쩍 벌 남 과 다 꼬 녀 :
헐크는 남자다

- 마블 캐릭터, 쉬-헐크
헐크는 남자다. 당연하지 ! 그럴 수밖에 없다. 이음매 없는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는 브루스 배너 박사에서 우락부락한 헐크로 변신하는 과정은 영락없이 남근이 발기되는 과정처럼 보인다.
피가 쏠리고 핏줄이 솟은 브루스 배너의 새빨간 얼굴은, 아...... 민망하여라. 부끄럽구요. 귀두를 닮았다. 즉, 헐크는 발기한 남근 캐릭터인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헐크를 여성으로 설정하는 것 자체를 상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 헐크 >> 라는 캐릭터가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자, 돈 냄새를 맡은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 여자 헐크 " 를 영화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영화 << 트랜스포머 >> 에서 야리꾸리한 눈빛을 연기한 매간 폭스가 마블 코믹스 원작인 << 쉬-헐크(She-Hulk) >> 에서 주인공인 제니퍼 월터스 역을 맡게 된 것이다. 그 당시 영화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몸이 팽창하는 남자 헐크와는 달리 야성적인 모습보다는 섹시한 모습을 강조한 여자 헐크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제작 소식이 들리지 않은 것을 보면 << 쉬-헐크 >> 영화화는 무산된 모양이다. 내가 이러려고 애타게 << 쉬-헐크 >> 영화화를 기다렸나 라는 자괴감이 든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이 기사를 읽고 나서 흥미롭게 생각한 지점은 남자 헐크와 여자 헐크에 접근하는 인식의 차이'이다. 왜 제작진은 여자 헐크가 팽창하는 이미지를 포기한 것일까 ? 헐크에서 진정한 볼거리는 " 4월의 목련처럼 웅크렸던 꽃송이가 5월이 되면 육덕지게 터지는, 만개한 몸 " 인데 말이다. 생각만 해도....... 부끄럽구요. 이 글은 몸의 팽창과 축소에 대한 생각이다. 비단, 남자 헐크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남성은 < 팽창 - 이미지 > 로 소비되고 여성은 < 축소 - 이미지 > 로 소비된다.
(똑바로) 처신하라, (당당하게) 말하라, (가슴을) 펴라, (어깨를) 벌려라, (고개를) 들어라, (힘차게) 걸어라 따위는 주로 남성에게 요구하는 이미지'이다. 이 주문들은 대부분 " 팽창하는 이미지 " 와 관련이 있다. 이 사회적 요구에 세뇌당한 남성들은 이러한 의태가 " 남성다움 " 을 강조한다고 믿는다. 좋은 예가 쩍벌남이다. 오죽했으면 발을 모으라고 지하철 바닥에 타원 두 개가 겹쳐져 하트 모양과 비슷한 모양인 스티커를 부착했을까. 지하철 에티켓을 말할 때 < 쩍벌남 > 과 함께 짝을 이루는 단어가 < 다꼬녀 : 다리 꼬는 여자 > 이다. 다꼬녀는 다리를 다소곳하게 오므리는 태도가 과잉의 형태로 나타는 결과이다. 둘 다 지하철 에티켓에서 벗어나는 태도이기는 하나 쩍벌남과 다꼬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자가 팽창하는 이미지라면 후자는 축소 지향적이다. 왜 남자는 다리를 벌리는 쪽으로 진화했고 여자는 다리를 모으는 쪽으로 진화한 것일까 ?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간단하다. 남성 중심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부끄럽구요. 가부장 사회에서 강요된 여성의 몸에 반기를 든 페미니스트 샌드라 리 바트키는 여자들은 스스로를 작고 좁게, 그리고 무해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지적했다. " 훈육적 관행들은 훈련되고 종속된 몸. 즉 열등한 지위가 새겨진 몸을 만들어낸다. 여자의 얼굴은 화장되어야, 말하자면 변경되어야 하는 것이다. 여자의 몸도 마찬가지다.
화장의 기술은 변장의 기술인데, 이는 여자의 얼굴이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여성성이라는 훈육 기획은 일종의 ‘짜고 하는 게임’이다. 그것은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몸의 변형을 요구하기 때문에 거기에 빠져든 모든 여자는 사실상 어느 정도 실패할 운명에 처한다. " 뛰어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 실패할, 한국 사회라면 더더욱,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여자 헐크가 우락부락한 육체 대신 섹시한 모습을 강조하려 했던 의도이기도 하다. 여성 옷 44사이즈에 대한 욕망도 강요된 훈육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몸에 맞는 옷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옷에 맞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계획은 거지반 실패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성인 여성이라면 44사이즈는 작은 옷이다. 그런 점에서 44 사이즈는 현대판 코르셋이요, 중국 전족인 셈이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마무리는 박근혜로 마무리하기로 하자. 박근혜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44사이즈를 입은 적도 없거니와 55, 66, 77사이즈 옷도 입어본 적이 없다. 남들이 응애 _ 하며 태어날 때 영애 _ 하며 태어났다는 탄생 신화를 가진 박근혜는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만 입었다. 강남 맞춤 의상실에서 옷을 맞춰 입었으니 말이다.
사실, 박근혜가 가장 빈번하게 했던 말은 " 몸에 맞는 옷 " 이란 표현이었다. 그녀는 늘상 몸에 맞는 옷이라는 표현을 강조하며 온갖 규제를 풀었던 장본인이다. 그런데 그녀가 내뱉은 < 몸에 맞는 옷 > 에는 주어가 빠졌다. 박근혜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 몸에 맞는 옷 > 이 아니라 < 내 몸에 맞는 옷 > 이다. 그녀는 지독한 에고이스트'이다. 모든 기준은 자신에게 두고 " 닭 치고치고 내 말 들어라 " 라고 윽박지른다면, 나는 그녀에게 " 다 고치고 나서 내 말을 들어라 " 라고 충고하고 싶다(물론 그녀가 내 충고를 들을 리는 없지만). 트럼프 괴뢰 두목 흉내를 내며 부두목인 너에게 한마디 하련다. You are fired !
비극은 박근혜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데 있다. 대통령이란 이기적 사고보다는 이타적 사고를, 사적 영역보다는 공적 영역을 대표하는 리더'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라는 옷은 그녀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니 끝이 좋을 리 없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 시간에 국군통합병원 간호 장교가 청와대에 출입했다는 출입 기록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 맞지 않는 옷이 불편하다면 광장으로 나와라, 11월 26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