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인이여, 강남행 급행열차를 타라 :




 




강남 부동산 활극


 

 


 


- 영화 수색자, 마지막 장면 : 서부 영화 장르는 대부분 영웅의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장르를 선호하는 관객은 공포 영화 장르를 멀리하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로 공포 영화 장르 팬은 코미디 영화를 멀리하는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코미디 영화와 공포 영화는 서로 정반대에 위치한 장르처럼 보이지만 꼼꼼하게 뜯어보면 두 장르는 꽤나 닮은 구석이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두 장르는 다른 장르에 비해 남녀 성차(性差)에 따른 긴장을 중심에 둔다.

(대체적으로) 코미디 영화의 하위 카테고리에 속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두 남녀가 알콩달콩 토닥거리며 싸우는 장르이지만 공포 영화는 두 남녀가 죽기살기로 싸우는 장르라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달달한 < 티격 > 이냐 살벌한 < 타격 > 이냐가 다를 뿐이다. 전자가 < 썰전 > 이라면 후자는 < 혈전 > 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공포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 안 풍경을 보다 보면 공포와 웃음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관객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비명을 지르곤 하지만 이내 웃게 된다. 이 점만 봐도 코미디와 공포 영화는 닮은 구석이 있다. 그렇다면 서로 정반대에 위치한 장르는 무엇일까 ?

" 코미디 VS 공포 " 보다 더 이질적인 장르 대립은 " 웨스턴(서부 영화) VS 갱스터(악당 영화) " 조합이다. 웨스턴 장르가 자연(마을)을 파괴하려는 악당에 맞서 자연(마을)을 수호하려는 영웅의 대립이라면,  갱스터 장르는 웨스턴 장르의 기본 구조인 < 인간 VS 자연 > 에서 벗어나 < 인간 VS 도시 > 의 대결을 다룬다. " 웨스턴 " 이 자연친화적인 마을을 수호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면 " 갱스터 " 는 인공적 도시의 타락한 질서에 방점이 찍힌다. 그러므로 마을은 자연친화적인 반면에 도시는 자연을 인공적으로 개발한 인위적 로컬리티'라는 점에서 두 장르는 서로 이질적이다1).

 

광화문 극장에서 단관 개봉으로 천백 만 관객을 돌파한, 전무후무한 흥행 영화 << 박근혜 게이트 >> 가 갱스터 장르에 속하는 이유는 악당이 등장하는 주요 무대가 강남이라는 도시의 로컬리티에 한정되어 있다는 데 있다. 고로 박근혜 게이트는 강남 게이트이기도 하다. 갱스터를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조폭 영화인데 한국형 조폭 영화 장르가 대부분 강남 이권 사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명박근혜 정권은 마을을 해체하고 강남 도시 우선 정책을 펼쳤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 강남 부동산 개발 활극 > 인 셈이다. 갱스터'다. 그들은 합법을 가장한 무법자이다. 하지만 달리 보면 웨스턴 영화이기도 하다.

웨스턴 영화는 마을 공동체의 이상적 가치를 강조하는데 광화문에 모인 촛불 시민은 마을을 침탈해서 해체하려는 강남파 조폭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싸우고 있는 중이다. 셰인이나 존 웨인 혹은 브루스 웨인 같은 1인 영웅은 존재하지 않지만 집단 지성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영화이기에 그 결말을 알 수는 없으나 저항은 어떤 식으로든 상흔을 남기는 법이다. 그것이 " 상처뿐인 영광 " 이든 " 영광스러운 상처 " 이든 말이다. 갱스터 장르에서 도시 갱스터는 최고 권력자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권력을 얻는다면 웨스턴 장르는 영웅의 조건 없은 선의를 보여주는 영화'다.

 

웨스턴 영화는 조건 없이 다가와서 미련 없이 떠나는 쓸쓸한 영웅의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나는 이 영화가 갱스터 장르가 아니라 웨스턴 장르'로 끝이 나기를 간절히 원한다 ■



 

덧대기 ㅣ 다음은 박근혜의 뒤를 봐주던 자의 뒷모습이다. 박근혜의 뒤를 봐주고 권력을 얻었던 갱스터의 뒤는 누가 봐주는 것일까 ?

 

 


​                                                

1)  영화 << 슈퍼맨 >> 은 SF가 아니라 웨스턴 장르'이다. 슈퍼맨은 지구라는 악의 도시를 개선하려는 영웅이 아니라 지구촌(村 : 마을 촌)이라는 마을'을 수호하려는 보안관 영웅이다. 박근혜 식 우주적 관점에서 보자면 지구는 우주와 비교하면 작은 마을에 불과하니깐 말이다.  클락 켄트(크리스토프 리브)는 보안관 존 웨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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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1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1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1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1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7-01-01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뒷모습들을 어찌 다 찾아냈대요? ㅋㅋㅋㅋ 뒷모습들 보니 마구 짠하네요. 더러운 수레기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1 21:51   좋아요 0 | URL
뒤통수 보니 참.. 초라하죠 ? 멋대가리도 없고..... 저 뒤를 봐주던 놈들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저새끼들도 박근혜 뒤를 봐주고 권력의 부스러기를 얻어먹었으니..
 

 

 

 

 

 

 

 

 

 

 



​                                             

 

막 장   영 화 와   천  만   관 객  :
 






Vertigo, 2016





 

                                                                                                        A급 제작비로 만든 B급 영화'보다는 C급 제작비로 만든 B급 영화가 좋다. 전자는 감독이 실력은 없으면서 제작비를 흥청망청 사용한 경우이고 후자는 적은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한 경우'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전자는 총론으로 각론을 도출한 셈이고 후자는 각론으로 총론을 이끌어낸 셈이다. 

두 값이 서로 " 셈셈 " 이라 해도 후자 쪽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 이블 데드 >> 는 최악의 제작비로 만든 최고의 B급 영화이다. 누군가 나에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 드라큘라 >> 가 좋은가,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 이블 데드 >> 가 좋은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 이블 데드 >> 에 한 표'를 던질 것이다. << 드라큘라 >> 는 제작비 10억으로 1억짜리 영화를 만든 반면, << 이블 데드 >> 는 제작비 100원으로 천만 원짜리 영화를 만들었다.

만듦새를 놓고 보면 << 드라큘라 >>가 << 이블 데드 >> 보다 더 우아하고 이음매 없이 매끈하지만 가성비만 놓고 보면 << 이블 데드 >> 가 효율적이고 아기자기하며 순수하다.  무엇보다도 << 드라큘라 >> 는 공포영화라는 장르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우아하고 매끈하다. 공포 영화의 서사 구조는 기본적으로 막장이기에 그 본질(엠블럼)은 B이지 A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 드라큘라 >> 는 그럭저럭 잘 만든 공포 영화이지만, 바로 그 점에서 실패한 공포 영화'이기도 하다. 박근혜라는 서사'가 실패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2016년에 만들어진 영화 << 후까시 게이트 1) >> 는 A급 제작비로 만든 B급 막장 영화'다.

과장을 덧대어 부장님처럼 허세를 부리자면 << 후까시 게이트 >> 는 1조짜리 제작비로 만들어진 1원짜리 영화'다. 이러려고 영화에 투자(세금 납부)를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내용은 천박하고, 스타일은 지나치다 못해 " 키치 " 스럽다.

 

- 영화 현기증,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영화 가운데 가장 뛰어난 영화이기도 하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연출한 << 현기증 Vertigo, 1958 >> 은 << 후까시 게이트 >> 와 비교 평가하기에 좋은 영화다. < 후까시 머리 > 가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후까시 헤어스타일(올림머리)에 페티시를 가진 남자의 몰락을 다뤘다는 점에서 박근혜의 올림머리를 숭배하는 박사모를 닮았다는 점에서 유사한 서사 구조를 가진 영화다. 하지만 평단의 평가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한편은 막장 쓰레기 영화'로 끝났고, 다른 한편은 영화사에 영원히 남을 걸작이 되었다.

- 이 영화는 후까시 머리에 페티시를 가진 남자의 몰락을 다룬다는 점에서 제임스 스튜어트는 박사모 회원이다

 

 

어마어마한 국가 예산이 투입된 << 후까시 게이트 >> 라는 영화에서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최순실이 뇌까리던 대사밖에는 없다. " ... 클(큰일) 났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다 죽어 ~ " 영화는 이 대사를 끝으로 종극을 선언하지만 나는 그 이후가 궁금하다. 정말 다 죽는지 보고 싶다. 그래도 막장이란 욕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어서 누적 관람객은 890만 명이다. 욕하면서 참..... 많이 보셨어.            과연 천 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까 ?  모를 일이다. 2016년 마지막 날이다. 이 영화는 광화문 극장에서 보아야 제 맛이다. 아듀 ~ 광장에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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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근혜 게이트는 후까시(헛과시)게이트이다. 후까시에 집착한 이는 비단 박근혜만은 아니다. 박근혜 부역자들은 모두 권력이라는 이름의 헛과시에 집착한 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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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12-31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청앞 입니다. 태극기를 휘두르며 ‘계엄령을 선포하라‘ 는 피켓을 든 광기어린 집단을 보니 소름이 돋습니다
왜 우리가 지치지 말고 끝까지 가야하는지 다시 다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2-31 17:52   좋아요 3 | URL
오, 벌써 가셨군요. 본진은 저녁 7시부터라고 해서 저는 지금 저녁 먹고 출발할 생각입니다.
이젠... 뭐, 오기가 생겨서리..
처음에는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나 했는데.. 이젠 만성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ㅎㅎ
 
뷰티 인사이드 - 포토 에세이
김선정 글, 백 감독, NEW 제공, 용필름 제작 / 예담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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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이는 것을 보여주려고요 :



 

 

 

 


 


눈동자가 뒤통수에 있었으면 좋겠어



 

 

 


 

                                                                                                     남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그것이 서 있다고 하던데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날마다 얼굴이 바뀌어 있다. 내 얼굴은 어느 때는 남자였고, 어느 때는 여자였고, 어느 날은 노인이었으며 다음날은 아이였던 적도 있다. 또한 흑인이었던 적도 있고 갈라파고스 원주민이었던 적도 있다.

내면의 나는 오로지 나일 뿐이지만 외면은 항상 타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 일생은 하루짜리 하루살이나 다름없는 것이어서 一生이 아니라 日生이었던 셈이다.       오해는 금물. 이 글은 뻥이 아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    누군가는 내 서사에서 낭만적 증후를 읽는 이 있겠으나 또 누군가는 비극적 허무를 읽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루살이 일생이다 보니 사랑이라는 감정따윈 사치에 불과했다. 하룻밤에 뜨거운, 아...... 땀방울이 등골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려 엉덩이 골짜기에 고이는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한들 무슨 소용이랴. 한갓 원나잇스탠드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내 사전에 사랑따윈 없다 !                        

나는 부실한 괄약근에 힘을 주며 다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운명이란 허공에 향해 던진 럭비공 같아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일이다. 그 여자를 처음 본 순간, 나는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동네 앞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었다. 평상시, 괄약근에 힘을 주고 다니던 나는 남근에 힘을 주며 그녀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기회가 오리라.  날마다 외모가 바뀌다 보니 가끔은 강동원이나 원빈처럼 생긴 얼굴로 변했을 때가 있다. 오늘 아침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한참 동안 거울 앞에서 넋을 놓고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늘씬한 키에, 박연폭포 같은 시원한 어깨, 손대면 툭, 하고 끊어질 것만 같은 콧등과 턱선, 킨타쿤테 같은 입술과 우수에 찬 눈동자.

그뿐인가 ? 목욕탕에서나 울릴 법한 중저음의 목소리는 매력적이었다. 나는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 다자꼬자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초, 초초초초초초초밥 좋아하십니까 ?                      그녀는 지금 벌거벗은 채 내 곁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새근새근 숨쉬는 소리가 5월 한낮에 부는 한들바람 같다. 아, 따스하여라. 하지만 이 행복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잘알고 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늘의 나이지, 내일의 나는 아닐 테니까. 그래서 지금 나는 그녀 노트북을 사용해서 이 글을 남긴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녀는 노트북에 남긴 이 메시지를 읽을 것이다. 날이 밝아오고 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럴 때는 눈동자가 뒤통수에 있었으면 좋겠어.

 

 

 

애란 씨 ~   날이 밝으면 나는 떠나오. 당신에게 떠나는 내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구려. 앞에서 보면 보이지 않으나 뒤에서 보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어깨라오. 영원히 잊지 않으리다.

 

- 곰곰생각하는발


 


 

-






 

 

 

윗글은 뮤직비디오와 CF 감독으로 명성을 쌓았던 백종열 감독이 연출한 영화 << 뷰티 인사이드, 2015 >> 를 내 식대로 줄거리를 각색해서 요약한 글이다.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뀐다는 설정이 흥미롭다(이 영화 줄거리는 기업 광고용 단편 영화를 각색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재능 없는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 기획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형편없는 졸작이 된다는 것. 영화 주제는 제목에서 드러났듯이 " 내면의 아름다움(더 뷰티 인사이드) " 을 강조하지만 영화 내용은 " 외면의 아름다움(더 뷰티 아웃사이드) " 에 집중한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남자 캐릭터 때문에 시나리오에는 우진 역을 109명의 남자 배우가 소화하는데 공교롭게도 달달한 로맨스는 모두 미남 배우들하고만 이루어진다. 첫 번째 데이트는 박서준이고, 첫 번째 스킨쉽은 이진욱이며, 반지를 끼워주는 장면에서는 유연석이 등장한다. 홍이수를 연기하는 한효주는 평범한 외모를 가진 남자 배우들과는 이렇다 할 감정적 교류가 없지만 빛나는 외모를 가진 배우들이 등장할 때에만 불꽃이 터진다. 말 그대로 " 뷰티 아웃사이드 " 인 셈이다. 한효주는 우진 78을 연기한 김민재라는 배우에게 " 볼 때마다 낯설다 " 고 핀잔을 주지만 우진 84를 연기한 이진욱에게는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영화를 본 관객은 < 마음이 고와야 남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남자냐 > 라는 감독의 작품 의도를 < 그래도 외모가 자본이 될 수밖에 없는 판타지 > 로 읽게 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욕지기가 튀어나온다. 이럴 때는 용수철 흉내를 내는 팝콘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극장을 나올 수밖에. 이 영화는 뮤직비디오나 기업 광고를 만들던 감독이 극영화를 만들 때 범하게 되는 모든 실수를 망라한다.  그림은 좋은데 내용은 없다. 그리고 조연들은 하나같이 입체적이지 못하고 평면적이다. 가장 예뻐 보이는 얼굴만 보여주려는 사람은 매력이 없는 것 1) 처럼 이 영화 또한 매력이라고는 전혀 없다. CF 광고를 돈 주고 본 느낌이 든다.

주름살 없는 얼굴은 희노애락 없는 인생과 같다. 시대가 하수상하다 보니 영화를 보다가 느닷없이 박근혜 씨가 떠올랐다. 근혜 씨야말로 가장 예뻐 보이는 얼굴만 보여주려는 사람이어서 매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 군주민수 君舟民水 > 였다. 속으로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사태는 총론은 < 박근혜 게이트 > 요, 각론은 < 최순실 게이트 > 이지만 달리 보면 < 강남 게이트 >요, < 교수 게이트 > 이기도 하다.

 

 

한국의 모든 정권에서 교수들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른바 대통령을 하겠다는 포부를 갖는 사람들은 ‘씽크탱크’란 것을 만들고 거기에 많은 교수들이 참여한다. 교수들은 국정 전반에 대한 로드맵을 구상하고 이후에 실제 권력집행에 참여해 다양한 직책을 맡아 수행한다. 관료들의 일이라 여겨졌던 것들도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교수들이 맡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차관, 청와대 비서관까지 교수들이 맡는 일이 늘어났고 대학총장을 했던 분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되는 경우도 생겨났다. 그런가 하면 순수 관료로 삶의 중요한 시간을 살아왔던 사람들이 대학으로 와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연구비나 사업비를 수주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도 흔해졌다. 이런 관료들은 교수로서 총장, 부총장 등 대학의 주요 보직을 맡아 일하기도 하고 재단 이사회로 들어가기도 한다.

 

ㅡ  ‘가르친다’는 일의 위중함과 위선자가 될 위험 … 교수는 무엇으로 사는가?    김혜숙 이화여대·철학 

 

 

내가 뽑은 올해의 사자성이는 < 후까시虛誇示) > 다. 세월호 참사는 주름살 없는 얼굴에 대한 욕망이, 오로지 예뻐 보이는 얼굴만 보여주려는 욕망이 측은지심보다 우위에 설 때 발생하게 되는 비극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후까시 잡는 영화에 질린 사람이라면 에드워드 양 감독이 연출한 << 하나 그리고 둘 >> 이라는 걸작 영화를 추천한다. 이 영화에서 양양(남자의 어린 아들)은 카메라로 사람의 뒷모습만을 찍는다. 어린 아들은 사람의 뒷모습만을 찍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안 보이는 것을 보여주려고요. " " 우리는 우리의 앞면만 볼 수 있을 뿐, 뒷모습을 볼 수 없으니까요. " 나는 앞모습이 화려한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이 끌리지만 뒷모습마저 화려한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경멸하는 편이다. 뒷모습은 원래 외롭고 초라하며 빈곤한 이미지의 영역인 것이다. 하여, 앞모습은 물론이거나와 뒷모습마저 화려한 사람은 사이비이거나 사탄이거나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

 

박근혜는 후대에 뒷모습마저 후까시로 포장하려다 추락한 악인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 근혜 씨이 ~  뒤통수는 외로움에게 양보하시라 ! " ■











                                           

1) 영화 칼럼리스트 김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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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30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2-30 09:16   좋아요 1 | URL
그렇죠. 인간은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가 없죠. 볼 수 없는 뒷모습(올림머리..)에 모든 내공을 거는 족속은 인간적이지 않은 거죠...
형광등 백 개 켜 놓은 아우라 운운할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samadhi(眞我) 2016-12-30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뒤통수 성애(?)가 있는데요. 주로 아기들이나 동물들 뒷태에 맥을 못 추지만요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12-30 09:15   좋아요 0 | URL
뒤태는 역시 동물들이 하태하태하죠. 고양이 뒤태 보십시오. 너무 귀엽습니다..ㅎㅎ


전 이상하게 뒤태가 매력적인 사람을 가끔 보면 혐오스럽습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뒤태는 초라해야 된다는 신념 때문인지도..

samadhi(眞我) 2016-12-30 10:34   좋아요 1 | URL
매력적인 뒷모습을 보고 쫓아갔는데 앞모습이 거시기 하여 ˝배신자!˝라고 소리친 이력 있으신 건가요? 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12-31 11:24   좋아요 0 | URL
전 뒷모습 매력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쓸쓸해 보일 때입니다.. 그런데 쓸쓸한 뒷모습을 가진 사람을 그닥 보질 못했네요..

지금행복하자 2016-12-30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뒷모습 성애자입니다.. 근데 사람들이 뒷모습을 찍으면 싫어하더라고요.. ㅋㅋㅋ

전 후카시는 차카게살자 오뽜들만 잡는건줄 알았습니다. 올해 여러모로 배운것이 많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2-30 09:17   좋아요 0 | URL
박근혜에 후카시에 살고 후카시에 죽는 양아치였죠, 결국은.....

cyrus 2016-12-30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곰발님이 페이퍼로 밝힌 적이 있었죠. 올해의 사자성어는 최가박당(崔家朴黨)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2-31 11:23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죠. 제가 지었지만 개인적으로 잘지었다고 생각됩니다..ㅎㅎ

나와같다면 2016-12-30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뷰티인사이드에서도 느닷없이 박근혜가 떠올랐군요 ㅋ 무슨 깔대기도 아니고..
저도 뮤지컬 아이다를 보다가 암네리스 공주의 결단 부분에서 어이없이 그 사람이 떠올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12-31 11:23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요즘 기승전박(근혜)입니다..
하여튼 올해 최고의 막장 서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2016-12-30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31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12-30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곰곰생각하는발님의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글을 즐겁게 읽었던 한 해였습니다. 감사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2-31 11:2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딸의 유쾌한 소원 때문에 실컷 웃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수다맨 2016-12-31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중에도 인상적인 글을 올려주시네요. 미용에의 욕구가 측은지심보다 우위에 놓인 모습, 사람의 초라한 뒷모습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풍성하게 던져 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2-31 11:20   좋아요 0 | URL
수다맨 님 1월 중으로 얼굴 함 보시지요..

늘 모자란 저에게 넘치는 평가를 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년에도 축복, 축복, 오 ! 축복 있으시기 바랍니다. 건투를 빕니다..
 

 

 

 

 

 

 

 

 

 

 

 

 

 

                                       

 

날   아   라   ,     드    론     :

압쏼라, 쏼라오 감보쉼빠빠



 





                                                                                                 1일 1식을 한 지 어언 2년이 지났다. 저녁 9시 전에 잠을 자 새벽 3시에 일어난 지도  2년이 지났다. 식생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 습관이 바뀌다 보니 유의미한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요즘은 연말이라 술을 마실 기회가 많았는데 가장 큰 변화는 주량이 크게 줄었고, 취하면 잠을 잔다는 점이다. < 1일 1식 > 이라는 게 24시간 굶고 나서 첫 끼니를 먹는 방식이니, 나에게 술자리는 첫 끼니를 떼우는 자리'이다. 단점은 빈속에 술을 마시다 보니 빨리 취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단점은 술자리가 한창일 때 졸음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이 두 개의 설정이 겹쳐지니 술만 마셨다 하면 병든 닭처럼 고개를 처박고 졸게 된다. 이른 저녁 시간에 술집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이러려고 술을 마셨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며칠 전에도 술집에서 졸다가 이른 저녁에 문어가 되어 흐느적흐느적 거리를 걸었다.

사내는 하체가 튼튼해야 한다는데 이리 부실해서야...... 집 앞까지 왔을 때 눈에 띄이는 것이 있었다. 인형 뽑기 기계'였다. 나는 흐느적거리는 다리를 질질 끌며 인형뽑기 기계 앞에 섰다. 동전 투입구에 500원짜리 동전을 넣자 경쾌한 소리가 났다. 왠지 그날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계 손에 상자 하나가 걸려들었다. 와우 !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날, 내가 뽑은 것은 " 드론 " 이었다. 담배갑 만한 크기였다. 상자 안을 살펴 보니 드론 조종기도 있었다. 장난감 같은데 과연 날 수 있을까 ? 조종기 스틱을 이리저리 돌려보았지만 드론은 움직이지 않았다. 에구구, 그러면 그렇지.

그때였다. 드론이 슝 ~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스틱 조종에 미숙해서 하강을 하지 못한 채 계속 하늘 위로 치솟다가 사라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 거리 바닥을 훑었지만 드론은 보이지 않았다. 서운한 마음은 들었지만 간절한 마음은 없었다. 나는 흐느적거리는 문어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졸음이 몰려왔다. 침대에 눕자 한여름에 녹는 아이스크림처럼 스르르 눈이 감겼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새벽 3시가 지나서였다. 창 밖에는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교회 십자가의 붉은 네온 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깜박, 깜박, 깜박 !  설움이 몰려왔다. 외롭고 쓸쓸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주머니를 뒤져보니 담배는 없고 드론 조종기가 있었다. 피식 웃음이 났다. 나는 조종기 스틱을 조물락거리며 우주로 날아간 드론을 생각했다.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었다. 그때...... 내가 본 것은...... 그러니까...... 드론이었다. 그러니깐, 인형뽑기 기계에서 뽑은 드론이 내 방 창문 앞에 떠 있는 것이다. 후와. 또한, 그 붉은 빛은 교회 십자가 네온 불빛이 아니라 드론 자체에서 발광했다. 창문이 열리자 드론은 무당벌레처럼 살포시 책상 앞에 내려앉았다. 드론 조종석에는 체체 파리 구더기 4기에 해당되는 크기의 우주인이 있었다.

추측컨대, 드론이 4억 광년 너머 우주로 날아가 외계인을 태우고 돌아온 것이리라. 메리 크리스마스 !  내가 낮게 속삭이자 드론 조종석 외계인이 말했다. 압쏼라, 쏼라오 감보쉼빠바 ~ 그 나라 외계어인 모양이었다.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 압쏼라, 쏼라오 감보쉼빠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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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16-12-2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명훈의 짧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입니다. 외계인을 바라보는 곰발님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2-28 09:37   좋아요 1 | URL
허어.... 소설이 아니라 실화입니다.. 지금도 저는 이 외계인과 함께 있습니다. 외계인이 코난님에게 압쏼라, 꽐라오 쉼빠빠라고 말하네요.. 지금..

2016-12-28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8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6-12-28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실화임? 24시간동안 커피도 안 마셔요? 저는 요즘 하루 두끼 먹는데 커피는 자주 당기던데~

곰곰생각하는발 2016-12-28 10:35   좋아요 0 | URL
녹차와 커피만 마십니다. 하루에 한 다섯 잔 정도 마십니다.... ㅋㅋ

꼬마요정 2016-12-2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전 10시에 자고 4시에 일어나기 2달 하고 몸이 완전...ㅠㅠ 2년을 넘게 꾸준하신 곰곰발님 존경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2-28 10:59   좋아요 0 | URL
아예 일찍 자니 편하더라고요.. 남들보다 4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는 것인데... 이 시간이 의외로 만족스럽습니다..
단, 2,3시 되면 무지 졸린다는 거.... 고게 좀... 개선 사항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samadhi(眞我) 2016-12-2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뻥중독. 이거 처방은 어이하나요? ㅋㅋㅋ
안 그래도 해남에 놀러갔다가 드론 배운다는 선배 얘기에 자극받아서 남편한테 고거 배워서 돈 잠(좀) 벌어봐. 갈궜는데요. ㅋㅋㅋ 그 선배는 워낙 하는 일이 많아서 여러 곳에 써먹으려 배우는 것 같더라구요. 올해 버섯농사도 시작한다고 해서 비닐하우스 구경했고. 생태학교 교장(?)이기도 하고 해남유스호스텔 사장님이기도 하고. 중학교 교사를 때려치더니 여기저기 손 안 대는 곳이 없는 듯해요. 대단한 선배예요. 웃긴 건 울 동아리 모임을 해남유스호스텔에서 하루 묵으며 했었는데 그때 우리가 여기 인수하면 좋겠다 라는 말이 나왔거든요. 근데 그 선배가 정말로 유스호스텔을 사 버림.

곰발님 실천력을 존경합니다. 1일 1식 몇 번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요요만 왔어요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12-28 16:37   좋아요 0 | URL
조만간 드론 하나 살려고요.. 남자들 이런 드론 무지 좋아합니다...

드론 기술 배우면 나쁠 건 없습니다. 앞으로는 드론이 산업 전반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로는 드론 조종사도 생길 걸요..
뉴스 보니 드론 택배도 곧 현실화된다고 하던데....ㅎㅎ

남편 님, 드론 배운다고 하면 하나 사주십셔..

2016-12-28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8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6-12-28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론이 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셨군요 ㅋ
너무나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이제는 믿으셔도 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2-29 09:36   좋아요 0 | URL
앞으로는 드론을 믿숩니다아 ~
 

 

 

 

 

 

 

영화, 잡다

 

  

 


 

 

 

 

 

 

 

1. 은교     Eungyo, 2012     :      허지웅은 영화 << 은교 >> 에서 천재 작가 이적요를 연기한 박해일을 두고 "  박해일의 이적요 연기는 발군이지만, 이적요에 박해일 캐스팅은 실수다. " 라고 지적했는데, 이 짧은 촌평을 읽다가 어이가 없어서 욕지기가 났다. 좋게 말하면 < 언어유희 > 이고 나쁘게 말하면 < 장난 지금 나랑 하냐 > 이다.  이따위 논리는 세 살짜리 아이도 쉽게 간파할 수 있는 모순이다.  영화 속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의 관계를 신체와 옷으로 비유하자면, " 캐스팅 실수 " 라는 말은 곧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혔다는 소리가 된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있는데 와꾸가 제대로 완성될 리 없다.

 

베테랑 연기자인 유해진이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였다 해도 곤룡포를 입은 세종대왕 역할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어떤 연기자의 연기가 발군이었다면 그것은 반드시 훌륭한 캐스팅을 바탕으로 한다. 허지웅이 지적한 것처럼 이 영화에서 박해일 캐스팅은 실수일 뿐만 아니라 캐스팅에 실패했기에 박해일의 이적요 연기는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훌륭하지도 않다. 굽은 허리는 작위적이고 눈빛은 노인보다는 청년의 그것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걸음걸이가 어색하다. 밥이라 하기에는 질고, 죽이라 하기에는 되다. 허세웅이 종종 영화평론가 행세를 할 때마다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허지웅을 볼 때마다 항상 느끼지만 요즘은 개나 소나 평론가 행세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2. 두근두근 내 인생      My Brilliant Life, 2014     :     원작 소설 자체가 워낙 후져서 기대도 안하고 보았지만 영화는 원작 소설보다 더 후졌다. 고로 둘 다 " 후지스 WHOOSIS " 하다. (원작 소설이 가지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지만) 어른 같은 아이와 아이 같은 어른을 대비시킨 클리쉐는 이미 우려먹을 대로 우린 녹차 티백으로 다시 우린 녹차의 맛 같아서 보는 내내 지루했다. 풀 비린내를 녹차의 맛이라 우기면 할 말이 없다. 너무 늙어버린 아이라는 비극적 설정에는 조루는 있는데 비루는 없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촌스러움이다. 강동원은 얼굴 하나 믿고 까불다고 연기를 망쳤고, 송혜교는 여전히 연기를 못하는 배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이재용은 항상 수작과 범작을 널뛰기하는 감독인데 이 영화는 아쉽게도 범작 수준을 뛰어넘어 졸작에 가깝다. 그가 일본식 미장센을 우라까이했던 작품들(순애보, 다세포소녀, 두근두근내인생)은 하나같이 모두 졸작이었다. ★




 

 

 

 

 

 

3. 스포트라이트     Spotlight, 2015     :     이 영화는 서사의 화려한 수사를 걷어내고 묵묵히 앞만 보고 달린다. 현란한 카메라 테크닉도 없고 과도한 이펙트 사용도 없다(이 영화는 내재적 디제시스 사운드와 외재적 디제시스 사운드를 최대한 배제한다).  다큐적 접근이 만들어 놓은 정직성은 영화 주제와 맞물리면서 주제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호들갑을 떨지 않아서 좋다. 마치, MSG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천연 재료만 가지고 감칠맛을 낸 국물 같다. 일반 관객이 보기에 이 영화는 기교가 배제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난이도가 높은 기교를 선보인 작품이다. 디자인이 과도하면 싸구려 키치가 되지만 디자인을 절제하면 고급 상품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이폰의 혁명은 디자인을 최소화한 절제미에 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


  

 


 

 

 

 

4. 룸     Room, 2015      :      한  남자의 성적 욕망 때문에 7년 동안 룸에 갇힌 여자와 아들 그리고 극적인 탈출. 더군다나 이 영화는 실화이다. 재능 없는 감독이었다면 실화를 핑계로 자극적으로 연출했을 텐데, 감독은 탈출 이후의 트라우마를 다룬다. 감독은 가해자에 대한 복수에 촛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치유에 촛점을 맞춘다. 지옥 같은 감옥을 벗어나 꿈에 그리던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모자에게 세상 밖은 마음의 감옥일 뿐이다. 정상을 오르는 것보다 힘든 것은 정상에서 내려오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좋은 영화가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췄다. 흠잡을 데 없다. ★★★★ 

 

 

 

 

 

 

 

 

 

 

5. 드라이브       Drive, 2011       :      폴 베호벤 영화를 주로 촬영했던 촬영감독 얀 드봉이 << 스피드, 1994 >> 라는 영화로 입봉했을 때 내심 불안했다. 배우가 감독으로 업종 변경해서 성공한 경우는 많지만, 촬영감독으로 명성을 얻은 사람이 영화 감독으로 업종을 변경해서 성공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영화에 열광했지만 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모두 다 이 영화의 스피드가 주는, 염통처럼 쫀득쫀득한 스릴에 박수를 보냈지만 내 눈에는 식어버린 부대찌개 속 불어터진 당면 같았다. 이게 왜 쫀득쫀득한 식감이냐고요 !              얀 드봉은 스피드를 높여야 퀄리티 높은 스릴을 만들 수 있다고 계산한 모양이다.

 

정말 그럴까 ?   앙리 클루조 감독은 영화 << 공포의 보수 Le Salaire De La Peur, The Wages Of Fear, 1953 >> 에서 느린 카 체이스로 최고의 스릴을 만들어낸다. << 드라이브 >> 를 연출한 리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은 얀 드봉보다는 앙리 클루조 전략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장르에 익숙한 관객들이 정박(正拍)을 예상할 때 변박(變搏)으로 치고 나가는 엇박자 기교가 뛰어나다. 한마디로 기똥찬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초입 추격전 장면은 느리지만 그 무엇보다도 스릴이 넘친다. 우아한 탱고 같다. 땅고(탱고)라는 춤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격렬한 " 동작의 연속성 " 에  있는 것이 아니라 " 찰나의 정지 " 에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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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12-27 15: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안보이셔서 걱정했습니다. 어느 으슥한 야산에서 자살당하신건 아닐까 하고....

곰곰생각하는발 2016-12-27 15:44   좋아요 1 | URL
이리 걱정을 해주시니 든든합니다.. 연말인지라 연일 술폭탄에 살았더니 초죽음이 되어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2016-12-27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8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2-27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청와대 병신년들 때문에 올해 곰발님이 분기탱천의 글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올해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그리고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12-28 08:59   좋아요 2 | URL
사이러스 님도 축복 가득한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알라딘 감시자로서 사이러스 님 만한 알라디너도 드물 듯..

나와같다면 2016-12-27 2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해동안 곰곰생각하는발님의 글로 많은 공감과 위로와 연대하는 힘을 얻었습니다..
고맙다는 말 하고 싶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2-28 09:00   좋아요 1 | URL
위로와 연대라... 참 듣기 좋은 말이네요..
저도 나와같다면 님 때문에 공감과 위로와 연대하는 힘을 배웠습니다...

해피하십시오 !

수다맨 2016-12-28 0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벌써 다 지났군요. 한해 동안 곰곰발님의 글을 읽으며 영감과 공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내년에도 명문 많이 써주시리라 믿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2-28 09:00   좋아요 0 | URL
한잔 하셔야죠... 기다리겠뜸..

고양이라디오 2016-12-28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역시 좋은 글입니다. 곰발님 서재의 달인 되신거 축하드립니다.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글들 감사히 읽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2-28 10: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고양이라디오 님의 지독한 독서욕에 늘 감탄합니다..

기억의집 2016-12-2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 발견~ 4번째에서 모자인데
모녀로 쓰셨네요~ 진짜 본 영화 하나없네요. 두근두근은 소설로 읽었고 영환 못 봤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12-28 10:36   좋아요 0 | URL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얼릉 고쳐야 겠네요...


< 룸 > 은 꼭 보세요. 정말 좋습니다..

2016-12-28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8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8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희망 2016-12-2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룸은 정말 좋은 영화였습니다~
올 해 곰발님 글 읽는 맛 정말 시원하고 좋았답니다
서재의 달인 되신거 축하드립니다
계속 글 기대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2-28 16:30   좋아요 0 | URL
이거 제가 먼저 가가호호 방문하여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먼저 와 주셔서 인사를 하시니 무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푸른희망 님도 가내 두루두루 평화가 깃들기를...

비로그인 2016-12-28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는발님 서재의 달인에 선정되어 축하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2-28 16:3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알파벳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