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놈들의 위상학

 

 

                                                                                                        힘이 위치를 선정한다. 선후(先後)나 전후(前後)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선(先)과 전(前)에 위치할 확률이 매우 높다.  부모를 모부라고 하지는 않으며 부녀(父女)를 녀부(女父)라고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가부장 사회에서는 모부와 녀부는 유교적 위상에서 크게 어긋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父(男) 는 母 와 女보다 힘이 센 존재'다.  남녀라는 말도 동일한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가 나란히 배열된 단어는 항상 우선 순위에 남자를 배정한다. 앞대가리 욕심이 과한 수컷 본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물며 "  레이디 앤 잰틀맨 " 을 " 신사 숙녀 여러분 ! " 이라고 번역할 때는 할 말을 잊게 만든다. 그런데 전후 관계에서 딱 한 번, 여자가 남자를 앞지른 경우가 있다.  때려죽일 연놈들 _ 이라고 욕을 할 때에는 위치가 전복된다. 때려죽일 연놈들이라는 표현을 곧이곧대로 실천하자면 먼저 죽는 대상은 놈이 아니라 년이다.

같은 죄를 지었다 해도 먼저 죽어 마땅한 것은 년이다. 아, 이 치밀한 계략. 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정교한 계략처럼 보여서 내 눈에는 치졸한 쫄보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언어는 차별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것들이 하나 둘 쌓여서 과도한 테스토스테론 남성'을 만든다. 언어가 이 지경이라면 우리가 당연한다고 믿는 도덕적 관습에 대해서도 의심해 볼 만하다.  니체가 지적했듯이   :   도덕은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규범이 아니라 사람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규범이라 믿고 실천했을 때 이득을 보는 자'가 정교하게 다듬은 규범이다. 기득권 이익을 위해 봉사하도록 만든 것이 바로 당대의 도덕적 관습이다.

< 충효 > 는 단어 배열에서 先과 前을 차지한 세력이 자기 이익을 공고히 하기 위해 後에 위치한 것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윤리이다. 방송인 김갑수 씨가 모 팟캐스트 방송에 나와서 < 심청전 > 과 < 춘향전 > 을 비판하는 대목은 경청할 만하다. << 심청전 >> 은 14살 여자가 눈먼 아비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는 내용인데 이 희생 강요는 지나치게 폭력적이다. 아비의 시각적 쾌락을 복원하기 위해 딸이 죽어야 한다는 설정을 < 효 > 라고 선전하는 것을 보면 역겹다는 생각마저 든다.  만약에 심청이가 죽는 것이 두려워서 중국 장사꾼의 제안을 거절하고 나서 도망친다면 당신은 이것을 불효로 이해할 것인가 ?  살아보겠다고 맨발로 도망치는 열네살 아이를 ?!

수많은 아비가 보기에는 심청이는 기특한 효녀 같지만 내가 보기엔 희생을 강요하는 어르신의 파렴치한 태도로 보일 뿐이다. << 춘향전 >> 도 마찬가지다. 수청을 들 것인가 말 것인가는 춘향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이니 중헌 일이다.  수청을 거부하면 죽음을 면치 못하니 선택은 달리 없다.  변사또가 앞대가리 바짝 세우며 " 어서, 말을 하거랏 !! "  라고 말했을 때 춘향은 목숨 대신 정절을 선택한다.  이 또한 선후와 전후 관계에서 앞자리를 차지한 자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선택'이다.  똑같은 질문을 다시 던지자.  만약에 춘향이가 죽는 것이 두려워서 변사또의 제안을 수락한다면 당신은 춘향이를 서방질한 년이라고 욕할 것인가 ?

우리는 알게 모르게 " 군사부일체의 황홀한 세계 " 에 세뇌당한다.  임금과 스승과 아비 다음에 비로소 아이와 여자가 위치한다.  그 어딜 찾아봐도 약자 우선에 대한 배려는 없다.  우리는 아비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는 행위가 아비를 섬기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지키는 행위보다 도덕적으로 높은 윤리성이라고 배우고,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남자와 동침을 해야 하는 행위보다는 정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행위가 더 숭고하다고 배운다.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남성 우월 사상에 세뇌당한다.  한국 사회가 모성 사회였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 심청전 >> 이나 << 춘향전 >> 의 줄거리는 다른 이야기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남성이 먼저인 세상에서 맞아죽을 때에만 비로소 연놈으로 격상되는 이 모순된 신분 상승을 보면서 못난 남성의 불알 같은 욕망을 읽는다. 아, 오타다. " 못난 남성의 불 같은 욕망을 읽는다 " 로 수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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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8-10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익을 위해 봉사하도록 만든 것이 바로 당대의 도덕적 관습이다. 충효는 단어 배열에서 先과 前을 차지한 세력이 자기 이익을 공고히 하기 위해 後에 위치한 것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 이게 핵심이죠....공감 100개 하나라서 아쉽~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0 11:58   좋아요 2 | URL
니체의 말이기도 하죠. 정확한 워딩은 모르겠으나 도덕은 기득권의 법이다. 그렇기에 기득권이 바뀔 때마다 당대의 도덕 기준도 그에 부합하여 변한다. 뭐. 이와 비슷한 말인데.. 정확히 어디서 한 말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마립간 2016-08-10 12:31   좋아요 1 | URL
저는 `법은 기득권의 도덕이다`라는 말을 남기겠습니다.

(곰곰발 님에 이미 언급한 것이지만,) 수직적 가치관과 수평적 가치관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것이 제 독서의 목표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0 12:43   좋아요 1 | URL
동의합니다. 법은 기득권의 도덕이라믐 말에 !

stella.K 2016-08-10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우위야 성경에도 나오는 건데요 뭐.
오병이어 사건(?)도 보면 아이와 여자를 제외하고
남자만 오천 명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아이와 여자는 명 수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예수님이 대단하신 건 그분은 여자를 외면하지 않으셨다는 거죠.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건 여자지 이 여자를 상대한 놈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여섯 번 결혼한 우물가의 여인을 만나주신 것도 예수님이고,
혈루병에 걸린 여인을 고치신 분도 예수님이셨죠.
두 렙 돈의 과부의 헌금을 받으신 것도 예수님이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밖히실 때 신포도주를 헝겊에 적셔서 그의 입에
갖다 덴 사람도 여자였던가 그랬죠 아마. 아무튼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켰던 사람은 여자였습니다.
결국 기독교가 여자를 시집도 못 가게 만든 결과를 낳게한 거죠.
예수님 같은 남자면 담박에 갔을 텐데...ㅋㅋ
이건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 것 같아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0 14:02   좋아요 1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예수인데
스텔라 님의 지적한 사항과 같은 이유로
그를 좋아합니다.

예수는 최초의 페미니스트이자
혁명가였고
한국 보수 입장에서 보면
빨갱이였죠. 아주 새빨간...
그런데 한국 기독교가 보수의 판타곤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죠..

예수의 1/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만 닮아도 세계는 평화로워질 것입니다..

stella.K 2016-08-10 14:50   좋아요 1 | URL
곰발님도 할 수 있어요. 좋아하면 닮는다잖아요.
이런 글을 쓰신 것부터도 예수의 1/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를
닮는 일이어요.
아, 그렇다고 예수님처럼 독신하진 마세요.
그건 여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일 수도...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1 09:16   좋아요 1 | URL
좋아하면 닮는다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지
바탕이 괴물인 놈에게는 가능성 0%입니다.
예수만한 사내가 없죠. 가장 흥미로운 분이십니다..

yamoo 2016-08-10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놈들의 위상학이라니!!! 글이 넘 엗지있는 거 아님니꺼!!!ㅎ

윤리학의 동기화 과제에 몰빵하다보면 심청과 춘향같은 사람들을 선전하게 됩니다. 참으로 고약한 건데....이게 사회의 지배 윤리학이 변하면 새로운 옷을 입고 다시 나타나 타파하기가 좀처럼 쉬운 문제가 아닌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1 09:15   좋아요 0 | URL
엣지 있다니... 감사합니다.
자주 나타나 주시기 바랍니다. 야무 님이 좀 한가해야 알라딘이 재미있을 터인데
통 코빼기도 보여주지 않으시니 심심합니다..

그렇죠. 어차피 당대의 윤리는 당대 사회의 지배 윤리학입니다.. 옛날에는 미덕이던 것이 이제는 악덕이 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하고..

수다맨 2016-08-12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별일 없으셨습니까?
오래전에 김연수가 `남원고사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이란 단편을 쓴 적이 있습니다. 김연수의 작품을 그다지 맞갖게 여기지 않는 저로서는, 그래도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인데요. 간단히 말해서 이 소설은 김연수의 `춘향전` 다시 쓰기입니다.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정확한 기억은 아닙니다만) 춘향은 수청을 거부했다는 죄목으로 옥에 갇혀서 전임 사또의 아들인 이몽룡이 정말로 자신을 좋아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사랑이 과연 진실이었는지 끊임없이 의심을 합니다. 결국 춘향은 번민 끝에 감옥에서 자결하고, 관아로 어사가 오기는 하지만 이 사람은 (이몽룡이 아니라) 변학도의 옛 친구인 박일평이라는 사람이었지요. 변학도와 박일평은 관기(관아 기생)인 춘향의 절개와 자결을 비웃으며 풍악을 올리고 술판을 벌입니다.
개인적으로 ˝춘향전˝, ˝심청전˝의 골개는 충효를 앞세운 `여성 멸시` 서사라고 생각합니다. 이 둘을 고전 소설로 분류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옛날 작품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춘향과 심청을 내면이 없는 인간으로 그려서가 아닐까 싶어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둘은 가부장제 사회의 대의인 충효를 구현해야 하는, 바로 그 때문에 인격과 내면을 전략적으로 거세당한 인형에 불과해 보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3 10:51   좋아요 0 | URL
남원고사`에 대한 이야기 읽었씁니다. 개인적으로 김연수 작품 중에 제일 조항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수다맨 님 한말씀한말씀이 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대목입니다.


제가 봐도 춘향과 심청은 영혼 없는, 남성 판타지에 충실하기 위해 속을 다 비운 평면적인 캐릭터라고
생각됩니다. 당시 관기는 국가 소속인 기생인데 기생의 자식도 결국은 관기로 소속된다고 하더군요..
그런 비극적 상황은 생략한 채 춘향의 일편단심만 부각하는 것은 좀 비겁하다고나 할까요.
문제의식을 가졌다면 관기의 모순을 지적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없으니 말입니다..

날 쌀쌀해지면... 아시죠 ?

samadhi(眞我) 2016-08-1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오타는 키득. 이예요. 다분히 의도한 듯한 오타 ㅎㅎ
곰발님 같은 생각을 하는 남성이 주류가 되는 세상이면 이 나라 약자(?)들도 살 만할 텐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3 10:53   좋아요 0 | URL
오타는 저의 전략적 행위입니다.. 프로이트적이라고나 할까요..
하여튼.. 여성이 주류인 세상이 와서 남성들 좀 쪼그라들었으면 하네요..
5000년간 군림했으면 이젠 100년 정도는 넘겨줘도 그리 억울할 것도 없어야 하거늘..

samadhi(眞我) 2016-08-13 11:40   좋아요 0 | URL
저도 의도적으로 오타를 자주 쓰는 편이긴 한데 울 남편과 둘이서만 유행어처럼 쓰면서 쓸 때마다 둘이 키득거리지요.
곰발님 생각 정말 훌륭합니다. 늘 주도하려면 피곤하기도 할 텐데 간 큰 남자 어쩌고...
놔 버리면 편안해지는 것을.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3 12:42   좋아요 0 | URL
욕심이죠. 욕심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주류가 되다보니 관성에 젖은 것일지도..
 

 

 

 

 


 

                                           


내가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이유 :




 



서프러제트, 메갈리아 그리고 토끼





 

                                                                                                     마틴 루터 킹은 비폭력 흑인 인권 운동가였고 말콤 엑스는 과격 시위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대부분은 말콤 엑스의 폭력을 비판하면서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을 지지한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될 점은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은 말콤 엑스의 폭력 때문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는 점이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서프러지스트(suffragist)와 서프러제트(suffragette)의 관계와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서프러지스트는 1860년대부터 시작된 여성 참정권 운동을 지지한 사람을 지시하는 단어이고, 서프러제트는 1910년대 평화적 저항에서 무력 저항으로 노선을 바꾼 세력을 지시하는 단어이다. 서프러제트는 서프러지스트와는 달리 조직적으로 무력 시위에 가담했다. 평소 서프러지스트의 평화적 저항에 대해 초지일관 무관심(무려 50년 동안이나 !)으로 대응했던 남성들은 서프러제트의 과격 시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남성들이 서프러지스트를 서프러제트라고 비틀어버린 데에는 조롱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작은 것'을 의미하는 어미(-ette)를 붙임으로써 그들을 쫄보, 변종, 듣보잡 , 따까리 따위로 비하했던 것이다. 남성들은 폭력은 옳지 않다면서 서프러제트는 서프러지스트의 평화적 저항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러니한 지점이다.  남성들은 서프러제트에 대항하기 위해 서프러지스트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프러지스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던 그들은 서프러제트가 출몰하자 비로소 서프러지스트의 말에 귀를 기울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똥 묻은 개보다는 겨 묻은 개가 낫다. 결국 서프러지스트의 요구는 수용되었다. 한국 남성들이 메갈리아를 비판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그 옛날 미국 남성이 내세운 논리와 비슷하다.

"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하지만 메갈리아는 지지하지 않는다 " 는 말은 " 과격한 서프러제트는 평화적인 서프러지스트에게서 배워야 한다 " 는 말과 맥락이 유사하다. 평소 페미니스트에 대해 " 이빨 좆도 쎄에에엔 여자 " 라고 비판하던 그들이 어느새 페미니즘을 지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종합하면 마틴 루터 킹, 서프러지스트의 성공은 역설적이지만 정반대에 위치한 말콤 엑스와 서프러제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메갈리아를 지지한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우파는 여자가 예쁘기만 하면 되지만 좌파는 여자가 예쁘면서 똑똑해야 한다. " 좌파의 모순을 예리하게 지적한 대목이다.


 

남자 A와 여자 B가 모 사이트에서 논쟁을 펼치다가 여자 B가 탈퇴한 사건이 있었다. 발단은 남자 A가 여자 B 를 가리키며 다른 이웃들에게 이런 댓글을 남기는 데서 시작되었다. " 저 여자, 귀엽지 않나요 ? " 여자 B는 남자 A의 말이 굉장히 불쾌했던 모양이다. 항의를 하자 남자 A는 여자가 화를 내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황당하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사과 대신 사사건건 지나치게 예민하게 구는 여성 캐릭터로 몰기 시작했다. " 귀엽다고 하면 듣기 좋은 말 아닌가요 ? "   하지만 나는 여자 B의 항의를 100% 이해했다. " 귀엽다 " 라는 말은 위계가 성립될 때 발생하는 표현이다. 군대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귀엽다는 표현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귀엽다고 말했다가는 군기 문란으로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사항이다.  박근혜가 이정현에게 귀엽다고 말할 수는 있으나 이정현이 박근혜에게 귀엽다고 말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 귀엽다 > 에서 귀여운 대상은 반드시 " 덜 성숙한 단계 " 에 포섭되어야지 성립된다. 어른보다는 아이가 귀여운 법이고, 개보다는 강아지가 더 귀여운 대상이다. 남자 A 1)가 여자 B에게 귀엽다고 말했을 때, 남자 A는 여자 B를 자신보다 덜 성숙한 대상으로 인식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여자 앞에서 건방을 떤 것이다. 영화 << 주토피아 >> 에서도 이와 똑같은 설정이 나온다. 경찰서에서 육식동물인 치타가 초식동물인 토끼에게 귀엽다고 말하자

 

토끼가 말한다. " 토끼끼리 서로 귀엽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동물이 나에게 귀엽다고 말하는 것은 불쾌해요. "  치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과를 한다. 치타가 남자 A보다 인성이 뛰어난 경우다 ■ 

 

 

 

 

 

                                           

 

1)  반성은 없고 오히려 그를 악플러로 규정한다. 어이가 없는 대목이다. 그가 남긴 댓글은 다음과 같다  :  음... 제가 겪은 ***** 님은 아주 집요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다독이기 위해 남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스타일이죠.  각설하고, 짧게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절대로 주춤하지 마시고, 대응을 차분히 잘하십시오! 이번 경우, **** 님의 댓글의 형식은 사납고 기도 안 차는 것이었지만..... 악플러로부터 자유로워지시길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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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0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토피아에서 토끼에게 귀엽다고 말한 짐승이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기린이었나, 치타였나 ? 아시는 분 지적 좀 해주십시오..

다락방 2016-08-09 13:25   좋아요 0 | URL
치타 입니다. 근데 이 동물이 치타가 맞는지 모르겠어요. 경찰서에서 안내데스크 맡고 있는 동물이거든요. 도넛 귀신. 호랑이는 아닌 것 같으니 치타..가 맞겠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9 13:2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치타네요.. 도넛 먹는 친구는 치타입니다. 방금 자료 찾아보니 치타네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6-08-0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은 정말 동감가네요. 메갈리아의 극단적은 표현에 눈쌀 찌푸려질 때도 있긴하지만 그들이 안 그랬으면 주목받기도 힘들었다고 느낍니다. 페미니즘도 일부 페미니스트를 자청하는 남자분들의 입맛에 맞아야 지지를 받는다는 걸 깨달은 요즘이었거든요.
예전에 곽정은 씨가 택시운전사한테 `예쁜 공주`라는 소리를 듣고 기분 나쁘다는 트위터를 올렸다가 남자들은 물론 많은 여자들한테도 관종이니 인생 피곤하게 사느니.. 욕 들었을 때 무지 씁쓸했었거든요. 귀엽다는 얘기 나와서 말인데 저도 운전학원갈 때 운전기사한테 요즘 애들은 귀여운 강아지같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 무진장 불쾌했어요.
이런 불편함을 알리 없는 남자들도 요즘은 여자들 얘기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게 (과연..?) 메갈리아의 공헌이겠네요. 좌파의 모순을 지적한 문장도 정말 와닿아요.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9 15:41   좋아요 0 | URL
저도 곽정은 사태 때 보인 반응을 보면서 진짜 의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쁜 공주라는 말을 들으면 기뻐해야 하나 ??!

하여튼.. 이번 일을 계기로 평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2016-08-09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0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0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0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8-10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은 걸 배워갑니다. 메갈리아가 뭔지 이제 알았네요. 여성혐오니 남성혐오니 왜 이렇게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걸까요? 묵혀두었던 고름이 나오는 걸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1 09:18   좋아요 0 | URL
메갈리아의 패악이 좀 과장된 면이 있씁니다. 전체에서 일부의 부작용을 지나치게 확대한다고나 할까요. 양 극단이 서로 혐오를 내뱉으로 문제이긴 문제입니다..

samadhi(眞我) 2016-08-12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여성이고 곰발님의 생각엔 공감하지만 메갈리아는 지지하지 않아요. 일베는 사람도 아닌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메갈리아가 더 낫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비폭력보다 폭력혁명(?)을 더 지지하지만요. 이를테면, 의열단의 폭력투쟁이 옳다고 믿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3 10:46   좋아요 0 | URL
메갈리아 문제에 대해서는 각자 호불호가 갈리는군요.
그래도 만애비 님이나 진아 님이도 기본 베이스는 약자에 대한 지지이니 접근하는 스타일이 다를 뿐
목적은 서로 비슷한 족속이라 생각합니다. 전 족속이라는 단어가 좋더라고요...
뭔가 좀더 끈끈하다고나 할까요..

2016-10-21 0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1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임모르텔 2017-10-2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봐야겠군요!
 

 

 

 

 

 

 

 

 

 

 

 

 


 

 

 

                       

거기 누구 없소  :



갑동이, 거기 없는 남자






















                                                                                                   아토피라는 피부병 때문에 알려진 아토피아(atopia)는 그리스어로 " 이상한... " , " 기묘한... " , " 원인을 알 수 없는... " 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a - > 가 부정과 결여를 뜻하는 접두사이고 < topia > 가 장소를 뜻하는 단어이기에 비장소성 혹은 탈장소'라고 번역되지만 매끄러운 조합은 아닌 것 같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소크라테스를 아토포스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토피아가 아토포스의 명사형이니 같은 뜻이라고 하면 그들이 보기에 소크라테스는 이상하고, 기묘하며, 수수께끼 같은 남자였던 모양이다. 비장소성'이라는 딱딱한 번역투를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 지금 여기 없는 " 이다. < 지금 여기 없다 > 는 것은 < 현장 부재 증명 > 과 같은 뜻이다. 우리가 범죄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알리바이의 뜻이 현장 부재 증명이라는 의미'다. 라틴어 alius(다른) 과 ibi(거기)가 결합한 구조로 아토포스와 알리바이는 서로 연관이 깊다. 형사가 용의자에게 요구하는 알리바이는 곧 타소 증명인 것이다.

현장 부재 증명은 타소 존재 증명이니까. 드라마 << 갑동이 >> 에서는 오래 전 화성 연쇄 살인범을 신이자 영웅으로 생각하는 백만장자 사이코패스(이준 분)가 주인공인데 그가 신이자 영웅으로 생각하는 화성 연쇄 살인범은 아토포스'다. 지금 여기 없다는 것은 비가시성을 전제로 한다. 여기 없으니 그를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백만장자 사이코패스에게 화성 연쇄 살인범의 원형은 이상하며, 기묘하고, 알 수 없는 존재이면서 신비한 존재'다. 신은 스스로 보이지 않는 존재이자 우리가 볼 수 없는 존재다.

신이란 항상 여기(가시성)가 아닌 저기(비가시성)의 세계에 존재하기에 알리바이가 없는 자'다. 그렇기에 신은 이상하며, 기묘하고, 알 수 없으며, 신비한 존재'다. 드라마에서 백만장자 사이코패스가 갑동이를 신이자 영웅이라고 고백했을 때, 나는 진심으로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내게도 갑동이는 신이었다. 드라마가 훌륭하다는 말은 아니다. 드라마는 13회를 기점으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몰락한다. 추리 소설은 나는 여기(사건 현장)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용의자와 너는 여기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탐정(or 형사)이 겨루는 장르다.

살인범은 여기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거짓(말)을 꾸미고 탐정은 사건 당시 여기에서 벗어난 거기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폭로하는 사람이다. < 여기와 거기 > 의 충돌이 추리소설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인 셈이다. 롤랑 바르트는 사랑하는 대상이야말로 아토포스라고 말했는데 곰곰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사랑은 장소애'에 다름 아니다. 사랑을 추억한다는 것은 그와 함께 했던 장소를 추억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이별 후에 홀로 다시 찾은 그 카페에서 우리가 목격하게 되는 것은 " 사랑하는 그가 지금은 여기 없음 " 이다. 백만장자 사이코패스가 숭배하는 대상과 롤랑 바르트가 사랑하는 대상은 모두 아토포스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나는 종종 술에 취하면 혜어진 여자와 자주 갔던 혜화동에 있는 << 도어즈 >> 라는 술집을 찾는다. 예고 없이 자주 문을 닫는 곳이어서 늦은 밤, 그곳을 찾는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인 셈이다. 몇 번은 성공했고, 몇 번은 실패했다. 병맥주와 강냉이를 파는 소박한 술집이다. 갈 때마다, 나는 느낀다. 사랑하는 그녀가 지금 여기에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여기에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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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08-0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동이를 안 봐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욤^^;;

그나저나 아토피가 저런 의미였다니, 재밌네요..ㅎㅎ

항상 시간과 장소는 쌍으로 다니죠. 그래서 이런 걸 파괴하는 조어가 새롭고 먼가 있는 거 같습니다. ㅎ `지금 거기에 있는 나` 라는 타이틀의 작품이 있습니다. `지금` `여기`가 아니라 `거기`에 있답니다. 타이틀에 혹해 보았는데, 평타 이상은 하더군요. 타이틀 하나는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아, 덥네요. 디질거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8 15:03   좋아요 0 | URL
낮에 더운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밤에 잠이나 잘 정도의 더위였으면 좋겠으나
더럽게 덥군요. 요즘 거의 잠을 못자고 있습니다..

유명한 멜로 영화나 로코 영화 보면 장소가 중요하게 등장하지 않습니까.
로마의 휴일도 그렇고 티파니에서의 아침을도 그렇고..

나와같다면 2016-08-08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u toppos
아무곳에도 없는 당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8 16:11   좋아요 0 | URL
참.. 신기하죠. 이상적인 존재는 다 없다는 것.
유토피아도 결국은 아토피아죠...

stella.K 2016-08-08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지금 라디오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양준모의 `내 영혼 바람되어`가 끝났는데 왠지
곰발님 오늘 글과 묘한 배치가 되는 것 같아서요...
기회되시면 함 들어보세요. 좀 슬퍼요.
예전에 세월호 참사 때 이 노래 많이 나왔었는데...ㅠㅋ .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9 10:08   좋아요 0 | URL
들었씁니다. 가사가 정말 오묘하군요.

이 가사가 911 때 추모 글이었다고 하네요. 찾아보니...
거기에 한국인이 곡을 붙였고...

그런 사연이 있는 노래군요...

임모르텔 2017-10-25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토피를 한때 앓았는데 ,, 피가 탁해지면 그렇더군요. 폐가 나빠져서 ,,,
제가 다 완치 시켰죠.. 6개월간 사혈침으로 피를 빼서! ^^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5 12:44   좋아요 0 | URL
올빼미 님은 동양의 고수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

임모르텔 2017-10-25 19:57   좋아요 0 | URL
ㅋ..;; 호기심이 많아서 , 탈많은 제 심신을 가지고 많이 실험해봐서 어쩌다가 노하우가 생겼어요.
아토피는 사실 ‘폐병‘이거든요. 피부병이 아니구요. 그리고 참 ,, 닉네임이 인디언이름같아서 좋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0-26 10:55   좋아요 0 | URL
오 마자요. 제 닉네임은 인디언식 작명 흉내 냈습니다..

그나저나 아토피가 폐와 관련이 있군요. 몰랐습니다...
 

 

 

 

 

 

 

 

 

 

 

 

 

 

 

 

 

 

 




                       

 

건 강 한  고 립  :

 

 

 

 

생 강

 




 


 



                                                                                                    날이 너무 더워서 시원한 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려고 주변을 정리하다가 설핏 이웃 글을 읽게 되었다. 읽을 생각은 없었다. 노트북 전원을 끄기 전에 잠시 훑어보고는 카페 가서 읽어야 겠다는 마음이었다. 꽤 긴 글이었기에 한두 줄 읽다가 내릴 계획이었으나 그만 앉은 자리에서 땀 뻘뻘 흘리며 읽어 내려갔다. 교양을 뽐내려는 것도 아니고 누구를 설득하기 위한 글도 아닌, 담담한 고백이었는데 울림이 컸다. 생강처럼 아렸다. 내가 이런 글을 써본 지가........  아니, 없는 것 같다. 문득, 내가 < 생강 > 이란 단어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늘이나 생강이나 마찬가지이나 생강은 보다 특별하다.

독(毒)이 있는 것을 사랑했다. 내가 짝사랑했던 대상은 모두 독을 품은 것이었다. 독거미나 독사를 볼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현혹되었다. 사람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행위가 사랑이라고 말했지만 내 눈에는 상처를 주는 대상이야말로 사랑하는 존재였다. 생강에는 그런 맛이 있다. 그것은 독의 맛이다. 씹으면 통증과 마비를 일으킨다. 어느 것은 꿀과 즙으로 대상을 유혹하지만 생강은 그 어느 누구도 유혹하지 않는다. 아픈 것투성이'다. 김신용, 이연주 그리고 최승자의 시가 그렇다.



Y를 위하여

 

 

너는 날 버렸지,

이젠 헤어지자고

너는 날 버렸지,

산 속에서 바닷가에서

나는 날 버렸지.

 

수술대 위에 다리를 벌리고 누웠을 때

시멘트 지붕을 뚫고 하늘이 보이고

날아가는 새들의 폐벽에 가득한 공기도 보였어.

 

하나 둘 셋 넷 다섯도 못 넘기고

지붕도 하늘도 새도 보이잖고

그러나 난 죽으면서 보았어.

나와 내 아이가 이 도시의 시궁창 속으로 시궁창 속으로

세월의 자궁 속으로 한없이 흘러들어가던 것을.

그때부터야.

나는 이 지상에 한 무덤으로 누워 하늘을 바라고

나의 아이는 하늘을 날아다닌다.

올챙이꼬리 같은 지느러미를 달고,

나쁜 몸, 널 죽여 버리고 말 거야

널 내 속에서 다시 낳고야 말 거야

내 아이는 드센 바람에 불려 지상에 떨어지면

내 무덤 속에서 몇 달간 따스하게 지내다

또다시 떠나가지 저 차가운 하늘 바다로,

올챙이꼬리 같은 지느러미를 달고.

오 개새끼

못 잊어!

 

(즐거운 일기, 문학과지성사, 1984)

 


최승자의 위악(僞惡)을 볼 때마다 자신의 온몸을 통증으로 감싼 생강이 생각난다. 생강은 전체가 고름이 흐르는 종양'이다. 그가 << y를 위하여 >> 라는 시에서 " 오 개새끼 / 못 잊어 ! " 라고 말할 때 아름다운 꽃과 향기로운 즙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과는 다른, 가시와 독으로 얽힌 세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최승자는 살기 위해서 스스로 독을 생성한다. 너가 나를 버릴 때 오는 통증을 견디기 위해 시인은 내가 나를 버린다( 너는 날 버렸지, / 이젠 헤어지자고 / 너는 날 버렸지, / 산 속에서 바닷가에서 / 나는 날 버렸지 ). 썩지 않기 위해 먼저 부패하는 녹슨 철근처럼 통증을 잊기 위해 통증으로 대응한다. 이 자학은 학대라기보다는 생존에 가깝다.

문장이란 참......          신기하다.  한갓, 글자를 배열하고 조합한 것에 불과할 뿐인데 이 순열(殉烈)에서 온갖 번뇌와 희노애락을 느끼게 되다니. 어떤 조합은 탐미적 문장을 생산하고 어떤 조합은 통증의 문장을 만들어 낸다. 장 그르니에가 전자에 속한다면 다자이 오사무는 후자에 속할 것이다. 김현은 << 행복한 책읽기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그것을 그르니에의 에세를 읽다가 다시 읽게 되었다. 그의 글을 왜 좋아하는 척하는 것일까 ?  깊이도 고통도 없는 글들을 ( 행복한 책읽기, 1988. 2.20 ) "  생강 같은 글이 좋다. 생강은 다짐한다. 내 몸 전체가 거대한 종양덩어리로 퍼져나간다 해도 들짐승에게는 결코 먹히지는 않겠다는 고집.  최승자 시인을 비유의 방식으로 호명하자면 그녀(의 시)는 < 생강 > 이다.

 

비단 독하다는 의미에서 고른 어휘는 아니다. 생강은 한센병 환자의 그것처럼,  종양은 자가 증식한다. 생강은 나비나 벌에 의지하지 않으며 달콤한 즙을 즐기는 들짐승의 도움도 거절한다.  독자적인 생이다. 부정을 통해서 긍정에 다다른다는 점에서 니체의 디오니소스적 생이다. 생강은 건강한 고립을 선택한다. 최승자의 시적 화자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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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0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강의 매운 맛을 좋아합니다. 제가 몸이 냉한 체질이라서 겨울에 생강차를 많이 마셔요. 그런데 생강 사탕은 별로... 맛이 없어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7 15:11   좋아요 0 | URL
생강 좋아하신다니 생강 같은 문장도 좋아하시겠습니다ㅡ그려.. ㅎㅎ
여긴 무지 더운데 덥다 하면 대구인데 그쪽은 더 덥겠습니다 ?

cyrus 2016-08-07 15:18   좋아요 0 | URL
‘대프리카’라는 별명답게 날씨가 미쳤습니다. 마치 열대지방 날씨 같아요. 엄청 덥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 붓고, 다시 그치고, 또 더워지고... 구름이 좀 많다 싶으면 우산 챙겨서 외출해야 됩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7 15:27   좋아요 0 | URL
서울은 거리에 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설날 연휴 같은 느낌..

2016-08-07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7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6-08-07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늘 저녁 해지기 전에 대프리카 어느 뒷산에서 최승자 시인의 시집 하나 가지고 가서 읽고 내려 올께요. 생강같은 땀이 알싸하게 흘러 내릴듯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7 17:27   좋아요 0 | URL
알싸하게 흘러내리면 피부가 따가울 텐데요..ㅎㅎ

stella.K 2016-08-07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을 통해서도 글쓴 사람의 성향이나 느낌도 전달이 되잖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8 10:21   좋아요 0 | URL
오늘도 덥군요.. 이놈의 날씨는 사막 날씨보다 더 나쁜 듯.
문장을 보면 확실히 글 쓴 사람의 성격이 보이다가도
또 어느 때는 글 스타일이 그 사람 성격과는 전혀 다른 경우도 있더군요..

samadhi(眞我) 2016-08-07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 게 사랑이니까요. 바른생활 하는 사람들이 연애대상으로는 영 별로인 것과 닿을 듯해요.
얼마 전 ˝재미없는˝ 성격인 조카녀석이 도서관에서 마주치는 여자애가 자기에게 자꾸 눈빛을 보내는 것 같다고 하여 ˝절대˝착각^^이라고 해주었습니다. 게다가 미인이라고 하니 더욱 의심이 가더군요. 직접 물어보고 확실하게 아니라는 답을 들었답니다.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8 10:22   좋아요 0 | URL
원래 남성들이 착각을 자주 합니다. 여자는 거울을 보면 자학을 하고
남자는 거울을 보면 자기애에 빠지고..
가부장 문화가 만든 남자 제일주의가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들죠..

기억의집 2016-08-08 19:33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진아님 댓글 읽으니.. 울 남편이 맨날 자기 좋아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고 술 먹고 와선 술주정처럼 하는 말 생각나네요. 그러면서 저 보고 살 빼라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9 10:09   좋아요 0 | URL
남자들 레퍼토리는 늘 똑같아요. 왕년에 여자들에게 인기 없었던 인간 나와보라고 해보세요.
나 빼고 다 나올 거입니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











귄의 정체








                                                              

                                                                                                   그리스 사람들은 소크라테스를 " 아토포스 " 라고 불렀다. < a > 가 부정과 결여를 지시하는 접두사이고 < topos > 가 장소를 의미하는 그리스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토포스는 빗금 친 < 장소 > 이다.

내가 아토포스를 < 빗금 친 장소 > 라고 말하는 데에는 < 비장소성 > 이라고 번역되는 말이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가 끌어들인 개념인 " 비장소성(non-place) "과 겹치기 때문이다. 거기라는 대명사가 특정한 곳을 지시하는 지시 대명사라고 했을 때 " 아토포스로서의 소크라테스 " 를 알기 쉽게 번역하자면 " 거기에 없는 남자 " 라는 의미'이다.  장소가 고정된 로컬리티'라는 고정점(fixed point)을 감안하면 소크라테스는 출생지를 알 수 없는1 남자'이다. 또한,  알리바이'가 alius ( 다른 ) + ibi ( 거기에 ) 를 합친 것으로 " 다른 + 장소에 " 라는 뜻이기에 그는 " 지금 여기에 없는 " 존재로 현장 부재 증명에 실패한 존재'다. 그는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기에 특정 장소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존재'다. 그가 집이 아닌 거리(광장)의 철학자인 이유이다. 원더우먼도 소크라테스와 마찬가지로 아토포스이다.

 

그녀는 출생지가 없다. 그래서 옛날 드라마인 << 원더우먼 >> 주제가는 이렇게 묻는다. " 하늘에서 내려왔나, 원더우먼 ? " 이라거나 " 땅에서 솟아났나, 원더우먼 ? " 크레타 사람은 크레타 섬'이라는 로컬리티의 성격을 닮고, 사마리아인은 사마리아 지역의 성격을 닮기 마련이어서 사람들은 출생지로 그 사람의 성향을 지레짐작할 수 있는 단서로 활용하곤 했는데 소크라테스와 원더우먼에게는 그러한 향토성이 없다. 아토포스는 시각적 장소(place)가 아니라 비시각적 공간인 間 : 사이 간'과 空 : 빌 공 그리고 無 : 없을 무의 세계이다.

 

서양화는 눈에 보이는 것을 재현하고 동양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여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아토포스는 동양적 시각이다. 아토포스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딱히 설명할 수 없다. 기표는 있으나 기의는 불가능한 세계가 바로 아토포스'다. 롤랑 바르트가 << 사랑의 단상 >> 에서 아토포스를 " 내가 사랑하고, 또 나를 매혹시키는 " 존재라고 말한 이유는 보이지 않기에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대상이기에 그렇다. 하느님이야말로 완벽한 아토포스이다. 그는 비가시적 영역이며 촉각이 배제된 대상이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몸을 만진다는 것은 불경하다. 그는 보이지 않음으로써 절대미를 구현한 존재'이다.

남도 방언 중에 < 귄 > 이라는 말이 있는 모양이다. 표준 국어 사전에는 없는 단어이다. 흔히 " 잘생긴 얼굴인데 쟤는 귄이 없어 ! " 라고 쓰인다.  < 귄 > 이라는 기표의 기의를 < 귀염성 > 이라고 정의를 내리곤 하지만 귄을 표준의 세계로 확정하는 순간 더욱 불분명해지는 단어다. 귄은 귀염, 매력, 귀태, 예쁨 따위와도 일정한 거리를 둔다. 귄은 선명한 기의가 생기는 순간 기의가 불투명해지게 된다.  딱 한 가지로 정의내리는 순간 무너진다.  그런 점에서 소크라테스는 " 귄 있는 얼굴 " 이다.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추남에 가까웠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을 보면 " 생긴 건 저래도 귄 있는 얼굴 " 인 셈이다. 이렇듯 < 귄 > 는 무조건 아름다움을 찬양하지 않으며 무턱대고 추를 업신여기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미학의 민주주의적 상상인 셈이다. 귄은 한 가지로 고정된 기의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니 기표인 < 귄 > 은 존재하지만 기의는 규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소크라테스를 닮았다. 아토포스의 다른 이름은 귄'이다








​                                                      

1) 아토피아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에서 태어난 사람이지만 탈-아테네적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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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8-0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귄˝ 이 거 배웠네요..설명이 찰지게 와닿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4 12:33   좋아요 1 | URL
저도 귄이라는 정체에 대해 오지게 한수 배웠습니다..

stella.K 2016-08-04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더운 여름에도 어떻게 그렇게 글을 잘 쓰시죠?ㅋ

전 전에 곰발님 걸어 놓으신 사진 봤잖아요.
솔직히 잘 생기신 것 같진 않지만 뭔가 의미있게는 생기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몰랐는데 오늘 비로소 한 자로 설명이 가능해졌습니다.
귄! 생긴 건 그렇게 생기셨어도...ㅋㅋ 3=33=3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4 13:22   좋아요 0 | URL
귄은 극찬입니다.. 감사.
인간은 못생기더라고 의미 있게 생겨야 합니디ㅏ..


제 글은 거의 100% 저녁에 써 둔 글입니다.
저장해두었다가 아침에 옮기는 형식..

지금행복하자 2016-08-04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귄있는 사람이 되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5 13:09   좋아요 0 | URL
귄은 타고나야 합니다.. 저는 다음 생을 기대해야 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6-08-04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긘 있는 얼굴의 대표적인 예가 유해진 같은 얼굴이랄 수 있지요. 우리는(남도 사람들) 주로 긘을 ˝호감 있는˝ ˝자꾸만 눈이 가는˝ 그래서 ˝또 보고 싶은˝ 그런 느낌을 말합니다. 제겐 너무 익숙한 말을 새롭게 학습(?)하시는 분들이 반갑네요.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5 13:11   좋아요 0 | URL
자꾸 보니 정 들더군요. 처음 봤을 때는 좀 심하게 못생겼다 생각했는데

귄.. 이란는 단어가 무척 생경스럽게 독특합니디ㅏ.. 매력적인 단어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