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실화냐 ?

 

                                                                                                        제주행 여객선 사월호.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화사한 웃음꽃이 만개한다. 하지만 조류가 거세기로 유명하다는 울돌목에서 배는 표류한다.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는 여객선. 승객들은 선내에서 가만히 있으라 _ 는 안내 방송에 따라 숨을 죽이며 초조한 마음으로 긴급 편성된 속보를 보며 구조대를 기다린다.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대 투입이라는 소식에 환호하는 승객들. 때마침 해양구조대가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구조대는 가라앉고 있는 여객선 선내 진입을 미루고 있다. 그들은 여객선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분노하는 승객들. 하지만 폐허 속에서 영웅이 탄생하는 법. 왕따 학생 승준은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에 불복종을 선언하고 대중을 설득한 후 모든 승객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한다 ㅡ

라는 해양 액션 어드밴처 울트라 초특급 블록버스터 영화가 만들어져서 개봉되었다고 치자.  대중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  흥행은 둘째 문제이고 역사적 비극을 돈벌이하는데 이용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이미지를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듯이 세월호 또한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 그것은 상업영화가 지켜야 할 마지막 윤리적 저항선'이다. 영화 << 군함도 >> 는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을 폭로해서 만천하에 알리겠다는 제작 의도와는 달리,  군함도라는 역사적 사실을 이용해서 돈벌이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 국뽕팔이 - 앵벌이 영화 " 에 가깝다.

차라리 군함도를 익명의 섬으로 처리해서 탈역사화된 배경으로 활용하는 것이 오락영화가 가지고 있는 품격 있는 딴따라 영화의 자질이 아니었을까 ?   류승완 감독은 역사적 사실에 영감을 얻어 창작한 것 _ 이라고 미리 못 박았지만 정작 이 영화는 고증에 충실하며 실존 인물의 이야기 _ 라는 뉘앙스를 섞어서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실에 영감을 얻어서 창작한 영화라는 말은 스스로에게 주는 면죄부요, 비겁한 변명처럼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군함도를 재현하는 데에는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선인을 재현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 당시, 부실한 식량 배급과 강제 노역으로 영양실조에 걸렸던 조선인과는 달리 영화 속 조선인은 격투기 선수처럼 근육질이다(저 정도 하드바디의 인바디'라면 닭가슴살 3000팩을 영혼없이 뜯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 ?). 복근에 王자가 새겨진 하드바디들의 난투극을 보다 보면 " 리얼 " 하다기보다는 " 환상 " 적이다. 요샛말로 비아냥거리자면 이거, 실화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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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7-31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리뷰를 읽고 나니 ˝군함도˝는 영화보다는 소설로만 읽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01 16:13   좋아요 0 | URL
군함도 라는 소설도 있던데 이 영화의 원작은 아닌 것 같더군요..
 

 

 

 

 

 

 

 

 

 

 

 

 

 

 

 

 


야구 : 0.250 타자와 0.333 타자의 차이



                                                                                                            메이저리그 백 년 기록1)을  기준으로 하자면  :  메이저리그 평균 팀타율은 대략 " 2할 5푼대 " 이다. 이 말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각자 한 경기당 평균 " 4타수 1안타 " 를 생산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타자가 하루에 안타 1개를 생산했다면 어디 가서 으스대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9명의 타자들이 평균 한 경기당 1안타를 생산하니 구단이 한 경기를 통해 뽑아낼 수 있는 평균 안타 수는 대략 " 9개 " 다.  여기에 평균 득점은 " 4점대 : 4.63 " 이다.

선발 투수가 6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3실점 이하2)로 막으면 " 퀄리티 스타트(QS) " 라고 하는데, QS는 방어율과 함께 선발 투수를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  즉, 메이저리그 소속 팀 평균 득점이 4점대 : 4.63   이기에 선발 투수가 3실점 이하 6이닝 3자책점을 ERA로 환산하면 4.50    로 막으면 팀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확률이 높다는 계산에 따른 셈법 적용인 셈이다. 위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다      :      ① 타자 한 명당 평균 타율은 0.250대(4타수 1안타)이다 ② 한 경기당 팀이 뽑아낼 수 있는 안타는 평균 9개다 ③ 한 경기당 팀 득점은 4.63이다. ④ 타자는 한 경기당 평균 4번(에서 5번) 정도 타석에 들어선다.

이 평균값을 토대로 야구를 정의하자면  :  야구란 1/4의 확률을 이용하여 최대한 점수를 많이 뽑아내는 전략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야구는 " 1/4의 미학 " 인 셈이다. 그렇다면 투 아웃 이후에 단타를 연속으로 네 개를 생산해서 점수를 내는 상황은 확률적으로 봤을 때 행운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1/4이라는 " 경우의 수 " 가 한 이닝에서 연속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연속 단타 4개로 1점을 얻었다면 확률적으로 봤을 때 그것은 카드 뽑기'에서 같은 모양의 카드를 연속으로 4번 뽑는 꼴과 같다. 야구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안타를 연속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다.

1/4의 확률을 적용해서 순열을 기계적으로 나열하자면 첫 번째 타자, 두 번째 타자, 세 번째 타자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고 네 번째 타자 타석에서야 비로소 안타를 생산하게 된다. 그 이후도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는 쩌리-들에 속하는 3/4의 내용이다. 야구 경기에서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은 다양하다.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선수가 반드시 경기에서 아웃된 것은 아니다. 비록 안타는 생산하지는 못했지만 볼넷을 골라서 1루에 출루할 수도 있고, 몸에 맞아서 1루에 출루할 수도 있다. 또한 상대 수비수의 수비 실책으로 1루에 진출할 수도 있다.

만약에 첫 번째 타자가 사구(四球)로 출루를 하고,  연속으로 두 번째, 세 번째 타자가 사구(死球 : 데드 볼)와 수비 실책으로 출루를 해서 만루 상황이 된다면 네 번째 타자는 확률적으로 보았을 때 안타를 칠 확률이 매우 높다.  팀에서 실력이 가장 탁월한 타자에게 4번 타순을 배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야구란 스포츠는 " 아따, 참말로 얄궂게도 " 아웃 세 개'로 이닝은 끝난다.  만약에 이닝을 " 삼자범퇴 " 로 끝내지 못하고 볼넷이나 실책으로 타자를 출루시키면 기회는 1/4를 생산할 확률이 높은 네 번째 타자에게 온다. 야구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는 4번 타자가 아니라 네 번째 타자'다.


이래저래 숫자 4와 관련이 깊은 운동 종목인 셈이다.  다시 한번 반복해서 말하지만 야구는 1/4의 미학이다. 사실, 0.250(4타수 1안타)과 0.333(3타수 1안타)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방망이로 야구공을 정확히 때리는 능력보다는 야구공을 정확히 볼 줄 아는 선구안에 달려 있다.  우리가 타자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척도로 생각하는 " 타격감 " 은 야구 선수라면 모두 다 대동소이한 능력'를 갖췄다고 봐야 한다. 성적이 좋은 타자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볼넷이나 희생타3) 를 잘 만든다. 볼넷, 데드볼, 희생타(희생번트, 희생플라이) 따위는 타수를 계산할 때 인정이 안된다.

그렇기에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얻은 타자는 " 4타석 1안타 " 의 성적을 냈지만 타율을 계산할 때 쓰이는 지표는 타석이 아니라 타수여서 최종적으로 " 3타수 1안타 " 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좋은 타자는 실패'를 좋은 방향으로 만드는 선수다. 반대로 성적이 나쁜 타자는 실패의 내용이 나쁘다. 볼넷보다는 삼진 아웃이 많고, 희생타를 쳐야 할 때 병살타를 치기 일쑤이며 외야 깊숙한 곳에 뜬공을 날려야 할 때에는 보란듯이 내야 뜬공으로 물러난다. 이러한 실패는 당연히 타수를 계산할 때 포함이 된다. 둘 다 한 경기당 안타는 한 개를 생산했지만 타율은 0.333와 0.250이라는 엄청난 간격이 발생하게 된다. 이 간극은 당연히 몸값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에 당신이 구단주로서 선구안은 없지만 타고난 타격감으로 단타를 많이 쳐서(멀티 히트) 타율을 0.333로 만든 선수와 비록 한 경기당 평균 안타 한 개만 생산하지만 볼넷, 데드볼, 진루타, 희생플라이 따위를 많이 생산해서 타율이 0.333이 선수 중에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 선택일까 ? 내가 구단주라면 후자를 선택하겠다. 1/4의 역설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A라는 선수가 안타를 쳐서 출루를 한다면 다음 타석에 들어선 B라는 선수가 안타를 생산하지 못할 확률이 3/4으로 높아진다. 반대로 A라는 타자가 볼넷을 골라서 출루한다면 후속 타자들인 B,C,D 중에서 안타를 칠 확률은 높아진다.

이 안타가 장타일 경우에는 점수가 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야구에서 타율이나 안타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성실하게 볼넷을 고르고, 몸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홈런 한 방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차분하게  진루타나 희생플라이를 생산하는 타자는 화려한 슈퍼스타 못지 않다. 

​-


안타를 친 타자 다음에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아웃을 당할 확률이 높아지고, 연속 안타를 친 타자-들 다음에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안타를 친 타자 다음에 들어서는 타자보다 아웃을 당할 확률은 더더욱 높아진다. 인생을 야구의 축소판이라고 하지 않던가 !  내 앞에서 성공이라는 이름의 안타를 펑펑 치는 놈들을 부러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너의 성공이 곧 나의 실패 확률을 높이니깐 말이다. 마찬가지로 타인의 실패를 조롱하거나 업신여길 필요도 없다. 너의 실패가 곧 나의 성공 확률을 높여주니깐 말이다. 그들은 내가 안타를 칠 확률을 높여주기 위해서 희생하는 사람들이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건강한 실패'다.

그렇기에 성공한 멘토를 숭배할 필요 없고 실패한 사람을 루저라고 비난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성공학보다는 실패학이 우리에게는 도움이 된다.

 

 


​                           

1)    최근, 한국 프로야구의 타고투저 현상은 정상이 아니다.  인재풀은 한정되어 있는데 10개 구단으로 운영되다 보니 사회인 야구에서나 활동해야 하는 선수들이 상당수 활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핸드볼 점수에 가까운 경기가 연출되는 것이다.

2)   퀄리티 스타트의 역사는 MLB에서 시작된다. MLB에서 1980년대를 거치면서 현재와 같이 선발 투수, 중간 계투, 마무리 투수 등으로 분업화가 됨에 따라 당연히 선발 투수들의 이닝수와 완투율이 줄어들었고, 더불어 선발 투수 투구 결과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했다. 그래서 저스티스가 처음으로 고안했다. 그리하여 6이닝 동안 3자책점 이하로 막는 것이 기본적인 기준이 되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6이닝 3자책점을 ERA로 환산하면 4.50이라는 수치가 도출된다. 당시 MLB에서는 경기 당 평균 득점이 4.63 점이었다. 즉 선발 투수가 6이닝 3실점으로 막는다면, 자신의 팀이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득점 (4.63) 보다 덜 실점 (4.50) 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승리의 요건을 만족하게 된다. 만약 이 수치를 만족하고 중간 계투 요원이 전혀 실점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투수는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된다 ( 위키백과에서 내용 발췌 )

3)   희생타  :  무사() 또는 1사() 때 타자가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해 타자 자신은 아웃되는 것을 예정하고 때리는 번트 또는 플라이. 이것을 성공하여도(플라이는 주자를 홈 인 시킨 경우에 한함) 타수로는 계산되지 않는다. 또 이로 인해 득점했을 경우는 희생 타자 에 대해 타점을 준다. 줄여서 희타()라고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犧牲打, sacrifice hit] (체육학대사전, 2000. 2. 25., 민중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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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7-28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LG 제발 화이팅....
너네는 유일하게 평균자책이 3점대 근처를 어루만지는 팀인데 당최 왜 아직 거기니....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8 14:59   좋아요 0 | URL
대한민국 유일의 3점대 방어율...
하지만 제가 누누이 주장하지만 소총으로는 득점을 얻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냥 엘지 눈 딱 감독 연봉 200억 주고 1년만 애런 저지 영입하면 딱인데 말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7-28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투수가 안타를 맞는 것보다 사구로 출루시켰을 때 더 기분 나빠하는 이유도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8 15:30   좋아요 1 | URL
메쟈 기록 통계를 내면 보통 평균 타율은 250입니다. 그리고 한 팀이 평균 안타 9개 생산하죠. 이것도 통계에 따른 평균값. 즉, 타자는 잘 치네 못 치네 해도 결국은 한 경기당 안타 한 개를 생산한다는 겁니다.


연속 안타가 나오는 상황은 확률적으로 봤을 때 좀 낮은 확률이죠. 그렇기에 점수를 낼려면
안타가 나오는 시점 전에 선수들이 안타 없이 출루를 하는 상황을 만들어여죠. 볼넷이나 사구나.. 수비 실수.. 이런 걸로 채운 후 안타를 치면 됩니다. 잘되는 집구석보면 연속 안타 보다는 주자 쌓아놓고 딱 한 번 안타 쳐서 점수 따거나 희플 따위로 점수 얻거나.. 뭐, 그런 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8 15:42   좋아요 1 | URL
빌리 빈 단장이 유심히 본 것 중 하나는 출루율입니다.
안타가 높으면 출루율은 당연히 높습니다만,
출루율을 높이는 방식은 비단 안타를 생산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야구 상식인, 이를 올드스쿨이라 하는데
감독은 타자의 타율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타율 높은 타자를 선호했죠. 그런데 타율은 높은데 출루율은 저조한 선수가 있습니다.
안타는 많이 치는데 볼넷이나 희생타 이런 것은 잘 못하는..
빌리빈은 타율보다는 출루율에 방점을 찍었죠.
연속으로 안타를 생산해서 점수를 낸다는 게 사실은 높은 확률은 아니거든요..


타율은 조금 낮아도 출루율이 높고, 안타를 많이 생산하지 못하지만 장타를 많이 치는..
그러니까 출루율과 장타율이 높은 선수가 훨씬 뛰어난 거죠...
오클랜드 신화는 바로 거기에 촛점을...

타율 낮다고 거들떠도 안보는 타자들 영입해서 싼 값에 대박 터트렸죠..

겨울호랑이 2017-07-28 15:47   좋아요 0 | URL
예전에 「머니볼」을 본 적이 있는데 곰곰발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이 담긴 것 같네요.. 세이버메트릭스인가..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ㅋㅋ

블랙겟타 2017-07-28 1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NC(콩씨..ㅜ)팬으로서 야구 관련 글은 추천입니다. 맞아요. 건강한 실패!가 중요한 법이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8 17:22   좋아요 0 | URL
엘지는 출루율도 낮은데 장타율도 낮습니다. 가까스 팀방어율로 버티고 있긴 한데...
이게, 방어율 무너지면 정말 대책없이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서 늘 조마조마합니다.
저야 뭐... 이제와서 야구 팀을 바꿔야 하겠습니까. 이래저래 엘지를 응원하긴 하는데..

사실 전 다저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블랙겟타 2017-07-28 17:33   좋아요 0 | URL
네. 저희도 뭐 .. 선발야구보단 불펜야구로 꾸역꾸역 2등하고 있네요..(2등이라는게 기적이지만요..)

다저스하니까 생각나는게 저희 외조부께서 몇년전에 다저스 경기를 즐겨 보시던게 생각나네요. 이름전부는 외우지 못하셨지만 번호로 많은 선수를 기억하셔서 당시 신기했던적이.. 생각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9 15:02   좋아요 0 | URL
오, 전 오히려 이름보다 번호라 선수를 기억하는게 더 신기하네요.. ^^
외조부 님 능력자이십니다..ㅎㅎ

마립간 2017-07-28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를 눌렀지만, 아랫 문장은 ‘좋아요‘에서 제외입니다.

안타를 친 타자 다음에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아웃을 당할 확률이 높아지고, 연속 안타를 친 타자-들 다음에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안타를 친 타자 다음에 들어서는 타자보다 아웃을 당할 확률은 더더욱 높아진다.

공을 친다는 것이 독립사건을, 또는 negative feedback이나 positive feedback을 보이는지 아리송하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9 13:58   좋아요 0 | URL
흠흠.. 제가 수학에는 영 젬병이라... 알기 쉽게 좀 설명해 주십시오.

blueyonder 2017-07-29 17:12   좋아요 0 | URL
사사구로 만루가 만들어졌건, 연속 안타로 만루가 만들어졌건 이것은 이미 일어난 사건입니다. 일어난 사건이 이제 새롭게 일어나려는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로 ‘독립 사건‘이라는 마립간 님의 말씀을 이해합니다.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선 타자가 앞의 상황에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그가 안타 칠 확률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타율입니다.
물론 4연속 안타 나올 확률이 한 번 안타 나올 확률보다 극히 작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3연속 안타가 나온 상황(일어나기 어렵지만 일어난 상황)에서 앞으로 안타가 나올 확률은 그냥 1안타 나올 확률(타율)과 동일하다고 생각됩니다.

마립간 2017-07-31 07:54   좋아요 0 | URL
독립 사건은 blueyonder 님이 설명하셨네요.

posive feedback ; 안타를 쳐서 기분이 좋거나, 안타를 쳤다는 것이 그날 컨디션 좋은 것을 뜻하다면 다음 타석의 안타 확률이 높겠죠.

negative feedback ; 안타를 치면서 집중력과 체력을 소모하였다면, 다음 타석의 안타 확률은 낮아지겠죠.

저는 곰곰발 님이 (위 글 속에서) negative feedback에 (숨겨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31 13:57   좋아요 0 | URL
두 분 보충 말씀 잘 들었습니다. 수학에 잼병이라 말뜻을 잘 몰랐는데 이젠 이해가 가네요.. ㅎㅎ


마립간 님의 말씀에 약간 덧대어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

야구는 뒤로 갈수록 투수보다는 타자에게 유리한 종목입니다. 야구는 그렇게 큰 체력적 소모는 없죠.
타자는 오히려 뒤로갈수록 공을 익숙하게 보이게 된다고 생각됩니다. 첫 번째 본 공보다는 세 번째 본 공이 익숙하듯이..
그래서 투수는 대부분 첫 번째 타자를 만날 때는 잘 던지다가 순 번이 2,3번 다시 마주하게 되면 난타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와같다면 2017-07-28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와 확률의 관계가 이리 매력적이다니!

예전에 류현진이 못사는 집 소년 가장처럼, 승을 기록하지 못하고 퀄리티 스타트 기록만 세우고 있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9 13:59   좋아요 1 | URL
류현진이 아마도 한국 야구에서 연속 퀄리티스타트 최다기록 보유자일걸요 아마...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26회 연속이었나 그랬죠.. 아닌가..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9 14:01   좋아요 1 | URL
29 경기 연속 qs였균요.. 한국 신기록이 아니라 세계 신기록이라네요..
 
문어의 영혼 - 경이로운 의식의 세계로 떠나는 희한한 탐험
사이 몽고메리 지음, 최로미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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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박근혜보다 문어


 

 

 


                                                                                                      그해, 나는 위대한 수작을 완수하기 위해서 날숨을 길게 내뱉은 후 들숨을 깊게 마셨다. 어찌나 깊게 들이마셨는지 들이마신 공기가 괄약근으로 빠져나갈 것만 같아서 순간 " 케겔 " 운동 요법으로 괄약근을 꽉 조여서 공기의 유실을 막아야 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계획도 아니었건만, 그때는 " 미션 임파서블 " 하지는 않지만 "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미션 파서블한 " 과제였다고 생각했다. 비디오 가게 문을 열고 공포영화만 모아둔 진열장 앞에 서서 공포 영화 비디오 세 개를 골랐다. 골랐다기보다는 진열된 순서대로 뽑았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해가 가기 전에 < 공포 영화 300편 보기 > 가 내가 세운 원대하고 위대한 수작이었다. 주중에는 일을 하느라 시간이 없으니 주로 주말에 몰아서 보았다. 남들은 찬란한 미래를 위해서 토익이다, 공무원 시험이다,

각종 자격증 공부 설계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어두컴컴한 영화를 보고 있었다. 졸라 재미 없는 공포 비디오'를 5,6편씩 몰아서 본다는 것은 말 그대로 헬 _ 이었다. 그런데 지옥 같은 상황도 참고 견디자 나중에는 지옥이 뭐가 나빠 _ 라고 반문할 정도로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애정을 가지고 공포 영화를 보기 시작하자 < 몬스터 > 와 < 프릭스 > 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도 내 취향은 " 길고, 흐느적거리며, 꿈틀거리는 것 " 이었다. 아나콘다와 같은 거대 뱀이 등장하는 영화는 물론이고, 거대 지렁이나 거대 거머리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 앞에서도 넋을 놓고 보게 되었다.

남들이 그토록 형편없다고 욕을 했던 << 디워 >> 조차 내 눈에는 친근하게 다가왔다. 머, 머머머멋지다 이무기 ! 그중에서도 최고의 몬스터는 문어-괴물'이었다. 거대한 아나콘다 한 마리만 나와도 열광했던 나에게 아나콘다 여덟 마리(문어는 다리가 여덟 개다)가 한몸으로 구성된 문어-괴물은 슈퍼스타'였다. 그것은 마치 연기파 배우 여덟 명이 한 영화에 출연할 꼴이었다. 사랑하,      지 않을 수 없었다. " 올드 old " 한 외양과 " 오드 odd " 한 서정을 좋아했던 나는 넋을 놓고 보곤 했다. 심지어 인간과 문어가 싸우면 항상 문어를 응원하곤 했다. 옥토퍼스, 가시는 길에 영광 있으라 !

실제로도 문어는 매우 매력적인 생명체'다. 머릿속에는 위장이 달렸고, 발에는 생식기가 달렸으며, 피는 파랗고 심장은 무려 세 개나 된다. 그리고 멸치조차 뼈대 있는 가문이라며 으스대는 시대에 문어는 뼈 없는 동물이다. 멸치가 문어에게 족보 없는 놈이라고 조롱한다면 문어는 멸치에게 심장이 하나 밖에 없는 놈이라고 맞받아치면 된다. 또한 몸통보다 대갈통이 큰 대두이나, 압도적으로 큰 대두(大頭)에 비해 다리가 시원스럽게 쭉 뻗었으니..... 이런 등신은 해석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문어는 카멜레온처럼 변신이 가능하다. 문어는 변장술이 뛰어나서 시시때때로 얼굴을 바꾼다.

바위에 붙으면 바위 색으로 변하고 산호 옆에서는 산호처럼 보일 정도로 감쪽같다. 놀라운 것은 피부 색깔뿐만 아니라 피부 감촉이나 질감마저 변화시킨다. 또한 문어는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보다 지능이 높다. 만약에 당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을 향해 하는 짓이 사람과 똑같다 _ 며 칭찬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면, 문어가 사람보다 한수 위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처럼 문어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odd이다. 기네스 팰트로는 문어는 음식이 되기에는 너무 똑똑하다 _ 면서 문어 요리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생각해 보라. 너무 똑똑해서 하는 짓이 사람과 같은 짐승을 먹는다는 것을 말이다.

실제로 문어는 사람보다 뇌에 뉴런이 더 많다고 한다. 어쩌면 문어는 박근혜보다 더 많은 뉴런으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시름하는 짐승일지도 모른다. 나는 기네스 펠트로의 말을 지지한다. 문어는 음식이 되기에는 너무 똑똑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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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7-27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포영화.. 저는 공포영화를 보는거는 하나도 불편하지 않는데, 억울한 영화는 힘들어서 도저히 못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7 14:5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공포영화가 불편하지는 않는데 오히려 고발 다큐를 볼 때가 더 불편한 적이 많습니다..

얄라알라 2017-07-27 0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제목보다 리뷰의 제목이 더 강렬합니다. ^^ 읽고나니 리뷰 제목의 뜻이 이해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7 14:53   좋아요 0 | URL
내기 걸면 이길 확률이 높으니 얄라 님도 문어에게 내기를 거십시오. 이 힘든 세월에 500원이 어디입니까.
제가 보기엔 박은 지능이 낮습니다.

2017-07-27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7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베짱이를 위한 변명





                                                                                                        대한민국 현대사는 " 압축 성장 " 이 만들어 놓은 결과'다. 그것은 VCR 2배속 기능의 빨리감기 버튼과 비슷해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남들처럼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놀았다면 놀라운 " 한강의 기적 " 은커녕 그녕저녕 " 한가한 기적 " 쯤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20세기 다보탑은 남들 일할 때 일하는 것은 물론이요, 남들 놀 때도 일해서 쌓을 수 있는 금자탑이다.  이 금자탑을 쌓아올린 주역이 바로 눈보라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 부두 서사의 주인공으로 유신 세대(52 ~ 6 0)와 산업화 세대(61 ~ ) 가 주축이 되었다. 그들은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놀 때도 일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세대'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저개발국의 잔재여서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려는 현실과는 맞지 않는 노동 환경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저개발의 향수를 버리지 못한 채 과잉 노동 신화가 병리적 증후였다는 사실을 쉽게 수긍하지 못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때는 옳고 지금은 틀리다 _ 라고 말하는 세대와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옳다 _ 고 말하는 세대가 충돌하고 있다(나는 어느 쪽도 아니다. 굳이 커밍아웃하자면 : 그때는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 여기에 덧대어 보다 솔직하게 나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고백하자면 그때는 틀리고 지금도 틀리지만 앞으로도 틀릴걸 ?! ).      대한민국 영토 전체가 박정희의 나와바리'가 되었을 때,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 노동자 > 라는 단어를 < 근로자 > 로 창씨개명하는 일이었다.

그는 1963년 4월 17일 <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 > 을 제정하면서 이날을 ‘근로자의 날’로 변경한다. 왜, 박정희는 노동자를 근로자라는 단어로 교체하는 언어 정화 운동에 앞장섰을까 ? 나랏 말쌈이 듕국과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했던가 ?  노동자와 근로자의 차이를 알게 되면,  당신은 각하의 꼼꼼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우리 각하, 꼼꼼혀 !   근로자는 노동자라는 단어 앞에 한자 勤(부지런할 근)이 머리에 붙은 단어이다. 단어 구성에 있어서 앞머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 Ladies and gentlemen ~ " 를 번역할 때  

" 숙녀 신사 여러분 ~ " 이 아니라 " 신사 숙녀 여러분 ~ " 으로 번역되는 이유는 대한민국 사회가 젖보다는 좆을 강조하는 남근 선망 사회라는 데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가능하다. < 연놈 1) > 이란 단어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 반론은 오히려 내 주장을 공고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예리한 지적이 아니다. 이 단어에서 놈보다 년이 유리천장 (Glass Ceiling)을 뚫고 앞머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단어가 욕설이기에 가능했다. 한국어에서 좋은 것(중요한 것)은 좆이 우선하지만 나쁜 것은 젖이 우선한다. < 근로 勤勞 > 라는 단어 구성에서 勤은 勞보다 중요하다.

그러니까 꼼꼼한 각하가 보시기에 " 勞 : 일하다 " 만 가지고는 성에 차지 않는다. 강철군화로 한반도를 짓밟은, 대한민국을 자신의 나와바리라고 선포하며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나야 _ 라고 선포하신 각하는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야 비로소 만족하신다. 여기서 방점은 열 ! 심 ! 히 !   그러다 보니, 노동법 준수를 주장하며 " 나인-투-파이브 " 를 외치는 근로자는 근로자가 아니라 놀고먹는 베짱이 취급받기 일쑤다. 유신세대와 산업화세대가 저개발의 향수에 젖어서 태극기를 흔들 때, 그 자식들은 유다세대3)로 전락하게 된다. nine - to - nine12시간 넘게 일하지만 이것저것 떼고 나면 월급명세서에 찍히는 것은 99만 원이 전부다.

세월은 변했지만 메이데이는 지금도 근로자의 날'로 불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노동자는 없고 근로자만 있는 나라다.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 개미와 베짱이 >> 이야기는 근로자와 노동자를 다룬다.  우선, 제목만 봐도 " 순서와 배치의 정치학 " 을 엿볼 수 있다. 순열의 정치학에서 앞머리는 항상 지배계급을 대표한다.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반복하자면 좋은 것은 좆(주류)이 우선하고 나쁜 것은 젖(비주류)이 우선한다. 개미는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놀 때도 일하는 근로자에 대한 은유이고, 베짱이는 놀 때는 놀 줄 아는 노동자에 대한 은유이다. 이 이야기에서 근로는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노동은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놀이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다. "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4) " 는 하위징아의 주장은 새겨들을 만하다. 노래하는 베짱이는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이지 빌어먹을 거지'가 아니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에서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_ 는 교훈을 얻겠지만 이 교훈을 맹신한다면 당신은 유다처럼 예수를 배신하는 배덕자 신세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 예수는 근로자보다는 노동자에 가까웠고, 노동보다는 휴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강조한 성인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교훈이 자본가의 논리라면 유한 계급에 속하는 그들은 모두 굶어죽어야 한다.

생산 활동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소유한 재화'만으로 먹고 사는 계층이니깐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유한계급에게 밥숟가락 내려놓으라고 협박하는 이는 없다. 한여름에 그늘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생산하는 베짱이를 향해 밥숟가락 내려놓으라고 비난할 수 있다면, 같은 이유로 한여름에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는 유한계급에게도 같은 논리로 비난해야 한다. 하여, 나는 이렇게 말하련다.  노래하는 베짱이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부른 적 있었느냐. 











​                                                      


1) 계집과 사내를 함께 낮잡아 이르는 말

2) 勤 : 부지런히 일하다, 근무하다, 힘쓰다, 위로하다, 근심하다, 걱정하다, 괴롭다

3)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소비 활동을 유니클로와 다이소에 한정하는 세대

4) 호모루덴스, 하위징가 책머리 소개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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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이솝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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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베짱이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 전야에 골든 라즈베리 영화제 시상식이 열린다. 전자가 그해 " 최고의 영화 " 를 선정하는 영화제라면 후자는 그해 " 최악의 영화 " 를 선정하는 영화제'다.

만약에 문학 분야'에도 " 황금산딸기 " 시상식이 생겨서 최악의 고전 문학을 뽑아야 한다면 이 불명예를 뒤집어쓸 불후의 명작은 무엇이 될까 ?  문학적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의 문학 작품이 선정되겠지만, 내 악취미를 고려하자면 셰익스피어의 << 베니스의 상인 >> 과 더불어 << 이솝 우화 >> 를 뽑겠다.   이솝우화는 이솝이라는 흑인 노예가 주인에게 바치는 그리스판 " 용비어천가 문학 " 이다. 주인의 성은에 보답하고 매사에 감사하며 정직하게 살자고 가르치니, 이를 어여삐여긴 주인이 이솝을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매문 문학의 고전'이라고 하는 쪽이 합당할 듯하다.

누군가는 < 개미와 베짱이 > 이야기'에서     :    노래하는 베짱이가 유한 계급에 속하기에 이솝이 노동을 예찬하고 유한 계급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고 말할지도 모르나,  자세히 뜯어보면 베짱이는 딴따라이기는 하나 평일에 비행기 타고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는 유한 계급(有閑階級)은 아니다. 유한계급이 " 생산 활동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소유한 재산만으로 소비가 가능한 계층 " 이라고 가정한다면  노래하는 베짱이'는 매사에 낙천적이며 흥 많고 끼 많은, 가난한 딴따라 노동자 계층에 불과하다. 한여름에 일하지 않았다고 한겨울에 굶어죽을 걱정을 하는 유한계급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그러니까 < 개미와 베짱이 > 는 일은 하지 않고 거드름이나 피우는 " 부자의 게으름 " 을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꾼 주제에 놀기만 좋아하는 무한계급無恨階級을 조롱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솝은 " 노래하는 베짱이 " 를 " 문화 생산자로서의 예술 노동자 " 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솝은 공장 노동자(일개미)의 근로(勤勞 : 근로는 부지런히 움직이다에 방점이 찍힌 단어이다)는 예찬하지만 예술 공연자(베짱이)의 유희적 노동(勞動 : 노동은 단순히 일하다에 방점이 찍힌 단어이다)은 인정하지 않는다. 근로 행위는 예찬하면서 노동 행위는 경시하는 태도는 악덕 고용주 마인드와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 근로자 > 라는 단어가 " 근 + 로(노)동자 " 의 조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단어는 노동자에게 노동의 기본은 물론이요, 덧대어 근(勤 : 부지런할 근)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싸장님 마인드이다. 이솝의 << 개미와 베짱이 >> 는 바로 노동 천시 근로 예찬 서사'에 가깝다. 박근혜는 부지런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  _  라며 무식을 뽐냈지만, 슬퍼할 시간도 없을 만큼 노동 강도가 쎈 사회보다는 차라리 슬퍼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애도 기간을 보장하는) 사회가 보다 더 건강한 사회'라는 점은 두말없다.  < 노동자의 날 > 이 < 근로자의 날 > 로 변경된 때가 1963년 박정희 군사 정권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왕벌인 박근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일벌은 말 잘 듣는, 바빠서 슬퍼할 시간도 없는 벌꿀'이다. 어쩌면 503호는 가막소에서 이솝우화를 읽으며 와신상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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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7-07-22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마이갓. 저는 왜 단 한번도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보고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까요. 베짱이는 부자가 아닌데 말입니다. 후라이팬으로 뒷통수를 한대 맞은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3 11:42   좋아요 0 | URL
이솝우화를 좀 삐딱하게 읽으면 친기득권을 옹호하는... 그러니 주인이 이솝 노예를 해방시켰지 않았스겠습니까..

cyrus 2017-07-23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이라는 소재로 이솝 우화를 재해석한 글이 참신하고 좋습니다. 모 알라디너의 명대사를 인용하자면 ‘이달의 마이리뷰로 선정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4 10:47   좋아요 0 | URL
좋아요가 12개 밖에 안되서 글렀습니다..

2017-07-24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4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7-07-2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로와 노동의 의미가 헷갈렸었는데 곰발님 덕에 학씨리 접수하게 되었어요.
노동은 자발적이라 아름답지만, 근로는 강요된 이데올로기라 추접한 꼼수로 느껴지네요.
역시 곰발님...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8 13:33   좋아요 0 | URL
노동자 앞에 근‘자가 붙은 꼴이죠. 그냥 노동하면 성에 안 차니까 근을 붙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