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하는 인간,  호모픽투스  :








지옥은 인간 친화적이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은 무엇일까요 ?  한때는 " 웃음 ㅡ " 이야말로 인간 고유의 특징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습니다만 최근에는 동물들도 웃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호모루덴스, " 놀이 ㅡ " 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동물들도 놀이를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정은 " 스토리텔링 ㅡ " 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야기하는 인간, 호모픽투스(Homo fictus)입니다. 앵무새는 인간의 말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이야기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만이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인간은 잠을 잘 때에도 이야기(꿈)를 만드는 스토리텔링 중독자입니다. 스토리텔링의 궁극이 바로 문학이죠.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시나요 ?   저는 지옥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그 지옥이 아니라 " 지옥 같은 삶 ㅡ " 을 다룬 이야기를 좋아하죠. 


지옥 같은 삶을 살던 주인공이 악전고투 끝에 지옥을 벗어나는 이야기야말로 심금을 울립니다. 문예 창작과 교수이자 단편소설 작가이기도 한 찰스 벡스터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지옥은 인간 친화적이다 ! " 동의하시나요 ? 저는 100% 동의합니다. << 홍길동전 >> 이나 << 춘향전 >> 도 사실은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입니다. < 홍길동전 > 은 홍길동이 호부호형을 허락하지 않는 삶을 벗어나는 이야기이고 < 춘향전 > 은 춘향이 변 사또의 수청을 들어야 하는 삶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죠. 사람들이 지옥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파란만장하기 때문입니다. 


천국에서는 파란만장은 불가능하죠. 사건과 사고가 없는 곳이 천국인데 이곳에서 어찌 파란만장하며 쓰빽따끌한 인생 이야기가 펼쳐지겠습니까.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스토리텔링의 99.9999999%가 바로 과정입니다. 과정은 이야기의 핵심이죠. 스토리텔링은 비단 문학에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인간에게도 스토리텔링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이 파란만장할수록 흥미를 끌죠. 그 사람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제가 노무현과 노회찬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파란만장도 없고 우여곡절도 없는 인생 이야기는 재미가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매력도 없고 재미도 없죠. 예를 들어볼까요 ? 다음과 같은 줄거리를 가진 소설이 있다고 칩시다. 그는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한 그는 중학교 때도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한 그는 중학교 때도 공부를 잘했는데 고등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한 그는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는데 고등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공부를 잘했다. 여러분은 여기까지 읽고 나면 이런 소리를 하실 겁니다. " 작가 새끼, 장난 지금 나랑 하냐 ? " 


윤석열의 스토리텔링이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이 재미없는 스토리텔링에 덧대어 사법 고시 낙방 9수 이야기가 펼쳐지면 나자빠집니다. 그는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한 그는 중학교 때도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한 그는 중학교 때도 공부를 잘했는데 고등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한 그는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는데 고등학교에서도 공부를 잘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주 120시간 열공해서 사법 고시에 도전했다 낙방한 후 다시 도전했으나 낙방한 후 다시 도전했으나 낙방한 후 다...... 


재미있나요 ?   이것이 바로 윤석열이 살아온 스토리텔링입니다.   정치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사실, 윤석열의 스토리텔링보다는 김건희의 스토리텔링이 흥미진진합니다. 문제는 " 김건희 " 라는 제목의 소설 장르가 피카레스크( : 악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문학 양식) 라는 점입니다.  크아, 어쩔어쩔 ~    저는 요즘 윤석열이라는 이름의 드라마에 푹 빠졌습니다.  그에게는 지금의 대선 행보야말로 지옥 같은 삶일 겁니다.  그동안 사쁜히 즈려밟고 다니던 꽃밭이 어느새 똥밭이 되었거든요.  피한다고 피하긴 하는데 피할 때마다 똥을 밟네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윤석열 스토리텔링의 화룡점정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저는 쇼파에 앉아 팝콘을 먹으며 티븨를 봅니다. 멧돼지는 시력이 좋지 않고 겁을 먹으면 도망치기보다는 공격하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  그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시간을 쪼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납니다. 일단, 들이대고 보는 것이죠. 저는 그의 공격적 행보를 보면서 그가 지금 겁을 먹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봇대를 나무로 착각하고 돌진하는 멧돼지를 보면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하고 돌진하는 돈키호테가 떠오릅니다. 냐하하하하하하하. 미췌버리겠네요. 하여튼 재미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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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8-05 04: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어요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21-08-05 12:35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ㅋㅋㅋㅋ
 
코메디의 왕 - 할인행사
마틴 스콜세지 감독, 로버트 드니로 (Robert De Niro)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전 하 ,   체 통 을   Yuji  하  옵  소  서   :




코미디의 왕




윤석열이 정치 중립 위반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대권 도전 선언을 했을 때 그 동기가 자못 궁금했다. 의외였다. 그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두고만 볼 수는 없어서 정치를 하기로 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 우리 석열 씨는 평소에 환경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구나. 호호호 " 그랬던 그가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자리에서 " 탄소중심 " 이라는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다. 일편단심은 들어봤어도 탄소중심은 처음이라 당황했다. 마이, 다다다다다다다당황했쎄여 ~


환경 문제에 대하여 관심이 없던 이라면 모르고 지나갔을 일일 테지만 환경과 관련된 기사 한 줄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 탄소 중심 > 이 < 탄소 중립 > 의 오타라는 사실을 대번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상왕 윤석열과 내시들은 이 오류에 대하여 알지 못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  상왕과 똘마니들은 환경 문제에 대해서 좆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음악 중심이라고 했다면 최소한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힙하다는 소리는 들었을 것이다(그의 애칭이 엉덩이 총장이 아니던가 !). 심지어,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출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대꾸했다. 


여기에 안철수는 윤석열에게 원전 전문가 같다는 칭찬을 쏟아냈고, 윤석열은 태산 같은 안철수 옹 앞에서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잡놈일 뿐이라며 자신을 낮추어 화답했다. 방심한 사이, 번데기가 된 안철수.  두 사람은 대동단결하여 사악한 탈원전 정책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신 안철수가 그 자리에 참석했다면 탄소 중심 대신 탄소 중도'라는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을 것이다. 그는 극중주의자이니까. 두 사람의 오고가는 말풍선을 듣고 있노라니 문득 영화 << 덤엔더머 >> 가 생각났다.  난감한 일이다. 누가 더 " 모지리 ㅡ " 인가를 두고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결론은 둘 다 왜가리 새끼인 것으로 판명.  모지리의 주장대로 원자력 에너지가 친환경 저비용 고효율 에너지'라면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원자력 발전소를 유치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을 것이다.  이런 인간이 구국의 영웅으로 추대되는 것을 보면 별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아스트랄하다.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코미디의 왕이다. 탄소 중심으로 개그계의 새로운 " 지평선 ㅡ " 을 열었던 윤석열은 여전히 개그 욕심이 너무 많은 모양이다. 하지만 윤석열의 쌍팔련도 개그 감각에 도리도리 쳤던 참모진들은 아마도 밤마다 상왕에게 이렇게 읍소하지 않을까 ? 


전하 !  동촉하여 주시옵소서. 시발, 체통을 Yuji 하옵소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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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7-09 1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러니 개콘이 폐지된 것이죠. 우리나라 개그맨,개그우먼들 분발해야 합니다. 진심!

곰곰생각하는발 2021-07-09 14:10   좋아요 2 | URL
개그맨들이 상황극 위주의 코미디에서 탈피하여 실천 콩트로 새 지평선을 열어야 할 텐데...

레삭매냐 2021-07-09 1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로버트 드니로가
리즈 시절에 찍은 <코미디의 왕>
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영화
랍니다.

두 개그 콤비의 활동이 앞으로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 대환장 파뤼
캄온!

곰곰생각하는발 2021-07-09 14:11   좋아요 3 | URL
스콜세지 영화치고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죠. 그런데 상당히 좋아요. 영화가... 은근히 중독성 있는 영화이고.... 드니로의 영화도 정말 기똥찼습니다. 좋은 영화예요.
 












김규항에 대하여 1






피해자는 용서보다는 복수를 원합니다. 반면에 가해자는 복수보다는 용서를 원합니다. 비지니스 프랜들리한 용어로 표현하자면 소비자의 니즈 " 가 서로 다른 겁니다. 그렇다면 피해자도 아니고 가해자도 아닌 관객(혹은 독자)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요 ? 당연히 피해자 손을 들어줘야 합니다.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복수보다는 용서가 상위 개념'입니다. 그래서 종교 영화는 주제가 대부분 " 용서 " 이기에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합니다. 


신도여, 용서하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옵니다아. 할렐루야. 아멘.  옛 속담에도 때린 놈은 모로 자고 맞은 놈은 편히 잔다고 하죠 ?  정말 그럴까요. 오히려 맞은 놈은 분해서 잠 못 이루고 때린 놈은 발 뻗고 자는 것 아닐까요 ? 옛날에는 신분제 사회였습니다. 신분은 불변입니다. 주로 신분 높은 놈이 신분 낮은 놈을 때렸습니다. 복수의 기회따윈 없는 겁니다. 맞을 짓을 해서 맞으면 억울하지는 않죠.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조낸 맞는 겁니다. 그 시대는 맞짱이 불가능한 사회였죠. 그러다 보니 약자에게는 자기 위로의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때린 놈은 모로 자고 맞은 놈은 편히 잔다는 속담은 바로 자기 위로의 기술이 반영된 것이죠. 그래야 억울해서 분통이 터지는 2차 피해는 막을 수가 있었던 겁니다. 기독교에서 용서하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는 주장도 이와 비슷합니다. 일종의 방어 기제인 셈입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해서 가해자가 지옥에 빠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피해자의 용서로 인하여 가해자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서사는 인간을 지나치게 순수한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악인을 과소 평가하는 것입니다. 한 번 개새끼는 끝까지 개새끼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3자가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용서하라고 말하는 이를 보면 시속 167km의 속도로 등짝 스매싱 열 대를 날리고 싶습니다. 며칠 전, 중앙일보 [ 중앙시평 ] 에 실린 김규항의 << 콤플렉스 민족주의와 역사 청산 >> 란 글을 읽고 나서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한때 안티조선일보 운동에 앞장섰던 b급 좌파 김규항이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그가 중앙일보에 칼럼을 연재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라고, 일베의 극우 논리를 그대로 베껴 쓰고 있다는 사실에 세 번 놀랐습니다. 칼럼의 시작은 << 백범일지 >> 를 읽고 나서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김구는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나는 그렇지 않은 축에 속하는데, 오래전 『백범일지』를 처음 읽으며 받은 충격 때문인 것 같다. 감옥살이의 고통스러움을 한껏 토로하며 그는 적는다. “아내가 나이 젊으니 몸을 팔아서라도 맛있는 음식을 들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도 난다.”

[중앙시평] 콤플렉스 민족주의와 역사 청산



글을 읽다 보면 김구 선생은 마치 매춘부의 피를 빨아먹는 기둥서방 같은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가 이 책을 읽지 않고 일베의 주장을 그대로 베껴쓰기 했거나 아니면 휘뚜루마뚜루 읽었을 것이라 추정합니다. 하지만 인용한 문장이 나오는 전체 맥락을 살펴보면 다른 내용입니다. 내 기억으로는 김구는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한 고문으로 인하여 육체와 정신이 무너지자 정상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고백한 내용입니다(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정확한 진술은 아닙니다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굶다 보면 사람도 잡아먹습니다. 그렇다면 김규항은 왜 이 문장만 짜집기해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일까요 ? 


그는 이 칼럼에서 김구와 같은 아버지 남성 세대들이 일본에 딸을 팔아서 굶주린 배를 채웠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입니다. 항일 독립 투쟁의 상징적 인물을 폄훼하고 일본군 위안부는 일본의 강제 동원이 아니라 한국인의 자발적 참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고도의 기교입니다. 위안부 피해자는 한순간에 자발적 매춘부가 됩니다. 사실 왜곡으로 시작한 글은 억지 논리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일본 지배계급(제국주의 세력)과 조선 민중 사이에서 일이었다. 대다수 일본 민중 역시 전쟁에 동원되고 착취당하는 피해자였으며, 조선의 지배계급은 일본 지배계급과 공조하며 안락을 유지했다.
 

[중앙시평] 콤플렉스 민족주의와 역사 청산


그는 전쟁 범죄를 일으킨 일본인 전체를 가해자라고 규정하면 안된다고 말합니다. 소수의 가해자가 있을 뿐 대다수 일본인도 전쟁 피해자'라고 주장합니다. 전쟁에 동원되어 전쟁 범죄를 일으킨 일본 민중은 일본 지배계급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나치에 부역해서 처벌을 받은 수많은 독일인들도 피해자란 공식이 성립됩니다. 그들도 독일 지배계급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니 말이죠. 하지만 그는 20년 넘게 글을 쓰면서 나치 부역자를 피해자라고 주장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일로독불, 일본 국민이 하면 로맨스이고 독일 국민이 하면 불륜인가요 ? 


피해자와 가해자의 서사 중에서 가장 악질적인 서사는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것입니다. 가해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이야기보다 더 악질적인 방식이죠. 김규항의 이 칼럼은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킨 전형적인 곡학아세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순간, 위안부 피해자는 복수는커녕 그 알량한 용서(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을 당한 꼴이 되었습니다. 이 막장의 끝은 이렇게 끝납니다. 


민족은 실재하며 무시될 수 없다. 그러나 보편성을 잃은 민족주의는 언제나 예외 없이 악용된다. 콤플렉스 민족주의가 만연할 때, 지워지는 건 민족 내의 계급 현실이다. 그리고 계급 현실의 보편성에 기반을 둔 인류애다. 평범한 한국 노동자의 친구는 동족 이재용인가, 평범한 일본 노동자인가. 콤플렉스 민족주의를 벗고 보편적 인류애를 가진 개인들로 설 때도 되었다. 오늘 한국 시민은 당연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그렇게 살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그게 진정한 역사 청산이며 회복이다.


[중앙시평] 콤플렉스 민족주의와 역사 청산



그가 이 칼럼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 피해자와 일본 피해자의 피해자 연대'입니다. 일본 위안부 문제과 역사관에 대해 서술하던 그는 느닷없이 노동자'라는 이름을 거론합니다. 그리고는 보편적 인류애를 들먹이며 노동자 연대 (계급투표)를 역설합니다. 피해자라는 단어가 노동자로 바뀌었으니 노동자 연대는 곧 피해자 연대죠. 위안부도 피해자이고 일본 지배 계급에 의해 군에 동원된 일본군도 피해자이니 위안부와 일본군은 동지적 관계가 됩니다. 전쟁 범죄를 보편적 인류애로 전환하는 이 창발적 문장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칼럼을 읽고 육두문자를 남발하고 싶지만 참겠습니다. 그래요, 우리 김규항 씨, 팔뚝 참..... 굵어요, 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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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면 지치고 지치면 변절한다  :











김규항에 대하여 2






주먹 대신 입으로 싸우고 행동 대신 말로 먹고 사는 것이 정치인이라지만 정치인의 말은 믿을 것이 못 됩니다. 진심이 없다 보니 감동이 없고 변심이 들끓다 보니 통찰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 속에 오래 남는 정치인의 말은 이해찬이 한 말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죠. " 거창하면 지치고, 지치면 변절한다 ! "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가장 오른쪽이거나 가장 왼쪽에 있는 사람일수록 대의명분이 거창한 법입니다. 나보다는 우리, 우리보다는 집단, 집단보다는 국가, 국가보다는 세계에 집착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거시적 담론입니다. 거시적 담론의 끝판왕은 독수리 5형제입니다. 그들은 우주의 평화를 위해 싸우죠.  세계 평화도 아니고 우주 평화라...... 후훗.  저는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대만 감독 차이 밍량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인류의 먼 미래를 걱정하는 영화는 나쁜 영화이고, 나의 내일을 걱정하는 영화는 좋은 영화다 ! " 


입만 열었다 하면 자유, 국가, 미래, 평화를 남발하는 인간치고 좋은 놈 못 봤습니다. 김규항은 자신을 가장 아래 그리고 가장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지정학적 위치로 보자면 좌파 중에서도 가장 왼쪽인 셈이죠. 그는 자신이 비주류 강성 좌파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스스로 b급 좌파'라고 합니다. 그런데..... 참, 신기합니다. 예수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그는 최하층 민중 노동자를 대변한다면서도 그가 쏟아낸 글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부르주아 살롱 언어였습니다. 배운 자가 아니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였죠. 그는 누구보다도 거시적 담론에 집착하는 논객이었습니다. 


그를 새롭게 보기 시작한 계기는 2002년에 발생한 페미니즘 논쟁이었죠.  이 논쟁의 시작은 김규항이 < 씨네21 > 에 쓴 << 그 페미니즘 >> 이라는 글이었습니다(김규항을 둘러싼 페미니즘 논쟁은 아래 링크를 걸어두었습니다).  그는 이 글에서 페미니스트 최보은을 공격하면서 페미니즘을 " 중산층 인텔리 여성의 지적 놀이(터) " 로 치부했습니다. 일종의 티타임 살롱 페미니즘이라고나 할까요 ?  그는 주류 페미니즘이 하층 여성 노동자를 배제했다면서 그들의 페미니즘은 기만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최보은을 공격하면서 지적했던 중산층 인텔리의 지적 유희'라는 말은 사실일까요 ?  그렇지 않습니다. 최보은은 김규항의 글에 대한 답글을 쓰면서 자신은 농부의 아내로써 겨우 월급 60만 원 받고 육아와 살림 모두를 책임지는 가난한 여성 노동자일 뿐 아니라 매 맞는 아내였다고 김규항을 직격했습니다. 김규항이 공격한 중산층 인텔리 여성의 주류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것이죠. 그는 가족사까지 공개한 최보은에게 사과를 했을까요 ?  무엇보다도 제가 그의 글에서 주목한 것은 그가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싸지른 거시적 언어들이었습니다. 


한겨레 토론마당의 어느 독자는 그의 거시적 언어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지평, 조망, 겸손, 연대, 보편, 인간, 해방, 좋은 단어는 많이 적어놓았으나, 이 문장이 뭘 가리키는 지는 흐릿합니다 " 매우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글의 주장이 궤변일수록 추상적 단어를 남발하게 됩니다. 한국의 주류 페미니즘이 하층 여성 노동자의 권익을 배제시켰다면서 두 눈 부릅뜨고 화를 냈던 김규항은 세월이 흘러흘러흘러흘러 중앙일보에 주기적으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는 << 콤플렉스 민족주의와 역사 청산 >> 이라는 칼럼을 통해서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로서 일본군과는 동지적 관계에 있었다고 공격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여성이야말로 가난한 기층민중를 대표하는 피해 여성 노동자인데 말입니다. 김규항 페미니즘 논란 그 후의 언행이 궁금하여 찾아보니 그는 이런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 윤석열에 대해서는 그 연배의 아재 중에서는 드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준석의 당선은 한국 보수 세력이 70년 이상 유지해 온 반공주의가 시효를 다했음을 상징한다 ! " 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의 점령군(미군) 발언에 대하여 이준석은 색깔론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당신이 말하는 반공주의와의 빠이빠이인가요 ?  맨밑바닥에서 가장 왼쪽이라고 스스로를 명명했던 그가 이제는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을 지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스스로 강성 진보라고 자부하던 그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준석을 진보라고 말하는 그 용기가 가상합니다. 불후불흑/不厚不黑 이라고 하죠. 얼굴은 두껍고 마음은 검다. 변심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변신이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문학적이어서 저는 그의 코페루니쿠스적 전환을 변태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49%의 진담과 51%의 농담을 섞어서 당신의 위안을 걱정합니다. 잘 먹고 잘 사세요, 벽에 똥칠할 때까지. 건투를 빕니다. 





▷ 김규항, 페미니즘 


▷ 콤플렉스 민족주의와 역사 청산









​                               


■  덧대기




김규항은 중앙일보 칼럼 < 중앙시평 : 콤플렉스 민족주의와 역사 청산 > 이라는 글에서 콤플렉스 민족주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콤플렉스 민족주의는 한국 남성 특유의 가부장적 피해의식과 관련이 있다. 일본에서 역사 관련 발언이라도 나오면 다짜고짜 발끈하기부터 하는, 일본과 스포츠 경기를 ‘전쟁’(대일전)으로 규정하며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피해의식 말이다. "  여기서 그가 말하는 대표적 스포츠 경기는 축구일 겁니다. 그는 한국 대중이 콤플렉스 민족주의에 함몰되어서 정치적 / 역사적 맥락으로 스포츠를 이용한다고 비판을 합니다. 그런데 그는 2002 한일 월드컵이 한창일 때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 꿈도 희망도 없는 고단한 일상에 찌들 대로 찌든 사람들이 제 나라 축구팀이 세계 16강 진출이라는 목표치를 두 번이나 경신했다고 너도나도 광장으로 뛰쳐나오는 일이야 너무나 당연하지 거기에 무슨 의식성이 있고 혁명이 있다는 겁니까(2002.07.18 씨네21) " 그가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스포츠는 단순한 오락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경기 결과를 두고 스포츠를 정치적/역사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지적입니다. 정반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저는 그가 썼던 문장으로 그가 쓴 문장을 반박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봐요, 김규항 씨 ! 그냥 한일전을 두고 거기에 무슨 의식성이 있고 혁명이 있고 콤플렉스 민족주의가 있다는 겁니까 ? 그냥 축구는 축구예요. 한갓, 오락거리를 두고 질척질척대지 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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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1-07-06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란 카피가 생각나요~ -.-;;

곰곰생각하는발 2021-07-06 21:28   좋아요 0 | URL
그러면 사랑이랑 양심은 같은말이네요. 양심도 움직이는 거니...

다다 2021-07-06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곰곰생각하는발 님 너무 하셨어요. 님 글만 읽으면 김규항씨가 윤석열 지지 선언이라도 한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요. 제가 좀 찾아봤어요. 그냥 나는 김규항이 싫다 한 문장이면 족할 것을요. 아무리 싫어도 그렇지 사실이 아닌 걸 왜곡해서 사람을 매도 할 필요는 없잖아요.

0.
곰곰님 : 그는 << 콤플렉스 민족주의와 역사 청산 >> 이라는 칼럼을 통해서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로서 일본군과는 동지적 관계에 있었다고 공격합니다.

김규항의 글 : ˝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를 민족의 성녀라 추켜올리거나 자발적 매춘여성이라 깎아내리는 일도 그렇다. 위안부의 가장 주요한 정체성은 빈곤과 여성이다. 부유한 위안부도, 남성 위안부도 없다. 위안부는 ‘가난한 집 딸들’이었다. 딸을 파는 가난한 아버지들이 많았다. 김구의 말에서도 비치듯,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매매를 중계하는 조선인 업자들도 많았다.

팔려가는 딸들의 역사는 일본군 위안부로 끝나지 않았다. 해방 후 미군 위안부와 전쟁에서 한국군 위안부의 역사로 이어진다. 연구자들은 한국 정부가 미군 위안부와 한국군 위안부를 매우 적극 관리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팔려가는 딸들, 여성 인신매매는 그 후로도 매춘 산업의 주요한 공급 방식이 된다.˝ [중앙시평] 콤플렉스 민족주의와 역사 청산

다다: 이 글 어디에 자발적 매춘부를 긍정하며 동지적 관계라고 서술했으며 위안부를 공격하는 내용이 나오는가요?

1.
소위 김규항-최보은 논쟁은요. 최보은씨가 지자체 선거와 대선을 쌍으로 맞은 정치적 시점에서 여성정치가 아예 의제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주시하다가, ‘박근혜를 여성의 눈으로 보자’, ‘여성이 여성을 찍자’는 주장을 먼저 했었고, 이에 김규항씨는 여성주의의 특정한 경향˝ 90년대 이후 주류 여성운동의 분위기가 중산층 인텔리 여성 중심의 탈계급적 운동의 성격을 보인다˝을 비판하면서 한 예로 최보은의 박근혜 연대론을 들었지요. 그 이후 최보은씨가 그 비판을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규정하고 반박글을 쓰며 자신의 사적인 부분을 서술했죠. 그 이후 페미니스트 저널<IF>의 이숙인씨와 남성 페미니스트인 권혁범 교수, 여성주의 저널<일다> 편집장 조이여울씨 등등이 논쟁에 참여하면서 김규항씨 글에 대한 여러 반론이 나왔구요. 이게 논쟁의 흐름인데, 이건 누가 누구에게 사과하고 말고의 문제라기보다 의견의 차이인거죠.


2.
곰곰님 : 맨밑바닥에서 가장 왼쪽이라고 스스로를 명명했던 그가 이제는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을 지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스스로 강성 진보라고 자부하던 그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준석을 진보라고 말하는 그 용기가 가상합니다. 불후불흑/不厚不黑 이라고 하죠. 얼굴은 두껍고 마음은 검다. 변심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변신이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문학적이어서 저는 그의 코페루니쿠스적 전환을 변태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 이준석 당선의 사회적 역사적 의미는 세대 교체가 아니라 이념 교체이다. 그의 당선은 한국 보수세력이 70년 이상 유지해 온 반공주의가 시효를 다했음을 상징한다. 그것은 ‘문재인은 사회주의자’라고 말하는 멍청이들이 보수에서 사라지는 변화이자, 동시에 보수(국힘)와 리버럴(민주) 정치 구도의 변화이다. 반공주의는 두 세력의 마지막 변별성이었기 때문이다.

두 세력이 레토릭으로서 아닌 실제 정책 차원에서 시장주의 우파로 동일화한 건 2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보수:진보’ 정치쇼를 고수하며 그들만의 기득권 경쟁에 전력한 결과, 사회가 이 지경이 되었다.

그들과 맞서는 좌파정치 세력이 없다시피하다는 문제가 남아 있지만(진보 이준석들의 분발을!), 한국 제도정치의 가장 오랜, 가장 고질적인 병폐 하나가 해결된다는 건 그 자체로 희망적인 일이다. <2021년 6월 11일 김규항의 페이스북>

- 직무가 정지됐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복귀한 걸 두고 “상식의 회복”이라고 하셨더군요.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는 한 진영의 검찰 장악이라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일이었어요. 저는 윤석열이라는 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없습니다. 굉장히 고지식한 사람 같다는 생각은 합니다. 그 연배의 ‘엘리트 아재’ 중에는 드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봐요. 하지만 그의 이념과 세계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단, 그에 대한 직무정지는 누가 봐도 정략적이고 공공성이 결여된 짓이었죠. 그러니 윤 총장이 업무에 복귀한 건 상식에 해당하는 일이죠.” <2021년 3월 신동아 김규항 인터뷰 중>

김규항씨는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을 둘러싼 일련의 공방을 ˝엘리트 권력끼리의 기득권 싸움˝으로 보고, 검찰을 어느 쪽이 장악하느냐의 문제로 보는 사람인데, 진보 혹은 좌파들 중에 이런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 많이 있습니다. 곰곰님은 김규항씨가 변절이라도 한 양 ‘변태‘라고 조롱하시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 선지 말고, 선지 바깥에 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정치적 상상력을 봉쇄한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의 비극(진영논리)이고, 곰곰님 글은 진영논리의 앙상함을 간명하게 폭로해 주신다고 보입니다. 비오는 밤 편안하시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21-07-07 10:55   좋아요 1 | URL

기억의집 2021-07-07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1-07-07 09:53   좋아요 1 | URL
네. 오랜만이죠 ?

기억의집 2021-07-07 10:01   좋아요 1 | URL
지난 번에도 댓글 남겼는데요!!! ㅎㅎ 흔히 저런 사람들 너무 많어요 목수정 페북 보고 놀랐다는.. 본인들이 좌파 어쩌고 저쩌고 해 놓고는 문재인 욕 엄청 하면서 윤석렬 치켜세우는… 원체 못수정 이상하다 했지만.. 전여옥처럼 국쌍 되기 일보직전~

곰곰생각하는발 2021-07-07 10:56   좋아요 1 | URL
목수정... 코로나 음모론으로 지랄을 하시더니 그냥 멘탈이 나가셨어요...
 


















나는 쥴리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가 소환한 사람은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였습니다. 그는 왜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이익에 반하는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계몽주의적 신념은 순진한 착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정치적 언어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 추구가 아니라 프레임 구성으로 보았습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 제가 요며칠 이름이 햄버거인지 셀렌버거인지 하는 사람이 쓴 <<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이라는 책에 대하여 쌍욕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아이 다섯 명 중 한 명은 기후 위기에 대한 악몽을 꾼 적이 있다는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환경론자들이 기후 위기를 지나치게 과장해서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이 설문 조사'를 가지고 다른 식으로 말할 수도 있습니다. 80%의 아이들은 극단적 환경론자의 협박에도 존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 


즉, 보는 관점(프레임)에 따라서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겁니다.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_ 라고 말하는 순간 코끼리만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  A가 B에게 뜬금없이 이렇게 말합니다.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 그리고는 냉장고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 이 커다란 냉장고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 " B는 제일 먼저 코끼리를 생각하죠.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을 정교하게 구성한 영화가 바로 << 유주얼 서스펙트 >> 입니다. 전설적인 지하 범죄 조직의 두목 카이저 소제는 일종의 코끼리인 셈입니다. 카이저 소제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순간, 관객의 머릿속에는 온통 카이저 소제뿐이죠. 


그러다 보니 사건의 핵심 용의자라 할 수 있는 5인의 유주얼 서스펙트(사건 용의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사실은 영화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입니다. 다섯 명의 유주얼 서스펙트 중 한 명이 범인이니까요. 하지만 관객은 오로지 카이저 소제'라는 인물이 누구인가 _ 라는 질문에 골몰합니다. 그 결과, 이 영화는 반전 영화의 걸작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습니다. 안철수가 말했습니다. " 내가 MB 아바타입니까 ? " 그 순간, 유권자의 머릿속에 안철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 MB 아바타 " 였습니다. 프로이트는 말했죠.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말입니다. 


뭐, 어려운 말이 아니에요. 한국 속담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조지 레이코프는 중도층이란 말은 허구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는 중도층을 " 이중개념주의 소유자(biconceptualism) " 라고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보수이지만 중도인 척하거나 진보이지만 중도인 척한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진보 정치인이 중도 확장을 위해서 오른쪽으로 가는 것은 필패라고 보았습니다.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하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만약에 안철수가 이 책을 읽었다면 MB아바타라는 둥 극중주의라는 둥, 정신나간 헛소리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정치인이라면 이 책은 필수입니다. 


어제 윤석열 부인 김건희(김명신)가 인터뷰에서 " 나는 쥴리가 아니다 " 라고 말했을 때 제가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워터게이트 사건이었습니다. 닉슨은 티븨에 나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 " 그 순간, 사람들은 닉슨 하면 사기꾼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마찬가지로 김건희가 " 나는 쥴리가 아닙니다 ! " 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김건희 하면 쥴리 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쥴리가 누구인가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녀가 텐프로의 전설적 인물인지 반대 진영에서 만들어낸 허구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쥴리라는 이름은 정치 언어로 둔갑하여 부정적인 이미지로 대중에게 소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건희의 쥴리 발언으로 인하여 이제는 저잣거리에서는 떠돌던 이야기가 지상파 방송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민망한 텐프로 서사가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노출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안철수가 MB아바타 발언으로 인생을 종쳤듯이 윤석열은 아내의 쥴리 발언으로 쭁났습니다. 그가 노무현을 흉내 내며 " 제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 " 라고 외쳐도 이미 버스는 떠났습니다. 윤나땡(윤석열 나오면 땡큐)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책 한 권 읽지 않고 등장한 것을 보면 그는 정치판을 장기판으로 이해한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졸인 거죠.  하지만 여의도 정치인 중에서 자신을 졸로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조지 레이코프의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라는 책은 그리 어려운 책이 아닙니다. 그에게 칼 슈미트, 한나 아렌트, 조르조 아감벤의 정치 철학을 공부하라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도리도리잼잼 엉덩이 총장 윤석열 씨, 이제 집에서 개나 키우십시오. 소는 제가 키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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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2021-07-02 15: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존경하는 고 김대중 대통령도 살아생전 ˝빨갱이˝라는 꼬리표로 엄청난 곤욕을 치뤘죠.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의 가족에 대해 여성혐오적인 소설을 써대며 소비하는 모양새를 보고 참 보기 딱하더군요. 호주제 폐지를 이끈 왕년의 여성운동가 선생님은 말 할 것도 없구요. 비판하는 것도 좋고 조롱도 좋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고 봅니다. 정말 민주당의 재집권을 간절히 바란다면 어떤 방식으로 말을 하고 글을 써야 도움이 될 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하고 유혹해서 한 표라도 더 얻을 수 있는지를 고민할 거라고 봅니다. 근데, 요즘 민주당 지지자라고 하는 양반들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아, 이번엔 정말 어렵겠구나. 안될 수도 있겠구나. 다들 민주당 망하게 하는 x맨인가 싶더라구요. 그 정도로 사람 질리고 밥 맛 없게 만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1-07-02 16:56   좋아요 3 | URL
뜬금없이 ˝ 존경하는 김대중 ˝ 이라는 표현은 왜 사용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내 말 잘 들어.. 뭐, 이런 표현 같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어떤 표현을 사용했는지 저는 잘 모르지만, 정치인 가족에 대한 의혹을 말하는 게 왜 여성혐오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식이라면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그 딸에 대한 수많은 지적도 여성혐오적입니까 ? 그냥 대상이 여성이면 무조건 여성혐오적인가요 ? 이런 웃긴 논리가 어디있습니까 ? 여성은 무소불휘입니까요.

다다 2021-07-02 17:18   좋아요 2 | URL
전 역대 대통령 중에 김대중 대통령을 가장 존경합니다. 그만한 정치 지도자가 없었죠. 자신의 정치적 상상력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남의 마음을 함부로 넘겨짚지 마시길...물론, 오독은 자유입니다만...

˝ 떡열아...
용감하더구나.
무식. 무공감의식. 무역사의식.
무판단력. 무...
그러니 쥴리랑 사는 거겠지.
그래서 교수부인에게 열등감 느낀 건희? ˝ (고은광순)

이건 하나의 징후적 예시에 불과합니다만 제가 활동하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정서와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이건 약과고, 더 한 막말과 추잡한 표현이 나와도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누구 하나 이것은 잘못이라고 말 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따봉을 찍었으면 찍었지.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비판도 비판 나름이라구요. 박근혜 최순실 정유라에 관련해서도 정당한 문제제기가 아닌 가십성 태도와 여성혐오적 표현에 대해선 당연히 문제라고 보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21-07-02 17:26   좋아요 3 | URL
고은광순의 저 글은 비열한 표현이 맞습니다. 저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죠.
그리고 저는 민주당 지지자가 아닙니다. 스펙트럼으로 보자면 정의당 쪽이죠.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은 적도 거의 없고 말이죠.
하지만 조국을 향한 윤석열의 칼질은 혐오적이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1-07-02 17:28   좋아요 2 | URL
갑자기 궁금해서 그러는데 따봉은 누구입니까요 ?

다다 2021-07-02 17:30   좋아요 1 | URL
아, 따봉은 ‘좋아요‘의 다른 이름입니다.

기억의집 2021-07-03 03:31   좋아요 2 | URL
저는 열혈 민주당 지지자인데.. 님 댓글도ㅠ밥맛 없어요. 저런 표현은 혐오 스럽고 국힘당이 접대부를 영부인 만들고 싶어 비단주머니 세개 준비한다는 표현은 혐오스럽지 않나 보네요. 왜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현은 쎄고 수준 낮으면 안 되나요???? 민주당 지지자라고 언제나 수준 높은 언어와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하나요?? 국힘당 국정 감사때 어떡해 하는지 유튜브로 보세요. 저런 표현은 암 것도 아녀요. 얼마나 저질인데 국힘 지지자들은 그걸 강성이라고 표현하죠. 저는 민주당 지지자로서 저런 표현 조롱이라고 생각합니다. 왜요??? 님의 시각에선 혐오인가요??? 저는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로서 더 강한 표현 더 쎈 지랄들을 안 해서 불만인 사람입니다.

다다 2021-07-03 09:58   좋아요 1 | URL
네...후지고 구린 국민의 힘과 계속 경쟁하세요. 누가 누가 더 시민들을 밥 맛 없게 하는가...준거집단인 국민의 힘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ㅋ

포스트잇 2021-07-02 2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쥴리든 건희든 그녀가 무슨 일을 했든 그 일로 비난하는 건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검증과 비판은 그녀가 자신의 재산을 쌓아올린 과정, 그리고 여러 혐의를 받으면서 늘 빠져있게 된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봅니다.
이미 거짓말들이 드러났고 탐사보도에서도 한두차례 다룬 적이 있지만, 조국 가족을 다룰 때하고 비교하면 감히 공정, 정의 따위를 편취해서 쓸 수 있는지,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을 모욕하고 능멸하는 거죠.
알라딘 같은 곳에서 윤석열 검찰과 언론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헤아리지도 못하는 인사들을 보는 것도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21-07-06 21:30   좋아요 0 | URL
검증은 철저히 해야죠. 팝콘각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흥미진진해요...ㅎㅎ

초란공 2021-07-03 2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7월이 되니 July도 쥴리로 읽힙니다.-.-;; 이젠 본격적으로 ‘윤씨의 시간‘이 되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21-07-06 21:29   좋아요 0 | URL
7월의 쥴리인가요 ? 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