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기 업 과 자 매 들 :
아버지 뭐하시노 ?
소비자는 1등 기업이 만든 2위 제품과 2등 기업이 만든 1위 제품 가운데 1등 기업이 만든 2위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다. 삼성이 상품 홍보 없이 “ 기업 이미지 광고 ” 를 남발하는 이유이다. 잘 키운 기업 하나, 열 상품 안 부럽똬아아아아아아 ~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매품은 뛰어난데 모기업 스펙이 형편없는 경우, 자식들은 형색이 초라한 부모를 부끄러워하기 마련이다. 억척스럽게 사는 모기업과 그런 초라한 모기업을 부끄러워하는 흙수저 자매품 - 들. 꽃무늬 몸빼에 파란 쓰레빠. 아, 부끄럽구요. 생활전선에 뛰어든 흙수저 자매품들이 듣기 싫어하는 질문이 바로 “ 부모님, 뭐하시노 ? ” 이다. SUV 자동차 티볼리 광고는 부모님을 언급하지 않는다. 면접관이 티볼리에게 묻는다. 부모님, 뭐하시노 ? 이 질문에 티블로는 주먹 꽉 쥐며 대답한다. 그는 쌍용 티볼리'라고 말하는 대신에 이렇게 말한다. 마이 네임 이즈....... 티 · 볼 · 리

당명이 빠진 안철수 대통령 후보 포스터를 봤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보유한 2등 기업의 광고 전략이었다(나는 안철수가 상품上品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국민의당 입장에서 보면 이해는 간다. 중소 정당이 대기업 후보와 쌍웅을 겨루니 대견스럽게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뭐, 고슴도치의 자식 사랑으로 이해하련다)가 정당 지지율이 20% 초중반에 그치는 정당이 취할 수 있는 흔한 광고 전략이다. 당명 없는 대통령 후보 포스터 속에 숨겨진 행간은 부모를 부끄러워하는 자식 코스프레'이다. 우, 하게 된다. 철수 부모님은 뭐하시니 ? 라고 묻는 질문에 내 이름은 안철수라고 대답하는 꼴이다.
자신이 소속된 정당을 부끄러워하는 후보는 자격이 없고, 그런 자식을 감싸는 부모 또한 자격이 없다. 부끄럽구요. 안철수의 최근 연설을 보면 화두는 주로 “ 미래 가치 ” 로 집약된다. 4차산업 운운이 대표적이다(4차는 포차에서 닭발에 소주 한 잔으로 끝을 내는 내 입장에서 보자면 포장마차 산업 활성화처럼 보이지만). " 4차 산업 혁명시대, 융합 혁명 시대에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습니다. 미래를 여는 50대 젊은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 그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뜬구름 잡는 미래 따위나 강조할 때, 나는 그가 불행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행복한 사람은 현재에 만족하기 때문에 미래를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 4차원 미래 세계의 아버지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상식파에 속하는 안철수라면 아 _ 하고 나서 무릎을 탁, 치겠지만 육체파인 나는 무릎부터 탁, 치고 나서 아 _ 했다. 나쁜 영화는 먼 미래를 걱정하고 좋은 영화는 나의 내일을 걱정한다. 단언컨대,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고 하지 못한 남자의 SF 와신상담극'은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릴 것이다. 토끼는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고 노루는 숨바꼭질 하다가 목마르면 달려와 얼른 먹고 가지만, 성공한 씨이오 안철수는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야망을 품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욕만 먹고 가는 것 같다. 오호, 통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