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부일체에서 빠진 것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페미니즘 논란에 대해 서로 편을 갈라 싸우는 모습을 보며 이마에 한자 川 를 새기는 모양인데, 나는 이 분열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 갈등은 충분히 건설적이다. 계속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가는 혁명은 왕의 목을 칠 때 시작되며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그것은 이미 역사가 증명한 사실이다. 폭력으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 정권일수록 폭력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유포한다. 저항하는 세력은 곧 폭도'다. 바리케이트 너머 돌팔매하는 운동권에 대한 군부의 미러링은 곤봉으로 머리를 가격하거나 고문을 하는 방식이다. 어느 것이 더 위험한 폭력일까 ? 어쩌면 한국 사회가 메갈리아를 비판하면서 내세우는 " 극악한 폭력성 " 운운은 그동안 폭력으로 여성을 억압한 가부장의 엄살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랫동안 군사부君師父의 서열을 너무나 당연시한 나머지 이 서열에 여성이나 아이와 같은 사회적 약자가 빠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애써 외면했다. 만약에 배가 침몰하여 작은 보트로 옮겨야 한다면, 그래서 선별적 선택을 해야 한다면 그 대상은 누가 되어야 할까 ? 군사부 체제는 명확하다. 임금 다음에 스승이며 그 다음은 아비'다. 결국 침몰하는 타이타닉에 남는 사람은 여자와 아이이다. 남성 본위 사회가 만들어 낸 폭력성이다. 서양식 애티튜드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조롱의 대상이 된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동안 여성에게 가해진 잔혹사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을 시간'이다.

 

그런데 이 미러링을 남성은 견디지 못한다. 나는 여혐론자 아니거등요, 나는 잠재적 가해자 아니거등요, 나는 페미니즘은 존중하지만 메갈리아는 싫거등요. 이러한 혀 짧은 말투는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모두에서 쏟아내는 목소리'다.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지지하던 진보 논객마저 < 아니거등요 - 쓰리 콤보 > 를 남발하는 것을 보면 내로남불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독한 에고를 목격하게 된다. 그는 주류가 사회적 약자를 비난하면 사회적 약자 편에 서지만, 막상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남근을 비아냥거리면 참지 못하는 것이다. 그게 진보의 꼬라지'다,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을 정당화하기 위해 선택한 진보적 애티튜드일 뿐이다.

 

진보 논객으로 이름을 날렸던 박●●과 한●●을 보면 답이 보인다. 이제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젊은 여성을 바라보지 말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이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한마디하는 것만큼 꼴불견도 없다. 서로 남남일 뿐이고 남남으로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태도'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는 직장일수록 분위기가       족 같은 경우는 수없이 목격했던 우리가 아니었던가. 왜 한국인은 타인을 유사 가족 관계로 끌어들인 후 골프 치면서 여성 캐디에게 딸 같다며 젖꼭지를 만지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토록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을 화를 내는 것일까 ? 잠재적 가해자라는 말은 가해자라는 말이 아니라 가해자일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에 대한 각성이지 않은가 ?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독일인들은 왜 지금까지도 홀로코스트를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일까 ?  거의 대부분이 홀로코스트 이후에 태어난 그들이 말이다. 꼴도 보기 싫은 페미니즘을 멸종시키는 방법은 단 하나'다. 성차의 완전한 평등뿐이다. 그렇게 된다면 페미니즘은 사라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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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8-28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페미니즘 소설을 읽으면서 남자는 있는 것 보단 없는 게 낫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을 해 보게되요.
그리고 여자가 만드는 이상사회 가능할 것만 같더군요.
무엇보다 전쟁은 남자들이 일으켜 놓고 희생자는 어린이와 여성과 노인들이잖아요. 특히 여자들.
이 역사를 지금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게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더군요.
몇분에 5백명씩 밀려든다는 유럽의 난민들 그들 중 여자와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게될까
상상할 수가 없어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09:57   좋아요 0 | URL
군사부녀동일체`라고 하던지
어떻게 쏙 남자들만 뽑아놓고는 자화자찬을 하는지..
씁쓸합니다..

hellas 2016-08-28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거등요 대열에 참가한 남성이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눈가리고 귀막고 아냐아냐하는건 성숙한 인간이 보일 태도는 아닐테니까요. 미성숙함을 드러내는것이 그동안의 불평등과 부조리를 인정하는 것보다 낫다는 걸까.... 생각하게 됩니다....만. 버릴건 버리고 가야한다는 말에 무게를 싣고 있는 요즘입니다. -.,-

2016-08-29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6-08-28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오!브라보!!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09:56   좋아요 0 | URL
갑자기 존 포드 영화를 보고 싶네요. 리오브라보`라는 영화가.. 아마 포드 영화죠 ? 아니구나... 하워드 혹스랍니다.ㅎㅎ

clavis 2016-08-2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부산에 있을 때,요트경기장 안에 시네마 테크가 있었어요 바다가 보이는 그 곳에 들어서면 커피향이 훅~거기서 하워드 혹스를 처음 들었던..오늘 바람이 꼭 부산에 바닷 바람 같아요^^어쨋든..페미니즘이라는 말이 사라질 그 때까지,라는 말에는 브라보,브라비,브라바를 영원히 외쳐드립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0:09   좋아요 0 | URL
그럼요. 이젠 페미니즘으로 서로 싸우지 않도록 평등 사회 되면 가능하니..
페미니즘 꼴보기 싫다면 성차 해결에 서로 압장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스 할베.. 흙흙... 좋죠.

clavis 2016-08-29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트뤼포나 오즈가 무지 땡기는데 촌구석이라.. 관객 수 7천이 들었다는,그래서 재미없으면 니 탓이라는 ****영화를 보러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0:21   좋아요 1 | URL
무슨 영화입니까 ?



가을에... 오즈 좋죠. 봄 가을 하면 오즈입니다.. 아, 오즈 영화 보고 싶네...갑자기 꽁치의 맛이란 영화가 보고 싶네요...

clavis 2016-08-29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흙흙,오늘같은 날엔 안국동 아트선재에서 프랑소와 오종같은 걸 혼자 봐야하는데 떼지어 플로랜스 보고왔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0:21   좋아요 0 | URL
혹시 시네큐브에서 보셨나요 ? 아니다. 플로랜스면 일반 시지비 극장에서 걸렸겠구나...


그나저나 아직도 아트선재가 있나요... 문 닫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정독 도서관 아래 있는 극장 말씀하시는 거죠 ?

clavis 2016-08-30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흙.제가 하산한지 오래라..전 코아아트홀을 사랑했던ㅠ아 맞네요 그 집 낙원으로 이사간지 아주오래..광화문하고 여긴 넘 멀어용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1:25   좋아요 1 | URL
크아. 코아 ~ 한때 예술상영관의 대명사였는데...
어찌나 스크린이 작던지.. 하튼 이 영화관에서 영화 보면 절반은 못보죠. 앞사람 머리 때문에..

clavis 2016-08-30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그래도 제게는 짱 소중한 추억의 그장소..폴락,그녀에게,말도 못할 시간들이 방울방울..그땐 그게 좋아서 영화표와 포스터를 아주 진지하게도 스크랩북에 모아두었댔지용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1:59   좋아요 0 | URL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지금 그곳에는 뭐가 있을 까요. 종로 지나갈 때 설핏 보긴 본 것 같은데....
참. 서울아트시네마도 옮겼더군요. 서울 극장 한쪽에 전세 내서 그쪽으로 옮겼다더군요.
전 서울아트시네마 자주 갔었습니다. 항상 시간표 꿰뚫고 다녔는데..
이젠 열정이 식어서 동네 극장 아니면 안 가게 되더군요..

clavis 2016-08-3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에 영화의 전당을 꿰뚫고 올 작정입니다.그런데 너무 싫지 않나요 거대한 례술영화관이라니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2:21   좋아요 0 | URL
진상이죠. 진상.... 예술영화관이 너무 삐까뻔쩍하면.. 전 이상하게 반감이 들더라고요.
뭔가 좀 지린내도 나고, 어두컴컴하고.. 들락나락거리는 관객도 좀 머리도안 감고 맹한 사람들이 모이는 풍경이 예술영화관답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영화의 맨살 - 하스미 시게히코 영화 비평선 시네마 4
하스미 시게히코 지음, 박창학 옮김 / 이모션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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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비를 섭외하게나 :
 


 

 

 

 

 


 

왜 슈퍼맨은 항상 새옷일까 ?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4,50년대 헐리우드 영화'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미국 영화'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 작가와 고다르는 스튜디오를 거부하고 거리로 나와 맨살의 영화를 생산했지만, 나는 스튜디오 시스템 아래 만들어진 엄격함을 좋아한다.

카메라 동선은 검약을 미덕으로 하고, 빛은 정확한 계산 아래 다양한 각도로 투사되며 조율된다. 현대인은 현대 영화에 비해 4,50년대 영화가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정반대'이다. 4,50년대 만들어진 미국 고전 영화는 공룡과 아바타를 컴퓨터로 그려내는 영화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카메라는 동선의 우아함 따위는 개나 준 지 오래이다.  무조건 스피드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 제구력 형편없는 투수가 무조건 스피드로 승부를 보려는 것처럼 말이다. 편집도 마찬가지'다. 호흡이 너무 짧다. 현대 영화는 마치 ADHD 환자 같다.

처음에는 지독한 만연체 때문에 학을 떼다가 점점 빨려들 게 되는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도 같은 말을 한다. 그는 현대 영화 감독이 " 눈을 찍는 방법 " 을 모른다고 지적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어서 무릎 탁, 치고 아, 하게 된다. 아, 하고 나서 무릎 탁, 치면 어색하니 말이다. 비나 눈이 오는 장면은 로케이션 촬영으로 찍어야 한다는 믿음은 멍청한 생각이다. 설령, 실제로 눈이 내리는 장면을 야외 로케이션으로 찍었다고 해서 최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눈이 내리는 장면에서 주인공은 눈(雪)이다. 만약에 눈을 선명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그 촬영은 실패한 촬영이다.

눈 하면 생각나는 영화 << 러브레터 >> 는 공교롭게도 눈 내리는 장면을 형편없이 찍은 영화에 속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눈은 많이 내릴 뿐, 세세한 눈의 묘사에는 실패한다. 그저 무더기로 내릴 뿐이다. 비빔밥의 생명은 낱낱이 독립적인 밥알이듯이 눈 내리는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뭉쳐진, 떡진, 무더기로 내리는 눈이 아니라 눈송이 하나하나가 생생한 눈이다. 그런 점에서 << 러브레터 >> 의 설경은 실패한 촬영이다. 눈도 제각각 다른 결정체를 가지고 있듯이 성격도 가지가지'다. 훌륭한 감독은 영화 줄거리에 맞는 캐릭터(雪)를 원한다. " 어이, 조감독 ! 이 장면에 필요한 눈은 말이야.

부드럽지만 강단이 있고, 약간 성격이 급한 녀석으로 섭외를 하시게. 지나치게 얼굴이 허연 놈은 사절이야. 약간 잿빛이 도는 놈으로 섭외하라고. 탄광 출신으로 구하라고. 데려올 때 녹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 그렇다, 눈도 제각각 성격이 있는 것이다. 하스미 시게히코의 전언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특기부라는 부서가 있어서 비나 눈을 찍게 되면 이 사람들이 달려와서 그 작품에 어울리는 비나 눈을 내리게 했다고 한다. 스튜디오 시스템이기에 가능했다. 스튜디오 시스템을 정작한 영화사가 1년에 만들어내는 작품이 많기에 철저한 분업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비나 눈만 만들어내는 기술자가 존재했던 것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한다는데 비와 눈을 만든 지 어언 40년이면 도통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돌아가던 고전 영화에서 눈이나 비가 내리는 장면을 자세히 보면 광장히 아름답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무더기가 아니라 송이 송이 눈꽃송이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재현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튜디오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이러한 기술자들도 모두 사라졌다. 장인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눈이 오면 실제 눈이 내리는 장면으로 만족한다. 그런 눈은 아름답지 않다. << 러브 레터 >> 에 등장하는 설경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죽이 된 비빔밥을 보며 맛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리처드 브룩스 감독이 연출하고 콘래드 홀 촬영감독이 촬영한 << 인 콜드 블러드, 1967 >> 는 지금까지 내가 본 < 비 > 가운데 가장 입체적이고 선명한 비'다. 사형 선고를 받은 사형수가 비오는 창밖을 보며 지난 일을 후회하는 장면에서 보여지는 비는 탁월한 연기자'였다. 이 장면에서 비는 개성이 있다.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도 않는다. 빨리 떨어지는 빗방울이 있으면 유리에 붙어서 느리게 떨어지는 비도 있고, 액션에 반응하여 사선으로 튀는 리액션도 보여준다. 그뿐이 아니다. 사형수의 얼굴에 반사된 비는 필름이 열기에 녹는 것 같은 느낌도 전해준다. 이토록 입체적인 비를 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도 사형수의 얼굴에 반사된 비는 이제 곧 죽어야 하는 사형수의 마음을 형상화한다. 기가 막힌 장면이다. 또 한 가지 불만은 실내 장면이다. 모든 가전과 가구가 새것으로 번쩍거리는 모델하우스를 보는 듯하다. 세월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실내 공간은 실패한 공간이다. 훌륭한 미술 감독이 실내 공간을 만들 때 가장 신경을 쓰는 곳은 손잡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손때가 많이 묻은 곳이 손잡이니 손잡이를 보면 그 집의 세월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스튜디오에 소속되었던 기술 팀이라면 손잡이에 세월을 창조했을 것이다. 나는 종종 미국 슈퍼영웅들의 슈트가 지나치게 깨끗하다는 점에서 절망하게 된다.

언제나 새옷이다. 김치 국물 자국도 있고, 케첩 묻은 흔적도 있고, 다른 단추와는 달리 색깔이 다른 실로 꿰맨 단추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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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 사기 전에 시공사에서 미리 꾸민 공간을 전시하는 것을 뭐라 하더라.. 생각이 안 나네..

2016-08-27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7:32   좋아요 0 | URL
아하.. ㅎㅎㅎ. 그렇군요. 올 여름 폭서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라고 문안 인사 올렸습니다. ㅎㅎ 제가 검토를 안 하고 일단 글을 올리고 보는 스타일이어서.... 얼른 고쳐야게 ㅆ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7: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네요..
저도 하루아침에 바뀐 날씨 보고 뭔가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이래도 되는 거니 ? 응 ??! 참.. 절기라는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젠 감기 조심해야 할 계절이 온 건가요 ? ㅎㅎ 반가운 계절이네요.
어젠 정말 걷는 기분이 좋더군요. 일부러 많이 걸었습니ㅏ다.

지금행복하자 2016-08-2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경을 가장 자연스럽게 그리려면 여러 장치가 있어야한다고 했던 지인이 생각나네요~ 그림 그리시는 분인데.. 맨눈에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그대로 그리면 절대 자연스럽지 않는 거라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7:20   좋아요 0 | URL
바람이 예술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타르코프스키의 << 거울 >> 이라는 작품인데 여기서는 촬영 중에 우연히 돌개바람이 불어옵니다. 촬영 계획에 전혀 없던 바람이라네요.. ㅎㅎ

눈 오는 장면을 로케로 찍으면 떡진 장면이 됩니다. 그래서 눈 오는 장면은 오히려 장치를 사용할 수 있고 통제가 가능한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게 더 선명하고 좋죠.. 로케가 자연 풍경의 최고다, 라는 건 잘못된 것이라 생각됩니다..ㅎㅎ 영화 보면 좋은 바람을 연출하는 감독도 별로 없어요. 왜 바람은 한쪽으로만 일방적으로 흐르지는 않잖아요. 영화 보면 선풍기 바람 틀어놓고 바람이라고 우기면 할 말이 없습니다..

yamoo 2016-08-2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영화는 시간이 거꾸로 가는 거 같습니다. 저도 클래식한 영화들이 요즘 영화보다 훨씬 좋더군요~
인 콜드 블러드는 못본 영화인데, 꼭 찾아 보고 싶네요.
타르코프스키의 거울은 본 영화인지 가물가물합니다..

어쨌거나, 곰발 님의 영화 얘기는 언제나 내공이 느껴집니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7:37   좋아요 0 | URL
제가 소요한 영화서적만 300권이니... 돈으로 따지자면 얼마냐.. 그러니까.. 15000원만 잡아 도
450만 원 투자했네요.. 쓰벌... 그러니까 영화 관련 글은 450만 원을 투자한 결과라고나 할까요. 막 우기고 봅니다.. 후후..

위에도 언급했지만 현대 영화가 바람을 연출할 때 화딱지가 납니다. 바람은 한방ㅇ 향으로만 흐르지는 않지요. 시시때대 방향을 틀잖아요. 변덕 심한 사람처럼... 그런데 영화 속 바람은 항상 일정하죠. 대형 선풍기 틀어놓고.... 짜증나죠..

아, 정말 좋은 바람 연출 있습니다. < 사탄 탱고 > 인데 이 영화가 거의 8시간이 넘는 영화라...

아니면 토리노의말 추천합니다. 바람 연출이 탁월한 예였습니다. 약간 떡지기는 했씁니다만.. 나름 만족스러운 바람 연출..

samadhi(眞我) 2016-08-2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구 안 되는 강속구 투수들 보면 속 터지죠. 차라리 구속이 안 나오면 기대도 안 할 텐데 150을 가볍게 찍으면서 공이 하늘로 가거나 땅바닥에 꽂히면 욕이 터져 나오지요.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그렇군요. 영화에서 날 것으로 살아있는 눈이랑 비를 자세히 치어다보아야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7:38   좋아요 0 | URL
한화였던가요. 지난 번에 볼넷을 13개 남발하는 거 보고..
야, 이게 사회인 야구도 아니고...
맞더라도 볼넷은 주지 말아야 하는데... 일단 볼넷..
이게 무슨 프로양구입니까. 사회인 야구죠. 13 볼넷을 남발하는 프로야구라니..

samadhi(眞我) 2016-08-27 18:24   좋아요 0 | URL
볼넷 정말 싫어요. 차라리 거하게(?) 안타를 맞는게 낫지. 볼넷 주는 투수 되게 무기력해보여요.

stella.K 2016-08-27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군요.
영화 장면 다시 봐도 압권이예요.
어떻게 얼굴에 비가 떨어지는 게 반사될 수 있을까요?

진짜 드라마도 그렇고 모델하우스풍은 정말 인간미가 없어요.
어떻게 여기서 사람이 잠을 자고 밥을 먹을 수 있는지.
그럴 수 있다고 우기는 연출가들이 있다는 게 짜증나죠.
보는 사람이 좀 공감하며 믿게 해 줘야할 텐데...
그래도 여배우들 화장 곱게하고 잠옷 갈아있고 불 끄고 자는 씬은 없어져서 다행이죠.ㅋ

원더우먼의 옷도 항상 깨끗했어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9:3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왜 항상 웃이 깨끗하나고요.. ㅎㅎ
전부 새옷임.점 누빈 흔적도 있고 해야 좀 인간적인 것 아닙니까 ?

가끔 드라마 보면 거지가 입은 옷에새옷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는 그냥 다른 채널로.. 돌립니다..ㅎㅎ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해


 


                                                                                                   정치인 혹은 정당에 소속된 사람이라면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라는 책은 필독서'다. 롤스의 << 정의론 >> 따위는 안 읽더라도 이 책은 읽었으리라.

 

프레임 이론의 대가인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자신이 지지하는 진보 진영이 번번이 선거에서 지자 솥뚜껑이 열려서 쓴 책이다. " 솥도 니미럴, 멍청한 민주당 새끼들. 솥 까고 앉아 있네. 다 솥 잡고 반성해 ! " 내용은 간단하다. 누군가가 "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라고 외치는 순간, 사람들은 그때부터 코끼리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모두 다 옹박이 되어서 코끼리 생각만 한다는 이론이다. 사람들은 동일한 의미를 뜻하는 말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인다. 미국 코미디언이 대중을 향해 < 오바마케어 > 와 < 저렴한 건강보험법 >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고 묻자 거의 대부분이 오바마케어는 아주 싫지만 저렴한 건강보험법은 좋다고 대답했다.

 

사실은 " 오바마케어 " 와 " 저렴한 건강보험법 " 은 동일한 법안인 데에도 말이다. 즉, 정치는 말장난'이다. 이 표현은 부정적인 것도 아니고 긍정적인 것도 아니다. < 복지 > 라는 프레임도 마찬가지'다. 복지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에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이윤을 고려하지 않는 무상 투자이다. 복지의 기본은 무상인 것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다 아는 사실이 아닐까 ? 그런데 보수 진영은 복지 앞에 무상이라는 < 공짜 > 프레임을 작동시켜서 < 무상복지 > 라고 비판한다. 무상 = 복지'인데, 무상복지라는 프레임이 작동하자 복지 정책은 거지에게 흥청망청 퍼주는 정책이 되는 것이다.

 

결을 달리 해서 말하자면,  <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따지고, 여자는 남자의 재력을 따지는 > 프레임은  선남선녀가 만들어낸 전략이 아니다. 프레임은 대중으로부터 나오는 선전 문구가 아니다. 프레임을 선정하고 유포하는 것은 항상 보이지 않는 손이다. 우선 이 프레임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따져야 한다. 이 프레임이 가가호호 전파를 타서 그 설교에 세뇌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돈 많은 남자'다. 돈 많은 남자는 여자들이 남자는 외모보다는 돈이 우선이라고 믿을수록 자신에게 유리해진다. 왜냐하면 그 믿음이 확고할수록 나이 어리고 얼굴 예쁜 여자를 획득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돈과 권력을 쥔 기득권은 " 남자는 외모보다는 돈 " 이라는 프레임을 퍼트린다. 인간이란 쉽게 속는 종족이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여성들도 어느새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평범한 남성들이 "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해 " 라며 여자를 속물로 규정하며 비난하게 될수록 돈 많은 기득권 세력의 프레임에 말려든다는 주장이다.  그럴수록 여자들은 돈 없는 남자들이 찌질해 보인다. 그것은 일종의 코끼리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_ 라고 말하는 순간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듯이,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속물 _ 이라고 외치는 순간 여자들은 돈 없는 남자보다는 차라리 돈 많은 남자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흙수저 세대가 금수저 세대와 싸워서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프레임 전략을 짜야 되는 것은 아닐까 ?  적어도 이 프레임은 지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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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8-27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의 핵심은 내가 평범한 남자가 될 수 있다는 가정을 배제하고, 권력과 재력을 독점한다는 가능성에 도박을 걸며, 그 도박적이 시스템을 옹호하는 것이죠.

`남자는 가부장적이다. 남자는 여자를 지배하려 한다. 현 세상은 남자가 여자를 착취한다`는 비판도, 비판에도 불구하고 남자들로 하여금 가부장적 문화를 강화시키는, 그리고 이런 비판을 가하는 여성들도 이에 기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2:24   좋아요 1 | URL
네에, 바로 그 점입니다. 평범한 남자도 평범한 여자도 결국은 돈 많은 남자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꼴이죠.

겨울호랑이 2016-08-27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름을 불렀을 때 그 이름이 의미가 되었다는 시가 생각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2:24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렇습니다. 그런 것 같군요.. ㅎㅎㅎ

stella.K 2016-08-27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치를 해 볼 걸 그랬나 봐요.
제 이름이 좀 정치스럽거든요.
근데 사춘기 때부터 정치인 혐오증이 생겨 도무지 이쪽으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 이름이 몇천만번은 불렸을 텐데
이름과 그 사람이 살아가는 건 역시 좀 다른 것 같아요.ㅋ

오늘 뉴스에 정치인들 재산 내역 공개하던데
이 돈 많은 정치인들 자기네 당으로 끌어 모르려고 얼마나 침을 발랐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오늘 글 제목이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를 패러디한 거죠?
도발적이다. 어찌 감당하시려고 했는데 과연......!^---^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2:38   좋아요 0 | URL
오 ! 빙고..... 맞습니다. 저 이 영화 좋아합니다.
고전은 다 좋죠...

엇그제였던가. 이비에스에서 다큐 하던데 헐리웃 고전 다큐를 봤는데
아... 좋더군요.. 아주 좋더군요.. 전 클랙식 마니아입니다..

옛날 영화가 질적인 면에서 더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거서 2016-08-27 12:41   좋아요 0 | URL
정치적인 이름 하나 상상해봅니다. 민주. ^^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2:43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ㅋㅋㅋ 그렇구나...

stella.K 2016-08-27 12:44   좋아요 0 | URL
제가 어제 곰발님 글 댓글에도 썼지만
저도 요즘 고전 영화에 빠져 있습니다.
특히 유럽 영화에. 옛날엔 거들떠도 안 봤는데.ㅎ
아, 정말 철학이 있더군요.

stella.K 2016-08-27 12:46   좋아요 0 | URL
ㅎㅎ 오차서님, 곰발님 땡!
민주! 여자 이름으론 예쁜 이름이죠.
물론 제 이름도 그 음가만으론 예쁜 이름이어요.
한자어의 뜻이 좀 그렇다는 거지...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2:50   좋아요 0 | URL
거 봐요. 고전, 저는 4,50년대 헐리우드 고전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은 40년대 영화를 구닥다리라고 생각하며 기술적으로 낙후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멍청한 생각이죠.

좋은 예로 스튜디오 시스템에서는 지금과는 달리
분업화가 되었던 시절입니다. 한가지 일에 4,50년 일한 사람도 있습니다

스튜디오에 소속된 기술자들은 세세한 분업화가 이루어졌죠.
좋은 예로 눈이나 비만 다루는 기술자가 있었습니다.
영화사에서 만드는 영화 중에 비나 눈 오는 장면이 나오면 이 사람이 솜씨를 발휘하죠.
눈의 성격이 제각각 다릅니다. 눈이나 비에도 성격이 있는 거시죠.
이기술자는 성격에 맞는 눈이나 비를 만들어냅니다. 40년 동안 비나 눈오는 장비를 다뤘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없어요. 40년대 스튜디오 영화에서는 100가지 다 다른 눈이 오는데 현대 영화에서 눈은 딱 한가지입니다. 재미가 없죠.

옛날 영화 중에 < 인콜드블러드 > 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때 사용된 비오는 장면은 희대의 걸작이었죠.
비의 성격, 모양새, 소리가 정말 기가 막히게 좋았습니다. 콘래드홀이 촬영을 했던가 아마 그랬죠..

stella.K 2016-08-27 13:16   좋아요 0 | URL
저는 날씨 좋은 날 비오는 씬은 좀 안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해나 좀 지고나서 찍던가.
벌건 대낮에 뭐하자는 건지...

전 또 그런 건 눈여겨 보지 못했네요.
그렇게 성격 다른 눈 비를 어떻게 입혔을까요? 궁금...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3:34   좋아요 0 | URL
동영상 링크 걸었습니다. 비가 굉장히 입체적이죠.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액션 리액션이 있고, 튕기는 물방울, 흐르는 물방울, 느리게 내리는 물방울..
이런 것들이 사형을 앞둔 남자 얼굴에 비춥니다. 마치 마음 속에서 울고 있는 것처럼...
정말 기막혔던 장면이죠..

현대 영화에서는 이런 기교가 없어요. 그냥 살수차에서 뿌려대서 재미가 업습.

stella.K 2016-08-27 13:51   좋아요 0 | URL
봤어요. 그렇군요..
땡큐, 곰발님!^^

재는재로 2016-08-27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흙수저는흙수저금수저는금수저 신델레라도알고보면 귀족의딸이죠결국계층간의변동이라는게 그만큼어렵다는의미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3:34   좋아요 0 | URL
아, 정말 그러내요... 신데렐라도 결국은 귀족의 딸이었구나. 몰랐었네요.. 후후..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3:34   좋아요 0 | URL
아, 정말 그러내요... 신데렐라도 결국은 귀족의 딸이었구나. 몰랐었네요.. 후후..

지금행복하자 2016-08-27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는 인터넷상에서 사용되던 흙수저라는 말을 정치권들이 쓰는것을 보고 기가 막혔습니다. 저런식으로 공공연하게 입에 오르면 당연해지는겁니다.. 흙수저들이 흙수저라고 하는것은 자조적이고 후에 그 말을 사용안하면 그만인데 말입니다...
땅땅땅 이제 도장을 찍어버린격이 된것 같아서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6:30   좋아요 2 | URL
그렇죠. 정치권에서 흙수저 운운하는 것은 기만이죠.
정치권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이번 경찰청장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거 보고
정치의 거의 막장을 보는 것같더군요. 범죄자를 경찰청장에 놀라운 일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8-27 17:04   좋아요 0 | URL
으으으.. 더 이상 놀랄일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무엇을 해도 상상 그 이상 입니다. 이제 겁까지 납니다..

yamoo 2016-08-27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프레임`론의 선구자는 아마도 아빈저연구소의 <상자안에 있는 사람, 상자밖에 있는 사람>이 시초였던 게 아닌가 합니다. 레이코프보다 먼저 조직에서의 프레임 이론을 주창했던 책이었으니까요. 물론 프레임이라는 개념은 쓰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금수저 흙수저도 프레임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만...이 대립구도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지...

아, 근데 조윤선만 생각하면 빡치네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9:58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새로운 사실입니다. < 상자 안 상자 밖 > 기회되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박근혜의 장점은 쉬운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레임이 어려우면 잘 이해를 못하는데
그런 점에서 박근혜의 눌변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해가 빠름니다.

참 나쁜 사람... 주로 이런 프레임이거들랑요. 박근혜는.. 근데 이게 대중에게는 잘 먹히는 모양입니ㅏㄷ.
트럼프도 그렇잖아요. 고상한 말 쓰지 않고직설적으로 알기 쉽게 말하다 보니 대중적 지지를 얻는 것은 아닐까 싶네요..

samadhi(眞我) 2016-08-2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과 외모가 권력인 이상한 세상이지요. 사람들 수준이 갈수록 저급해지는 것이 답답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9:5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깐 이런 프레임으로 서로 갈라치기 하면 둘 다 손해를 본다니까요... 타인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6-08-27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스카짜응 2D가 진리인듯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9:5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아긴 아스카가 짜응이긴 하죠..
 

 

 

 

 

 

 

 


 

​                                

 

따  듯  한    타  자  들  :




 



터널은 끝에 가야 환해진다1)

 

 

 


 

 

        
 

                                                                                                       로빈슨 크루소는 28년 동안 무인도에서 살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그가 독수리도 아니면서 독수리인 척 독수공방한 세월은 24년이다. 

그가 섬에 사는 식인종에게 잡혀 먹힐 위기에 빠진 토인을 구한 때가 그 즈음이었다. 그가 섬에서 보낸 마지막 4년은 금요일과 함께 한 세월이었다. 그는 토인에게 " 프라이데이(금요일) " 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금요일에 토인을 구했기 때문이다. 그는 24년 동안 생존과는 아무 쓸모도 없는 날짜 계산이나 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작에서도 프라이데이는 주변부'다. 주인은 로빈슨 크루소이고 노예는 프라이데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선은 디포의 제국주의적 태도에 기인한다. 미셸 투르니에는 이 작품에서 대니얼 디포의 제국주의 혹은 문명의 기만을 읽어낸다.

" 내가 볼 때 1719년에 나온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우선 그 소설에는 방드르디(프라이데이)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취급되고 있어요. 그는 단순히 빈 그릇일 뿐이지요. 진리는 오로지 로빈슨의 입에서만 나옵니다. 그가 백인이고 서양인이고 영국인이고 기독교인이기 때문입니다. 디포의 소설에서 발견되는 두 번째 문제점은 모든 것이 회고적인 시각에서 처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섬에 혼자 던져진 로빈슨이 골똘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뿐입니다. 그는 당장 구할 수 있는 것들만을 가지고 과거의 영국을 재현하고자 합니다. 즉 그는 난파한 배의 표류물을 주워 모아 섬 안에 작은 영국 식민지를 또 하나 만들어놓으려는 것입니다."

미셸 트루니에의 <<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 에서는 로빈슨에게 문명을 배우는 프라이데이가 아니라 방드르니(프랑스어로 금요일이란 뜻이다)에게서 로빈슨은 야생을 배운다. 그는 원주민인 방드르디에게 삶의 지혜를 배운다. 중요한 것은 " 타자 " 다. 독거남인 로빈슨 앞에 프라이데이 혹은 방드르디가 나타났다는 것은 곧 " 타자의 개입 " 을 의미한다. 금요일은 증인이다. 로빈슨이라는 백인 남성이 실존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유일한 증인인 것이다. 그렇기에 금요일은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절대적인 존재'다. 금요일의 가치는 영화 << 캐스트 어웨이 >> 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프라이데이와 방드르디를 연기하는 배우는 놀랍게도 배구공 윌슨'이다. 주인공은 배구공을 의인화해서 윌슨이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그에게 그는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데 아무 쓸모도 없는 공이지만, 역설적으로 총이나 칼 같은 도구보다 중요한 존재다.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망망대해에서 윌슨을 떠나보내야 했던 주인공이 목놓아 울 때, 나는 대니얼 디포가 하찮게 여겼던 프라이데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영화 << 다이하드 >> 도 곰곰 생각하면 << 로빈슨 크루소 >> 의 변형이다. 나카토미 빌딩은 섬이고 악당들은 식인종'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프라이데이, 방드르디, 윌슨을 연기하는 대역은 누구일까 ? 흑인 경찰이다. 존 맥클레인 형사가 " 다이하드 " 하지만 " 다이하지 " 않은 데에는 위로와 공감 그리고 수다라는 힘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화력은 무전기'다. 주파수의 힘이라고나 할까 ? 입말이 길었다. 영화 << 터널, 2016 >> 를 보는 내내 떠오른 단상은 타자의 힘'이었다. 이 영화가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세월호에 대한 기시감이 아니었다. 터널에 갇힌 미나( 남지현 분)를 정수(하정우)에게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라고 관객들이 인식할 때였다. 그녀는 정말 민폐녀'였을까 ?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영화 << 캐스트 어웨이 >> 에서 바람 빠진 배구공은 짐승을 사냥하거나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은 아니지만 주인공에게는 가장 필요한 존재였듯이, 또한 영화 << 다이 하드 >> 에서 무전기는 악당과 싸울 때 아무 쓸모없는 물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었듯이, 터널 안에 갇힌 정우'에게는 따듯한 타자'가 중요한 것이다. 미나 때문에 물과 배터리 그리고 케이크의 양이 줄어들지만, 함께 있다는 것은 그에게 큰 위로가 된다. 그에게 그녀는 민폐가 아니라 큰 힘으로 작동한다. 탱이라는 개도 마찬가지'다. 탱이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키는 따듯한 타자'다.

경제적 효율성이란 잣대로 보자면 프라이데이, 배구공, 무전기, 미나, 미나의 반려견 탱이는 하찮은 존재이지만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존재이다. 그것들은 경제학 범위에서 벗어난 상징적 가치'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영리한 작품이다. 미나를 민폐녀라고 생각했던 관객은 미나의 사정'을 통해서 그녀를 이해하게 된다. 관객은 비로소 깨닫게 된다. 관객이 미나를 민폐녀라고 인식한 부분과 경제적 효율성을 이유로 터널 제 2공사 작업 재개에 찬성하는 여론이 68%라는 부분이 서로 같은 인식 (죽어가는 자에게 물을 주는 행위와 죽은 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공사를 중단해서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논리) 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사실을 말이다. 재난 영화에서 " 재난 " 이라는 괴물을 만드는 주범은 항상 " 경제적 효율성 " 이다.

박정희가 독재는 했어도 경제를 살린 것은 높이 평가해야 된다는 말도 경제적 효율성이 낳은 착시이고, 시체 하나 건지자고 사람이 죽어나가게 생겼다고 말하는 것도 경제적 효율성이 낳은 악마성이며, 광화문 천막을 보며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도 천막 농성이냐며 쉰소리를 하는 것도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드라이하며 쿨한 표현 속에 숨겨진 악마성의 발현이다. 이 영화는 계속 관객에게 그 질문을 던진다. 감독은 사람 목숨과 경제적 효율성의 교환 가능성을 묻는다, 가능한가 ?  뼈아픈 질문이다. 터널은 끝에 가야 환해진다. 영화는 정우의 생환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그리 행복한 결말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 다른 터널이 붕괴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아나운서는 앞으로도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멘트로 재난의 시작을 알린다.  

" 대한민국의 안전이 또 한 번 무너졌습니다 ! "







​                                       


1)  죽음은 작은 터널 같은 것 / 가는 길은 나중에 환해진다 ( 최승자, 물 위에 씌어진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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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8-26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터널 공사에 지지대 볼트 빼멋었다는 기사 봤습니다....(경제적 효율도 좋습니다만, 설계상에 들어 있는 볼트 빼먹는 짓은 좀 말았으면 ㅠㅠ한개 6만원짜리...3500개를 빼먹었다고 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6 10:13   좋아요 1 | URL
영화에서도 볼트 빼먹고 설계도대로 설계하지 않았다는 장면이 나옵니다..

samadhi(眞我) 2016-08-2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이 우리 선배가 하는 출판사에서 나온거라 들었어요. 예전에 선배가 페이스북에 이 책 얘기를 올려놨을 때 무관심하다가 영화가 나온다니 이제야 궁금해지네요^^;
그 선배가 보내준 몇몇 책들이 정말정말 별로였거든요. 저더러 한번 고쳐보라고 보냈던 것들인데...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6 10:43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소설 원작은 굉장히 비극적이라고 하더군요..
얼핏 들었는데 진짜 비극으로 끝나더군요. 개인적으로 원작의 결말이 더 마음에 들지만..

samadhi(眞我) 2016-08-26 10:46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안 읽어봐서... 곧 사야겠어요. 반디앤루니스는 생일쿠폰도 주던데 알라딘은 그런 것 따위 없고... 해서 반디앤루니스에서 사야겠어요 ㅋ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6 11:13   좋아요 0 | URL
잠깐 소재원 어디서 많이 들었다 했는데 아이유 제제논란 때 불매운동 어쩌구저쩌구 했던 작가죠 ?
그때 골때리는 사람이네, 했는데.... 그 사람이 이 소설 원작이네요. 몰랐네요.. ㅎㅎ.

samadhi(眞我) 2016-08-26 11:44   좋아요 0 | URL
그런 사실은 몰랐네요. 저는 우리 선배를 응원하는 거라 ㅋㅋㅋ

stella.K 2016-08-26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영화였군요.
매스컴에선 하도 하정우만 띄워서 뭐 무슨 재난 오락 영화? 이런 인식이 많은 것 같아요.
하정우의 필모를 보면 나름 진지한 연기를 해왔 는데 왜 웃긴 사람으로만 인식시키는지...
실재의 하정우와 연기하는 하정우는 좀 분리시킬 필요가 있는데...

제가 요즘 옛날 고전 영화에 꽂혀서 개봉 영화 잘 안 보는데
하룻밤 사이에 공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이제 슬슬 영화관 나들이도 해야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7 12:41   좋아요 0 | URL
아. 여기에도 댓글이 달렸네요. 미안합니다.
댓글에 답글 안 달면 저는 미안하더라고요..
고의는 아니니 그려려니 하십시오.



영진공 가면 고전 영화 많이 상영합니다.
무료이니 맘껏 감상하셔도 됩니다..

yamoo 2016-08-2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루니에의 해석이 신선하네요..ㅎ
곰발 님의 <캐스트 어웨이> 해석도 재밌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곰발 님은 영화 평론 마을에서 활동하셔야 할 듯...사람들이 이동진 이동진 하는데, 그걸 이해할 수 없어 하는 1인..전 박평식과 더불어 곰발 님 영화평이 짱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근데, 곰발 님 기고하는 곳이 영화 잡지 일거라는 추정을 해봅니다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8 11:14   좋아요 0 | URL
거봉 박평식과 저를 동급으로 취급해 주시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저도 이동진에 대해서는 공감이 잘 안 갑니다. 영상을 지나치게 활자화해서
해석한다고나 할까요. 후후..
 
[블루레이]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멜라니 로랑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우  리  말   나  들  이 :

 

 

점령어 울렁증



 

 
 

                                               

 

 

                                                                                               외국어(공부)를 제일 못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 아닐까 ?  미국인은 굳이 외국어를 배워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세계 어느 곳을 가나 영어는 통하니까. 오히려 외국인들이 영어를 하지 못해 안달이다. 역설적이지만 외국어를 잘하는 미국인은 드물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 바스터즈,2009 >> 라는 영화에서 이중첩자로 나오는 독일인 브리지트 본 하머스마크( 다이안 크루거 분 )는 작전을 함께 수행해야 할 미군 중위인 엘도 레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 당신네 미국인은 영어 말고 할 줄 아는 말이 없군요 ? "  외국어를 하나도 모르는 브래드 피트를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심지어 그는 모국어인 영어도 엉터리다. 그는 영어 억양이 이상할 뿐만 아니라 구사하는 영어 문장도 형편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신네 미국인은 영어 말고는 할 줄 아는 말이 하나도 없군요 _ 라는 말을 영어로 한다는 점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미국인은 영어 말고 할 줄 아는 말이 없어도 불편한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외국어 하나 정도는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마저도 영어로 해야 되는 사실, 그것이 바로 알파벳의 힘이다. 이 영화는 살점이 튀기고 피가 난자한 폭력 영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언어가 갖는 권위에 대한 영화'다. 그 유명한 술집 장면을 떠올려 보자. 아치 히콕스 ( 마이클 파스빈더 분 )  일당이 이중첩자인 하머스마크와 접선을 하기 위해 독일군으로 위장을 한 채 지하 술집에 모이는데 공교롭게도 그 자리에서 진짜 독일 군인과 만난다. 마이클 파스빈더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시바, 니미 조또 ! 아니면 아, 재수 옴 붙었네. 둘 다 영어로 번역하자면 오 마이 갓'이다.

영어 말고는 할 줄 아는 말이 없는 미국인(파스빈더는 영국인으로 나오는데 그는 극중에서 전직 영화평론가다.)은 모국어를 숨기고 독일어로 독일 병사와 < 우리말 나들이 대결 > 을 펼친다. 아, 하세요. 아 !   오, 하세요. 오 !   여기서 발생되는 입말의 설전이 장관이다. 아치 히콕스는 최대한 영국식 억양을 숨기고 독일어에 가까운 원어민 발음에 신경을 쓰지만 뭔가 낌새를 차린 독일 군인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로버트 할리가 그 아무리 능청스럽게 부산 사투리로 한 뚝배기 하실래예 _ 라고 구수하게 내뱉는다고 해도 어색한 것과 어색한 것이니깐 말이다. 긴장, 긴장, 긴장의 연속. 간장을 녹이는 타란티노의 솜씨가 가히 끝장.

언어가 서로 달라서 오는 긴장감을 탁월하게 묘사한 영화는 존 스터지스 감독이 1963년에 연출한 << 대탈주, 1963 >> 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게슈타포가 독일인으로 위장한 탈주범을 심문하는 과정일 것이다. 아, 하세요. 아 !     오, 하세요. 오 !   독일어로 우리말나들이 심사에 통과하자 긴장했던 열국 출신 탈주범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모든 심문 절차가 끝난 것이다. 게슈타포가 웃으면서 영어로 작별 인사를 한다.  " 굿럭 ! "  그러자 방심한 영국 병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답한다. " 탱큐 ! "   그는 < 당케 > 라고 말해야 할 자리에 < 탱큐 > 라고 말하는 바람에 잡힌다.

<< 바스터즈 >> 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아치 히콕스 일행은 독일 군인의 구두 심사인 우리말 나들이를 무사히 통과하지만 비언어적 의사소통 행위 가운데 하나인 손짓에서 그만 발각되고 만다. 파스빈더는 손가락으로 셋을 뜻하는 손짓이 독일식과 영국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 바람에 신분이 탄로가 나고 만다. 아따, 그 손가락은 독일식이 아니여. 이런 언어적 차이는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영화평론가들이 하나같이 이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은 미스테리'다. 이 영화의 시작도 모국어가 서로 다른, 그래서 의사소통에 따른 불이익을 다룬 장면으로 시작한다.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  프랑스 내에 유태인을 착출하는 임무를 가진 유태인 사냥꾼인 한스 란다 대령( 크리스토프 발츠 분 )은 어느 프랑스 농가를 수색하게 된다. 독일인인 그는 프랑스어로 프랑스 농부에게 집안을 수색하겠다며 말을 걸지만 프랑스어라는 외국어의 한계를 느끼고 영어로 대화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트릭이었다. 그는 독일어는 물론이고 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영어로 프랑스 농부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유대인이 숨은 곳을 말하라고 협박한다.  숨어 있던 유태인은 영어를 몰랐기에 농부의 배신 또한 알지 못한다.

이처럼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이익은 브레드 피트가 어설픈 이태리어로 독일군을 속이는 장면에서도 재현된다. 내가 씨네21 소속 영화평론가여서 20자평을 써야 한다면 이렇게 쓸 것이다. " 전쟁을 대비해 외국어 하나 정도는 배우자 ! " 라거나 " 외국어 못하면 피똥 싼다 ! " 정도가 되지 않을까.  내가 만약에 외국어 학원 원장이라면 예비 수강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에서 이 영화를 틀어주면서 외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다. 보셨죠, 글로벌한 시대에 외국어 모르면 좆돼는 겁니다.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에서 제국의 언어는 항상 식민지의 언어보다 우위를 점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다.

영어는 한국어보다 우위에 있다.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영어로 쏼라쏼라 하는 사람이 더 지식인답고 교양 있어 보이니깐 말이다. 하여튼 영화 << 바스터즈 >> 는 서로 다른 언어가 대응했을 때 오는 의사 전달의 실패를 다룬다. 그리고 또 하나, 점령군의 언어가 권력의 우위를 점한다. 마이클 파스빈더와 브래드 피트는 독일어 때문에 쩔쩔맨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사용하는 언어는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다르다는 점에서 그녀가 사용하는 언어는 점령군의 언어'다. 그녀의 말은 항상 우위를 점한다. 그 점은 그녀가 대한민국을 자신이 점령한 식민지로 인식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지금 우리가 모시고 있는 분은 제국의 공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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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2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가 이렇게도 해석되는 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4 09:39   좋아요 1 | URL
네에, 저는 두 언어의 대립으로 이 영화를 해석했습니다. 이 영화 보고 외국어 학원 하나 끊을 생각입니다. 에스파냐어가 땡기더군요...

겨울호랑이 2016-08-24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군대병과 배치받을 때 생각이 나네요.. 특전사 2순위가 외국어 전공 학과였어요.. 이유를 알고 보니 낙하산타고 멀리 날아가면 외국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라던가..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ㅋ 곰곰생각하는발님 좋은 하루 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4 10:01   좋아요 1 | URL
ㅎㅎ 썰렁한 농담이군요... 전 짜꾸 겨호 님을 여성으로 이해해서 순간 여군 나왔나 했습니다..ㅎㅎㅎ
오늘도 날이 살인 날씨네요. 아침부터 이런 날씨라니...

겨울호랑이 2016-08-2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덥네요. 그래도 내일 비가 오면 더위도 가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님,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4 10:29   좋아요 1 | URL
네에, 겨울호랑이 님도 하루 빠리 겨울이 와 본격적인 활동을 하시기 바랍니다..

peepingtom 2016-08-2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놀했네요. 이 영화를 외국어영역으로 이해하시다니 ^^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4 10:30   좋아요 0 | URL
타란타노 보면 천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튼 이 양반은 저수지의 개들에서부터 시작해서
언어 유희의 끝장을 보여주는 감독입니다. 한동안 타란티노 영화에 실망했는데
이 영화가 다시 나를 애정으로 이끄네요..

고양이라디오 2016-08-24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해석 잘 읽었습니다ㅎㅎ 참고로 저는 제국어에 점령당하지 않았습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4 13:47   좋아요 0 | URL
다행입니다. 제국어에 점령당하는 순간 혀가 꼬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