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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의 낯선 자들 ㅣ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알프레드 히치콕과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
좆은 없습니다만 !
대중적인 이름 딕 Dick,릭 Rick,힉 Hick은 사자왕 리처드 1세 Richard l '에서 첫 글자만 바꿔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중세 무훈담의 단골 주인공이었던 사자왕 리처드가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다 보니 생긴 현상이었다.
히치콕에서 " - cock " 은 누구네 아들'이라는 의미로 종합하면 히치콕은 " 히치네 아들 " 혹은 " 히치 2세 " 라는 뜻이다. 훗날,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알프레드 히치콕은 청과상으로 부를 쌓은 상인 히치 씨의 아들'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히치라고 합니다 _ 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는 익살스럽게 뒷말을 덧붙이곤 했다. " 하지만....... 좆은 없습니다. ㅋㅋㅋ " 정확히 기술하자면 " 히치라고 합니다. 콕(cock)은 없습니다만 ! " 인데, cock이 속어로 페니스를 뜻하는 단어이니 말장난인 셈이다. 이 농담은 가볍게 웃고 넘어갈 일이기는 하나 공교롭게도 히치콕이 영화에서 주로 다루던 주제가 주인공의 정체성'이다
보니 허투루 넘기기에는 뼈 있는 소리에 가깝다. 정설에 의하면 히치콕은 성불능자'였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좆은 없습니다 _ 라는 " 실없는 말 " 은 곧 " 뼈 있는 말 " 이었던 셈이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외동딸인 팻을 가지기 위해서 부인과 딱 한 번 섹스를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렇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소. 이 사실은(성불능)은 그가 동성애자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실제로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스텝 중 상당수(아이버 노벨로, 헨리 켄달, 존 길구드, 마이클 레드그레이브, 캐리 그랜트, 아서 로렌츠, 팔리 그레인저)는 동성애자이거나 양성애자'였다.
히치콕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 남성 주인공 - 들이 남성다움을 강조하는 마초 이미지'라기보다는 << 사이코 >> 의 앤서니 퍼킨스처럼 여성성이 내포된 이미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평소 여배우는 불화산이라고 말하고 다녔던 감독은 이들 남성 배우들이 여성 배우와의 스캔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항상 여배우 앞에서 수줍은 표정을 짓고는 했다. 아내와 딱 한 번의 섹스로 낳았다는 딸 팻(페트리샤 히치콕)이 비중 있는 배역으로 출현한 영화 << 열차 속의 낯선자들 >> 도 동성애를 다룬 범죄극에 가깝다. 히치콕이 당시에는 무명에 가까웠던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 열차 속의 낯선 자들 >> 을 영화화하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원작자가
소설 속에 숨겨놓은 동성애 코드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자와 함께 동성애자를 국가의 적으로 간주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겨야 했던 하이스미스 입장1)에서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영화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돌이켜보면 : 하이스미스 소설(열차 속의 낯선 자들, 태양은 가득히, 캐롤 등등)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가야 하는 자의 " 내면과 외면에 대한 이야기 " 이다. 만약에 히치콕이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라고 가정한다면, 그 또한 범죄극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가야 하는 자의 내면과 외면(으로 분리되지만
사실은 하나로 연결되는 뫼비우스의 띠)을 다뤘다고 볼 수 있다. 성소수자에게 위장은 생존을 위한 전략일 수 있다. 실제로 하이스미스가 광기에 가까운 혐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성애자인 척 연기를 했던 것처럼, 어쩌면 히치콕이 선택한 이성애자와의 결혼 또한 위장일지도 모른다. 영화학자 로버트 L 캐린저'가 지적했듯이 가이는 겉(외면)으로 보기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스테레오타입 이성애자'이지만 속(내면)을 들여다보면 동성애 분위기에 희생된 사람들을 대신하는 인물로 보인다. 그는 " 타협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상황에서 발견되는 모호한 성 정체성을 가진 남자 " 다.
하이드가 지킬 박사의 내면(이드)이듯이 겉으로는 미국을 대표하는 스테레오타입 이성애자 가이의 외면이자 도플갱어는 (실크 가운을 걸치고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어머니의 매니큐어를 바르는) 브루노'이다. 브루노는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분출된 욕망'이자 동시에 좆이 없는 남자, 이성과는 섹스가 불가능한 성불능자였던 히치콕의 도플갱어가 아니었을까 ?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 현기증 >> 이나 << 이창 >> 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걸작'이다. 풍부하고 깊이 있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전반부와 후반부에 두 번 등장하는 놀이동산과 테니스 씬은 명불허전이다(유투브에 한글 자막이 깔린 고화질 풀버전이 있다). 기술은 간결하지만 이미지는 강렬하다.
1)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동성애자'다. 그는 동성애를 다룬 두 번째 작품 << 소금의 값(캐롤) >> 를 내놓았지만 사회적 비난을 의식해 클레이 모건 이란 필명으로 출간했다. 그가 자신을 숨긴 채 동성애 문제를 다룰 때 사용했던 40여 개의 필명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말년이 될 때까지도 공개적으로 이 소설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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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대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출간 1년 만에 거장들에 의해 영화로 탄생하는 명예를 누렸다. 하드보일드의 거장 레이먼드 챈들러가 이 작품을 각색하여 시나리오를 쓰고,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이 연출하여 영화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이 탄생한 것이다. 최근에는 데이빗 핀처 감독이 다시 영화화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출판사 책 소개 글 中
그런데 이 정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로 레이먼드 챈들러가 이 작품의 각색 작업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그가 쓴 대본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글자 그대로 히치콕 감독은 이 대본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영화에 사용된 시나리오는 챈지 오먼드였다. 챈들러는 엔딩 크레디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줄 것을 부탁하지만 제작사는 상업적 이득을 고려해서 거절했다. 히치콕은 이런 말을 했다. " 뛰어난 예술영화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상업영화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