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4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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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총량의 법칙




 



                                                                                                       나는 세대별 " 지랄 총량의 법칙 " 을 믿는다. < 1세대 지랄 총량 > 과 < 2세대 지랄 총량 > 은 동일하다. 그러니까 요즘 청소년들( 예를 들면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의 범죄 수위가 옛날과 비교해서 더 흉폭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0년 전 청소년 범죄나 지금의 청소년 범죄나 범죄 수위는 모두 엇비슷하다. 다만, 요즘의 청소년 범죄가 더욱 잔인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영상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와 cctv의 발달과 함께 그 정보를 유통하는 SNS의 발달로 인해 실제로 느껴지는 체감은 글로 재현된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현대가 과거보다 평화로운 시대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이자 인지 과학자로 손꼽히는 스티븐 핑커는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라는 저서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덜 잔인하고

덜 폭력적이며 더 평화로운 시대라고 정의했지만, 나는 이 양반의 대책없는 선한 의지'에 의문이 든다. 시대가 변하면 의미와 가치도 그에 따른 변화를 겪는다. 폭력도 마찬가지'다. 스티븐 핑커는 육체에 가하는 폭력의 총량 비교만으로 현대가 과거에 비해 덜 잔인하고, 덜 폭력적이며, 더 평화로운 시대라고 단언했지만 그는 폭력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얼굴을 바꿨다는 사실을 까마귀도 아니면서 까맣게 잊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 < 육체적 폭력 > 은 < 심리적 폭력 > 으로 바뀌었다. 옛날에는 폭력배들이 동원된 백골단이 쇠파이프로 파업 노동자의 육체를 강타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노동자에게 백 억이 넘는 손배액을 청구하면 된다.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노조가 쟁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기업이 민주노총 20개 사업장에 1천52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금속노조KEC 는 2010년회사와 임금 및 단체교섭( 근로시간면제 제도 적용에 따른) 을 벌였지만 실패하자 파업에 동참했는데 회사는 파업 노동자 88명에게 301억 원을 물어내라고 요구했다. 이들 노동자가 받은 월급은 월 130만 원이었다. 만약에 당신이 파업에 동참한 노동자였다면 머리통이 깨지는 아픔과 300억 청구서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지 묻고 싶다. 현대 사회가 폭력이 줄어든 데에는 굳이

폭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육체적 폭력보다 더 심한 폭력은 심리적 폭력'이다. 우리의 스티븐 선생님은 워낙 곱게 자라셔서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부산 여중생 집단 폭력 가해자를 향해 이게 다 어른이 잘못한 탓 _ 이라고 고해성사를 하면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위로용 알사탕'으로 보인다.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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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0 18: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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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0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사는 게 참...... 지겹다. 기질적으로 멜랑콜리한 체질이어서 쉽게 배알이 꼴리고 절망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경멸을 숨기고 인간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쓰메 소세끼는 가을 모기는 살 날이 별로 없기에 죽이지 않는 게 인간 된 도리'라지만, 어제는 인간 된 도리를 저버리고 말았다. 술에 취해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세상 모르고 자고 일어났더니 모기떼가 내 온몸을 물어뜯었던 모양이다. 화가 수목금토일까지 오른 나는 에프킬라 반 통을 죄다 사용해서 공중을 향해 난사했다.  바닥에 떨어진 모기를 확인 사살하기까지 하며 희열을 느끼는 것을 보면, 나란 인간은 참 못된 성격의 소유자'란 생각이 든다.  근사하고 조용하며 정의로운, 그런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얼마 살지도 모르는 모기를 죽이며 희열을 느끼다니, 아 !                      서울 생활도 지겹다. 내가 특별히 힙스터여서 도시 생활을 통해 신문물을 신속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요, 문화 혜택을 갈구하는 이도 아니니 나처럼 레트로 지향적인 사람에게는 차라리 지리산 골짜기에서 사는 게 행복할 거란 생각도 든다. 조만간 서울을 떠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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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0 0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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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0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1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11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임모르텔 2017-10-15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겨울땐, 떠나야해요, 미련없이!
저도 불나방처럼 살던 서울살이가 지겨워서 , 연고도없는 마산으로 이사하니 좋더라구요~ㅎ
바다 , 언제든 보고 ,, 느리게 살고, 7년째인데 곧 여기도 떠야겠어요 .
바다를 매립하여 아파트를 얼마나 높이 짓는지..해파리가 다 죽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0-15 11:32   좋아요 0 | URL
오, 올빼미 님 용기 있으시군요. 연고 없이 타관 살이 한다는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니텐데말입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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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나의 불행을 견디기로 했다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격언'이다. 강팀은 시즌 초반 밑바닥 성적을 내도 결국에는 뒷심을 발휘해서 기대치에 부응한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약팀은 시즌 초반 성적이 좋아도 결국에는 밑바닥으로 추락하기 일쑤다. 이것을 좀 유식하게 표현하자면 " 평균 회귀의 법칙 " 이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승률이 60%를 넘는 성적을 낸 기록이 극히 드문 경우는 야구라는 스포츠가 실력뿐만 아니라 운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 잡지 << 스포스 일러스트레이티드  8월호 >>표지 제목'은 " Best Team Ever(역대 최고의 팀 ! ) " 이었다. LA 다저스 팀을 두고 한 말이었다. 놀라지 마시라, 다저스가 8월 말'까지 거둔 성적은 91승 36패였다. 승률이 무려 71.7%로 무적에 가까웠다. 성적이 이렇다 보니 LA 다저스는 9회 2아웃까지 5점 차이'로 경기에서 지고 있어도 왠지 이길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곤 했다. 바로 그때 평균 회복의 법칙이 가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14경기( 8월 27일부터 9월 8일까지 )에서 1승 13패를 거두고 있다. 패, 패, 패, 패, 패, 승, 패, 패, 패, 패, 패, 패, 패, 패, 패 ! 피식, 웃음이 났다. 그동안 다저스의 승승장구에는 실력보다는 요행이 숨겨져 있던 것이다. 이런 것을 당구 용어로 설명하자면 후루꾸 현상(fluke rule) 인 셈이다.  다저스는 지금 평균으로 회귀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기아 타이거즈도 마찬가지다. 무적에 가까웠던 기아는 최근에 대책없이 무너지고 있다. 평균 회귀 현상은 비단 스포츠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 " 이다.

야구에서 타자의 슬럼프가 대부분 최고 성적을 내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도 호황을 누릴 때 몰락이 찾아온다. 보통 초고층 빌딩이 세워지는 시기는 그 사회 경제가 최고 호황을 누릴 때이니, 도시에서 마천루가 우후죽순 생겨난다는 것은 호황의 징조가 아니라 불황의 징조'일 수 있다. 실제로 1930년과 1931년 미국 뉴욕에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질 무렵에 세계 대공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한국은 2000년대 이후 100층 이상 마천루를 동시에 11개나 짓겠다고 요란을 떨었지만, 2013년 4월 현재 롯데월드타워를 제외하고 모두 사업이 보류 또는 중단되었다.

그러니까 호황이라고 해서 호들갑을 떨 필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호황일 때 다가올 불황을 대비해야 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하자면, 지금 당장 행복에 겨워서 호들갑을 떠는 놈들은 조만간 벼락이 내릴 것이다. 신은 공평하니까. 참...... 신기하기도 하지, 눈에 보이지 않는 평균 회귀의 힘은 ! 그래서 나는 오늘, 나의 불행을 견디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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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9-0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이 형편없이서 별 세 개 삭제하려다 저자에게 미한해서 두 개만 삭제햤다.

syo 2017-09-08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DTD DTD 신나는 노래.... 나도 한 번 불러본다.... 아, 지금 내 볼에 흐르는 눈물이 내가 흘리는 눈물입니까, 허프가 흘리는 눈물입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8 15:14   좋아요 0 | URL
GGGGG G. 스

앨지팬이지만, 솔까말.. 올해 전력으로는 엘지는 가을야구 올라가면 안 됩니다. 가을야구의 품격에 못 미치죠.
왜 타자 육성을 못할까요. 진짜 궁금... 이건 안타를 쳐도 단타만 치고 자빠졌으니.... 보다 보면 열받습니다.
단타 백날 쳐도 다 소용없습니다. 야구는 결국 장타의힘 아니겠습니까.

한 팀이 평균 한 경기에서 9개의 안타를 생산합니다. 9개로 몇 점을 내느냐에 달렸죠. 어느 팀은 1,2점에 그치고 어느 팀은 6,7점을 내기도 하고.. 안타는 비슷한데 득점에서 차이가 나는 게 야구죠..

2017-09-08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09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9-08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TD 법칙. ˝평균 회귀의 법칙˝이라는 고급진 표현이 있었군요 ㅋ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있다‘ 는 말이 누군가에는 소망이.. 또 어둠속에서 부끄러움을 모르고 패악을 저지르는 누군가에게는 준엄한 경고이기를..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9 22:07   좋아요 0 | URL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란 말도 있죠.. ㅎㅎ.
좋은 의미로 끝난 게 아니라면 좋을 텐데 나쁜 의미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면 지옥이 되겠죠.

cyrus 2017-09-08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쪽팔리는 고백을 하자면, 저는 이 책을 밑줄 그어가면서 읽었습니다. 번역이 안 좋다는 리뷰를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어요. 밀줄 때문에 알라딘 서점에 팔지도 못하고.. ㅅㅂ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9 22:08   좋아요 0 | URL
이런 책 참 난감하죠 별점 매기기가...
훌륭한 원저를 생각해서 점수를 주자니 번역이 개판이라 괘씸하고, 변역 기준에 맞춰 별점을 주자니 원저자에게 미안하고...ㅎㅎㅎ
 
[블루레이] 악마를 보았다 (1disc) - 인터내셔널 버전 / 아웃케이스 없음
김지운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블루키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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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철과 한송이




 


                                                                                                                                                                                           네이버 검색창에 " 악마를 보았다 " 를 입력하면 연관검색어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 간호사 > 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본 관객의 뇌리에 사면발니처럼 강렬하게 달라붙는 장면은 이병헌도 아니고 최민식도 아닌,

백의의 천사(간호사)가 장경철(최민식)에게 강간당하는 장면'이다.  살려주세요 _ 라는 대사 외에는 이렇다 할 대사도 없던 그녀가 씬스틸러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당신에게 의뭉스러운 질문 한 개를 던져보자면  :  이 장면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 것도 아니요, 명장면도 아닌데 관객은 왜 이 장면을 기억하고서는 애써 소환하려는 것일까 ?  감독은 인간 내면에 숨겨진 지옥도를 보여주고 싶다는 작품 의도를 내세웠지만,  정작 이 영화는 불알후드(brotherhood)의 강간 판타지를 충족시킬 뿐이다.  다시 말해서 관객은 " 지옥도 " 를 보는 것이 아니라 황홀한 " 판타지 " 를 경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장경철에게 강간당하는 간호사의 나이를 스무 두 살'로 설정한 것을 보면 감독이 숨겨둔 꿍꿍이를 읽을 수 있다. 화장실 벽낙서 서사'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성대상화가 스무살 무렵의 여자요, 직업군이 여교사와 간호사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감독이 이 장면에서 연출하려고 했던 것은 " (악마)본성 " 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 (남성) 본색 " 을 자극하려던 것은 아니었을까.  저잣거리 입말로 무식하게 말해서 감독이 노린 것은 " 남성 관객을 꼴리게 만드는 것 " 이다. 에로 영화계의 거장,  틴토 불알스 감독'도 울고 갈 만한 에로틱한 장면 연출인 셈이다. 장경철이 간호사에게 질문을 던진다.



 

- 몇 살이야 ?
- 스물 둘이요.
- 어우 !  좋을 때네, 남자친구는 ?
- 네에 ? 없어요.
- 귀엽게 생긴 게(?) 많겠다.
- 네에 ?
- 사실은 어제 좀 재미를 볼 일이 있었는데 어떤 개또라이 새끼 때문에 망쳐 버렸어.




스물 둘이라......  더군다나 간호사 이름이,             한송이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애매모호한 작명이다. 수현의 약혼녀 세현을 제외하고는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은 그 어느 누구도 이름을 부여받지 못했는데,  유일하게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간호사'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감독이 이 캐릭터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여자를 관상용 꽃에 비유하는 놈치고 제대로 된 놈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잰더 감수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각본가와 감독이 만들어낸 최악의 참사이다.

감독은 포르노 영화에서 흔하게 소비되는 장면(포르노 영화에서 간호사 복장은 망사 스타킹과 함께 가장 중요한 오브제다)을 연출해서 관객의 헤모글로빈이 남근으로 쏠리도록 유도한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았던 열혈남아는 어느새 열혈남근으로 변한다. 아아. 내가 이 영화를 두고 스너프 필름이라고 비난하는 이유는 장경철의 대사에 함축되어 있다. 장경철은 " 어떤 개또라이 새끼(이병헌) " 때문에 망쳐 버렸다고 궁시렁거리지만,  사실은 그 개또라이 새끼 때문에 간호사를 강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점에서 국정원 비밀요원 수현은 " 쾌락의 포주 " 인 셈이다.

감독은 수현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여성 폭력과 강간 서사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그는 악마와 싸우다가 스스로 악마가 된 존재가 아니라 악마에게 희생당할 여자를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악질 포주'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윤리적 타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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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05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번에도 제가 언급했지만, ‘<악마를 보았다> 엑기스’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것이 간호사가 나오는 장면이고, 또 하나가 장경철이 친구의 애인을 강간하는 장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5 12:44   좋아요 1 | URL
저질 포르노 영화 한 편 찍은 거죠. 인간 본성의 심연을 탐구한다는 거창한 제작 의도로 포장된..
 
열차 안의 낯선 자들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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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히치콕과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






좆은 없습니다만 !



 

 

                                                                                                        대중적인 이름 딕 Dick,릭 Rick,힉 Hick은 사자왕 리처드 1세 Richard l '에서 첫 글자만 바꿔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중세 무훈담의 단골 주인공이었던 사자왕 리처드가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다 보니 생긴 현상이었다.

히치콕에서 " - cock " 은 누구네 아들'이라는 의미로 종합하면 히치콕은 " 히치네 아들 " 혹은 " 히치 2세 " 라는 뜻이다.  훗날,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알프레드 히치콕은 청과상으로 부를 쌓은 상인 히치 씨의 아들'이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히치라고 합니다 _ 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는 익살스럽게 뒷말을 덧붙이곤 했다. " 하지만....... 좆은 없습니다. ㅋㅋㅋ " 정확히 기술하자면 " 히치라고 합니다. 콕(cock)은 없습니다만 ! " 인데,  cock이 속어로 페니스를 뜻하는 단어이니 말장난인 셈이다. 이 농담은 가볍게 웃고 넘어갈 일이기는 하나 공교롭게도 히치콕이 영화에서 주로 다루던 주제가 주인공의 정체성'이다

보니 허투루 넘기기에는 뼈 있는 소리에 가깝다. 정설에 의하면 히치콕은 성불능자'였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좆은 없습니다 _ 라는 " 실없는 말 " 은 곧 " 뼈 있는 말 " 이었던 셈이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외동딸인 팻을 가지기 위해서 부인과 딱 한 번 섹스를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렇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소.                        사실은(성불능)은 그가 동성애자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실제로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스텝 중 상당수(아이버 노벨로, 헨리 켄달, 존 길구드, 마이클 레드그레이브, 캐리 그랜트, 아서 로렌츠, 팔리 그레인저)는 동성애자이거나 양성애자'였다.

히치콕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 남성 주인공 - 들이 남성다움을 강조하는 마초 이미지'라기보다는 << 사이코 >> 의 앤서니 퍼킨스처럼 여성성이 내포된 이미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평소 여배우는 불화산이라고 말하고 다녔던 감독은 이들 남성 배우들이 여성 배우와의 스캔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항상 여배우 앞에서 수줍은 표정을 짓고는 했다.  아내와 딱 한 번의 섹스로 낳았다는 딸 팻(페트리샤 히치콕)이 비중 있는 배역으로 출현한 영화 << 열차 속의 낯선자들 >> 도 동성애를 다룬 범죄극에 가깝다.  히치콕이 당시에는 무명에 가까웠던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 열차 속의 낯선 자들 >> 을 영화화하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원작자가

소설 속에 숨겨놓은 동성애 코드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자와 함께 동성애자를 국가의 적으로 간주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겨야 했던 하이스미스 입장1)에서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영화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돌이켜보면  :  하이스미스 소설(열차 속의 낯선 자들, 태양은 가득히, 캐롤 등등)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가야 하는 자의 " 내면과 외면에 대한 이야기 " 이다. 만약에 히치콕이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라고 가정한다면, 그 또한 범죄극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가야 하는 자의 내면과 외면(으로 분리되지만

사실은 하나로 연결되는 뫼비우스의 띠) 다뤘다고 볼 수 있다. 성소수자에게 위장은 생존을 위한 전략일 수 있다. 실제로 하이스미스가 광기에 가까운 혐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성애자인 척 연기를 했던 것처럼, 어쩌면 히치콕이 선택한 이성애자와의 결혼 또한 위장일지도 모른다. 영화학자 로버트 L 캐린저'가 지적했듯이 가이는 겉(외면)으로 보기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스테레오타입 이성애자'이지만 속(내면)을 들여다보면 동성애 분위기에 희생된 사람들을 대신하는 인물로 보인다. 그는 " 타협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상황에서 발견되는 모호한 성 정체성을 가진 남자 " 다.

 

하이드가 지킬 박사의 내면(이드)이듯이 겉으로는 미국을 대표하는 스테레오타입 이성애자 가이의 외면이자 도플갱어는 (실크 가운을 걸치고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어머니의 매니큐어를 바르는) 브루노'이다. 브루노는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분출된 욕망'이자 동시에 좆이 없는 남자, 이성과는 섹스가 불가능한 성불능자였던 히치콕의 도플갱어가 아니었을까 ?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 현기증 >> 이나 << 이창 >> 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걸작'이다. 풍부하고 깊이 있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도 매우 뛰어나다. 전반부와 후반부에 두 번 등장하는 놀이동산과 테니스 씬은 명불허전이다(유투브에 한글 자막이 깔린 고화질 풀버전이 있다). 기술은 간결하지만 이미지는 강렬하다.  

 

 

 

 

                                     

1)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동성애자'다. 그는 동성애를 다룬 두 번째 작품 << 소금의 값(캐롤) >> 를 내놓았지만 사회적 비난을 의식해 클레이 모건 이란 필명으로 출간했다.  그가 자신을 숨긴 채 동성애 문제를 다룰 때 사용했던 40여 개의 필명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말년이 될 때까지도 공개적으로 이 소설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

 

 

 

 

덧대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출간 1년 만에 거장들에 의해 영화로 탄생하는 명예를 누렸다. 하드보일드의 거장 레이먼드 챈들러가 이 작품을 각색하여 시나리오를 쓰고,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이 연출하여 영화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이 탄생한 것이다. 최근에는 데이빗 핀처 감독이 다시 영화화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출판사 책 소개 글 中

 

그런데 이 정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로 레이먼드 챈들러가 이 작품의 각색 작업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그가 쓴 대본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글자 그대로 히치콕 감독은 이 대본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영화에 사용된 시나리오는 챈지 오먼드였다. 챈들러는 엔딩 크레디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줄 것을 부탁하지만 제작사는 상업적 이득을 고려해서 거절했다. 히치콕은 이런 말을 했다. " 뛰어난 예술영화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상업영화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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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kim 2017-09-04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주문 했고 영화도 찾아서 봐야지 좋은 정보 고마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4 14:45   좋아요 0 | URL
탁월한 선택이 되실 겁니다. 굳럭 ~

꼬마요정 2017-09-04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번의 섹스로 딸을 낳았다니... 대단합니다. 아이를 갖고자 하는 부부들이 모두 히치콕 부부 같다면 좋겠군요.

여러모로 히치콕 감독은 양파 같은 사람이네요. 그리고 곰발님 글은 참 재미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5 11:02   좋아요 0 | URL
히치콕은 굉장히 수수께기 인물입니다.. 모호하죠. 뛰어난 장사꾼이기도 하고..
자기가 만든 상품을 몇 배로 부풀려서 팔 줄 아는 비즈니스맨이기도 했습니다. 재미있어요. 영화도 이 양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