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으면 그만이다 :
그가 청와대에서
과시적 소비와 만났을 때
양에 방점을 찍으면 질이 떨어지고 질에 방점을 찍으면 양이 적기 마련인데, 모 이웃은 질 좋은 정보를 다량으로 생산한다. 그는 질 좋은 문화라면 일단 덥썩 물고 보는 베쓰 같다. 본받을 만한 욕심이다.
그는 << 지첵의 기묘한 이데올로기 강의 >> 를 언급하면서 지첵이 영화 << 타이타닉 >> 에 붙인 코멘트를 소개한다. " 케이트 윈슬렛은 상류층 여자로 정신적으로 고민과 혼동 속에 있고, 그녀의 자아는 파편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기능은 그녀의 자아 재구성을 돕는 것입니다. 그녀의 자아 이미지를 말 그대로, 그가 종이에 그립니다. 이건 가장 인기 있던 옛 제국주의자 신화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상류층 사람들이 활력을 잃어버렸을 때, 그들은 하류층과 접촉할 필요가 있다고 여깁니다. 기본적으로 기들에게서 삶의 에너지를 빠는 흡혈귀 식으로 무자비하게 착취하여 활기를 되찾아, 그들의 고립된 상류층 생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
그러니까 3등실로 대표되는 하류층(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은 1등실로 대표되는 상류층(케이트 윈슬렛)의 권태와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지첵이 " 가장 인기 있던 옛 제국주의자 신화 가운데 하나 " 라고 지적한 하류층과의 접촉 행위'는 게리 마샬 감독이 연출한 << 귀여운 여인 >> 에서도 재현된다. 그들은 성별이 바뀌었을 뿐 작동하는 이데올로기는 동일하다. 남자 케이트 윈슬렛인 리처드 기어는 상류층 남자로 정신적으로 고민과 혼동 속에 있고, 그를 돕는 것은 여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인 줄리아 로버츠'다. 그녀는 상류층 사람들이 활력을 잃어버렸을 때 소비되는 박카스요, 비타500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 러브 트러블 > 을 다루는 영화가 아니라 < 계급 트러블 > 을 다루는 영화'다.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도 이 영화를 " 과시적인 소비와 마주쳤을 때 어떻게 '똑바로'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함을 보여주는 " 영화라고 지적한다.
영화의 진짜 초점은 섹스도, 돈도 아니라 사실은 비비안이 거리에서 일하다가 에드워드의 호텔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경외심과 계급적 불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관객도 공유하게 되는 감정인데 우리는 그녀가 호텔 로비에 들어설 때 " 와우 " 하고 놀라게 되고 에드워드의 펜트하우스의 스위트 룸에 가면 더 이상 말을 못할 정도가 된다. 샴페인을 딸기와 함께 먹고, 로데오 드라이브의 가게 간판과 윈도의 디스플레이, 고급 레스토랑, 거기다 개인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로 오페라를 보러가는 것 등은 너무도 대단한 체험이어서 우리는 혹시 이러한 성스러운 특권에 대해 뭔가 " 잘못 행동하는 것 " 은 아닐까 하고 불안해 할 정도이다. 실제로 이러한 경우에 비비안이 잘못 행동하는 것이 영화에서 웃음을 끌어내고 있다. 딸기를 먹지도 않고 샴페인을 한 번에 들이켜 버린 것, 로데오 드라이브의 고급 부티크에서 망신을 당하지만 다시 그것을 복수하는 것, 고급식당에서 포크 사용법을 몰라 사고를 일이킨 것, 오페라를 보고 나서 " 너무 재미있어서 오줌을 지릴 정도였다 " 고 한 것 등
- 에센셜 시네마 430 , < 육욕과 돈 > 프리티 우먼 中
백만장자인 리처드 기어는 가난한 여자를 데리고 상류층에서만 누릴 수 있는 문화를 선보이는데 그는 가난한 여자가 과시적 소비와 마주쳤을 때 보이는 빈티나는 실수를 보며 즐긴다. 그는 그녀에게 상류층이 지켜야 할 양식을 가르쳐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즐기는 것이다.
재벌2세와 가난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도 맥락은 동일하다. 권태와 우울에 빠진 재벌2세는 활력을 되찾기 위해 하층민 여자를 만난다. 하층민이 즐겨 먹는 곱창이 역겹기는 하지만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곱창은 상류층과 하류층을 엮는 밴드'다. 똥물이 흐르던 곱창을 먹는 재벌. 비로소 여자는 남자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상류층 남자가 하층민이 즐겨 먹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은 상층민과 하층민의 상징적 同化를 의미하니까. 아닌 게 아니라, 유력 대선 후보들이 선거 유세를 나설 때마다 시장을 찾아 하층민이 즐겨 먹는 음식을 먹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케이트 윈슬렛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통해 활력을 얻고, 리처드 기어가 창녀인 줄리아 로버츠를 통해 활력을 얻듯, 정치인은 서민 음식 코스프레를 통해 활력을 얻고자 한다. 정치가'는 위기에 빠질수록 하층민과 접촉하며 위기를 극복하려 애를 쓴다. 박근혜가 이정현을 초대해서 송로 버섯 요리를 비롯한 귀한 진미 요리를 내놓았을 때, 나는 문득 초대받은 이정현을 보면서 << 귀여운 여인 >> 에서 과시적 소비와 마주친, 상류층의 문화적 기호와 그 기호를 우아하게 소비해야 하는 양식을 몰라 쩔쩔매는 줄리아 로버츠를 떠올렸다. 스스로를 촌놈이자 머슴이라고 말하는 이정현은 남자 줄리아 로버츠다.
국회 사무직 말단으로 시작했다는 이정현은 여러모로 보나 상류층 이미지는 아니다. 그런 그가 공주의 초대를 받고 청와대에 입성했을 때 에드워드(리처드 기어 분)의 호텔에 들어섰을 때 감탄사를 내뱉았던 줄리아 로버츠를 연상하게 된다. 송로 버섯을 처음 먹어본 그는 혹시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그 실수를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공주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이상한 일이다. 공주의 인자한 얼굴을 상상할수록 자꾸 캄캄해진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녀의 인자한 얼굴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