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KBS 오락 프로그램인 <<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 에서 웃음을 빼고 정색을 도입한 방송이다. 말 그대로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취지이다.
방송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 건강, 음식, 생활 과학, 실생활 경제를 포함 각 가지 생활 정보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아이템을 선정, 스튜디오에 전문연사를 초대해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한편, VCR 취재를 통해 현장감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화상담석, 시청자전화 등을 마련, 시청자와 함께 교감하는 방송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네이버 포털 사이트에도 이와 비슷한 기능이 있다. 지식IN에게 물어보세요. 각 전문 분야의 지식인이 친절하게 대답해 드립니다아 ~ 공짜이다 보니 온갖 잡다한 질문이 쏟아지는 공간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데이트하는 날에 입고 갈 옷을 코디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자신을 20대라고 소개한 질문자는 그날 입고 갈 윗옷과 바지, 기타 패션 소품을 사진으로 나열하고는 이렇게 질문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데이트하는 날을 손뽑아기다리는 20대 순정남입니다. 분홍색 린넨 캐주얼 셔츠에 하얀 바지가 어울릴까요 ? 구두는 무엇을 신으면 될까요 ? 자칭타칭 패션에 일가견이 있다는 지식인들이 " 경우의수 " 를 일일이 열거하며 빤따쓰띡한 패션과 뷰리풀한 패션에 대해 자신의 소견을 말했다. 민무늬 셔츠이니 만큼 넥타이는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넥타이를 매라는 대답도 있었고, 바지 색깔과 구두 색깔을 통일해야 다리가 길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웃 간 오고가는 정 속에서 싹트는 애정. 세상에나, 이렇게나 친절한 이웃이라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데이트하는 날을 " 손뽑아 " 나도 오고가는 정 속에서 싹트는 애정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답변을 남겼다. 으이구, 이 등신아 ! 옷 입는 것조차 남에게 물어보고 입니 ? 그리고 죄없는 손은 왜 뽑아 버리겠다는 것이여. " 손꼽아기다리는 것 " 까지는 좋은데 멀쩡한 두 " 손 뽑아 버리고 " 는 긴팔 셔츠 입으면 패션 테러야. 질문하는 사람이나 지식인이랍시고 정색하고 대답하는 사람이나 한심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레지 드브레는 << 지식인의 종말 >> 에서 현대의 지식인을 집단자폐증에 빠져 있으며, 과장되고 현실감이 부족하고, 즉흥적이며 도덕적 나르시즘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과거의 지식인이 철학가와 문인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법률가와 정치인이 지식인과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날의 지식인을 시니컬하게 정의하자면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지나치게 잘 적응한 족속이다. 사소한 결정까지 남의 도움을 얻어야 자신감을 회복하는 현상은 한때 유행했던, 멘토 초청 토크 콘서트 열풍으로 이어졌다. 결정장애세대1)는 토크 콘서트가 열리는 강연장을 찾아서 김난도, 강신주, 안철수, 김미경, 법율 스님에게 자신의 고민거리를 털어놓는다.
고민 중입니다, 분홍색 셔츠에 하얀 바지를 입으면 그녀가 좋아할까요오오오 ? 멘티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maybe...... 라는 질문을 던지면 멘토는 단호하게 must..... 라고 대답한다. 즉문즉설, 고민은 그 자리에서 해결된다. 아무리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는 하지만 끙끙 앓던 고민이 멘토의 말 한마디에 해결된다는, 나는 이 < 기적의 고민 상담 해결 토킹 어바웃 대회 > 가 당최 이해가 안 간다. 멘토의 치유 능력이 뛰어난 것일까, 아니면 멘티의 고민거리가 멍청한 것일까 ? 내가 보기에는 멘토가 똑똑한 것이 아니라 멘티가 띨띨한 것이다.
한때, 결정장애세대로부터 숭배에 가까운 찬양을 받았던 " 어르신 안철수 " 의 꼬라지를 보라. 안철수는 16일(이유미 대선조작사건)이 지나서야 마지못해 사과를 한 것일까 ? 결정장애세대의 멘토이자 우상이었던 그는 스스로 결정장애세대가 되어 돌아온 것일까 ?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홍준표의 말을 빌려 안철수를 정의하자면 쯔쯔쯔, 어린애도 아니고 ■
1)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결정장애’를 검색해보면,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결정장애를 호소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지식검색 페이지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고 A 제품과 B 제품 중 어느 것을 살지 골라달라고 글을 올린다. 전자제품의 사양을 비교해달라는 정도가 아니다. 어느 신발이 더 예쁜지, 어떤 가방이 더 멋있는지 같은 아주 개인적인 취향에 좌우하는 문제까지도 결정해달라고 부탁한다. 단지 쇼핑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사를 가려는데 아파트가 나은지 빌라가 나은지, 대학 원서를 내야 하는데 어느 대학이 더 좋을지, 어떤 전공이 더 나에게 잘 맞겠는지도 함께 고민해달라고 요청한다. 그것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말이다. ( 결정장애 세대, 출판사 보도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