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사랑하라 !



 


"인간은 강력한 공격 본능을 타고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이다. 따라서 이웃은 그들에게 잠재적인 협력자나 성적 대상일 뿐 아니라 그들의 공격 본능을 자극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은 이웃을 상대로 자신의 공격 본능을 만족시키고 아무 보상도 주지 않은 채 이웃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이웃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이웃을 성적으로 이용하고, 이웃의 재물을 강탈하고 이웃을 경멸하고 이웃에게 고통을 주고 이웃을 고문하고 죽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Homo homni hupus.> 인생 경험과 역사에 대한 지식 앞에 누가 감히 이 주장을 반박할 수 있겠는가?" (「문명 속의 불만」, 300쪽)
 

 

 

 

나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없다. 존중할 만한 인물은 있지만 존경할 만한 인물은 없고, 스승도 없으며 멘토도 없다. 인간의 선한 의지를 다루는 영화나 문학 작품을 읽을 때마다 회의가 드는 이유이다.  
프로이트는 << 문명 속의 불만 >> 에서 희극작가 플라우투스의 말을 빌려서 "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 " 라고 말했는데, 내 식대로 표현하자면 인간은 인간에게 레더페이스1)이다. 예외는 없다, 괴물의 범주에는 < 나 > 도 포함되니까. 인간이라는 자부심도, 자긍심도 없다. 그렇기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라거나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_ 라는 노랫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휴머니티(제스츄어)일 수는 있지만 리얼리티는 아니다. 하지만 " 참 " 이 가치 없는 개념이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정의가 가치 있는 이유는 사실 " 거짓이 참보다 너무 자주 승리한다는 데 있다 ". 
모든 가치는 희소성이 좌우한다. 우리는 이제 불합리한 것이 주류를 장악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맞은 놈보다 때린 놈이 다리를 뻗고 잔다. 원수를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십계명을 기독교 신도가 믿어야 하는 이유는 원수를 (네 몸과 같이) 사랑한다는 것이 불가능(불합리)하다는 데 있다.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영화 << 밀양 >> 은 " 원수를 사랑하라 _ " 라는 서사의 실패에 앞서서 먼저 " 원수를 용서하라 _ " 라는 서사의 실패'를 다룬다. 원죄설에 기반한 기독교적 사랑의 본질은 " 타자(죄인)를 향한 용서 " 이다. 그렇기에 타자에 대한 용서 없이는 타자에 대한 사랑은 불가능하다.
영화 속 주인공 신애는 " 신을 향한 사랑(愛) " 을 의미하는데, 그녀는 원수를 용서하는 행위가 실패함으로써 신에 대한 사랑도 실패하게 된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불합리한 정언 명령은 망상이라기보다는 환상에 가깝다. 환상이 반드시 오류인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환상이 반드시 허위를 기반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누구나 백마 탄 왕자와 결혼할 거란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종종 이 가능성 없는 판타지는 현실에서 실현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환상은 망상과는 달리 반드시 불가결한 요소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원수를 사랑하라 !


 
​                          
1) 레더페이스 : 텍사스 전기톱 학살에서 사람 얼굴 가죽을 뒤집어쓰고 살인을 하는 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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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7-09-25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없다. ; 제가 선택하려던, 선택하고픈 가치관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선택한 가치관입니다.

환상이 반드시 오류인 것은 아니지만, 오류가 환상으로 남는 것은 싫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5 14:38   좋아요 1 | URL
프로이트가 언젠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 환상은 원망에 기초한다. 사실 공주가 백마 탄 왕자와 결혼하는 꿈을 꾸지는 않잖습니까. 가난한 평범한 여자가 백마 탄 왕자와 결혼하는 꿈을 꾸는 법이니까. 환상은 기본적으로 열망과 원망이 섞인 판타지이고, 반대로 망상은 항상 오류로 결말이 맺습니다. 항상... 망상은 항상 실현불가능하니까.

글샘 2017-09-25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수를 사랑하라...는 극단적 처지의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저렇게라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틱낫한 스님도... 베트남전을 겪고 나서... 미국을 용서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밑바닥까지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사랑이나 용서 이외의 방법은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저는 할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해야 숨쉴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면, 인류의 비극이 아닐는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5 15:17   좋아요 1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용서와 사랑은 조금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용서와 사랑은 동급은 아니니깐 말이죠. 용서했다고 해서 사랑했다는 것은 아니니까. 물론 용서는 사랑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긴 합니다만. 용서는 가능해요. 하지만 원수를 사랑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용서 2017-09-26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거짓이 참으로 전환하는데는 비경제성+비중심성 의 몸을 얻어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본성을 의심하고 역류하는 데서 얻는 향락과 같은 것에 참이라는 가치를 두는 것이지요.
그런데 용서라는 것은 수사일뿐이지 않나요. 자신을 위해서 선택한 전략적 수사로 자꾸만 여겨지더라구요.
사랑이라는 게 진정 자신을 내어놓고 타인을 위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이것도 수사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타인을 위한다는 건, 그건 오만이라고 생각되요.
타인을 위한다는 건, 자신의 착각과 환상이지 않을까요?
혹 사랑이라는게 수사일뿐이 아니라는 경우가 있다면 이런게 아닐까 싶어요.
타인에게 나를 강요하지 않는 정도.
이와 다른 여타의 사랑과 용서는 어쩌면 자기기만이라는.. 끔찍한 생각이 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6 13:34   좋아요 0 | URL
영화 밀양도 용서라는 게 일종의 보여주기 위한 허세라는 점을 폭로하잖습니까.
특히 정치인들이 용서 운운할 때마다 어이가 상실되는 경험을 하게 되죠..

용서 2017-09-2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또 용서를 생각하다가 떠올랐는데요.
남을 향한 용서는 가당치 않고,
자기 자신을 향한 용서만이 허용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무엇을 용서하는가.
나의 분노, 결핍, 모자람, 강팍함 등을 용서하는 거지요. 그래야 거기(감옥)에 가두어져서 덜 옥죄어질테니까요.
댓글저장
 

 

 

 

 





김광석과 나





 

                                                                                                      김광석이 죽던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밤바람이 바밤바처럼 차갑던 날이었다. 나는 일행과 종로3가를 걷고 있었다.  한겨울이었지만 나는 홑껍데기 옷 하나가 전부여서 몸을 잔뜩 웅크린 채였다. 10월 즈음에나 입을 옷을 칼바람 부는 1월에 입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총이 따가웠다. 그때 우연히 어머니와 거리에서 마주쳤다. 이런 데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간 지 석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어머니는 분노의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머니에게도 일행이 있었다. 일행 또한 나를 뉘 집 자식인가 _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어머니는 주위사람들에게 나를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아들로 소개했을 것이 분명했다. 일종의 과대 광고인 셈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을 때 레코드 가게에 설치된 야외 스피커에서 김광석의 부고 소식이 들려왔다. 가수 김광석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고 하네요........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시에 나는 <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 라는 노래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곤 했으며 친구들과 김광석 콘서트에 가자고 약속을 한 상태였다.  당황이 곱배기로 몰려오자, 나는 진짜루 당황했다. 어찌할 것인가 _ 를 고민하고 있을 때 어머니는 나를 지나쳐 갔다. 방송국에서 김광석의 죽음을 추모하는 음악을 내보냈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 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                   의외의 선곡이었다. 한여름에 듣던 노래를 한겨울에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언발란스한 하루였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프레베르의 << 꽃집에서 >> 라는 시가 생각난다.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일들이 동시에, 동시에, 동시에 일어나는 일들은 항상 당황스럽다.





꽃집에서

 

어느 남자가 꽃집에 들어가

꽃을 고른다

꽃집 처녀는 꽃을 싸고

남자는 돈을 찾으려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꽃값을 치를 돈을

동시에 그는

손을 가슴에 얹더니

쓰러진다 


그가 땅바닥에 쓰러지자

돈이 땅에 굴러가고

그 남자와 동시에 

돈과 동시에

꽃들은 부서져도

남자는 죽어가도

꽃집 처녀는 거기 가만 서 있다

물론 이 모두는 매우 슬픈 일

그 여자는 무언가 해야 한다

꽃집 처녀는 

그러나 그 여자는 어찌할지 몰라

그 여자는 몰라

어디서부터 손을 쓸지를

남자는 죽어가지

꽃은 부서지지

그리고 돈은 

돈은 굴러가지

끊임없이 굴러가지

해야 일이란 그토록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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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9-24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96년 즈음에는 많은 가수들이 세상을 떠났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에는 많은 음악이 공존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공백이 지금의 아이돌 일변도의 음악시장을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곰곰발님 궁금한 점. 블로그 안 떠나시는 거 맞지요? ^^-: 어제 올리신 글이 긴가민가 해서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4 12:15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 전 김광석만 생각나네요. 사실 이날 낮술을 마셨는데 그때 김광석 콘서트 가자.. 막 이런 얘기를 주막에서 했었거든요.


+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겨호 님 곁에서 붙어 살랍니다..

겨울호랑이 2017-09-24 12:20   좋아요 0 | URL
^^: 다행입니다. 곰곰발님의 유쾌한 글을 못볼까 아쉬울뻔 했습니다 ㅋ 제가 마술적 리얼리즘을 잘 이해못해서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4 12:23   좋아요 1 | URL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가짜를 진짜처럼, 진짜를 가짜처럼.. 뭐, 이런 게 아닐까요.. ^^

2017-09-24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4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7-09-25 0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96년 1월에 서지원과 김광석이 닷새 간격으로 세상을 떴지요... 두어 달 전에는 듀스 김성재의 의문사 사건도 있어서, 그 무렵 연예가가 유난히 흉흉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광석은 뭐랄까, 한마디로 경이로운 가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노래 잘 하는‘, ‘무대 매너 좋은‘, ‘고음을 잘 올리는‘ 등과 같은 수식어를 붙일만한 가수는 많겠습니다만 ‘경이로운‘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만한 가수는 별로 없다고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5 10:51   좋아요 0 | URL
아니 그 옛날 일을 어찌 그리 잘 아십니까. 그해가 그런 해였나요 ? 전혀 기억이 안 나는군요. 전 김광석 죽은 일만 기억이 나는 걸 보면... 확실히 김광석이 경이로운 가수였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댓글저장
 

 

 

 

 






이 블로그는 팔렸습니다



                                                                                                     그동안 글'을 써서 먹고살았다. 본사'에서 매입한 개인 블로그를 관리하는 일을 맡았는데, 내가 관리하는 블로그는 대략 7,80개 안팎이었다. 나는 주인이 떠난 빈집을 관리하며 주인인양 글을 올린다. 팔 할이 광고'다. 물론, 사람들이 광고란 사실을 모르게 광고를 한다. 타인을 속여야 한다는 죄책감은 먹고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밀린 지 오래였다. 나는 영혼 없이 글을 썼다. 광고성 리뷰만 올리는 것은 아니다. 이웃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소소한 일상을 담기도 한다. 그게 내 일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댓글 하나가 달렸다. " 죄송하지만, 이 블로그를 포스팅하시는 분은 누구이신가요 ? 이 블로그를 운영한 이는 내 친구였는데 한 달 전에 생활고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유령이 아니고서는 이 블로그에 포스팅이 올라올 수가 없죠. 아마도 생활고 때문에 블로그를 판 것 같군요. 좋은 친구였습니다. 당부 말씀드리겠습니다. 고인을 모욕하지 말아 주세요. 부탁입니다. "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대략 이런 글이었다.  부끄럽고, 부끄럽고, 부끄럽고, 부끄러웠다1). 먹고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밀린 죄책감이 비로소 소금쟁이의 걸음처럼 내 뒤에서 스멀스멀 몰려왔다. 이 죄책감은 밀물이 들이닥치면 사그라드는 모래 탑처럼 내 자존감을 무너뜨렸다. 나에 대한 연민이 깊을수록 그 사람에 대한 연민도 깊어졌다. 블로그를 판 대가로 받은 돈 200만으로 그는 과연 몇 달을 버텼을까.  나는 그 길로 이 일을 그만두었다. 인과응보란 생각이 든다. 병원에서 망막 박리 후 시력 상실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실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치어스 !  나의 불행 앞에서 건배를......               몇 달 후, 나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 블로그를 팔아야 했다. 가족들은 앞으로의 생계를 위해 안마 기술을 배우라고 했지만 나는 안마 기술 대신 첼로 악기를 배우기로 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누리고 싶은 사치'다. 블로그가 팔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쓰는 글이다. 혹여, 누군가 내 글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면 이 자리를 빌려 사과를 드린다. 이제 이 블로그는 팔렸습니다. 아듀  

 

 


 

                                    
1) " 페루애 " 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블로거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2013년  9월에 내가 소속된 본사에 팔렸다. 블로그를 매매할 경우, 예를 들어 완판(완전판매)일 경우에, 보통 130~180만 원에 거래되는데 이 블로그는 250에 거래되었다. 콘텐츠의 양과 질 그리고 유입 인구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던 모양이다. 유입 인구가 많을수록 매매가는 올라갔다. 당시 내가 관리하던 블로그가 평균 7,80개이다 보니 다양한 블로그의 색깔에 맞춰 일거리를 올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데 묶어 어제는 부산 맛집을, 오늘은 일산 맛집을 광고하는 식'이다. 페루애의 친구가 남긴 글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그가 남긴 글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때론 웃고 때론 울었다. 분석은 칼칼했고 감성은 부드러웠으며 문장은 단단했다. 나는 본사에 양해를 구한 다음 본사에 돈을 지불하고 이 블로그를 개인적으로 구입했다. 변명 같지만, 그의 재능이 안타까워서 나는 죽은 페루애를 다시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 생각을 훔치고 문장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마치 << 태양은 가득히 >> 에서 그린리프를 흉내 내는 톰 리플리처럼. 나는 그의 유령 작가이자 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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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7-09-23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발님 향기(줄어서 발냄새?)가 나는 것으로 보아 이 서재는 아직 안 팔린 것 같습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3 20:21   좋아요 1 | URL
꿀꿀이 님 산후 조리는 잘 하고 계시는 거죠 ?

책한엄마 2017-09-23 21:22   좋아요 0 | URL
네-^^조리하는 덕에 더 빈둥대는 중입니다.

Clou:Do 2017-09-2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격!!!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4 15:21   좋아요 0 | URL
충격까지는 하실 필요 없습니다. ^^

Clou:Do 2017-09-24 15:34   좋아요 0 | URL
실화 같지않은 실화, 영화와도같은 현실. 거기다 까칠한 촌철살인의 글을 더 이상 보게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충격이네요. 한동안 북플에 뜸하다가 업뎃 기념으로 들어왔는데 ... 너무도 소설같아 바로 믿겨지지 않는다는 그 심정이 이해가 되버렸네요!!!

2017-09-24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ou:Do 2017-09-24 16:59   좋아요 0 | URL
한방 제대로 먹었네요. 북플 앱으로는 카테고리가 안나타나서 더 티가 안났어요. 현실같은 소설 이었군요 ㅎㅎㅎ 아무튼 충격!!!

bgkim 2017-09-24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먹하구만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4 15:20   좋아요 0 | URL
막막하군요.

2017-09-24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4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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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 비긴 어게인 >> 이라는 JTBC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내놓아라 _ 하는 가수들(이소라,윤도현,유희열)이 해외에서 거리 공연을 하며 " 음악 " 으로 지구촌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줄거리로,  

" 음악은 만국 공통어 " 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방송이다. 시작부터 의문이 든다. 한국에서 성공한 뮤지션으로 일가를 이룬 < 이 > 가 굳이 영국이라는 머나먼 타관에서 가난한 가객이 되어 " 길거리 악사 " 흉내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  초심을 찾기 위해서 ?!  허, 허허허허허허허허.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서 ??!   카메라는 노래하는 버스커에게는 그닥 관심이 없다. 카메라가 포착하고 싶은 얼굴은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낮선 뮤지션이 부르는 노래에 반응하는 영국인의 얼굴이다. 이소라가 자기 노래도 아닌 'Moon River'를 부를 때나  윤도현이 U2의 'With Or Without You'를 부를 때는....... 아, 민망하여라. 

한국을 대표하는,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를 가진 일류 뮤지션이 고작 영국에 가서 " - 존심 " 도 없고 " - 부심 " 도 내팽게친 채 그들 곡이나 부르는 것이 뭐가 그리 떳떳한가 ?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훈훈한 방송에 딴지를 거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기도 하지만,  이 방송은 서구라는 대타자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동방 식민지의 사대주의 근성을 자극한다. 꼭 호부호형을 요구하는 홍길동을 보는 것 같아 민망하다. 비빔밥이 자랑스러운 한국 문화가 되는 순간은 마이클 잭슨이 비빔밥을 먹으며 엄지 척'을 들 때 작동할 때 발생한다.  마이클 잭슨이 아니었다면 비빔밥은 그까이꺼 그냥 그렇고 그런 한국 음식이었을 것이다.

음식을 가지고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름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다.   뉴욕에서 김치를 먹으면서 문화적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면 같은 논리로 대한민국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오뎅을 먹으면서 일본에 대한 문화적 열등감을 느껴야 한다. 오앗, 오뎅이 대한민국 곳곳을 정복했다니 !!!!!!!!!!!!                    또한 카레를 먹으면서 위대한 인도에 감탄해야 한다. 샨티 샨티 카레 카레야. 완전 좋아. 아, 레알 좋아                   내가 보기에 이 방송은 불고기를 외국인에게 선보이고는 그 맛에 감동하는 그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 같아 닭살이 돋는다.  

한마디 첨언하자면 : 한국의 위대한 식문화 유산인 불고기여서 특별히 맛있는 것이 아니라, 고기는 그냥...... 다, 맛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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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2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2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7-09-2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동감입니다.
바보같은 프로그램입디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3 19:28   좋아요 0 | URL
바보 ~

책한엄마 2017-09-2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랑 msg면 게임 끝이죠!!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3 19:29   좋아요 1 | URL
불고기.. 햄버거 패티 맛이죠, 뭐..

시이소오 2017-09-23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부끄럽고 민망하야 채널을 돌릴수밖에.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3 19:29   좋아요 0 | URL
민망하죠, 많이.....

cyrus 2017-09-2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 최고의 뮤지션이지만, TV에 자주 노출돼서 그런지 식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4 12:24   좋아요 0 | URL
윤도현은 뭐 가수라기보다는 그냥 예능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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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 곁 > 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선물한 사람은.......     놀랍게도 이명박이었다. 그가 서울 시장'이었을 때 지하철 역사 안에서 그와 마주친 적이 있다. 그의 출현은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그를 중심으로 열댓 명이나 되는 참모들이 학익진 진형을 이루어 다가오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참모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굽신거려서 수하에 가까웠고, 수하라고 하기에도 얼굴 생김새가 천박해 보여서 졸개 나부랭이에 가까웠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등신 새끼들, 떼로 몰려다니는구나.                         그 당시에 그는 서울 교통 정책을 막 개편한 상태여서 민생 행정 시찰을 나온 모양이었다. 그가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며 쇠 긁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불행은 이어졌다. 나는 그가 꼴도 보기 싫어서 전철이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자(문이 열리자마자)

 심청이가 인당수에 냅다 뛰어드는 심정으로 전철 안으로 뛰어들어가 빈자리에 앉았지만,  불행하게도 그가 앉은 곳은 한 자리 건너 내 옆자리였다.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대라 좌석은 텅 비어 있었지만 " 참모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굽신거려서 수하에 가까웠고, 수하라고 하기에도 지나치게 천박하게 생긴 놈이 대부분이어서 졸개 " 에 가까웠던 무리들은 아무도 앉지 않았다. 이명박은 쉴 새 없이 입을 놀렸다. 참모들은 청솔모처럼 귀를 쫑긋 세운 채 두목이 하는 말을 귀담아들었다. 웃기지도 않은 농담에 박장대소했고 심각하지도 않은 세태 진단에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이며 심난한 표정을 지었다. 지구가 멸망하는 날에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표정처럼 보였다. 운전기사 한 명쯤을 두었을 졸개 나부랭이들은 그렇게 20여분 간 서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은 젊은 경호원이 아니라 나이 지긋한 중년 남성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때 내가 받은 인상은 이명박은 절대로 곁을 내어주는 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수평적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서 있는 참모들에게 빈자리에 앉을 것을 권유하겠지만 그는 그런 배려를 잊은 듯했다. 그 후,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었고 서 있던 졸개들은 청와대에 입성하는 영광을 누렸(으리라 추정된)다.

권력이 크면 클수록 곁의 공간도 넓어진다. 권력은 "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사이(공간) " 을 확보하는 놀이이다.  박근혜가 경찰 직원에게 잡혀서 호송차 뒷자리에 앉게 되는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박근혜를 중심으로 양쪽에 경찰 직원 두 명이 그녀와 함께 호송차 뒷좌석에 착석했다.  수인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한 수칙이었다.  박근혜 입장에서는 첫경험이었다.  그는 차를 탈 때 평생 자기 옆자리에 누군가와 함께 동석한 적이 없다고 한다, 운명공동체였던 최순실마저도 !   우정의 조건이 곁을 허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은 우정도 아니고 사랑도 아닌, 애매모호한 관계처럼 보인다.

이런 관계를 그냥 " 우동 " 이라고 하자. 박근혜와 최순실은 어떤 사이였나 _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우동사리! " 곁의 공간 " 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 사이 " 가 된다. 이 공간은 보이지 않지만 거래가 가능하다. 워렌 버핏과의 점심식사가 30억에 낙찰된 사건이 좋은 예이다. 경매 응모자가 30억을 주고 산 것은 30억짜리 점심 메뉴가 아니라 " 1시간짜리 워렌 버핏의 곁 " 이다. 룸살롱 소비 문화도 대표적인 여성의 곁을 상품화한 것이다. 남성 고객이 지불해야 하는 것은 술값이 아니라 여성 접대부의 곁이다. 하지만 곁을 돈으로 사는 행위'는 윤리적이지 않다. 그것은 인간 고유의 장소를 물물교환하는 방식으로 物化한 거니까.


버지니아 울프가 << 자기만의 방 >> 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여성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가 가능한 장소성topophilia 이다. 그렇기에 << 자기만의 방 >> 은 가부장 사회에서 소비되는 여성의 장소 상실 placelessness에 대한 불안을 다룬 작품이다.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 임산부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도 환대요, 참모에게 서 있지 말고 빈자리에 앉으라고 말하는 것도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 또한 여성에게 남성과 같은 조건의 일자리를 주는 행위도 환대'다. 이 환대가 금지되는 순간 사회는 지옥이 된다.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9년 동안 환대 없는 사회를 몸소 체험했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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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9-20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503과 MB가 곁을 나누는 사이가 되기를 바라면서....503MB 화이팅!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0 16:19   좋아요 0 | URL
깜빵 동기 사이 되겠네요. ㅋㅋㅋㅋㅋ

2017-09-20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0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7-09-20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동-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0 16:18   좋아요 1 | URL
, 저는 ˝ 아 우동 ˝ 을 ˝ 어우동 ˝ 으로 읽었습니다... 어우동, 이 영화 추억의 영화죠.

transient-guest 2017-09-21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B와 503이라..나쁜놈과 천치의 조합이네요. 같은 방에 넣어두어도 좋을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7-09-21 12:36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둘은 혼숙한 사이 되겠네요..

2017-09-22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2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4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4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5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5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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