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에게 당신의 육체를 허하라 :
구더기들이 먹기에는 너무 단단하다
비비닐계 화학 제품은 거의 썩지 않는다.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이 썩으려면 100년에서 500년이 흘러야 한다. 인간은 죽는 순간부터 부패가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 비닐계 " 는 불멸 불사 불변의 존재에 가깝다. 이 불변성은 자연의 순리에 어긋난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예쁜 꽃이라 해도 열흘 꽃 피다 시드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물론, 백일홍처럼 백일 동안 피는 꽃도 있다지만 왠지 이 꽃은 꽃 같지가 않고 조화 같아서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때가 되면 시들다가 떨어지는 꽃이 예쁘다. 하지만 인간은 불변/불사를 이상적인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이다. 신은 불변불사'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니체는 신의 불변불사'에 대하여 딴지를 건다. " 썩지 않는 존재는 수상한 존재여 ~ " 드라큐라를 보라, 강시를 보라, 좀비를 보라. 불변불사의 능력을 얻는 순간 무시무시한 존재가 된다. 썩지 않는 존재가 수상하다면 늙지 않는 존재 또한 수상한 것이다. 당신은 페니스가 17시간 동안 죽지 않고 발기한 상태를 정상적이다 _ 라고 옹호할 수 있나 ? 지루가 한 시간을 넘기면 그것은 비아그라의 힘이다. 박근혜 게이트 식으로 표현하자면 팔팔정의 힘'이다. 아따, 구수한 표현이구만.
보톡스로 젊은 얼굴을 유지하려는 연기자는 본질적으로 흡혈귀에 매혹된 존재들이다. 40대 연기자가 20대의 얼굴과 몸매를 유지하기 위하여 온갖 성형을 하는 것은 연기자로서 자질이 없는 사람들이다. 구두 수선공은 손의 힘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고, 벽돌을 지고 나르는 노동자는 허리의 힘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특성화된 신체의 발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연기자는 어떤 신체 기관이 발달했을까 ? 당연히 얼굴이다. 연기자란 일반인에 비해 얼굴 근육이 발달한 직업군이다. 일반인들은 잘 쓰지 않는 얼굴 근육을 발달시켜 연기'를 한다.
연기자는 얼굴 근육의 힘으로 먹고 사는 노동자'이다. 그런데 매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연기자가 자신의 얼굴에 보톡스 주사 시술을 하는 것이다. 보톡스'는 독의 일종으로 근육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부종인데, 이 부종은 근육을 팽팽하게 당겨서 주름을 펴게 만든다. 다림질이 주름진 옷을 펴듯이 말이다. 성형수술도 마찬가지'다. 성형은 본래 가지고 있던 근육의 미세한 힘을 약화시킨다. 성형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턱은 47.5도 븨'라인이 가장 미학적입니다. 앞트임을 하십시오. 입술은 도톰하게, 광대뼈는 몽골 아시아인의 부끄러운 흔적이니 깎으세요. 끝으로 똥구멍에 몽고반점 있나요 ? 맙소사, 레이저로 당장 지웁시다.
얼굴 근육으로 먹고 사는 것이 연기자'라고 했을 때 얼굴 근육을 마비시키거나 근육을 절단하는 것은 구두 수선공이 양팔을 자른 것과 같다. 그러니 제대로 된 연기가 될 리가 없다. 대사는 절규하는데 얼굴은 무표정이다. 이것보다 더 끔찍한 광경이 있을까 ? 자연스러운 것은 썩게 마련이다. 파리는 인간이 숨을 거둔 지 1분 안에 썩는 냄새를 맡고 달려온다고 한다. 부패는 신속하게 진행된다. 파리는 벌어진 인간의 구멍 속으로 침투한다. 눈, 귀, 콧속, 입, 상처, 항문 속으로 들어가서 알을 낳는다. 파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항문이다. 벌어진 괄약근 속은 따스하다. 부패 속도에 따라서 각종 곤충들이 몰려든다.
노래기, 딱정벌레 등도 찾아와 먹이를 먹는다. 남겨진 것은 뼈와 치아뿐이다. 아, 또 하나 ! 유방 속에 넣어둔 실리콘, 양악 수술에 쓰인 철심, 코를 세운 보형물들도 남을 것이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 제품처럼 오랫동안 남겨질 것이다. 구더기들이 먹기엔 너무 단단하다. 연기자가 얼굴 근육의 힘으로 먹고 사는 노동자'라면 대통령이 주로 사용하는 근육은 무엇일까. 그것은 심장(양심)이 아닐까 ? 우리가 대통령에게 원하는 것은 성형 보조물로 만든 플라스틱 심장이 아니다. 부패하는 심장을 가진 자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것이 노무현과 이명박근혜의 차이이기도 하다. 플라스틱 심장, 구더기가 먹기엔 너무 단단하다 ■
덧대기 ㅣ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서 항상 궁금했던 것 하나는 미녀의 자격 조건에 미혼 여성은 되고 기혼 여성은 안되는가 였다. 미녀를 뽑는데 결혼 유무'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닐까 ? 3초만 머리를 굴리면 답은 나온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남성 욕망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성적 관음증을 충족시키기 위한 남성의, 남성을, 남성에 의한 대회'가 바로 미스코라이 대회'이다. 간통죄'가 엄연히 존재했던 나라여서 차마 유부녀마저 욕망할 수는 없는 법이지 않은가. 그래서 미혼 여성만 뽑는 것이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성적 스펙타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