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식과 황금 밥상 :
지방 쓰는 법
나는 지금 1년 6개월째 내 몸을 상대로 임상 실험을 하고 있다. 실험 제목은 << 다이어트를 하되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단식을 하되 과식이 허용되는 다이어트 >> 이다.
이 지면을 빌려 누누이 했던 고백이지만 나는 1년 6개월째 1일1식을 실천하고 있다. 그동안 아침 굶고, 점심 굶고, 저녁 한 끼만 먹었다. 처음 한 달 동안은 허기 때문에 아침에도 별이 보였고 낮인데도 별이 보였다. " 벌건 대낮에도 별이 보이다니, 니미 ! " 별 볼 일 없던 인간이 별 볼 일 있는 인간으로 변한 것이다. 별별 인생이요, 별의별 인생이 된 셈이다. 사실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허기가 아니라 주변인의 억측이었다. ㉠ 다 큰 남자가 학교 수돗가에서 물 배 채우더라. 안쓰러워, ㉡ 사업이 쫄딱 망해서 돈이 없어서 집에 갈 때도 걸어서 간다네. 안쓰러워, ㉢ 식도암 3기래, 안쓰러워 ! ㉣ 저 사람 집에 굴비 걸어놓고 밥을 먹는다며 ?
온갖 억측에 대응하기 위해 주변인에게 1일 1식을 털어놓으면 거지반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사람이 어떻게 한 끼만 먹고 살아 ? 먹는 즐거움을 빼면 남는 게 뭐가 있어 ? 그런데 내가 실천하는 방식은 한 끼만으로도 충분하고 한 끼만으로도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1일 1식은 두 번의 단식과 한 번의 과식(때론 정식. 1일1식이 진행될수록 우려와는 달리 과식하는 경우는 현저히 줄어든다)을 의미한다. 저녁을 8시에 먹는다고 가정하면 다음날 저녁 8시에 첫 끼니를 먹는 셈이니 24시간 동안 단식을 하는 꼴이다. 24시간 단식을 한다는 것은 물론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몸이라는 것은 외부 변수에 발빠르게 적응하는 시스템이어서 한 달이 지난 후부터는 허기를 느끼지 못하도록 만든다. 몸이 나를 조종하는 것이다. 신기한 일이다. 다이어트에 실패를 했거나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 먹거나 다이어트 식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분이 계시다면 지금부터 내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길 바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1일1식을 하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살을 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더 이상 살이 찌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저녁에 소주 한 잔 마시는 낙으로 사는 내가 살찔 걱정 때문에 기름진 안주는 멀리하고 술잔만 깨작깨작 넘기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궁리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
저녁 술자리에서 세 끼의 칼로리를 한 번에 섭취하자는, 정말 아메바적인 단순한 사고에서 시작된 극단적 식단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저녁만 되면 저녁에 먹을 진수성찬을 생각하며 입에 침이 고이기 일쑤였다. 야시시한 표현을 빌리자면 : 24시간을 굶고 나면 저녁의 황금밥상 생각에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야한 생각을 하게 되면 나의 버자이너가 촉촉하게 젖어드는 현상과 비슷했다. 그...... 기분 아실려나 ? 식욕이 성욕으로 대체되는 황홀한 순간을 말이다. 임상 실험 이후,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식성'이었다. 육식을 그닥 즐기지 않던 내가 육식 위주로 식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몸 입장에서 보면 평소 하루에 3번 식사 배급을 받았는데 1번으로 줄어드니 고열량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1식 실천 이후, 주로 기름진 음식만 먹게 되었다. 아메바적인 단순한 생각으로 1일1식을 시작했던 것처럼 고기 위주로 저녁을 먹게 된 것도 특별한 계획 아래 실천한 행위가 아니었다. 몸이 요구했고 나는 몸이 요구한 것에 대해 순응했을 뿐이다. 저녁에 소주와 삼겹살만큼 훌륭한 조화도 없으니까. 어느 날은 치킨 한 마리와 피자 한 판을 먹은 적도 있고 일주일 내내 삼겹살만 먹은 날도 있었다. 그리고 명절 이후 내내 소맥과 함께 갈비찜을 뜯고 있다. 과식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다.
남들이 세끼를 먹을 열량을 저녁 밥상에 투자하는 것이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1식이지만 사실은 2식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다이어트에 대한 가장 흔한 상식은 쫄쫄 굶다가 늦은 저녁에 과식을 하고 바로 잠을 자는 패턴이니 내 체중은 세끼를 나눠 먹는 사람보다 늘어나야 정상이다. 하지만 나의 임상 실험은 정설로 통했던 다이어트 상식이 가설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나는 살이 찌지 않았다. 살이 찌기는커녕 오히려 10kg의 감량 효과를 얻었다. 나는 그동안 착실하게 비만을 부르는 식습관을 실천(과식, 지방 위주의 식습관, 저녁 먹고 바로 자는 행위 따위)했는데 체중 감량이라니.
그뿐이 아니다. 고질적인 지병이었던 고혈압은 정상 혈압을 유지했고, 콜레스테롤 수치와 중성 지방 수치도 정상이 되었다. 기름진 음식 위주로 먹었으니 중성 지방 수치는 올라가야 정상인데 오히려 체내에 지방이 쌓이기는커녕 줄어든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 에둘러 말하지 않고 서둘러 말하자면 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다이어트 상식은 엉터리라는 점이다. 그것은 내가 1년 6개월 동안 내 몸을 상대로 실험한 결과가 증명한다. 도대체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이 의문은 이웃의 글을 읽고 나서 비로소 해소되었다.
다이어트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꼼꼼하게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이어트 상식과는 달리 지방은 다이어트의 적이 아니라 친구였던 것이다. 사냥꾼이 짐승을 잡았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소량의 살점만 가지고 가야 할 때는 살코기 대신 지방 부위를 도려냈다고 한다. 그만큼 지방은 단백질보다 중요했다. 내 체중이 줄어든 원인은 1일 1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탄수화물(밥)이 평소에 비해 1/3로 줄어들었고 반면에 기름진 지방 위주의로 식성이 변한 탓이었다. 종합하자면 당 섭취는 줄고 지방 섭취가 늘어난 것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저탄수화물 고지방 섭취를 실천했던 것이다. 이 글을 읽었을 때 불현듯 어릴 적 내 친구가 떠올랐다.
왜소한 체격이었으나 농구부 일진과 싸워서 상대를 한 방에 때려눕혀서 전설이 되었던 악동이. 그는 아마츄어 권투선수였다(농구부 일진을 한방에 날린 사건은 정확히 말하자면 주먹으로 때려눕힌 것이 아니라 각목으로 두들겨 팼다고 한다. 그는 검도 유단자이기도 했다). 코치가 프로로 전향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재능이 있던 친구였는데, 이 친구는 시합을 앞두면 한 달 전부터 밥은 물론이고 반찬도 먹지 않고, 오로지 삽겹살과 물만 먹었다. 이 친구는 나에게 늘 한결같은 소리를 했다. 한 달에 10kg 체중 감량은 살인적인 체중 감량 과정이 아니라 웃으면서 코를 팔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루에 세끼를 챙겨 먹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이 말은 곧 삼시 세끼'가 가장 최적화된 식생활 습관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이어트에 아침 밥이 보약이라는 상식은 얼토당토않는 헛소리'다. 아침 밥과 삼시 세끼는 육체 노동 사회였던 농경 사회'에 최적화된 식생활 습관이었지 현대 사회와는 맞지 않는다. 두 끼를 먹어도 되고 한 끼만 먹어도 된다. 물론 세끼를 다 챙겨도 좋다. 다이어트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실천이다. 두 끼 먹다가 한 끼 먹고, 한 끼 먹다가 세끼 먹게 되면 몸은 어느 때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 몰라서 당황하게 된다.
몸 입장에서 보면 두 끼 먹다 한 끼 먹고 한 끼 먹다 세끼 먹는 상황은 변덕스러운 날씨와 같아서 밖에 나갈때 겨울 점퍼를 입어야 할지 여름 반팔 옷을 입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환경이 된다. 하지만 일정한 환경을 조성하면 몸은 그 환경에 최적화된 신호를 보낸다. 그것이 다이어트에 매우 중요하다. 분명한 것은 통설은 정설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티븨에 나오는 " 전문가 " 를 믿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쏟아내는 정보는 정답이 아니라 대부분 통설이라는 데 있다. 삼시 세끼를 실천해야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 늦은 저녁의 과식이 비만을 부른다는 것도, 기름진 육식이 비만을 부른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또한 식이요법과 함께 운동을 해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며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가 비만의 주범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다이어트에 대해 소위 전문가들이 나와서 했던 말들은 다 통설에 불과하다. 다이어트에 실패하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속성의 결여'에 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 가운데 다시 정상 체중으로 돌아오게 되는 사람은 대략 80% 정도'라고 한다. 대부분 실패하게 되는 것. 과격한 운동으로 살을 뺀 사람은 결국 운동 때문에 살이 찌게 되고, 절식으로 살을 뺀 사람은 결국 절식 때문에 다시 살이 찌게 된다.
과도한 운동과 과도한 절식은 일정 기간 안에는 가능한 실천과 욕망이지만 평생 동안 실천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매우 힘든 계획이기에 그렇다. 다이어트에 성공했던 사람들이 결국 실패하게 되는 이유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지속되니 말이다. 그런 이들에게 1일1식을 권한다. 허기에 별이 아른거리는, 별 볼 일 있는 삶도 그닥 나쁜 것은 아니다. 저녁만 생각하면 입에 침이 고이는, 후끈 달아오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님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