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사과를 받아야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과음을 하는 날이 많다 보니 항상 간 건강에 신경이 쓰인다. 요 며칠, 소화 불량과 함께 여러 번 헛구역질이 나서 걱정이 되었다. 더군다나 십 년 전에 간 기능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은 터라 모 병원에서 간 건강 진단을 받았다. 진단 결과를 통보하는 시간은 언제나 긴장하게 된다. 의사가 내게 말했다.
- 곰곰생각하는발 님, 지금 몸속에서 새 생명이 자라고 있습니다.
- 네에 ?!
- 3주 됐습니다.
- 그러니까, 그게..... 그게....... 무슨.. 말씀이.. 신......
- 임신하셨습니다.
- ?!!!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의사를 바라보자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 혹시.... 3주 전 즈음에 사과를 드신 적 있죠 ?
- 사과요 ? 네에. 과일은 자주 먹습니다만.
- 아마도 곰곰생각하는발 님께서 사과뿐만 아니라 사과씨까지 삼키신 모양입니다.
- 아 !
- 사과씨가 몸속에서 발아되어서 지금 환자 님 몸속에는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 아니.. 어떻게 남자가, 아니 그것도 인간이 사과를 배다니......
- 사람 뱃속에서 근혜 같은 짐승도 태어나는데요, 뭐 ! 그래도 사과를 배었으니 천만다행이십니다.
- 무슨 의미죠 ?
- 파인애플을 밴 분도 계세요. 사과야 매끈하니 그렇다쳐도 파인애플을 낳을 때의 산통을 생각해 보십시오.
- 아 !
- 가을이 오면 사과 받아야 되니 준비 단단히 하십시오.
곰곰 생각하니 평상시와는 달리 물을 많이 마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제서야 내 몸에서 일어난 일련의 생리 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을이 오면 사과를 받을 날이 오리라. 내가 사과를 낳다니. 버스 안에서 즉석에서 " 홍옥 " 이라는 태명을 생각했다. 잘 자라라, 홍옥아 ! 설레이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