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들아, 얼큰한 순두부 찌개를 다오 :
홍준표라는 올드 보이
친구가 마지막으로 선보인 음식은 딤섬'이었다. 짬뽕으로 승부하기에는 경쟁이 치열해서 고급화 전략'으로 딤섬 요리 기술'을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며 내놓은 것이다. 내가 만두'라고 했더니 그는 화를 냈다. " 그, 그그그그것은 딤섬에 대한 모독이야 ! " 딤섬을 點心'이라고 적는단다.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이름이 시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 올드보이 > 에서 최민식이 질리도록 먹었던 군만두'는 서비스 메뉴'였을 것이다. 이런저런 추론을 해보면 유지태는 최민식을 사설 감옥'에 보내면서 날마다 밥값을 지불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밥값은 사설 감옥 직원들의 공돈으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 대신 서비스'로 나온 군만두를 주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 그러니깐 최민식은 15년 동안 직원들이 점심을 시켜 먹고 남은, 서비스로 나온 만두만 먹다가 속 터져버린 이야기다. 만약에 최민식에게 군만두 대신 딤섬을 點心 으로 내놓았다면 그토록 비극적이지는 않았으리라. 짬뽕이 맵고 자극적이었다면, 김이 모락모락나는 딤섬'은 담백하고 순한 맛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젊을 때는 자극적인 것을 탐하다가 늙으면 순한 맛에 매료된다.
- 보수란 무엇인가, < 짬뽕과 딤섬 > 中
소 뒷걸음질하다가 쥐 잡은 꼴이지만, 홍준표 득표율이 25% 가 될 것이라는 내 예측이 얼추 맞아떨어졌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단순한 계산법을 동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각하 님 탄핵 반대 여론이 25%였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둘째,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준표에게 준 표 25%는 일종의 심리학적 인지부조화로 " 콩코드 효과1) " 에 해당된다. 박근혜의 잘못을 인정하고 지지를 철회한다는 것은 그를 믿고 따랐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심리적 인지부조화가 작동을 하게 된다. 그동안 박근혜에게 투자했던 열정이 말짱 도루묵이 될 판이니 못 먹어도 고 _ 를 외치는 것이다. 정치적 지지도 감정이 투자되는 일이기 때문에 열성 지지자들은 지지를 철회해야 마땅한 사태가 전개된다고 해도 지지를 철회하기는커녕 더욱 광신적인 지지를 보낼 수 있다.
그간 쏟은 노력과 정열이 아깝고 억울해서다2). 그러니까 25%는 비싼 돈을 주고 옷을 샀는데 어울리지 않을 때 발생하게 되는 심리적 딜레마와 유사한 것이다. 버리자니 아깝고 입자니 부끄러워서 장롱 속에 처박아둔 철 지난 밍크 코트 같은 심정이리라. 그런 마음이 모이고 모여서 만든 것이 25%이다. 홍준표 입장에서 보면 챙길 것 다 챙겼으니 아쉬울 것 없는, 성공한 결과이다. 그가 목표로 삼은 득표율이 25%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준표식 선거 전략은 매우 쉬운 전략이다. 박근혜 지지자를 군만두를 먹고 싶은 유권자로 치환해서 설명하자면 홍준표는 선거 내내 군만두 이야기만 꺼낸 것이다.
일식집에 가서도 군만두 이야기, 베트남 쌀국숫집에 가서도 군만두 이야기, 자나깨나 군만두 이야기. 군만두가 최고예욧 ! 하지만 사람 입맛이란 다양해서 떡볶이와 순대를 먹고 싶은 사람이 있고, 또 누군가는 짜장면을 먹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 바로 선거 전략이다. 하지만 홍준표는 떡볶이와 순대를 먹고 싶은 사람과 짜장면을 먹고 싶은 사람은 배제하고 오로지 군만두만 먹고 싶은 유권자를 겨냥했으니 그들에게 지지를 받는 것은 쉬운 일이지 않을까 ? 홍준표식 전략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전술이다. 하나만 계속 먹다 보면 나중에는 질리기 때문이다.
여기 군만두만 먹다가 속 터진 캐릭터가 있다. 바로 영화 << 올드 보이 >> 이 오대수(최민식)이다. 그는 사설 감독에서 군만두만 먹다가 질린 나머지 복수를 다짐한다. 이 놈들아, 얼큰한 순두부 찌개를 다오 ! 홍준표와 25%는 오대수를 닮았다. 특이 식성을 가진 그들에게 어줍잖은 충고 한 마디 하자면 이 세상에는 군만두보다 맛있는 음식이 많아요 ■
1,2) 1969년 프랑스와 영국이 합작 투자한 콩코드(Concorde) 비행기가 탄생해 1976년부터 상업 비행을 시작했다. 콩코드는 최고 속도가 마하 2.2로 마하 1에 못 미치는 기존 보잉기보다 2배 이상 빨라, 파리-뉴욕 간 비행 시간을 종전 7시간에서 3시간대로 단축했지만, 높은 생산비, 기체 결함, 소음과 대기 문제 등으로 전망은 매우 어두웠다. 가망이 없는데도 계속 투자하다가 총 190억 달러를 쏟아부은 끝에 2003년 4월에서야 운행을 중지했다. 남은 건 ‘콩코드 효과’라는 말이다. ‘콩코드 효과’는 학술적으론 ‘매몰 비용 효과(sunk cost effect)’라고 한다. 매몰 비용은 이미 매몰(埋沒)되어 버려서 되돌릴 수 없는 비용으로 ‘함몰 비용’이라고도 한다. 우리 인간에겐 돈이나 노력, 시간 등을 일단 투입하면 그것을 지속하려는 강한 성향이 있는데, 이를 가리켜 매몰 비용 효과라고 하는 것이다. 이는 낭비를 싫어하고 또 낭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걸 싫어하는 동시에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자기 합리화 욕구 때문에 발생한다. 경제학적 인지 부조화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매몰 비용 - 왜 헤어져야 할 커플이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가? (감정독재, 2014. 1. 9., 인물과사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