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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진실 케톤의 발견 - 무네타 의사의 당질 제한 건강법
무네타 테츠오 지음, 양준상 옮김 / 판미동 / 2017년 4월
평점 :
쌀이 목구멍 안쪽을 지나면 설탕이 된다 :
1번의 결혼식과 1번의 장례식
친척 동생을 만난 곳은 예식장이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중후한 목소리는 자기 나이보다 나이 들어 보이게 만드는 주범이었지만 덩치가 우람했기에 조화로운 구석이 있었다.
그를 다시 만난 곳은 장례식장이었다. 예식장에서 장례식장 사이, 그러니까 1년 사이에 친척 동생은 몰라 볼 정도로 살이 빠진 상태였다. 사람들이 다이어트 비결을 물어 보니 그는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고 대답했다. 아무리 바빠도 내 새끼는 삼시 세 끼를 먹여 키웠던 한국인에게 " 삼시 한 끼 " 는 그로테스크한 답변이었다. 문중 어르신들은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친척 동생의 아내를 욕했으리라. 한국인에게 밥은 힘의 원천이자 철학의 근간이다. 인삿말로 밥 먹었냐고 묻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오죽했으면 영화 << 살인의 추억 >> 에서 시골 형사가 살인 용의자를 붙잡고는 밥은 먹고 다니냐 _ 라고 물어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그날 밤, 나는 사자에 대한 추억은 잠시 접어둔 채 삼시 한 끼'로 하루를 버티는 삶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일일식은 1년이 지나 현재 3년째 접어들고 있다( 전문가와 사기꾼 ). 하루 3식을 1식으로 몰아서 먹다 보니 과식에 대한 걱정도 할 필요 없고, 칼로리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배 터지게 먹었다 한들 세 끼 섭취에서 오는 총량보다 높진 않을 테니까. 소 뒷걸음치다기 쥐 밟는다고 했던가 ? 내가 고지방저탄수화물 비스무리한 식생활을 실천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이었다. 하루에 한 끼만 먹다 보니 고칼로리 위주로 먹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밥 한 숟가락 떠 먹고 나서 고기 한 점을 먹었다면 지금은 고기부터 먹고 나서 밥을 먹는다. 어느 정도 고기로 허기를 채우고 나서 밥을 먹으니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탄수화물 섭취량이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나는 이러한 식생활 습관이 캐토제닉한 생활 방식(캐톤체 위주의 식습관 ㅣ 고지방저탄수화물 섭취 방식)이라는 사실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몸의 변화는 놀라웠다. 첫 번째, 10kg 체중 감량 효과가 발생했으며 요요 현상은 없었다. 두 번째, 180이었던 고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네타 테츠오의 << 지방의 진실 케톤의 발견 >> 은 캐톤체 위주의 식습관에 대한 보고서'이다.
의심 많은 내가 무네타 테츠오의 고백을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경험이 곧 내 경험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혈당이 오르내리지 않자 배가 고픈 감각(거짓 배고픔)이 사라졌고 아침, 점심을 먹지 않아도 공복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밤에는 육류와 생선을 중심으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만족할 때까지 잔뜩 먹었다. 1일1식은 예상과 달리 매우 효율적이었다. 주변의 우려와 달리 힘들기는커녕 몸과 마음이 가뿐했다..... 놀라운 것은 전년도에 지적받은 고혈압까지 사라진 것이다
- 지방의 진실 케톤의 발견 25~27쪽, 요약 발췌
동지를 만나니 눈물이, 아...... 앞을 가렸다. 그 또한 1일1식 주의자이며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 실천자였던 것이다. 그가 말하는 고지방저탄수화물 캐톤식( - 食 )의 핵심 원리는 칼로리 조절 방식이 아니라 당질 제한 방식'이다. 여기서 당질 제한이란 쌀밥 위주의 탄수화물 섭취 제한을 뜻한다. 당을 제한하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 !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 당 > 은 한자로 설탕 당(糖)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설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에 쌀(米)이 부수로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지만 밥 한 공기에 들어간 당이 각설탕 17개 분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수긍할 수밖에 없다.

탄수화물인 쌀밥은 곧 썰당(설탕)인 것이다. 설탕은 사탕수수에서 얻은 원당을 정제해서 만든 천연 감미료다. 정제 전 원당은 탄수화물 외에 무기질, 비타민 등이 들어 있어서 흑갈색 빛이 나지만, 정제하고 나면 각종 미네랄이 걸러지고 탄수화물만 남아서 흰색이 된다. 즉, 도정 과정에서 쌀의 영양소를 다 깎아버려서 탄수화물만 남은 하얀 쌀밥과 정제 과정에서 각종 미네랄이 걸러지고 탄수화물만 남은 하얀 설탕은 같다. 세계 보건 기구가 정한 성인 남성 기준 1일 당 섭취 권장이 각설탕 16.7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맨밥 한 그릇은 이미 당 섭취 초과 분량인 셈이다. 무네타 테츠오는 이렇게 말한다. " 쌀이 목구멍 안쪽을 지나면 설탕과 같다. "
밥을 보약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한국인에게 이 말은 하늘이 무너질 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정부 보건 기구에서 균형 잡힌 식단이라고 홍보하는 탄수화물 6 : 지방 2 : 단백질 2'인 식단은 균형 잡힌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 중심의 편식 식단이다. 오히려 탄수화물 3 : 지방 3 : 단백질 3의 비율이 균형 잡힌 식단이 아닐까 ? 이제 한식은 패스트푸드가 되었다. 밥이 보약인 시대는 지났다, 아니 밥이 보약인 시대는 끝났다(한식은 실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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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은 패스트푸드가 되었다
한식은 실패했다
끈적끈적한 것보다는 미끈미끈한 것이 낫다
덧대기 ㅣ 꽤 오랫동안 코카콜라 키드로 살았다. 연애에 실패하고 나서 생긴 기벽에 가까운 변화였다. 왜냐하면 그 전까지는 탄산 음료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연 후, 나는 하루에 500ml 용량인 코카콜라를 7병 정도 마셨다. 어느 날이었다. 1.5ml 대용량 코카콜라 페트병 두 개를 1시간 안에 다 마신 적이 있었는데 잠시 후 심장이 뛰기 시작하더니 빈혈 증세를 동반한 구역질이 났던 경험이 있다. 항간에 떠돌던 술자리에서 콜라만 마시던 사람이 취한다는 소리가 구라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이것이 " 페트병 증후군(당뇨병성 케톤산증) " 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산증 " 이란 혈액의 산성도가 매우 높은 상태로 오심, 구토, 피로감, 무력감과 더불어 의식이 몽롱해진다고 한다. 산성이 매우 높은 에너지 음료(코카콜라도 산성이 매우 높은 대표적 음료이다)를 마시다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뉴스도 산증과 연관이 있다. 산증이 높아지면 쇼크, 혼수,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소주 애호가'보다 코카콜라(혹은 에너지 음료) 키드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코카콜라 250ml 한 캔에 포함된 각설탕은 7개라고 한다. 끈적끈적한 것보다는 미끈미끈한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