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의 길 1
이인화 지음 / 살림 / 1997년 4월
평점 :
품절
파리의 후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훌륭하다 :
Shallow Grave
얕게 묻은 무덤
훗날 신이 이승에서 뭐하던 사람이냐 물으면 <인간의 길>을 썼다고 말하겠다
ㅡ 소설 << 인간의 길 >> , 작가의 말 중

누군가 이런 말들을 했다 : 각하는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영애는 오로라와 아우라 사이에 놓인 반신반인입니다, 국모입니까, 국밥입니까 ? 뿜빠라 뿜빠 뿜빠빠.
티븨조선 스튜디오 안에서는 여기저기서 아, 라는 경탄이 울려퍼졌다. 어느 누구도 우, 라고 하는 한탄을 내뱉는 놈은 없었다. 한끗 차이지만 아 _ 라고 한 놈은 출세를 했고, 우 _ 라고 한(혹은 할) 놈은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부역자들은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 밑에서 직(職 : 직책 직)을 얻거나 혹은 그 자리를 유지하려면 최고 권력자에게 찍히면 죽는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가 찍히면 남이 되듯이 직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가 찍히면 적이 되어 적출된다는 사실도. 권력이란 부패할수록 메시지는 선명해지는 법이다. 찍히면 죽는다잉 ~
찍히지 않기 위해서는 침묵하거나 방조하거나 적극적으로 부역해야 하는데 소설가 이인화로 널리 알려진 류철균 교수는 " 적극적 부역 " 을 선택한 경우이다. 우리 유라, 말 타고 뮌헨 가실 때 / (류철균은) 비단, '구두/시험'을 조작했을 뿐만 아니라 필기 시험지도 조작하셨디. 잘한다이, 애비나이 ~ 법조계의 소년 급제가 우병우라면 문학계의 소년 급제였던 류철균(이인화)이 잡범이나 저지를 법한 파렴치한 짓을 사슴도 아니면서 서슴없이 자행했다는 사실에 나는 절망하게 된다. 이제 그는 " 국어의 신 " 에서 " 영어(囹圄)의 몸 " 이 되었으니 이 스빽따끌한 몰락이 꽤나 호화롭다.
무엇보다도 대학 사회에서 甲인 교수가 철저하게 乙일 수밖에 없는 조교에게 논문 심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공갈 협박으로 시험지를 대리 작성하게 한 대목은 너절하다 못해 처절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는 조교들에게 " 특검에 가서 허튼 소리를 하면 논문 심사에 불이익을 주겠다 " 라거나, " 다시는 학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할 수도 있다" 라며 협박했다. 우우, 하게 된다. # 문단_내_성폭력 헤시테그를 시작으로 류철균 이화여대 부정 입시 개입 의혹'까지, 연이어 폭로된 추문을 접하다 보면 한국 문단은 <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 > 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한국 문학이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한국 문학과 한국 문단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특히, 다시는 학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겁박은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협박할 때 자주 사용하는 그들만의 문학적 수사여서 이제는 문단이라는 울타리'가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냇물을 흐린 걸 가지고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하는 이도 있겠으나, 내가 보기에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흐렸다기보다는 냇물 자체가 진흙탕이 된 지 오래인 것처럼 보인다. 주범은 미꾸라지가 아니라 이미 썪을 대로 썩은 오염된 환경 그 자체'이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게이트에 부역한 이들의 " (치밀하지 못한) 헙수룩함 " 에 놀라곤 한다. 우리는 종종 악행이 완벽할 때 악인에게서 매력을 느끼곤 하는데 류철균의 경우는 그 허접하고 잡스러운 일처리'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된다.

뤼철균 동지께서 조작한 시험지 4-12번 문항은 다음과 같다. “ 정신적 귀족주의는 자기와 타인 모두에 대한 가차없는 관찰의 시선을 던지는 오만과, 타인으로부터 이해받기를 거부하고 금지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기에 예측하고 규정할 수가 없는 ( )의 성격을 갖는다 ” ( ) 안에 들어갈 말은 ?
이 문항에 대해서 시험지를 조작한 조교는 " 아포토스 " 라고 쓰고 정답 처리를 했다. 이 대목에서 박장대소했다. 설령, 이 시험지가 정유라 본인이 직접 작성한 시험지였다고 해도 이것은 오답을 정답으로 처리했으니 성적 조작'에 해당된다. 정답은 < 아포토스 > 가 아니라 < 아토포스 > 이기 때문이다. 경황이 없었던 탓일까 ? 조교도 그 사실을 놓쳤고, 우리 문학계의 황태자이신 뤼철균 동지께서도 놓치셨다. 아포토스라는 말은 이 세상에 없는 말이다. 아토포스나 아포토스나 한끗 차이이니 정답 처리 해도 된다면 받아쓰기 시험에서 < 박근혜는 퇴진하라 > 를 < 박근혜는 태진아랑 > 이라고 적어도 정답으로 처리해야 한다. 도대체 박근혜는 태진아랑 무슨 사이인가 ? 노래방에서 템버린을 흔들며 노는 사이 ? 빰빠라 빰빠빠 ! 우와, 어디서 좀 놀아보셨군요.
각하를 모시는 부역자나 두목을 모시는 양아치는 깔끔한 뒤처리(뒤치다꺼리)가 생명이다. 두목에게 사랑받는 놈은 시체를 땅에 묻을 때 결코 얕게 묻는 법이 없다. 쉘로우 그레이브1) 는 나중에 파리떼가 시체의 썩은 냄새를 맡고 몰려들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발각되기 십상이다. 우리 뤼철균 동지를 비롯한 박근혜 부역자들은 게을러스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하나같이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한 자들이다. 그들은 모두 구덩이를 얕게 팠다. 이처럼 뒤처리가 허섭스럽다 보니 매력이라고는 없다. 남들은 부역자를 손가락질하며 양심이나 염치를 가지라고 충고하겠지만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 구덩이는 깊게 파라잉 ~ " 파리의 후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훌륭하다.
1) 개인적으로 대일 보일 감독의 최고 걸작은 << 트레인 스포팅 >> 과 << 쉘로우 그레이브, 1995 >> 이다. 80년대 럭키금성 티븨 스타일'로 말하겠다. " 이 영화, 놓치면 후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