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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평점 :
토니 쟈, 내 코끼리 어딨어 ?
내 머릿속의 코끼리
정치인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뽑는 것이 조지 레이코프의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이다. 언어 인지학자답게 이 책은 말로 싸우는 법을 알려준다. 말로 싸우는 게 직업 윤리인 정치인 입장에서 보면 성서와 같은 책'이다.
내용은 이렇다 : 누군가 뜬금없이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 라고 소리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_ 라고 말하면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데, 사람 심리라는 게 그렇지가 않다. 왜, 저 사람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소리쳤을까 ? 그때부터 코끼리가 뇌를 점령한다.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 자꾸 코끼리 이야기를 해서 미안한 소리이지만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_ 라고 소리쳤던 사람의 바람과는 달리 사람들은 코끼리만 생각하게 된다.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 이 언어 인지 심리를 활용한 것이 바로 프레임 전략이다.
프레임 전략은 정치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맥거핀 : 소설이나 영화에서, 어떤 사실이나 사건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꾸며 독자나 관객의 주의를 전혀 엉뚱한 곳으로 돌리게 하는 속임수'은 일종의 코끼리'다. 맥거핀은 NOTHING를 EVERYTHING인 것처럼 꾸미는 오브제'다. 영화 << 미션 임파서블 3 >>에 나오는 토끼발이라는 화학무기가 좋은 예이다. 저잣거리 입말로 투박하게 말하자면 좆도 아닌 것을 좆도 있는 것처럼 유세 부리는 애티튜드가 바로 맥거핀이요, 코끼리이다. 정치인은 이 프레임 전략을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선거철만 되면 자유당이 북풍 카드를 들고 나오는 이유이다.
NLL 따위의 의혹은 사실 관계를 놓고 보면 좆도 아닌 nothing이지만 말려들기 시작하면 everything 이 된다. 각론이 총론을 압도하는 것이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이 된다. 그런 점에서 서서 간보는 대통령 후보 3차 토론'에서 안철수가 구사한 전략은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누워서 허공을 향해 수류탄 던지는 꼴이다. 그는 토론 의제와 룰을 벗어나 집요하게 묻는다. 제가 갑철수입니꽈아 ? 제가 MB아바타입니꽈아 ? 이 질문 공세는 나는 갑철수가 아니고 아바타도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수용자 입장에서 보면 머리 떼고 꼬리 떼고 " 갑철수 " 와 " 아바타 " 라는 몸통만 남는다.
즉, 갑철수입니까 ? _ 라는 물음표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갑철수입니다 ! _ 라는 느낌표로 되돌아온다. 안철수는 자신에게 불리한 언어를 스스로 쏟아내면서 자기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고착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뉴스 접근도가 낮은 유권자마저 갑철수라 단어를 인지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는 상대 진영을 향해 화살을 쏜게 아니라 부메랑을 던진 꼴이다. 이보다 멍청한 코끼리가 있을까 ? 영화 << 옹박 >> 에서 토니 쟈'는 온종일 코끼리를 찾아나선다. 그가 영화에서 내뱉는 대사는 " 코끼리 어딨어 ? " 가 전부이다. 그는 온종일 코끼리 어딨어, 코끼리 어딨어, 코끼리 어딨어 ? 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토니 쟈는 안철수처럼 멍청한 전략을 구사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코끼리는 토니 쟈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오브제'다. 코끼리는 상대 진영의 언어가 아니라 " 내것 " 이기 때문이다. 그가 코끼리를 언급할수록 폭력은 정당화된다. 안철수는 토니 쟈보다 토론을 못하는 인물이다. 토니 쟈, 대사 연기가 형편없다고 욕하지 마라. 안철수보다는 낫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