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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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을     내  요 ,     스   몰   우   먼   :



 



    당신의 능력을 보여,

줄 필요는 없어요


 

 

 

 

 

 


 



 

 

 

 

 

                                                                                                           대한민국 문학상은 스파르타 제국의 왕 레오니다스가 이끄는 용맹한 전사 300명보다 많은, 대략 400개가 난립된 상태라고 한다. 간단한 셈법으로 계산하자면   :   365일, 날마다 어디선가 문학상 시상식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하하, 이따위 스파르타 !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독자들이 한국 문학을 외면한 지는 이미 오래이지 않은가. 그런데 문학상은 독자의 외면과는 달리 아쓰뜨랄한 쓰빽따끌 확장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식당을 찾는 손님은 해종일 열 명 남짓이 전부인데 식당 종업원만 백 명 넘게 근무하는 레스토랑을 보고 있는 것 같다. 허허, 이따위 스파게티 !                 장사도 안 되는데 한국 문단은 왜 이렇게 문학상을 남발하는 것일까 ? 문단 어르신 입장에서 보면 문학상이 난립한다는 것은 일자리 확대를 의미한다. 이명박 식으로 표현하자면 " 비즈니스 프렌들리 " 이고, 박근혜 식으로 표현하자면 " 크리에이티브 이코너미(창조경제) " 이다.

문학상이 난립한 자리에는 문단 어르신 - 들'이 편집위원이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것이다. 그들에게 문학상 신설은 곧 일자리 창출인 셈이다. 문제는 재미를 추구하는 < 대중 > 과는 달리 < 문단 > 이 재미와는 거리가 먼 순문학을 열심히 빨아준다는 데 있다. 그들은 독자에게 행간을 읽는 능력을 요구한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고객이 왕인 시대에 독자에게 자격과 품격 따위를 먼저 요구하니 한국 문학이 팔릴 리가 있나.  그렇다면 작가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캐릭터'인가 ?  책이 안 팔리다 보니 작가는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을 포기하는 대신에 문단 권력을 향해 꼬리를 친다.

작가는 편집위원이나 심사위원이 좋아할 만한 " 형이상학의 세계 " 를 던져준다. 옛다, 먹어라 ! 형이상학.                       " 형이상학의 세계 " 란 반드시 행간을 읽어내는 기술을 습득한 자만이 풀 수 있는 이상한 세계이다. 그 세계는 모호하고, 선명하지 않으며, 사물의 본질과 존재의 근본을 탐구하기에 문학에 특화된 이에게는 흥미로운 십자말풀이의 세계이다.  작가가 문단 권력에게 떡밥을 던져주는 데에는 여러 문학상을 수상해서 문창과 교수로 임용될 기회를 노리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문창과 교수가 된 작가는 다시 편집위원이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문단 권력 안으로 입성한다. 

한마디로 한국 문단은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젯밥에만 관심이 있다. 더 큰 문제는 문단 권력이 자랑스럽게 소개하던 제구력(選球眼)이 그닥 훌륭하지 않다는 데 있다1) 그들이 선전하는 핀포인트 정밀 탄착 제구력은 알고 보니 헤드샷 날리기 일쑤다. 한국 문학을 폐허로 만든 원인은 " 문학의 상업성 " 이 아니라 그들만의 짜고 치는 " 문학의 예술성 " 이다. 문학의 예술성을 위대한 가치로 숭배하는 문화 속에서 애지중지 자란 한국 문학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사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조남주 장편소설 << 82년생 김지영 >> 은 작가가 독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매우 분명하고 친절하다. 조남주는 순문학이 독자에게 요구하는 " 행간을 읽는 능력 " 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당신에게 당신의 능력(행간을 읽는)을 보여주세요  _   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프로파간다 문학이면서 자료와 통계를 소설 쓰기에 적극 반영했다는 점에서 증언 문학이자 르뽀르타쥬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 82년생 김지영 >> 은 선동과 증언 문학 사이에 놓인 작품이다. 또한 각주에서 인용한 자료와 통계는 픽션(드라마)과 논픽션(각주)을 섞어서 소격 효과(브레히트)를 낳는다.

이 소설이 무엇보다도 반가운 이유는 모호성을 예술적 가치로 숭배하는, 순문학의 허세에 함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이한 문체로 서술하는 소박한 문장은 김지영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녀는 납작한 캐릭터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문단의 욕망에 기생하지 않고 작가가 쓰고 싶은 글을 썼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내가 보기에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김지영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정신과 의사는 남성 중심의 문단 권력(자)에 대한 조롱처럼 읽힌다. 이 소설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보통의 여성이 겪어야 하는 차별과 공포를 다루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 중심의 문단에서 보통의 여성 작가가 겪어야 하는 차별과 공포2)로도 읽힌다. 김지영, 건투를 빈다.




​                                                 

1)      편혜영과 한강의 문학 작품은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 특히 << 채식주의자 >> 는 문청의 습작 수준을 넘지 못한다.

2)     문단 내 성폭력 사태는 남성 중심의 문단 권력이 동료 여성 작가(나 지망생 여성)을 성적 노리개 정도로 취급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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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17-09-0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에 접속. 잘 지내셨지요? 특히 각주 1번에 매우 동의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9-04 11:20   좋아요 0 | URL
잘 지내지는 못하지만 잘 지내지 못하는 것이 일상이어서 무덤덤합니다.. ㅎㅎ
 

 

 

 

 


 

내 사랑


 

 

 


 

                                                                                                       종종 배우도 평범한 노동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연기자-들'이 있다. 설령, 고난도 액션을 선보여야 하는 액션 배우가 아니라 오로지 표정 연기로만 승부를 거는 배우라 해도 말이다. 지게꾼은 다리와 허리 근육의 힘으로 살아가는 노동자이고 구두수선공은 팔과 손의 힘으로 살아가는 노동자이듯이,

배우는 다양한 23가지 얼굴 부위 근육으로 표정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 표정 > 은 얼굴에 분포된 근육(종류) 중에서 무엇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웃음을 관장하는 근육과 경멸을 담당하는 근육을 섞으면 미묘한 표정을 생산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표정은 화가가 물감으로 그린 그림과 같다. 한 가지 물감'만으로도 색을 표현할 수 있지만 여러 물감을 섞어 미묘한 색을 만들 수도 있으며 덧대거나 붓질의 속도에 따라서도 다양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수영 선수처럼 특정 부위 근육을 자주 사용하다 보면 유독 어깨와 가슴 부위 근육이 발달하여 독특한 체형이 완성되듯이 

얼굴 근육도 특정 근육을 자주 사용하면 눈에 띈다. 바로 주름'이다. 주름은 그 사람이 자주 사용한 근육의 흔적'이다. 얼굴에 " 주름이 많다는 것 " 과 " 주름의 종류가 많다는 것 " 은 같은 의미이면서 동시에 전혀 다르다. 전자는 늙었다는 증후이지만 후자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 풍부하다는 증거'이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주름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주름의 종류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것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좋은 의미가 아니라 단순한 욕망에 집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권력 욕망에 사로잡힐 때 만들어지는 표정과 주름을 이명박과 박근혜의 추한 얼굴에 통해 목격하게 된다.



말머리로 시작하는 입말이 길었다. 캐나다 화가 모드 루이스 일대기를 그린 전기 영화 << 내사랑, maudie >> 에서 주인공 모드를 연기한 배우 샐리 호킨스'는 우리에게 배우도 노동자라는 단순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저 표정을 만들기 위해 그녀는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았을까 ?   샐리 호킨스의 인상 깊은 연기를 보면서 배우에게 있어서 주름은 재앙이 아니라 신이 내린 선물이 아닐까  _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품이 맥주 맛을 풍부하게 만들듯이 주름은 표정을 깊이 있게, 그리고 아름답게 만든다(그런 점에서 주름을 없애는 리프팅이나 보톡스 시술은 배우에게는 치명적인 독이다. 주름을 없애는 시술은 표정을 없애는 공정이다).

관객 입장에서 모드를 연기한 샐리 호킨스의 다양한 표정과 주름을 오랫동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우리는 지금 다양한 물감을 섞어서 만든 풍경화를 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실제 인물인 모드 루이스는 그림을 그릴 때 다른 물감을 섞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샐리 호킨스 연기가 압도적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를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는 비단 그것만은 아니다. 에단 호크도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이 영화를 위해 십 년을 준비했다는 감독의 연출도 뛰어나다.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풍경은 덤이다. 그리고 엔딩 장면은 영화가 끝나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모드가 병실에서 눈을 감는 장면은 영화 << 밀리언 달러 베이비 >> 에서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병실에 누운 매기(힐러리 스웽크)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 새드 엔딩 " 의 모범적 사례'이다. 해마다 보는 영화 편 수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올해 내가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좋은 영화(라고 예측해 본)다. << 내 사랑 >> 이라는 영화가 좋은 작품이라는 사실은 이 영화의 개봉일(7.12)을 보면 알 수 있다. << 군함도 >> 같은 거대 자본이 투입된 영화도 한달을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지금도 순항 중이다. 놓치면, 반드시 후회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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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7-08-30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봐야겠어요. 두근거린다 어떤 작품일지.

곰곰생각하는발 2017-08-30 10:46   좋아요 0 | URL
꼭 보세요. 극장에서... 이런 풍경을 담은 영화는 스크린에서 봐야 제맛입니다.
제 옆에 앉은 분은 영화 시작하자마자 내내 울더군요..

아마도 시작부터 울 준비를 한 것 보면.. 재관람인 듯 !

syo 2017-08-30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스터의 에단 호크 표정도 만만치가 않군요.
저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30 11:07   좋아요 0 | URL
끝물이니까 어서어서 서두르십시오. 개봉관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이런 영화는 확실히 스크린에서 봐야 해요.
전 오락 영화보다는 이런 영화야말로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고 믿는 1인.

2017-08-30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30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울 2017-08-30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영화였어요. 재관람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기도 합니다만, 붓터치 하나하나..그리고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니 무척 따듯하고 곱더군요. 감사^^

곰곰생각하는발 2017-08-30 14:03   좋아요 0 | URL
보셨군요. 제 옆자리 분은 시작부터 울길래.. 아니 시작부터 왜 울지.. 했는데
곰곰 생각하니 재관람이신 것 같더군요. 느낌 아니까, 시작부터 그렁그렁....

실제.. 그림도 참... 좋더군요.

정말 이런 영화는 안 보면 후회들... 꼭 스크린을 통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악평 - 퇴짜 맞은 명저들
빌 헨더슨, 앙드레 버나드 지음, 최재봉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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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   문 학 의   팔   할 은  :





 


플로베르는 작가도 아니다 !



  

                                                                                                                                                                                                                                                                                            민머리에 풍성한 백발 수염, (나이 든) 그는 얼핏 보면 찰스 다윈'을 닮았다. 뭐, 어디까지나 내 직관에 기댄 인상 비평에 지나지 않지만 풍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비슷한 면이 있다.

그도 인간을 원숭이 취급하는 부류였으니까.  그는 교사 생활을 하며 틈틈이 완성한 원고를 여러 출판사에 보냈지만 번번이 퇴짜를 받다가 스물세 번째로 방문한 출판사'에서 가까스로 합격점을 받는다. 이 소설을 출간한 출판사의 문학적 안목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이 원고를 처음 검토한 출판사 직원은 와사비 같은 20자평을 남긴다. 그 직원은 좋은 문학을 보는 자신의 안목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출판사는 그 점을 높이 샀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가 보낸 편지 위에 짤없고 칼 같이 냉정한 의견을 첨부하길 좋아했다(고).  이 맛에 문학을 있어요. 호호호.                        그녀가 남긴 코멘트는 다음과 같다.

식민지에 원자폭탄이 폭발해서 뉴기니 근처 정글 지대에 한 무리 아이들이 상륙한다는 허황되고 지루한 판타지.  별 볼 일 없고 따분함. 요령부득         

하지만 출판사 직원 중에 갓 입사한 젊은 편집자'가 의욕적으로 이 작품을 밀자, 출판사 대표는 젊은 직원의 사기를 꺾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출간을 하기로 결정한다. 일종의 직원 복리 후생 지원 차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 소설 원고는 마침내 빛을 보게 되어 << 파리 대왕 >>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 월리엄 골딩, 그가 처음 문학에 입봉한 나이가 42세'였으니 늦깎이 데뷔인 셈이다. 이 소설에 대한 뉴요커(誌)의 반응은 냉담했다. ...... 불쾌하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 소설은 훗날 월리엄 골딩에게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명예를 안겨주었다. 이 작품에 대해 별 볼 일 없다며 요령부득이라고 악평을 쏟아냈던 그 출판사 직원은 지난 일을 생각하며 별 볼 일 있는 밤마다 이불킥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위대한 걸작이 빛을 보지 못했다면 스티븐 킹의 가상 마을 캐슬록1)이 배경이 된 작품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벌교 " 없는 << 태백산맥 >> 을 상상할 수 없듯이, " 캐슬록 " 없는 스티븐 킹 소설 또한 상상할 수 없는 로컬리티'이다. 이처럼 고전(古典)은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하는 시기(신간)일 때  평단의 세계에서 고전(苦戰)하는 경우가 많다.  악평 중에서도 인상에 남는 " 헬 오브 악평 " 은 르 피가로(誌)'가  플로베르의 << 마담 보봐리 >> 에 쏟아낸 평일 것이다. 플로베르 씨는 작가도 아니다 !                이 뾰족한 말풍선'은 꼭 너는 인간도 아니다  _  라는 뉘앙스처럼 들려서 생각할 때마다 낄낄거리게 된다. 이런 맛에 악평을 읽는다.

고전 혹은 앞으로 고전이 될 명저'에 쏟아진 악평이라고 해서, 나는 그 악평을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리 있는 악평도 꽤 많다. 예를 들면 : 한 출판사가 어느 작가에게 보낸 출간 거절 편지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되뇌었던 불평이다. 친애하는 동료여, 제가 아둔패기라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봐도, 주인공이 잠들기 전에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 모습을 묘사하는 데 서른 페이지나 필요한 이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변학도라면 이 문장(침대 위에서 뒤척이는...)에서 남녀가 응응 하는 상상을 떠올리겠지만 문학도라면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도 있다.

바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에 대한 악평이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사로잡는 악평은 바이런 경이 제임스 호그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급한 뒷담화'이다.

 

셰익스피어의 명성은 황당할 정도로 지나치게 높아져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바닥으로 떨어질 거예요. 제 말을 믿어도 좋습니다. 그에게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없어요. 아예 없습니다. 그는 옛날 소설들에서 얼개를 가져와서는 그 이야기들을 극적인 틀에 맞출 뿐이에요. 그가 들이는 노력이라고는 당신과 내가 그의 희곡을 다시 산문적인 이야기로 바꿀 때 드는 정도에 지나지 않아요.

 

바이런의 길고 길고 길고 긴 불평을 르 피가로 스타일로 압축하자면 셰익스피어는 작가도 아니다, 시바.                   격하게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바이런 씨와 내 악평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의 명성이 바닥으로 떨어질 날은 오지 않을 모양새'다, 앞으로 영원히 !   그런데 좋은 문학을 나쁘게 평가하는 악평보다 나쁜 영향을 끼치는 쪽은 오히려 나쁜 문학을 좋게 평가하는 호평'이다. 한국 문학을 망친 것은 악평보다는 주례사 비평이나 정실 비평이 아니었던가. 끼리끼리 모여서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도토리 키재기 놀이에 열중하고 있으니 한국 문학이 발전할 리가 없다.

짜고 치는 고스톱에서 노름 돈을 독차지하는 쪽은 서로 짜고 치는 타짜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한국 문학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안으로는 자주 독립을, 밖으로는 꿋꿋하게 악평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한국 문학의 팔 할은 쓰레기다. 너무 심했나 ? 고쳐 쓴다, 한국 문학의 육 할은 쓰레기'다 


 





                        

1)   스티븐 킹이 기회가 될 때마다 독자에게 추천하는 책이 바로 << 파리대왕 >> 이다. 영국 출판사에서 출간된 월리엄 골딩 100주년 기념판의 추천사'를 스티븐 킹이 썼다.  킹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상 마을 캐슬록'은 소년 잭의 요새 이름 캐슬록에서 비롯되었다. 미저리, 스탠 바이 미, 캐슬록의 비밀, 쿠조, 미스트, 쇼생크 탈출, 그것 등은 모두 가상의 마을 캐슬록과 연관이 있다. 캐슬록은 스티븐 킹 세계관을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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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8-28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핵재밌겠다, 저 책....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8 11:06   좋아요 0 | URL
어느 책 말씀인가요 ? 악평 아니면 파리대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 둘 다 핵잼입니다..

syo 2017-08-28 11:44   좋아요 0 | URL
악평이요. 그거 읽고 더 열심히 악평하고 다녀야겠어요. 작품을 잘못 본 건 등신같지만 일단 악평을 하기로 맘 먹었다면 탈탈 털어야지 싶은....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8 11:46   좋아요 0 | URL
ㅎㅎ 재미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악평을 좋아하거든요. 별 다섯 착한 서평 남발하는 블로거보다는 차라리 별 하나 남발하는 블로거 글이 더 재미있더군요..

책한엄마 2017-08-28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악평도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저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래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8 11:19   좋아요 1 | URL
서평도 착한 서평보다는 칼칼한 서평이 눈에 쏙 들어오죠.. ㅎㅎㅎㅎㅎ

2017-08-28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8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7-08-2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은 다른 얘기입니다만 김신용 시인도 최승호 시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1988년에 김신용 시인은 마로니에 공원 근처에서 보도블럭 까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인사동의 어느 대폿집에서 김선유라는 시인에게 자신이 일하면서 썼던 시들을 보여주었고, 김선유는 크게 고무되어 그당시 ˝현대시사상˝이라는 시잡지를 창간 준비하던 최승호 시인에게도 보여줍니다. 최승호 시인은 김신용 시인을 직접 만나서 작품의 게재 동의를 구하고는 창간호에 김신용의 시들을 싣게 됩니다. 바로 이 작품들이 곰곰발님께서도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양동시편 연작이지요. 그의 나이 44세 때의 일입니다.
김신용 시인도 자신의 작품들을 (윌리엄 골딩처럼) 여러 출판사나 신문에 투고를 했을 것이고 아마도 호평을 듣지는 못했을 듯합니다. 그는 26세 때부터 시를 썼다고 하던데 스무 해 가까운 세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글을 활자화했지요. 만일 최승호나 김선유가 없었다면, 그가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8 15:38   좋아요 0 | URL
아, 네에.. 저도 그 내용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나네요. 어디서 들었더라 ? 술자리에서 수다맨 님이 저에게 말씀하셨었나 ? 아마.. 그런 것 같기도. 잘지내시고 계시죠 ?

김신용, 탁월하죠. 한국 문학 특유의 문창과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난... 뭔가... 이 사람의 세계야말로 순문학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죠. 오히려 문단에서 순문학이라고 추켜세우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잡탕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전 묘하게 김신용과 손창섭이 겹쳐집니다..

2017-08-29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30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긁적 2017-09-19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딴건 몰라도 파리대왕에 대한 출판사 직원의 코멘트는 맞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첨언하자면, 그리고 글쓴이의 마지막 대목을 흉내내어 한마디 (진실을) 남기자면, ˝노벨문학상의 구할은 쓰레기다.˝
 
[블루레이] 마이 페어 레이디 : 50주년 기념판
조지 쿠커 감독, 오드리 헵번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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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녀와 새


 


                                    그는 노란 앵무새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앵무새인데 말하는 재주는 없다고 했다. 말을 가르칠 요량으로 날마다 앵무새 앞에서 " 토킹 어바웃 " 을 했지만 앵무새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내가 퉁명스럽게 앵무새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말하는 것을 흉내 내는 것이므로 의사 전달 행위라 볼 수 없기에 대화를 나눌 대상은 아니 _ 라고 말하자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나를 찾아와서 이런 고백을 했다 : 형, 처음에는 앵무새에게 말을 가르치려고 했는데 나중에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온종일 앵무새에게 넋두리를 늘어놓게 되었어. 대화 상대가 생긴 거지. 내 말을 들어주는. 고맙더군. 처음에는 교화해야 될 대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친구가 되었어. 그 후로 그를 다시 만난 것은 다음해 여름'이었다. 우리는 낮술을 하기 위해 대폿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앵무새는 잘 있어 _ 라고 묻자 그의 얼굴이 먹장구름처럼 어두워졌다. 아차, 싶었지만 늦었다. 그는 대폿집에서 울기 시작했다.

 

나드 쇼의 희곡 << 피그말리온 >> 은 시골뜨기 처녀에게 세련된 도시 표준 교양어(말투)를 가르치려다가 사랑에 빠지는 언어학 교수와 여자의 이야기다. 이 희곡은 << 마이 페어 레이디 >> 라는 뮤지컬 영화'라 만들어지기도 했다. 촌구석 시골뜨기 처녀 역을 오드리 햅번이 연기했다. 아우라'란 이런 것이다. 올림머리를 풀어헤쳐 봉두난발을 한다고 해서 수감 중인 503호로 보이는 것은 아니니까. 오드리 햅번은 촌구석 시골뜨기 처녀 역을 하기에는 너무나 우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일라이자 두리틀(오드리 햅번)을 무난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발성법에 있다.

듣기 싫은 새된 목소리가 형광등 백한 개를 깨트렸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앵무새 때문에 울었던 그 친구가 생각난다. 새에게 말을 가르치려다 사랑에 빠진 그와 하층민 여자에게 상류층 말(투)를 가르치려다 사랑에 빠지는 교수가 겹쳐진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언어학에서 중요한 것은 말하기보다 듣기 능력이 아닐까.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은 현란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사람보다 우위를 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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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kim 2017-08-24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 두기만 하고 언제나 읽게될지 님의 글을 보니 버나드 쇼의 묘비명‘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가 생각 나네요.좋아하는 작가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7 11:48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와는 다르게 은근히 뮤지컬 영화를 좋아합니다.. ㅎㅎ 버나드 쇼 원작과 영화는 마지막 해석이 전혀 다르죠. 개인적으로는 쇼 원작의 결말이 좋더군요..

겨울호랑이 2017-08-2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글을 읽다보니 ‘호흡‘에서는 먼저 숨을 내쉰 후 들이마시는 것과 반대로 의사소통에서는 ‘듣기‘가 ‘말하기‘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함을 알게 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7 11:47   좋아요 1 | URL
겨호 님도 말하기보다는 듣기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셨을 것 같습니다.. ^^

2017-08-2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7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뒷모습
미셸 투르니에 지음, 에두아르 부바 사진,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등짝의 재발견





                                          영화에서 배우는 독백이 아닌 이상, 대화 상대를 앞(혹은 옆,뒤)에 두고 대화를 나눈다. 감독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설정을 관객에게 사전에 알리기 위해 두 사람이 한 화면에 잡히는 각도로 촬영된 화면을  제일 앞에 배치한다. 등장 인물을 한 화면에 모두 담기 위해서 카메라는 어쩔 수 없이 피사체-들'로부터 뒤로 물러나야 한다.

두 사람보다는 세 사람을, 세 사람보다는 네 사람을 한 화면에 모두 담으려고 할 때 카메라는 점점 더 뒤로 빠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 마스터 숏 " 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마스터 숏은 한 화면이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주로 배치된다. 그런데 " 마스터 숏 " 은 배우의 섬세한 표정 연기를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예를 들면   :   학교 졸업식 단체 사진'을 생각하면 된다. 단체 사진은 개개인의 풍부한 표정을 담을 수 없다. 단체 사진 속 피사체가 대부분 무표정하다. 굳이 감정을 드러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졸업식 단체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 쪽수 " 를 증명하는 것이지 개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영화에서 마스터 숏을 시작과 끝에 배치하는 이유는 카메라가 자유롭게 피사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만약에 마스터 숏을 배치하지 않는다면 관객은 " 영화적 상황 " 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연출한 << 현기증 >> 의 한 장면을 보자.

 


관객은 마스터 숏이 있기에 c와 d 장면에서 대화를 나누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d는 남자가 프레임 밖에 위치하고  있지만,  여자는 남자 배우의 리액션을 어느 정도 가정하고 카메라 정면을 응시하며 액션을 선보인다. 좋은 배우는 액션(단독 숏에서의 연기)뿐만 아니라 리액션에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훌륭한 배우는 오버 더 숄더 숏(b)에서 등짝만 보여주기에 낯짝을 보여줄 필요가 없는 장면에서도 성실한 낯짝으로 상대 배우의 연기를 도운다. 영화 << 밀양 >> 에서의 송강호 연기가 대표적이다. 그는 배우란 낯짝뿐만 아니라 등짝도 메소드 연기를 해야 된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한 배우'다.

 

미셀 투르니에의 사진 에세이 << 뒷모습 >> 은 " 등짝의 재발견 " 에 대한 에세이'다. 타인의 어깨 너머에서 바라보게 되는 등은 텅 빈 기표에 가까운, 우리에게 백지에 가까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미셀 투르니에는 뒷쪽이 진실이다 _ 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 좋은 배우는 성실한 등을 보여주듯이 정직한 사람의 뒷모습에는 비릿한 비열함이 없다. 많은 말을 쏟아내는 얼굴보다는 많은 감정이 읽히는 등짝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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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8-23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이 며칠만 안 보이셔도 허전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3 11:5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2017-08-23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3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7-08-23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셸 투르니에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기만 하고 결국 못 다 읽고
반납했네요. 다시 한 번 빌려다
읽어 볼까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3 20:16   좋아요 0 | URL
글이 별로 없어서 금방 읽을 수 있습니다.
사진도 좋고
글도 좋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8-23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높다고 평가받았던 박지성 선수가 생각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3 20:1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박지성이 훌륭한 이유는 공과 상관없이 분주하게 움직여서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점이라고 하더군요..

무해한모리군 2017-08-23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이나 기억이 가물한데 곰곰생각하는발님 글로 다시 만나니 좋으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8-23 20:17   좋아요 0 | URL
확실히 읽은 책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는 것은 그것을 오래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방식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