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눈을 볼 수 없는 달 :
누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누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 인디언 부족은 숫자로 지시된 " 4월 " 이란 단어가 없다. 물론, 1월, 2월, 3월 따위로 계절을 나누지도 않는다. 검은발 부족은 4월을 <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 > 이라고 부른다. 다른 부족도 마찬가지'다. 체로키 인디언 부족은 <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 이라 부르고, 샤이엔 부족은 < 거위가 알을 낳는 달 > 이라고 부른다.
샤이엔 부족의 언어를 빌리자면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황금알을 낳는 자리라고 착각한 박근혜는 거위가 알을 낳는 달에 볕도 별도 달도 좆도 안 드는 가막소에서 지내고 계시는 중이다. 아 ! 좆도 안 드는, 오타다. 아 ! 볕도 안드는 가막소에서 벌벌 떨고 있을 박근혜 씨를 생각하면 박근혜와 박사모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라 부를 만도 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진 달은 12월을 뜻하는 " 태양이북쪽으로다시여행을시작하기전에휴식을취하기위해남쪽집으로여행을떠나는달(주니 부족) " 이다. 사람 이름 중에 가장 길다는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 동방삭치치카포사리사리센타워리워리세브리깡무두셀라구름이허리케인에담벼락담벼락에서생원서생원에고양이 고양이엔바둑이바둑이는돌돌이 씨가 태양이북쪽으로다시여행을시작하기전에휴식을취하기위해남쪽집으로여행을떠나는달에 무슨 일이 생기면 숨넘어갈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대통령 선거는 태양이북쪽으로다시여행을시작하기전에휴식을취하기위해남쪽집으로여행을떠나는달'을 피해서 게을러지는달(5월, 아시니보인 족)에 치른다. 이게 다 박근혜 덕분이다. 고마워요, 근혜 씨 ! 비록 게을러지는 달이지만 닭이 우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당신을 생각하며 꼭 투표하소를 향하겠습니다아. 한국인은 4월을 인디언식 작명으로 부른다면 무엇으로 부를까 ? 개나리 피는 달, 진달래 피는 달, 벚꽃 피는 달 그리고 목련이 피는 달'이라는 표현이 가장 많을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마당에 목련을 심은 집이 두 군데 있다. 나는 < 먼저 피는 목련 집 > 과 < 나중에 피는 목련 집 > 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지금부터 내가 풀어내는 썰을 듣다 보면 당신은 슬퍼서 눈물이 앞을 가릴 것이다. 불쌍타, 불쌍타, 불쌍타, 비련한 목련이여. 울 준비 되셨습니까 ? 흐르는 눈물을 닦기에 좋은 크리넥스 티슈를 옆에 두고 이 글을 마저 읽기를 권한다.
다들 지레짐작하시겠지만 먼저 피는 목련 집 목련은 나중에 피는 목련 집 목련보다 먼저 피는 목련이라서 먼저 피는 목련 집'이라고 지었고 나중에 피는 목련 집 목련은 먼저 피는 목련 집 목련보다 나중에 피는 목련이라서 나중에 피는 목련 집'이라고 지었다. 이상하네. 서로 지척에 위치한 두 집인데도 개화 시기는 제각각 다른 것이다. 먼저 피는 목련 집 목련은 이미 만개했는데 나중에 피는 목련 집 목련은 아담한 꽃봉오리라. 발육 상태의 차이 때문일까 ? 여기에는 빈부 격차에 따른 비극이 숨어 있다. 먼저 피는 목련 집은 이 동네에서 가장 으리으리한 집에 속한다. 단독 주택으로 100평이 넘는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자수성가한 노인이 사는 집이란다.
자주색 담장 높이와 길이로 보아 박근혜 사저와 비슷한 모양새를 갖췄다. 이런 집들은 대부분 남향'이다. 부잣집치고 햇빛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겨울에는 춥고 낮에도 어둡고 습기가 많은 북향집에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만약에 사방위를 알고 싶다면 가장 삐까뻔쩍한 주택의 창-들'을 보면 답은 대충 나온다. 부잣집은 대부분 남향이니까. 그러니까 부잣집 창문은 일종의 지남철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먼저 피는 목련 집 목련도 마찬가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가 잘 드는 집구석에 살다 보니 볕이라는 웰빙 푸드를 맘껏 섭취한 목련은 성장 속도도 빠르고 개화도 이르다. 반면...... 나중에 피는 목련 집'은 북향집으로 다닥다닥 붙은 이웃 건물 사이에 있다.
더군다나 이웃 건물들은 하나같이 쑥도 아니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쑥쑥 큰 건물이어서 민들레에 가까운 나중에 피는 목련 집은 목련이 살기에는 악조건인 셈이다. 볕이 부족하니 성장 속도도 느리고 개화 시기도 늦은 것이다. 목련의 삶도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는 인간사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애달프다. 그러다 보니 나는 먼저 피는 목련 집 목련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는 일을 중지했다. 대신 나중에 피는 목련 집 목련 앞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너를 보면 꼭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옛날에 박찬욱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Q : 이 영화(쓰리 몬스터, 2004)는 프로렐타리아의 피 빠는 부르조아의 이야기인가? 선과 악의 문제를 다룬 것인가?
A : 이 스토리를 만들때 제일 처음 떠올랐던 경험이 있는데 << JSA >> 가 흥행한 직후 여기 저기서 초청이 많았다. 그중에 거절할 수 없었던 조찬모임이 있었는데 ' 21세기를 준비하는 어쩌구 모임 ' 이었다. 재벌 2세나 교수, 의사 등 나이가 나보다는 조금 어린 친구들이 모여 있는 모임이라 가긴 가면서도 밥맛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다들 매너좋고 겸손하고 지적이고 ......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졌다. 사람이 삐딱하다 보니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텐데 좋은 사람이라는 호감보다는 다 가진 놈들이 착하기까지 하구나 싶어 화가 나고 슬펐다. 이 사람들은 맨손으로 뭘 한게 아니라 이미 다 부자들이고 부를 세습한 이들이라 뭐 하나 부족함이 없어서 성격이 나빠질 일이 뭐있냐, 이전엔 천민자본주의가 있었지만 그들의 2,3세는 상류사회 환경 속에서 성장해서 나쁜 것을 할 필요가 없다. 그와 반대로 가난뱅이들은 욕망이 많은데 채워지지 않으니 삐뚤어질 수 밖에 없다. 미덕이 세습된다는 것. 그런 식으로 계급이 정착되고 벗어나기 어려워 지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나듯이 그래봐야 상류사회의 매너나 교양을 얻을 수는 없다. 그건 나중에 다뤄봐야 겠다, ' 너무 착해 미움받는 사람 '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박찬욱 감독).
- 박찬욱 감독 인터뷰 중
박찬욱 감독이 상류사회 모임에서 충격을 먹은 이유는 부잣집 도련님이 착하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착한 심성 하면 가난한 사람이 독점 공급하는 브랜드였는데 이제는 재벌 3,4세가 그것마저 독점했다는 사실에 박찬욱은 충격을 두 번 먹은 것이다.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 좋은 곳에서 피는 목련이 그늘진 곳에서 피는 목련보다 더 싱싱하고 아름다운 목련을 피우듯이 재벌의 자식들 또한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보고 굶어죽을 걱정을 하지 않으니 심성도 고울 수밖에. 하여, 나는 쥐뿔도 없는 놈이 성깔만 있는 녀석을 험담할 생각이 없다. 그늘에서 피다 보면 다크해지는 법이니까.
나는 밝고 명랑하며 착한 부잣집 자식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나도, 씨이발... 으리으리한 부잣집에서 태어났으면 너희들처럼 착했을 거거등. 착하다는 거,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닥 매력 없는 구닥다리 감성이다. 착하지 않아도 된다. 조낸 비뚤어질 테다, 시바 ■
부록 +
1월 : 눈에나뭇가지가뚝뚝부러지는달 ( 주니 부족 )
해에게눈녹일힘이없는달 ( 앨곤퀸 부족 )
노인들수염헝클어지는달 ( 크리 부족 )
2월 : 나무들헐벗고풀들은눈에안띄는달 ( 피마 부족 )
7월 : 천막안에앉아있을수없는달 ( 유트 족 )
8월 : 사람이고짐승이고시바죄다익어가는달 ( 크리크 족 )
9월 : 아주좋은달 ( 모호크 족 )
11월 : 물이나뭇잎으로검어지는달 ( 크리크 족 )
짐승들속털나는달 ( 호피 족 )
곰곰생각하는발이태어난달 ( 출처 불명 )
12월 : 태양이북쪽으로다시여행을시작하기전에휴식을취하기위해남쪽집으로여행을떠나는달 ( 주니 족 )
출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