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를 보면 못 참는 사람


 

 


 


                                                                                                       종종 자신을 "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사람 " 이라고 소개하는 이들이 있다. 이 선행 전제는 " (자신이) 바른 말을 자주 해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다 " 라는 넋두리를 쏟아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불의한 사람이다. 정직한 사람은 굳이 자신이 정직한 사람이라고 강조하지 않는다. 이런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문재인보다는 이명박 같은 부류일 가능성에 매우 높다. 맙소사,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이명박이라니 !  또한 " 내 말,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 라고 말하는 사람의 의중은 상대방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점에서 새빨간 거짓말이다. 화자는 자신이 내뱉은 뾰족한 말풍선 때문에 청자의 기분이 상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죽은 척하는 생태는 그의 충고 한 마디에 얼어죽을 동태가 된다. 그렇기에 자신을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 내 말, 기분 나쁘게 듣지 마시고요. 자신을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직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아, 아아아. 기분 나쁘시라고 하는 말은 아니라는 거, 다들 아시죠 ? "  이처럼 사람의 말'이라는 것은 대체로 믿을 것이 못 되는 데에도 우리는 그 말들을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  내 노래방 18번이 이용복의 줄리아인데 우연히 이 영상을 보다가 넋을 놓았다. 좋쿠나. 이런 게 바로 진정한 음악이다. 미스터팡의 물군무는 엑소의 칼군무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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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8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9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임모르텔 2017-11-1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풉하하하하하)))) 정말 니끼하게 ~ 신나게 부르시는 가수네요 ㅎㅎ
이용복의 줄리아,,저도 많이 부루고 다녔어요.

..글읽으면 사람상대를 많이 하신 체험에서 나온 인간공부같아요.
바른소리 잘 하는 사람...불의를 보면 못참는 사람 ,, 이런소리하는 사람들 많이 봤어요, 글읽고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1 22:4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니끼하게... 요 표현이 정말 정확하군요.. 맞습니다. 니끼하게 부르네요..

최영철 2017-12-2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게 생겼습니다.. 대체 글쓰신 분이 어떤말을 하고 싶은신 건지 이 글에 본질이 무었인지.. 정말 궁금하군요
표현 그대로 생각하자면 이 세상에 모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부다 정의롭지 못다하든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런 말을 본인에 입으로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인지... 알수가 없내요..
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사람들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하시는지.. 저야 말로 글쓴이를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비겁한 사람보다 높다고 판단되고요.. 오히려 말하지 않는 사람보다
말을 하는 사람이 훨씬 위대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십니다. 저렇게 말할수 있다는 것은 용기 있다는 것이고
용기가 있다는 것은 자기 소신이 뚜렸하다는 것입니다. 이 험한세상 누구나 본인 만에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면 그것 또한 비겁한 것이 없거든요..
 





젓가락 두 개가 똑같아요





 

                                                                                                        사람들은 잠이 오지 않으면 침대에 누운 채 눈을 감고 양 떼 목장을 상상한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왜, 하필 양일까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양을 연상하는 것이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을 수긍하게 된다. 마늘 냄새 나는 박근혜보다는 목화 솜털 같은 순한 양 이미지가 마음을 평화롭게 하니까.

나는 눈을 감고 양 떼 목장을 상상한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그러다가 문득, 예쁜 암양 한 마리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이름은 " 수미 " 로 지어야겠어. 어엿한 꼬마 숙녀이니 양孃이란 호칭도 붙이고. 산책 갈 때에는 이런 말 : " 수우미양가 ! (수우미 양, 가자) "  혼자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뜬다. 전신거울 속에는 파르라니 깎은, 북한 김정은 수령의 머리 스타일을 한 남자가 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흥남부두 이래 최대의 고난 시기였던 쌍팔년도 IMF 때 유행했던 블루클럽 귀두 머리를 한 남자가 절망에 빠진 채 넋을 놓고 거울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나다.

통은 깎았으나 머리통만큼은 바리깡의 손길을 거부한 개마냥. 깎다가 만 듯한, 불끈 솟은 남근처럼 단단한 두상이다. 화가 단단히 났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가위를 든 미용사'다. 미용실에 발을 들이는 순간 공포가 시작된다.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리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멎을 듯하다. 머리를 깎기 전에 목둘레를 천으로 옥죄는 과정은 공포의 정점이다. 과호흡 상태인데 목을 옥죄니 말이다. 물 밖으로 튀어나온 금붕어 같은 심정이라고나 할까. 그런 내가 감히 미용실 염라대왕에게 신소리를 할 수는 없는 노릇. 나는 황급히 미용실을 나왔다.

비로소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내가 특정 장소에 공포를 가지기 시작한 때는 10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미용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과호흡에 따른) 현기증으로 잠시 정신을 잃은 적이 있었다(그전에는 미용실에 대한 공포를 가진 적이 없다). 그날 이후로 미용실에만 가면 그때의 악몽이 떠오른다. 비록 남근이 머리에 달리긴 했으나 기분은 좋다. 당분간은 미용실 가는 문제로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 공포증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머리를 자르지 않거나 아예 중처럼 삭발을 하거나. 삭발을 하면 장관일 것이다. 내 두상은 유독 남근을 닮았어야.  아, 아아아. 상상만으로도 음란하구나.

어쩌면 나는...... 그러니까, 그게. 음. 만약에...... 내가 여성들만 사는 거인국에 불시착한다면 나라는 존재는 성인용 딜도로 사용하기에 금상첨화이리라. 심란한 마음을 추스르며 길을 걷다가 문득 그 사내가 생각났다. 마티스 끌고 애인 따라 속초에 왔던 남자. 그는 군 입대를 앞둔 청년이었다. 찾아온 손님을 환대하는 것이 예의인지라, 나는 그들을 이끌고 대포항 횟집으로 안내했다. 어수룩한 사내였으나 까다로운 남자였다. 식성이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나무젓가락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까다로웠다. 쩍 ! 나무젓가락을 양쪽으로 갈랐던 남자는 다른 나무젓가락을 다시 가르기 시작했다.

동행한 사람을 위해 각자의 물 잔에 물을 붓는 경우는 있어도 동행한 일행을 위해 나무젓가락을 직접 떼는 경우는 처음이라 신기했다. 하지만 내 생각이 판단 오류였다는 사실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의 테이블 앞에는 뜯어 놓은 나무젓가락이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 남자의 애인이 귓속말로 속사정을 알려왔다. 제 애인은요.. 강박증이 심해요. 젓가락을 갈랐을 때 젓가락 양쪽이 똑같은 크기로 갈라지지 않으면 불안해서 계속 나무젓가락을 뜯어요.                    나는 식당 주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한 후 나무젓가락 비용을 따로 지불할 테니 수저통에 양질의 나무젓가락을 가득 담아달라고 요구했다. 장관이었다.

식당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은 그 사내를 향했다. 쩍, 쩍, 쩍, 쩍, 쩍, 쩍........ 어느 순간, 그의 특이 행동이 멈췄다. 그가 땀에 젖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젓가락 두 개가 똑같아요.                        그동안 긴장으로 땀에 젖었던 그의 얼굴이 4월 끝무렵에 피는 목련처럼 활짝 피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  나는 그의 도전 성공에 우럭도 아니면서 울컥했다. 그는 차를 주차장에 주차할 때도 네모 칸 정중앙에 차를 위치시키느라 10분을 소비했고, 길을 걷다가도 느닷없이 나를 멈춰 세우고는 주의를 주곤 했다. 형, 이 선을 밟으면 절대 안되요.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은 자기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내가 미용실 안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그가 느끼는 불안은 동일한 것이다. 특이 행동으로는 그 남자의 애인도 만만치 않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뜯어먹고 싶다는 매우 강한 충동 때문에 괴롭다고 속내를 내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속초 밤바다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새벽이 다가와, 나는 가격이 저렴한 모텔로 그들을 안내했다. 남자는 여행지에서의 불타는 섹스에 흥분했겠지만 어쩌면...... 그 남자는 그 여자에게 살해될 수도 있었다. 어느 날 손석희 앵커가 뉴스룸 뉴스를 진행하면서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

오늘 소개해 드릴 뉴스는 특이 식성을 가진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식성이야 제각각 취향의 문제이니 문제될 것은 없겠지요. 하지만 그녀가 먹은 것은 음식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이 엽기적인 사건에는 그녀를 도운 조력자도 있습니다. 페루애, 그는 무슨 생각으로 그녀를 도운 것일까요 ? 현장을 연결해 보도록 하죠. 이가혁 기자 !              

         

​지금까지 내가 늘어놓은 이야기가 허구처럼 들리겠지만, 이 이야기는 모두 진실이다. 나는 미용실을 두려워 전전긍긍하고, 그는 횟집에서 나무젓가락을 백 개나 뜯어냈으며,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뜯어먹고 싶다는 욕망을 가졌다. 이상하게도, 이상하게도, 정말..... 이상하게도 나는 이들과 함께 있을 때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젓가락쯤이야 얼마든지 사줄 수 있고 잠자리를 가지면 그 남자를 뜯어먹고 싶은 이상 심리를 가진 여자와는 잠자리를 가지지 않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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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1-07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즈오 이시구로 뺨 후리는 서사력입니다.
짝짝짝.

아 저건 이시구로 싸대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syo의 박수소리입니다. 오해하실까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1-07 20:38   좋아요 0 | URL
이시구로... 책 어떤가요 ? 좋은 평가보다는 실망하는 쪽이 많은 것으로 보아
그닥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작가는 아닌가 봅니다 ?

syo 2017-11-07 20:40   좋아요 0 | URL
재미로 놓고 보자면 확실히 곰발님 글이 478585731배 정도 더 재미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07 20:43   좋아요 0 | URL
겸손이 아니라 감히 제 글을 이시구로에..
적어도 478585731배 정도 까지는 아니죠. 478585730배 정도 더 재미있을 뿐입니다..

syo 2017-11-07 20:45   좋아요 0 | URL
우와, 축하드립니다. 방금 그 댓글로 478585731배로 승급하셨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07 20:5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알라딘에서 믿을 수 있는 분은 오직 쇼 님뿐입니다아.

나와같다면 2017-11-0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랑하는 사람을 먹고 싶다‘는 충동이 정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 일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에
혼자 흠칫 놀라고 있습니다ㅋ --;;

곰곰생각하는발 2017-11-08 14:13   좋아요 0 | URL
은유가 아니라 이분은 진짜 살점을 도려내서 먹고 싶다는 이상한 식이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임모르텔 2017-11-1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좌뇌우뇌와 심장이 마구 굴러가게 만드는 글이십니다! ㅎㅎ 엄지척!!!
저도 제 두뇌때문에 ,, 35살에 심리상담사 자격증취득을 했는데 , 병원가니 (신경전달물질이상)뇌이상증세라고 하더군요.ㅋ~
저도 충분히 이해가는 분들이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1 22:52   좋아요 0 | URL
자격증 많으시군요. 미래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 부지런하셔서 어디 가셔도 절대 굶어죽지 않으실 올빼미 님...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1 22:52   좋아요 0 | URL
자격증 많으시군요. 미래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 부지런하셔서 어디 가셔도 절대 굶어죽지 않으실 올빼미 님... ㅎㅎㅎ

임모르텔 2017-11-12 20:09   좋아요 0 | URL
거지같이 살아도 별 걱정은 없는데~ 요즘 다 시시하게 느껴지고 ,동기유발없는 나태한... 제 게으른 나날이 걱정입니다! ㅡ,.ㅡ
 






나는 개새끼다


 


                    

                                                                                               인문학의 핵심은 " 인간 탐구 " 가 아니라 " 짐승을 중심 " 에 두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서 천사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괴물이 되기도 한다. 인간 내면에 숨겨진 괴물의 본성을 경고하고 반성하는 것이 인문학이 지향하는 목적이다. 병아리보다 강한 어조로 삐약하자면  :  먹이사슬의 최상위는 무조건 개새끼'다. 그렇기에 인간(애)를 찬양하는 인문학은 인문학을 가장한 자기 계발서'에 불과하다. 인류 멸망은 지구 멸망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개체의 종말을 의미하는 데에도 우리는 그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나는 잃을 것이 하나도 없기에 인류가 하루아침에 멸망한다고 해서 슬퍼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모두가 슬퍼할 때, 나는 기꺼이 사과나무 한 그루 심고 죽겠다. 같은 이유로 남성을 학문적으로 탐구하는 남성학은 남성은 개새끼라는 자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먹이사슬의 최상위는 무조건 개새끼'이니까. 폭력의 팔 할은 남성이고,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의 팔 할은 남성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남자는 개새끼다. 고로 나는 개새끼'다. 나는 기꺼이 내가 짐승 같은 새끼라는데 동의한다. 잃을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 물론, 억울한 남성도 있을 것이다. 자신을 " 불량한 이리 " 가 아니라 " 선량한 이 할(팔 할에 속하지 않는) " 인데 싸잡아서 도매급으로 취급하니 억울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당신은 같은 동성이 이성에게 가한 폭력에 대해 뉘우쳐야 한다. 그래야 조금 더 평등한 추가 균형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 아니면 말고. 하지만 나는 기꺼이 비난과 조롱을 받아들이겠다. 나는 개새끼'다. 내 얼굴에 침을 뱉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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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11-04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요즘은 아내가 무서워요... 흑흑~~~ ^^

곰곰생각하는발 2017-11-05 14:22   좋아요 0 | URL
여자를 무서워하는 사회가 남자를 무서워하는 사회보다 건강할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임모르텔 2017-11-10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되는게 참 힘들죠..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엊그제 아기길냥이의 두 귀와 꼬리를 자르고 발로차는 사람들이 뉴스에 나왔는데 ,,, 그게 괴물이죠! 피범벅 된 그 아기냥이는 죽었데요~ ㅠㅠ 동물학대하는 여자들도 많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1 22:57   좋아요 0 | URL
그런 일이 있었군요. 짐승을 학대하는 사회는 인간을 학대할 가능성도 높죠. 엄벌에 처야해 합니다...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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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생몽사



 


얼마 후에 그녀는 죽었다. 죽기 전에 술을 주면서 그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구양봉이 자신을 잊어 주길 바랬다. 인간이 번뇌가 많은 까닭은 기억력 때문이라고 한다.

- 동사서독




 

                                                                                                           소설가 권여선의 사진을 보았을 때 나는 그녀가 주정뱅이란 사실을 직감했다(최승자 시인을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분이 알코올처럼 휘발된 듯한, 마르고 푸석푸석한 얼굴이 내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이다. 

핏줄은 속이지 못하는 법이라 나 또한 주정뱅이가 되었다(나는 뺑끼집 둘째 아들이었다. 미술 시간에 물감을 뺑끼라고 했다가 미술 선생에게 혼난 적도 있다. 핏줄은...... 속이지 못한다). 주정뱅이 삶은 복용 중이던 수면제를 중단하면서 시작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시트는 항상 땀에 젖어 있었고 땀에서는 약 냄새가 났다. 숨을 쉴 때마다 따듯한 약 냄새 때문에 헛구역질이 났다. 숙취보다 견디기 힘든 악취여서 수면제를 중단하고 대신에 밤에 술을 마셨다. 술맛을 좌우하는 것은 안주가 아니라 공복이었다. 주정뱅이는 결핍의 본질을 누구보다도 잘안다. 공복일수록 알코올에서 단맛이 난다는 사실.

결핍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몸이 알코올을 쪽쪽 빨아들인다는 사실. 홀짝, 홀짝, 호오올짝 마시다 보니 어느덧 술 없이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물은 몸을 차갑게 만들고 술은 몸을 뜨겁게 만드는 법. 더운 여름에 술을 마신다는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꼴이어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시트는 항상 땀에 젖어 있었고 흘린 땀에서 술 냄새가 났다. 숨을 쉴 때마다 미지근한 소주를 마실 때의 느낌이 들어 헛구역질이 났다. 귀신에게 홀린 나무꾼처럼 도돌이표가 되어 다시 시작하는 느낌.  비로소 깨달았다. 졸피뎀과 알코올은 동일하다는 것. 권여선의 단편 << 이모 >> 에서 이모는 혼자 살면서 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다.

그동안 악착같이 모은 돈을 다 쓸 때까지만 살 계획이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이모의 규칙적인 음주 생활이었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 그녀에게는 사치이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소박한 술상을 차린다. 공복 후에 첫 잔의 맛을 아는지라 나는 이 부분에서 침을 삼켰다. 정해진 날에 맞춰 규칙적으로 술상을 차리는 것이야말로 주정뱅이에게는 최고의 술맛이리라.  소설집 << 안녕, 주정뱅이 >> 가 나왔을 때 그녀를 아는 지인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권여선과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인 셈이다. 다음은 권여선의 말이다 :

“술을 쓰지 않을까 생각도 하지만, 제게는 공기처럼 너무 자연스러운 존재라 술을 쓰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것이죠. 도대체 사람이 만나서 술을 안 마시고 뭘 할 수 있단 말인가요. 이상하게 차만 마실 수는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이끌고 술집으로 들어갈 수밖에요. 그렇게 되니까 뜯어고치려 해도 속에서 너무 우러나와 가지고 (뜯어고치는 것이) 되지가 않는 거예요. 어떻게 하겠어요.”

평소 그녀의 소설에 관심을 보인 독자라면 단편집 << 안녕, 주정뱅이 >> 가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전의 소설들이 독했다면 이번 소설집은 순한 소설에 가까우니깐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변절이 서운하지 않다. 무자비한 호러의 왕, 스티븐 킹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순해지는데 하물며 권여선이라고 이 세월을 이길 재간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소설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없지만 예전처럼 차갑지는 않다. 쓸쓸하지만 따스하다. 동네에 단골 술집이 생긴다는 건 일상생활에는 재앙일지 몰라도, 기억에 대해서는 한없는 축복이다. 초기 단편 < 사랑을 믿다 > 의 첫 문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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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4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04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임모르텔 2017-11-10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20대에 취미로 따놓은 ..칵테일자격증(국가고시 :상급조주기능사 자격증)이
.. 10년넘도록 밥벌이 강사로 뛰게 될 줄은 몰랐네요. 술이란 단어는 제게 몰이란 의미와 같아요. 흐흐~ 지금은 나이먹어 막걸리로 건강유지를 하죠^^ 권여선님 책 읽어봐야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1 22:58   좋아요 0 | URL
ㅎㅎ 카테일 자격증 있으시면 술 맛에 대한 일가견이 있으시겠네요.
저는 주정뱅이인데 술맛은 잘 모르겠더군요.. 권여선 이 소설집 추천합니다아.

임모르텔 2017-11-10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음악..나레이션 ...과 선율! 이젠 정말 착해지고픈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또 막걸리를 꺼내게 만드시는 곰발님 ,,, ,,ㅎㅡ,.^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1 22:57   좋아요 0 | URL
음악, 죻죠 ? 전 하도 많이 들어서 좀 질리기는 한데.. 여전히 좋은 음악입니다.. ㅎㅎ
 
성과지향사회의 산물(최시원,반려견

 

 

 

 



한일관 유족이 최시원에게 보상을 요구해야 하는 이



시민이 낸 후원금 12억 가운데 이영학 딸 수술비로 사용한 금액은 700만 원'이 전부였다고 한다. 나머지는 엉뚱한 곳에 사용했다(고). 후원금 유용 목록을 살펴보면 몸값이 상당히 비싼 혈통의 개를 분양받았다는 대목(분양받은 개가 새끼를 낳아 비싼 가격에 그 새끼-들을 분양했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저잣거리 입말로 표현하자면 개장사를 한 것이다.  과시욕이 남다른 그에게 비싼 혈통의 개 또한 명품 브랜드 로고와 맥락이 같을 것이다. 그가 동물을 사랑해서 개를 키웠을 가능성은 제로'다. 과시는 결핍을 숨기기 위한 위장이라는 점에서,  이영학의 전신 문신도 신체적 결핍을 숨기기 위한 " 과잉 남성성 " 의 표현이다. 그는 스스로를 " 양아 ~ " 스럽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정신적으로는 5세 수준에 머무르는 미성숙한 항문기 고착 시기에 해당되는 " 영아 ~ " 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최근에 최시원이 기르던 개가 한일관 대표를 물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불편했던 지점은 최시원이 기르는 개를 " 반려견 " 으로 지시하는 대목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최시원의 프렌치 불독은 반려견이라기보다는 애완견에 가깝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반려견과 애완견의 차이는 명백하다. 반려는 사람과 동물을 동일한 위치에 놓으려는 수평적 태도이고, 애완은 대상(인 동물)을 장난감 취급하는 수직적 태도이다. 애완에서 한자 (玩)은 희롱하다, 장난하다, 업신여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최시원 가족은 프렌치 불독인 벅시'를 이용해 장사(티셔츠, 머그컵, 부채, 안경, 모자, 열쇠고리와 같은 굿즈는 물론이고 햄버거 사업)를 했다는 점에서 핏줄 마케팅을 이용한 패밀리 비즈니스'인 셈이다.  그들은 벅시의 일상을 " 최시원이 기르는 개 " 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노출시켰다. 명백히 상업적 목적을 고려한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는 일반적 과실치사가 아니라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는 단순한 과실치사보다 형량이 무겁다. 한일관 유족이 최시원 가족에게 보상을 요구해야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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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곰곰발님 먼댓글을 보고
    from 자유롭게, 외롭게 2017-11-01 18:55 
    ※ ↑ 이거 광고 아님. 좋아하는 곡이어서 링크하는 거에요.나는 최시원이나 문제의 그 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말했다시피 유족이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은 없다고 했을 때, 이상하지도 않았고 “소송으로 회복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이라는 말에 공감했기 때문에 단지 그것에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다른 사람은 또 자기 관심사들이 각자 있겠지. 말하고 싶으면 자기 서재에서 그것을 말하면 될 것이다. 곰발님의 먼댓글을 보았는데 끄덕끄덕, 그분은
 
 
곰곰생각하는발 2017-11-0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업이 발생했을 때 노와 사는 태도가 다르다. 사측은 대부분 평화롭게, 대화로,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냐는 태도를 보인다. 트러블이 발생할 때마다 기득권은 항상 대화를 강조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링크를 걸어둔 글의 논리가 병맛인 이유는 좆도 없는 놈이 기독권의 논리에 기승한다는 점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01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크를 건 윗 글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마치 염치 없는 태도처럼 비하하는데 꽤나 웃기다.
만약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없던 일로 하자며 보상을 바라지 않는 것이 더 도덕적일까 ?

ㅋㅋ 2017-11-01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신지는 한수철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1-02 14:08   좋아요 0 | URL
씹스러운 분이시죠..

신지는 2017-11-0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신지는 일부러 비로그인으로 댓글 달게 만드는 사람이죠. 좀 징그

곰곰생각하는발 2017-11-02 14:08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재 두 개 운영하시느라 바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