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영웅 2
homo sacer(호모 사케르 1)는 " 성스러운 인간 " 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사케르(sacer)란 원래 ‘신성한’이라는 의미이지만 ‘저주받은’이라는 상반된 의미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즉, 호모 사케르는 신성하면서 동시에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는 저주받은 자들이다. 이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서 언제든 살해를 당해도 상관없는 존재로 사회 질서 바깥에 머무는 아웃사이더'이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벌거벗은 생명이다. 노숙자, 불법체류자, 장애인, 왕따, 동성애자는 실제로 법질서 내에 존재하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법질서 내 포섭에 실패하여 정치적 참여의 권리를 배제당한다. 그들은 항상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다. 이국종 교수가 총상을 입은 탈북 병사를 다루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그는 탈북 병사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존엄을 뛰어넘어 국가를 위한 신성한 사명처럼 말하지만 그가 병사의 몸을 다루는 방식은 정반대다. 그는 1차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 배에서 한국 사람에게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엄청난 합병증을 초래하고 예후를 나쁘게 할 수 있는 기생충이 나왔다. 지금 보면 터진 장을 뚫고 변 내용물과 함께 회충 등, 기생충들이 장을 뚫고 나오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 그가 브리핑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 오물 범벅인 더러운 육체 이미지 " 다.
무엇보다도 기생충이 장을 뚫고 나온다는 진술은 공포감을 조장하기에 충분하다. 내가 무엇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장에 가득 찬 분변 운운하는 대목이다. 장이 똥 찌꺼기가 흐르는 길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에 분변이 있다는 것은 불길한 예후가 아니다. 그는 왜 똥을 강조했을까 ? 그의 브리핑을 통해서 우리는 북한 병사의 몸을 오물이 점령한 장소로 인식한다. 그것은 불안(불결)을 야기하는 이질성이다. 이국종은 북한 병사 몸을 기생충과 오물 범벅으로 묘사함으로써 북한을 악취, 불결, 가난, 질병, 미개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는 " 한국 사람에게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 _ 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남한과 북한을 구별짓기 한다. 기생충 제국과는 달리 대한민국은 기생충 청정 지역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남한과 북한을 분리해서 북한을 " 타자화 " 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제국이 식민지를 침략할 때 즐겨 사용하는 이분법이다. 비위생적인 북한은 계몽의 대상이 된다. 계몽의 주체는 남한이다 이처럼 이국종은 철저하게 계산된 말을 쏟아낸 것이다. 나는 그가 뛰어난 의술을 가진 의사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정치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불결하다. 그를 볼 때마다 황우석과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성스러운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케르(homo sacer)는 낱말의 의미와 달리 고대 로마법에서 사회로부터 배제되는 형벌을 받은 죄인을 가리킨다. 이들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다. 이들의 형벌은 시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제한 당하는데 있다. 이들은 사회 질서 바깥에 위치하기에 언제든 살해당해도 상관없는 존재이며, 이들의 죽음은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희생과 관계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시 말해 호모 사케르는 법체계를 포함해 공동체가 공유하는 모든 가치체계로부터 배제된 사회내부의 외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