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잠

 

 


 

 


 


                                                                                                                                                                                                    취미 삼아 친구나 동료 얼굴을 그려주고는 한다. 그런데 그게, 그러니까, 애......  그림의 성격이 애매모호해서 초상화와 캐리커쳐 사이'이다. 초상화라고 하기에는 추상적이고 캐리커처'라고 하기에는 초상적(?!)이어서 애매모호하다는 말이다. 

취미로 낙서에 가까운 그림을 그리다가 " 응시 " 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모델의 눈을 세밀하게 관찰하기 위해 상대방 눈을 집요하게 응시하다가 어색해져서 5초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시선을 외면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우리는 통상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눈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라 사실은 상대방 얼굴 주변을 이러저리 옮기면서 대화를 나눌 뿐이다. 서로의 눈(정확히 기술하자면  :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을 마주보며 이야기한다는 게 왜 어려운 것일까 ?  동물원 우리에 갇힌 고릴라는 관람객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면 관람객을 공격(혹은 심한 스트레스)한다.

왜냐하면 고릴라는 눈 마주침(정면 응시)를 공격 신호로 받아들이기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원에서는 고릴라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관람객이 옆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시를 주는 특수 안경을 제공한다. 이 안경을 끼고 고릴라를 응시하면 고릴라는 관람객이 시선을 회피한다고 착각한다. 이러한 예는 모든 짐승에게서 발견된다. 인간'이라고 다를까 ?  서로 눈동자를 바라본 채 5초 이상을 지속하면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까닭은 야생의 습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컷끼리 싸우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상대방이 나를 기분 나쁘게 꼬라본다는 데 있다. 즉, 타자의 응시는 공격 신호인 셈이다. 메시지는 하나다. 꼬라보지 마라잉 ?  

 

이처럼 응시는 공격적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조폭 사회를 들여다보면 " 꼬라봄의 세계 " 를 적나라하게 바라볼 수 있다. 타자에 대한 지배욕이 강한 사람일수록 시선의 주체가 되려고 한다. 오야붕은 꼬붕을 맘껏 응시할 수 있지만 꼬붕은 오야붕을 응시할 수 없다. 꼬붕은 바닥만 바라볼 뿐이다. 오야붕과 꼬붕이 서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것은 역린의 증후'이다.  고흐와 피카소가 자신을 그린 자화상을 관찰하면 의미심장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고흐가 그린 자화상에서 얼굴 방향은 대부분 옆면과 정면 중간에 위치하지만 피카소가 그린 자화상은 모두 정면을 응시한다. 피카소가 누구인가 ?  그는 타인에 대한 지배욕으로 악명이 높았던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국회의원이 " 더러운 잠 " 이라는 그림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들 아시다시피 < 더러운 잠 > 은 마네의 " 올랭피아 " 라는 원작 그림을 패러디한 작품인데,  마네 이전에는 벌거벗은 여자가 정면을 응시하는 누드화는 없었다. 화가는 " 남자는 시선의 주체가 되고 여성은 시선의 대상 " 이 되어야 그림이 잘 팔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림 속 벌거벗은 여자가 정면을 응시하면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고객)이 불편한 심기를 갖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마네 이전의 벌거벗은 여성 누드화가 정면을 외면하도록 만든 알레고리는 동물원에서 착용하는 특수 효과 안경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림 속 벌거벗은 여자는 동물원 특수 안경 기능을 하고, 그림을 감상하는 남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고릴라'다. 왜 시선의 주체는 항상 남성이어야 할까 ?  여기에 반기를 든 사람이 바로 마네이다. 그는 << 올랭피아, 1865 >> 에서 그림 속 벌거벗은 여자가 관람자를 응시하도록 만들었다. 그림을 감상하는 남자 입장에서 보면 보면 볼수록 화가 나는 거라.  왜냐하면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녀 관계에서 남성은 항상 시선의 주체가 되었지 응시의 대상이 되었던 적은 없기 때문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     마네의 << 올랭피아 >> 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비하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 오히려 왜 시선의 모든 주체는 반드시 남성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페미니즘적 질문을 던진 작품이다. 그렇다면 이 예술 작품을 패러디한 << 더러운 잠 >> 은 여성 혐오를 조장한 작품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  나는 << 더러운 잠 >> 이 " 여성 혐오 " 를 조장하는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 작품을 패러디한 작가'가 여성을 " 성적 대상화 " 했다는 데는 동의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위적 성적 대상화'라고 하기보다는 " 무의식적 성적 대상화 " 이다.  새빨간 색으로 그려진 싸드 미사일은 딜도(남근)에 대한 은유처럼 보인다.

원작(올랭피아)과 패러디물(더러운 잠)은 응시 주체가 누구인가를 두고 정반대 해석을 내놓는다. 원작에서 정면을 응시하는 이는 벌거벗은 백인 여성이고 시선을 회피하는 사람은 흑인 여성이지만,  패러디물은 정반대이다. 그것은 박근혜를 관음의 대상으로 인식한 결과'이다. 정면을 응시하지 않고 회피한 박근혜는 시선을 회피한 특수 안경처럼 보인다. 내가 보기에 작가는 절반은 박근혜가 권력자여서 벌거벗긴 면이 있고, 나머지 절반은 여자여서 벌거벗긴 면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작품(더러운 잠)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지만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강자가 약자를 향해 조롱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약자가 강자를 향해 조롱하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비난의 대상은 될 수 없다. 나는 이 작품을 비판하지만 비난할 생각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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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더러운 잠2
    from 새빨간 활 2017-02-07 09:52 
    더러운 잠 2 마네의 << 올랭피아 >> 속 그림 모델은 원래 매춘부다. 매춘부가 그림 모델로 등장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 미술 작품이 파격적인 이유는 보는 자(감상자)와 보이는 대상(그림)의 관계 설정을 전복했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감상자가 그림
 
 
yureka01 2017-02-06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가끔 술먹다가도 옆사람이 쩨려 본다고 전투가 벌어지는 경우..뉴스에서 가끔 보긴 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6 15:03   좋아요 1 | URL
남자들 싸움은 대부분 , 아니 싸움의 대부분은 이렇게 시작되잖아요. ˝ 뭘봐 ! 뭘, 보냐고? ˝

cyrus 2017-02-06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사모가 패러디 그림과 표 의원을 공격했을 때 그건 비판이 아니라 비난이었습니다. 그들도 ‘표현의 자유’라면서도 표 의원과 그의 아내 얼굴을 덮어씌운 그림을 공개했습니다. 블랙리스트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인지 몰랐던 그들이 공주님이 망신살 뻗치는 게 수치스러워서 ‘표현의 자유’ 운운하더군요. 평소에 ‘표현의 자유’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불리할 때마다 그걸 내세우는 모습이 최순실이 ‘민주주의’ 외치는 것과 비슷하죠. 박사모나 최순실이나 비슷한 부류들이 염병 떨고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6 16:17   좋아요 1 | URL
화살의 표적이 왜 표창원인지 모르겠습니다. 작품 보고 열 받으면 작가에게 비난해야 하는데 온통 표창원에게 쏠리잖아요. 정치적 이용이 명백하죠. 저는 이 패러디가 그냥 후졌다고 생각하지만 후졌다고 해서 비난받을 필요는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사모나 박근혜나 똥이죠.ㅎㅎ..

stella.K 2017-02-06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중학교 때 같은 반 아이 하나가 눈이 참 예뻤습니다.
나랑은 별로 친하지 않아 학년이 끝나도록 한 번도 대화한 적이 없었는데,
가끔 그 아이가 누구와 대화하는 것을 지켜볼 때가 있었죠.
눈동자의 움직임이 좀 남달랐거든요.
파르르 떨리는 것도 같고 어쨌든 동공의 움직임이 남달랐던 아이였습니다.
그게 좀 신비스럽기도 하고 저럴 때 쟤는 어디를 보고 얘기를 하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제깐엔 열심히 상대를 보고 얘기한다고 생각하는데 눈동자가 흔들리는 건지
아니면 본인도 의식할만큼 딴 곳을 쳐다보기도 하느라 그러는 건지.
암튼 세월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도 기억이나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6 16:32   좋아요 0 | URL
눈이 신기한 것은 오래 못본다는 것입니다. 타자의 눈은 항상 찰나의 순간일 뿐이지요... 뭐,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화를 나눌 때 사람은 눈을 보고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큰 차이....

중학교 때 그 친구는 눈이 신비한 학생이었군요.그런 친구들이 있죠....

2017-02-06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7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7-02-06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더러운 잠이 이런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었군요.
전 이번 논란을 보면서 좀 피곤했어요.
여자로서 만약 이런 패러디 대상이 되면 기분이 좋을리는 없지만 그 죄에 비하면 경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 권력자에 대한 비판이 여성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매도되는 것은 프레임 전환을 통한 문제점 이동..(김기춘이 떠오르네요.)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곰곰생각발님과 같은 생각을 했지만 이토록 깔끔하게 제 의견을 피력할 재주는 없었네요.
비판은 하지만 비난은 하기 싫은-
저도 그 마음에 공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7 10:10   좋아요 1 | URL
댓글을 달다가 길어져서 차라리 포스팅을 했습니다. < 더러운 잠2 > 입니다..

건조기후 2017-02-06 19: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치 박근혜의 몸을 그린 것처럼 호도해서 논란을 심화시키거나 작가가 아닌 국회의원을 비난하는 것은 정말 똥들의 잔치인데, 저 그림이 여성혐오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작가 본인도 ‘여성 대통령‘을 조롱하는 방법으로 ‘대통령‘이 아닌 ‘여성‘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일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수많은 그림 중에 하필 누드화를 선택한 것이면서, 그 ‘여성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게 여성혐오가 아니라니 얼마나 어불성설인가요.

원작이 여성의 주체성을 표현한 역사학적 명화라고 구구절절 설명하는 걸 봤는데 참 구차하더라고요. 여성의 주체성을 담은 누드와 여성을 향한 조롱을 담은 누드가 어떻게 의미가 같을 수 있겠어요. 외국에서는 더 심한 패러디도 많다는 얘기도 하던데 그것은 어느 나라에서든 여성혐오가 워낙에 만연해서 그런 것이지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허용되는 선진국이라서가 아닌 거고요. 본인 스스로 얼마나 여성혐오적 성문화에 익숙할대로 익숙해져있으며 젠더 감수성따위는 눈꼽만큼도 없는 작가인지를 증명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죠. 예술가로서 무언가를 풍자하기 위해 쉽고 익숙한 성적인 코드 말고는 다른 아이디어를 내지 못 하는 자기자신을 탓해야 할 일 아닌가 생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7 10:10   좋아요 0 | URL
댓글을 달다가 길어져서 차라리 포스팅을 했습니다. < 더러운 잠2 > 입니다..
 



 

 

 

 

 

 

 

 

 

 

 

 

 

 

 

 

                                       

당신의   빤따쓰띡한   악몽  :



 

 

 

 


 

토끼와 입춘


 

 

 


 

                                                                                                    화장실 수건 수납장 안에 국어사전을 넣어 두고는 똥을 눌 때마다 사전을 꺼내서 읽는다. 1일1똥을 실천한다고 계산했을 때 1일1독(국어사전)을 하는 셈이다.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한다는데 화장실에서 국어사전을 읽은 지 어언 6년. 이제는 사전을 읽으면서 드라마를 보듯 낄낄거리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아, 재미있네 ! 이 맛에 사전을 읽는다잉.

한자어로 조합된 단어보다는 순우리말로 구성된 단어가 오래된 낱말이다. 사전을 뒤적이다가 순우리말이 나오면 집중하게 된다. 왜냐하면 순우리말은 영화에서 씬스틸러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영화 << 베테랑 >> 에서 재벌3세로 나오는 유아인이 시니컬하게 말해서 유행어가 된 " 어이가 없네 " 의 유래'를 보라. 순우리말로 구성된 단어가 연식이 높다 보니 구구절절한 사연이 많은 거라. 나는 오래된 단어의 하소연     어원을 정감 있게 표현하자면 " 오래된 단어의 하소연 " 이 아닐까 ?  을 읽으며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이 맛에 사전을 읽는다잉.  목숨이라는 단어도 내공이 깊은 말이다.

사람은 어릴 때나 건강할 때는 배로 숨을 쉰다고 한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허약해지면 가슴으로 올라오고 마지막으로 목에 차오르면 종생을 고한다.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내뱉는 숨이 목숨이다. 어제는 변기에 앉아서 사전을 임의 방식대로 펼치니 도끼눈'이 눈에 들어왔다. 사전적 의미는 분하거나 미워서 매섭게 쏘아 노려보는 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다. 도끼(斧 : 도끼 부)처럼 생긴 눈이라는 말인데 선뜻 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눈 맵시 혹은 그 형국을 나타낼 때는 대부분 동물의 눈에 빗대어 표현하는데 말이다(가자미눈, 나비나비가 아니라 고양이를 의미한다눈 따위).

호기심이 생겨서 도끼눈의 어원을 찾아보니 여기서 도끼는 그 도끼가 아니라 토끼'란다.  원래는 토끼눈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도끼눈이 되었다고. 하긴,  새빨간 토끼 눈을 떠올리면 수긍하게 되는 대목이다. 분하거나 미워서 매섭게 쏘아 노려보는, 화가 난 눈에 빗댈 만하다.  또한 관용구로 놀란 토끼 눈을 하다는 표현이 있으니 도끼눈은 토끼눈의 변형인 듯하다.  재미있지 않은가 ?  문득, 박근혜가 화장실에 사전을 두고 똥을 쌀 때마다 1일1독을 했다면 박근혜 번역기'라는, 눌변가로서는 최악인 평가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사전을 찾아보 " 지 말고 사전을 " 소설처럼 읽다 " 보면

오래된 단어의 하소연이 전하는 진득한 핑계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예부터 대체 불가능하거나 으뜸인 경우는 한 글자로 구성했다. 어디까지나 내 개똥 같은 주장이올시다.           사계를 지시하는 여름, 가을, 겨울은 두 글자인데 봄이 한 글자인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겨울보다는 가을이 좋고, 가을보다는 여름이 좋고(취향에 따라 여름보다는 가을이 좋은 사람도 있으리라), 여름보다는 봄이 좋은 법이다. 봄의 어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불을 뜻하는 옛말 블(불)과 옴(오다)가 합쳐서 봄이 되었다는 설과 보다(見)의 변형이라는 설이 있다. 볕이 따스한 계절이 왔다는 의미도 좋고 보다의 변형이라는 설도 좋다.

이래저래 봄은 계절의 여왕이다. 오죽했으면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첫봄을 뜻하는 " 새봄(신춘) " 이라는 단어가 다 있을까. 사전을 아무리 뒤져봐도 새여름, 새가을, 새겨울이라는 단어는 없다. 오늘은 입춘이다. 광장에서는 탄핵대길이라는 피켓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봄이라......                          봄이 좋긴 좋은가 보다. 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말문이 너무 긴 글을 썼다. 하지만 옛날처럼 마냥 좋지만은 않다. 꽃 피는 봄날, 서해 차가운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이들을 생각하면 좋다가도 슬퍼진다.

의 정령에게 바라는 두 가지 소원이 있다. 하나는 벚꽃 피는 계절에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다른 하나는 벚꽃 피는 계절이 박근혜에게 악몽이 되었으면 좋겠다. 벚꽃 피는 계절만 돌아오면 안 좋은 기억이 되살아나는, 빤따쓰띡하며 졸라 쓰빽따끌한 당신의 악몽을 보고 싶다 

 

 

 

 

 

덧대기 ㅣ 박근혜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그녀에게 투자할 생각이 있다. 당신이 잠을 자야 쓰빽따끌한 악몽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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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7-02-05 0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촌철살인의 기지로 눌러 쓴 두 가지 소원이네요 벚꽃은 무리겠고 장미 필 때라도 투표장에 갈 수 있었으면~ 악몽도 환청이라는 번역기가 작동 되면 희몽이 된다는 게 문제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5 08:34   좋아요 0 | URL
하도 개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상황이라 어쩌면 박근혜 무죄‘가 선언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그런 상황이 오면... 정말 볼 만하겠죠 ? ㅎㅎ

yureka01 2017-02-05 0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봄은 늘 가난한 이들의 희망이었지요.배고픈 겨울.먹을 게 없어서 굶어도 봄이오면 풀이라도 뜯어 죽이라도 써먹을 수 있는...그런 배고픔의 해방이라는 간절함이 희망이었지 안겟나 싶어서요.어쩐지 아직 봄은 오지 않았는데 이번엔 꼭 춘래춘 불사춘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5 09:47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봄은 늘 가난한 이들의 희망이었네요. 그 겨울을 버티어야 했으니......
그 겨울을 버티었으나.. 또 다시 춘궁기가 왔으니...
못 먹는 사람은 이래저래 살기 힘든 계절입니다...


꼬마요정 2017-02-05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악 박근혜 무죄는 박근혜 당선만큼이나 끔찍합니다. 놀라서 방금 내쉰 숨이 목숨이 될 뻔 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5 09:48   좋아요 0 | URL
전 사실.. 조마조마합니다. 워낙 어이없는 일이 사실로 증명되곤 했으니..

cyrus 2017-02-05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전 1일 1독 중입니다. 사전 제목이 ‘성(性)학사전‘입니다. 자기 전에 읽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5 11:45   좋아요 0 | URL
오.. 그런 게 있씁니까 ? 무진장 재미있겠네요..

cyrus 2017-02-05 11:46   좋아요 1 | URL
진짜로 제목이 ‘성학사전‘입니다. 절반 정도 읽고난 후에 리뷰나 페이퍼로 공개하겠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5 11:52   좋아요 0 | URL
절판된 책이라 이미지도 없군요. 도판 많이 나왔다는데... 리뷰 기대됩니다..ㅎㅎ

코발트그린 2017-02-05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려고 벼르는 책이네요 쩝. 어원 설명이 잘된 사전은 참 그 힘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특히 영어사전요 ㅎ 일반 외국인 학습자 사전 보다가 원어민용 사전 보니까 신세계더군요 훨씬 기억도 잘되고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5 11:51   좋아요 0 | URL
대부분 나라들은 어원 사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어원 사전이 없어요..
그냥 어원이 밝혀진 몇몇 단어만 에세이처럼 나열한 것이지, 딱히 어원을 정리한 사전은 없더군요.
어원 사전 하나 가지고 싶습니다..

stella.K 2017-02-05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저도 곰발님처럼 사전에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저도 화장실에 가면 꼭 읽을 걸 가지고 들어갔는데
그게 변비나 치질에 걸릴 수 있다고 해서 가급적 화장실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있습니다.
하악,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저 이슬 밖에 안 먹는데...ㅋㅋㅋ

오늘도 역시 기승전박이네요.
근데 왜 저는 올봄이 따뜻할 거라는 기대가 안 되는지 모르겠슴다.ㅠ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5 11:54   좋아요 1 | URL
저도 올봄... 뭔가 좀 불안한 듯....
하여튼... 화장실에 아예 읽을 사전을 비치해 두니
딱이더군요... 사전이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제 취향이기도 하고.. 사전은 왜 딱 할 말만 적잖아요.
제가 만연체를 싫어하다 보니.. 이런 사전 식 단문이 끌리는 듯합니다..ㅎㅎ

포스트잇 2017-02-05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빡근혜와 18이 각별한 인연이 있다잖아요? 2014년 4월 16일, 각숫자를 더하면......대박!! 18이에요. 이런 운명같은 감옥이 또 있을라나요? ㅋㅋㅋ생년월일을 더해서 운명의 수라고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어쨌든 4월대선, 합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5 15:15   좋아요 0 | URL
18과 박근혜라... ㅎㅎㅎㅎ 운명적인 숫자군요. 박근혜다운 숫자입니다..18이라... ㅎㅎ 딱이네..

수다맨 2017-02-05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군대에 있을때 국어사전을 읽었습니다. 소설이나 철학책 같은거 읽으면 선임들이 뭐라고 할 것 같아서, 국어사전을 자주 읽었죠. 그러면 선임들이 무슨 단어 찾는 것으로 생각하더군요.
박근혜가 감옥에 간다면 이오덕/이태준/고종석 같은 이들이 쓴 글쓰기 지도책을 차입해 주려고 했는데 여기에 국어사전 한 권도 추가해야겠습니다. 사회에선 주사를 많이 맞아서 얼굴이 빵빵해졌으니, 감옥에선 책을 많이 읽어서 두뇌를 빵빵하게 해야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5 15:14   좋아요 1 | URL
100% 이해가 갑니다.. ㅎㅎ. 읽는 것에 중독되면 무엇이든 읽어야 합니다.
제가 화장실에 읽을 책을 안 가지고 가면 유한락스 성분표 그런 걸 읽고 있더군요...
스스로 깜놀했습니다..
 

 

 

 

 

 




둘보다 하나

 

 

 


 

                                                                                                      목숨과 숨은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지만 곰곰 생각하고 꼼꼼 들춰보면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 목숨 > 은 " 목 " 이라는 기관을 통해서 숨을 쉴 수 있는 힘에 방점이 찍힌 단어이고, < 숨 > 은 " 코 " 나 " 입 " 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기운에 방점이 찍힌다. 전자는 목에 남아 있는 숨이고, 후자는 코나 입에서 최종적으로 뱉어낸 숨'이다

다시 말해서        :       목숨은 체내 공기의 양이 남아 있는 상태이고 숨은 들숨을 통해 얻은 체내 공기를 날숨으로 전소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  목숨보다는 숨이 더 간절할 뿐더러 절박하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목숨은 종종 살길을 모색하기 위해 여럿이 거래를 도모  " 목숨을 도모하다 " 따위의 관용구   할 수 있지만,  숨은 이런 거래가 애초에 불가능하다. 또한 한탕을 위해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하는 사람 "    목숨을 걸다 "    은 있으나 한탕을 위해 자기 숨을 내놓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  " 숨을 걸다 " 는 관용구는 없다. 즉, 숨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목숨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여, 친구여 !  둘 중 뭣이 더 중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있게 < 숨 > 에 한 표를 던지겠다.  어떤 사안에 대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며 큰소리치는 사람은 많다. 박근혜와 김기춘은 아랫것들에게 좌파 척결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정작 본인은 목숨은 고사하고 그 알량한 자리에서 쫓겨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꼴을 보면 이 새끼들이 내뱉는 목숨이라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내 해석에 대해 이현령비현령이라고 비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예부터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 대체 불가능성 " 에 대해서는 주로 한 글자 단어'가 차지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자어 조합이 아닌 순우리말 단어를 살펴보면)       눈, 코, 귀, 입, 손, 발'은 물론이요, 모, 벼, 쌀, 밥도 모두 한 글자 단어'가 아닌가 말이다. 금이야 음식이 넘쳐서 굶어죽는 사회를 상상할 수 없지만 백 년 전만 해도 하루 끼니를 걱정하며 굶어죽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던 사회가 아니었던가.  인간은 신을 두려워했지만 그보다 절박했던 것은 땅이었다. 하늘이 명분이라면 땅은 " 먹고사니즘 " 이니까.  그렇기에 하늘은 두 글자요, 땅은 한 글자가 아니었을까 ?  마찬가지로 사랑이라는 두 글자는 밥이라는 한 글자'보다 중헌 게 아니었을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 사랑보다 밥이 중요한 시대 > 와 < 밥보다 사랑이 더 중요한 시대 > 中  어느 것이 더 나은 세상일까 ?  나는 차라리 사랑보다 밥을 중시하고 아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밥이 곧 숨이라는 인식.  그리하여 남의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의 숨을 빼앗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민하는 사회가 더 낭만적이지 않을까 싶다. 나라는 한 글자와 너라는 한 글자가 동일한 환대로 겹쳐지는 이유도 타자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동양철학의 인본주의에서 비롯된 인식일 것이다. 반면 알파벳은 너(you)보다는 나(i) 중심이다.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 덕목처럼 여겨지면서 남의 밥그릇을 우습게 여기는 사회가 되었다.

빼앗은 밥이 그 사람의 숨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쉽게 내릴 결정은 아닐 것이다. 이 시대에 사랑 타령은 넘치고, 넘치고, 넘친다. 모두 다 사랑 밖엔 난 몰라 _ 라고 말하지만 왠지 허투루 내뱉는 인삿말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진지하게, 졸라 촌스럽게 밥 타령을 하고 싶다. 남의 밥그릇 함부로 차지 말라고, 너는 누군가에게 따순 밥이었던 적이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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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밥그릇 지키려는 정치인들은 국민이 고생하면서까지 지킨 밥그릇을 뒤엎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7 10:33   좋아요 0 | URL
사이러스 님 아니었으면 무플이 될 뻔했네요...ㅎㅎ 감사합니다...ㅎㅎㅎㅎ
 

 

 

 

 

 

 

 



무제無題








1.                    좋은 소설이나 훌륭한 시나리오 속 캐릭터는 필연성과 당위성을 획득한다. 쉽게 말하자면, 그 캐릭터에 부여된 가정 환경과 생활 환경을 다른 조건으로 대체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반면에 형편없는 소설이나 나쁜 시나리오 속 캐릭터의 백그라운드'는 얼마든지 다른 환경 설정'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김애란의 << 두근두근 내 인생 >> 속 주인공인 아름이가 앓고 있는 조로증'은 필연성과 당위성이 떨어지다보니 작위적이다. 조로증을 백혈병(시한부 선고를 받은)으로 치환할 수도 있고, 단순히 지체장애를 가진 아이로 바꿔도 캐릭터 고유의 성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심지어는 아름이를 신체 건강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죽는, 그런 어른스러운 아이로 설정해도 된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핵심은 " 아이 같은 부모와 철없는 부모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 " 라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장 나이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아들(조로증에 걸린)이라는 설정을 강조하기 위해 조로증을 호명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바로 그 점이 이 소설이 졸라 후진 이유'이다. 좋은 캐릭터(소설이나 영화 속)는 " 살아온 날들에 대한 대체 불가능성 " 을 획득한다. 예를 들면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1954년에 연출한 영화 << 길 >> 에서 서커스 차력사를 연기한 안소니 퀸(극중 짐파노)의 " 빽그라운드 " 를 대체할 수 있는 설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차력사 대신 약장수 ??!  혹은 공장 노동자 ???!  떠돌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채플린도 마찬가지'다.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은 곧 운명적인 것'을 의미한다.





2.                     아이에게 아이답게 행동하라는 어른의 요구는 꼰대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기도 하지만 어른에게 어른답게 행동하라는 소년의 요구 또한 중2병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라는 점에서 서로 대동소이'하다. 왜냐하면 아이는 어른인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른스럽고, 어른은 아이인 당신에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스럽기 때문이다. 좋은 어른은 아이를 어른으로 인정하고, 좋은 아이는 어른이 때로는 작은 일에도 상처받기 쉽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다. 싸울 때 " 너 몇 살이야 ? " 라고 호구 조사부터 하고 보는 어른은 반드시 어릴 때 " 나이도 어린 놈에게 욕 처먹으니 좋으냐 ? " 라고 말했던 놈이다. 둘 다 서로 대동소이한 놈이다. 너 몇 살이냐 _ 라고 호구 조사를 할 찰나에 먼저 " 선빵 " 을 날리는 놈이 나이 가지고 싸움의 우선권을 쥐려고 하는 놈보다 윤리적인 새끼'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3.                      무당의 굿이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는 데에는 굿이라는 행위가 현대의 " 심리 치료극 " 에 가깝기 때문이다. 굿을 하는 무당은 심리치료사'이다. 무당은 상담자의 죽은 부모나 친척에 빙의되어 죽은 자를 상담자 앞에 나타나지만, 사실은 죽은 자가 산 자(상담자) 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상담자를 과거로 데려간다는 점에서 퇴행적이다. 현실 세계에서 고통받았던 어른은 이제 시간 여행을 통해 어린이가 되어 죽은 자와 대면한다. 과거 여행을 통해서 죽은 자와 산 자'는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서로 화해한다. 현대 드라마 심리 치료극'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불만은 모두 과거(트라우마)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심리치료사는 상담자를 과거 속으로 안내한다. " 이제부터 무대 위에 서 있는 저 사람은 당신이고 옆에 계신 분은 당신의 어머니이십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당신의 아픈 장면을 보도록 합시다. 레드 ~ 썬 ! "







4.                         이 글이 매조지하게 될 최종 결론은 다음과 같다     :     박근혜라는 캐릭터의 빽그라운드는 대체불가능하다. 박정희라는 유신 시대의 괴물이 낳은 딸'이라는 가정 환경 조사서를 다른 조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 설정은 아무것도 없다. 쓰빽따끌하며 아쓰뜨랄한 박근혜'라는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이다. 우리는 지금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졸라 유치한 인간 박근혜를 보고 있는 것이다. 화장실 변기에 집착하는 박근혜를 보면서 나는 환갑이 지난 여자의, 후카시에 집착하는 항문기 고착 증후를 떠올리게 된다. 박근혜는 똥에 대한 집착이 돈으로 바뀐 경우이다(실제로 항문기 고착에 머문 캐릭터는 똥과 돈을 동일한 것으로 인식한다). 아따, 참말로 더러븐 은유법이다이잉~               << 드라마 박근혜 >> 에서 개인의 비극을 벗어나 외연을 확장해서 대한민국 전체의 비극에 대해 논해 보자. 우리는 왜 박근혜에게 열광했는가 ?    간단하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산 자인 박근혜에게서 죽은 자인 박정희를 투영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박정희를 죽인 인물은 김재규가 아니라 박근혜일지도 모른다. 전자가 실재적 살해라면 후자는 상징적 살해'이다. 우리는 박근혜를 통해서 박정희(라는 유령)가 사실은 위대한 거상巨像'이 아니라 " nobody(좆만한 xx)" 이자 " nothing(좆도 아닌 xx) " 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승과 저승을 분리하지 못하고 경계가 애매모호할 때 공포는 발생한다. 그 사실은 스티븐 킹 소설이 증명한다. 기승전박이라고 욕하지 마시라. 오늘은 기승전킹'이니까. 하여튼, 킹이여...... 영원하라 ■

 

 

 

 

                           

덧대기      ㅣ       < 은교 > 와 < 롤리타 > 는 둘 다 남성이 어린 여성에게 성적 판타지를 갖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구조를 갖췄지만 두 작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 롤리타 >> 의 주인공 험버트에게 있어서 " 롤리타 " 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이지만,  << 은교 >> 의 주인공 이적요'에게 있어서 " 한은교 " 는 대체 가능한 인물'이다.     험버트에게 있어서 롤리타가 대체 불가능한 이유는 운명적이라는 데 있다.   그렇기에 소설 << 롤리타 >> 는 남성 욕망을 다루지만 외설적이지 않고 뻔뻔하지도 않다.   반면에 소설 << 은교 >> 는 한은교라는 여성을 단순하게 소비하는 차원에서 다룬다.   이적요에게 은교는 운명적이라기보다는 젊고 예쁜 여자'에 불과하다. 소설 << 은교 >> 가 구질구질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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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7-02-01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호기심이라는 유아기의 어느 시점에 고착되어 있죠. 이 상황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1 10:45   좋아요 0 | URL
아이를 어른으로 대접하고, 어른도 실수를 할 수 있는 아이‘라고 생각하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봐도 마립간 님은 호기심 많은 아이 같습니다. 이거 아주 좋은 현상이죠..ㅎㅎ

cyrus 2017-02-01 1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치사극 ‘공화국’ 시리즈처럼 몇 십 년 후에 ‘박근혜’ 시절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온다면 정말 볼만하겠어요. 아마도 제가 죽고 난 후에 나올 것 같고요, 그때까지도 숨은 박근혜 세력이 남아 있다면, 그들의 압력 때문에 재미난 사건들이 드라마에 언급되지 못할 수도 있겠어요. 후손들에게 부끄러웠던 시절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면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들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1 11:11   좋아요 2 | URL
아마 공화국을 다룬 현대사 드라마 중 가장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장록수 > 나 < 연산군 > 처럼 단골 메뉴가 되어서 영화도 무진장 쏟아낼 것같습니다. 아마 한국의 감독이라면 모두 다 탐날 어마어마한 서사‘죠. 이보다 막장 드라마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ㅎㅎ

stella.K 2017-02-01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린 왜 이리도 박정희의 그늘을 못 벗어나는 걸까요?
그 와중에 그네 누님 어떻게든 탄핵을 모면하려고
하는 게 보이니까 더 혐오스럽더군요. 우린 이런 식으로
박정희의 그늘을 벗어나는 걸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ㅠ
박정희의 그늘을 못 벗어나는 걸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유아기란 생각도 들구요.

은교 저는 정말 잘 봤는데 곰발님의 해석을 거치면
별개 아닌게 되버리니 거 참...
롤라타를 읽어봐야겠군요.

아, 근데 킹 소설이라 하시면...?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1 15:17   좋아요 1 | URL
우상이 된 거죠. 세뇌의 결과입니다.
그러니까 박정희라는 신화의 대표적 사례가 오직 나라 사랑만 했지 재산 증식에는 관심이 없었던
이미지인데. 사실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인간이 박정희 아닙니까. 그 신화를 딸이 부셨죠..

+

박범신 인터뷰 보면 은교와 롤리타가 비슷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기분 나쁘다고 한 적 있는데
전 속으로 웃었습니다. 이야, 기분 나빠해야 될 사람은 나보코보지... ㅎㅎ 이렇게 말입니다..

2017-02-01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2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할머니의 티타임


 



 

                                                                                                       고열을 동반한 감기에 걸린 적이 있다.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나흘을 앓았다. 혼자 끙끙 앓다가 독거사로 죽는, 그런 사회면 기사가 떠올라 서글펐으나 두렵지는 않았다.

감기 따위로 죽지 않을 자신감과 감기 따위로 죽어도 아깝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는 자괴감이 동시에 밀려왔으니까. 그냥......  끙끙 앓았다. 무료했던, 어느 삼경 즈음. 라디오에서 심야 방송 디제이가 시청자가 보낸 사연을 소개했는데 이민자의 악전고투를 담은 내용이었다. 그녀도 나처럼 머나먼 타관(라디오 속 사연의 주인공은 아르헨티나에 거주하고 있었다)살이에 지쳐 있었다고. 결혼은 실패하고 사업도 망했으니 부모 볼 면목이 없던 그녀. 빈 방에서 심한 감기로 누워 있었는데...... 죽기로 결심했던 터라 병원에 갈 생각은 없었고 그저 우주보다 캄캄한 방에서 온갖 상념에 사로잡혔다고.

그때였다고 한다, 캄캄한 천장이 스크린이 되어 한국에서 즐겨 먹던 순댓국이 북위 37도 전갈자리 전방 19도에 위치한 sk인공위성 불빛처럼 선연하게 떠올랐던 순간.  죽기로 결심했던 여자는 눅눅한 비린내에 말캉거리는 비계를 떠올리니 침이 고이는 소리가 들렸다고.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음날, 그녀는 아픈 몸을 추스리고 통장에 남아 있는 잔고를 금성 탈수기처럼 탈탈 털어서 택시를 타고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향했다고. 그리고 따순 국밥 위에 씨뻘건 김치를 얹어 입에 넣는 순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녀에게 인생 음식은 순댓국이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그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몸을 추스리면 순댓국을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1). 오소리감투 듬뿍 넣어 달라고 해야지.

그리고 며칠 뒤, 나는 그녀처럼 누에고치처럼 둘둘 말던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나 순댓국을 먹었다. 감기따위로 죽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 비로소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허기'가 아니라 차갑고 텅빈 마음을 따스하게 녹일, 단순한 온기'였다는 사실을. 그날 이후로 그녀처럼 나 또한 몸이 아프면 순댓국 생각이 난다. 시베리아 허허벌판 같은 내 마음에는 연탄처럼 훈훈한 네가 필요하구나. 아..... 마디꾸나.  눈물이, 앞... 을 가린다.                             이번 설연휴도 마찬가지였다. 으슬으슬 춥다 했는데 덜컹 독감에 걸린 것이다. 명절이라 온갖 기름진 음식이 널렸으나 막상 내가 먹고 싶었던 것은 따순 순댓국이 전부였다.

히말라야 정상에서도 얼어죽지 않을 만큼의 옷을 껴입고 단골 순댓국 가게를 찾았다. 모 신문 기자가 최고의 순대국 식당'으로 선정했을 만큼 유명한 곳이라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이런 곳에서는 혼자 가게 되면 눈치를 보기 때문에 합석은 당연한 것. 결국 양해를 구하고 합석을 했다. 내 앞에 앉은 사람은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였다. 팔순 노인처럼 보였다. 젓가락을 집는 손이 서툰 것을 보면 말이다. 내가 합석을 했을 때에, 이미 할머니는 순댓국을 3/4정도 비운 상태였다. 멀뚱멀뚱 앉아 있기 뭐해서 할머니의 빈 반찬 그릇에 깍두기도 담아 드리고 김치도 담아서 잘라드렸다. 고맙습니다.                   할머니가 내게 말을 건냈다. 의외였다. 할머니의 말투가 무척 공손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말 없는 목례로 대신했다.

때마침 주문한 순댓국이 나와서 나는 땀을 흘리며 따순 국밥을 먹었다. 진로 소주와 함께 말이다. 따순 국밥 때문이었으리라. 밖을 나오니 춥지가 않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걷다가 얼음처럼 멈춰다.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당황스러웠다. 뭐지 ? 나는 내가 왜 울어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해 잠시 걸음을 멈춘 채 원인을 찾아야 했다. 아, 할머니 !                                                         나는 맛집을 선호하지 않는다. 후딱 먹고 후딱 일어아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맛집'에서는 음식의 맛을 음미한다는 게 사치처럼 느껴지고는 했으니까. 더군다나 혼자 밥을 먹어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 강박 때문일까 ?

나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마자 서둘러 뜨거운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반면, 할머니는 노년으로 인해 소화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식사 속도는 무척 느렸다. 내가 합석을 했을 때 이미 그릇을 거의 다 비운 상태였는데도 할머니는 여전히 분주히 움직이셨다. 병약함에서 오는 느림이 아니라 건강함에서 오는 느림이라 그 여유가 좋아보였다. 내가 반주와 함께 국밥을 먹는지라 속도를 늦추자(1/3정도 먹었을 때) 할머니는 비로소 순댓국을 깨끗이 비우셨다. 할머니는 그릇을 비우자마자 서둘러 일어나셨다. 할머니마저 서두르게 만드는 힘. 그게 바로 맛집의 위엄이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다시 자리에 앉으셨다. 손에는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가 들려있었다. 아, 할머니는 티타임을 즐기기 위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고 오신 것이다. 할머니의 위엄이라고나 할까 ?

밖에는 손님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는 식당 안에서 식사를 끝마치고 커피를 마시며 그들을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속으로 웃었다. 할머니의 티타임으로 인해 나와 할머니는 동시에 식당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할머니의 티타임이 사실은 나를 위한 배려였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식당에서 함께 동석한 사람을 두고 먼저 일어날 수는 없다는, 사람에 대한 예의. 그것이 바로 할머니의 티타임이었던 것이다.  




 

 

 

1)                   이 이야기에 대한 사연은 언젠가 글로 쓴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연말만 되면 아팠는데 사실은 감기가 아니라 죄다 술병이 난 거였다. 술병을 비우면 술병을 얻는다. 이토록 간결하고 선명한 교환 방식'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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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7-01-31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병을 비우면 술병을 얻는다. 명문장입니다. ㅎㅎㅎ 할머니 멋지십니다. 이 밤에 저도 순대국밥..ㅠㅠ 먹고 싶군요.

명절 즐겁게 보내셨는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1-31 01:34   좋아요 0 | URL
오한과 함께 설사병이 찾아와서... 죽다 살았습니다.. ㅎㅎ하루종일 잤더니.. 이거 잠이 안 오네요. 클났네..

새아의서재 2017-01-3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서 코끝이 살짝 찡~~

곰곰생각하는발 2017-01-31 01:36   좋아요 0 | URL
고맙더군요. 할머니 일어나셨으면 그거 치운다고 그릇 치우고.. 또 사람 받는다면서 이리저리하다 보면... 왜 부산스러워서 오롯이 먹기가 그런데.. 할머니 때문에 잘 먹었습니다. 뒤돌아생각하니 어쩌면 할머니의 티타임이 나를 위한 배려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호호 불어가며 커피 드시는데 어찌나 좋아보이던지..

새아의서재 2017-01-31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늘 어른은 어른이구나 할때가 있어요. 아.. 저도 덩달아 따뜻한 배려를 받은듯한 그런 기분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31 02:17   좋아요 0 | URL
제가 그릇에 깍두기와 김치를 담아드렸더니 고맙습니다, 하시면서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팔순 노인이라면 ˝ 아이구, 고맙수.. ˝ 뭐 이 정도일텐데.. 괭장히 예의가 바르셔서 깜놀했습니다.

수다맨 2017-01-3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 지나고 나니까 다시금 한파인데, 강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할 만한 따순 글입니다. 설은 잘 쇠셨는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1 06:54   좋아요 0 | URL
조금 지났나요. 하튼... 해피 설‘입니다. 저에게 설은 아무 의미도 없지만... 그래도 설에 눈이 오니 좋긴 하더군요..

시이소오 2017-01-3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술병을 비우면 술병을 얻는다. 역쉬 기지 작렬.
아프시고 따슨 글인데 속도없이 웃다갑니다. 부디 쾌차하소서.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1 06:54   좋아요 0 | URL
아, 시이소오 님. 올해는 무탈하시고 본업으로 돌아가셔서 걸작 하나 만드시기 간절히 바랍니다..
뭐, 명절에 술병 나도 괜찮죠.. ㅎㅎ

나비종 2017-01-3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 번째 손님>이 생각나는 따뜻한 글입니다.^^
‘술병을~‘ . 이 한 문장 앞에서 많은 생각을 하다 갑니다. ‘마음을 비우면 마음을 얻는다.‘ 처럼 일반화시켜도 적용될 수 있겠다는. 뭐든 비워야 새롭게 얻을 수 있으니, 어쩌면 삶의 이치를 관통하는 문장일 수도 있겠다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1 06:56   좋아요 0 | URL
그럼요.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것이니, 비우지도 않고 채우려다 터지는 경우가 있죠.
나비종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표맥(漂麥) 2017-01-3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살감기... 홀로의 시간... 순대국밥... 이 데쟈뷰는 뭐지? 이런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올해는 정말 건강하시길...^^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1 06:56   좋아요 1 | URL
표맥 님도 슬픈 시절이 있으셨군요. 감기, 독거, 순댓국.... 이거 뻔합니다..

2017-01-31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1 0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1-3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론 지친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위대하고 엄청난 힘이 아니고, 뜨거운 국밥 한그릇 일수도, 차마 일어서지 못하는 그 순한 마음일 수도..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1 06:59   좋아요 0 | URL
하... 이제 곧 입춘이네요.. 절기 볼 때마다 정말 조상의 지혜에 감탄하고는 합니다. 입춘 되면 확실히 날이 따스해지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