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문학과지성 시인선 321
남진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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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의 남자



                                                                                                       " 세 시의 거리 " 를 걸을 때마다,  3시는 낮이건 밤이건 마법 같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시간대여서 이 시간만 되면 거리는 한산해진다.

조금이라도 관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즈니스 프렌들리했던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거리가 오후 3시가 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 세 시의 거리 " 를 걷는 행인'은 대부분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사람은 아니라는 소리'이다. 이 시간에 거리를 채우는 것은 루즈하거나 루저 - 스러운 사람들이다. 나는 이 루즈한 시간이 좋다. 새벽 세 시에 개를 끌고 집에서 가까운 공원을 찾는다. 새벽 세 시는 오후 세 시와 마찬가지로 거리가 가장 한산할 때다. 공원에는 아무도 없다. 봉달 씨에게는 마법 같은 시간'이다. 공원의 주인공이니까.

목줄에서 해방된 봉달씨는 우사인 볼트처럼 달리고 나는 너트처럼 쫓아다닌다. 앞뒤가 바뀐 역할 놀이이지만 어쩌랴, 오늘의 주인공은 봉달씨이니. 함께 놀아주는 시간은 고작 5분 정도'다. 나머지는 각자의 놀이에 열중하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은 밴치에 앉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파수꾼이 되어서 공원에 진입하는 사람이 있나 관찰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공원의 파수꾼이 되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 남자가 생각났다. 대한민국에서 " 비즈니스 프렌들리 " 한 사람으로는 으뜸이었던 사람. 바쁘다 바빠 _ 라는 소리를 버릇처럼 내뱉는, 지구상에서 가장 바쁜 사내.

그를 처음 만난 때는 2년 전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토요일 주말 새벽에 일어나 개를 끌고 나갔다가 그를 만났다. 그는 신사였다, 신사복을 입었으니까 !  새벽 세 시에도 넥타이를 루즈하게 풀어헤치지 않은 것을 보면 직업 정신이 투철한 모양이었다. 당시에 그는 거리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걷고 있었다. 그와 내가 크로스될 때 통화 내용이 살짝 내 귀에 들렸다. 바쁘다, 바빠 ! 아이고, 요즘 바빠 죽겠어 !  내가 그 사람의 첫 만남을 자세히 기억하는 이유는 3시와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사람이라는 데 있었다. 일요일 새벽에도 그와 마주쳤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니 반가웠던 탓일까. 봉달씨가 살짝 꼬리를 흔들었다.

그는 여전히 바빴고, 여전히 신사였다. 신사복을 입었으니까. 어제와 오늘의 상황이 거의 유사해서 기시감마저 들었다. 그는 그날도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와 내가 거리에서 크로스될 때, 그는 어제와 같은 말을 내뱉었다. 바쁘다, 바빠.  돈 많이 벌면 뭐해...... 뭐, 사는 게 다 그렇지...... 언제 시간되면 술 한 잔 하자고 !                                    그를 다시 마주친 때는 몇 주가 지난 주말 새벽이었다. 장소와 시간은 동일했다. 지레짐작하시겠지만, 그는 그날도 신사였다. 신사복을 입었으니까. 넥타이는 숨통을 조일 만큼 단단하게 매여 있었다.

그는 뭐가 그리도 바쁜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걷고 있었다.  바쁘다, 바빠 ! 아이고, 요즘 바빠 죽겠어 !                        나는 하루 중 가장 정적인 시간에 가장 바쁜 사내의 뒷모습을 보다가 묘한 통증을 느꼈다. 그가 새벽 세 시에 통화했던 수신인은 바로 나였다. 그는 휴대폰 너머의 누군가에게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벽 거리를 산책하는 내게 말을 걸고 있던 것이다. 새벽만 되면 양복을 차려입고 거리를 방황하는 남자. 자신의 루즈한 삶을 감추기 위해서 바쁘다, 바빠 _ 라는 말을 버릇처럼 내뱉는 남자.

오늘 공원 밴치에 앉아 공원의 파수꾼 역할을 하다가 문득 한동안 새벽 세 시에 거리를 방황했던 그 남자가 떠올랐다. 바쁘다는 것이 능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대한민국에서 무직자였거나 가난했거나 아팠을 그에게는 얼마나 모질고 힘든 사회였을까. 새벽 세 시의 남자, 그 남자



 


 

덧대기 ㅣ 이 글도 역할 놀이가 바뀌었다. 남진우의 <<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 에 대한 리뷰이지만 덧대기로 짧게 언급한다. 졸라 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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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7-0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남진우는 작금이 아니라면, 후대에 이르러서라도 하향적인 의미에서 재평가를 해야 하는 문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인이 가진 문학적 역량에 비해서 너무나도 과도한 대우와 인정을 받는 이가 남진우라고 봅니다. 저는 남진우 시를 읽고 감동은 차치하더라도, 감응한 경험조차 별로 없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0 20:46   좋아요 0 | URL
동의. 왜 사람들이 남진우 시가 좋다고 하는지 1%도 공감할 수 없는 1인입니다.
작위적인 냄새가 나고, 뭔가 욕심 가득한 정치인의 냄새가 나서 질색입니다. 한마디로 좆같은 시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0 20:46   좋아요 0 | URL
동의. 왜 사람들이 남진우 시가 좋다고 하는지 1%도 공감할 수 없는 1인입니다.
작위적인 냄새가 나고, 뭔가 욕심 가득한 정치인의 냄새가 나서 질색입니다. 한마디로 좆같은 시죠.

임모르텔 2017-10-2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좋지만~ 음악선곡하시는 초감각이 정말 예리하시네요. 글읽은 후에 음악감상하니, 듁금!! ㅎㅎ
프로필 사진들..와~!! 저도 독학 아마츄어 사진가지만 사진 정말 잘 찍으시네요. 모델도 필링굿입니다.
...동시다발 팔색조 예술혼이시군요^^보면서 자극받으며 무기력에서 벗어나게되네요~ 곰닥터님~()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0 20:44   좋아요 0 | URL
동생이 쇼핑물 한다고 상품 사진 장비 장만했다가 장가 가면서 남겨두고 간 물건으로 종종 우울할 때 찍곤 합니다.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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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애 란   단 편 , 입 동  : 




 



사상누각


                                                                                                                                                                                                                                                                                                                                                                                                                         중심은 한자 中과 心으로 구성된 단어'다. " 中 " 이라는 잣대는 좌표와 무게의 중간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 心 " 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중심은 " 엿장수 마음대로 " 다.   중심은 암세포처럼 상황과 처지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전이된다.  무릎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무릎이 그 사람의 중심이 되었다가 당뇨로 발끝이 썩어가게 되면 발끝이 그 사람의 중심이자 전체가 된다. 반복해서 말하자면 中이라는 가치중립적 평가는 온전히 편향된 마음(心)에서 나온다, 결핍이 중심이다 !   역설적인 상황이지만  :  한쪽으로 평형추가 기울어진다는 것, 다시 말해서 한쪽으로 마음이 쏠리는 것이야말로 완벽한 중심'이다. 그렇기에 온통 마음을 어떤 특정 대상에게 쏟는다는 것은 항상 위태로운 것이다.



김애란 소설집 << 바깥은 여름 >> 에 수록된 첫 번째 단편 < 입동 > 에서는 " 분양면적 이십사 평, 실면적 십칠 평에 지은 지 이십 년 된 아파트 (12쪽)" 를 장만한, " 한동안 집이 생겼다는 사실에 꽤 얼떨떨했(13쪽) " 던 부부가 주인공이다. " 이십 년간 셋방을 부유하다 힘들게 뿌리를 내린 곳(33쪽) " 이니,  그에게 실평수 십칠 평이라는 공간은 아내의 중심'이자 전부이다.




              아파트를 얻은 뒤 아내는 휴일마다 베란다에서 계속 무언가를 자르고, 칠하고, 조립했다. 우리가 십 년 가까이 쓴 침대와 의자, 식탁과 수납장을 리폼했다..... 아내는 영우가 톱이나 못, 망치 근처로 오지 못하게 베란다 문을 꼭 잠그고 일했다...... 이사 후 몇 달 동안 집에서 페인트와 접착제, 광택제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북유럽 스타일 가구 ' 또는 ' 스칸디나비아 패브릭 ' 을 알아보다 가격에 낙담한 아내가 나름 택한 자구책이었다. 아내에게는 정착의 사실뿐 아니라 실감이 필요한 듯했다. 쓸모와 필요로만 이뤄진 공간은 이제 물렸다는 듯, 못생긴 물건들과 사는 건 지쳤다는 듯. 아내는 물건에서 기능을 뺀 나머지를, 삶에서 생활을 뺀 나머지를 갖고 싶어했다. 아내가 인테리어에 가장 정성을 쏟은 공간은 단연 거실과 부엌이었다 ( 단편, 입동 16쪽 ) 


아내의 토포필리아(topophilia, 장소애)는 없는 살림에 이십 년간 셋방살이하면서 겪은,  서러운 결핍의 결과가 반영된 서정이다. 그것은 대학 시절 내내 기숙사에서 살았고 졸업 후에는 학습지 교사로 일하며 독서실을 전전했던, 결혼 후에는 다섯 번의 이사 끝에 얻은 " 집 " 에 대한 애착이다. 이 애착은 평형추가 기울어진 곳에 세워진 중심이라는 점에서 불안하다. 아내는 난임 치료를 받다 두 번의 유산 끝에 얻은 영우를 마음에서 밀어내고 그 자리를 그림 같이 예쁜 집을 꾸미는데 정신이 없다.




                (영우) 아직 어려서 그런지 글씨를 쓰라고 손에 연필이나 크레파스를 쥐여주면 여기저기 형체를 알 수 없는 곡선을 그리며 아내가 애써 청소해놓은 바닥을 더럽히곤 했다. 평소 언성 높이는 법이 별로 없는 아내는 자신이 힘들여 가꿔놓은 공간을 아이가 어지럽힐 때마다 소리를 질렀따. 어느 때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그랬다 ( 17쪽)


...... 그리고 지난봄, 부부는 사고로 영우를 잃는다. 비로소 아내는 삶의 축이자 중심이 집이 아니라 영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집에 대한 애착은 거실 바닥에 떨어진 갈색 고무나무 이파리처럼 시든다. 단편 < 입동 > 의 끝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균형을 잃은, 위태로운 삶을 다시 재건하고자 하는 부부의 다짐으로 끝난다. 부부는 자정이 넘는 시간에 도배를 한다.



- 여보, 저기 종이 운 것 같은데.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

- 어디 ?

- 저기.

- 괜찮아. 며칠 지나면 흡착될 거야.

- 저기는 ? 삐뚤어진 거 같은데 ?

- 어디 ?

- 난 잘 모르겠는데 ?

- 아니야, 이쪽으로 살짝 기울어졌어.

- 어, 그러네. ( 33쪽)

 


부부는 입동을 앞둔 계절 앞에서 생각한다. 기울어져 균형을 잃은 삶도 기울어지게 붙인 도배지를 살짝 떼어 균형을 맞춘 뒤 제자리에 붙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풀이 금방 마르지 않아 교정이 가능한 도배지처럼 기울어진 삶도 !  첫 번째 소설집 << 침이 고인다 >> 와 두 번째 << 달려라, 아비 >> 에 수록된 단편이 주로 1인용 방에 대한, 셋방(곁방)에 대한 이야기라면 단편 < 입동 > 은 셋방에서 벗어나 집을 장만한 부부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주거 불안정에 따른 불안은 집을 장만했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부부는 흉흉한 소문 때문에 고통을 받지만 대출 빚으로 집을 장만한 부부는 집값에 발목이 묶여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스무살 무렵에 글을 쓰기 시작한 김애란은 이제 서른 중반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 시간의 변화만큼 문체도 변했다. 명랑하게 딴청을 부렸던 스무살 소녀는 이제 진지해졌다. 이 변화는 무죄'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입동을 앞둔 계절이 되면 종종 성대 " 도어즈 " 를 찾곤 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과 찾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혼자 가게 되는 곳이다. 그때마다 절실히 깨닫게 된다. 공간을 아름답게 채울 수 있는 인테리어는 좋은 가구보다는 함께 있어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생각해 보면, 그녀는 내가 얻었던 가장 좋은, 결이 고운 나무로 만든 ■














부록 ㅣ 오늘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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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30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30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7-06-30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말씀대로 유머와 딴청이 사라진 자리에 진지한 태도가 생겨났다는 것은 분명 ‘무죄‘이자, 작가의 원숙미에 뒤따르는 긍정적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김애란은 마라톤 선수(장편소설)가 되는 데에는 일시적인 실패를 겪었지만 여전히 단거리 선수(단편)로서는 믿음직한 인상을 보여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때로는 조영일 평론의 말처럼, 저는 김애란이 너무 영리하게(만) 소설을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작품에 바로 그 영리함(만)이 돋보이면 저는 별점을 하나씩 깎아버리고 싶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30 14:51   좋아요 0 | URL
분석의 대가는 수다맨 님이시죠. 전 문학을 공부하지 않아서 대충 느낌만 받습니다.
이 글은 소설집 중에서 < 입동 > 과 < 노찬성과 에반 > 이라는 두 단편만 읽고 쓴 글입니다.
수다맨 님 말씀처럼 너무 영리하게 쓴 글은 치열하게 쓴 글에 못 미치죠.

제게는 전자가 김영하 같고 후자는 뭐.. 다들 아시다시피 손창섭 같고...


노찬성과 에반은 무척 실망스러운 작품이었고, 입동은 좋더군요.. 선물 받은 책이라
단편 중심으로 몇 리뷰 더 올려야 겠습니다.

요즘은 눈이 나빠져서 책을 오래 읽지 못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30 14:54   좋아요 0 | URL
전 이 단편을 통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중심이라는 거...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결국 결핍의 힘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아들을 잃고 나서야 자신의 삶의 중심이 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처럼 말이죠..

2017-07-03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03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근    황





 


1. 최근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특히 낮에는 눈이 시려서 진물이 나고 안구 통증도 잦다. 안과에서는 빛에 노출될 수록 시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낮에 실외 활동을 할 때는 가급적이면 선그라스를 착용하라는 진단까지 받자 짜증이 몰려왔다. 매의 눈까지는 아니었어도 대한민국 평균 이상의 시력을 자랑했던 내가 시력 저하 때문에 외출할 때 선그라스를 착용하라는 진단을 받다니. 가끔 멋으로 쓰고 다녔던 사치품이 이제는 필수품이 되다니 울화통이 치민다.



2. 개와 함께 공원 산책을 하고 나면 털 검사를 하는데 눈이 나빠지다 보니 털에 매달린 " 짐승 " 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열심히 보는 시늉을 하는데,  이유는 며칠 전에 방바닥에서 진디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올해 살인진디기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8명이라는데 심란하다. 아직 모기도 없는데 내 몸 여러 군데 물린 것을 보면 진디기가 문 것 같기도 하다. 낯짝이 있지, 시바 !  하루 한 끼 먹는 빈자의 피를 빨아야겠냐 ?


3. http://blog.naver.com/waffel/221039946218 ( 무딘연필 님, 남성 판타지 ) : 한국 사회는 " 남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 에 대해서는 관대한 반면에 "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 은 인정하지 않거나 불온하다고 여긴다. 좋은 사례가 모 알라디너의 < 나야 좋지, 썅년 > 발언이었다. 공원에서 맥주 마시던 남자에게 여자가 다가와 합석을 한다. 주거니 받거니...... 몇 순 돌자, 취기 오른 여자가 제안을 한다. 우리 방 잡아놓고 술 한 잔 더 해요. 이 말을 들은 남자는 속으로 생각한다. 나야 좋지, 썅년 ! 그는 왜 속으로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여자를 쌍년이라며 계급을 강등하고 비하했을까 ?  아마도 남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에는 관대하면서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에는 색안경 끼고 보는,  졸라게 좆같은 너님의 잰더 감수성 때문일 것이다. 내가 그 사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 그는 자신의 글이 " 에세이 " 가 아니라 " 판타지 " 였다고 고백하다가 나중에는 감성이 폭발하며 징징거린다.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드냐 ? 라는 변명이었다. 그런데 그 글이 에세이냐 판타지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잰더 감수성에 따른 애티튜드의 문제였으니까. 자신이 쓰는 글은 판타지'라고 주장한 그는 가상의 여성을 만들어서 성희롱을 일삼는다. 그가 쓴 페이퍼의 팔 할은 유방의 모양새와 유두의 색깔이었다. 블라우스 속 유방을 상상하며 어떻게 생겼을까_ 상상하거나 유두 색깔을 궁금해 하기도 한다. 물론 상상은 자유이지만 그 상상은 철저하게 사실적일 수밖에 없다. 여성을 단순하게 성적 대상으로 생각했던 태도의 상상적 발현이니까.


4. 아버지는 " 칠쟁이 " 였다. 당연히 나는 간판집 아들이거나 뺑끼 가게 아들이었다. 고객의 요구 조건은 하나였다. 멀리서도 잘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나름 예술가였던 아버지는 멋진 캘리그래프로 도시 미화'에 도움이 되고 싶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고객은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간판 글자 폰트 크기와 색깔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한숨을 푹푹 쉬었다. 미련한 것들 ! 대한민국 가로수는 대부분 팔다리가 잘린 채 전봇대처럼 서 있다. 상가 건물 입주자들의 민원 때문이다. 가게 앞 나무 때문에 조망권이 가려지니 가지를 쳐달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로수는 죄다 벌거숭이 나무가 되어서 흉물스럽게 보인다. 좋은 풍경은커녕 그림자조차 없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의 한숨이 생각나곤 한다. 조망권에 따른 가시 영역의 확장이 장사(광고 효과)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엉터리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의 맛집 골목'이 행인 눈에 잘 띄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는 데 있다. 강이나 냇물에 사는 물고기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물풀이 많이 있는 곳이다. 그늘이 있으니 몸을 감출 장소로 적합하고, 물고기들이 모이니 상위 포식자인 물고기도 모이게 된다. 가로수도 마찬가지다. 수족이 잘리지 않은, 울창한 가로수는 그늘을 만들고 풍경을 만들며 삭막한 거리에 골목(거리)의 서정을 더한다. 당연히 수족 잘린 가로수길보다는 울창한 가로수길을 선택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유동인구는 많아지게 된다. 요약하자면 가로수가 조망권을 방해해서 영업에 지장을 주지는 점이다.


5.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릴 때 제일 바쁜 사람은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들이다. 강수량과 강설량이 많을수록 배달 주문도 비례한다. 밖에 나가지 않고도 집안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좋은 세상이기는 하나, 배달하는 사람에게는 목숨을 건 질주를 해야 한다. 비 많이 오는 날, 오토바이를 타 본 사람은 모두 공감하리라.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아는 형은 배운 게 없어서 음식 배달이 생업인 사람이었다. 몇 번,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데 모두 다 악천후 때 발생한 사고였다. 속도는 늦출 수 없는 데에는 면이 불었다는 이유로 주문을 취소하거나 폭언과 폭력이 뒤따른다는 점과 배달 시간이 초과들 경우 벌금을 물어야 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뇌수술 때문에 머리를 삭발한 형의 모습을 본 이후 ㅡ 나는 더 이상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는 음식을 주문하지 않는다. 해외에 장기 체류한 적이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의 광속이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부록 ㅣ 오늘의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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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9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9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29 13: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난주 일요일 대구에도 비가 엄청 많이 내렸습니다. 비 내리는 밤에 잠깐 외출을 했는데,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날 음식을 시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외출을 한 이유가 편의점 치킨을 사서 먹으려고 했던 겁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6-30 11:53   좋아요 0 | URL
비 많이 내린 날 하이바 쓰고 오토바이 몰면.. 굵은 빗방울이 헬맷 창에 파편을 내면서 떨어져서 앞이 전혀 안 보입니다... 그러니까 그때 오토바이 배달하시는 분은 말 눈가리개 쓰고 달리는 것가 같은 거죠..

잠자냥 2017-06-29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번 글 읽고 눈물 찔끔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30 11:50   좋아요 0 | URL
다행이네요. 펑펑 우셨다면 제가 미안했을 겁니다..

나와같다면 2017-06-30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더 이상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는 음식을 주문하지 않는다..

이 말이 뭐라고 왜 이리 마음이 아플까..

곰곰생각하는발 2017-06-30 11:50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무심하게 툭 시크하게 던진 말인데..ㅎㅎ

samadhi(眞我) 2017-06-30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일이 아니네요. 시력저하. 제 절친도 병원에서 같은 진단 받았다고 서글퍼 하더라구요. 저는 눈동자 색깔이 옅어서 선글라스를 꼭 써야해요. 눈부심을 잘 못견디거든요. 사람들이 쟤 왜 저러고 다니니 할 거예요.
잘 지냈어요? 뭐가 그리 바쁘다고 그냥 다 잊고 지냈네요. 대선에 내가 선거운동 한 것도 아니면서 그때부터 오직 우리 달님만 생각했어요. ㅋㄷ

곰곰생각하는발 2017-06-30 11:5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전 몰랐습니다. 사람들이 여름에 선그라스를 끼고 다녀서, 특히 노인분들이..
노인들이 늦은 나이에 무슨 패션이람.. 이랬는데.. 제가 겪으니까 알겠더군요..

늙어서 2017-07-03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곰생각하는발아 온동네 어그로 하더니 눈이 나빠졌구나. 늙어서 그런게 아니라 자업자득이다..얼굴도 x 생긴게

곰곰생각하는발 2017-07-03 16:40   좋아요 0 | URL
고마워, 여전히 옆집 누나 유방 훔쳐보며 딸딸이 치니 ? 섹스를 해.. 혼자하면 외, 롭다...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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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편 ,   이   모     :

 







물건에 의존할수록

 삶은 제약을 받는다





                                                                                                        이반 일리치는 물건에 의존할수록 삶은 제약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단순한 지적은 꽤 많은 진리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쾌도난마'다.

몇 년 전, " 명문가(writer 名文家)의 명문가(house 名門家)의 명가(person 名家) " 로는 대한민국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뽑히는 오죽헌을 방문했을 때 규방의 규모가 작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8자 장롱이 가까스로 들어갈 정도 ?! 경복궁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명색이 임금이 거처했던 장소인데 실내 크기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내실 규모가 작은 이유는 사대문 가문 양반들이 검소한 생활을 했다기보다는 다종다양한 가구와 물건이 없었다는 데 있다. 그 당시에는 쇼파나 침대가 있었던 것도 아니요, 티븨나 냉장고 따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내실이 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는 생활품이 필수품이었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물건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생활품이 필수품인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필리핀 이멜다 여사의 구두 수집(1220켤레)은 " 물건의 과잉 시대 " 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신지도 않는 구두가 많다 보니 신발장을 만들게 되고 신발장이 크다 보니 신발을 보관할 방을 만들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내실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반 일리치의 말을 살짝 비틀자면 물건에 집착할수록 공간은 제약을 받는다. 물건으로 쌓이다 보면 안락한 휴식처가 되어야 할 공간이 < 아이구야, 이놈의 집구석 > 으로 변하게 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권여선 소설집 << 안녕 주정뱅이 >> 에 수록된 단편 < 이모 > 는 최소주의를 실천하는 인물이다.  요샛말로 표현하자면 미니멀 라이프의 선두주자'다.  그는 " 한달에 65만 원만 쓴다고 했다. 더 놀라운 것은 30만원은 월세로 나간다는 것이다(85쪽) " 가능할까 ?    그녀는 " 안산의 외곽에 있는 오래된 소형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열평 남짓한 실내 공간은 잘 정돈되어 있었다.  아니, 잘 정돈되어 있다기보다는 정돈한 것이 거의 없었다.  집에 없는 게 많았다.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휴대전화도,  집전화도 없었다. "  그녀는 물건에 대한 최소주의 실천뿐만 아니라 행위의 단순함도 실천한다.

" 담배는 하루에 네개비만 피우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하나, 점심 먹고 둘, 저녁 먹고 셋, 잠자기 전에 마지막 담배를 피운다. 술은 일주일에 한번, 일요일 밤에 소주 한병 정도를 마신다. 그날은 다소 사치스러운 안주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 84쪽) " 나는 그녀의 삶에 대하여, 그리고 잘 정돈되어 있다기보다는 정돈할 것이 거의 없는, 집 안 전체가 수녀의 방처럼 텅 비어 있는 공간에 격하게 공감했다. 나도 몇 년 전부터 최소주의적 삶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물건에 집착할수록 공간은 제약을 받고 안식처는 집구석이 되기 일쑤였다. 비만도 음식에 의존하면서 삶의 제약을 받는 대표적인 현상이었다(운동 중독도 운동에 의존하면서 삶의 제약을 받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삼시 세 끼를 한 끼로 줄이자 정상 체중으로 돌아왔다. 또한 날마다 마셨던 술은 일주일에 한번 꼴로 마시면서 다음날 아침이면 출근하면서 술병을 남몰래 버리느라 눈치를 봐야 했던 생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주정뱅이라는 동네 평판이 두려워서 구멍가게를 순회했던 날들이 떠오르자 감회가 새로웠다. 이제는 당당하게 술병을 버린다. 봐라, 이 자식들아 !  나도 이제는 술병 따위 당당하게 버린다.                          옷도 3/4을 버렸다. 버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문제는 책이었다. 책은 적어도 정크푸드도 아니요, 백해무익한 술과 담배도 아니요, 유행이 지난 촌스러운 옷은 아니지 않은가.

책 좀 읽었다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장서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하고는 하지만 사실은 자랑질이 아니었던가. 그때, 이반 일리치의 저 문장이 내 눈에 박혔다. 물건에 의존할수록 삶은 제약을 받는다. 책의 절반을 처분했다. 텅 빈 책장을 보면서 입지도 않을 옷과 읽지도 않을 책은 동의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텅 빈 책장이 허전해 보이기는커녕 건강해 보였다. 마치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며 맑게 웃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이 글을 쓰다가 문득 그 사람 생각이 났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더 이상 쇼핑에 흥미를 잃더니 급기야는 자신이 소유했던 물건들을 하나둘 버리기 시작했다. 그가 아끼던 만년필을 내게 주기도 했다.

평소, 그의 생활 패턴을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모든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해결하는 쪽에 가까웠으니까. 얼마 안 가서 나는 그의 부고를 들었다. 자살이었다. 유서는 없었다고 한다 ■


 

 

 

 

 

 

 

 

 

 

 

 

부록 ㅣ 오늘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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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7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7 10:50   좋아요 1 | URL
앞으로는 유서를 쓴 사람의 심정으로 유서를 작성한 후의 삶처럼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단순하니까 그렇게 좋더군요.. 그동안 책장이 포화되어서 다용도실에 박스에 담아 책을 보관했는데 다 치우고 보니 보기 좋더군요..

수다맨 2017-06-27 15: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권여선의 몇몇 책들(˝내 정원의 붉은 열매˝, ˝비자나무숲˝ 등)을 읽은 적이 있는데 ‘다소 도회적인 공선옥 같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남루하고 누추한 인생들, 사회 속에서 버림받은 이들의 모습을 연민을 담아서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때로는 이 연민이 인간(더 넓게 말하면 인류)에 대한 반감과 적의로, 사회와 좀 더 멀어져서 홀로 자족하고 싶다는 고독한 태도로 바뀔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권여선의 작품 경향이 또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괜찮은 작가라고 봅니다. 예전에 곰곰발님이 쓰셨던 글처럼 권여선은 글에 ‘비극적 기품‘을 입힐 줄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공지영/신경숙 이런 작가들보다 더 윗길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7 16:22   좋아요 1 | URL
부끄럽지만, 저는 권여선 작품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극적 기품은
어느 평론가(지금 생각은 안나지만..) 의 말인데
이 작품에 딱 맞는 표현이라 저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구질구질하지 않아서 좋더군요. 이걸 작가 스스로도 질색인 것 같습니다.
내 불행 때문에 너의 눈물을 구걸하지 않아.. 알았니 ? 이런 뉘앙스라고나 할까요.
하여튼 그 자세가 마음에 듭니다...

참.. 그날 잘 들어가셨지요 ?

수다맨 2017-06-27 17:04   좋아요 1 | URL
넵. 한동안 급한 일들이 연이어 생겨서 곰곰발님 서재와, 제 서재에 들를 시간도 없더군요... 오늘에서야 겨우 들렀습니다.

몰리 2017-06-27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 좋네요
여름날 비가 올 수도 안 올 수도 있는 오후 4시에
낮잠에서 깨며 듣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 기에 좋은 음악이기도 하네요. 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7 16:19   좋아요 0 | URL
이 밴드 제가 요즘 애정하는 밴드‘입니다.
이 곡만이 아니라 전곡이 모두 마음에 드니 자주 들어보세요. 아주 좋습니다...

cyrus 2017-06-27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 사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그런데 이게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요즘 만화를 즐겨 보고 있어요. 만화를 계속 보다보면 책 생각이 나지 않아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7 18:47   좋아요 0 | URL
만화 좋죠.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만화만한 것도 없습니다. 전 좀 우울하다 싶으면
< 이나중 탁구부 > 봅니다. 한 10번은 넘게 본 것 같습니다.. ㅎㅎ

cyrus 2017-06-27 19:13   좋아요 0 | URL
<이나중 탁구부>, 옛날에 투니버스에 방영해준 적이 있어서 그거 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온지 오래된 만화라서 그런지 무료로 애니를 볼 수 있는 사이트에 없었어요. 이왕이면 자막 버전으로 보고 싶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7 19:30   좋아요 0 | URL
이나중은 만화보다는 만화책이 100배 재미있습니다..

alummii 2017-06-27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 ‘내가 지금 책을 읽기 위해 사는 것인가.. 사기위해 읽는 것인가..‘ 했을 만큼 책 사는데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집이 터져나가서 관뒀어요 ..잠시 정신적으로 공황상태가 왔다가 시립 도서관 책이 다 내꺼다 생각하니 맘이편해지더라구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7 19:31   좋아요 0 | URL
ㅎㅎ 좋은데요. 도서관 책은 다 내꺼다, 라는 과대망상.. 이런 과대망상은 좋습니다..ㅎㅎ

보슬비 2017-06-27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책정리 200권정도 했는데, 책장이 안비어서 살펴보니 구입하고 선물받은책이 200권 이상이되니 빈틈이 안보이네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8 08:57   좋아요 1 | URL
알라디너들에게 책 선물 받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긴 하죠.. 그런데 책 선물을 200권이나 받으셨다니
보슬비 님의 인성을 확인하게 되네요.. 보슬비 님을 국회로 !

보슬비 2017-06-28 09:34   좋아요 1 | URL
ㅋㅋ 선물받은책도 많지만 구입한책도 많아요. 자세히보시면 ‘구입하고‘가 읽히실거예요. ㅋㅋㅋ
보통 선물 받는것도 좋지만, 선물 주는쪽이 마음이 조금 더 편한것 같아요. 하지만 다른 선물은 몰라도 책 선물은 주고 받는것 모두 좋아요.^^ 그런데 곰발님 댓글을 보고 궁금해서 올해 선물 받은 책을 세어보니 100정도 되는것을 알았았어요. 정말 많이 받았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8 09:40   좋아요 0 | URL
후후, 그래도 어마어마하네요. 대한민국에서 증정 말고 순수하게 선물로 책 100권 받는 분들 상위 0.1% 안에 드실 걸요 ? 도서관 보유수가 오이시디 꼴등이라는 소릴 들었습니다. 보슬비 님이 국회 가셔서 동네마다 도서관 만들어주십시오..ㅎㅎ

yamoo 2017-06-28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을 줄여야 하는데 계속 사재기 하고 있네요..ㅜㅜ 처분하는 책은 한 달에 10권 남짓인데, 사는 책들은 100권을 넘고 있으니...ㅜㅜ

옷은 봄이 끝날 무렵 산더미 같이 버렸는데, 또 쎃여있네요..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9 10:07   좋아요 0 | URL
이제는 옷이 저렴해져서 굳이 옛날처럼 싸하둘 필요 없습니다.
유행 지나면 헌옷 모으는 기관에 주거나 하는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그냥 춘추복 몇 벌, 넥타이 몇 개 정도면 딱인 거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7-06-3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일을 해내셨네요. 곰발님 책장 멋진데. 책장에 안 들어가는 책을 처분하셨다는 거지요?
단순하게 살자고 머리가 터져라 마음만 다잡지만 결국 책에는 여태 미련을 못 버리고 있어요. 헌책으로 팔려고 쌓아둔 책들도 바쁘단 핑계로 팔기를 미뤄두고 있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30 11:45   좋아요 0 | URL
아 , 진아 님.. 그렇지 않아도 늘 궁금했습니다. 그동안 너무 격조하신 것 아닙니까 ? 잘 지내고 계신지요 ?

책에 대한 미련은 버렷습니다. 사는 곳이 누추하다 보니 짐만 되는 것 같아서 말이죠. 절반을 덜어내니 절반이 넓어진 느낌이어서 만족합니다..

samadhi(眞我) 2017-06-30 12:0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그냥 여유가 없었어요. 책도 거의 안 읽고 살다가 엊그제 독서모임 다녀와서 다시 나, 돌아갈래. 외칩니다. ㅋㅋ
멋집니다. 생각한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제일 존경스럽습니다. 차라리 생각이라도 하지 말면. 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가끔 하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30 12:06   좋아요 0 | URL
그동안 독서 모임은 꾸준히 하시는군요. 부럽습니다..

samadhi(眞我) 2017-06-30 12:13   좋아요 0 | URL
한 달에 한번인걸요.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라 책보다도 사람들이 보고파서 갑니다. 다녀오면 행복해집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그럴 수 있을지) 우리 모여유 모임에 곰발님이 오시어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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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계통발생학적 분류법 :



 




감자의 힘

 


                                                                                                         격세지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지금은 강원도 하면 김진태 선생님이 연상되지만, 한때 강원도의 자랑스러운 랜드마크는 " 감자 " 였다. 주먹감자 먹고 힘 내드래요 !                              

내가 " 힘을 내요 감자 파워 ~ "  를 깨닫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3년 전, 나는 동네에 작은 사설 탐정소를 차렸다. 정식 명칭은 " 갈라파고스 섭지 코지 미스테리 사설 탐정 사무소 " 였다. 일종의 블루오션을 노린 사업으로 사건 규모가 작아서 꺼리는 일'을 타겟으로 삼았다. 하는 일은 주로 이런 것들이다 : 쓰레기 무단 투기자 색출, 타이어에 빵구 낸 놈 찾기, 개똥을 치우지 않은 견주 찾기, 미용실 화단의 꽃을 뽑은 범인 찾기, 잃어버린 반려견이나 고양이 찾기가 주요 업무였다. 셜록 홈즈가 사업 파트너로 왓슨 박사를 선택했다면 나는 복덕방 주인과 내 구역을 담당하는 택배 기사를 섭외했다.

동네 장사이다 보니 팔 할의 정보는 복덕방 주인과 택배 기사에게서 나온다.  킁킁, 조사하면..... 다 나와.                                   나머지는 쓰레기봉투 속에 든 쓰레기를 관찰하면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이 할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패셔니스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입은 옷이 나를 말한다.  반면에 미식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먹은 음식이 나를 말한다.  그렇다면 " 갈라파고스 섭지 코지 미스터리 사설 탐정 사무소 대표이자 사우스코리아 시크릿 에이전트 협회 발기인 " 인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당신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봉투)가 당신을 말한다, 킁킁.

그러니까 당신이 버린 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니라 " 당신의 커밍아웃 " 이자 " 하이 퀄리티 인포메이션 " 이다. 이 글을 애독하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     갈라파고스 섭지 코지 미스터리 사설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나는 몸무게가 35kg인 리트리버(예명은 봉달이고 본명은 펄럭이다)의 견주이기도 하다. 날마다 개를 산책시키는 일은 내 주요 업무인데 산책길에 오를 때마다 마주하게 되는 동네 주민이 있었다. 그레이트 캐슬 빌라 건물주이자 입주자'인데 그녀는 개를 끌고 가는 내 뒤통수에 대고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개가 동네 거리에 싼 오줌 때문에 냄새나서 못살겠다는 둥, 개가 싼 오줌 때문에 타이어가 녹았다는 둥, 개 짖는 소리에 불면증에 걸렸다는 둥......         한두 번 들었다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볼 때마다 내 뒤통수에 대고 악담을 퍼붓다 보니 화병이 생길 지경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개를 끌고 산책을 가는데 누군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 참치다 ! 맙소사, 참치가 개를 끌고 거리를 활보하다니. "  여기저기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참치가 거리를 활보한다고 ?!   깜짝 놀라서 주위를 살폈으나 사람 흉내 내는 참치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주변을 살피기 위해 도리질하다가 우연히 가게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봉달씨를 끌고 가는 참치는...... 나였다.  참고 참고 참다가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참치가 되었던 것이다. 살다살다 개가 오줌을 싸서 타이어가 빵구 났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 시바, 에이리언 괴물도 아니고........   언젠가는 복수할 날이 오리라. 일단 복덕방 영감님과 택배기사 김씨에게서 그레이트 캐슬 빌라 주민의 정보를 입수했다. 이 동네의 터줏대감으로 수십 억대 재산을 가지고 있는 알부자'라는 것. 이 동네 빌라는 대부분 부군이 지었다는 것,

봄이 되면 목련이 가장 먼저 피는 단독 주택 주민(http://blog.aladin.co.kr/myperu/9264413) 과 더불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동네 유지로 평소 없는 사람 무시하기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성질이..... 개같다는 것. 무엇보다도 공병 줍는 노인이 쓰레기 놓는 장소를 어지럽힌다고 주민센터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공병 팔아서 입에 풀칠하는 노인에게 할 짓이 아니었다. 복수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걸어둔다.




■  http://blog.aladin.co.kr/myperu/7605617   :  잃어버린 감자를 찾아서


■  http://blog.aladin.co.kr/myperu/7640693   :  감자 상자 도난 사건의 전말




평소 동네 유지랍시고 없는것들 업신여겼던 마님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 - 뱅이 " 라는 접사가 붙은 단어였다. 가난뱅이, 게으름뱅이, 주정뱅이, 좁쌀뱅이...... 그는 동네 주민을 가난뱅이, 게으름뱅이, 주정뱅이, 좁쌀뱅이 따위로 분류한 것이다. 그녀가 정한 계통발생학적 분류법에 따르자면 나는 어느 쪽에 속한 계급일까 ? 좁쌀뱅이 ? 가난뱅이 ?? 주정뱅이 ??? 그랬던 그녀가 머슴의 16,000원짜리 감자 상자를 훔치다가 들통이 났으니 이만저만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그 사건 이후, 그는 나만 보면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는 냉큼 그레이트인지 에메랄드인지하는 캐슬 안으로 숨기 바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는 표정으로 그녀를 " 바라 " 보았다. 보다 정확하게 기술하자면 웃으면서 " 꼬라 " 보았다. 감자 상자 도난 사건 이후, 그녀와 마주치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외출을 삼가고 있다는 정보도 들을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궁금하여 복덕방 최씨 영감님'에게 물어보니 부자 동네로 이사를 갔다는 소리를 들었다. 동네가 더럽고 시끄러워서 못살겠다는 변을 남긴 채 사라졌다고. 감자의 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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