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파이팅
1. 물
내 친구는 아마추어 권투선수였다. 권투를 배우게 된 동기는 불순했다. 평소 자신을 괴롭혔던 녀석을 때려눕힐 계획으로 배운 운동이었으나 권투에 소질이 있다는 관장의 충고를 듣고는 권투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권투뿐만 아니라 검도 실력도 출중했는데
그날은 권투와 검도의 관계가 삶은 계란과 소금의 관계와 같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어이, 텔레토비 새끼 ! 그를 불러세운 녀석은 그 학교 일진으로 통했던 농구부 선수였다. 권투를 배웠으나 짧은 팔과 다리로는 농구선수의 기럭지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친구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가던 길을 재촉했다. 그때였다. 그 녀석의 발이 친구 얼굴을 강타했다. 데구르르르르르. 뉴톤의 운동 법칙에 따라 친구는 구석진 곳으로 떨어졌다. 천우신조였을까 ? 그곳에는 죽도 크기와 거의 흡사한 각목이 놓여 있었다. 친구는 각목을 잡으며 말했다. 넌 끝났어, 개새끼야. 크아아아아아아.
주먹이 닿지 않는 거리는 검도(죽도)로 공격했고 주먹이 닿는 거리에서는 권투(주먹)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쿵. 그 학교 일진이 플라이급 아마추어 권투선수에게 맞아서 바닥에 고꾸러졌다는 사실은 순식간에 퍼졌다. 하지만 친구는 성정이 고운 녀석이어서 그 이후로는 단 한번도 싸움에 휘말려 본 적이 없었다. 그 친구가 뚱돼지였던 내게 자주 했던 말은 1달 안에 몸무게 10kg 를 감량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 _ 라는 소리였다. 그 친구는 경기가 임박해져 오면 살인적인 체중 감량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친구에게 힘을 내려면 많이 먹어야 하는데 절식으로 인한 체중 감량은 힘의 소모를 촉진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친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몸무게의 대부분은 물(체수분)이다 / 내가 감량하려고 하는 것은 근육(의 양)이 아니라 물을 빼려는 것이다 / 물은 힘을 생성하지 않는다 / 고로 밥을 적게 먹는다고 해서(체중을 감량한다고 해서) 힘의 손실을 야기하지는 않는다. 친구가 말했다. " 밥을 안 먹어서 힘이 없다는 소리는 다 개소리야. 힘은 밥이 아니라 근육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거든. " 친구는 다음날 대회에서 1회 ko패 당했다. 그날 나는 친구에게 처갓집 양념치킨 한 마리를 쏘았다 !
2. 소금
삶은 계란과 소금은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삶은 계란 열 개쯤은 게눈 감추듯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소금 없이 계란만 먹으려고 하면 쉽지 않다(물론, 먹을 수는 있지만 그다지 당기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소금 없이 먹는 삶은 계란 맛은 밍밍하다. 삶은 계란의 맛을 좋아지게 한다는 점에서 소금은 조미료'다. 흔히, 비만의 주범으로 설탕과 소금이 거론되는데 정작 설탕과 소금의 칼로리는 높지 않다. 설탕은 찻숟가락 한 잔 분량의 열량이 15칼로리에 지나지 않고, 소금은....... 제로 칼로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금(이나 설탕)이 비만의 주범인 이유는 음식 맛을 향상시켜서 과식을 유도한다는 데 있다. 음식을 팔아서 이윤을 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소금은 영업 비밀인 셈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소금은 설탕만큼이나 나쁜 식재료로 인식되기에 장사꾼은 짠맛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음식이 " 떡볶이 " 다. 떡볶이는 짠맛을 숨기기 위해 설탕을 들이붓는다. 여기에 혓바닥을 마비시키는 매운맛을 더하면 짠맛은 더욱 상쇄된다. 우리는 흔히 매운맛을 경험하기 위해 떡볶이를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짠맛 때문에 떡볶이를 먹는다.
상업적 목적을 위해 팔리는 한식은 대부분 짠맛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다(한국인이 유럽 여행에서 한식 음식보다 나트륨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인 유럽 음식'을 먹었을 때 더 짜게 느끼는 이유는 짠맛을 숨기기 위해서 단맛을 강조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평소 입맛이 없다며 밥을 남기는 사람도 분식집에서 분식을 먹으면 과식을 하는 이유이다. 간식으로 떡볶이(1인분 기준 1400칼로리)에 순대(550칼로리) 그리고 어묵 몇 조각 먹으면 여성 성인 1일 권장량인 열량 섭취 총량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분식은 간식이 아니라 삼시 세 끼인 셈이다. 이처럼 소금은 그 자체로는 제로 칼로리에 해당되지만 과다 칼로리 섭취의 주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