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2disc) - 컬러 & 스페셜 블랙 버전 본편 수록
임권택 감독, 안성기 외 출연 / 스튜디오 A(STUDIO A)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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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화장 >>,

               철들지 않는 남자의 나이듦을 논할 때

 

                   

 

                                                                                                                                                                                                                                                                                                          감독은 정색을 하고 만들었지만 내가 보기엔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 천년학 >> 이후,  임권택 영화 세계에 " 학을 뗀 " 나는 더 이상 임권택 영화를 보지 않기로 했다.  

<< 달빛 길어올리기 >> 라는 영화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본 영화이지만 강우석의 << 한반도 >> 와 더불어 최악에 가까운 망작'이어서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을 뿐이었다. 임권택을 여전히 살아 있는 전설로 떠받드는 정성일 평론가에게 임권택이라는 거장의 신화는 여전히 살아 있는가 _ 라고 묻고 싶다. 의리입니까, 기린입니까 ?  이런 마가린 !                   영화계와 평단이 팔순 노장 감독에 대한 리스펙(트)를 날리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만, 가끔 그들의 과도한 존경을 볼 때마다 지나친 경로 우대 사상이 낳은 불상사가 아닌가 _ 라는 의문이 든다. 나는 임권택 감독이 장인이라는 평가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거장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굳은 맹서를 깨고,    오늘 영화 << 화장 >> 을 다시 본 이유는 B가 링크를 걸어 둔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제목은 <<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나이듦을 논할 때 >> 다.  영화 << 화장 >> 은 임권택 영화는 모두 다 고만고만한 영화여서 앞으로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_ 라는 나의 " 자기 이행적 예언 " 이 단순한 확증 편향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임권택과 안성기의 공통점은 60년 동안 한 우물만 팠는데 실력은 고만고만하다는 점과 국민감독이나 국민배우라는 월계관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로봇 연기의 원조는 장수원이 아니라 안성기다).

김훈의 단편소설 << 화장 >> 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요강처럼 가운데가 뚫린 의자 위에 앉혔습니다. 의자 위에서 아내는 사지를 늘어뜨렸습니다. 아내의 두 다리는 해부할 교실에 걸린 뼈처럼, 그야말로 뼈뿐이었습니다. 늘어진 피부에 검버섯이 피어 있었습니다. 죽음은 가까이 있었지만, 얼마나 가까워야 가까운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의자 밑으로 넣어서 비누를 닦아냈습니다. 닦기를 마치고 나자 아내가 똥물을 흘렸습니다. 양은 많지 않았지만, 악취가 찌를 듯이 달려들었습니다. ( 44쪽 )

임권택은 김훈의 문자화된 언어를 시각적 언어로 번역하여 재현한다.  문제는 " 재현의 윤리성 " 에 있다. 예를 들어 끔찍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답시고 감독이 재현해 놓은 강간 장면은 윤리적인가, 비윤리적인가 ?   영화 << 화장 >> 에서 감독은 병들고 헐거워진 여성 성기를 리얼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여배우의 성기 노출을 그대로 보여준다1). 내가 보기에 이 장면은,  팔순 노장 감독에게는 정말 미안한 소리이지만,  예술성과는 거리가 먼 " 어그로 " 에 지나지 않는다. 재현에는 윤리적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임권택은 애써 외면한다.

김영옥은 <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나이듦을 논할 때 > 라는 글에서 감독의 폭력성을 신랄한 어조로 비판한다.



     김호정은 현실의 장면에서 그리고 김규리는 오상무의 상상 속 장면에서 이렇게 저렇게 ‘벗은 몸’으로 등장한다. 특히 통상 금기로 되어있는 성기 노출을 감행한 김호정의 여배우로서의 결단은 ‘쉽지 않은 용기’로 여러 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대본에 없던 구성인데, 촬영 도중에 감독이 ‘이래서는 느낌이 살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성기 노출 쪽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어떤 주제를 구현하(고자 했)는가와 무관하게 영화 <화장>은 여성뿐만 아니라 몸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환자들이나 노년들의 인격을 무례하게 모독한다. 실제로 두 번이나 발병한 암 때문에 뇌수술을 받고 통증 때문에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용변을 통제 못하는 환자를 ‘리얼’하게 즉 실제로 돌봤거나 포괄적으로 경험해봤다면 여자배우의 아랫도리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러한 존재 상태의 ‘리얼한 감’을 얻는다고 주장하기는 힘들 것이다. 통제 안 된 용변으로 더러워진 환자의 몸을 닦아주는 손놀림 몸놀림은 영화에서 저 남편이 보여준 것과는 매우 다르다. 세부사항 하나하나에서 치밀하게 ‘리얼’을 추구하지 않으면서 그저 여자/배우/환자의 성기가 보여야 리얼하다고 느끼는 그 ‘감정의 구조’는 얼마나 허구적이며 헛방인가. ( 철들지 않는 남자들이 나이듦을 논할 때, 』 중에서 김영옥 www.ildaro.com  )

영화와는 달리 원작 소설에서 늙고 비루한 육체에 대한 집요한 묘사는 아내의 몫만은 아니다. 남편 또한 전립선비대증으로 오줌주머니를 차고 다닌다. 소설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       간호사는 고무장갑 낀 손으로 애무를 해주듯 손을 움직여 내 성기를 키웠다. 고무장갑 낀 간호사의 손 안에서 내 성기는 부풀었다. 성기는 내 몸의 일부가 아닌 것처럼 낯설었지만, 내 몸이 아닌 내 성기가 나는 참담하게도 수치스러웠다. 간호사가 그 구멍 안으로 긴 도뇨관을 밀어 넣었다. 도뇨관은 한없이 몸 안으로 들어갔다. 요도가 쓰라렸고 방광 안에 갇혀 있던 오줌이 아우성을 쳤다.

적어도 김훈은 늙고 병든 몸뚱아리를 남녀 구별 없이 공정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정직하다 할 수 있지만,  임권택은 여자 배우의 아랫도리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폭로하면서 남자 배우의 아랫도리는 하얀 시트로 가려주는 검열을 통해서 늙고 추레한 남성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꽤나 비열한 측면이 있다. 감독은 여성 육체는 벗겨 놓아야 만족을 하고 남성 육체는 덮어 놓아야 안심을 한다. 재현에서 중요한 것은 서사의 핍진성이지 사물의 전시성'이 아니다. 내가 이 영화에서 임권택 감독에게 재현의 윤리적 책임을 묻는 이유이다.


 






​                                                  


 

1)  배우는 대본을 보고 계약을 체결한다. 여성인 경우는 노출 문제에 민감하기 때문에 수위 조절도 이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임권택은 영화 << 화장 >> 에서 여배우에게 대본에도 없는, 전라 노출 수위를 뛰어넘는 성기 노출을 감행한다. 만약에 감독이 배우에게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노출 순위가 성기 노출이라는 점을 명시했다면, 배우는 쉽게 이 영화에 동참할 수 있었을까 ?  이토록 중요한 문제를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감독의 폭력성과 " 여배우의 쉽지 않는 용기 " 따위로 퉁치는 영화계의 인권 감수성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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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6-07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분노해야 할때 침묵하고, 엄한 곳에서 큰소리 치는 그런 사람이 싫어요..
그 당시 여성가족부나 페미니스트들은 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까요?
거장 임권택 감독이기 때문에..?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7 18:28   좋아요 0 | URL
거장거장 하면서 설레발치는 영화판 보면 좀 가식적이고 역겹죠.
사실, 임권택 영화 후지다는 거 다 알고 있씁니다..

화면 보세요. 연기 스타일 보십시오. 임권택은 그냥 감독이지 거장도 명장도 아니죠..
개인적으로는 형편없는 감독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다맨 2017-06-08 0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권택은 품질이 저렴한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내는ㅡ그리고 그것 말고는 마땅한 재주가 없는ㅡ 공장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업계에서 오래 살아 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름의 대우나 존중을 해줄 필요는 있지만 거장이나 대가로 섣불리 인정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그래도 강우석은 간혹 행운이 따라주면 코믹물 만드는 재주라도 얼마큼 있는 것 같은데 임권택은 뭔가를 만들 줄 아는 솜씨조차도 별로 없는 것 같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8 16:15   좋아요 0 | URL
동의, 그냥 기술자 느낌이 날 뿐이지 미학 운운하면 좀 당황하게 됩니다.
또한 영화 자체가 굉장히 후져요. 만듦새도 그렇고 말이죠..
이걸 정말 영화계 사람들은 모르고 있을까요 ? 저는 알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알면서도 차마 말 못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여튼 볼 때마다 짜장을 유발하는 영화여서 얼큰한 짬뽕 한 그릇 먹고 싶더군요..

yamoo 2017-06-08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화장>은 정말 괜찮던데요....이 영화는 졸작인가 봅니다~
한국 영화 안 본지가 넘 오래되서뤼,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네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0 14:24   좋아요 0 | URL
영화는... 망작입니다. 심각한데도 안성기 연기를 보고 있으면 코미디영화 연출을 하고 있는 듯한..
연기톤도 너무 구닥다리여서 신기할 정도입니다..
댓글저장
 
임권택 감독 컬렉션 - 서편제 + 아제아제 바라아제 + 태백산맥 + 축제 + 춘향뎐
임권택 감독, 조승우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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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작심하고 깐다



                                                                                                       한국 영화계에는 임권택이라는 까방권이 존재한다.  목소리가 허스키한 시베리아 바람이 전한 말에 의하면 영화계 내부 강령에는 임권택 까는 놈은 적패로 규정한다 _ 는 무시무시한 문장이 적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임권택 영화를 까서 왕따 당하는 영화인을 아직까지 본 적은 없어서 이 내부 방침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다. 웃자고 스웨그 좀 떨었다, 됐고 !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 나는 임권택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임권택 영화를 찬양할 때 흔히 마주하게 되는 한국적이어서 세계적인 영화라는 하마평을 들을 때마다 멍청아, 한국적인 것은 그냥 한국적1)인 것이야 _ 라는 개미평으로 응수하고는 한다. 정성일 같은 평론가가 임권택 영화를 거론하면서 인본주의를 거론할 때마다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엔 임권택 영화는 인권 감수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 서편제 >> 를 예로 들어보자.

아버지의 사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딸에게 독약을 먹이는(눈을 멀게 하는) 범죄 행위를 단순하게 예술혼의 승화 따위로 설명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이러한 행위는 자식을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에게 종속된 개체로 여길 때 발생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만 유독 두드러지는 가족 동반 자살도 같은 맥락이다. 이 영화를 사양길에 접어든,    판소리를 고수하려는 아버지의 빛나는 예술혼 따위로 포장해서는 안된다. 송화(오정해)는 가부장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소모되는 건전지에 불과하다. 관객은 눈먼 송화에 대해 연민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지만 아무도 가해자인 아버지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감독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연민을 느끼도록 영화적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임권택의 낮은 잰더 감수성은 영화 << 길소뜸 >> 제작 비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전라 노출 연기를 해야 했던 어린 배우 이상아의 나이는 고작 14살이었다. 어린 배우가 전라 노출 연기를 거부하자 임권택이 한 말은 꽤나 의외였다. " 너 돈 많니 ? " 즉, 돈 많으면 지금까지 찍은 제작비를 다 물어내라는 협박인 것이다(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법 준수를 외치는 파업 노동자에게 파업에 따른 손배액 청구로 상대방을 윽박지르는 싸장님 마인드와 유사하다). 자신의 예술혼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딸에게 독약을 먹이는 소리꾼 아버지와 자기 영화의 예술적 완성도를

위하여 14살 어린 소녀에게 전라 노출 연기를 강요하는 임권택이 겹치는 대목이다. 임권택의 낮은 잰더 감수성은 << 하류 인생 >> 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 영화에서는 부부 강간 장면(따귀를 때리고, 옷을 찢는..)이 나오는데 화면이 전환되면 아내는 만족스러운 듯 남편 품에 안겨서 방실방실 웃는다. 이 황당한 장면 전환을 두고 비판하는 평론가를 본 적이 없다. 심지어 톤앤매너의 불균질을 지적하는 이조차 없었다. 남성 중심 사고'가 낳은 폐허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남성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젊은 여성'은 삼복에 더위 먹은 늙은 남자가 원기를 회복하기 위해 먹는 삼계탕 정도로 취급한다. 내가 임권택과 윤대녕을 싸잡아서 비판하는 대목이다.

자신이 한 행동이 " 가해 " 이지만 " 가해 " 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임권택만은 아니다. 이창동 감독의 << 오아시스 >> 도 남성 중심 사고가 낳은 끔찍한 폐허'다. 자신(문소리)을 강간한 남성(설경구)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다룬 영화인데, 만약에 이 영화를 남성이 아닌 여성이 감독했다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서사일까 ? 이창동은 남성의 사랑에 대해서는 너그럽지만 여성의 공포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이 영화는 예술을 빙자한 강간 판타지에 불과하다. 길에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祖師)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란 말이 있다. 훌륭한 영화는 전세대 아버지와의 단절에서 나온다.

 

 

 

 

 

 

 

 

​                                                  


1)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면 삭힌 홍어는 지구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될 것이다. 한국적이라는 평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과잉 해석을 지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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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7-06-06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서편제 보면서 딸 눈을 멀게 하는 것에 경악했습니다. 자기가 똥물을 먹든 자기 눈을 찌르든 그거야 자기 예술혼이고 딸 인생을 왜 그렇게 조종하는지요.. 소름끼치게 끔찍했어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6 17:16   좋아요 1 | URL
저는 그게 끔찍한 폭력이라는 사실을 좀 나이가 들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보니 정말 끔찍하더군요. ˝ 아니 왜 자기 욕망을 위해 딸에게 독약을 먹이지 ? 이렇게 나쁜 놈도 있나 ? ˝

2017-06-06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7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3시 2017-06-06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영화에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끔찍하네요
저런 사고방식을 가진 늙은 감독들이 만든 영화를 보면서 감동하는 사람도 많았겠지요

˝ 훌륭한 영화는 전세대 아버지와의 단절에서 나온다.˝

오늘도 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7 10:25   좋아요 0 | URL
배우고 가긴요.. ㅋㅋ
제 취향이 달라서인지 전 이 분의 색감부터 연기톤, 프레임 설정 따위가 너무 옛날 톤이어서
따분한 생각이 듭니다. 뭐든 만들면 블랙코미디예요..

포스트잇 2017-06-07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운 현상이죠.
임 감독은 그냥 있으려해도 옆에서 밑받침에 자꾸 풍선바람 넣는 사람들이 나쁜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7 10:24   좋아요 0 | URL
풍선에 바람 넣는 꼴이죠. 아마 다들 이제는 임권택 영화가 낡고 후지다는 것을 다들 알 겁니다. 이걸 굳이 살아 있는 신화, 거장의 숨결 운운하며 빨아준다는 게 합당한지 의문입니다... 적당한 예의는 좋으나 그게 지나치면 거짓 숭배가 되죠..

yamoo 2017-06-08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국영화를 어느 정도 보고, 임권택 영화를 거의 다 봤다면, 아마도 곰발님하고 같은 지점을 거론했을 겁니다. 서편제보고 저도 이건 가정 폭력의 극단인데...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어쨌거나 저는 임권택 영화는 재미가 없어 못보겠더이다. 홍상수 영화도 마찬가지구요.. 그나마 재밌게 본 감독이 봉준호 정도..

어제 ‘나는 부정한다‘ 봤는데...정말 잘 만든 영화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한국영화 때문에 울나라에서 망한 작품인데, 이런 영화가 한국 영화 때문에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플뿐입니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0 14:23   좋아요 0 | URL
앗, 야무 님. 반갑습니다. 무탈하시지요 ? 알라딘계의 유일한 패션 블로거였는데... 주옥같은 패션이 눈에 아른거리는군요... 얼른 화려하게 무대 위로 등장하시기 바랍니다..
댓글저장
 


 

 

 

 




이 세상의 모든 원기옥 씨




                                                                                                       일제 강점기, 악명 높았던 순사 이름은 " 도끼이마까상 " 이라고 한다. 도끼로 이마까 순사가 저지른 악행은 다카기 마사오(박정희) 순사보다 악랄했다고 하니 그가 저지른 악행은 가히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아리가또 고자 새끼 !

그런데 다카기 마사오보다 악당인 도끼로 이마까 순사보다도 더 악랄한 일본 순사가 있었으니....... 이름하야 도끼로 깐데또까 순사'였다. 박근혜 어록을 잠시 빌리자면 도끼로 깐데또까 순사는 " 그러니까, 한 번 물면, 거, 그래서, 막, 그러니까 내가 뭐라 했죠, 호호호, 살점이 뜯어질 때까지 막, 물어뜯는 " 진돗개 같은 캐릭터였다. 도끼로 이마를 까는 순사도 무섭지만 깐데또까 순사는 핀-포인트 타겟 조준이 가능한  정밀 타격의 달인이어서 깐 데 또 까는 잔인한 성격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진정 싸울 줄 아는 싸울아비요, 살점이 뜯어질 때까지, 호호호 물어뜯는 진돗개 같은 사내'였다.

내 성격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어서 한 놈만 붙잡고 죽자사자하는 캐릭터'다. 내가 한국 영화를 비판할 때마다 등장하는 이가 임권택이요, 문학을 비판할 때마다 등장하는 이가 윤대녕이다. 내 사전에 마침표는 없다. 투비컨티뉴가 마침표로 사용될 뿐이다. 일본 순사 이름으로 설명하자면 20년째 임권택과 윤대녕을 깐 데 또 깐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에 대한 독한 감정은 없다. 다만, 두 사람의 작품 세계'가 가지고 있는 촌스러운 세계관이 한심하기 때문이다. (임권택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비판은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윤대녕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데 그곳에서 항상 묘령의 여인을 만난다. 

" 묘령의 여인 " 이라는 표현은 윤대녕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인장'이어서 이 문장을 사용할 때는 윤대녕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소설 속에서 묘령의 여인'이라는 표현으로 등장하는 여인을 볼 때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 이제 곧 소설 속 남자 주인공과 묘령의 여인이 질펀한 섹스를 하겠군 ! "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원기를 잃었던 남자는 묘령의 여인과 화끈한 섹스를 하고 난 후 원기를 회복한다. 마치 삼복 더위에 삼계탕 먹고 기운을 차린 사람처럼 말이다. 그녀의 이름따윈 물을 필요없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 ! 그녀 이름은 원기옥이다.

윤대녕 소설 속 여성은 남성의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박카스 같은 활력소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윤대녕이라는 남성 작가를 콕 찍어서 그렇지 한국 문단의 남성 작가들 대부분은 유사 윤대녕'이다. 좋은 예로 박범신의 << 은교 >> 도 윤대녕의 원기옥 캐릭터'다. 작가는 은교를 예술적 영감 운운하며 뮤즈라고 숭배하지만 묘령의 여인 원기옥일 뿐이다. 한국 남성 작가에서 여성이라는 존재는 육보시의 대상일 뿐이다. 한국 문학이 이 지경이라면 한국 사회는 말할 것도 없다. 남성 권력을 비판하는 글(http://blog.aladin.co.kr/fallen77/9360403 )에 대해 남성들은 개떼처럼 달려들어서 물어뜯기 일쑤다. 나는 안 그러거등요 !                          

그럴 때마다 나는 남성이란 족속이 얼마나 촌스러운 존재인가를 깨닫게 된다. 나는 남성으로서 내가 개새끼였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남성 권력을 비판하는 글에 동조하게 된다. 남성이 남성 권위에 도전하는 글에 동조하지 않으니 계급 투표에 위반된다고 힐난한다면 할 말은 없다. 권위(혹은 권리)보다는 인권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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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5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6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안 그러는데, 남자들 싸잡아 비판받는 것이 싫다.˝

이런 주장을 하는 남자들은 남자가 여성차별,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압니다. ‘나는 안 그러는데‘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있어요. 그 표현을 쓰면서 자신은 여자로부터 비판받는 남자들(성범죄자, 성차별하는 남자 등)과의 거리를 두는 거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한 두명씩 있어요. 그걸 알면서도 가볍게 넘어가는 태도가 문제입니다. 적어도 주변에 성차별, 성희롱 비슷하게 하는 지인이 있으면 타일러줘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6 20:45   좋아요 0 | URL
거리 두기가 공정한 객관화를 하기 위한 애티튜드인데, 오히려 반대인 경우입니다. 나는 아니다, 그러므로 너의 논리는 가짜다라는 태도야말로 참 편협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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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자의 없는 척




 


                                                                                                                                                                                               내가 구멍가게라는 낱말을 좋아한다고 해서 3평 남짓한 구멍-가게'를 수퍼-마켓1)이라고 명명한 가난뱅이 장사꾼의 스웨그'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 없는 자의 있는 척 - " 은 가소롭기는 하나 비난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 있는 자의 없는 척 - " 이 " 없는 자의 있는 척 - " 보다 가증스러운 경우2)가 훨씬 많다. 있는 자는 있는 척-하는 것이 정직한 태도'다.   그렇기에 나경원이 1억짜리 피부 관리를 받았다는 사실과 조윤선이 1년 생활비로 5억을 쓴다는 사실에 대하여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강남 3구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은 정당하다. 오히려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그들이 아니라 그들의 평소 씀씀이로 보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데에도 모른 척하며 그들을 찍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대선 때 5000원짜리 국밥을 서민적으로 말아드셨던 각하는 국밥을 말아드신 것이 아니라 국가를 말아드셨고,

박근혜는 바리데기가 아니라 마리 앙뚜와네트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여전히 있는 자의 없는 척은 먹히는 코스프레이다. 내가 정말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 부류는 없는 자의 없는 척도 아니고 없는 자의 있는 척도 아닌, 평소에는 프롤레탈리아 계급을 찬양하며 부르주아 계급을 경멸하는 척하지만 내심 있는 것들에 대한 동경과 자신이 속한 계급에 대한 경멸을 숨긴 사람들이다. 좋은 예가 " 내가 아는 사람 ~ " 이라는 설정을 자주 남발하는 사람이다. 모 블로그 이웃(지금은 해제된 상태이지만...)이 쓴 글은 구멍가게 규모의 가계 살림'에 대해 솔직하게 서술하는 편이다.

유니클로와 다이소의 단골인 그는 소소한 서민적 삶을 예찬한다. 또한 정치적 성향은 이명박근혜 정부에 대한 경멸로 부글부글 끓는 사람이지만 3개월 동안 진행된 촛불 집회에는 참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꽤나 좌파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그는 말끝마다 "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누구누구...... "  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여기서 그가 호명하는 " 누구 " 는 자신과는 달리 대부분 성공해서 삶이 부유한 사람-들이다. 소설가에, 사진가에, 변호사에........ 그는 유니클로와 다이소를 예찬하지만 그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대부분 넉넉한 사람이다. 그가 어느 모임의 사진을 올리며 사진 속 등장 인물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났다. 그

것은 자신보다 한 단계 상위 계급을 자신과 동등한 친분 관계로 소개함으로써 자신의 신분 계급을 업그레이드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없는 자가 있는 척하기에는 쪽팔리니까 있는 자와의 친분을 빌려서 자신을 과시하려는 태도에 다름아니다. 사기꾼은 대부분 지체 높은 " ~ 내가 아는 사람 " 이 많다. 그들이 사람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친구 목록에 구멍가게 살림을 근근이 이어오는 당신이 포함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오히려 그는 당신을 소개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속한 계급의 이익을 위해서 그 계급을 지지하는 정치 성향을 계급 투표라고 한다면,

그는 겉으로는 서민적 삶을 예찬하면서도 속으로는 있는 것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계급 배반 투표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 나는 계급 배반 투표 성향을 보이는 이보다는 계급 투표 성향인 척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속한 계급에 대한 경멸과 그 반대에 속한 계급에 대한 선망을 가진 부류가 더 한심하다. 없는 자가 없는 척하는 것도 때론 가식이 된다 ■









​                 

1) 슈퍼보다는 수퍼라는 표현이 더 좋다

2) 예를 들면 정치인의 서민 코스프레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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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 간판이 ‘oo슈퍼마켙‘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4 21:28   좋아요 0 | URL
그쪽 동네는 점방이라고 안 하나요 ?

cyrus 2017-06-04 22:08   좋아요 0 | URL
점방이라는 말은 안 써요. 여기도 가게를 ‘슈퍼‘라고 써요.

가넷 2017-06-05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판에는 없지만 부르기는 그렇게 부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직 계세요. 그런데 점방이었나요? 전 전방으로 알고 있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5 14:08   좋아요 0 | URL
아, 전방이라고 하나요 ? 하여튼 제가 전방이 무슨 의미냐고 물었더니, 경주 출신분이 아니 점방을 모르는 사람도 있네 ? 라며 가르쳐주더군요..

가넷 2017-06-06 00:20   좋아요 0 | URL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가게로 쓰는 방이라도 해서 점방이 맞네요. 그런데 보통 방언이면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무엇의 방언으로 표시하는데(쇳대의 경우 열쇠의 방언이라는 식으로) 이건 그렇지 않을 걸로 봐서 방언은 아니렸던 모양이네요 ㅋ 전 여태 사투리인불 알았네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6 16:14   좋아요 0 | URL
보니깐 전방도 있고 점방도 있군요.. 전 전방이 지금까지 방언인 줄 알았는데 방언이 아니군요.. 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저는 서울 사람인데 한번도 전방,,점방이란 말은 들어본 적이 없군요..

2017-06-05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5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다맨 2017-06-05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가들 중에서도 계급 배반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백낙청(하향 배반)과 복거일(상향 배반)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백낙청 평론가의 경우는 사실은 부르주아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사람인데 문학가로서는 민중문학/참여문학론을 제창한 사람으로 유명하죠. 물론 이후에 김명인/조정환 등으로부터 자신이 소속된 계급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요.
그리고 복거일 소설가는 실제로는 부가 넉넉하지 않은, 그다지 높지 않은 고료로만 생활하는 집필 노동자에 가까운 사람인데 예나 지금이나 기업가/자본가/시장을 일관되게 옹호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두서없이 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세상에는 참 희한한(?)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5 14:59   좋아요 0 | URL
결론은 희한한 사람-들이군요.. 반대의 성향으로 백과 복을 거론하셨는데,
글구 보니 남성이 여성을 지지하는 경우도 일종의 계반 배반 투표 성향이겠군요.
문득 원더우먼 원작자가 생각나는군요. 이분은 남성인데 과격 여성 인권 운동을 열렬히 지지하셨던 분입니다.
부르주아가 프롤을 지지하면 금상첨화이겠으나 저는 부르가 부르를 지지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저 새끼 자기 배 채우려고 애쓰는구나.. 이런 생각만.. 그런데 노동자가 노동자를 비난하는 것은 정말 참기 힘들더군요..

저도 결론은 세상에는 참 희한한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이...



항상 수다맨 님 댓글 아래에는... 시간 나실 때 술 한 잔..

수다맨 2017-06-06 03:59   좋아요 0 | URL
넵. 그렇다면 이번주 토요일 날 저녁에 혹시 시간 있으신지요? 간만에 곰곰발님과 한잔 하고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6 16:13   좋아요 0 | URL
이번 주 토요일 좋군요..

수다맨 님 편하게 사당 근처에서 볼까요 ?

수다맨 2017-06-07 18:23   좋아요 1 | URL
답글이 조금 늦었습니다.
사당역에는 제가 아는 집이 별로 없어서요. 저번처럼 종로 3가역에서 보는 건 어떠실지요? 좀 멀기는 해도 저는 그쪽 분위기가 좋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7 19:34   좋아요 0 | URL
좋습니다, 그럼 종로 유진 식당에서 오후 6시에 봅시다아.. 토요일.. 유진식당 ! 콜 ?

수다맨 2017-06-08 04:36   좋아요 1 | URL
넵. 유진 식당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8 16:13   좋아요 0 | URL
그럼 그때 봅시다아.

나와같다면 2017-06-0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급배반 투표 현상에 대해서 항상 의문이예요.. 아직도 의문은 계속 되구요

사회적 약자는 왜 정치에 온전히 기대지 않는걸까?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7 18:26   좋아요 0 | URL
글쎄말입니다. 저도 그게 참 궁금합니다. 아시는 분,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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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죽을 동태와 죽은 척하는 생태 :

 

 

 

 

 

 

 

 


 


어리숙한 어린 쑥에게





 


                                                                                                       꿈을 꿨다. 어머니는 병상에 누워서 한 가지 소원을 말씀하셨다. 쑥떡이 먹고 싶구나.                        평소 무뚝뚝했던 불효자의 눈에서는 가래떡 같은 눈물이 뚝뚝 흘렀다. 나는 그 길로 쑥 캐러 병실을 쑥 나갔다.  어머니는 이런 당부를 남기셨다.

다 큰 쑥은 질겨서 맛이 없으니 어린 쑥을 캐 오거라.                              뒷동산에 오르니 쑥향이 진동했다, 동산 전체가 쑥밭이라.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늦은 봄이라 어린 쑥을 찾기는 어려웠다. 어린 쑥을 찾아 동분서쑥하다가 드디어 어린 쑥을 찾았다. 기쁜 마음에 성급하게 호미질을 하려는데 어린 쑥-들이 쑥덕쑥덕 쑥덕거리는 앳된 소리가 들렸다. 요즘 어린 것들은 싸가지가 없다, 오래 살다 보니 별꼴을 다 본다, 어르신 말씀에 어린 쑥이 불쑥 끼어들기 일쑤다...... 쑥덕공론의 요지는 " 어린 쑥 개새끼-론 " 이었다.  나는 어린쑥의 어리쑥한 어르신 연기에 웃음이 났다.

이 녀석들, 어린 놈들이 살기 위해서 어르신 흉내를 내고 있구나.                    " 어리숙하다 " 라는 말의 어원을 발견하자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병상에 누운 노모를 생각하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쑥을 캐기 시작했다. 쑥아, 미안하돠 !   내가 지금까지 본 연기(- 척하기) 중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친 이는 송강호나 최민식이 아니라 생태였다. " 죽은 척하는 생태 " 연기는 압권이었다. 생태는 죽은 자를 연기하기 위해서 물 밖에서도 24시간 숨을 참고 있었다. 완전 개감동 x 100.  영화잡지 << 키노 >> 는 생태 씨의 인상 깊은 연기를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뽑았다. 생태 씨, 숨 쉰 채 발견 !   동태 연기도 훌륭했다. " 얼어죽을 동태 " 는 동사(凍死) 연기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와와. 그들의 연기를 볼 때마다 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이 새끼들, 정말...... 대다나다 !   반면에 박근혜는 최악의 연기력을 가진 배우였다. 세월호 때 흘린 눈물 연기는 눈 뜨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목불인견이었다. 되짚어보면 박근혜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 활동한 관료 또한 시종일관 최악의 연기력을 선보였고, 시청자는 대부분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황교안의 로보트 연기는 장수원을 능가한다).  가짜 눈물이기에 어색한 눈물이었고, 가짜 슬픔이었기에 어색한 슬픔이었으며, 가짜 나라 걱정에 가짜 애국심이어서 내 입에서는 수천 번 c8_ 이라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박근혜가 죽은 척하는 생태와 얼어죽을 동태를 비선 실세로 모셨다면 비선 씹새'라는 욕은 벗어났을 것이다.  

나는 " - 척하기 " 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빙 고프먼의 탁월한 저서 << 상호작용 의례 >> 를 읽으면 인간은 척하기의 달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차피 인생은 쇼'다. 인생이 < 쇼 > 라면 정치는 < 쑈 > 를 넘어 < 쑈쑈쑈 > 에 가깝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과 점심 식사 후 정원을 거닐며 커피를 마시는 사진은 정략적 목적이 깔린 연출에 가깝다. 이 연출은 대통령의 철학을 반영하기 위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기에 오바마가 즐겨 사용하는 표현 기술이기도 하다. 문제는 " 척하기의 자연스러움 " 이다.

박근혜나 황교안처럼 의전을 졸라 중시하는 인간 따위가 참모들과 허물 없이 티타임을 연출한다고 해서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올 리 없다. 못생긴 배우가 드라마 << 꽃보다 미남 >> 의 주연배우가 될 수는 없듯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의 척하기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치에는 眞, 善, 美도 필요하지만 厚(두터울 후)와 黑(검을 흑)도 필요하다 후흑, 두꺼운 얼굴과 검은 마음을 뜻한다바로 그 지점에서 노무현은 실패한 것이다. 노무현의 조건 없는 환대는 감동적이고 아름다웠지만  적은 그 환대를 받아들일 만큼 선량하지 않다는, 인간이기보다는 짐승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노무현은 알지 못했다.

조건 없는 적대를 조건 없는 환대로 받아들이는 행위는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 조건 없는 환대가 성공하기 위한 최소 충분 조건은 조건 있는 적대까지이다. 노무현만 탓할 일은 아니다. 진보의 강박적 도덕률 요구도 어리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인생이 쇼라는 진실은 받아들이면서도 정치가 쇼가 되면 악담을 퍼붓는 얼치기 캐피어 좌파'였다. 하여, 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을 작정이다. 진심을 담은 가식의 달인이 되기를 바란다. 그에게 필요한 비선은 얼어죽을 동태와 죽은 척하는 생태'다.  때론 가식적으로, 그리고 때론 간사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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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6-0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쑥쑥 들어오는 곰발님의 쑥드립 완전 찬양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19:14   좋아요 0 | URL
쑥 가지고 말장난하기 아주 좋은 단어입니다. 많이 애용해야 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곰곰발님은 정말 다양한 주제의 꿈을 쉴새없이 꾸시는 군요.. 대체 잠은 푹 주무시는지 궁금합니다.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6-01 19:14   좋아요 0 | URL
글의 재미를 위해서 허구를 꿈의 형식으로 빌려서 사용했습니다. ㅎㅎ

2017-06-01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1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정 사상 가장 오글거리고, 부자연스러운 정치인들의 ‘쇼‘가 반다송 아닙니까?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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