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KBS 오락 프로그램인 <<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 에서 웃음을 빼고 정색을 도입한 방송이다. 말 그대로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물어보라는 취지이다.

방송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  건강, 음식, 생활 과학, 실생활 경제를 포함 각 가지 생활 정보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아이템을 선정, 스튜디오에 전문연사를 초대해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한편, VCR 취재를 통해 현장감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화상담석, 시청자전화 등을 마련, 시청자와 함께 교감하는 방송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네이버 포털 사이트에도 이와 비슷한 기능이 있다. 지식IN에게 물어보세요.  각 전문 분야의 지식인이 친절하게 대답해 드립니다아 ~             공짜이다 보니 온갖 잡다한 질문이 쏟아지는 공간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데이트하는 날에 입고 갈 옷을 코디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자신을 20대라고 소개한 질문자는 그날 입고 갈 윗옷과 바지, 기타 패션 소품을 사진으로 나열하고는 이렇게 질문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데이트하는 날을 손뽑아기다리는 20대 순정남입니다. 분홍색 린넨 캐주얼 셔츠에 하얀 바지가 어울릴까요 ? 구두는 무엇을 신으면 될까요 ?                    자칭타칭 패션에 일가견이 있다는 지식인들이 " 경우의수 " 를 일일이 열거하며 빤따쓰띡한 패션과 뷰리풀한 패션에 대해 자신의 소견을 말했다. 민무늬 셔츠이니 만큼 넥타이는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넥타이를 매라는 대답도 있었고, 바지 색깔과 구두 색깔을 통일해야 다리가 길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웃 간 오고가는 정 속에서 싹트는 애정.  세상에나, 이렇게나 친절한 이웃이라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데이트하는 날을 " 손뽑아 "  나도 오고가는 정 속에서 싹트는 애정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답변을 남겼다. 으이구, 이 등신아 !  옷 입는 것조차 남에게 물어보고 입니 ? 그리고 죄없는 손은 왜 뽑아 버리겠다는 것이여. " 손꼽아기다리는 것 " 까지는 좋은데  멀쩡한 두 " 손 뽑아 버리고 " 는 긴팔 셔츠 입으면 패션 테러야.                    질문하는 사람이나 지식인이랍시고 정색하고 대답하는 사람이나 한심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레지 드브레는 << 지식인의 종말 >> 에서 현대의 지식인을 집단자폐증에 빠져 있으며, 과장되고 현실감이 부족하고, 즉흥적이며 도덕적 나르시즘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과거의 지식인이 철학가와 문인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법률가와 정치인이 지식인과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날의 지식인을 시니컬하게 정의하자면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지나치게 잘 적응한 족속이다. 사소한 결정까지 남의 도움을 얻어야 자신감을 회복하는 현상은 한때 유행했던, 멘토 초청 토크 콘서트 열풍으로 이어졌다. 결정장애세대1)는 토크 콘서트가 열리는 강연장을 찾아서 김난도, 강신주, 안철수, 김미경, 법율 스님에게 자신의 고민거리를 털어놓는다.

고민 중입니다, 분홍색 셔츠에 하얀 바지를 입으면 그녀가 좋아할까요오오오 ?                              멘티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maybe...... 라는 질문을 던지면 멘토는 단호하게 must..... 라고 대답한다. 즉문즉설, 고민은 그 자리에서 해결된다. 아무리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는 하지만 끙끙 앓던 고민이 멘토의 말 한마디에 해결된다는, 나는 이 < 기적의 고민 상담 해결 토킹 어바웃 대회 > 가 당최 이해가 안 간다. 멘토의 치유 능력이 뛰어난 것일까, 아니면 멘티의 고민거리가 멍청한 것일까 ?  내가 보기에는 멘토가 똑똑한 것이 아니라 멘티가 띨띨한 것이다. 

한때, 결정장애세대로부터 숭배에 가까운 찬양을 받았던 " 어르신 안철수 " 의 꼬라지를 보라. 안철수는 16일(이유미 대선조작사건)이 지나서야 마지못해 사과를 한 것일까 ?  결정장애세대의 멘토이자 우상이었던 그는 스스로 결정장애세대가 되어 돌아온 것일까 ?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홍준표의 말을 빌려 안철수를 정의하자면 쯔쯔쯔, 어린애도 아니고  

 

 

 

 

 

 

 

                                       

 

 

1)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결정장애’를 검색해보면,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결정장애를 호소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지식검색 페이지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고 A 제품과 B 제품 중 어느 것을 살지 골라달라고 글을 올린다. 전자제품의 사양을 비교해달라는 정도가 아니다. 어느 신발이 더 예쁜지, 어떤 가방이 더 멋있는지 같은 아주 개인적인 취향에 좌우하는 문제까지도 결정해달라고 부탁한다. 단지 쇼핑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사를 가려는데 아파트가 나은지 빌라가 나은지, 대학 원서를 내야 하는데 어느 대학이 더 좋을지, 어떤 전공이 더 나에게 잘 맞겠는지도 함께 고민해달라고 요청한다. 그것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말이다. ( 결정장애 세대, 출판사 보도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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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15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고민을 해결해달라는 요청은 잘해요. 그런데 상대방에게 질문을 못하거나 안 해요. 질문하는 행위를 ‘나는 이거 몰라서 묻는 거니까 알려달라‘는 의미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질문하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8 15:54   좋아요 0 | URL
아이고 이거 댓글이 늦어서 읽으실려나 ㅗ모르겠네요.. 미안합니다...

2017-07-17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8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자이 오사무,

                    3일 안에 스팬서 존슨 만들기



 

 

                                                                                                          자기계발서의 특징은 < 어려운 결심 > 을 < 쉬운 결행 > 으로 둔갑시킨다. 쉽게 말해서 <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 을 <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 로 선전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영어 공부에 투자하는, 하드(hard)한 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은 " 아침에 일어나서 날마다 5분 영단어 외우기 " 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아이스크림 !  아침에 남들보다 5분 일찍 일어나서 영단어 3개를 외우면 3년 후에는 창대하리라 _ 뭐, 이런 뉘앙스'다. 탱큐를 생유라고 하는 날이 올 겁니다.                            자기계발서를 읽다 보면 모두 다 나폴레옹이 되어서 불가능은 없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다자이 오사무처럼 매사에 비관적이고 무기력하며 우울하셨다고요 ? 고개 숙인 남성이여 ! 여기, 이 책 한 번 읽어봐봐봐봐봐봐봐봐봐봐봐봐. 3일 안에 스펜서 존슨을 만들어 드립니다.                          

다자이 오사무를 스펜서 존슨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그것이 바로 자기계발서가 독자를 향해 호객 행위'하는 태도이다. 하지만 나처럼 " 인간 본성 불변론 " 을 사람에게는 하드를 아이스크림으로 둔갑시키는 자기계발서'가 엉터리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자기계발서 저자와 독자는 자기 < 계발 > 과 < 수신 > 을 동급으로 취급하는 우를 범한다(계발과 수신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자기계발서를 써서 돈을 번 사람을 본 적은 있으나 자기계발서를 읽고 성공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또한 자기계발서를 읽고 성공했다는 자기계발서 작가'를 본 적도 없다.

쉽게 말해서       :       << 3백만 원으로 30억 모으기 >> 라는 베스트셀러를 써서 돈을 번 자기계발서 작가를 본 적은 있으나 << 삼백만 원으로 삼십억 모으기 >> 라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서 삼백만 원으로 삼십억을 모았다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또한 << 삼백만 원으로 삼십억 모으기 >> 를 읽고 나서 삼백만 원으로 삼십억을 모은 작가'가 << 삼백만 원으로 삼십억 모으기 >> 따위의 책을 쓴 적'도 보지 못했다.   즉, 자기계발서(를 써서)로 돈을 버는 작가는 있지만 자기계발서(를 읽고)로  돈을 버는 독자'는 없다는 말이다. 책에 날개가 달려서 잘 팔리고 있는 감성 힐링 서적도 마찬가지'다.

미담 사례를 긁어모은 책을 읽고 나서 힐링이 되었다고 간증하는 독자  오, 주여 ! 기적을 경험했나이다   에게 묻고 싶은 것은 치유의 마음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가 _ 이다. 힐링 서적을 읽고 힐링이 되는 순간이 지속가능한 것(시간)이 아니라 3초 정도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치유가 아니라 오르가슴'이다. 오고가는 입말의 서두에 " 기분 나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 이라는 가정법으로 묻는 말은 거개가 기분 나쁘게 들리는 말'이다. 누가 나에게 자기계발서와 힐링서적 전체를 싸잡아서 비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고 해서 당신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 내 섣부른 판단 오류를 수정할 생각은 별로 없다.

기분 나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한마디하자면 _ 으로 시작하는 말은 대부분 기분 나쁘게 들리는 한마디여서 굳이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다자이 오사무를 스펜서 존슨으로 만들 수는 없다. 다자이 오사무는 다자이 오사무이고 스팬서 존슨은 스펜서 존슨이다.












​                                     



덧대기   ㅣ   안철수 신화 서사의 핵심은 자기계발형 서사'라는 점이다. 또한 그는 시대의 멘토로서 아픈 청춘에게 위로를 전하는 힐링 전도사였다.  2011년, 안철수 바람은 성공한 사람에 대한 대중의 선망이 낳은 결과였다. 실패를 연속적으로 경험한 사람이 나중에 성공하게 되면 그 성공은 알찬 결실이 될 가능성이 많다. 수많은 실패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다. 반대로 연속적으로 성공만 하던 사람이 딱 한번 실패를 하게 되면 그 실패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질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성공의 연속은 그 사람을 자만심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지금의 실패를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 단언컨대,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을 때에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야지, 하드를 녹여서 부드럽게 만들 수는 없다. 기다리지 마라, 어리석은 기대'이다. 하드를 상온에서 숙성시킨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이 되는 일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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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7-14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철수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힐링이 장삿거리가 된다고 생각하고 움직이지 않았을 거라고봐요. 자기야말로 진정 이 청춘을 힐링하고 이 시대와 이 나라를 힐링할 자격과 능력을 갖춘 힐러라고 진심 믿었던 게 아닐까요? 병원에서 신체를, 연구소에서 pc를 힐링하고 이제는 이 세상을 힐링할 사람 누굽니꽈아아악!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4 11:58   좋아요 0 | URL
쇼님 말씀을 듣다 보니 안철수는 스스로를 신이라 생각한 것이로군요. 앞으로는 슈퍼힐러‘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의 힐링 제스츄어에 왜 자꾸 입덧처럼 헛구역질이 나는지 모르겠습ㅂ니다. 이게 치유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병이 나을 때 발생한다는 부작용인 것 같습니다..

hypocrisy 2017-07-14 16:0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런게 왜 조롱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정치인들 중에서 그런 생각 갖지 않고 정치에 뛰어드는 사람도 있습니까?

syo 2017-07-14 16:20   좋아요 1 | URL
그에게 그만한 깜냥이 없었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또 지금도 계속 증명중이라는데서 비난은 아니더라도 조롱은 할만 합니다.

정치인들 중에 그런 생각 갖지 않고 뛰어드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님의 생각은 그야말로 님의 생각일 뿐입니다. 안철수가 스스로를 시대의 힐러라고 믿었다는 저의 생각이 그야말로 저의 생각일 뿐이듯이요.

2017-07-14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4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14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계발서를 읽은 사람들도 책의 문제점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자기계발서의 문제점보다 장점이 더 많이 부각되는 분위기 때문에 자기계발서를 제대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듣기 어려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4 16:33   좋아요 0 | URL
사이러스 님이 제대로 한번 까주십셔..

hypocrisy 2017-07-14 16: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곰히생각하는발 님이 쓰신 글들을 보면 인권감수성이 넘치고 여성들 입장을 곧 잘 대변하시는데...

문재인정부에서 논란이되는 탁현민이나 안경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더군요. ㅎㅎㅎ

안철수 비난하시는데 그게 그냥 곰곰이생각하는발님의 열등감으로 밖에 안보여요. ㅎㅎㅎ

님의 글에는 온갖 풍자와 해학이 넘치지만 알맹이가 없어요.
왜냐면 그냥 감정적으로 은유적 비유만 하지 논리가 없거든요.

객관적인 것 처럼 굴지만 자기편 감싸기 바뿐 어용문인으로 보입니다. ㅎㅎ
보고 싶은 것만 보셔서 편해 보여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4 16:33   좋아요 1 | URL
안철수를 비난하는 것이 내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너 님이 문재인 비난하는 것은 너 님의 열등감임 ?!

로그인 하고 정정당당하게 문제 재기할 용기는 없어서
쥐새끼처럼 비로그인으로 까는 것은 안철수 같은 짓거리.

전.. 이미 문빠‘라는 선언을 했고, 문빠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 글을 좀 읽어보시길..
탁씨와 안씨를 지지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아무말 안한다고 지랄을 하시면
탁씨와 안씨에 대해 아무말도 안한 모든 알라디너도 개새끼가 되겠군요.

논리가 참 시망... 띨띨한 새끼..

2017-07-17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8 15:56   좋아요 0 | URL
뭐뭐 하다 죽어라... 이런 책의 10할은 전부 쓰레기라고 생각해서, 전 아예 거들떠도 안봅니다...
목숨보다 중한 게 어디 있다고... 미친놈들..
 


 


​                                        

안철수의 사과를 지켜보면서  :




 



간판은 작을수록 알차다



 

                                                                                                          아버지는 간판을 그렸다. 그래서 나는 누구네 간판장이 둘째 아들'로 불렸는데, 어린 마음에 " 간판장이 둘째 아들(혹은 칠쟁이 -) " 이라는 호명이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고는 했다. 돌이켜보면, 자신의 노동을 < 그리다 > 라는 동사로 설명하는 직업군은 화가와 간판장뿐이요, 붓이 도구인 직업군 또한 화가와 간판장과 작가(혹은 글쓰는 직업군)뿐이니 아버지는 예술혼을 불태우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 아버지는 간판 크기는 물론이요, 간판 글자 크기도 작아야 보기 좋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셔서 고객이 간판 크기를 대따, 졸라 쓰빽따끌하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할 때마다 회의감에 빠지시곤 했다. 10평짜리 가게 주인은 10평짜리 간판을, 20평짜리 가게 주인은 20평짜리 간판을 주문하는 것이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 하나 없는 주문이었다. 간판 크기가 클수록 단가는 올라가니깐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닥 탐탁치 않게 생각하셨다. 아버지는 예술가답게 고뇌에 찬, 우아한 속내를 드러내시고는 했다. 시바, 지랄이 풍년이구나. 천박하다, 천박해 !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꾸짖곤 하셨다. 간판 큰 게 보기도 좋고, 눈에도 잘 띠고, 남는 장사인데 뭐가 아쉬워서 저런다냐 ?  이렇게 아버지의 아트와 어머니의 상업성은 서로 대립하기 일쑤였다. 아버지의 " 작은 간판 예찬론 " 을 다시 떠올리게 된 계기는 작은아버지의 장사를 지내던 날이었다. 작은아버지 또한 아버지의 권유로 평생 간판일을 하셨던 분이었다. 서른 남짓한 일가친척들이 허허벌판에 가까운 선산에 내려가 장례 절차를 끝마치고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자 다운타운으로 차를 몰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한 분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 저기, 식당 하나 있네 ! "  설렁탕 가게였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가게 간판은 백 리 밖에서도 보일 만큼 쓰빽따끌한 간판이었다. 문득, 쓰빽따끌한 간판을 혐오했던 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 쓰빽따끌한 간판이 예술적 가치는 없더라도, 적어도 광고 효과는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었다. 누군가 말했다. " 맛집인가 보네. 간판이 대문짝만하니 말일세. "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맛은 형편없었다. 깊이도, 넓이도 없는 맛이었다. 그때 상주인 조카가 씁쓸하게 웃으면 말했다. " 아버지 말이 맞네. 간판이 크고 화려한 가게일수록 음식 맛 좋은 가게 없다고...... "

 

좋은 간판은 거리를 가리지 않을 뿐더러 풍경을 해치지 않는다. 거리와 풍경을 해치면서까지 눈에 띠는 간판은 상생을 모를 뿐더러 맛보다는 돈에 밝은 장사치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사실을 그 옛날 아버지는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던 모양이다. 안철수의 쓰빽따끌한 몰락을 지켜보면서 집채만한 간판으로 호객행위를 하던, 졸라 맛없던 그 설렁탕 가게가 떠올랐다. 안철수라는 빛나는 간판 하나 믿고 세워진, 믿을 거라고는 안철수라는 이름 석 자가 전부여서 집채만한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는 가게를 떠올리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

루이비통 로고 폰트 크기가 클수록 그 가방은 가짜일 확률이 높다. 또한 같은 루이비통 가방일지라도 더 비싼 쪽일수록 로고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다. 안철수라는 대형 간판을 달고 영업을 시작한 국민의당은 애초부터 상생을 염두에 둔 정당이 아니었다. 간판이 클수록 그 가게는 역사가 없고 맛도 없는 집이다. 쉬운 말을 에둘러 말한 것 같다. 쉽게 말하겠다. 안철수라는 간판, 이제 내릴 때가 되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이다. 시바, 지랄이 풍년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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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민 2017-07-1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이 간판에 대한 철학이 있으셨네요. 간판이 건물을 다 잡아먹고 거리도 잡아먹지요. 울나라 간판 공해수준이고. 간판 땜에 건축이 별 의미없어지는 곳도 많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3 18:29   좋아요 0 | URL
간판 보고 가게 찾는다는 발상 자체가 웃긴거죠.. 길찾기에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2017-07-13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3 18:28   좋아요 1 | URL
캬, 좋군요. 역시 간지나는 대사는 팔 할이 무협 대사입니다... 무협, 매력 있습니다..ㅎㅎ

2017-07-13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3 18:27   좋아요 0 | URL
안철수를 죽을 만큼 혐오합니다.

2017-07-13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3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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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이야기 :



눈앞이 캄캄하다

 

                                                                                                    

 

꿈에 대장항문과 의사가 나타나 나에게 시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남자 이름'이어서 마음 놓고 진찰실에 들어갔다가 남자 이름 같은 항문 외과 여성 의사'라는 사실에 경악했던,

처음 본 순간 메두사를 본 사람처럼 얼굴이 돌처럼 굳었던 기억. 낯선 이 앞에서 팬티를 내리고 내 항문을 보여줘야 했던 그때 그 여자.  콧물을 삼키면 목구멍으로 들어가잖아요. 마찬가지입니다. 똥구멍이 고장나면 눈구멍도 고장나기 마련입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거든요.                            하여튼, 항문 외과 여성 의사'가 시력 상실을 선고하자 나는 12월에 내리는 눈처럼 펑펑 울었다. " 눈앞이 캄캄하다 " 는 관용구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눈물을 닦고, 눈물을 닦고, 눈물을 닦고, 눈물을 닦고....... 눈물을 닦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세계는 온통 잿빛이었다. 말 그대로 캄캄한 세계였다. 어둠이 주변을 블랙홀처럼 삼키기 시작했다.

 

마치 페이드 아웃 기법으로 화면을 전환시키는 영화 속 특수효과처럼 말이다. 꿈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  사위는 꿈속 장면과 그닥 다르지 않았다. 새벽 3시, 캄캄한 밤이었으니까. 블루베리가 시력에 좋다는 소리'에 요즘은 블루베리'를 약처럼 먹고 있다. 포도처럼 씨가 없어서 먹기는 좋은데 맛이 없다 보니 물컹거리는 식감 때문에 불쾌감을 주지만, 어쩌랴. 무엇보다도 불편한 것은 " 읽기의 괴로움 " 이다.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읽은 책을 지인에게 보내야 하는데 아직도 못 읽고 있다. 그런 주제에 틈틈이 책을 샀다. 파스칼 키냐르의 << 음악 혐오 >> , 사이 몽고메리의 << 문어의 영혼 >> 그리고 존 하비의 << 이토록 황홀한 블랙 >> 이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문인 가운데 " 이토록 황홀한 문장력 " 을 가진 이'는 롤랑 바르트와 파스칼 키냐르, 두 사람을 뽑는다. << 섹스와 공포, 파스칼 키냐르 >> 는 박학다식한 인간과 이토록 황홀한 문장력이 만날 때 만들어지는 결과'였다. 어느 알라디너가 이기주의 << 언어의 온도 >> 를 " 인문에세이 " 라고 정의했을 때, 나는 경악했다. 맙소사, 코카콜라를 포도주 대용 음료'라고 하는구나.                              물짐승 가운데 가장 경이롭게 생각하는 짐승이 바로 " 문어 " 다. 모르고 보면 징그러운 짐승이어서 괴수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짐승이지만 알고 보면 문어는 매우 매력적인 녀석'이다. 아이큐가 가장 높은 물짐승에 속할 뿐더러 변신의 천재이다. 뿐

 

만 아니라 호기심이 높아서 모험심이 강하고 인간과의 교류도 가능하다. 문어에 대한 사랑을 담아 두 편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일독을 권한다.

 

 

 

끝으로 << 이토록 황홀한 블랙 >> 은 눈앞이 캄캄한 세계에 대한 책이(라고 한)다. 일단, 책의 무게에 놀라게 된다. 책의 무게로 보아 종이 재질이 아트지'인 것 같은데, 일단 내용을 떠나서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컬러 인쇄된 그림)라는 점에서 매우 만족한다. 내 로망 중 하나는 검은 고양이와 레브라도 리트리버종(種) 검둥개 한 마리를 함께 키우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검은 짐승의 눈을 보면 묘하게 슬퍼서 정이 가곤 했다.  그것은 길들여진 슬픔이 아니라 길들여지지 않은, 결은 고운데 곁을 주지 않는 고집 센 슬픔에 가까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둥개 토리를 입양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검둥개는 검은 털이 재수없다고 해서 입양을 기피한다는 기사도 접했다. 뭘 모르고 하는 소리. 내 취향이 독특한지는 모르겠으나 검은 짐승은,      숭고하다.  이 책들을 언제 끝낼지는 모르겠으나 틈틈이, 캄캄한 세상에서 형설지공의 마음으로 읽어보련다.


 

 

 

 

 


 


                                                         


 

 

 

 

 

 

 

 

 

 

 

 

 

 

 

 

 

 

 

 

 

 

■  부록 ㅣ 오늘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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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7-07-12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안이 오기 시작해 올봄에 안경을 맞췄지요. 이렇게 늙는구나 싶어 슬펐다가 안경을 낀 뒤 선명해진 활자에 헤벌죽했던 기억이 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3 13:49   좋아요 0 | URL
안경 쓰면 박하사탕 씹을 때 느끼는 비수무리한 맛이 나더군요..

겨울호랑이 2017-07-12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염소도 약효가 좋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3 13:48   좋아요 1 | URL
블루베리고 그렇고 흑염소도 그렇고. 역시 블랙파워군요..

2017-07-12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3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7-07-1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화가 시작될 때 유독 눈이 아픈 분들이 있던데..노화 인생 한 고비를 잘 넘기셨으면 좋겠습니다.
...

맞는 말씀. 검은 짐승에게선 위엄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검은 고양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3 13:48   좋아요 0 | URL
까만 고양이 한 마리 키우고 싶네요. 전 까만 짐승이 좋더라고요. 거미도 오색 거미보다는 타란튤라 같은 거미가 좋고... ㅎㅎㅎㅎ
 


​                                

 

그 대   이 름 은   바 람  :


 

 

 




파동과 우연



 

 

 

 


 

                                                                                                       가난한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훌륭한 세간살이는 태양과 바람이다. 우선 < 햇볕 > 은 종합비타민제. 볕만 잘 쬐도 비타민D는 생성되니 태양이야말로 영양가 높은 < ① 비타민제 > 인 것이다. 또한 햇볕은 세로토닌을 생성하기에 < ② 항우울제 > 이기도 하다. 정신과 의사가 우울증 환자에게 늘상 하는 소리가 볕 좋은 날에 산책을 자주 하라는 당부다.

그뿐인가, 살균 소독 건조 기능이 있으니 < ③ 식기 건조기 > , < ④ 살균기 > , < ⑤ 빨래 건조기 > 이다. 또한 볕만 잘 들어도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으니 < ⑥ 절약형 보일러 > 요, < ⑦ 형광등 > 기능도 가지고 있다. 좋은 바람도 햇볕 못지 않은 살림 밑천이다. 바람이 지나가는 자리에 집을 지으면 시원하니 < ⑧ 선풍기>요 , < ⑨ 에어컨 > 일 뿐만 아니라 < ⑩ 냉장실 >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람이 지나가는 집은 먼지가 없다. 바람이 티끌을 쓸어가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 ⑪ 진공청소기 > 이다. 가진 거라고는 불알 두 쪽과 맨발이 전부인 사람도 풍광(風光 : 말 그대로 바람과 빛) 좋은 집에 살면 웬만한 세간은 모두 갖춘 꼴'이다.  

오래 전, 바람이 잘 통하는 집'에 산 적이 있다. 언덕 위에 지어진, 낡고 볼품없는 이층집이었다. 무엇보다도 마을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진 집인데다가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과 앞뒤로 뚫려 있는 넓은 문과 창이 바람이 지나가는 방향과 일치해서 고열로 펄펄 끓는 삼복 더위에도 늦은 봄 날씨와 같았다. 강남 복부인으로 명성을 날리시며 부동산 투기로 일확천금을 노렸던 어머니는 하루아침에 재산을 탕진하고 야반도주하다시피 이 집으로 이사를 왔다.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가장 불우했던 순간이겠지만, 이상하게도 내 기억에는 호우시절로 기억되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 하나는 " 김치의 맛 " 이었다. 볕 좋은, 바람이 잘 통해서 바람 잘 날 없던 집에서 살았던 기억 중에서도 유독 그때 먹었던 김치의 맛을 잊지 못한다. 그해에는 배추 파동과 양파 파동이 동시에 발생했다( 이 부분은 추정이다). 파동은 파동인데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개의 파동이었다. 하나는 흉년으로 인해 배추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금배추 파동이 발생했다면 다른 하나는 양파 수확량이 풍년이어서 양파 값이 폭락을 한 해였다. 어머니의 선택은 배추 반 양파 반 비율로 김치를 담그는 것이었다. 말이 좋아 주재료가 배추였지 사실은 양파 김치에 가까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언밸런스한 조합이 기막힌 맛을 선사한 것이다. 달달하면서도 시원했고, 채소의 결이 삭지 않고 살아 있어서 씹을 때마다 아삭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종종 그 맛을 잊지 못해서 어머니에게 그때 먹었던 김치에 대해 말하고는 하는데, 그 맛을 기억하는 가족은 아무도 없다. 오로지 나만 그때 그 김치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내 성화에 못 이겨서 어머니는 한때 김치를 담글 때 양파 비중을 높이곤 했으나 그 맛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담갔던 양파김치는 채소의 비율이 만들어낸 맛이라기보다는 좋은 바람이 지나가면서 익힌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푹푹 찌는 여름을 견딜 때마다, 바람 잘 날 없던 집이 그립다. 세간 없는 살림살이에 선풍기로, 청소기로, 그리고 김치냉장고가 되어 주었던 그 바람의 세기를 잊지 못한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개의 파동이 낳은 우연한 결과. 그 맛. 그리고 그립다, 그 바람 ■








부록 ㅣ 오늘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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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7-10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뱀룡이 형아네요. 정말 당시 폭풍인기였더랬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0 21:48   좋아요 0 | URL
뱀룡... ㅋㅋㅋㅋㅋㅋㅋㅋ 뭐, 하시나 궁금하네요..

2017-07-10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0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10 1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구는 워낙 더운 곳이라서 바람의 세기가 강해질수록 햇볕에 달군 바람이 점점 뜨거워집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0 21:47   좋아요 0 | URL
다습하지만 않으면 고온을 견딜 수 있는데, 정말 다습한 기온이 문제죠.
대구 분들 어찌 그 한여름을 나시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더위가 아니던데 말이죠..

( 반면에 강원도는 정말 살만합니다여름에도 그리 더운지 잘 모르겠더군요.. )

yamoo 2017-07-10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풍광이 좋은 집의 장점이 저렇게나 많다니!! 그런 집에 살면 먹는 음식도 맛있고, 병 없이 건강하게 살 것 같습니다. 잠도 잘 자고요...집을 찾을 때 풍광적 요소를 1순위로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0 21:45   좋아요 0 | URL
어머니 추억으로는 정말 다시는 생각하기 싫은 시절이라는데, 저에게는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바닥이 맨들맨들했다는 것... 바람이 빗자루 기능을 해서 다 쓸어가니 늘 깨끗했습니다. 그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는 것을 보면...

2017-07-12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3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