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 네 애 비 다 :
핏줄 마케팅
막장 드라마가 심혈을 기울이는 장치는 " 출생의 비밀 " 이다. 흙수저가 알고 봤더니 금수저일 때, 그리고 금수저가 알고 봤더니 흙수저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 정점을 찍는다(내가 네 애비다 _ 라는 폭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흥미진진한 코드 진행 방식'이다. 오죽했으면 패밀리 플롯과는 무관한 장르처럼 보이는 SF 활극 << 스타워즈 >> 에서도 호부호형 서사를 차용했을까).
결론은 핏줄이다. 미우나 고우나 핏줄 앞에 악인은 무릎 꿇는다. 얼핏 보기에는 선한 자가 악한 자를 이긴다는 권선징악을 다룬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뼈대 있는 가문 태생의 핏줄은 못 속여 _ 가 핵심이다. 막장 드라마에서 최후 승리자는 걸인(흙수저)이 아니라 걸인 형국을 한 몰락한 왕후(금수저 태생)이다. 그러니까 흙수저 태생이 대부분인 드라마 시청자는 흙수저 태생인 인물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으나 어쩔 수 없이 흙수저로 살아야 했던 " 왕후장상의 씨 " 를 응원하는 것이다(드라마 속 진짜 흙수저 출신은 몰락한 폐족을 위한 어릿광대로 등장한다. 대부분 사람은 좋으나 눈치 없는 캐릭터다).
일종의 계급 배반 지지'인 셈이다. 다시 말해서 드라마를 소비하는 시청자는 선택받은 핏줄의 세습적 계급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애티튜드는 비단 드라마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예능 방송은 핏줄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방송은 연예인 핏줄이라는 이유로 온갖 특혜를 누리며 브라운관을 장악하고 있다. 연예인 가족 세습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는 것이다. 10월 15일 첫 방송된 JTBC 새 예능프로그램 << 나의 외사친 >> 은 연예인 가족이라는 이유로 돈을 벌며 공짜로 해외여행을 하며 추억을 쌓고 있다. 만약에 그들이 평범한 흙수저 가족의 자녀였다면 그런 특혜를 누릴 수 있을까 ?
실제로 연예인 가족 세습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2세들이 이를 발판 삼아 연예인이 된 경우는 허다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혜정이다. 보는 오디션마다 낙방했다는 넋두리를 늘어놓았던 조혜정은 << 아빠를 부탁해 >> 이후 여러 드라마 오디션마다 선방하고 있다. 황신혜 딸, 이경실 아들, 박남정 딸, 최민수 아들도 지금은 배우가 됐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연예인 가족은 왕후장상의 씨로 " 핏줄 장사 " 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결은 많이 다르지만 < 최시원 반려견 사건 > 도 핏줄(반려견은 가족이다)을 이용해 돈벌이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팻 비즈니스 핏줄 마케팅이다.
연예인 최시원이 기르는 개(벅시)라는 이유로 온라인 캐릭터 쇼핑몰에서 벅시 캐릭터가 새겨진 티셔츠, 머그컵, 부채, 안경, 모자, 열쇠고리를 파는 행위는, 가족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연예인의 핏줄 장사'와 맥을 같이한다. 이들은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SNS에 지속적으로 사생활을 노출시키지만 막상 문제가 발생하면 사생활 침해라며 대중의 지나친 관심에 대해 피해를 호소한다. 단물만 씹고 버리겠다는 속셈이다. 방송 연예 쪽에서 성공할 확률은 바늘구멍 속으로 낙타가 빠져나갈 확률보다 낮다. 그만큼 연예인을 지망하는 사람이 많다.
< 슈퍼스타 케이 > 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응시자 수가 174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예인 가족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정유라 특혜에 대해서는 화를 내면서 연예인 가족 특혜에 대해서는 수목금토하면 안된다. 그것은 명백하게 특혜이며 불공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