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숑의 역사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학창 시절, 내 기억에 재수 없는 꼰대'는 죄다 반팔 와이셔츠에 통 넓은 배바지 양복 바지, 그리고 똥색 슬리퍼를 신은 부류였다.

특히, 반팔 와이셔츠 안에 비치는 런닝샤쯔는 화룡점정이었다. " 클래식 " 한 수트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나는 그만 " 아방가르드한 " 패션에 눈을 뜨게 되었다. 거리에 나가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그런 " 빠숑 " 말이다. 쪽도 처음에만 부끄럽지 자주 팔면 부끄러움을 모르게 된다. 세기말에 맞춰서 나는 하얀 라운드티에 검은색 유성 매직으로 다음과 같은 시구를 써넣었다. 아버지, 아버지 씹새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이성복 시인의 시'였다. 당연히 눈에 띌 수밖에 !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어르신들은 눈빛으로 손가락질을 해대기 일쑤였다. 밥은 먹고 다니냐 _ 이런 눈빛으로.

- 모주석 초상과 함께 모주석 만세라는 구호가 새겨져 있다. 당시, 나는 마오이스트였다.

한번은 모택동 초상화와 함께 모주석 만세라는 문장이 새겨진 프린팅 라운드티를 입었다가 할아버지가 지팡이로 내 머리를 때린 적도 있었다. 이해하시라, 그때는 세기말이었으니까. 쪽을 자주 팔다 보니 점점 내 빠숑의 역사는 아방가르드보다 과격한 다다(dada)의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목걸이, 귀걸이, 팔지는 물론이요, 목걸이 같은 경우는 서너 개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다.




 

이국적인 빠숑 때문일까 ? 칠레 사람이 나에게 한국말을 한국 사람보다 잘한다며 " 엄지척 " 을 하기도 했다. 그는 특유의 억양으로 나에게 물었다. 헤이, 아미고 ! 비결이 뭐야. 나는 말했다.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김치와 고추장이었노라고. 이런 된장, 풋풋풋. 하여튼 균형 감각을 잃자 나중에는 통제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손톱에 검은 매니큐어를 바른 이유는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였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 손톱을 검은색으로 칠하니 식욕이 사라졌다. 이 전략을 대성공을 거두었다. 손톱 물어뜯기를 중지하자 손톱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이었다. 동생이 진지하게 물었다. 형, 혹시...... 아니다, 아니다. 없던 걸로. 그러니까, 그게..... 혹시, 오해하지 말고 들어. 흠흠, 그러니까, 형.... 혹시 게이야 ?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너희가 빠숑을 알아 ?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결핍보다 무서운 것은 과잉이라는 사실을. 나이도 나이인 만큼 클래식한 세계로 진입하려고 결심할 때 이명박이 내 심기를 건드리게 된다. 살다 살다 이렇게 뻔뻔하고 징그러운 인간은 처음이라. 나는 벽 대신 바지에다 대자보를 쓰고는 시위에 나섰다.

 




 

그 누가 이해하랴, 이것이야말로 다다 빠숑의 시조새였다는 사실을. 격동의 시대가 지났다. 이제 나는 정상적인 클래식한 세계에서 살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통 넓은 와이셔츠 안에 입은 런닝샤쯔 패션만은 사양하고 싶다. 화이트 드레스 셔츠(일본 사람들은 화이트 드레스 셔츠를 와이셔츠'라고 부른다)는 속옷'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통 넓은 와이셔츠 안에 하얀 내의를 입는 것은 내의 안에 내의를 입는 꼴이란다. 또한 반팔 와이셔츠도 복식 문화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고. 덥다고 한복 팔을 잘라내지는 않으니깐 말이다. 예술적 가치가 높은 의자는 불편하다고 한다.

복식 문화도 마찬가지다. 격식을 차린 옷은 불편하다. 미학이란 어느 정도 불편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 사람 중심 " 이라거나 " 인체공학적 설계 " 라는 언어의 온도'가 따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의자나 보기 좋은 옷은 사람 중심적이지 않을 뿐더러 인체공학적이지도 않다. 어쩌면 그때 그 시절, 내 빠쑝도 미학 비스무리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주렁주렁 매달린 목걸이의 무게 때문에 허리가 휠 정도였으니까. 내 빠숑은 실패했다. 인정한다. 하지만 이해하시라, 그때는 세기말이었으니까.

 

 

 


 


 



 





부록 ㅣ 오늘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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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7-08 0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저 불타는 쥐새끼를 그린 아티스트는 누구입니까. 직접 하신겁니까??

아 이 몸서리치는 생동감....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8 07:45   좋아요 0 | URL
직접 그렸죠.

시발... 어찌나 꼴보기 싫었던지. 당시, 촛불 시위에 동원되었던 전경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촛불 시위 전용 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했으니깐 말이죠..

겨울호랑이 2017-07-08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비 케이츠네요^^: 90년대 당시에 소피 마르소, 브룩 쉴즈와 함께 꽤 인기있었던 여배우로 기억합니다... 전 90년대에 유행했던 힙합 바지가 기억에 남네요... 질질 끌고 다니며 입었던 바지 덕분에 강남 일대 거리가 온통 청소되었더라는 전설은 덤 입니다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8 15:33   좋아요 1 | URL
그 유명한 신사동 힙팝바지가 바로 겨울호랑이 님ㅁ이셨군요 ? ㅎㅎㅎㅎ 생각해 보니 전 힙합 바지는 한번도 안 입어보았네요..

cyrus 2017-07-08 1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곰발님은 양복 입고 있을 때가 간지나고 멋있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8 15:32   좋아요 1 | URL
오오, 이런 댓글 좋군요..

2017-07-08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8 15:31   좋아요 0 | URL
그렇죠. 복식도 문화의 일종이니 말입니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결국 문화적인 행동인 것이기도 합니다..ㅎㅎ

나와같다면 2017-07-08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어떻게 저 바지를 입고 시위에 나갈수 있는지 ㅋ
미련 곰퉁이 같네요^^

음악 잘 들었습니다. 분위기 바뀌면서
When I‘m with you it‘s paradise
.. 나오는 부분 좋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8 15:32   좋아요 0 | URL
쪽을 몇 번 팔면 자주 팔 때 안 쪽팔립니다..

yamoo 2017-07-10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 님의 패션 이력을 보니, 정말 옷을 메시지 용도로 잘 활용한 듯합니다. 정말 한 스타일 하신 곰발 님^^ 스타일의 극단을 달리신 듯!ㅎㅎ

요즘 사진으로 보여수시는 수트 스타일도 간지 있습니다. 주로 무채색 계열의 수트를 입으시는 거 같은데, 패턴이 있거나 색이 있는 재킷을 입어도 아주 잘 어울리실 거 같습니다.ㅎ

현재 이 프로필 사진아 개인적으로 가장 좋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0 21:43   좋아요 0 | URL
패션 칼럼리스트인 분이게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핑크 바지 하나 샀는데.. ㅎㅎㅎㅎ 도저히 입을 수는 없더군요.
칼라 배치가 난망하여 고민 중입니다..

yamoo 2017-07-10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피비 캐이츠는 영화 <그렘린>에 나올 때가 최고 리즈시절이었던 거 같아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0 21:42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 영화 열 손가락 안에 뽑는 작품이 그렘린입니다.
제가 조 단테 감독을 무지 애정합니다. 그렘린 2는 걸작이고, 마티니도 정말 엄청난 걸작이죠.

2017-07-12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3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닭  살  대  마  왕   :




 




일 별 백 개





 

                                                                                                       누가 책을 읽고 있으면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이 궁금해진다. 특히, 전철 안에서 맞은편 자리에 앉은 승객이 읽고 있는 책은 더더욱 그렇다. 내 시선은 자꾸 그쪽으로 향하고,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을 알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자세를 낮춰 책등에 박힌 제목을 보려 한다.

오해 아닌 오해도 받게 된다. 왜, 남의 떡과 책은 커보이는 것일까 ?  A가 책을 들고 있길래 궁금한 표정을 짓자, A는 요즘 잘나가는 베스트셀러'라고 소개한다. 언어의 온도. 때마침 A가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며 짬짬이 읽어보라고 한다.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10분 정도 읽다가 내동댕이쳤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구나 ! 이명박과 박근혜가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나쁜 예와 속한다면 이 책은 에세이의 가장 나쁜 예'에 속하리라. 이 책을 쓴 저자는 에세이를 가장한 소설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뭐, 어디까지나 개인적 생각이다).

내 손에는 지금 이 책이 없기에 내가 지적하고 싶은 발췌문을 열거할 수는 없지만,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미리보기에 올려진 글에 한정해서 발췌하자면 다음과 같다.




            몇 해 전 일이다. 일산에 있는 병원에서 어머니가 수술을 받았다. 진료 과정은 다른 병원과 별 차이가 없었는데 의료진이 환자를 부루는 호칭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한 번은 나이 지긋한 의사가 회진차 병실에 들어왔는데 그는 팔순을 훌쩍 넘긴 환자를 대할 때도 " 환자 " 혹은 " 어르신 " 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 박 원사님 " " 김 여사님 " 하고 인사를 건넸다...... 어머니가 퇴원하는 날 담당 의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내가 " 환자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으시던데요 ? " 라고 묻자 그는 " 그게 궁금하세요 ? " 하고 되물었다. 의사는 별걸 다 물어본다는 투로 심드렁하게 대답했지만, 난 그의 설명을 몇 번이고 되씹어 음미했다.


말도 의술이 될 수 있을까 중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 환자에게 환이 아플 환이잖아요. 자꾸 환자라고 하면 더 아파요..... 게다가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호칭 싫어하는 분도 많아요. 그래서 은퇴 전 직함을 불러드리죠. 그러면 병마와 싸우려는 의지를 더 굳게 다지시는 것 같아요. 건강하게 일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이 가슴 한쪽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병원에서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의술이 될 수도 있어요. "  나 또한 저자가 옮긴 의사의 설명을 몇 번이고 되씹어 음미했다. 달나라에 토끼가 산다더니 한나라에 살면서 서로 딴 세상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한민국 평균 진료 시간이 3분 미만이라고 한다. 병원 대기실에서 3시간 기다렸는데 진료 시간은 고작 3분도 안 돼서 허망했던 경험은 다들 있을 것이다. 의사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의 구조적 문제이니깐 말이다. 컵라면 면발이 익는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시간에 오고가는 말 속에 화기애애한 정담이 이뤄지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의사는 정말 저렇게 말했을까 ? 글이라는 것이 원래 조미료 뿌리는 맛으로 읽는다지만, 저 정도의 화기애애한 정담은 닭살이 돋는다. 글 쓰는 사람은 글을 써야지 영화를 찍으면 안된다.  




             네, 그럴게요. 그런데 할머니. 할머니는 내가 아픈 걸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 " 순간, 난 할머니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대답의 유형을 몇 가지 예상해 보았다. "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 라거나 " 할머니는 다 알지 " 같은 식으로 말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었다. 내 어설픈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할머니는 손자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


더 아픈 사람 중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더 아픈 사람이란다. 비오는 날, 심야 라디오 오프닝 멘트이거나 클로징 멘트 같은 감성 문장을 접했을 때 나는 달나라에 사는 저자를 생각했다. 저자가 만나는 사람은 죄다 파스텔톤의 동화 속 캐릭터들이구나. 저잣거리에서 온갖 험한 말을 듣고 자란 나는 롤랑바르트도 울고 갈 감성 에세이'에 닭살이 돋았다.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것, 더 아픈 사람이란다. 맙소사 ! 이 책은 요리에 실력 없는 사람이 있어보이려고 내놓은 파스타 요리 같다. 예쁜 그릇에 담았지만 맛은 없는, 먹고 나면 차라리 분식점 쫄면에 생각나는. 제 별점은요, 하나 !

남들이 별 다섯 개 기준에 별 하나를 준다면, 나는 별 백 개 만점에 별 하나를 주겠다. 이런 책은 일별백개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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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7-07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곰발님하고 거의 똑같은 생각 했습니다. ‘(작위적)언어의 온도‘ 혹은 ‘언어의 (작위적)온도‘라고 생각했었어요.

인기폭발이라 의외였는데 오히려 ˝이 책 싫어하는 사람이 이 정도나 있다니, 의외입니다˝ 하는 반응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7 15:19   좋아요 0 | URL
문장력이 형편없는 글보다 더 나쁜 글이 이런 글이죠. 짜증 폭발했씁니다.

피오나 2017-07-07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 백 개 기준에 하나라니...ㅋㅋㅋ 저는 이 책 서점에서 훑어 보기만 했는데도.. 이런 느낌이었어요. 너무 인기 폭발이라 좀 이상하다 싶기도 했고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8 04:38   좋아요 1 | URL
이런 장르를 뭐라 해야 할까요 ? 에세이 동화집 정도 ?!

책한엄마 2017-07-07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기 있기 전에 읽었을 때-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왜 인기 있는 줄은 조금 이해가 안 가요.˝눌변˝이란 책과 같은 시기에 읽었는데 두 책 에세이 내용이 어떤 주제에 대해 쓰는 기자 시험 처럼 판에 박혔더군요.
눌변은 정말 읽기 힘들었고-
이 책은 그나마 글 읽는데 매끄러워 좋은 점수를 줬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8 04:37   좋아요 0 | URL
문장은 그렇다쳐도 내용이 저의 취향은 아니더군요. 꿀꿀이 님 댓글 읽으니 눌변에 관심이 생깁니다.. ㅎㅎ

북깨비 2017-07-07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꺄아-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ㅋㅋㅋㅋ 믿고 거르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8 04:36   좋아요 0 | URL
믹스커피에 밥숟가락으로 설탕 세 큰 술 더하면 이 정도 달달한 문장이 나옵니다.

꼬마요정 2017-07-07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닭살이 돋아서 곰발님께 책이 없다는 게 다행으로 느껴집니다. 발췌를 더 하셨으면 저 닭이 됐을거에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8 04:36   좋아요 0 | URL
닭닭 하시니 문득 503호 생각이 나네요. 몸 성히성히성히 잘 계시나 모르겠습니다. 한여름에 보일러 놯드려야겠습니다.

수이 2017-07-07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사서 볼까 했는데 역시 그냥 패스할까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8 04:34   좋아요 0 | URL
제 글이 이렇게 출판시장 정화에 한 몫을 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보슬비 2017-07-07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관심 1도 없었는데, 곰발님 때문에 관심 2 생김. ^^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8 04:34   좋아요 1 | URL
이 댓글 읽고 관심 3이 생기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컴온타스 2017-07-08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침 오늘 교보문고 갈일이 있는데 이 사람 온다네요. 생각만 해도 꼴 보기 싫은데 내 건강을 위해서 미뤄야 하나 고민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8 11:50   좋아요 0 | URL
ghk 환불해 달라고 하세요..ㅎㅎ

yamoo 2017-07-10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작전 세력의 음모가 아니고는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을 겁니다. 시덮잖은 책이 잘 팔리다니...작전도 이런 작전이 없네요. 알라딘 리뷰를 검색하면 이 책의 별점 1개가 엄청 많습니다. 저도 서저에서 서서 몇 꼭지를 읽어 봤는데, 참으로 한심한 에세이더군요. 타이틀만 잘 뽑고 사재기해서 베스트 목록에 올려놓으면 팔리는 우리나라 독서풍토가 참으로 씁쓰름합니다.김병만 보다 더 재수 없는 작가에요..ㅎ

곰발 님의 리뷰가 의외로 소박한 비판이라 놀랍네요...엄청 깔줄 알았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7-07-10 21:39   좋아요 0 | URL
엄청 까고 싶죠. 그런데 남의 책 10분 정도 보고 내동댕이쳐서
요리조리 돌려까고 그러기 위해서는 발췌를 해야 되는데 당최 생각이 나야 말이죠.
그냥 집에 와서 미리보기 기능으로 볼 수 있는 글만 까다 보니 이리 되었습니다.. 흑흑..

2017-07-12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3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손잡이 2017-07-2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겁내 오글거립니다. tts로 틈틈이 듣는데 샀으니까 듣지 안그랬으면...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2 15:44   좋아요 1 | URL
오글거리죠 ? 전 10분 읽다가 짜증나서 책, 내동댕이쳤습니다. 내 책도 아니었지만.... ㅎㅎ

양손잡이 2017-07-22 16:14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전 전자책이리 기기를 집어던질 수는 없으니 파일을 삭제하겠습니당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7-22 16:23   좋아요 1 | URL
살다살다 이렇게 오글거리는 사이월드용 프로필 멘트를 에세이랍시고 책을 내는 저자의 용기에 놀랐습니다.

양손잡이 2017-07-22 16:50   좋아요 0 | URL
저도 한 꼭지 듣자마자 아 이게 왠 2000천년 초반 감성이란 말인가... 느꼈습니다. 베스트셀러를 선호하는 편인데 이런 똥 같은... 아아 말은 예쁘게 해야겠죠 *^^*
 

 

 

 

 

 

 

 

 

 


 


안철수와 공작새




                                                                                                        모두 다 이세돌을 응원했을 때, 나는 알파고를 응원했다. 한 돌, 두 돌, 세 돌..... 경우의 수가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알파고가 유리한 포석으로 좌표를 선점할 때마다 나는,  

가시는 길에 영광 있으라.                       기계가 인간을 밀어내고 세상을 지배할 것이란 공포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SF 영화의 팔 할은 기계 문명화 사회를 다룬다. 인간이 기계에 대해 우려하는 지점은 " 무오류성(자동화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 " 이다. 예를 들민 무인 자동 운전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운전대를 기계에게 맡기다니, 믿을 수 있냐 ?  한술 더 떠, 이거 실화냐 ?                      이럴 때,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기계에게 운전대를 맡겨서 사고가 날 확률과 인간에게 운전대를 맡겨서 사고가 날 확률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위험할까 ? 

적어도 기계는 전화 통화를 하느라 딴눈 팔거나, 홍준표처럼 낮술 먹고 오락가락하거나, 밤술 먹고 가로등을 향해 돌진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무인 자동 운전 시스템이 보다 더 안정적이다.  인간은 " 인간의 오작동 " 에 대해서 무지할 뿐더라 무례하다.  인류 멸망이 지구 멸망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은 인류 멸망이 지구 멸망이라고 인식한다. 만약에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겼다고 해서, 다시 말해서 인간 지성이 인공 지능을 이겼다면, 인공 지능이 인간 지성을 압도하는 사회보다 더 희망적일까 ? 인간 지성의 오류는 인공 지능의 오류보다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굳이 머나 먼 나라의 히틀러 총통 각하 님을 호명할 필요는 없다. 가까운 나라의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 각하 님'도 있으니 말이다. 트럼프와 두테르테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었으며 보우소나르(브라질), 호퍼(오스트리아), 르펜(프랑스)의 발광 다이오드적 극성도 지적 에러가 낳은 현상'이다. 안철수 신화의 핵심은 멘토(링) 정치'다. 멘토 신화의 정점은 김난도였다. 김난도는 청춘을 싸잡아서 환자로 계급 강등시킨 후 위로와 공감 전략으로 어르고 달래거나 때론 타이른다. 김난도가 달달한 지적질로 승부를 건다면 김미경은 밥집 욕쟁이 할머니로 트랜스포머한다. 

그런데 멘토는 " 꼰대의 부드러운 버전 " 에 불과하다, 멘토와 꼰대의 핵심은 지적-질'이니까. 믿쑵니까 _ 라고 외치는 멘토를 향햔 멘티의 리스펙트는 다음과 같다. 와와 !  안철수는 한때 희망교 교주로서 수많은 신도를 거느렸으나 이제는 철저하게 그들에게서 외면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믿쑵니까 ?  돌아오는 대답은 밉습니다 ! 나는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헛웃음만 난다. 사실, 죄가 무슨 죄인가. 오히려 죄는 미워하지 말되 사람을 미워해야 되는 것 아닐까 ? 공작새가 자기 몸집보다도 큰 날개를 가졌지만 정작 날지 못하는 이유는 화려한 날개 때문이다.

화려한 볼거리를 위해 총천연색 깃털의 스펙타클을 키우다 보니 몸집보다 날개가 무거워진 탓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화려한 공작새의 날개는 날개가 아니라 꽁지깃이다. 안철수도 마찬가지다. 그가 한때 대중에서 선보였던 화려한 날개는 알고 보면 꼬리였다. 꼬리가 길거나 무거우면 정작 날지 못하거나 잡히는 법이다. 그것이 공작 정치의 한계이다.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꼬리를 가리켜 날개라 한다. 그때 그 당시, 우리가 열광했던 것은 날개가 아니라 꼬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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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7-07-06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우리는 인간을 기계보다 맹신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기계보다 인간이 훨씬 더 오류 투성인데 말이죠.ㅎ

저는 안철수가 이런 꼴 날 줄, 첨에 몰랐습니다. 첨에 멘토 강의할 때, 딱 그때가 좋을 때였죠. 안철수의 실체가 좋은 이미지로 과대포장된 상태였을 때니까요. 마지막 말씀에[ 무릅을 치게 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6 21:26   좋아요 0 | URL
안철수는 꼬리가 너무 커서 날지 못하게 된 공작새 신세입니다, 제가 보기엔 딱 그 정도이고,
새 정치도 알고 보면 새(NEW)가 아니라 새(BIRD)였습니다..

표맥(漂麥) 2017-07-0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비유법이 그냥 팍팍 떠오릅니까? 너무 부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7 15:08   좋아요 0 | URL
이게 다.. 안철수 덕입니다..ㅎㅎ

수다맨 2017-07-07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철수가 말하는 ‘새정치‘가 알맹이라고는 부재한 텅 빈 언어라는 것을 진즉에 알기는 했지만 그의 귀결점이 그래도 국민 사기극일 거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습니다... 그나마 안철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이명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명박 앞에 붙인 수식어도 떼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기도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7 15:09   좋아요 0 | URL
저도요.. ㅎㅎㅎㅎㅎ 국민사기극으로 정체를 드러낼 줄은 차마.. 그렇게 까지 생각하고싶지 않았으나..
지금 하는 꼬라지를 보면... 그러고도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안철수에 대하여





 


멘토로 흥한 자 멘토로 망한다


 


                                                                                                         한때 문재인과 함께 첩혈쌍웅으로 거론되었던 안철수는 각종 티븨 토론에서 본색을 드러내자 결국에는 지지율 15% 안팎이라는 참담한 여론조사 결과를 접한다. 이에 절치부심하여 안철수는 선거 기간을 며칠 앞두고 " 뚜벅이 유세 " 라는 맨발의 청춘 코스프레를 선보이게 된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세상 유권자를 다 만나고 오겠지, 그런 믿음으로.  며칠 전만 해도 15%에 머물렀던 지지율이 대선에서는 20%대 안팎의 득표 결과를 얻자 (반면, 문재인은 예상치보다 4,5% 낮아졌다), 언론은 안철수의 고전 끝 선전을 두고 뚜벅이 유세 전략이 대중에게 먹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나는 이 분석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명색이 대선 후보가 연설은 포기한 채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이 동네 저 동네 다니면서 구멍가게에서 쮸쮸바나 빠는 전술'이 지지율 5%을 올릴 만큼 제대로 먹혔다고 ?!  쮸쮸바가 이데올로기요, 정책 공약이라고 ?! 당최, 이게 무슨 고로쇠 같은 말인가.

그때도 마찬가지이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언론은 " 안철수. 뚜벅이 유세. 로맨틱 성공적 " - 이라는 프레임을 맹신하고 있는 듯하다. 어느 누구 하나 이 전략 분석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보기에 선거 막판에 15%였던 지지율을 20%로 끌어올린 힘은 뚜벅이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당 대선 공작 정치'가 통했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뚜벅이 유세를 하던 날과 국민의당에서 문준용 특혜 의혹이라며 녹음 파일을 공개했던 시점이 일치했다는 것이 그것을 뒷받침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공작 정치로 " 지지율 5% " 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면 대단한 성공인 셈이다.

만약에 문재인과 안철수의 지지율 격차가 5% 이내였다면 당락이 뒤바뀔 수도 있는 결과였던 것이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지금도 억울하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이유미와는 문자도 통화도 한 적 없다던 박지원은 조사 결과 통화한 기록이 나왔으며, 지난 1년간 이유미 씨와는 만난 적도 없다던 안철수 또한 모 언론사가 5월 1일 만나서 함께 찍은 사진을 내놓자 할 말이 없어졌다. 뭐, 이럴 때 나올 궁색한 답변은 예상 가능하다. 개인적인 자리에서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지 공적인 만남을 의미했던 것은 아닙니똬 ~~~ 내가 누굽니꽈, 낡은 정치 버리고 새정치 하자는 안철수 아닙니꽈 ~~~



안철수 신화가 시작된 곳은 청춘콘서트'다.  유다세대1)를 위로한답시고 스스로 스승이 된 안철수는 멘티'에게 이런저런 충고와 격려를 하면서 대중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것은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동시에 치명적인 한계'였다는 사실을 대중은 자각하지 못했다. 무대 위와 무대 아래 객석이 분리될 때, 다시 말해서 무대에 오르는 멘토와 객석에 앉은 멘티'라는 이분법적 경계가 선명할 때에는 제대로 작동하지만,   그 무대를 벗어나서 정치 영역으로 이동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유권자는 멘티가 아니며 정치가 또한 멘토가 아니다.

하지만 안철수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 상황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멘토를 자처하는 안철수가 유권자를 계몽의 대상인 멘티로 대하는 순간,  유사 이래로 가장 끈이 가장 길다는 대한민국 유권자는 저항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국민의당 대선 공작 사건의 공범인 이유미가 안철수가 야심차게 준비한 제2의 청춘콘서트, " 온국민멘토단 " 에서 워킹맘 대표 멘토였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온국민을 멘토로 모셔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시늉인데, 자신의 스승인 워킹맘 대표에게 등에 칼에 꽂힌 상태'다. 안철수는 멘토로 흥한 자이자 멘토'로 망한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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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지어낸 신조어다. 경제력이 없어서 유니클로와 다이소에서 주로 상품을 구매하는 88만원 세대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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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4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6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04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철수가 제보 조작 사건에 침묵하는 모습을 보니 감옥에서 지내는 그분이 생각났습니다. 침묵은 금(金)이 아니라 안(安)과 박(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6 16:21   좋아요 0 | URL
상왕이죠, 상왕.. 난 안철수가 서민인 척할 때마다 분노가..

singri 2017-07-04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박 정계은퇴 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6 16:20   좋아요 0 | URL
정계 은퇴를 넘어 감옥으로 !

붕붕툐툐 2017-07-04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조어가 아주 쏙쏙 들어오네요~ 능력자이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6 16:20   좋아요 0 | URL
88세대보다는 유다세대 널리 퍼트려주십시오.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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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순서, 입동 ㅣ ★★★★

두 번째 순서, 노찬성과 에반 ㅣ ★★

세 번째 순서, 건너편 ㅣ ★★★ 1/2

네 번째 순서, 침묵의 미래 ㅣ ★★

오 번째 순서, 풍경의 쓸모 ㅣ ★★★1/2

육 번째 순서, 가리는 손 ㅣ ★★

칠 번째 순서,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ㅣ ★★★★★

 

​                                                    

 

소설집 << 바깥은 여름 >> ㅣ ★★★ 1/3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어느 글에서 영화 별점 체크(or 20자평)에 대해 막돼먹은 짓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한 적이 있다. 영화를 상품 취급하지 마세요, 시바 _ 라는 뉘앙스로 쓴 글이었는데,  나는 영화를 상품 취급하면 안되는 이유는 대체 뭐요 ? _ 라고 되묻고 싶을 만큼 반감이 들었다. 

그 짓이 하도 같잖아서 그 이후, 모든 작품(영화,문학)에 별점 체크'를 하고 있다.  물론,  영화를 전적으로 상품 취급하는 자세도 촌스럽지만 무작정 영화를 예술로 취급하는 자세도 촌스럽기는 마찬가지 아닐까 ?  같은 이유로 한국 문학이 위기에 빠진 것은 문학을 상품으로 접근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성일은 열정적이지만 꽤나 멍청한 믿음으로 영화가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고 믿지만 영화보다는 스마트폰이 혁명의 무기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재스민 혁명을 보라!). 칼보다 강한 것은 펜이고 펜보다 강한 것은 스마트폰이다.  이제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은 영화나 소설따위가 아니라 cctv, SNS, 클릭수, 좋아요, 유투브 따위'다. on에서 도원결의한 의지가 off로 연결되는 순간에 그 힘은 벼린 칼보다 강력하게 작용한다. 

철저하게 상업적 용도와 계획으로 만들어진 도구들이 사회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말하고 고진은 현대 문학1)의 종언을 선언한 마당에 정성일과 한국 문단만 뜨거운 순혈을 숭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순수하게도 !   그래서 나는 오늘도 별을 헤는 맘으로 패경옥을 불러본다. 경옥아 ! 세 번째 소설집 << 비행운 >>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네 번째 소설집 << 바깥은 여름 >> 에 수록된 첫 번째 단편 < 입동 : 자세한 리뷰는 여기 > 은 " 아토포스 " 로서의 " 토포필리아 " 를 다룬다. 아내가 집착하는 주거 공간에 대한 애착은 주거불안정층이 겪는 곁방살이 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장소애는 대부분 그 공간에 함께 했던 사랑하는 이'가 부재할 때, 그래서 그 상실을 자각할 때 발생한다는 점에서 증후적이다.

김애란은 현대인의 주거 불안정성에 따른 불안을 능수능란한 솜씨로 풀어나간다. 긴장감을 유지하게 위해 전사와 후사를 뒤섞는 솜씨와 선명한 상징성이 돋보였다. 반면, 두 번째 순서에 놓인 단편 < 노찬성과 에반 > 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큼 실망스럽다. 주인을 위해서 죽을 때가 되면 스스로 집을 나가는 늙고 병든 개'에 대한 이야기는 닳고 닳은 서사인데 단편 < 노찬성과 에반 > 은 닳고 닳은 서사를 닳고 닳은 방식으로 서술하다 보니 지루했다. 그리고 트럭이 전복되어 차와 함께 불에 타 죽은 아버지를 늙고 병든 개에게 투사하는 방식이 단선적이어서 촌스럽다.

무엇보다도 김애란은 " 소년 " 을 다루는데 서툴다. 그것은 전작인 장편소설 << 두근두근 내 인생 >> 을 다룰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애란은 자신과 나이가 엇비슷한 캐릭터를 다룰 때는 날카로운데 소년이나 노인을 다룰 때는 대책없이 순진하고 생각없이 긍정하는 우를 범한다. 다시 말해서 김애란은 소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꽤나 이해하는 척한다. 그런 점에서 여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을 다룰 때마다 고민스럽다고 고백한 김훈은 차라리 솔직한 편이다. 이러한 경향은 여섯 번째 단편 < 가리는 손 > 에서도 반복된다. 김애란은 소년이 등장하는 순간, 한국 문학 특유의 " 포데기 신파-극 " 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녀가 다뤘던 소년들은 모두 납작한 캐릭터여서 생명력이 없다. 어른을 위해 소비되는 피터팬 같다는 느낌이 든다. 세 번째 순서에 놓인 단편 < 건너편 > 도 나쁘지는 않다. < 입동 > 이 주거불안정층을 다뤘다면 < 건너편 > 은 고용불안정을 다뤘다. 도화와 이수는 노량진 고시원에서 만나 연인이 된 사이이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안정적인 직장을 얻은 도화와는 반대로 이수는 공무원 시험에 거듭 낙방하면서 균열이 발생한다. 한때 서로 같은 길을 걸었던 연인은 어느새 건너편의 이수를 바라본다. 도화는 수사도, 과장도, 왜곡도 없는 문장으로 이수에게 이별을 통보하지만 짧은 휴지기 같은 쉼표에는 물기를 먹은 감정이 뚝뚝 묻어나 있다.

작가는 이 흔들림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 침묵의 미래 > 는 김애란 단편 중에서도 매우 이질적인데 현학적 우화의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평소 김애란답지 않을 뿐더러 생경스럽다기보다는 생뚱맞은 작품인데, 이 작품에 대해 이상문학상이 수여되었다는 점도 생뚱맞다.  끝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단편은 남편을 잃고 스마트폰에서 실행되는 응용프로그램인 siri와 대화를 나누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 였다.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하려다 죽은 남편 이야기는 명백하게 세월호 의인과 겹친다는 점에서 김애란은 세월호 그 후, 남겨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소설은 물에 빠져 죽은 아이 누이가 쓴 편지를 받은 여자의 다짐으로 끝난다. 혼자 남은 아이(죽은 아이의 누이)야말로 밥은 먹었을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여자가 몸이 마비되어 병상에 누워 있는, 일가친척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그 아이'를 방문하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남겨진 사람들은 어딘가 서로 기대지 않으면 안 되니까. 김애란이라는 브랜드에 덧대어 말하자면 전체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학에 빠지지 않고 함께 당대를 고민하는 힘은 돋보이나 자칫 잘못하면 포데기 신파 가족극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함께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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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02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품은 누구나 사고 팔 수 있는 것입니다. 제작자가 만든 영화를 우리는 표를 사서 봅니다. 이러한 행위가 사고파는 과정과 비슷해요. 영화가 ‘상품’이 될 수 없으면 영화 시청은 소수의 사람들끼리 즐기는 고급문화가 됩니다. 그런 고급문화를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평론가입니다. 그들은 고상하게 글로 써서 영화를 평가할 겁니다. 영화를 ‘상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발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2 13:42   좋아요 0 | URL
대중영화가 성공해야 예술영화가 건강하게 설 수 있습니다. 대중영화로 번 자금은 새로운 영화 발굴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지니까요. 그것이 바로 영화 산업의 속성입니다. 영화 산업이 육성이 되어야 예술이고 나발이고 하는 것이지, 영화 산업이 붕괴된 지점에서 독야청청 예술 해봤자 말짱 도루목이죠. 대만영화가 그런 경우입니다. 산업이 붕괴되니 예술 영화 자체가 만들어져도 유통이 안되는 것입니다.


문학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순문학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문학의 상품성이 건강해야 하는데, 한국 문학은 그게 붕괴됐죠. 대만 영화 현실과 비슷한 거죠..

2017-07-03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3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4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4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4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