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정기 모임은 아닌데 정기적으로 모이게 되는 비정규 불규칙 변종 모임이 있다. 말이 좋아 독서 토론 모임이지 문화적 취향을 핑계로 술자리를 만드는 모임이다. 독서 모임이라기보다는 독설 모임 쪽에 가까운데 이 세상 모든 책에 대해 독하게 까는 데에서 쾌락을 얻는 모임이라 하겠다.

비판의 대상이 비단 책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 육칼(육계장 칼국수) " 을 놓고 장장 1시간 동안 욕설을 동반한 조롱을 이어갔다. 비판 이유는 어정쩡한 맛이라는 데 있었다. 육계장 맛도 아니요, 칼국수도 맛도 아니요, 짬뽕 맛도 아닌... 그렇다고 육계장 맛이 아주 안 나는 것은 아니며 칼국수 맛도 조금은 나는 것도 같고 국물 한 모금 마시면 혀끝에서 짬뽕 맛도 약간 나는 것 같다는 게 중론이었다. 육칼 ?! 육칼 하고 자빠졌네. 육칼을 떨어요, 육칼을 ! 이런 아재 개그 - 들. 육칼을 먹은 적이 없는 나는 그들이 내뱉은 조롱에 동참할 수 없었다. 기껏 끼어든다는 게 김풍이 나온 광고 말하는 거지 _ 라고 추임새를 넣는 것이 고작이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화에 끼여들고 싶었으나 이내 한계에 다다르고는 했다.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나는 탁자를 탁탁 치며 말했다. " 시국이 어려운 상황에 고작 라면 하나가지고 사내새끼들이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겠소 ?  " 내 옆에 있던 A가 코를 킁킁거리더니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 킁킁... 야, 너 머리에서 에프킬라 냄새가 난다 ? " 화들짝 놀랐다. 사실 아침에 에프킬라를 헤어스프레이로 착각하고는 사정없이 머리를 향해 난사했기 때문이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모두들 낄낄거리며 웃었다. 이런 육칼 ! 그 다음 품평은 한강의 << 채식주의자 >> 였다. 중론은 형편없다로 집약되었다.

나는 한강의 << 채식주의자 >> 가 특정 음식(육식)에 대한 거부 반응 끝에 결국에는 거식 단계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뱀파이어 서사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뱀파이어 또한 특정 음식(채식)에 대한 거부 반응을 거쳐 거식 단계에 이르니깐 말이다. 한강은 채식이라는 행위를 통해 폭력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섭식 행위 자체가 둘 다 난폭하다는 점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누군가 오, 맛깔나는 해석인데 _ 라고 말했다. 칭찬에 고무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주도권을 가져왔다는 사실에 흥분한 나는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한강은 실력이 뛰어난 작가는 아니다.

시적 감수성은 뛰어난데 막상 그녀가 쓴 시는 감흥이 없고, 반면에 소설은 그녀의 타고난 시적 감수성 때문에 오히려 서사가 선명하지 못하고 뭉개지는 경향이 있다 등등.  동의하는 이도 있었고 동의하지 않는 이도 있었다. B는 시적 감수성을 가지고 뛰어난 산문을 쓰는 대가가 몇 있다고 말한 후 대표적인 작가로 롤랑 바르트, 사무엘 베케트, 파스칼 키냐르를 뽑았다. 나 또한 그 말에 격하게 동의했다. B가 말했다. " 시적 감수성이 풍부하면 글 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 ? 난 그렇게 보질 않는다. 감수성이 너무 풍부하면 산문은 연애편지처럼 쓰여지게 되거든.

좋은 가수는 슬픈 노래를 부를 때 관객을 울리게 만들지 자신이 노래를 부르면서 울지 않거든. 한강이 실패하는 지점이야. 죽도 밥도 안되는 것이지. 육칼 봐봐. 이건..... 육계장 맛은 나는데 딱히 육계장이라고 할 수도 없고, 칼국수 맛도 나는데 그렇다고 칼국수 맛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짬뽕 맛도 나는데 짬뽕이라고 말하기도 애매모호한 맛이잖아. 난 한강의 작품들이 그렇다고 생각해. " 맙소사, 기껏 화제를 육칼에서 한강으로 돌렸더니 C는 다시 육칼로 돌려세웠다. 고난이도 스킬이었다. 이런 육칼 !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고 동시에 기억도 잃어버렀다.

다음날, 숙취로 인해 눈을 찡그리 뜨자 책상 위에 맥주 1병과 라면 냄비가 뒹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육칼이었다 ! 그런데 어쩌나. 필름이 끓기는 바람에 육칼의 맛을 기억할 수 없었다. 기억을 짜내고 짜내도 그 맛을 기억할 수 없었다.

​■

A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 어제 잘 들어갔나, 친구. 육칼 먹어봤어 ?  육칼 끊여먹고 잔다며 ? 너 이 새끼야. 술자리에서 그 얘기 몇 번 한 줄 아냐 ? " 나는 그에게 다음과 같은 답을 보냈다. " 끓여 먹었지. 맛은 글쎄......  육계장 맛도 나고, 칼국수 맛도 나고, 짬뽕 맛도 나는데 육계장 맛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칼국수 맛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짬뽕 맛이라고 하기도 뭐하더군. "  

 

 

 

 

 

 

 

                                                            

 

하이드 님의 페이퍼 때문에 우리 모임에서 심심풀이 술안주로 자주 등장했던 인물이 강신주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Q 이 책은 앞에서도 말했듯 과거와 현대, 동양과 서양의 철학자들을 아우르고, 기존 철학이 수용하지 않았던 배타적 영역들도 끌어왔으며, 방대한 분량이 특징이다. 그런데 1,500페이지 중 등장한 여성 철학자는 한나 아렌트 단 한 명뿐이다.

 

철학자 중에 여자가 없다. 물론 20세기 들어와서는 좀 있지만. 페미니즘은 여성적인 입장을 다루나, 아직 인간 보편까지는 수준이 안 올라갔다. 그래서 항상 배타적이고 공격적이다. 그 정도 가지곤 안 된다. 중요한 건 자기편만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다른 편마저도 동감하도록 하는 거다. 하지만 지금 시대를 보면 아직도 협소하다. 남성을 이해하고, 여성을 이해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 안 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참정권이 여성에게 부여된 것이 20세기 들어와서니까. 이 책에 한나 아렌트 한 명 들어온 것이 우리 인류 문명의 현주소라고 보면 된다. 내가 대학원 시절에 가장 황당했던 게 여자인데 공자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나는 넌지시 “너 미쳤냐?”라고 묻기도 했다. 여성의 가치를 부정하다시피 하는 공자를 연구해서 뭐하게. 그런데 공자를 연구하는 이유는 동양 철학에서 유학을 공부해야 주류라는 쪽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철학함이 아닌 전형적인 철학의 논리인 거다. 여성들의 가장 큰 문제가 남성 주류 사회에서 남성한테 인정받으려고 해서 생긴다. 페미니즘을 여기에 한 항목으로 넣을까 생각도 했었는데 수준이 떨어져서 넣지 않았다.

 

 

 

강신주의 논리는 굉장히 단순하고 멍청하다. 쉽게 말해서 여자는 남자에 비해 " 수준이 떨어진다(아직 인간 보편까지는 수준이 안 올라갔다. 그래서 항상 배타적이고 공격적이다. 그 정도 가지곤 안 된다) " 는 것이다. 남자에 비해 수준이 미달인 분야가 어디 철학뿐이랴 ? 철학자를 과학자로 바꿔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 과학자 중에 여자가 없다. 물론 20세기 들어와서는 좀 있지만..... " 이런 미러링은 어떤가. " 수학자 중에 여자가 없다. 물론 20세기 들어와서는 좀 있지만...... " 강신주가 매의 눈과 정직한 심장을 가진 이라면 이 < 소수성 >이야말로 남성 중심 사회가 여성을 배타적으로 차별했다는 증거로 사용했을 것이다. 여성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능력 때문이 아니라 유리벽에 갇혔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놀랍게도 이 데이터를 가지고 성차의 우생학을 합리적으로 정당화할 증거로 인용한다. 그런 식으로 비판하자면 나는 강신주가 내뱉은 말투로 똑같이 강신주를 비판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 동양과 서양의 철학자를 아우른 1,500페이지 중 등장한 철학자 중에 한국 남성 철학자는 없다. 그 사실은 한국 철학자가 항상 배타적이고 공격적이어서 그 정도 가지곤 안 된다. 시대를 보는 눈이 협소하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 안 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국 철학자 한두 명 정도는 넣을까 했는데 수준이 떨어져서 넣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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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9-0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이네요..... 강신주핵실망.....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09:23   좋아요 0 | URL
하도 어이가 없어서 ... 이게 무슨 논리입니까. 어이없는 거죠.
여성 정치가가 없다. 최근에 와서 몇몇 보이지만... 이런 논리죠. 당연히 역사 이래로 뛰어난 여성 정치인이 별로 없었죠. 여성의 정치 참여 자체가 금지되었으니 말입니다.. 이걸 말이야 소야...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뒷담화에는 조정래의 << 풀꽃도 꽃이다 >> 도 포함되었다. 소설 제목치고는 지나치게 자기계발서적이라는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제목만 보면 소설이 아니라 힐링 에세이 같다. 소설 제목을 시대의 유행에 편승하려는 수작은 김중혁의 << 나는 농담이다 >> 도 포함된다. 나는 꼼수다 이후 쏟아진 나는 ~ 다`에 편승한 것처럼 보인다. 한심한 것이다. 시대적 입말에 착 달라붙으니 책 판매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유행이라는 것은 항상 당대의 것이 아니었던가. 멀리 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앞만 보고 제목을 단다. 적어도 소설가라면 100년 이후에도 읽힐 상황을 고려해야 되는 것은 아닐까.

아무 2016-09-09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 마지막에 미러링하신 거 강신주씨가 꼭 들었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한나 아렌트마저 안 다루는 책도 꽤 많더군요. 저희 집에 철학사 책이 두세권 정도 있는데(제일 두꺼운게 슈퇴리히 책입니다), 여기도 한나 아렌트 안 나옵니다. 전 굉장히 중요한 정치철학자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분들 생각은 다른지 모르겠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10:01   좋아요 0 | URL
글쎄말입니다. 아렌트 없이 20세기 철학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좀 우습죠..언급량을 따지고 보면 아렌트도 만만치 않습니다..

붉은돼지 2016-09-0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육칼에 땡기네요...후루룩 후루룩 춥춥...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10:39   좋아요 0 | URL
전 추파춥스가 땅기네요. 춥춥춥춥..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의 논리라면 다음과 같은 논리도 정당하다 : 20세기 이전 여성 정치가가 드문 이유는 여성의 보편적 정치 수준이 편협하기 때문이다 ! -


신주처럼 말하자면 여성은 정치적 수준이 편협해서 여성 정치인이 없었던 것일까 ? 그는 그렇다고 믿는 것 같다. 참고로 미국 여성 참정권은 1920년에야 비로소 주어졌다. 20세기 이전에 여성 정치가가 없는 이유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민의 당연한 너무나 당연한 투표권마저 20세기의 산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신주가 그렇게 의문점을 갖는 왜 여성은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다. 투표권마저 부정하는 남성 사회에서 여성이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룰 수가 있을까 ?

cyrus 2016-09-09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가 또... ㅋㅋㅋㅋㅋ

독서 모임의 최대 목적이 사람 만나서 술 마시고 잡담 나누는 거 아닙니까? ㅎㅎㅎ

서울에 안 간지 2년 지났어요. 삽하나님의 달궁 독서 모임 분위기가 그리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15:35   좋아요 0 | URL
삽하나 님의 달궁 여전히 진행 중인가 궁금하네요..삽하나 님 제 이웃이기도 합니다..

수다맨 2016-09-0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테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네요. `극도로 예민한 사람만이 아주 차갑고 냉정할 수 있다.` B라는 분이 한 말처럼 시적 감수성은 (연애편지를 제외한) 산문을 쓰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듯합니다. 도리어 필요한 것은 과학자적이고 관찰자적 자세, 감정이 앞서기보다는 뭔가를 제대로 응시하고 해부하겠다는 태도가 차라리 글쓰기에 도움이 되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15:37   좋아요 1 | URL
네에. 감정이 과잉될 때 종종 산문이 망가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채화를 그릴 때 물을 적당히 물감 속에 풀어야 하는데 너무 많은 물을 섞었을 때의 참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적당한 거리 유지는 필수 인 것 같습니다.

2016-09-09 18: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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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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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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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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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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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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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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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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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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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2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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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열린책들 세계문학 176
조지 버나드 쇼 지음, 김소임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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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연 기 의   재 발 견  : 

 

 

 

 

 

 

 

                       나는 바닥을 보는

                       재미 때문에 뮤지컬 영화를 본다



 



                                                                                                   호러와 고어를 포함한 B급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뮤지컬 영화도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곤 한다. 내가 아크로바틱한 슬랩스틱 코미디와 뮤지컬을 좋아하는 데에는 영화의 속성에 가장 충실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슬랩스틱과 뮤지컬 영화가 자막 없이도 내러티브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이유는 비언어적 표현에 속하는 배우의 몸짓이 언어를 대체한다는 데 있다. 특히, 뮤지컬 영화에서 배우의 동선은 내러티브와 심리 상태를 훌륭하게 재현한다. 그렇다, 뮤지컬 장르는 당신에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뮤지컬 배우의 발걸음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분 좋을 때 걷는 발걸음, 슬플 때 걷는 발걸음, 화가 날 때 걷는 발걸음은 물론이고 발소리의 강약과 걸음 폭도 제각각 다르다. 스릴러 장르가 클로즈업된 얼굴'에 바치는 오마주라면 뮤지컬은 발끝의 소리와 형태에 바치는 오마주다.

좋은 뮤지컬 영화와 배우는 보다 다양한 발걸음과 발소리를 선보인다. 나는 바닥을 보는 재미 때문에 뮤지컬을 본다. 지금까지 수많은 배우의 재주를 보았지만 가장 탁월한 발 연기한 배우는 진 켈리와 도널드 오코너였다. 그들은 감정에 따라 제각각 다른 스탭을 보여준다. 그들은 폴짝과 팔짝의 섬세한 차이를 탁월하게 연기했을 뿐만 아니라 촐싹의 느낌도 재현할 수 아는 예술가였다. 니체도 발소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정직한 사람이라면 걸어갈 때 발소리가 나는 법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대지 위를 살금살금 돌아다닌다. 보라, 달이 고양이처럼 다가온다. 정직하지 못하게.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바닥을 보는 재미로 뮤지컬은 본다. 조지 쿠커 감독이 연출한 << 마이 페어 레이디,  My Fair Lady, 1964>> 는 황홀한 바닥을 보여주는 뮤지컬은 아니지만, 조지 버나드 쇼의 원작 < 피그말리온, 1913 > 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내러티브와 오드리 햅번의 눈부신 아름다움만으로도 정신줄 놓고 보게 되는 영화'다. 오드리 햅번은 아무리 보아도 지상의 피조물은 아닌 듯하다. 천상의 피조물을 보는 듯하다. 우선 네이버 영화에서 제공하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언어학자인 헨리 히긴스 교수(Professor Henry Higgins: 렉스 해리슨 분)가 그의 절친한 친구인 피커링 대령(Colonel Hugh Pickering: 윌프리드 하이드-화이트 분)과 묘한 내기를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즉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하층 계급의 여인을 한 명 데려와 정해진 기간 안에 그녀를 교육시켜 우아하고 세련된 귀부인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 내기의 실험 대상으로 선택된 여인이 바로 빈민가 출신으로 꽃을 파는 부랑녀 일라이자 두리틀(Eliza Doolittle: 오드리 헵번 분)이다. 그녀는 히긴스 교수로부터 끊임없는 개인 교습을 받게 되는데, 그녀 자신은 이 교육을 하나의 고문으로 받아들인다. 마침내 히긴스 교수가 요구하는 중심 문장 "스페인에서 비는 평야에만 내린다(The Rain-In Spain-Stays-Mainly In The Plain)"를 유창하게 구사하게 된다. 이제 그녀에게서는 더 이상 투박한 런던 말씨와 촌스런 액센트를 들을 수 없게 되고, 결국 히긴스 교수의 이상적인 여인상으로 변한 엘리자가 그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 영화 줄거리를 읽고 나서 아, 하는 독자가 많으리라 짐작된다. 명절 특집 영화로 자주 방영되었던 영화였으니 말이다. 10년 전에 보았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눈에 거슬리는 대목이 있다. 영화 << 마이 페어 레이디 >> 와 << 귀여운 여인, 1990 >> 는 서로 닮았다.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이 << 귀여운 여인 >> 에 대하여 " 과시적인 소비와 마주쳤을 때 어떻게 '똑바로'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함을 보여주는 "  영화라고 비판한 대목1)은 고스란히 << 마이 페어 레이디 >> 에도 적용된다. 관객은 빈민가 출신으로 거리에서 꽃을 팔았던 부랑녀 일라이자 두리틀이 혹독한 음성 교정 수업을 거쳐

왕실의 무도회에 성공적으로 입성하게 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영화는 상당 부분 하층민이 과시적 소비(왕실 무도회, 경마장, 살롱)와 만났을 때 벌어지는 트러블을 재미있게 소비한다. 이 영화가 윤리적, 정치적으로 비판받아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원작의 결말은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조지 버나드 쇼는 조물주인 남자(헨리 히긴스)에게 포섭되는 여성이 아니라 남자에게서 독립하는 여성으로 그린다. 조물주에게서 벗어나 독립된 여성으로 살아가겠다는 일라이자 두리틀의 당당한 선포는 호쾌하며 윤리적으로 온당하다. 조지 버나드 쇼는 신데렐라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정반대의 신데렐라 이야기로 끝을 맺은 것이다.

끝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더하자면 원작의 결말을 비틀어버린 남성 중심 서사가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뮤지컬을 보는 재미는 충분하다. 뮤지컬을 재미있게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닥을 보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뮤지컬 영화 << 마이 페어 레이디 >> 는 뮤지컬 전문 배우가 출연해서 화려한 바닥(발 재주)을 선보이는 영화는 아니지만 광장에서 꽃을 파는 부랑녀를 연기하는 오드리 햅번의 바닥 생활을 보는 재미는 충분하다. 뮤지컬 영화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바닥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사랑에 빠진 연인은 권태에 빠진 부부의 걸음보다 느리다. 

 

오래 전 일이다. 그녀와 걷다가 그녀의 걸음이 평상시보다 빨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내 걸음이 평상시보다 빨라져 보조를 맞추느라 그녀의 걸음이 빨라진 것인지도.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나는 그녀와 헤어졌다 ■


​                          

1)    영화의 진짜 초점은 섹스도, 돈도 아니라 사실은 비비안이 거리에서 일하다가 에드워드의 호텔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경외심과 계급적 불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관객도 공유하게 되는 감정인데 우리는 그녀가 호텔 로비에 들어설 때 " 와우 " 하고 놀라게 되고 에드워드의 펜트하우스의 스위트 룸에 가면 더 이상 말을 못할 정도가 된다. 샴페인을 딸기와 함께 먹고, 로데오 드라이브의 가게 간판과 윈도의 디스플레이, 고급 레스토랑, 거기다 개인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로 오페라를 보러가는 것 등은 너무도 대단한 체험이어서 우리는 혹시 이러한 성스러운 특권에 대해 뭔가 " 잘못 행동하는 것 " 은 아닐까 하고 불안해 할 정도이다. 실제로 이러한 경우에 비비안이 잘못 행동하는 것이 영화에서 웃음을 끌어내고 있다. 딸기를 먹지도 않고 샴페인을 한 번에 들이켜 버린 것, 로데오 드라이브의 고급 부티크에서 망신을 당하지만 다시 그것을 복수하는 것, 고급식당에서 포크 사용법을 몰라 사고를 일이킨 것, 오페라를 보고 나서 " 너무 재미있어서 오줌을 지릴 정도였다 " 고 한 것 등


- 에센셜 시네마 430 , < 육욕과 돈 > 프리티 우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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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9-07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은 웬지 탭댄스가 연상이 되네요.
전 뮤지컬은 역시 노래라 생각하여 발까지는...
그러니까 곰발님 말씀 대로라면 뮤지컬은 발연기가 관건이네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7 15:20   좋아요 0 | URL
전 뮤지컬이 기본적으로 인간 동작의 기초인 걸음에 대한 고찰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장르에서는 발연기하면 욕 먹지만
뮤지컬은 발연기 잘할수록 칭찬받는 장르입니다..

비단 연기뿐만 아니라 정극에서도
진짜 연기 잘하는 배우는 캐릭터 성격에 맞춰 걷는 연습부터 연구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6-09-0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대연출이나 배우의 몸움직임을 보려고 무용을 즐겨봅니다.

죽을때까지 계급적 한계는 넘을 수가 없는지, 얼마전 생일에는 공짜로 호텔 커피숍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어찌나 불편하던지 입구까지 갔다 그냥 왔네요... 꼼장어에 소주가 딱 즐거워라 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7 16:18   좋아요 0 | URL
저도 옛날에 비싼 술집에서 대접 한 번 받았는데 진짜 불편하더군요.
곱창에 소주가 제격 !
 

 

 

 

 

 




웃지 않는 남자




 


                                                                                                       고전 영화,    더군다나 무성 영화는 재미없다고 항문에 힘 주며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꼭 추천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버스터 키튼의 << 스팀보트 빌 주니어, 1928 >> 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다시는 " 고전 영화는 고리타분하다 " 는 말을 하지 못한다.  무성 영화 특성상,  자막 카드가 화면에 자주 삽입되면 영화 관람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에 모든 무성 영화는 내러티브가 간결하다. 그렇기에 무성 영화는 줄거리가 단순하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무성 영화라는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 영화 또한 내용은 간단하다.   태풍이 마을을 덮치고 주인공은 재난을 극복하고 가족의 영웅으로 우뚝 솟는다는 이야기.  이 영화는 진정한 재난 영화의 걸작이자 버스터 키튼이라는 이름 그대로 블록버스터'다 !  개인적 취향을 고려하자면 나는 이 영화가 얀 드봉 감독이 연출한 << 트위스터, 1996 >> 보다 재미있다. 허풍 떨지 말라고 ?! 글쎄......  야시야시한 허풍인지 무시무시한 태풍인지는 다음 동영상을 보고 확인하시시.






이 위험천만한 장면은 특수효과로 인한 눈속임이 아니다.  태풍에 의해 건물 앞면이 찢겨나가는 목조 건물 세트는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 집을 지을 때 사용되는 건축 자재로 만들었다고 하니 그 세트 건물 무게만 2톤이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는 이토록 위험천만한 장면을 리허설 없이 진행했다고. 리허설을 하게 되면 무너진 세트장을 다시 지어야 하니 눈도장으로 대충 서 있을 자리를 잡고 " 레디 ~ 악숀 ! " 를 외친 것이다. 영화에 대한 애정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모한 용맹처럼 보인다. 

 

2톤의 무게가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데에도 그는 " 스톤 페이스 STONE FACE " 라는 별명답게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할 뿐이다.  만약에 버스터 키튼이 위치 선정에 실패했거나 세트로 지어진 건물이 무너질 때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는 저승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키튼의 최고 걸작을 뽑을 때 주로 << 제너럴 >> 이나 << 설록 2세 >> 를 선정하지만,  나는 << 제너럴 >> 이나 << 셜록 2세 >> 가 버스터 키튼의 최고 걸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 스팀보트 빌 주니어 >> 이다. 이 영화는 버스터 키튼의 자기반영성을 담고 있다.

 

아버지에 이끌려 모자 가게에서 모자를 고르는 장면이 무척 상징적이다.  결국 그는 포크파이(키튼을 상징하는 모자)를 고르지 못한 채 아버지가 고른 중절모를 쓰고 가게를 나온다.  하지만 이내 바람에 의해 모자를 잃어버린다. 인상 깊은 대목이다.

 

 

찰리 채플린이 < 감성 > 을 중시하는 블랙 코미디 영화를 선보였다면,  버스터 키튼은 < 액션 > 에 방점을 찍은 코미디를 선보였던 배우'다. 성룡 이전에 이미 그가 있었던 것. 성룡이 자신의 영화에서 써먹은 액션 아이디어는 대부분 버스터 키튼에게서  빌려온 것들이다.  버스터 키튼, 그는 액션 코미디 장르의 A에서 Z다. 레너드 말틴이 뽑은 < 20세기 꼭 봐야 할 영화 100 > 목록에는 << 우리의 환대, 1923 >> 와 << 제너럴, 1927 >> 이 선정되었는데, 선정된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을 없을 만큼 뛰어난 버스터 키튼의 다른 영화가 많다.

 

무엇보다도 << 셜록 주니어, 1924 >> 는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 놓은 이태리 명품 양복 같은 작품이다. 당구 치는 장면과 영화관 장면은 지금 다시 보아도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꽃길이 있다면 가시밭길도 있는 법, 그가 가는 길에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무성 영화 배우에게 토키 영화 시대는 악몽이었다. 영화적 영감은 늙어 죽었고, 뮤즈가 떠나자 알코올에 의지하게 되었다.  그는 아내와도 이혼을 하고 모든 재산을 탕진하기에 이른다. 이 천재 배우이자 감독은 결국 주급 100달러를 받는 개그 작가로 겨우 산다. 누군가 나에게 찰리 채플린이 더 좋은가 이나면 버스터 키튼이 더 좋은가, 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것은 아빠가 더 좋아 아니면 엄마가 더 좋아, 라고 묻는 차원이 아니라 아빠와 엄마가 물에 빠졌는데 누구를 먼저 구하니, 라는 고약한 질문처럼 들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 라임라이트, 1952 >> 라오 ! " 이 영화에는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이라는 두 명의 전설적 배우가 등장한다. 한 명은 지나치게 무표정한 얼굴이고 다른 이는 과도한 웃음을 짓는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지만 둘 다 위대한 배우였다 ■








레너드 마틴 선정 20세기 꼭 봐야 할 영화 100선 목록

 


20세기 꼭 봐야할 영화 100

                                                                                                            -레너드 말틴 선정-


1. <국가의 탄생>(1914)D.W 그리피스.

2. <인토런스>(1916) D. W. 그리피스
3. <우리의 환대>(1923) 버스터 키튼
4. <탐욕>(1925) 에리크 본 스트로하임
5. <황금광 시대>(1925) 찰리 채플린
6. <전함 포템킨>(1925) 세르게이 에이젠스타인
7. <빅 퍼레이드>(1925) 킹 비더
8. <프레쉬맨>(1925) 샘 테일러 & 프레드 뉴메이어
9. <메트로폴리스>(1926) 프리츠 랑
10. <제너럴>(1927 ) 버스터 키튼

11. <일출>(1927) F. W. 머노우
12. <군중>(1928) 킹 비더
13. <서부전선 이상 없다>(1930) 루이스 밀레스톤
14. <가로등>(1931) 찰리 채플린
15. <엠> 프리츠 랑
16. <드라큐라>(1931) 토드 브라우닝
17. <프랑켄슈타인>(1931) 제임스 와일
18. <천국의 말썽>(1932) 어네스트 루비취
19. <킹콩>(1933) 메리안 C. 쿠퍼
20. <식은 죽 먹기>(1933) 레오 맥커리

21. <사막의 아들>(1933) 윌리암 A. 세이터
22.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 프랭크 카프라
23. <이것이 선물>(1934) 로만 Z. 맥로드
24. <오페라의 밤>(1935) 샘 우드
25.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제임스 와일
26. <39 계단>(1935) 알프레드 히치콕
27. <스윙 타임>(1936) 죠지 스티븐스
28. <모던 타임스>(1936) 찰리 채플린
29. <공작 부인>(1936) 윌리암 와일더
30. <천금을 마다한 사나이>(1936) 프랭크 카프라

31. <그랜드 일루전>(1937) 쟌 르느와르
32.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1937) 데이빗 핸드
33. <로빈 훗의 모험>(1938) 마이클 커티즈
34. <반드리카 초특급>(1938) 알프레드 히치콕
35. <역마차>(1939) 존 포드
36.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빅터 플레밍
37. <오즈의 마법사>(1939) 빅터 플레밍
38.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1940) 하워드 호크스
39. <분노의 포도>(1940) 존 포드
40. <환타지아>(1940) 월트 디즈니

41. <설리반의 여행>(1941) 프레스톤 스터지스
42. <시민 케인>(1941) 오슨 웰스
43. <말타의 매>(1941) 존 휴스톤
44. <레이디 이브>(1941) 프레스톤 스터지스
45. <카사브랑카>(1942) 마이클 커티즈
46. <옥스보우 인시던트>(1943) 윌리암 A. 웰먼
47. <모간 크리크의 기적>(1944) 프레스톤 스터지스
48. <이중 배상>(1944) 윌리암 와일더
49. <황야의 결투>(1946) 존 포드
50. <이것이 아름다운 삶이다>(1946) 프랭크 카프라

51. <우리 생애 최고의 해>(1946) 윌리암 와일더
52. <위대한 유산>(1946) 데이비드 린
53. <자전거 도둑>(1948) 비토리오 데시카
54. <시에라 마드레의 황금>(1948) 존 휴스톤
55. <건 크레이지>(1950) 조셉 H. 루이스
56. <이브의 모든 것>(1950) 조셉 L. 맨키위즈
57. <선셋 대로>(1950) 윌리암 와일더
58. <라쇼몽>(1950) 구로사와 아키라
59. <열차 안의 낯선 자들>(1951) 알프레드 히치콕
60. <사랑은 비를 타고>(1952) 진 켈리 & 스탠리 도넌

61. <하이 눈>(1952) 프레드 진네만
62. <7인의 신부>(1954) 스탠리 도넌
63. <워터프론트>(1954) 엘리아 카잔
64. <7인의 사무라이>(1954) 구로사와 아키라
65. <수색자>(1956) 존 포드
66. <영광의 길>(1957) 스탠리 큐브릭
67. <제7의 봉인>(1957) 잉그마르 베르그만
68. <현기증>(1958) 알프레드 히치콕
69. <북부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 알프레드 히치콕
70. <400번의 구타>(1959) 프란시스 트뢰포

71. <뜨거운 것이 좋아>(1959) 윌리암 와일더
72. <싸이코>(1960) 알프레드 히치콕
73. <돌체 비타>(1960) 페데리코 펠리니
74.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데이비드 린
75. <8과 1/2>(1963) 페데리코 펠리니
76.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 스탠리 큐브릭
77. <메리 포핀스>(1964) 로버트 스티븐스
78. <욕망>(1966)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79. <졸업>(1967) 마이크 니콜스
80.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아서 펜

81.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 스탠리 큐브릭
82. <와일드 번치>(1969) 샘 페킨파
83. <미드나잇 카우보이>(1969) 존 슐레진저
84. <대부>(1972)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85. <비열한 거리>(1973) 마틴 스콜세즈
86. <대부 2>(1974)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87. <컨버세이션>(1974)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88. <블레이징 새들스>(1974) 멜 브룩스
89. <죠스>(1975) 스티븐 스필버그
90. <내시빌>(1975) 로버트 알트만

91. <애니 홀>(1977) 우디 알렌
92. <스타 워즈>(1977) 죠지 루카스
93. <디어 헌터>(1978) 마이클 치미노
94. <지옥의 묵시록>(1979)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95. <성난 황소>(1980) 마틴 스콜세즈
96. <이티>(1982) 스티븐 스필버그
97. <좋은 친구들>(1990) 마틴 스콜세즈
98. <쉰들러의 리스트>(1993) 스티븐 스필버그
99. <펄프 픽션>(1994) 쿠엔틴 타란티노
100. <파고>(1996) 조엘 코엔

<제공>BFI(British Film Institute: 영국 영화 연구소)
<참고 사이트> http://penart.co.kr/fame/famestory-059.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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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9-0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채플린 삘이 난다 했더니...!
그렇게 벽이 무너졌는데도 하나도 안 다친 걸 보면 그것도 신기하네요.

저는 최근 테오도르 드레이어 영화를 봤는데 <잔 다르크의 수난>이
무성영화더군요. 처음엔 무성영화라 안 보려고 했는데
<오데트>를 보고 좋아서 결국 보게 됐지요.
그 영화도 대사 자막은 최대한 자제하고 대신 음악을 사용해
진중한 음악극 같은 느낌이 나는데 나름 좋더군요.

곰발님은 영화 강의해도 잘 하실 텐데...조근조근.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6 12:44   좋아요 0 | URL
자막 카드가 몰입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그 시대 감독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죠.
그렇기에 내용은 최대한 단순화시킵니다.
대신 몸 동작, 즉 몸 움직임에 모든 것을 쏟죠.
찰리 채플린이나 키튼 같은 거장, 위대한 감독이자 배우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무성 영화라는 한계가 오히려 표현의 확장을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전 중에서도 사실 대부분은 지루하지만 키튼 영화 하나만큼은
정말 재미있씁니다. 보세요. 요즘 유투브에 다 깔려있더군요.
저만 해도 이런 영화 보려고 시네마떼끄 다니고 영화제 찾고 그랬었는데..
너무 쉽게 볼 수 있어 살짝 불만이기도 합니다..

clavis 2016-09-0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근조근.
저도 애 써 가볼텐데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6 12:45   좋아요 1 | URL
전 발화에 문제가 많습니다. 혀가 짧아서 발음이 부정확해요. ㅋㅋ

clavis 2016-09-0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갑자기,발화라고 하니까 조한혜정선생의 ˝자기발화는 자기해방이다˝라는 말이 생각나는쥐..짧막해도 부정확해도 괜찮슴다 자기해방 귀귀!!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6 12:5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위로의 말씀 고맙습니다. 발음 교정해서 반드시 성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2016-09-06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06 13: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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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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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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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3: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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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3: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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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4: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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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4: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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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4: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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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4: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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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4: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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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5: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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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5: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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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6 19: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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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9-0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너드 말틴 기준은 반만 믿으면 될 것 같다. 주로 영미 위주로 영화를 고른 듯.. 좀 뻔뻔하다는 생각..

yureka01 2016-09-0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성영화는 거의 본적이 없었습니다만..딱 하나 곱으라면 채플린의 모던 타임...이거 부터 출발했습니다. 아마 그의 영화는 많이 봤던 기억이 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6 13:33   좋아요 1 | URL
사실.. 재미만 놓고 보면 키튼 영화가 채플린 영화보다 2배는 재미있습니다. ㅎㅎ 기회되면 보세요.
요즘은 50년 저작권법이 풀려서 유투브 가시면 무료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무성 영화니 자막 없이도 보기 가능하구요..

transient-guest 2016-09-08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 CF에서 종종 패러디되는 장면인데 이런 영화였군요.ㅎㅎ 영화를 좋아하지만 흑백영화까지는 아직 못 갔습니다. 대학교 때 History of European Cinema를 수강하면서 흑백영화나 고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만, 아직은 어려운 영화도 많이 있고, 재미를 느끼려면 노력이 필요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최근 5-6년 동안 아마존에서 세일할 때 잉마르 베리만, 고다르 같은 고전모음을 구매했는데 제대로 보기엔 제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8 11:07   좋아요 0 | URL
고전 시작하실 때 키튼 영화만큼 좋은 영화도 없습니다. 성룡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죠. 내 영웅은 버스터 키튼이다.. 사실 성룡 영화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사실 키튼 영화에서 다 나왔던 것들입니다. 키튼 영화 보면서 성룡 영화와 비교하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입니다..ㅎㅎㅎㅎ..

개인적으로 4,50년대 스튜디오 영화를 좋아합니다. 보면.... 끝내줍니다..ㅎㅎㅎ
 

 

 

 

 

영화관에서 생긴 일




                                              다양성을 존중하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대형 멀티플렉스는 유해 어종으로 지정된 " 배스 " 와 같다. 식성이 좋아 닥치는 대로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다 보니 토종 어류가 사라졌듯이 대기업 자본이 독점한 멀티플렉스는 동네마다 랜드마크로 우뚝 솟았던 개인 극장-들(3류 극장)을 잡아먹었다. 한때, 사랑방 구실을 했던 극장 건물은 방치되어 < 깨진 창문 이론 > 에 적용될 만한 폐허가 되거나 땡처리 마트로 바뀌었다. 지금 이 이야기는 그 당시, 영화관에서 생긴 일'이다. 그때 보았던 영화 제목이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형편없는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벌거벗은 몸이 서로 엉키는 에로 영화였다는 사실 뿐. 마지막 회, 텅 빈 극장 안에 뜨문뜨문 앉은 관객 앞에 한 여자가 외쳤다. " 너희들, 그렇게 섹스하고 싶니 ? " 여자의 얼굴에 영사된 영화의 편린들이 겹쳤다. 뒤엉킨 몸과 신음소리가 여자의 몸에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당황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몰랐다. 그 사이, 여자는 홀연히 사라졌다. 해프닝이라고 생각할 즈음 여자는 다시 나타나서 스크린 앞에 서성거리며 어두컴컴한 극장 속을 서성거렸다. 나는 영화보다 그 여자가 흥미로웠다. 영화보다 그 여자가 더 영화 같았으니까. 그때였다. 그 여자와 내 눈이 서로 마주쳤다. 여자는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극장 안으로 영사된 희미한 빛만으로도 그 사실을 감지할 수 있었다. 묘한 긴장감이 들기 시작했다. 여자는 나를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영화관 밖으로 사라졌다. 다시 영화관은 평온을 되찾았다. 긴장감 넘치는 해프닝에 비하면 영화 같지 않은 영화는 재미가 없어서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영화관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 회 상영이었기에 사람들이 모두 영화관 밖으로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허겁지겁 옷을 추스리고 몸을 뒤로 돌리자 바로 뒷자리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뒷걸음질 치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영화를 상영 중일 때는 몰랐었는데 극장 딤머(조명등)가 켜지고 나니 여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기괴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마치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이 연출한 <<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에 나오는 늙은 베티 데이비스를 닮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 "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남자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은 있어서 차마 내뱉지 못했다. 여자는 허리를 굽혀 내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 빙신아, 영화...... 끝났어 ! " 나는 허겁지겁 영화관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 극장은 문을 닫은 지 이미 10년이 넘었다는 사실을. 극장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깨진 창문 사이로 그녀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오늘 내가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은 영화는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이 1962년에 연출한 이상 심리극 <<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생겼나 ? WHAT EVER HAPPENED TO BABY JANE ?  >> 이다. 베티 데이비스의 연기가 압권이다. 심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신다면 이 영화는 마스터피스'다. 위의 에피소드는 폐쇄된 극장이라는 설정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픽션이라고 지레짐작했다면 틀렸다. 논픽션이다. 그러므로 당신의 예측은 틀렸다. 내가 경험했던, 내가 극장에서 경험했던 가장 무서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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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05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끝났어!~~이 맨트 잊혀지지 않을듯 하네요..ㄷㄷㄷ (하여간 주장은 하되 강요는 하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죠 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2:27   좋아요 1 | URL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그녀가 내 귀에 대고 영화 끝났어, 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내 뒤에 와서 내 목덜미를잡더니 이런저런 말을 속삭여서 기절할 뻔한 적은 있었습니다.. 극장 관계자가 끌고 나갔는데 원래 자주 오는 사람이라고...

yureka01 2016-09-05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뜩했을 거 같은데요..우허..ㄷ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2:39   좋아요 1 | URL
어마어마하게 깜짝 놀랐죠..ㅎㅎㅎㅎ 그때 극장 앞쪽에서 영화를 봐서 그녀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내 뒤로 왔더군요. 기절 기절..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티플렉스의 시장 독점으로 인해 영세하게 극장을 운영했던 사람들은 도산을 했다. 내가 아는 극장 사장은 멀티플렉스와 경쟁하기 위해 사채를 끌여들여 단관을 4개관으로 확장했는데, 결국은 경쟁에서 도태되어 빚더미에 앉게 되었고, 사장은 극장에 목을 매 자살했던 사건이 있었다.

stella.K 2016-09-05 13:41   좋아요 0 | URL
그럼 거기서 영화를 봤다는 말인가요?
오늘 페이퍼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곰발님 어느 날의 꿈을 쓴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결국 그 여자가 사장의 원혼이 되어 나타난 거 같기도 하고.
근데 진짜 영화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3:45   좋아요 0 | URL
두 개 사실이 모두 사실인데 따로 따로 입니다..
글 쓰다 보니 재미를 위해서 약간 조미료를 치기는 했습니다..


stella.K 2016-09-05 14:41   좋아요 0 | URL
그러면 그렇지...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이비 제인`이라는 영화에서 실제 배우인 조안폰테인과 베티 데이비스는 실제로 어마어마한 앙숙이었다. 말은 물론 얼굴도 쳐다보기 싫어했을 정도였다고... 그러니까. 불꽃튀는 연기는 어느정도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stella.K 2016-09-05 13:37   좋아요 0 | URL
이런데서 명화가 나오는 거겠군요.
하긴 배우와 연출이 너무 좋다거나,
작가와 연출이 좋으면 발전이 없죠.

곰발님 이 댓글 읽으니까 예전에 연출가하고 더 싸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마구 드는데요?ㅋㅋ
하긴, 작가는 연출가의 쨉이 안 되더요. 배우쯤 되야 쨉이되지.
우리나라는 아직도 작가를 봉으로 알고 있는 연출가들이 많지요.
오태석 정도는 되야 누가 건드리는 사람 없으려나...?
그래서 작가가 연출하겠다고 그러는 거고.
우리나라 이 바닥은 정말... ㅉ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3:47   좋아요 1 | URL
한국에서 대본작가는 힘이 0%입니다.. 대들지 못하죠.
미국처럼 노조가 있어야 힘을 발휘하지
노조가 없는 한국에서는 쫒겨나기 일쑤죠..

하튼.. 이 영화에서 두 배우는 서로 앙숙이었다고 합니다. 서로 안 볼 때 욕하고 그랬다더군요.
내가 최고지... 이 자신감이 불꽃튀는 연기 대결로 이어진 경우.

yureka01 2016-09-05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구에 동성아트홀이라는 단관 극장이 있습니다.
여기는 예술인전용극장으로 탈바꿈해서 문화예술인들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일반적으로 멀티플렉스랑 똑같이 경쟁하면 자본력 앞에서 버텨내기 불가능하더군요...

동성아트홀에서 밥말리 다큐멘터리 봤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런 영화는 일반 멀티플렉스에서는 상영을 아예 하지 않거든요....
돈벌이용 영화만 틀어주니 그만큼 영화 보는 사람들의 선택권 자체가 없는 셈이죠....
또 광고는 얼마나 길게 하던지..게다가 밥콘장사는 아주 그냥 노났더군요..
제벌 4세들이 팝콘장사하는 거 보니..ㄷ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3:03   좋아요 1 | URL
한국영화판의 큰 문제는 배급과 극장을 대기업이 독점한다는 거죠..
이거 미국에서는 불법입니다. 배금과 극장 하나만 해야 합니다.
두 개 다 독접하면 자신이만든 영화를 극장에 독과점할 수가 있거든요.
이게 기형적인데..
한국이 워낙 친기업 정책을 펼치다 보니..
보면 2000개 스크린에 한 영화가 1800개까지 독점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습니까.
매우 심각한 문제죠..

clavis 2016-09-06 05:41   좋아요 0 | URL
밥 말리..넘넘넘 보고잡네용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6 12:23   좋아요 0 | URL
말리 형 좋죠..ㅎㅎㅎ. 레게 머리 한번 하고 싶은데 머리를 감을 수 없다고 하니.....

시이소오 2016-09-05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영화 끝났어, 완전 무섭네요.

글래머러스한 팜므파탈과의 에로스적인 경험을 기대했습니다만
반전이네요 ㅋ

배급과 극장을 독점하는건 산업자본이 은행을 독점하는것과 마찬가지 아닐런지요?

ㅋ 알드리치 영화 보고싶네요. 저도 참 영화 본다고 봤는데 곰발님한테 게임이 안될듯. 박찬욱이나 오승욱 감독님에비견할 덕후십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5 15:37   좋아요 0 | URL
알드리치의 이 영화 < 선셋대로 > 와 함께 죽여주는 이상 심리 스릴러`입니다.

제가 주로 현대 영화보다는 고전을 보는 편이라 상대적으로 많이 보는 것 같지
사실은 허당입니다.. 허허..

푸른희망 2016-09-0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긴장하며 읽어내리다가 영화포스턴가요?
저 얼굴에 기함했습니다 ㅜㅜ
이야기가 매럭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6 12:22   좋아요 0 | URL
정식 포스터(영화 개봉 당신 포스터)는 아니고 아마도 DVD나 이런 쪽 포스터일 것입니다..
함 보세요. 무척 재미있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9-08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도 작은 극장들은 고전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AMC, Regal, Kirkorian 등의 대형극장이 독식하고 있는 추세에요. 다만 저의 경우 근처에 있는 작은 극장을 종종 가는데, 오후 5시 전에는 할인가격으로 $6이면 신간을 볼 수 있어서입니다.ㅎ 회사 근처라는 이점도 있구요. 옛날엔 학교 앞이나 지하상가도로에 가끔 미친 여성이 옷벗고 전도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약간 맛이 간 아저씨가 역시 전도하면서 이상한 얘기하는 걸 종종 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즘은 제정신으로 그런 분들이 꽤 있다죠??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8 11:04   좋아요 1 | URL
제정신이 아니신 분들이 그러는 것은 100% 이해하는데, 제정신인 분들이 종종 대형 사고를 치죠. 자기만 벗고 돌아다니면 상관이 없는데 남들을 벗기려고 하는 목사가 꽤 많은 편이라........ ㅎㅎ.. 작은 극장들이 선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전 멀티플렉스 생기고 나서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이 급 떨어졌습니다...
 

 

 

 

 

 

막간에 잡담

 

 

 

 

 

 

 

 

 

 

1.                                   시간 여행을 다룬 작품은 대부분 "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 이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 이 서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서사'가 실패해야만 가능하다.  성공한(행복한) 사람은 " 지금 여기에 " 만족하기에 " 경계 너머 " 인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만이 과거로 도피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공황, 망상, 근심, 히스테리 따위)에 시달린다.  불안이란 기본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심리적 투사이다.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은 미래의 어느 지점에서 자신이 겪을 비극을 들여다본다. 그것은 마치 크리스마스 전야에 스쿠르지 영감이 자신의 미래를 들여다보는 장면과 같다.  찰스 디킨즈 소설 << 크리스마스 캐럴 >> 에서 스쿠루지 영감은 과거 유령, 현재 유령, 미래 유령과 동행하며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데,  그는 이 여행을 통해서 자신의 현재 삶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시간 여행은 비단 SF적 상상력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실패한 사랑을 다룬 멜로 드라마'도 시간 여행 서사의 변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 << 파이란 >> 은 멜로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다룬다. 이강재라는 사내 입장에서 보면 파이란이 남긴 편지는 너무 늦게 도착한 편지이자 죽은 자의 편지라는 점에서 유령이다. 이 유령은 3류 건달 이강재를 이끌고 파이란이 살았던 과거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 과정을 통해서 이강재는 자신의 현재 삶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연출한 << 길 >> 도 마찬가지'다. 무쇠 같은 남자 짐파노는 젤소미나의 노래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이강재와 짐파노가 후회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처럼 실패한 연애담은 후회를 동반한 소망을 다룬다.

 

 

 





 

 

2.                                 존 윌리엄스 소설 << 스토너 >> 는 " 야망이 없는 남자 " 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많은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스토너의 삶을 < 실패 > 로 규정했다는 사실에 의아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작은 소망을 가질 뿐 큰 야망을 꿈꾸지는 않는다. 나는 커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는 부모에게 빌붙어 살아야 하는 어린 시절의 설레발일 뿐이다. 스토너가 야망이 없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스토너를 비범한 인물 범주에 놓는 오류를 범한다. 스토너와 나폴레옹을 혼동하면 안 된다. 그는 나폴레옹과는 달리("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불가능성에 대해 순응하는 인물이다. 불가능한 것을 억지로 가능하게 만들거나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은 대부분 독재자의 목소리'다.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한 상태로, 할 수 없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스토너의 윤리적 태도다.

 

 





 

 

3.                                           셰익스피어 비극 << 리어왕 >> 을 읽다 보면 추석 특선 단막극 같은 줄거리에 당황하게 된다. 아버지의 재산을 노린 두 딸(첫째,둘째)은 온갖 감언으로 환심을 사 재산을 빼앗은 후 늙은 아버지에 대한 부양을 거부한다는 내용이니 말이다. 추석 명절에 농사 짓는 부모의 땅을 노리고 온갖 감언으로 환심을 사려고 모여드는 가족을 다룬 단막극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추석에 온가족이 모여 이런 종류의 단막극을 보고 있으면 모두 다 한마디 한다. " 저 가족 막장이네, 막장 ! "  우리는 항상 막장 드라마를 욕하지만 사실 셰익스피어야말로 막장 드라마의 아버지'다. 사실 고전 중에는 막장이 많다. 대표적인 작품이 << 오이디푸스 >> 이다. 이 작품은 근친상간을 다룬다. << 백설공주 >> 도 동화라는 이름을 빌렸을 뿐 내용을 보면 막장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막장을 좋아한다. 이야기의 본질은 막장이다. 그렇기에 막장이라고 해서 모두 다 비판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4.                                                       수많은 드라큘라 영화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영화는 무르나우 감독이 연출한 << 노스페라투,1922 >> 이다. 고전 무성 영화를 선정해서 나의 과시적 교양을 뽐내려는,  계산된 수작에서 비롯된 결정은 아니다. 정말, 이 영화는 끝내주는 뱀파이어 영화'다. 모든 면에서 << 노스페라투 >> 는 << 노스페라투 >> 이후의 영화를 압도한다.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이 연출한 << 노스페라투, 1979 >> 도 훌륭하긴 하지만 비교 대상은 아니다.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주요 원인은 조형의 순수성과 더불어 노스페라투를 연기한 맥스 슈렉이라는 배우의 아우라가 차지하는 몫이 크다. 압도적인 비주얼은 신화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어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이 무성 영화에 사운드를 입힌 블루레이가 출시되었지만 이보다 멍청한 기획은 없는 듯하다. 이 영화는 사운드 없이 무성으로 감상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노스페라투, 1922

 

무엇보다도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는 인간적이다. 그는 자신이 누울 관을 직접 들고 다닌다. 프랑코 모레티는 드라큘라를 자본(가) 상징'으로 읽었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불가촉천민처럼 보인다. 지상의 방 한 칸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현대판 하우스푸어 같기도 하다. 설핏, 웃음이 나는 대목이지만 이 어설픈 설정이 마음에 든다. 노스페라투, 무시무시한 걸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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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04 14: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보던 그림 동화나 피노키오, 이런 동화들은 어른이 돼서 다시 봐야 합니다. 특히 삭제 없는 완역본으로요. 어렸을 때는 어른이 편집한 동화를 읽으면서 순수한 동심을 느꼈다면, 완역본 동화를 읽으면 현실의 냉정함을 느낄 수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4 15:38   좋아요 1 | URL
하긴 동화 원전 보면 막장도 그런 막장이 없죠. 잔인하니까..
원전 읽는 재미가 쏠솔하죠. 동화는 말입니다..

사실 옛날에는 어린이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죠. 10살 만 되면 작은 어른 취급했습니다. 담배를 피우기도 했으니...

나와같다면 2016-09-04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타임리프의 기본 감정은 안타까움인듯.. 그때 내가 너를 지켰더라면..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4 16:42   좋아요 0 | URL
드라마 시그널을 작동시키는 것도 두 남녀의 연애 실패에서 비롯되는 것 아니겠습니다.. 좋은 드라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