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발라 났드나, 나도 함 묵어보자 : 

 

 

 

 

 

 




달콤한 소금






 


                                                                                                        2014년 11월, 그것이 5.6의 강진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흔들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11월의 강자는 항상 " 불멸하는 빼빼로 " 였지만 그해에는 허니버터칩 앞에 무릎을 꿇었다.

허니버터칩 공습으로 빼빼로는 매출이 반토막이 나면서 허리가 꺾여 사망하기에 이른다. 한국 대중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외치고는 했다. 꿀 발라 났드나, 나도 함 묵어보자 ( 묵어보자 ~ )                             허니버터칩을 먹어본 유저들은 하나같이 신이 내린 맛에 경탄을 아끼지 않았다. 경탄이 쏟아지자 기회를 얻지 못한 소비자들은 한탄을 쏟아내기에 이른다. 꿀 발라 났드나, 나도 함 묵어보자 ( 묵어보자 ~ )                           입소문에 입소문에 입소문에 입소문을 타고 결국에는 연개소문의 경지에 오른 허니버터칩은 제품이 진열되기도 전에 사라지더니 급기야는

1500원이던 과자는 암시장에서 열 배 높은 가격에 팔렸다. 먹어 본 사람들은 sns를 통해 인증샷을 올렸다. 여기에는 스타 연예인은 물론이고 정치인들도 동참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신이 내린 맛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몇몇 사람들이 허니버터칩 열풍에 대해 한국인의 냄비 소비 근성을 비판하자 허니버터칩을 먹어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시류에 편승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자 맛의 탁월함을 강조했다. 그들의 말대로 허니버터칩은 신이 내린 맛일까 ?  2017년 11월, 허니버터칩 열풍이 분 지 3년이 지났다. 한때 없어서 못 팔던 허니버터칩은 이젠 있어도 안 팔리는 과자가 되었다.

말 그대로 달콤했던 인기는 옛말이 되어서 지금은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이제는 할인마트에서 " 떨이 상품 " 으로 팔리고 있지만 그나마도 불티나게 팔리기는커녕 물티나게 안팔린다고 한다. 하여,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그때 졸라 열광했던 당신들의 입맛에 대해서 말이다. 평창 롱패딩 열풍을 보면 그때 그해의 허니버터칩 광풍이 생각난다. 내가 " 2017년 패션 레밍 " 비판하는 지점은 평창 롱패딩 열풍이 불기 전에 구매했던 소비자를 향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2017년 패션 레밍과는 구별된다. 그들이 롱패딩을 소비하는 방식은 취향이 작용했지만 2017년 패션 레밍의 욕망은 취향이 아니라 냄비 근성이다.

물론 그들은 예뻐서 입냐, 따듯하니깐 입지 _ 라고 말하지만 그 말투는 마치 유행 때문에 먹냐, 맛있으니깐 먹지 _ 라고 말했던 2104년 허니 푸드 레밍의 변명처럼 들린다.  

 

 

덧대기 ㅣ 왜 감자칩은 짠맛만 있는 거지 ? _ 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허니버터칩 탄생 신화는 사실일까 ? 허니버터칩의 나트륨 함량은 1일 권장량의 15% 수준인데 이 수치는 타사 상품인 감자칩 나트륨 함량보다 높다(포카칩 오리지널 13%, 수미칩 오리지널 12%). 그러니까 허니버터칩의 달콤한 맛은 짠맛을 줄인 결과가 아니라 짠맛을 감추기 위해서 단맛을 융단 폭격한 경우'이다. 또한 타사 제품보다 당류 함량도 더 높다. 대중이 신이 내린 맛이라고 극찬했던 맛의 비결은 달콤한 소금 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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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11-27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 8월 그 유명하다는 허니버칩이 한국마트에서 판매를 하기에 웬 떡이냐!! 며 사서 올 8월 여행가는 배 안에서 남편과 아이들 앞에서 이게 그 유명하다는 허니버터 칩이야~~~며 내 놨다가 핀잔만 들었어요. 하나 집어먹고 아무도 안 먹어서,,, 저는 버리기 ㅇㅏ까와서 꾸역꾸역~~~괴로웠어요. (먹어보지도 않고 제가 넘 맛있을 거라고 설레발을 쳐놨기에~~~ㅠㅠ)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7 15:50   좋아요 0 | URL
전 딱 한번 먹었는데 먹었을 때 단맛으로 짠맛을 숨기니까 이게 좀 느끼하더라고요. 왜 너무 끓이면 느끼해지는 찌개 음식 같다고나 할가요.. 이거 처음 나왔을 때 수입산 감자칩은 너무 짜서 못 먹겠는데 허니버터칩은 짜지 않아서 맛있다고 사람들이 말했는데... ㅎㅎㅎㅎㅎ 나트륨은 더 많더군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cyrus 2017-11-27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메이플 시럽맛 감자칩이 나와요. 짠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메이플 감자칩의 맛이 밋밋할 거예요. 맥주로 먹기에 뭔가 허전해요. 역시 맥주와 어울리는 감자칩은 짠맛이어야 해요. 프링글스처럼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8 09:31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소금이 조미료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더군요. 소금을 맛을 배가시키는 마법의 가루죠.
 

 

 

 

 

 

 

 

 

 

 

 

 

 

 

 

 

 

 

 

 


 



           포항여고 그 계집애



 

첫사랑, 박남철

 

첫사랑

 

                                    박남철

 

 

고등학교 다닐 때

버스 안에서 늘 새침하던

어떻게든 사귀고 싶었던

포항여고 그 계집애

어느 날 누이동생이

그저 철없는 표정으로

내 일기장 속에서도 늘 새침하던

계집애의 심각한 편지를

가져 왔다

 

그날 밤 달은 뜨고

그 탱자나무 울타리 옆 빈터

그 빈터엔 정말 계집애가

교복 차림으로 검은 운동화로

작은 그림자를 밟고 여우처럼

꿈처럼 서 있었다 나를

허연 달빛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밤 얻어맞았다

그 탱자나무 울타리 옆 빈터

그 빈터에서 정말 계집애는

죽도록 얻어맞았다 처음엔

눈만 동그랗게 뜨면서 나중엔

눈물도 안 흘리고 왜

때리느냐고 묻지도 않고

그냥 달빛 아래서 죽도록

얻어맞았다

 

그날 밤 달은 지고

그 또 다른 허연 분노가

면도칼로 책상 모서리를

나를 함부로 깎으면서

나는 왜 나인가

나는 왜 나인가

나는 자꾸 책상 모서리를

눈물을 흘리며 책상 모서리를

깎아댔다

 




 

펼친 부분 접기 ▲




 

 


 


                                                                                                  " 당진 " 이라는 지명이 호명될 때마다 < 충남 당진 여자 > 라는 시를 쓴 " 장정일 " 이 생각1)나듯이, " 포항 " 이라는 단어는 " 박남철 " 을 생각2)나게 만든다.

그래서 지진과 관련해서 최근 일주일 동안 포항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할 때마다 나는 박남철 시인을 떠올리고는 했다. < 첫사랑 > 이라는 시에 등장하는 포항여고 그 계집애는 " 그날 밤 얻어맞았다 / 그 탱자나무 울타리 옆 빈터 / 그 빈터에서 정말 계집애는 / 죽도록 얻어맞았다 처음엔 / 눈만 동그랗게 뜨면서 나중엔 / 눈물도 안 흘리고 왜 / 때리느냐고 묻지도 않고 / 그냥 달빛 아래서 죽도록 / 얻어맞았다 " 시인은 " 고등학교 " 에 다니는 남성 화자가 " 어떻게든 사귀고 싶었던 / 포항여고 그 계집애 " 를 왜 때리는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체 맥락을 짚고 나서 유추하자면 :

폭력의 발단은 여자가 남자에게 답장 형식으로 띄운 " 심각한 편지 " 속 내용이었던 모양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사귀자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거절 의사(가 담긴 편지)로 추정된다. 나는 이 시에 나타난 여성 혐오와 남성 폭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이 폭력은 문학적 수사'인가 ?  첫사랑이라는 서정적 멜로에 대한 반어법인가 ?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에티튜드는 에포케, " 판단 중지 " 였다.  판단 중지와 함께 그 이후로는 박남철 시를 읽지 않았다. 그의 시를 읽기에는 뭔가 찜찜했기 때문이다. 박남철 시인을 다시 마주보게 된 계기는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해에 출간되었던 <<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 >>  라는 제목의 노혜경 산문집을 뒤늦게 읽다가 그 책에서 박남철이라는 이름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산문집에서 박남철 사건을 자세하게 다룬다. 노혜경은 남성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서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데 아무 거리낌없는 박남철뿐만 아니라 남성 문인이 중심이 된 문단 전체에 뿌리내린 공범의식을 폭로한다. 비로소 나는 < 첫사랑 > 이라는 시에 내포된 남성 폭력을 정당화하는 악의 순환 고리'를 읽을 수 있었다. 포항여고 그 계집애에게 호감을 가진 화자는 사귀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지만 거절당한다.

이에 화가 난 남자는 그 여자를 죽도록 때린다. 이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은 시인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가 내세운 방법은 자해'다. 때린 만큼 맞겠습니다 !                           " 책상" 를 화자-몸에 대한 비유로, " 모서리 " 를 화자의 뾰족한 심성으로 활용한 시인은 " 면도칼 " 로 " 나를 함부로 깎 " 는다.  그리고는 " 눈물을 흘 " 린다. 이 행위는 채찍으로 자신의 몸을 내리치며 속죄를 구하는 종교 의식'을 닮았다. 하지만 이러한 시인의 전략은 기만적이다. 그는 여자에게 가한 " 가해 " 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 자해 " 라는 코스프레를 연출했을 뿐이다.


그것은 속죄하는 마음이 아니라 자기애가 중심이 된 자기 연민'이다. 죽도록 맞은 여자가 불쌍한 것이 아니라 죽도록 때린 자신이 더 불쌍한 것이다. " 눈만 동그랗게 뜨면서 나중엔 / 눈물도 안 흘리 " 는 여자에 비해 폭력 가해자인 " 나는 자꾸...... 눈물을 흘리 "며 참회한다고 고백하지만 사실은 자기 방어를 위한 연출이다. 여기에는 때린 놈보다 맞은 놈이 발 뻗고 잔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꼼꼼하다. 이러한 태도는 데이트 폭력 가해 남성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데이트 폭력 가해자들은 항상 피해 여성 앞에 무릎을 꿇고 나서 죽을 죄를 지었다고 참회하지만 이 참회가 기만적이라는 사실은 모두 다 알고 있다.

이 시가 비판받아야 되는 이유이다. 이후, 나는 박남철 시인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렸는데 수위 조절에 실패하다 보니 법적 분쟁까지 가게 되었다. 오고가는 서류 끝에 합의에 이르기는 했으나 이 경험은 훗날 면역력을 기르는 계기가 되었다. 모 시인이 박남철과 똑같은 태도로 법적 대응 운운하며 나를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경험이 축적된 상태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굉장히 문학적인 문장을 구사하여 그 작가에게 메시지를 띄웠다. 하드보일드하게, 남성적 언어를 구사하며. 지금 생각해도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이었다. 내가 그 시인에게 보낸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 조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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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1-26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할 말을 잃었네요...... 아 이 시 봐....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6 11:24   좋아요 0 | URL
이 박남철 시인이게는 묘한 구석이 있긴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여성 혐오와 남성 폭력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수다맨 2017-11-27 0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남철 시는 타인에의 가학과 모멸이, 자기애와 자기방어와 자기연민으로 전환될 때 급격히 밀도가 떨어져 버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독자놈들 길들이기‘처럼 사람들, 군중들에 대한 야유와 냉소를 끝까지 밀어붙이면서, 그들로부터의 비난과 멸시를 당당히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일 때 그의 시는 일종의 귀족주의(바꾸어 말하면 마루야마 겐지 식의 후카시!)를 획득하게 된다고 봅니다. 그의 시가 나름의 문학성과 작품성을 가지는 경우가 바로 이런 때이지요.
저는 다행히도 고인과는 인연도 악연(!)도 없어서인지 박남철 시를 괜찮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의 실제 삶(그리고 몇몇 누추한 작품들)이야 폭력적/야만적이라는 얘기를 여러번 듣기는 했지만 그러한 얘기만으로는 박남철이라는 인간을, 시인을 간단히 요약하기란 어렵다고 봅니다.
저는 박남철이 자신이 현실에서 저지른 폭력과 야만을, 자신이 느끼는 남루와 좌절을 (자기애나 자기방어라는 프리즘을 전혀 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낼 때, 그리하여 여성 혐오나 인간 경멸과 같은 세간의 정당한 비판에 전혀 연연해하지 않을 때, 상당히 읽을만한 시를 쓴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7 09:2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자신의 욕망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박남철 시는 여타 다른 시인보다 솔직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시란 본질적으로 허구의 영역이 아니니까요. 전 양가적입니다. 박남철 시인에게 말이죠.
제가 시를 공부한 것도 아니고 문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어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일 뿐입니다.

12월 오면 망년회 한번 해야죠..

2017-11-27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8 0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8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7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7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11-29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 박남철 시인을 까서 법정까지 갔나보군요! 어떻게 그런일이..@_@

근데 마지막 단어...조까..에서 뿜었습니다..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9 20:10   좋아요 0 | URL
내가 조까 라고 했던 시인... 결국 감빵 가셨습니다.. ㅎㅎㅎㅎㅎㅎ
 

 

 


 







 

 

 



 

 

 

 




내가 수염을 기르는 이유



 



                                                                                                       옛날 일이다. 내가 항상 다니던 동네 목욕탕이 한 달 간 내부 수리 중이어서 공사 중인 목욕탕이 하루빨리 수리를 마치고 다시 열리기를 학수고대했던 날이 있었다.

동네 단골 목욕탕은 매우 낡아서 70년대 물바가지를 여전히 쓰는 시설이었는데도 나는  이상하게 이곳에서 때를 밀어야 속이 시원했다. 이상하지, 겉의 때를 밀었을 뿐인데 속이 시원하다니 !  드디어 개장하던 날 새벽에 목욕탕을 찾았다. 표를 받고 늘 가던 대로 2층 계단 왼쪽 방향으로 걷고 있는데 새로 뽑힌 듯한 매표소 직원이 큰 소리로 나를 불러 세우더니 오른쪽으로 가라고 명령했다. 이 단호함과 간결함에는 새로 문을 연 목욕탕의 자부심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공사를 크게 했다더니 남탕 위치가 바뀌었나 보네. 소소적인 줄 알았는데 대대적인 공사였구나. 

나는 방향을 바꿔 오른쪽 계단을 올라 남탕 문을 열어젖혔다. 아, 그립고 그립고 그리웠던 동네 목욕탕.  벽두 새벽인지라 휴게실 안에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장발인 그는 휴게실 평상에 앉아 다리를 쫙 벌린 채 발톱 소재 중이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는 아열대 우림에서나 볼 수 있는 검은 숲이 보였다. 저토록 울울한 숲은 아마존 이후 본 적이 없어서 경이로웠다. 숲에 가려서 페니스가 보이지 않을 정도라면 울창하긴 울창하구나. 굉장해. 저 숲에 과테말라 아나콘다도 살겠어.                           그런데 그곳은 내가 휴게실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상한 아우라가 존재했다.

뭐지. 이 위화감은 ?!  겨울철 찬 바람이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자 곱사등이처럼 고개를 묻고 발톱을 소재하던 이가 고개를 들어 내가 서 있는 문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고개가 젖혀지자 서서히 가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 ? 어어어어어어어어어... 가슴에., 가슴에, 가슴에..... 유방이. 남자에게도 가슴 비대증이 생긴다더니 !  그와 나는 서로 말없이 바라보았다. 1초, 2초, 3초...... 내 눈이 500원 동전처럼 커지는 순간,  동시에 그의 벌어진 다리가 잽싸게 오므라들었다. 파리를 낚아채는 파리지옥의 주둥이처럼.  나는 용수철처럼 밖으로 튕겨져 나와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여탕이었다.

안에서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나는 그곳을 도망쳐야 했다. 계단을 뛰어내려와 매표소 직원을 찾았다. 그는 태연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머리가 길고 피부가 뽀얗기에 여자인 줄 알았어요. 그날 이후로 궁여지책으로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피부가 여자보다 창백했던, 머리만 기르고 수염을 깎은 시절에는 여자라는 오해를 많이 받곤 했다. 남자와 여자를 분리한 독서실에 독서실 총무는 나를 여성 전용 독서실로 안내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런 것은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했다. 한 번은 탑골 공원 화장실에서 오줌을 누고 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셨다가

나를 보고는 여자화장실인 줄 알고 급히 방향을 선회해서 밖으로 나가려다 발목을 겹질려서 나동그라지신 적도 있다. 나는 쓰러진 할아버지를 부축하고는 타인의 아밀라아제와 타인의 암모니아를 닦아야 했다. 어찌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던지. 수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좋게 포장하자면 중성적인 이미지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야리꾸리한 이미지 때문에 종종 남자들이 나에게 커밍아웃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는 이성애자여서 그 간절한 고백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남자가 남자에게 고백했다가 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성애자인 나로서도 정말 괴롭다. 하지만 어쩌랴, 검은 개 꼬리 십 년 땅에 묻었다고 황구 개 꼬리 되는 것은 아니니까. 엠마뉘엘 카레르의 숨겨진 걸작 << 콧수염 >> 은 남자가 오랫동안 길러왔던 수염을 깨끗하게 면도를 하면서 시작된다. 아내를 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로 준비한 수염 깎기는 아내가 눈도 깜짝하지 않으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아내는 남편에게 " 당신은 수염을 기른 적이 없어요. " _ 라고 말한다.  아내뿐 아니라 친구들, 회사 동료들, 심지어 단골 담배가게 할아버지까지도 그의 콧수염이 "원래 없었다" 고 말하면서 남편의 당혹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환장허것네.

유쾌하게 시작한 소동극은 이내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역전된다. 엠마뉘엘 카레르는 평온한 일상에서 작은 균열을 찾아내어 그것을 확대 재생산해내는 데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작가'이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대표작 << 겨울아이 >> 와 함께 놓치면 후회할 소설이다 ■







덧대기 ㅣ 개인적으로는 << 콧수염 >> 보다는 << 겨울아이 >> 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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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11-25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수염 아주 잘 어울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5 09:48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임시방편이었는데 이제는 수염을 면도하면 .... 아, 이상하더라고요.. 숱이 많으면 길게 길러보고 싶으나 워낙 듬성듬성 나서 숏컷으로.

이하라 2017-11-25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염이 없으면 여자로 오해받을 정도로 미남이라는 말씀이로군요. 부러울뿐입니다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5 10:37   좋아요 0 | URL
옛날에는 머리가 길어서 그렇죠, 뭐..

겨울호랑이 2017-11-25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머리를 길러서 잘 어울리는 남자는 몇 안되는 것 같습니다. 남자 장발은 소수의 선택받은 이들만이 해볼 수 있는 스타일인 것 같아 저는 엄두도 못 냈습니다.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5 12:37   좋아요 1 | URL
ㅎㅎ. 자뻑이냐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라도..그 말씀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ㅋㅋ

cyrus 2017-11-25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골의 <코>와 <콧수염>을 같이 읽어보면서 비교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발님이 소개한 <콧수염> 줄거리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5 12:36   좋아요 0 | URL
콧수염 함 읽어보십시오. 시작은 좋은데 끝이 좀 허무하긴 합니다. 코와 콧수염을 비교 평가한다라...
꽤 흥미로울 것 같군요. 사이러스 님을 통하면 진짜 집요한 비교질의 향연이 펼쳐지리라 생각됩니다..

bookholic 2017-11-25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콧수염 영화도 있었군요. 한번 찾아 봐야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5 14:27   좋아요 0 | URL
소설가가 직접 영화도 감독했더군요. 이런 경우는 거의 다 형편없죠.
킹도 자기가 직접 영화를 찍었는데 역대급 망작이었습ㄴ다. ㅋㅋ
 

 

 

 

 

 

 

 

 


 

 

기생충과 영웅 2

 

 

 


                                          

                                                                                                                                                      homo sacer(호모 사케르 1)는 " 성스러운 인간 " 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사케르(sacer)란 원래 ‘신성한’이라는 의미이지만 ‘저주받은’이라는 상반된 의미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즉, 호모 사케르는 신성하면서 동시에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 저주받은 자들이다. 이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서 언제든 살해를 당해도 상관없는 존재로 사회 질서 바깥에 머무는 아웃사이더'이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벌거벗은 생명이다. 노숙자, 불법체류자, 장애인, 왕따, 동성애자는 실제로 법질서 내에 존재하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법질서 내 포섭에 실패하여 정치적 참여의 권리를 배제당한다. 그들은 항상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다. 이국종 교수가 총상을 입은 탈북 병사를 다루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그는 탈북 병사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존엄을 뛰어넘어 국가를 위한 신성한 사명처럼 말하지만 그가 병사의 몸을 다루는 방식은 정반대다. 그는 1차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 배에서 한국 사람에게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엄청난 합병증을 초래하고 예후를 나쁘게 할 수 있는 기생충이 나왔다. 지금 보면 터진 장을 뚫고 변 내용물과 함께 회충 등, 기생충들이 장을 뚫고 나오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  그가 브리핑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 오물 범벅인 더러운 육체 이미지 " 다.

무엇보다도 기생충이 장을 뚫고 나온다는 진술은 공포감을 조장하기에 충분하다. 내가 무엇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장에 가득 찬 분변 운운하는 대목이다. 장이 똥 찌꺼기가 흐르는 길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에 분변이 있다는 것은 불길한 예후가 아니다.  그는 왜 똥을 강조했을까 ? 그의 브리핑을 통해서 우리는 북한 병사의 몸을 오물이 점령한 장소로 인식한다. 그것은 불안(불결)을 야기하는 이질성이다. 이국종은 북한 병사 몸을 기생충과 오물 범벅으로 묘사함으로써 북한을 악취, 불결, 가난, 질병, 미개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는 " 한국 사람에게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 _ 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남한과 북한을 구별짓기 한다. 기생충 제국과는 달리 대한민국은 기생충 청정 지역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남한과 북한을 분리해서 북한을 " 타자화 " 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제국이 식민지를 침략할 때 즐겨 사용하는 이분법이다. 비위생적인 북한은 계몽의 대상이 된다. 계몽의 주체는 남한이다 이처럼 이국종은 철저하게 계산된 말을 쏟아낸 것이다. 나는 그가 뛰어난 의술을 가진 의사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정치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불결하다. 그를 볼 때마다 황우석과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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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케르(homo sacer)는 낱말의 의미와 달리 고대 로마법에서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형벌을 받은 죄인을 가리킨다. 이들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다. 이들의 형벌은 시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제한 당하는데 있다. 이들은 사회 질서 바깥에 위치하기에 언제든 살해당해도 상관없는 존재이며, 이들의 죽음은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희생과 관계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시 말해 호모 사케르는 법체계를 포함해 공동체가 공유하는 모든 가치체계로부터 배제된 사회내부의 외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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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 2017-11-26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희같은 자는 철저히 치료과정을 숨길 수도 있고 유리한대로 보도를 낼 수도 있죠.
그러나 이교수에게 몸을 맡기는 노동자, ‘사회적 약자‘들의 몸뚱이는 밑천까지 다내줘야 하는 건가요. ...
중증외상센터체계에 대해 환기되는 것이 그나마 건진 것인가 싶기도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6 10: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지금 우리는 이건희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릅니다. 이건희의 몸뚱아리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사생활 보호라며 숨기면서 북한 병사의 몸뚱아리는 알권리다. 아니 시발.. 기생충 있다는 게 정보입니까. 이게 무슨 알권리인가요... 이해불가능.
 

 

 

 

 

 

 

 

 

 

 

 

 

 


 

                                          

천국에는 악인도 영웅도 없다  :



 



기생충과 영웅



 


                                                                                                                                                                                              변 사또 없는 춘향뎐'은 최순실 없는 박근혜뎐이다. 춘향전을 이끄는 주요 서사는 이몽룡과 춘향이의 러브라인이지만 꿀잼은 변 사또의 악행이다. 신파는 " 시련 " 을 종잣돈 삼아 이야기를 전개하는 장르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이몽룡 없는 춘향전보다 재미없는 것은 변 사또 없는 춘향전이 아닐까 ?   

마찬가지로 조커 없는 배트맨은 상상하기 힘들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악인은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든다. 반대로 피카레스크 소설은 조연인 악인은 주인공을 더욱 악랄한 악인으로 만든다.  << 배트맨 >> 은 영웅이다. 그는 평창 롱패딩보다 비싸고 아르마니 수트보다도 비싼 블랙 수트를 입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악당을 물리친다. 간지난다. 하층민을 대표하는 조커가 보기에 다국적기업 오너인 배트맨은 영웅 놀이에 빠진 인물처럼 보인다. 그것은 정의 실현이라기보다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  조커는 배트맨 앞에 나타나기로 결심한다. 형씨, 맞짱 한 번 뜹시다아.                  

이 지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배트맨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배트맨이 있기에 악당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배트맨이 고담 시티의 입주민이 아니었다면 조커는 고담 시티로 향하지 않았을 것이다.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브루스 웨인의 " 익스트림 스포츠 " 를 멈춰야 한다(부잣집 도련님이야 정의 실현이라고 말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돈 지랄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작년에 왔던 조커, 죽지도 않고 또 온다. 얼씨구씨구. 니미, 조또. 잘 돌아간다.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천국에는 악인이 없다. 이 명제를 바탕으로 또 다른 명제를 도출하자면, 천국에는 영웅도 없다.

악인과 영웅은 떼래야 뗄 수 없는 젖은 땔감 같은 사이다. 그들은 쌍생아이며 도플갱어'이다. 그렇다면 강박적일 정도로 영웅을 호명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어떤 사회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 슈퍼 히어로 " 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제도와 법만 가지고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해결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때 우리는 초월자의 재림을 갈망한다. 한국 사회가 " 스타일리시 " 하지 못하다는 증거는 이 사회가 영웅을 과다하게 갈망하고 소비한다는 데 있다.  한때 황우석은 나라를 구할 영웅처럼 떠받들어졌지만 지금은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폭로되었고,

난세를 구할 영웅으로 새롭게 부각되었던 안철수는....... 내가 mb 아밥탑니까, 갑철숩니까 _ 라는 그 한마디에 몰락하고 말았다. 안철수는 미담으로 만들어진 영웅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캐릭터이다. 건강한 사회는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덴만의 영웅이라는 프레임으로 소비되는 이국종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영웅이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성실히 일하는, 한 명의 외과 교수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비판하면 안 되는 성역으로 접근하고 있다.  왜 ?  영웅은 순결해야 하니까 !  나는 이국종 교수가 브리핑에서 :


배에서 한국 사람에게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엄청난 합병증을 초래하고 예후를 나쁘게 할 수 있는 기생충이 나왔다. 지금 보면 터진 장을 뚫고 변 내용물과 함께 회충 등, 기생충들이 장을 뚫고 나오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진심으로 빡쳤다.  이국종은 의술이 아닌 언술을 활용해서 북한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은유로써 기생충을 활용한다. 이제는 기생충마저 국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북한을 " 기생충 제국 " 으로 만들었다. 변호인이 의뢰인과의 변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정보를 누설하면 안 되듯이,  굳이 의료법 19조를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면서 얻게 되는 의료 정보를 누설하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그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귀순 병사가 b형 간염이라는 사실도 폭로한다)그것은 인권의 문제이며 인간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입장을 바꿔서 한국인이 미국 여행 도중 총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 병원 의사가 미국 사람에게서는 볼 수 없는 기생충이 한국인 환자 몸속에 드글드글하다고 말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  이국종은 변명이랍시고 국민의 알 권리 운운하던데, 나는 그 병사의 생사가 궁금할 뿐이지 그 병사 몸에서 기생충이 장을 뚫고 나오는 장면이 궁금한 것이 아니다. 그는 의사로서 성실한 직업인일 수는 있겠으나 인권 감수성은 둔감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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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대기 ㅣ 다음은 홍석천이 이국종을 지지하면서 한 말이다 : 홍석천은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한 사람은 죽어가는 사람 목숨을 구하려 본인의 능력을 최대치로 애쓰는 사람이고 한 사람은 그런 소중한 사람의 의지에 여러 가지 이유로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라며 “타이밍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고 느끼는데 아직도 환자 목숨 구하느라 잠도 못 자고 계실 분에게 힘 빠지게 하는 소리는 나중에 하셔도 될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국종 교수를 향해 “한 번 뵌 적도 없지만 응원한다"라며 “혹시라도 제가 위급한 경우가 생기면 교수님이 수술해주시길. 제 몸속 상태가 어떤지 기자들이 끊임없이 물어오면 다 브리핑하셔도 된다. 제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그저 눈떴을 때 감사하다고 뜨거운 눈물 함께 흘려달라"라고 응원했다.


" 제 몸속 상태가 어떤지 기자들이 끊임없이 물어오면 다 브리핑해도 된다 _ 는 홍석천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끝내겠다.


“에이즈 감염자인 배리 맥기어리를 치료하던 의사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배리가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을 여러 의사들에게 발설했고, 그 이유로 배리는 낙인이 찍혀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 당했다. 이에 배리는 발설한 의사를 고발했으나 재판에서는 무죄. 결국 대법원 상고까지 가는 동안 배리의 신상과 얼굴은 완전히 공개되었다. 대법원 판결을 받기도 전에 배리는 비참하게 죽었다. 이 사건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공개한다는 것에 대한 논란은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그렇기까지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공공의 관심 때문에 무엇을 공개했다고 말하지 마시기 바란다. 우리는 그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것이 법의 정신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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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3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3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7-11-2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무 생각없이 이 판을 보고 있다가, 의사 입장에서 환자 인권을 보호하는 건 환자를 살리는 거라는 말로 호도하는 거 보고 급실망했습니다. 그건 분변이나 기생충을 공개하는 게 저 환자를 살리게 위해 반드시 택해야 하는 방법이었을 때 말이 되는 변명일텐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3 09:46   좋아요 0 | URL
2차 브리핑이 더 웃기죠.

의사 입장에서 환자 인권을 보호하는 최선의 것은 환자를 살라는 게 결국은 인권이라는 논조였는데
이게 웃긴게

환자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의사로서의 직무와 책임 의식이지
인권은 아니죠. 물타기 하는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에 분변이 있습니다..

이게 의사의 소견이란다. 장에 똥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장에 똥 없는 사람 손 들어보시길.
이걸 브리핑이라고 말하는 게 웃긴 거다.

수다맨 2017-11-2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국종보다도 저는 홍석천의 트윗글이 더 가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국종이야 철저한 계산적인 의도 하에서 저런 브리핑을 했다지만 홍석천은 (앞으로 걸릴지도 모를) 자기 병명에 대해서 의사가 마음껏 누설해도 좋다고 허락까지 했네요. 이 사람이야말로 제정신이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23 13:47   좋아요 0 | URL

글세말입니다. 생각없음의 결정판 같기도 합니다.
영웅에 대한 어떤 환상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