 우연히 나는 그녀의 둥근 어깨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을 보았다. 이 우연들이 겹쳐지자 나는 마법처럼 사랑에 빠졌다. 헤어지고 난 후, 나는 헤어진 그녀를 잊지 못한 채 술만 마시면 자주 전화를 하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수십 통의 통화 발신 기록을 보고는 어제 일이 떠올라 괴로웠다.

가해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성으로써 통제가 가능한 영역이 아니었다. 그때 나는 술을 끊을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내가 선택한 것은 핸드폰을 없애는 것이었다. 그녀의 전화번호를 기억에서 지울 때까지만 ! 그렇게 6년이 흘렀다. 나는 아직도 그녀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다. 나는 불행하다. 정말 불행하다. 너무너무 불행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찌 되었든, 우연과 우연과 우연이 겹쳐 불행을 낳는 결과에 대하여 이제는 그 우연-들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우연들의 합이 언젠가는 행운을 가져다줄 수도 있으니까 ■



​                                                         

1) 내 기억 속에서 가장 맛있었던 김치는 양파 김치였다.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unheimlich1/221048058358



 

 

먹방에도 품격이 있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혀를 끌끌 차며 한심하다는 듯이 지나치려고 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동영상에 5분만 투자하십시오. 신세계가 열릴 것입니다.  동영상을 보다 보면 사회적 편견과는 달리 혼밥과 혼술의 예술적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요즘 이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있는 중이다. 침대에 누우면 어제 보았던, 그제도 보았고, 엇그저께도 보았던 이 방송을 틀어놓고 눈을 감는다.  이제 비디오는 필요없다. 오디오가 필요할 뿐이다.  마약 방송이다. 말은 거의 없다. 바람소리, 귀뚜라미 우는 소리, 나무가 불에 타는 소리, 요리할 때와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소리 그리고 그 맛에 감탄하는, 인간의 짧은 감탄사가 전부다.  (목)소리-성애자인 나는 소곤거리는 소음을 듣다가 어느새 그 소리의 중심에 나를 놓는다. 가끔 살기 위해 먹는다는 교양보다는 먹기 위해 산다라는 본능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이 영상을 보다 보면 고독해져서 슬픔이 몰려와 소금새우처럼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한다. 눈물은 왜 짠가. 입을 다문다는 것은 반대로 귀를 열어둔다는 의미이다.  조용하지만 선명한, 느리지만 강건한 스타일이 좋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장이 좋다. 무의미한 것들이 쌓여서 나중에는 하나의 의미가 되는 행위들. 이 동영상을 보다 보면 코멕 매카시의 < 로드 > 와 존 윌리엄스의 < 스토너 > 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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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0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숙성된 양파 김치는 정말 맛있어요. 저는 신맛을 좋아해서 신 김치를 엄청 좋아해요. 집에 오래된 김치가 있는데, 신맛이 강해서 혀 미각이 마비될 정도입니다... ㅎㅎㅎ 밥의 파트너가 될 수 없지만, 찌개 재료로 사용하면 먹을 만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8 12:09   좋아요 0 | URL
? 아... 양파 김치라는 것이 있군요 ?

혹시 양파 절임 말씀하시는지요. 제가 먹은 것은 양파가 반 배추 반이었습니다.. ㅎㅎ

cyrus 2017-12-08 12:26   좋아요 0 | URL
절임은 아니구요, 양파 김치 만드는 과정이 배추 김치 만드는 과정과 비슷해요. 엄마가 챙겨보는 건강 교양 프로그램에 양파 김치가 소개된 적이 있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8 12:28   좋아요 0 | URL
오, 그러네요. 저도 지금 막 찾아보는 중입니다. 제가 먹은 김치는 정확히 말하자면
양파배추김치 정도 되겠네요. 나중에는 양파에서 수분이 많이 나와서 물김치 비슷하게 되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2017-12-08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8 18:27   좋아요 0 | URL
크아.. ㅎㅎㅎ 좋죠 ? 정말 좋다니까요.
자극적이지도 않고 말입니다.
책 읽는데에도 제격입니다.
괜히 유행가 틀어놓고 책 읽는 것보다는
이런 자연의 소리 틀어놓고 읽으면
아주 적막한 공간에서 읽는 것보다 더 가독성이 높습니다..


맞습니다. 신기하기데 야외에서 먹으면 신기하게 맛이 있더라고요...

sslmo 2017-12-08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동영상 두번 봤습니다.
일하면서 틈틈이 봐서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소리는 다 캐치하지 못했지만,
.
.
.
‘무의미한 것들이 쌓여서 나중에 하나의 의미가 되는 행위들‘이란 문장과 그 뒤의 문장엔 격하게 공감합니다.
잘 봤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8 18:25   좋아요 0 | URL
어때요 ? 볼 만하죠... 이런 동영상 은근 중독성이 강합니다.
특히 책을 읽을 때나 잠을 청할 때는 정말 좋습니다.
독서하실 때 이거 틀어놓고 책을 읽어보세요. 굉장히 좋습니다..
자연 속에서 책 읽는 느낌 ?

수다맨 2017-12-09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 BJ/연예인들의 먹방이 포르노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 영상은 고요한 명상 음악 같아서 마음에 듭니다... 저는 연예인들 나와서 보여주는 먹방이 이제는 지겹거든요. 누가 더 많이 먹는지, 누가 더 비싼 것을 먹는지, 누가 더 오버하면서 먹는지를 보여주는 경연장이 된 것 같습니다. 이건 먹방이 아니라 가히 스트립쇼에 가깝다고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9 13:54   좋아요 0 | URL
저도 유희처럼 즐기는 푸파 스타일 전혀 안 좋아합니다.
이런 작은 소란(소음)들을 듣는 게 좋아요.
음식 만들 때 나는 소리, 도구 소리, 바람 소리 , 불 소리.. 씹을 때 나는 소리.. 자연의 소리 등등... 제가 확실히 소리성애자인 듯합니다... 오늘 약속은 알고 계시죠 ?

2017-12-09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9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9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취 향 의   공 동 체  :


 




우리가 남이가

 

                                                                                                        친구끼리 우정을 과시할 때 흔히 하는 말이 우리가 남이가 _ 이다. 이 < 말 > 은 그 발화 주체가 남성일 때에만 권위를 얻을 수 있었다. 이 말이 여성에 의해 발화될 경우에는 시시껄렁한 흉내나 전복적 패로디로 인용될 뿐이다. 여성에게 우정이란 고작 여고 동창생 시절에만 유통되는,  유통 기간 날짜가 찍힌 통조림에 불과했다. 

우정은 대대로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 브라더후드 / brotherhood " 는 " 시스터후드 / sisterhood " 보다 우월하고 농도가 진한 격정 서정 멜로'였다(라고 남성들은 주장한다).  그런데 나는 형제애와 동성애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남성 혈맹의 꽤나 끈적끈적한 서정(우정)이 과도한 선전에 의해 왜곡된 미담이 아닌가 싶다.  < 우정 > 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평적 관계가 유지될 때 발생하는 감정인데 20세기 끝자락에서 21세기를 관통하는 동안 한국 사회가 급속도로 자본화되면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로 전환되다 보니 수평적 관계는 수직적 관계로 변질되었다.

유사 친족 관계였던 불알후드는 쪼개져서 1등, 2등, 3등으로 분리되었다. 당연히 불알후드의 끈적끈적한 우정도 변질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은 여전히 우리가 남이가 _ 라고 외친다. 가족끼리 우리가 남이냐 _ 라고 묻는 것은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질문이지만 친구끼리 혹은 남남끼리 우리가 남이냐 ? _ 라고 묻는 것은 이상한 질문 방식이다. 에이, 알면서 왜 그래 ?                하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가 남이냐며 거짓 우정을 과시한다. 영화 << 친구 >> 에서는 불알친구들이, << 넘버 3 >> 에서는 양아치들이, << 내부자들 >> 에서는 협잡을 도모하는 정치 모리배들이,

<< 사생결단 >> 에서는 뇌물을 주고받는 비리 공무원끼리 은밀하게 외치는 주문이다. 그들은 서로의 욕망이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불알후드라는 이익 공동체를 결성한다.  그것은 우정이 아니라 욕망의 동일화 과정이다.  키케로는 이익이 우정의 접착제라고 말했다.  " 우리가 남이가 " 의 지정학적 버전이 바로 아파트 문화'이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오토 프리드리히 볼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단지 내 아파트 주민들은 동일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주거 집단'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야말로 우리가 남이가 _ 라고 말할 수 있는 남남의 자격이 아닐까.

아파트 구조는 공간 배치는  물론이고 가구 배치까지 동일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미적 취향에 따라 가구가 배치된다기보다는 전원 콘센트 위치에 따라 전기 제품과 가구가 배치된다. 거실에 놓인 소파와 티븨의 위치는 1층부터 16층까지 항상 동일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 주민들은 똑같은 장소에서 똥을 싸고, 똑같은 장소에다 소파를 놓고, 똑같은 곳에 티븨를 배치한다.  행동이 동일하다 보니 생각도 서로 닮아가는 경향이 엿보인다.  생각이 닮아간다는 것은 곧 욕망이 서로 엇비슷하게 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선(動線)이 노선(路線)을 낳는다. 아파트는 획일화, 집단화, 통일화된 문화의 전형이다. 

이처럼 한국인은 개인보다는 집단 속에서 만족을 느낀다.  뭉치면 살고 흝어지면 죽는다. 흥남부두에 눈보라가 휘날리던 근대 정신은 여전히 현대 정신으로 살아서 정신을 지배한다. 최근 10대와 20대를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  롱패딩을 소유하고 있다는 응답은 45%였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롱패딩을 구입하지 못한 사람에게 ) 올해 롱패딩을 구입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자그마치 25%였다고 한다. 이 둘을 합하면 올해는 70%의 젊은이들이 롱패딩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고 예상되된다고 하니,  

이 기형적인 소비 패턴에 대하여 핫하다고 해야 할지, 힙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학을 떼야 할지 나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2017년 겨울은 롱패딩으로 대동단결했으니 그들 또한 " 우리가 남이가 " 를 외칠 만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 직립보행하는 애벌레여 ! 고마해라, 마이 입었다 아이가.                       식구(食口)가 끼니를 함께 나누는 사이라면 친구는 세월의 동시성과 세대의 공동성을 확인하는 사이'이다. 생면부지인 사람이어도 출생년도가 같으면 친구가 될 수 있다. 이 쉬운 결속과 이 신속한 의지와 조건 없는 환대는 친구라는 개념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이런 식으로 결속되는 친구는 정말 좋은 것일까 ?  친구보다 좋은 인간관계는 없다지만, 나는 남남의 끈끈한 애정 문화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 취향의 공동체 " 이지 " 출생(년도)의 공통점 " 은 아니다. 그렇기에 인간관계에서 친구와 우정과 나이따위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계급과 계층과 주거 환경과 통일된 패션 스타일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우정은 선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기에 내 우정은 우정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선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 우정 비스무리한 느낌을 취향의 공동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 < 취향 > 은 비슷하되 개성은 다양한 관계를, 만나면 편하되 조금은 불편한 관계를, 전화나 문자를 씹어도 서운해하지 않는 관계를 원한다. 그것이 내가 목표로 삼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번 주말에 모이게 될 2차 주정뱅이 클럽 모임은 제목 그대로 취향의 공동체'다. 낮에는 꼴뚜기처럼 튼튼한 허벅지로 나갔다가 새벽이 되면 문어 다리가 되어 흐느적거리는, 모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정 후 뭣 같은, 수족관 속 ​개불처럼 히마리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공동체 모임이라고나 할까 ?  세미나 제목은 " 왜 우리는 꼴뚜기처럼 튼튼한 허벅지를 가질 수 없나  " 정도로 해두자.

누군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우리가 남이가 _ 라며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 그러면 여기가 북이냐 ? "  이 말대꾸가 지나치게 전공투적이라면 이런 말대꾸로 전환하는 것은 어떤가. " 그러면 우리가 남이지 님이니, 니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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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12-07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롱패딩이 유행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눈쌀이 찌뿌려지더라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11:49   좋아요 1 | URL
한번 명동거리에서 유동인구의 70%가 롱패딩 입고 다니는 거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장관일 거란 생각이 들고..
또 모르는 일... 이걸 사진으로 찍어서 나중에 풀리쳐 상을 받게 될지도요..절믐의 거리 명동 인구 70%가 롱패딩 입어... 롱패딩 물결 인산인해... 뭐. 이런...

yureka01 2017-12-07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남이가..라고할 때는 대부분 범죄스러운 일에 대해 공범!~일 때나 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11:50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말하는 친구는 뭔가 좀 의샘해 봐야 합니다..

yamoo 2017-12-07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롱패딩을 입고 ‘우리가 남이가‘를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ㅋㅋ 요즘 보면 정말 패딩의 물결인거 같아요. 정말 놀라우리 만치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슷비슷하게 입는 거 같습니다. 이런 것도 아파트 문화의 귀결인지..흠~

아파트 이사와서 처음으로 한게 거실 콘센트를 전부 책장으로 감춰버렸다는 거에요. 그래서 현재 제가 사는 집은 거실 벽이 다 책으로 도배가 됐다는..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20:06   좋아요 0 | URL
음... ㅎㅎㅎㅎ 그래도 거실에 콘센트가 있어야 청소기라도 밀 수 있는 거 아닙니까 ? ㅎㅎㅎㅎㅎ..
야무 님 아파트로 이사가셨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책 많은 사람은 정말 이사가 지옥이죠... 이건 진리입니다.
나중에 책장샷 하나 부탁드립니다. 알라디너의 의무죠.. 책장샷은..

그냥 2017-12-0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남이 아닌 사이에는 이 말이 필요없지요. ㅎ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8 10:08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남이 아닌 사이는 굳이 우리가 남이가 라고 말할 필요가 없죠. ㅎㅎ
 

 

 

 

 




반 페미니스트 선언문



 

 


 



선언문 하나 떠돌고 있다. 널리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명문이리라.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문 수준'이겠거니 살펴보니 반 페미니스트 선언문이란다. 읽다 보면 논리가 박약하여 하아악 _ 한숨부터 나온다.








 

페미니스트 하고 싶은 날이 왜 없었겠는가
그저 선언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라고
공감한다고 지지한다고 연대한다고
노인도 장애인도 성소수자도 외노자도 아닌 
'여성'이 바로 이 시대 약자들의 챔피언이라고
남자라 너무 편하고 안전하고 행복해서 미안하다고
눈 딱 감고 외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 " 선언 " 이라는 정치적 행위를 단순히 립 서비스 차원'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선언이란 양심을 거는 행위이며 책임을 지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_ 라는 고백을 단순하게 립 서비스로 비하하는 것은 억지에 속한다.

 

 

그럼 구만리 꽃길 열리는 것 아닌가


▷ 이 논리가 맞는다면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_ 라고 외친 사람들은 구만리 꽃길 걷는 나날들이 펼쳐져야 하는데 정작 그들은 온갖 욕을 먹기 십상이다. 서민 교수님을 보라,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졸라 욕먹고 있어요. 반대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닙니다 _ 라고 선언한 선생님의 글은 선생님 논리가 맞는다면 구만리 흙길 밟아야 하는데, 지금 선생님의 안티 페미 선언으로 인해 " 팔로워" 를 쏠쏠하게 버시고 계시던데 이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누가 꽃길이고 누가 흙길입니까요.

 


 

굳이 '나는 잠재적 가해자입니다'같은 낯뜨거운 짓까지 안 해도
적당히 이슈마다 한 두 마디 거들고
한남들아 씹치들아 공부하세요 성찰하세요 사자후 한번씩 토해주면 
바로 백마 탄 페미왕자 되는 것 아닌가 

부랄달고 페미니스트 해서 잃을 것은 하나도 없으니
이렇게 수지맞는 장사가 또 어디 있겠는가


▷ 경제학 석학들과 성공학 저술가들은 " 불알 달고 페미니스트 하면 잃을 것 하나 없다(수지맞는 장사) " 라는 말씀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아스트랄한 과잉의 초자연적 셈법이다. 이 말을 그대로 미러링 하게 되면 역설적으로 페미니즘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여성은 자궁 달고 페미니스트 하면 잃을 것 많은데 ,   남자는 " 불알 달고 페미니스트 하면 수지맞는 장사 " 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여성의 경제적 불평등과 차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





뒤에선 성매매를 하건 강간을 하건 소라넷을 하건 
어차피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상이니
나라고 그 좋은 거 왜 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못하겠더라
인기도 좋고, 도덕적인 척 우쭐해보고도 싶고 
눈빛 초롱초롱한 꼬마들과의 소곤소곤 연대감도 싫지 않지만
차마 그리는 못하겠더라
아무리 온라인이라고 얼굴 안 보인다고
내가 쓰는 글이 곧 내 자신이 돼버리는 바닥이라도 
차마 그리는 못하겠더라
양심이란 놈 때문에 못하겠더라


▷ 이 문장의 핵심은 간단하다. 뒤로 호박씨 까지 마쇼 !  이 글에서는 속(마음) 다르고 겉 다른 말은 차마 하지 못하겠노라고 은근 슬쩍, 사나이답게, 츤데레처럼 SHY한 어조로 자신을 광고하지만 속 다르고 겉 다른 애티튜드는 가식적인 것도 아니요, 이중인격도 아니다. 이드(속)과 에고(겉)은 끊임없이 충동하고 충돌하며 사회적 인간은 그것을 조율하며 억압하고 통제한다. 나는 욕망에 솔직한 놈이요 _ 라며 있는 말 없는 말 마음대로 내뱉다가는 깜빵 가기 일쑤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2015년 12월 28일)에 " 나는 몰카와 유출영상을 본다. 그런 걸 보는 게 별로 아름다운 일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보지 않겠노라 결심할 생각은 없다..... 몰카나 유출 영상에는 사랑이 있다...... 비록 그것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이렇게 하찮은 자위행위 감으로 세상을 떠도는 몸짓이 되었겠지만, 그래도 그 순간 저 방안에는 서로의 빈 곳을 가득 채우는 온기로 존재했다. " 라고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으셨지만, 리벤지 포르노 때문에 오늘도 피해 여성들은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를 유통하는 포르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나오는 유출 영상을 검색하는,  무간지옥의 고통을 경험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신의 낭만은 아름답지 않다.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왜 당신은 크리넥스 티슈 몇 장으로 소비하는가.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대함으로 페미니스트라면
성별 구분없이 인간취급 안하는 자도 페미니스트 아니겠는가 

▷ 이 문장은 논리 비약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명문이다.  < 페미니스트 : 남성 = 여성 > 이기에 페미니스트는 성별 구분 없이 인간 취급 안 하는 자라는 비약은...... 6월의 활엽수를 뜯어먹는 송충이처럼 꼼꼼하게 문장을 뜯어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논리 전개'다. 이 논리가 합당하다면 이런 비약도 가능하다.


인간과 짐승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휴머니스트라면

종별 구분 없이 인간 취급 안 하는 자도 휴머니스트 아니겠는가 ?


이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같은 소리는 하지 맙시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입니까 ? 적어도 호모 사피엔스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다만 인간을 인간으로 보고 싶을 뿐이다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라 오래전 우리들이 믿기로 합의했던 권리들이
피부색이나 국적이나 성별이나 성적지향 따위를 이유로 제한당하지 않길 바란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받지 않았으면 하는 대우를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도 하지 않으려 애쓰기를 바란다

▷ 나는 다만 인간을 인간으로 보고 싶을 뿐이다 _ 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선생님,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의 핵심이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예를 들어 무거운 물건은 남자가 들어야 한다고 믿기에 
예를 들어 결혼할 때 집은 남자가 사와야 한다고 믿기에 
예를 들어 데이트 비용이 반반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예를 들어 여성들도 군대에 가야한다는 절규에 동의하지 않기에
예를 들어 혹시라도 내가 탄 배가 침몰하기 시작할 때 
건강한 성인 남자들은 어린이와 노약자와 여자들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구명보트에 올라선 안된다고 믿기에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 여기서부터 글쓴이와 내 생각은 판이하게 다르다. " 무거운 물건 " 에 대한 기준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핸드백도 무거운 물건에 속한다면 그 물건을 남자가 들어주는 것이 에티켓이란 생각에는 1% 도 동의하지 않는다. 손바닥만한 핸드백이 여성의 척추 측만증을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연애할 때 핸드백 잘 들어주는 남자치고 결혼해서 아내의 장바구니 잘 들어주는 남자는 별로 없다. 또한 결혼할 때 집은 반드시 남자가 사와야 한다는 촌스러운 믿음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데이트 비용은 각각 추렴하자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우리의 상남자이자 하, 하하하하하하하하드바디이며 구한말 장남 마인드를 가지신 선생님은 내 고백을 듣고는 쩨쩨한 녀석이라고 코웃음을 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상남자 스타일로 믿기에, 믿기에, 믿기에, 믿기에를 남발하며 써내려가신 힘찬 결기의 황홀한 문장 나열과 그 신앙이 졸라게, 졸라게, 졸라게, 졸라게, 졸라게 쩨쩨해 보인다.

 

 

 


 

그런 기울어진 생각들에 반대하지 않으면서 당신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부른다면
보호는 보호대로 받고 특권은 특권대로 누리면서 
더 많은 짐을 지고 가는 이들과 동등한 대우마저 받길 원한다면 당신은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는 부박한 언어에 1인분의 정당성을 더할 뿐이다 

나는 무엇이 페미니즘이고 무엇이 아닌지 
유행따라 끼리끼리 찧고 까부는 말장난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무엇이 휴머니즘이고 무엇이 아닌지는 안다
무엇이 인간을 위하는 길이고 무엇이 아닌지는 안다 
페미니스트이기 위해 휴머니스트이길 포기한 이들이 있음을 안다 

 

▷ 우리의 친애하는 선생님께 묻습니다 : 페미니스트의 기준이 "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대함으로 페미니스트라면 성별 구분없이 인간취급 안하는 자도 페미니스트 아니겠는가 " 라고 설정하셨다면 같은 논리로 인간과 짐승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휴머니스트라면 종별 구분 없이 인간 취급 안 하는 자도 휴머니스트 아니겠는가 ?                                             라는 저의 반문에 대한 답변이 궁금합니다. 페미니스트가 휴머니스트를 포기할 때 얻을 수 있는 명예 훈장이라면 같은 논리로 휴머니스트는 여성을 차별하면 얻을 수 있는 명예 훈장이라는 말이 되는데,  일베나 소라넷 이용자도 휴머니스트가 될 자격이 된다는 말씀이시죠 ?





그런 이들에게 회초리를 드는 것이 여혐이라면 그것이 멍에가 아닌 훈장임을 안다
인간은 남자나 여자보다 훨씬 크고 넓고 중한 존재임을 안다
왜 인간으로 태어나 오로지 남자나 여자로 살려고 하는가
왜 아리안 혈통 외엔 가진 게 없어 더욱 악독하게 날뛰었던 밑바닥 나치의 삶을 사는가 
세상 모든 것을 여혐이라 부르니 이제 무엇도 여혐일 수 없게 되지 않았는가
당하지 않은 일을 당했다 하는 범죄를 옹호함으로 이제 진짜 피해자들마저 의심의 눈초리를 받지 않는가
거울 속 괴물에게 잡아먹혀 어느덧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위선과 허위의식과 이기심과 증오로 굴러가는 사상이 어느 대지 위에 푸른 싹을 틔우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인류와,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해 내가 가진 최선의 애정과 존중을 담아 말한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 내가 가진 최선의 애정과 존중을 담아 말하련다. 지구는 독수리 오형제가 지키고, 고담은 배트맨과 로빈이 지키니 인류 걱정은 하지 맙시다. 거창하게, 시바...... 무슨 인류 타령입니까.  차이 밍량 감독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류의 먼 미래를 걱정하는 영화는 나쁜 영화이고 나의 내일을 걱정하는 영화는 좋은 영화다. 이영애가 영화 << 친절한 금자씨 >> 에서 유행시킨 대사를 사용하고 싶었으나 차마 하지 못한 채 탤런트 고두심이 쌍팔년도에 유행시켰던 말투를 빌려 다정한 목소리로 시니컬하지만 동시에 포지티브 하며 러블리한 메시지 하나, 선생님의 뾰족한 등짝을 향해 띄우련다. " ㅋㅋㅋ 잘났어, 정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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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2-06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주원은 무슨 작가인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6 23:06   좋아요 1 | URL
모르겠숩나더. 책 하나 나온긴 합니다만.. 처음 듣는 이름입니디ㅏ. 샐링 포인트 보니 좆도 안 팔린 책이던데.. 이참에 보일러 놯드리는 것처럼 이참에 이 책 한 권 사드려야 겠어요..

akardo 2017-12-0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봐도 장씨 글은 구구절절 ‘개‘소리네요. 시원한 반박글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09:12   좋아요 0 | URL
논리가 하도... ㅎㅎㅎㅎㅎㅎ 좀 더 근사한 논리를 펼수는 없었을까요.. 그게 신기하더군요.

2017-12-07 0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7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0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라 오래전 우리들이 믿기로 합의했던 권리들이 피부색이나 국적이나 성별이나 성적지향 따위를 이유로 제한당하지 않길 바란다.」

→ 이 문장만 보고 사람들이 페미니스트가 ‘국적’, ‘성별’, ‘성적 지향’을 무시하는 사람인 줄 알겠어요. 한서희처럼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극단적인 페미니스트가 있긴 합니다만, 그 ‘부분’만 보고 ‘전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 없어요. 국적이 다른 사람, 성소수자도 인간이기에 그들을 이해하려고 접근하는 페미니즘이 제3세계 페미니즘, 퀴어 페미니즘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10:3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맞습니다. 저 선언문 자체가 극단적 논리 모순이라 나쁜 문장의 좋은 예로 학원에서 유통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yamoo 2017-12-07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대뽀의 논리네요.ㅎ 뭐, 페미니스트들한테 논리를 기대하기는 힘들고...참으로 한심한 선언입니다. 그러니 페미니스트들이 욕먹지요. 네, 욕먹을만한 선언인 듯합나다.

근데, 이 선언을 한 사람이 장주원인가 보죠? 첨 듣는 사람인데 선언이 참으로 우스운 글꼴이 되버려서, 많이 까임을 당하겠습니다...ㅎ
 

 

 

 





성공한 억압





 


                                                                                                       어떤 행위가 " 억압 " 이라고 느껴질 때 그것은 " 실패한 억압 " 에 불과하다. 눈에 보이는 억압은 저항을 부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날개가 달린 짐승과 같아서 언젠가는 추락하게 된다.

왜냐하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으니까.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와 얄개-들이다. 그들은 인류라기보다는 원생 조류에 가깝다.  반대로 피억압자가 자신에게 가해지는 억압이 억압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지나칠 때, 투명 망토를 입은 억압은 성공한 억압이 된다.  저항 없이 진행되는 억압은 실패를 모른다.  독재자는 < 아우성치는 억압 > 보다는 < 소리 없는 억압 > 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독재자가 선호하는 폭력의 기술은 세뇌다.  최종 목적은 억압의 흔적을 지우고 그것을 사회 " 통념 " 화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해서 의심 없이 당연시하는 것을 다른 시각으로 분석하다 보면 

권력자의 숨은 욕망을 발견하게 된다. 어르신, 참말로 꼼꼼하십니다아.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억압은 " 여성 억압 " 이다.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 여성 - 다움 > 은 대부분 남성이 여성을  협박해서 얻어낸 결과이다. 하지만 밖에서 보면 애교는 이상한 요구처럼 보인다. 우리는 애교가 성인  여성이 갖춰야 할 필살기라고 여기지만 사실 애교 문화는 일본과 한국을 제외하면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잰더 독립을 당연시하는 국가가 보기에 애교 부리기는 성인 여성의 항문기 고착 증세처럼 보이거나 발달 장애 행동처럼 보일 뿐이다.

남성은 그렇다 쳐도 여성 스스로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 경향도 세뇌의 결과'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여성에게 칭찬이랍시고 내뱉는 " 예쁘다 " 와 " 귀엽다 " 라는 말도 알고 보면 여성을 자신과 동등한 성인으로 인식한다기보다는 미성숙한 존재로 인식한 결과'이다. 예쁘다와 귀엽다라는 단어는 모두 작고 어린 것을 지시하는 형용사'로,  아이가 말을 잘 듣거나 행동이 발라서 흐뭇할 때 어른이 아이에게 사용하는 단어였다. 그렇기에 한국 남성들이 최근의 페미니즘적 경향에 대해 투덜대며 " 이런 것도 억압이냐 ? 이런 것도 혐오 발언이냐 ? 이런 것도 여성 차별이냐 " 라며

당당하게 반론을 내뱉는다는 것 자체가 바로 한국 사회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때는 망설이지 말고 이렇게 내뱉어야 한다. " 좆이나 뱅뱅 ! "    억압이 억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때,  그것은 성공한 억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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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술에 대한 잡담

 

 


 




1     하길종 감독이 연출한 << 바보들의 행진, 1975 >> 에서 주인공 병태는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잔술(낱잔으로 파는 술)로 마신다. 소주 한 병 값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한 잔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잔술을 파는 곳을 본 적이 없는 나는 70년대 서비스'에 압도당했다. 그런데 잔술을 받는 소주잔의 용량이 특별했다. 얼핏 보면 맥주 잔인데 자세히 보면 맥주 잔보다는 크기가 1/2 작은 것 같고 일반 소주잔보다는 2배 큰 것 같다. 크아, 절묘하다. 영화 << 바보들의 행진 >> 은  시나리오의 정석을 놓고 보자면 형편없는 시나리오'다. 술 마시고, 미팅 하고, 술 마시고, 당구 치고, 술 마시고,  연애하는 내용이 전부여서 플롯에서 심각한 오류가 보인다. 하지만 " 서사 없음 " 과 " 담론 없음 " 이 그 당시 70년대 검열의 제국과 맞물리면서 빛을 발한다. 무력하다는 것, 국가의 폭력과 억압 앞에서 완벽하게 무력하다는 것.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술에 취하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 영화의 시작은 지나치게 얄개스러워서 명량 학원물처럼 보이지만 감독은 과도한 조종의 표정들에서 느닷없이 출몰하는 젊은이의 울증을 포착한다. 60년대 최고의 한국 영화가 << 하녀 >> 라면 70년대 최고의 한국 영화는 << 바보들의 행진 >> 이다.



2    영화 << 술고래 barfly, 1987 >> 는 제목 그대로 술꾼에 대한 이야기다. 이 변두리 술집은 빈속에 잔술을 한입 털면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인생이 모이는 곳이다. 미키 루크가 온갖 진상과 주사를 부리는 주정뱅이로 등장하는데 그는 이 술집에서 또 다른 주정뱅이 여자를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잔술 주고받다가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치어스 ! 치어스 !!  치어스 !!!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였으나 이상하게도 인상에 남는 영화였다. 이 영화의 각본을 찰스 부코스키가 썼다는 사실은 먼 훗날에서야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찰스 부코스키라는 작가를 안 지 몇 년 안되기 때문이다. 찰스 부코스키는 술과 섹스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는데 나는 이 빈곤한 서사'가 마음에 들었다. 소설 << 여자들 >> 의 마지막 문장은 " 자지가 서질 않는다. " 였는데,  나는 이 마지막 문장 앞에서 숨이 턱턱 막혔다.


 

3   술독에 빠진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트리면 섭섭할 영화가 바로 <<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1995 >> 이다. 좋아하는 술을 실컷 마시다가 죽겠다는 결심을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니까. 그때는 질질 짜면서 본 영화였으나 지금 다시 본다면 꽤나 실망할 수도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신파가 과도했던 영화로 기억된다. 나는 이상하게도 좋은 영화를 보게 되면 뒤풀이로 술을 마시는 버릇이 있었고 그것이 내가 영화에 빠져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가 어떤 영화를 보고 나서 뒤풀이 술집에서 만취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영화가 좋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할 말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 대학로에서 기타노 다케시의 << 키즈 리턴 >> 을 보고 나서 혼자서 대학로 공원 벤치에 앉아서 소주를 마시다가 정신줄 놓은 기억도 나고 << 밀리언 달러 베이비 >> 를 보고 나서 애인과 늦은 새벽까지 술을 마셨던 기억도 난다. 술맛은 훌륭한 안주가 아니라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좌우한다.

4. 고흐가 즐겨 마셨다는 압생트1) 한 잔 털고 싶다. 독하고 값싼 술이어서 가난뱅이 술꾼들이 즐겨 찾았다고 한다. 압생트 하면 생각나는 영화는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이 연출한 << 토탈 이클립스 >> 이다. 연인이었던 랭보를 잃은 베를렌느는 술집에서 혼자 압생트 두 잔을 주문한다. 마신다. 환각 탓이었을까 ? 그 앞에 랭보가 나타나 그와 함께 잔을 나눈다. 이 영화에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치명적 매력을 엿볼 수 있다.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찾아 올까. 먼 나라의 어느 술집에서, 이렇게 외칠 수 있을까. " 압생트 투 ! "


 

 

 

 

                         

                         

 

1) 압생트(absinthe)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많이 마셨던 술로서 쑥의 줄기와 잎을 잘게 썬 다음 고농도의 알코올을 부어 방치한 후 추출하고, 방향 성분이 녹아 있는 이 추출액을 다시 증류하여 제조한다. 압생트는 알코올 도수(45-74%)가 강하고 당분을 포함하지 않는 암록담황색 술로서 아니스의 방향과 약간 쓴맛이 나서 식전주(apéritife)로 많이 이용하였다. 유럽에서는 쑥의 쓴맛으로 인한 약효로서 식욕부진과 위액 분비 촉진제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압생트는 향쑥의 라틴명 압신티움에서 유래한 이름으로서 강력한 환각작용으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예술의 도시인 프랑스 파리에서 화가, 소설가, 시인을 비롯한 예술가들 사이에서 창조력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압생트를 상습적으로 마실 경우 건강에 좋지 못하다는 것이 점차 밝혀져 20세기 초반부터는 압생트 음주를 법으로 금하게 하였다. 압생트에는 튜존(thujone)이라는 테르펜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압생트에 독특한 향취를 주는 성분이지만 뇌세포를 파괴하고 환각 상태를 유발한다. 압생트를 상습적으로 마심으로써 생기는 중독을 압시틴 중독증(absin-thism)이라 하며, 멍청한 상태, 정신력 저하, 신경과민, 안신경염 또는 환각 경험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보고되어 있다. 프랑스의 시인 알프레드 뮈세와 화가인 로트렉과 빈센트 반 고흐 같은 사람들이 모두 압생트의 중독으로 인한 간질발작으로 목숨을 잃거나 자살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무렵에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 압생트의 생산이 중단되었으나 지난 1981년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가 합법화 결정을 내리면서 상당수 유럽 국가들에서 압생트의 생산이 다시 개재된 상태이며, 현재 200개 브랜드의 압생트가 생산되고 있다. 이들 유럽 국가들이 압생트의 생산을 개재한 이유는 압생트가 정신에 미친 영향이 많이 과장되었고 그 위험이 다른 술보다 그다지 높지 않으며, 유해물질의 농도는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주류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압생트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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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0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기 전에 마시고 싶은 술이 고흐가 살아있을 때 마셨던 오리지널 압생트입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5 14:18   좋아요 0 | URL
압생트가 환각 증세가 나타난다고 해서 금지된 술로 알고 있습니다. 얼핏 들었습니다..

cyrus 2017-12-05 14:22   좋아요 0 | URL
한 잔 정도는 괜찮을거예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5 14:40   좋아요 0 | URL
압생트가 왜 알코올농도가 70%인가 그럴 겁니다... 먹으면 죽어요.. ㅎㅎㅎㅎ
요즘 나오는 압생트가 이 농도를 유지하나 모르겠네요..
이 술 풀린지도 얼마 되지 않아요.. 20세기 후반에서야 주류 회사에서 로비해서 풀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17-12-05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5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5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5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7-12-05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빙 라스베가스>를 보며 저도 질질 짰던 기억이. ㅋ.
지금 다시봐도 울것 같아요. 역쉬 영화는 신파가.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5 14:43   좋아요 0 | URL
ㅎㅎ 라스베스 음악이 또한 죽여주잖아요.
음악이 이 영화의 분위기 절반을 먹고 들어가는 듯합니다..ㅎㅎ

2017-12-05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6 12:19   좋아요 0 | URL
다시 봐도 재미있네요. 옛날 풍경을 본다는 게 의외로 재미가 있습니다..

데미안 2017-12-0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을 보면 술 자가 아닐까 싶을정도로, 긴밀한 관계 아닐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6 12:20   좋아요 0 | URL
ㅎㅎ... 어떤 사람이 예술하냐고 물으면

이 분은 예술보다는 술을 좋아해서 항상 ˝ 예 ! 술 좀 합니다.. ˝ 이런 식으로 말했다는 고백을 들은 생각이 나는군요..

수다맨 2017-12-07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들의 행진˝ 보다가 생각이 난 건데 종로 3가에는 아직도 잔술을 파는 곳이 몇군데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저 영화에서 나오는 작은 유리컵이 아니라 스테인리스 컵에 담아서 준다고 들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07 09:23   좋아요 0 | URL
오, 수다맨 님 바보들 행진 보셨군요. 좋은 영화는 시대가 흘러도 항상 동시대성을 가지는데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