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간 적 인, 너 무 나 인 간 적 인 :
이재용과 쇼핑백
사람들은 동정 없는 세상을 말할 때마다 천사(같은 사람)가 필요한 사회라고 말한다. 작은 미담'에도 대중에 감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천사가 아니라 악마'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 그 아무리 동정 없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천사는 어디에는 있는 법이다. 오히려 뿔과 꼬리 달린 악마의 부재가 동정 없는 세상을 만든다. 당신은 나에게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할(喝)을 던질지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에게 헐'이라고 되돌려주고 싶다. 곰곰 생각하면 사회가 타락하면 타락할수록 필요한 캐릭터는 천사가 아니라 악마(여기서 " 악마 " 는 악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악마'를 뜻한다)다. 조의연 판사가 이재용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5만 원어치 향응을 접대해도 뇌물이라는 이름으로 걸리는 세상에 400억을 줬다는 사실이 명백한데도 구속 영장이 기각되었으니
아, 장탄식이 뒷방 늙은이의 괄약근처럼 히마리없이 피식_ 새어나올 만한 소식이다. 누군가는 이게 나라냐 _ 라고 절규하는 이도 있으리라. 이 뉴스를 접했을 때, 나는 천사 같은 판사의 선함 앞에서 다시 한 번 악마의 필요성을 느꼈다. 조의연.... 너무 착해 ! 내가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절대 반지의 소유자라면 " 악마 양성소 " 를 신설할 것이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니체는 < 모든 가치의 전환‘ > 을 주장했다. 니체의 말을 따르자면, 지금 우리는 너무나 당연한 가치’라고 믿어서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 것 ” 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끊임없이 의심하며, 비판해야 한다. 예를 들면 < 자유 > 는 개인의 목숨을 걸어도 좋을 만큼 소중한 가치’인가 ? 어쩌면 우리는 휴머니즘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것은 아닐까 ? 민주주의는 사회주의보다 훌륭한 체제인가 ? 라는 의심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여기에 설상가상 < 독도 > 는 과연 우리 땅인가? 라는 질문까지 더해지면, 대중의 개인을 향한 무차별 십자포화’는 불 보듯 뻔‘하다. 온라인 바른 말 운동본부 안영미 기획 실장( 31, 봉천동 거주 )조차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 아야야, 아야야... 바른 말 운동본부고 나발이고... 네가 우리나라 좋은 나라 욕한 거야 ? 아 ! 이런 <십>장생, 새우<젓> 같은! 당신은 모자부터 양말까지 새빨간 옷으로 깔맞춤한, 빨갱이 산타의 황홀한 현존. 간지 작살. 존나 코뮤니스트해 ! 당신은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이며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줬다 빼앗는 젓같이 고약한 늙은이’라구. 흣, 흣, 흣, 흣. 중근이 아저씨가 이토 히로부미’에게 도시락 폭탄 던지며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친 거 기억 안 나 ? 독도 갈매기들이 얼마나 대 ! 한 ! 민 ! 국 ! 농 ! 심 ! 새 ! 우 ! 깡 ! 을 먹고 싶어 입맛 다시는 줄 알아 ? 톨스토이의 후손들이 얼마나 초 ! 코 ! 파 ! 이 ! 에 열광하는 줄, 당신 알아 ? 웃지 마, 루돌프 ! 히틀러 같은 게르마니아. 너도 같은 족속이야. 코 빨게. ( 피식 ) 주정뱅이. 산타 몰래 마구간 뒤편에서 몰래 팩소주나 빨지 말고, 너희들 내 쮸쮸바나 빨아랏 ! ”
이렇듯 너무나 당연한 가치들에 딴죽을 걸면 유사 애국 양아치‘들에게 공격을 받아서 피곤해진다. 의문을 제기하는 순간, 당신은 존나 꼬뮌적이며 쪽바리적인 < 십장생, 새우젓 > 이 되어서 유사 애국 양아치의 쮸쮸바’나 빨아야 한다. 잘못 건드리면 본전도 못 챙긴다. 그러니 쉽게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는 것.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 더러워서 피하는 식‘이다. 니체가 보기엔 지금까지의 이 모든 가치‘는 부르주아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마련한 수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 善 > 은 부르주아 자본가‘가 외치는 최고의 덕목‘이다. 예수, 부처는 물론이고 산타 할아버지 또한 착한 아이’에게만선물을 주고, 뽀뽀뽀 뽀미 언니도 착한 어린이만 좋아한다. 이 정도면 편애다. 니체는 선이라는 가치에 의문점을 가진다.
善이 종교와 결합하면, 이 < 착함 > 은 순종, 인내, 겸손으로 확장되어 재생산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 순종, 인내, 겸손’> 은 주인이 노예에게 요구하는 기본 사항들이다. 그리고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것도 바로 순종, 인내, 겸손, 근면, 성실’따위‘이다. 이렇듯 자본가는 거친 놈‘보다는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순한 놈‘을 편애한다. 니체가 보기에 < 선 > 은 주인이 노예‘를 다스리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예수는 정직한 사람일수는 있으나 순한 사람은 아니었다.오히려 예수는 순종적인 사람’이기보다는 불의에 대해 불같이 화를 내는 용감한 사내에 가까웠다. 그런데 부르주아는 이 사실을 왜곡한다. 예수는 그들에 의해 왜곡된다. 사실 예수는 햄릿보다는 체 게바라 형’에 가까웠다. 그래서 니체는 선이라는 미덕’을 평가 절하‘했다.
니체는 이런 말을 했다. “ 착한 자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 얼핏 들으면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같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매우 정확한 소리’이다. 착한 자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추악한 진실‘을 폭로하는 것은 언제나 악마의 몫이었지 않나 ? 영화 < 올드보이 > 에서 최민식’에게 사건의 진실을 폭로한 자’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 오직 복수에 눈이 멀어서 죄를 저지르는 자‘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천사는 아름다운 진실’을 고백할 뿐 더러운 진실‘에는 침묵한다. 반면 악당은 추악한 진실’을 폭로한다. 스타워즈에서 악의 구현체인 다스베이더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아들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 “ 내가 네 애비다 ! ” 이처럼 폭로는 메두사의 얼굴‘처럼 강력하다. 악당 입장에서 보면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고도, 폭로 한 마디‘에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으니 꽤 훌륭한 창이요, 활이다.
이보다 더 좋은 무기가 어디에 있겠는가 ! 이렇듯 추악한 진실을 말하는 자는 대부분 악당의 몫이지 천사의 임무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 진실은 너무나 더럽고 추악해서 진실을 듣는 순간 상대방을 한순간에 파멸시키기 때문이다. 천사는 악마를 파멸시킬 수는 있으나 인간을 파멸시킬 수는 없다. 그가 비록 비열한 인간이라도 악마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천사의 역할이 아니다. 천사는 인간을 천국으로 인도하거나 위로할 수는 있어도 인간을 파멸시켜서 지옥으로 끌고 갈 수는 없다. 그 몫은 악마의 것이다. 그게 바로 천사의 한계이다. 한편 악마는 주로 거짓말로 상대방의 영혼을 파괴하지만 종종 진실’을 폭로함으로써 영혼을 파괴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악마란 거짓말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역설적인 결론이지만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위해서는 천사의 역할보다는 악마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 비열하고 악랄한 인간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는 천사보다는, 그런 놈들을 파멸시켜서 지옥으로 데리고 갈 악마‘가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미 천사란 티븨 속에 널려 있다. 각 방송사마다 소시민의 작은 소원 하나씩은 들어주지 않나 ?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방긋방긋 웃으면서 행복하세요, 를 외치는 소녀시대는 어떤가 ? 임재범은 어떠한가 ?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 누가 나를 위로해 주지 ? 바로... 여러분 ! 맙소사, 천사’는 이미 넘치고 넘쳤다. 이 시대의 지랄 같은 멘토들을 보라.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흰 옷 입고 머리에 원형 형광등을 설치한 천사’가 아니라 중저음의 멋진 목소리‘를 가진, 모자부터 양말까지 검은 색 슈트를 입은 악마다. 악당들에게는 “ 내가 네 애비다 ! ” 라고 말해서 그놈의 생의 의지‘를 꺾어야 한다. 혹은 “ 이봐요, 오대수 씨 ! 중요한 것은 내가 왜 당신을 가두었느냐, 가 아니라 내가 왜 당신을 풀어주었느냐는 겁니다. 아시겠어요 ? ” 라고 절규하는 악마 유지태’가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악마들은 직무유기요, 불법 파업 그리고 태만에 빠져 있는 것이다. 월드컵만 되면 서울 광장으로 모여드는 그 수많은 악마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 밥은, 먹고 다니냐 ?
뉴스를 보면 늘 이런 생각이 든다. 꼬리가 길어서 잡힌 놈은 수두룩한데, 왜 몸통의 주인은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일까 ? 꼬리 모양새만 봐도 몸통이 누구인지는 금방 알 것 같은데 말이다. 그 놈이 그 놈이기 때문이다. 진실이 더러워서 천사가 진실을 말할 수 없다면 악마라도 해야 될 것 아닌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물은 날개 달린 천사가 아니라 뿔 달린 악마다.
- 선한 자는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201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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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속보 제목은 << 구속 피한 이재용...... 미소 띈 채 묵묵부답 >> 이었다. " 미소 띤 채 " 를 " 미소 띈 채 " 로 잘못 기입한 것을 보면 속보'다운 다이나믹한 박력이 엿보인다. 조의연 판사는 천사'다. 모두 다 돌을 던질 때, 그는 이렇게 외친다. 여기,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 그에게는 근심에 쌓인 인간을 웃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또한 이 사진이야말로 희귀한 사진에 속할 것이다. 황제의 손에 명품 백 대신 종이 쇼핑백을 들게 만드는, 이 소박한 풍경(황제를 초라하게 만드는)을 보면서 나는 단언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조의연 판사....... 가시는 길에, 오오 ! 영광 있으라, 시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