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먹고 가지요 :

29,900원의 정치경제학





                                                                                                     유니클로 철학의 핵심은 19,900원이다. 최저가 상품인 19,900원이라는 미끼 상품은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모으고 장렬히 전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씨알 굵은 장작을 피우기 위해 잔가지가 불쏘시개로 쓰이는 이치와 같다. 원래 미끼 상품은 남는 게 없는 장사에 속하지만 소비자를 유혹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장사꾼 입장에서 보면 19,900원짜리 경제학은 극장에서 파는 영화표나 구멍가게에서 파는 담배와 비슷하다.  19,900원(짜리 유니클로),  영화표,  담배 따위는 매장에 진열된 다른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한 상품이다.  담배를 사면서 습관적으로 음료수나 껌을 사듯이 말이다. " 19,900원 " 이라는 표현이 소비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음, 이다.  " 우주 최강 최저가 " 라는 자신감과 함께 이래도 흥정할 테냐 _ 라는 볼멘소리로도 읽힌다. 푼돈 경제학이라는 점에서 19,900원과 29,900원은 같은 의미이며,  29,900원과 39,900원, 49,900원, 99,900원도 맥락은 동일한 상품이다.

- 990원으로 끝나거나 - 9900원, - 99,900원'으로 끝나는 모든 상품은 장사꾼이 소비자의 주머니 걱정을 하며 밑지지만 팔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절대 - 99,000원으로 떨어지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명품을 새롭게 정의 내리자면 가격의 끝자리가 - 9,900원 따위로 마무리되지 않는 상품을 의미한다. 명품은 - 0,000,000원의 세계이다. 잔돈으로 끝나는 가격은 명품의 품격이 아니다. 루이비통 가방 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19,999,900원이라면그 가방은 명품이 아니라는 소리이기도 하다.   - 999는 서민적인 숫자 조합이며 배열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 은하철도 999 >> 에서 9열차가 999호인 이유는 999호 열차가 서민 욕망을 드러내는 장치라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푼돈을 경멸하는 집단인 경총이 최저 시급을 놓고 100원 단위로 깎네 마네 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러니한 풍경이다.

유니클로 철학의 핵심이 19,900원이라면, 김영란법의 핵심은 29,900원이다. 공무원, 교직원, 언론인이 이 법망을 피하기 위해서는 29,900원짜리 상품을 소비해야 한다.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삼겹살 2인분에 맥주 몇 병만 시켜도 30,000원은 거뜬히 나온다며 김영란법은 책상머리에서 짜낸 엉터리'라고 연일 쏘아붙이고 있다. 당장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접대비를 30,000원에서 50,0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김영란 씨를 잘 모르는 모양이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30,000원으로 삽결살에 소주를 마실 수 있느냐가 아니다.

▶  얻어먹는 것이 일상이 된 기자가 보기에 김영란법은 해괴하다. 특히 조선일보 기자들이 보기에는 더욱 그렇다. 제목이 <<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 >> 인데 행간을 들여다보면 한숨과 비명은 모두 기자들이 내뱉은 장탄식이다. 대한민국이 접대 때문에 경제가 돌아가는 국가'라면 그런 나라는 차라리 망하는 게 낫다. 물론 김영란법으로 인해 울상을 짓는 이도 있겠지만,  그들 때문에 김영란법을 다시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면 그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꼴과 같다. 김영란법과 관련된 기사를 볼 때마다 언론의 발광과 호들갑을 목격하게 된다. 기자들의 속내를 드러낼 수는 없으니 애궂은 교사나 농어민 그리고 상인을 들먹이며 대대적으로 김영란 씨에게 십자포화를 때리는 모양새다. 적당히 해라.


29,900원의 정치경제학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접대라는 관행을 뿌리뽑자는 것이다. 접대가 업무의 연장이라면 " 낮에 커피숍에서 만나면 되는 것이지,  밤에 술 마시며 서로 도원결의하며 밤문화를 양산하느냐 ? " 는 것이 김영란 씨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인 것이다. 00,000,000의 계급을 선망한 나머지 99,999,900의 세계를 개돼지라고 해서 물의를 일으켰던 나향욱 사태'도 물밑으로 접근해서 바라보면 접대라는 관행이 만들어낸 참사'다. 이날 교육부에서 경향신문 기자 두 명을 접대하기 위해 사용된 접대비는 39만 원이다. 저녁 밥값만 1인당 8만 원짜리 요리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경향신문 기자 - 들은 정의감에 불타서 구의역 하청 노동자의 1000원짜리 컵라면을 이야기하며

정의 사회 구현을 외쳤지만 8만 원짜리 식사를 대접받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에는 둔감한 모양이다.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가 남이 하면 불륜인 셈이다. 기자는 접대(받기)의 왕이다. 접대를 받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이제는 대접(간장 종지 사건) 가지고도 딴지를 걸며 기사를 송출하는 사태도 발생하게 된다. 얻어먹는 주제에 비용이 많네 적네 라고 떠드는 것 자체가 볼썽사납다.  비용이 술 마시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면 술 대신 차를 마시면 될 것이고,  3만 원짜리 술상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각자 추렴해서 더 좋은 식당에 가면 그만이다. 얼마나 간단한가. 공짜 술은 작작 마셔라. 주당인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말이다 ■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yureka01 2016-08-03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사주는 걸 받아 먹고 살았던 권력이 연일 심술 부리더군요. 아무래도 지돈 내고 먹으려니 배아리 틀렸나? 싶었습니다. 권력의 구분은 그동안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자리냐..주는 자리냐로 나눴던가 봅니다.....ㄷ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3 09:27   좋아요 1 | URL
아니 각자 돈 내고 마시면, 청탁이 오고가는 자리의 주범인 술자리도 줄어들 테고.. 건강해지고 얼마나 좋습니까. 미친놈들 공짜술 마시면서 이 돈 가지고 누구 코에 붙이냐. 이런 소리나 하고 앉았으니.. 참..... 총체적 난국입니다.. 농어민 걱정하는 놈들이 그래 한미에프티에이 적극 지지하고 그르냐...

기억의집 2016-08-03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옳은 말씀. 우상호란 사람 이상하대요. 접대 못 받아 환장한 놈 같아요. 민주당에 쓰레기같은 것들이 이런 놈들 아닐까 싶습니다. 접대의 관행을 끊자는 건데 뭘 그리 오만원이네 십만원이네 이 지랄 거리는 건지.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3 09:54   좋아요 0 | URL
접대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영란법에서 정한 30000원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10000원으로 해야 함. 까놓고 업무로 만나더라도 각자 자기 돈 내고 먹자는 게 김영란법의 핵심이며. 자기돈 내면 접대 자리 참석하는 회수 줄어들고 그러면 술자리에서 성희롱했네마네 이런 것도 사라질 것이고. 술자리에서 오고가는 청탁 이런 것도 줄어들 것 아닙니까. 얼마나 좋은 법입니까.

우상호 저 인간 5.18 전날 광주 내려가서 룸살롱에서 술마셔서 문제가 되었던 인간 아닙니까... 싹수가 노른 거죠..

시이소오 2016-08-0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우의 한숨, ㅋ 이 거지가튼 기레기들 때문에 한숨작렬이네용.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3 09:56   좋아요 0 | URL
기자의 한숨이라고 쓰기는 거시기 하니까 한우의 한숨이라고..
아니 시발놈들.. 한우를 이렇게 공짜 좋아하는 파렴치범으로 모나요.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오늘 김영란법과 관련된 교사들의 한숨. 어쩌구 하는 기사 보며 어이가없더군요..
교사의 한숨, 한우의 한숨... 이런 제목은 전부 기자의 한숨으로 바꿔야 합니다.

시이소오 2016-08-0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란법 물고 늘어지는 것들 죄다 거지새끼죠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3 10:05   좋아요 0 | URL
거지근성이죠. 평소 자기 돈 내고 먹은 사람이라면 혼란, 당혹,패닉 따위는 없을 겁니다.
얼마나 공짜로 쳐먹었으면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울까.... 궁금합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8-03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우랑 굴비는 뭔 죄로..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3 10:25   좋아요 0 | URL
만만하잖습니까. 말을 못하니...

stella.K 2016-08-0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란법이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국가신용도도 올라갈 걸로 기대됩니다.
원래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하면 반대하는 사람 꼭 있잖아요.
김영란이란 사람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지더군요.
이것이 추진되기까지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구요.

김영란도 김영란이지만 전 필리핀 대통령도 궁금하더군요.
도대체 무슨 카리스마로 자수하는 사람이 속출하는 걸까?
이 카리스마 계속 갈 건가? 그런데 국민을 공포로 몰아가는 것도 있죠?
원래 사랑과 정의가 같이 가면 좋을 텐데 그러기는 쉽지 않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4 09:59   좋아요 0 | URL
독일에서는 수고한다고 관공서 직원에게 요구르트 하나만 줘도 뇌물죄로 걸린다고 합니다.
이 정도의 엄격함을 가지고 있어야죠.
이런 판국에 미친 새끼들이 3만 원 가지고 누구 코에 붙이냐고 그런 소리나 하고 있으니...
확실히 한국 사회는 김영란법을 두고 언론의 호들갑을 보면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언론은 미개합니다..
 
행복한 책읽기 - 김현 일기 1986~1989, 개정판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  살 아   있다 :

 

 

 

종생기(終生記)

 

 

이 글은 반드시 이 음악과 함께 들을 것

 

 

 

 

                                                                                        김현의 << 행복한 책읽기 >> 를 다시 읽었다. 다시 읽긴 했으나 오래 전에 읽은 책이어서 처음 읽은 것처럼 새롭다. 책을 읽는 내내 롤랑 바르트의 << 애도 일기 >> 가 떠올랐다.

 

롤랑 바르트는 사랑하는 마망(엄마)이 죽자 비탄에 빠져 어머니를 추억하며 메모를 남기기 시작한다. 그 텍스트가 << 애도 일기 >> 하지만 롤랑 바르트의 애도는 실패로 끝난다.  정확히 말하자면 << 우울한 일기 >> 라는 제목이 정당할 것이다. 애도란 죽은 자를 내 품에서 떠나보내는 제의'다.  죽음을 슬퍼하고 죽은 자를 추모함으로써 산 자가 죽은 자에게 도리를 지키려는 마음이 애도 행위'이다. 반면,  우울은 애도 행위'가 실패하게 될 때 발생하게 되는데,  사랑하는 이가 내 곁을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 우울한 마음 속에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있다. 롤랑 바르트는 죽은 어머니를 애도하기 위해 일기를 썼지만  결국 그는 떠난 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했다.

 

그는 식음을 전폐하고 굶어서 죽는다. 자살인 셈이다. 이 죽음은 주저흔과 흉터를 남기지 않은,  결벽에 가까운 깨끗한 자결이다. << 애도 일기 >> 가 롤랑 바르트와 어머니의 이별을 다뤘다면 << 행복한 책읽기 >> 는 김현과 문학의 결별을 다루는데,  전자가 애착 대상과의 분리'에 실패한 일기라면  후자는 죽음을 앞둔 남자가 일생을 바쳐 사랑했던 문학과 결별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 행복한 ㅡ " 이라는 표현에는 산 자(문학)보다 먼저 떠나야 하는 죽은 자(독자)의 미안함이 담겨 있어서 이 책은 예의바른 유서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는 198966일 일기에서 기형도의 누이와 몇몇 지인들과 술을 마신다.

 

그는 일기에 이렇게 쓴다. “ 그러나 어떻든 젊은 시인은 죽었고 우리는 살아 남아 그를 이야기한다. 죽음만이 어떤 사람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해도 괜찮게 만들어준다. 죽음은 모든 것을 허용한다. ” 당대의 문학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김현에게도 생존한 작가의 작품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칭찬은 하되 상찬은 아낀다. 기껏해야 “ ...... 읽을 만하다 거나 “ ....... 흥미롭다 정도가 그가 작품을 대하는 표현 수위이다. 요즘 평론가처럼  경박하게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 거나 천박하게 과연 이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 ”

따위의 수위를 넘는 표현을 볼 때마다 담백하면서도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김현의 비평이 그립다. 어쩌면 사람들이 신형철을 두고 " 제2의 김현 "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망자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싶다. 김현은 1989년 4월 9일 일기에서 장석주를 비판하는데, 그가 오래 살아서 신형철의 비평 - 들'을 읽었다면 김현이 장석주에게 했듯이 신형철에게도 똑같은 충고를 했을 것이다.    

 

 

시평은 문체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감탄보다는 미문에 더 의존하고 있다. 잘못하면 기술자가 되겠다. 조심해야 될 단계이다. 더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더 고통해야 하는데,   그의 고통은 자꾸만 제스처로 느껴진다.

 

 

내 눈에는 신형철이 즐겨 사용하는 " 몰락 - 이미지 " 가 자꾸만 고통을 과장하거나 고통을 가장한,  통각을 느낄 수 없는 제스처로만 느껴진다. 김현의 말을 빌리자면 신형철은 " 기술자 " 다.  19891212일 마지막 일기는 이렇게 끝난다.

 

 

12.12

새벽에 형광등 밑에서 거울을 본다 수척하다 나는 놀란다

얼른 침대로 되돌아와 다시 눕는다

거울 속의 얼굴이 점점 더 커진다

두 배, 세 배, 방이 얼굴로 가득하다

나갈 길이 없다

일어날 수도 없고, 누워 있을 수도 없다

결사적으로 소리지른다 겨우 깨난다

아, 살아 있다.

 

 

 

마지막 일기에서 김현은 완성된 문장에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완성된 문장에 마침표를 찍지 않은 경우는 이 책을 통틀어 처음이다. 마침표가 사라진 문장,  그러니까 끝을 유예하려는 마음은 종생(終生)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  아니면 生에 대한 의지 때문일까 ?  하지만 이 욕망도 이내 꺾인다.  주저하는 결행은 " 아, 살아 있다. " 는 문장에서 실행하게 된다.  그는 마지막 일기에서 " 살아 있다. " 고 적고는 있으나 자신이 곧 죽을 것이란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보인다왜냐하면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것은 날개가 없는 것들의 욕망이듯이 살고 싶다는 욕망은 오롯이 죽어 가는 자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날개를 가진 것은 날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지 않으며 살아 가는 자는 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살아 있다. ” 라는 표현은 죽어 가는 김현의 머뭇거리는 자기 암시이자 그가 누릴 수 없는 것에 대한 체념이다. 그러나 어떻든 젊은 김현은 죽었고 우리는 살아 남아 그를 이야기한다. 죽음만이 어떤 사람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해도 괜찮게 만들어준다. 죽음은 모든 것을 허용한다. 영생 永生을 위해 종생 終生을 기록으로 남긴 그는,  아...... 살아 있다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이소오 2016-08-0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을 읽으니 저도 김현 책을 다시 읽고 싶네요.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니. 헐~~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2 12:23   좋아요 0 | URL
다시 한 번 읽어보십시오. 요즘 저는 읽은 책을 다시 읽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새 책을 읽을 때 오는 희열보다 재독의 희열이 더 높고.. 그런 것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6-08-0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젯밤에 김현 책을 메모해두고 곧 읽어야지 했는데 마침 김현에 대한 얘길 듣네요. 곰발님이랑 뭔가가 있나봐요. ㅋ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2 12:48   좋아요 0 | URL
사실 옛날에는 안 읽은 책의 이야기가 전부여서(뭐.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의무적으로 읽었을 뿐인데 나이가 들어 다시 읽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 매의 눈, 정확한 분석. 문장의 호흡.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관찰자로서의 시선..... 다 좋습니다.

stella.K 2016-08-0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듣는 음악인데 왜 음악과 함께 읽으라고 하는 건지...?
제가 음악에 대해선 그다지 아는 바가 없어서요.
뭔가 연관성이 있는가 본데...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2 14:34   좋아요 0 | URL
어젯밥 이 음악을 들으며 이 리뷰를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뭐, 연관이 있지 않을까요 ? ㅎㅎ

음악이 좋습니다..

yureka01 2016-08-0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이 삼장 박동..즉 살아 있다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죽음은 심장이 멈춘 상태니까요...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2 14:35   좋아요 0 | URL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이 리뷰는 이 음악을 들으며 작성했습니다.
아무래도 음악의 리듬과 이 글의 리듬이 비슷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음악의 종류에 따라 글의 맛이 달라지더라고요..
 

 


                                            


외모와 신분에 대한 선입견 고찰 :




 

눈물의 결정체 






                                                                                              지난해 가을,  교육부가 후원하고 서울대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 참여한 적이 있다. 실험 제목은 << 외모와 신분에 대한 선입견 고찰 >> 이었다. 진행 방식은 간단했다.  

금수저 출신 5명과 흙수저 출신 5명을 섞은 후 출신 성분을 맞추는 실험이다. 물론 실험을 진행할 스탭은 신분을 드러내기에 좋은 값비싼 장신구나 명품 브랜드 옷 따위는 탈의한 후 동일한 옷을 입혔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은 그들의 첫인상만 보고 신분을 맞춰야 했다. 맞힌 확률은 평균 50% 안팎이었다. 파나 마나 한 파나마 모자처럼 하나 마나한 실험 결과였다. 정부로부터 용역비를 사용한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신분 차이를 드러내는 기호는 빈티나는 얼굴과 부티나는 얼굴이 아니라 몸에 두르는 장신구의 차이에 있으며, 소비 사회일수록 부유층은 중산층과의 신분 차이를 확연하게 드러낼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게 된다는, 하나 마나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나는 이 연구 결과에 즉각 반발해서 연구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 저에게도 기회를 주신다면 확률 100%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 "  연구팀은 즉각 반응했다. 실험은 서울대 사회학 심리 연구소에서 진행되었다. 나는 열 명의 스탭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 영화를 보여줬다. 예상대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기에 스탭들은 모두 눈물을 쏟았다. 잠시 후, 내가 내놓은 답안지를 보던 서울대 연구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확률 100%였다. 나는 명탐정 홈즈처럼 으스대며 말했다. " 우리는 빈티나는 얼굴과 부티나는 얼굴을 식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빈티나는 얼굴과 부티나는 얼굴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사람이 소유한 상품의 아우라로 인해 빈티나는 얼굴처럼 보이거나 부티나는 얼굴처럼 보일 뿐입니다.  여기까지는 연구팀이 내놓은 결과죠.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을 놓쳤습니다.  눈물, 그렇습니다. 바로 눈물입니다. 금수저와 흙수저는 울 때 차이를 보입니다. 믿으실지 모르시겠으나...... 그러니까, 그게......  금수저는 울 때 흑흑, 하고 울지만 흙수저는 울 때 흙흙, 하고 웁니다. 제가 실험에 앞서 신파 영화를 보여준 이유이기도 하죠.  흑이냐 흙이냐의 문제인 것이죠. 하지만 귀로 흑과 흙을 구별한다는 게 그리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눈물을 모아서 급속 냉동시킨 후 조각을 떼내 현미경으로  결정체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눈(雪)의 결정체가 모양이 다 다르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계시죠 ?  눈물에도 결정체가 있습니다.  여기 화면을 보시죠 ! "    화면에는 흙이라는 글자 하나가 모니터 전체를 꽉 채우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보이십니까 ? 흙이라는 글자처럼 보이는 것은 문자가 아니라 결정체입니다. 조직 구조인 셈이죠. 한글인 흙의 폰트 크기를 키운 게 아닙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것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흙수저의 눈물입니다. "

와와. 여기저기서 소란이 일었다. " 그렇습니다. 흙수저 세대는 흙흙, 웁니다. 여기 정부 기관에서 근무하시는 교육부 공무원도 참석하신 걸로 아는데 손 들어 보십시오. 아, 네네.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대통령은 어떤 결정체를 가지고 있을까요 ?   저는 정보원을 통해 지난 세월호 때 흘린 대통령의 눈물을 어렵사리 채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통령이 흘린 눈물의 결정체를 세계 최초, 아니 우주 최초로 공개합니다. "  모니터에는 흙 대신 듥과 닭 사이의 글자를 닮은 결정체가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를 뽐내며 빛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듥이다 닭이다 주장해서 잠시 소란이 일었다.

듥이다, 닭이다, 아니다 듥이다. 파나 마나 한 파나마 모자를 파는 상인처럼 사람들은 하나 마나 한 논쟁에 빠져서 모니터 앞으로 듥닭같이 달려들고는 서로 삿대질을 하며 싸웠다.  듥이오, 닭이오, 듥이오, 닭이오. 정부에서 파견된 고위직 공무원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공무원 1 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 듥이오,  저게 어찌 닭이란 말이오 ! "   누군가 한숨을 깊게 쉬며 말했다. " 니미. 히트다, 히트 ! "

 

 

 

 

 

 

 

                                             

 

1)                서사심연(서울대 사회학 심리 연구소) 강당에서 듥이라고 주장했던 교육부 고위 공무원은 다음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주인공이 된다.

 

 

 

골든리트리버로 6살이다. 털을 바짝 잘랐다. 이름은 봉달 씨다. 몸무게 33kg이다.  


댓글(36)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16-08-0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곰발님 입담은 쁘로빠쇼날 하십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1:45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전 외국어 표기법은 창비 스타일이 마음에 들더군요..ㅎㅎ

stella.K 2016-08-01 14:24   좋아요 0 | URL
와우, 곰발님네 개로군요.
숫컷인가 봅니다. 몸무게가 33이면 배설물도 상당하겠는데요?
저는 요크셔 숫놈을 13,년째 키우고 있는데 아직도 먹성이 좋아 배설량도 제법 많은 편이죠.
제가 이것을 주로 많이 치우는데 좀 귀찮더군요.
그것만 아니면 키울만 한데 말입니다.ㅋ
골든리트리버 종은 덩치만 좋지 순하지 않아요?
사람 못 물게 생겼음.
그래도 곰발님 말은 잘 듣나 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4:36   좋아요 0 | URL
13년이라... 이제 슬슬 걱정 되시겠씁니다.
저도 가끔 개를 보면 이별을 생각하고는 합니다.
봉달이는 좀 성격이 모나서 주인 외에는 절대 사람이 만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번에는 공원에서 술 취한 사람이 득달같이 달려와서 머리 만지려다고 손을 물었어요..ㅎㅎ

stella.K 2016-08-01 14:53   좋아요 0 | URL
그래서 죽도록 많이 사랑해 주려고 하는데
녀석이 말을 안 들어요. 매를 벌고 있지요.
뭐 그것도 녀석이 아직 건강하다는 증거겠지만.ㅋ

골든리트리버도 신경이 날카롭군요.
저는 안내견종으로 많이 쓰여서 순한 줄만 알았어요.
모르긴 해도 지난 번 공원에서 취객도 저 같은 생각으로 만지려 들었을 거예요.
조심해야겠어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5:16   좋아요 0 | URL
어릴 때 무슨 좋지 못했던 기억이 있는지..
이놈은 처음 우리집에 온 날부터 날 물었습니다. 밥 먹을 때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었더니 물더라고요. 고 쪼꼬만 놈이.... 이게 지금까지 이어진 경우입니다..

기억의집 2016-08-0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배꼽 빠지게 웃고 있음. 미치겠음.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1:44   좋아요 0 | URL
어제 잠이 안 와서 비몽사몽 간에 노트북 켜놓고 잠시 쓴 글인데
의외로 재미있나 보내요. 유머코드가 안 먹힐 줄 알았으니 웃어주니

히트다,히트..

시이소오 2016-08-0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히트다. 히트
대단하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1:43   좋아요 0 | URL
요즘제가 히트다, 히트의 묘한 라임에 빠져서요..

yureka01 2016-08-0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의 농도가 다르다는 걸 의미하네요..결국 눈물이 상징하는 공감력과 불감증의 차이.......이처럼 적중률 100%의 의미 아니겠나 싶어요..재미도 나면서 의미심장하기까지 한 글이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2:06   좋아요 1 | URL
오오. 이런 글에 과학적 분석이라니 무척 새롭습니다. ㅎㅎ
사실 전 이 글을 시라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나름 저항시입니다.

samadhi(眞我) 2016-08-0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휴가라 어제오후 늦게 계곡에 왔는데 지난주와 달리 날씨가 심하게 뜨거워 다리밑인데도 덜 시원하네요. 여긴 늘 추웠는데요. ㅎㅎ
우리언니랑 저랑 늘 귀티랑 돈티(?)를 구분하곤 했죠. 대부분 귀티가 아니라 돈티가 나는 사람들이었지요. 곰발님 연구결과와 비슷한 듯해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2:38   좋아요 0 | URL
주말만 되면 다리 밑에서 사실는, 자발적 청빈의 삶 ! 빈티인 제가 보기엔 돈티내는 부류만큼 꼴불견인 것도 따로 없죠.. 어젠 정말... 좀 고통스럽더라고요. 쮸쮸바 사러 밖에 나왔더니 거리에 아무도 없더군요.. 민방위 훈련하는 줄 알았씁니다..

samadhi(眞我) 2016-08-01 12:40   좋아요 0 | URL
그러니 전국이 얼마나 들끓겠어요. 여기도 일요일밤에 왔는데도 사람들이 많아서 이상하더라구요. 우리 명당을 2주 연속 빼앗겨 그 자리를 노려보고 씩씩거렸습니다.

samadhi(眞我) 2016-08-01 12:41   좋아요 0 | URL
서울은 갈 데가 마땅치 않아 문제인데... 그래도 어디 바람 좀 쐬고 오세요. 덩치 큰 녀석 데리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2:45   좋아요 0 | URL
올 가을, 중국으로 가족 여행을 떠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질색.
한 5년 전부터 여름 휴가는 가족 전체가 모여서 떠나는 문화가 저희 가족에게 부여되어서..
전 질색입니다. 가족 여행...

개는.... 뭐.... 동물병원에 마껴야지요.. 참.. 개 찍은 사진 있는데 올려야 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6-08-02 10:12   좋아요 0 | URL
봉달이는 덩치 큰 귀염둥이네요. 떠억~! 하는 느낌이예요. ㅋㅋㅋ
가족여행은 저도 질색이예요. 울 식구들 재작년에 전부 베트남 갈 때도 저는 기어이 안 갔어요. 제가 있었음 분명히 저를 죽여놨을 둘째 언니가 저 대신 넷째언니를 미친듯 괴롭혀서 그 뒤로 둘 사이가 매우 나빠졌지요. 가족여행이란게 어떤 가족에게는 허울 뿐이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2 11:05   좋아요 0 | URL
저는 첫째 누님이 그렇습니다. 자기는 배려라고 하는데 이게 왜 이렇게 불편한지.
자기가 다 여행 계획에서부터 물품.. 다 짜기는 하는데...
한번은 계곡에서 물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그렇게 뭐라 하더라고요. 놀 줄 모른다고..
아니 무슨 다 큰 어른이 애들도 아니고 계속물에 들어가서 놉니까..

지금행복하자 2016-08-0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티 돈티 우리는 책티내야 할까요? 전라도 말에 귄있다는 말이 있는데 `귄`은 미모로도 돈으로도 쭉쭉빵빵으로도 설명할수 없는 단어에요..
사람은 귄이 있어야제잉~~~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5:05   좋아요 0 | URL
????! 귄???! 귄이 뭡니까 ? 사전 찾아보니 귀염이라는 전라도 방언이라고 나오는데 그것입니까 ?

지금행복하자 2016-08-01 16:17   좋아요 0 | URL
귀염.. 그런단어로는 설명이 안되는 단어랍니다. 귀염은 너무 1차적이에요~
어떻게 설명은 안되고 느낌만 알아요~ 저도 처음에 듣고 뭔소리인가 했어요..
지금도 사람들이 쓰는데.. 사전에도 안 나오는 말인줄은 몰랐어요 ㅋㅋ

`아따 곰발이는 귄이 있어야~~`
최고 칭찬.
`쟈는 얼굴은 반반한디 귄이 없어.. 귄이.. `
이건 흉..
이런 느낌이에요.. 절대 귀엽다는 뜻이 아니에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6:34   좋아요 0 | URL
허어. 이거 점점 귄의 정체를 알고 싶어지는군요.
집에 가면 << 귄의 정체 >> 라는 제목으로 페이퍼를 남겨야겠습니다.

당최, 귄의 정체가 뭐야.....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6:38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는데 이 기사를 읽으니 더욱 귄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뭍과 물이 교직하는 남도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공유되어 온 대표적인 용어가 `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했고 지금도 사용한다. 그럼에도 딱히 이것이 뭘 말하는지 꼬집어 말하진 못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고 지춘상 교수는 남도미학의 전거로 이 용어를 들었다.

다른 지역에서 사용하지 않는 남도사람들만의 특별한 용어라는 것이다. `귄`이라 호명하는 태도들 속에 남도인들의 정서가 배어있다는 주장이다.

전남방언사전에는 `귄`을 `귀염성`이라 했다. 장성이나 담양에서는 `귐`이라 한다.

국어사전에는 `귀염`의 사투리라 했다. `귄있다`는 표현은 담양, 광산, 영암, 광양, 진도, 여수 등지에서 사용하는 귀염성스럽다는 형용사다.

`귄`이 없으면 `귄대가리 없다`고 했다. 예컨대 ˝갸는 왜 그리 귄대가리가 없다냐˝고 했다. 모두 `귄`이 남도사람들이 가지는 미학적 전거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흔히 이를 비유할 때 하는 말이 ˝얼굴도 예쁘지 않은데 쏙 맘에 든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예쁘거나 잘생긴 것과는 다르다는 뜻이다. 대체로 사전에서 설명하듯이 `귀염` 정도로 해석된다. 영어로 번역하려면 `매력`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하지만 `귀염`이나 `매력`으로 해결되지 않을 정서들이 있다. 그게 무엇일까? 이를테면 공옥진의 비틀어진 춤을 보면 `귄이 찍찍 흐른다`고 했다. 그 안에 한이 있다고 했다. `추의 미학`과는 다른 정서다. 여기서의 `귄`은 `귀염`일까, `매력`일까?

나는 이것을 공동체라는 화두 속에서 찾아왔다. 이른바 `거시기`를 공유하는 혹은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라야만 이 `귄`의 미학을 이해할 수 있다고 정리해 가고 있다.

이렇게 바꾸어 말해볼까?

˝흠, 이라고 시작은 했소만, 거시기 이 글이 쪼깐 귄이 있소 어짜요?˝

지금행복하자 2016-08-01 16: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귄대가리 ㅋㅋ 자주 듣던 말인데 요즘은 통 못들어서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역시 전문가. 저의 짧은 말로 해결이 안되는 부분을 채워주시네요~ ㅎㅎ

정서의공유라는 말이 맞을것 같아요. 거시기처럼~ 어렸을때는 촌스러운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정말 좋은 단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세상에는 징하게 귄대가리없는 애기들이 득실득실 항께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6:55   좋아요 0 | URL
남도마학을 대표하는 단어가 < 귄 > 이라고 하니 궁금하네요. 언제 한번 전라도 내려갈 일 있으면 귄을 만나고 와야겠습니다. 정말 독특한 녀석이네요. 그 어느 기의에도 포섭되지 않는 기표라니... 대단한 녀석입니다. 사랑에 빠졌습니디ㅏ.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 귄 > 이란 단어는 그리스인들이 소크라테스를 ˝ 아토포스 ˝ 라고 했는데

귄 = 아토포스가 비슷하다는 거. 아포토스도 딱히 어떤 기의로 정의를 내리거나 붙잡을 수 없는 아주 신비한 단어거든요. 둘은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인이자 철학을 전공한 진은영은 아토포스를 비장소성이라고 번역했는데 제가 보기엔 실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토포스의 번역어는 귄`임..

지금행복하자 2016-08-01 17:04   좋아요 0 | URL
아토포스까지.. 귄의 격상이네요~ ㅎㅎ 몸소 체험을 해서 체화되어야 하는 어휘임은 확실합니다~^^

samadhi(眞我) 2016-08-01 17:53   좋아요 0 | URL
그 사람만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말합니다. 개성. 못 생겨도 긘이 있어야제. 요것이 긘을 한마디로 나타내는 말이구요. 아무리 예쁘고 잘 생겨도 긘이 없으면 금방 질리고 말지요.

boooo 2016-08-0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재미있는데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2 11:05   좋아요 0 | URL
더위 때는 심각한 내용보다 가벼운 내용을...

2016-08-01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2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6-08-0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봉다리 사진을 보네요. 글로만보다가 사진을 보니 반가워요. 덩치가 커도 순하게 보이는데 낯을 가리는군요. 요즘처럼 더운날 힘들것같아요. 털 안자른 사진도 올려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2 11:06   좋아요 0 | URL
털 길 때 사진 몇몇 있었는데 용량 정리하면서 삭 지웠네요. 털 그르게 되면 한 컷 올리겠습니다..골든은 역시 털이 길어야 폼이 납니다..

clavis 2016-08-0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달씨 제가 깨물어주고 싶네요 귄이 짤짤 흐르는고만요~ㅋㅋ
사진 하나 더 궈궈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2 11:08   좋아요 0 | URL
깨물어주려다가 개,물려죽는수가 있습니다.. ㅋㅋ.
요놈이 종과는 달리 사납습니다.
 
시가 뭐고? - 칠곡 할매들, 시를 쓰다 칠곡 인문학도시 총서
칠곡 할매들 지음, (사)인문사회연구소 기획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이자부고 이자분다 :

 

 

 

 

 

이토록 성실한 결여

 

 

 

80 넘어서 공부하려니

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눈 뜨면 잊어버린다

아들 둘 딸 둘 다 키웠는데

그 세월 조금 잘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우리 며느리가 공부한다고

자꾸 하라 한다 시어머니 똑똑하라고

자꾸 하라 한다

- 공부 전문 ㉠      



뒤늦게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가 쓴 시다.  제목은 << 공부 >> 다.  원문은 맞춤법이 틀린 문장이 많아서 편집자의 마음으로 고쳤다.  원문은 아래와 같다.

 

80 너머가 공부할라카이

보고 도라서이 이자부고

눈 뜨만 이자분다

아들 둘 딸 둘 다 키았는데

그 세월 쪼매 잘 아랐우면

조앗을 거로

우리 미느리가 공부한다고

자꼬 하라칸다 시어마이 똑똑하라꼬

자꼬 하라칸다

㉡  



" 어떻습니까, 틀린 철자를 고치니 의미 전달이 정확하고 보기 좋죠 ? " _ 라고 말했다가는 문학을 사랑하는 알라디너에게 무식한 놈이라며 따귀를 맞을 것이 분명하다.  ㉠과 ㉡은 같은 시이지만 수용자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힌다.  곽두조 할머니가 쓴 시 << 공부 >> 는 틀린 글자여야지만 제대로 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 이자부고 " 의 바른 문장은 " 잊어버리고 " 이지만,  " 이자부고 " 는 " 이자부고 " 라고 쓰여야지만 시의 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  팔순 넘은 나이에 가나다라 한글을 배우니 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눈 뜨면 잊어버리기 일쑤여서 " 잊어버리다 " 라는 단어도 어느새 잊어버려 " 이자부고 " 라고 쓴다. 할머니의 공부는 工夫가 아니라 空夫다. 할머니에게 배움은 곧 망각이다.

 

만약에 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눈 뜨면 잊어버린다고 하소연하던 할머니가 냉큼 " 잊어버린다 " 라고 또박또박 글을 쓰다면 할머니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왜 ?  잊어버리다라는 단어를 잊어버리지 않았으니깐 !  곽두조 할머니의 空夫 정신은 시종일관 " 톤 앤 매너 " 를 지켜서 유쾌하다. 이 유쾌함은 이 시를 읽는 독자의 지적 우월성에서 오는 만족에 있는 것이 아니다. 솔직함에 있다.

 

내 얼굴을 그리다

그리믈 그림 게 기분이 조타

눈코입을 그린 게 기부니 조타

처마하고 팔다리 그리고

그 미태 내 이름도 써보이 기부니 조타

나도 이리 때가 이다

공부하는 날 기다리는 게 마으미 즐거따 

- 기부니 조타 전문

<< 기부니 조타 >> 라는 시에서 다른 것은 둘째 치고 " 그리믈 그림 게 기분이 조타 " 에서는 < 기분이 > 이라고 정확히 썼지만 다음 행에서는 " 눈코입을 그린 게 기부니 조타 " 에서는 < 기부니 > 라고 쓴다.   아이구야, " 보고 도라서이 이자부고 / 눈 뜨만 이자분다 " 는 고백이 허투루 내뱉는 엄살이 아닌 것이다.  바로 그 지점. 이 불량한 망각과 성실한 결여'가 시를 아름답게 만든다. 

 

곽두조 할머니의 시에는 " 미니멀 " 하며 " 겨우 사는 삶 " 에 대한 철학이 담겨져 있다. 시인에게 종성 따위( 그림에서 종성인 ㅁ 따위를 생략한다거나 기분에서 ㄴ 를 잃어버린다거나 ) 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더하는 삶보다는 더는 삶에 익숙한,  농부의 아내로서 겨우 사는 生을 통해 얻은 철학일 것이다. 시인에게 있어서 < 솔직하다는 것 > 은 순진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솔직하다는 것은 시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전부'다. 미래파 시이든 파솔라시이든, 형이상학이든 형이하학이든, 시는 솔직한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 소설가에게는 " 구라 " 가 장점으로 작용하겠지만 시인에게는 " 진실 " 이 무기이다. 가짜로 꾸며낸 시의 서정은 기만이다. 그렇기에 서정주의 시가 황홀하다는 사실에 몸이 떨리기는 하지만 그 시인에게 온전하게 동의할 수는 없다. 한편, 김수영의 시와 산문을 읽다 보면 이 사내 참.... 찌질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돼지비계만 들어있다고 식당 주인에게 욕을 하질 않나, 거리에서 아내를 두들겨패기도 한다. 햐, 이 사소한 남자를 보게나.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내 눈에는 서정주보다 김수영이 깊은 울림을 준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부류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서정주는  양념 맛으로 먹는 민물 매운탕 같고, 김수영은 싱싱한 대구 생선에 소금 약간으로 간을 한 게 전부인 대구 맑은탕 같다. 서정주는 가짜 감정을 포장하기 위해 너무나 과도하게 양념을 뿌려서 양념 맛이 재료 본연의 맛을 가렸다. 이처럼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르다 보니 김수영이 서정주를 싫어했던 모양이다. 고은의 말을 빌리면 김수영은 서정주를 체질적으로 싫어한 이유가 셋이었는데,

하나는 그 토속성이 견딜 수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늘어지는 서정성이 견딜 수 없다는 것이며, 마지막은 그의 반동성이 역겹다는 것이다. 아마도 서정주 또한 김수영이 지적한 반대 지점에서 김수영이 역겹다고 생각했을 것이 분명하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남진우가 서정주를 옹호할 때 가짜는 가짜에게 끌린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하게 된다. 한국 시단에서는 꽤 잘나가는 남진우나 권혁웅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불쾌한 감정은 자극적인 양념으로 범벅이 된 음식을 먹고 난 후의 복통과 비슷하다. 캡사이신이 당신의 소중한 괄약근을 콕콕 쑤실걸?  아마도 그들이 << 공부 >> 라는 시를 썼다면 ㉠ 처럼 쓰지 않을까_ 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해자 시인은 시 << 시 안 쓰는 시인들 >> 에서 " 공중에 펼쳐진 넓디넓은 종이에 한 자 한자 새겨지는 까막눈이 시 속으로 대님이가 까악까악 날아왔습니다 이 땅에 시 안 쓰는 시인 참 많습니다 명녀 아지 은심이 숙희 승분이 경애 춘자 상월이 이쁜이, 시보다 더 시 같은 생이 지천입니다 " 라고 말한다. 시인이랍시고 어깨 으스대며 시를 쓰는 시인보다 시 안 쓰는 시인이 더 시인 같은 시대'다. 칠곡 배움터에서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이 쓴 시를 모은 시집 << 시가 뭐고? >> 가 남진우나 권혁웅의 쁘로빠쇼날적인 시집보다 더 좋은 이유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lavis 2016-07-3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너무너무 좋네요
칠곡 할매들도
발님 페이퍼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31 10:04   좋아요 1 | URL
기분이 좋다고 하셔서 곽두조 시인 님의 시 하나 더 삽입했습니다.

clavis 2016-07-31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실한 결어,우짜면 이런 표현을..^^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시여 점점 더 기부니 좋아지소서

곰곰생각하는발 2016-07-31 13:18   좋아요 1 | URL
저 할머니가 썼을, 꾹꾹 눌러, 심이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꾹꾹 눌러 썼을 생각을 하니...

이 결여`가 성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종생을 바라봐야 하는 시인에게는
더하는 욕심보다는 덜하는 놓음이 중요한 듯합니다. 얼마나 간결한가요. 종성이 없으니 한글이 살아요.
종성 좀 없앴으면 싶습니다. 읽기 편하잖습니까..

가사 쓸 때도 종성은 가급적 없는 쪽으로 가야 노래 선명하게 들린다고 하더군요...

cyrus 2016-07-31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투리 쓰는 지역에 살아서 그런지 틀린 맞춤법이 정겹게 느껴졌어요. 신기하게 시집을 보면서 입으로 사투리가 있는 시구를 따라 읽게 되더라고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7-31 13:20   좋아요 0 | URL
이 시 읽으면서 깨달은 것인데(시집 전체가 좋습니다 )
종성을 빼면 한글이 꽤 음악적입니다.. 전 그걸 지금 알았습니다..
제가 가사 쓸 때 프로듀서가 가급적 종성이 발음하기 힘든 것을 빼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무슨 의미인 줄 몰랐는데.. 저 할머니의 시를 읽고 돈오를 경험했습니다..

clavis 2016-07-3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생에서 종성까지..
곰발님 사고의 비약은
삐약삐약 입니다
비상한 머리는 아름다운 글을 자아내서 이렇듯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네요

아까 읽은 시사인에서 공중보건의가 ` 아름다움을 자아내는데 글 만한 것을 보지 못했`다는데..그러네요^^

그래도 저는 언어보다는 소리 쪽이 더 좋아서..

곰곰생각하는발 2016-07-31 13:44   좋아요 1 | URL
전 옛날에 호암 미술관에서 호앙 미로 전 할 때
호앙미로가 생각보다 그림에 되따 큽니디ㅏ.
블루 연작이라는 그림 보다가 음악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는데 그땐 그림을 보면서 귀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림에서 소리가 난 거죠. 이거 내가 들떠서 말하면 사람들이 개구라치지 말라고 해서 말 안하는데
오늘따라 한번 해보게 되네요..누가 그때 음악을 틀어놓고 지나가는 관람객이 있었나 ??!

하여튼..

clavis 2016-07-3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믿쑵니다!!!
그 와중에 호암미술관과 호앙미로.. 라임이 맞네 그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0:34   좋아요 0 | URL
지금 생각하니 그때 그 미술관은 호암은 아닌 것 같네요.. 호앙 해서 호암이 떠오른 듯..ㅎㅎ
 

 

 

 

                                            

 

티셔츠 한 장, 뭣이 그리 중헌디 :

 




솥뚜껑이 자라에게 묻는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태어났다면 억울해서 분통이 터졌을 것이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차별을 감당해야 할 생각을 하면 분통이 터지지 않고서야 살 수 없는 노릇. 

하지만 <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태어났다는 가정법 > 은 다음의 가정법에 비하면 축복에 해당될 것이다.  < 전생에 남자로 살았다는 것(경험한 사실)을 기억한 채 현생에서 여자로 태어났다 > 면 ?  마을 공용 우물에 똥물을 부었을 것이다. 모르고 당하는 것과 알면서 당하는 것은 차이가 크니까.  고기도 씹던 놈이 맛을 안다고 전생과 현생을 비교하다 보면 그 상실과 분노는 상상 이상일 것이 분명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남성이라면 두 번째 가정법에 빙의하여서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라.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KBS << 안녕하세요 >> 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시댁 대소사를 도맡아 하면서 정작 결혼 생활 20년 동안 친정을 간 적이 고작 세 번이라며 울던 여자의 삶으로 돌아가 보라.

헐크처럼 복장이 터질 일이지 않을까 ?  물론 그 복장 1 이 그 복장은 아니지만.  전생에서는 남자로 태어나 누워서 고기 씹던 시절을 생각하면 현생에서의 삶은 몰락에 가까울 것이 분명하다. 티셔츠 한 장으로 시작된 메갈리아 인증 논란이 사그라들 줄 모른다. 소녀에게 왕자는 필요없다는 문구가 박힌 만 원짜리 티셔츠 한 장이 정의당의 논평을 이끌어내고 다시 그 논평을 철회하는 과정 2 을 보면서,   진보정당 너마저 브루투스가 되었어야 하는 현실이 판타스틱한 세계를 넘어 아스트랄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지금 한국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백마 탄 PRINCE가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PRIDE 이다.  남성이여, 여자의 시다바리가 되어 너희는 하와이로 떠나라 _  는 주장도 아니고 그저 남자와 여자는 평등하다

는 주장과 요구를 했을 뿐인데도 이 난리법석을 떠는 것을 보면 내 불알 두 쪽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젖가슴보다 작은 것이,  혹은 젖가슴보다 가벼운 것이 이토록 수많은 권리 독점을 하게 되다니 놀라운 세상이다. < 메갈리아 티셔츠 사태 > 를 다룬 글 중 가장 탁월한 글은 역시 정희진이 쓴 글이다.   정희진은 메갈리아가 일베에 대항하여 집단적으로 반발한 최초의 사례라고 지적한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754513.html  

 

읽고 나서 불알 탁, 치며 아, 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자라가 없었다면 솥뚜껑 보고 놀랄 일도 없다.  솥뚜껑 보고 놀란 마음의 주된 원인은 시각적 착시가 아니라 자라'이다. 자라는 원인이고 솥뚜껑은 결과요, 자라는 원본이고 솥뚜껑은 사본이다.  정희진은 여성학자 권김현영의 말을 인용한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메갈리안이 모두 여성일까” “일베가 모두 남성일까?”라고 질문한다. 이는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모두 남성이라는 뜻이 아니다. 가까이는 지난 10여년 동안 인터넷 세계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수천년간 여성에 대한 재현(‘지껄임’), 즉 남성의 말을 ‘복사’해서 사회에 ‘원본’을 보여준 것이다. 원본을 빼앗긴 혹은 무수한 원본이 돌아다니자 남성들은 당황, 분노하기 시작했다. 남성들에게 가장 공포는 여성의 자각이 아니다. 자신들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타인을 짓밟을 수 있는 쾌락의 언어와 맘껏 허용되었던 그 ‘권리’를 여자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좌절감이다. 철벽같았던 자기들만의 공간에 “ 이빨 세고 겁 없는 여자들 ” 이 침입한 것이다. 게다가 일부이지만 자신보다 학력이 높고 고소득인 또래 여성이, 자신을 “좆뱀”이라고 불렀을 때 심정을 생각해보라.



 

 

모든 잘못을 < 꽃뱀 > 탓으로 돌리려는 남성들이 어느 날 느닷없이 < 좆뱀 > 이 되다 보니 당혹스러운 것이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은 대한민국에서 메갈리아가 사나이의 말을 복사해서 사회에 원본을 보여주니 참을 수 없는 모욕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 모욕은 거세를 입증하는 보지 3 가  알고 보니 거세하는 주체인 바기나 덴타타'였다는 데 심기가 불편했던 것 은 아니었을까. 이빨이 세다는 것은 바기나 덴타타의 은유이니까.  지금 한국 남성들은 자라보다는 솥뚜껑 탓만 하고 있다. 내 아내가 솥뚜껑 보고 놀라서 유산을 했으니 세상의 모든 솥뚜껑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만약에 당신이 자라는 외면한 채 솥뚜껑 탓만 한다면 당신은 일베'다( 물론 이 범위에는 나도 포함된다). 일베는 어디에도 없지만 아무 데나 있다. 자기 안의 일베를 들여다볼 때이다. 이제 남성들이여, 자신이 싼 똥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자. 쌍년이 던진 똥이 더럽다고 고개를 외면하면서 분노하지 말고 그 똥이 내가 싼 똥의 미러링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자. 메갈리아는 반대로 말하는 메아리'다. 당신이 " 여자 따위가 감히 " 라고 말하면 메아리는 " 남자 따위가 감히 " 라고 말한다. 이 소리가 듣기 싫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으면 된다. 그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자기애는 화장실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알고 있다. 화장실에서는 자기가 싼 똥은 인상을 찡그리지 않고 들여다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이 바로 자기애의 시작이다. 솥뚜껑이 자라에게 말한다. " 할 일 없으면 자라 ! "

 

 

 

후일담                 ㅣ                     옛날에 창경궁으로 단체 출사를 간 적이 있다. 오래 전 기억이라 그때가 봄이었는지 가을이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때마침 초등학교 저학년 사생 대회가 고궁에서 열렸다. 아이들은 한껏 솜씨를 뽐내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일행은 너나 할 것 없이 한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동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거기에는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예쁜 여자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중에 전해 들은 말로는 어린이 모델로 종종 표지 잡지에 오르곤 했다고 한다. 나도 동참했다. 그때 우리 일행 사이에서 왕언니라고 불리우는 그녀가 한 아이에게 몰려든 우리를 강제로 해산시켰다. 아이라고 해도 타인에게 사진을 찍히지 않을 권리를 생각한 왕언니의 사려 깊은 배려라고 생각한 나는 지레짐작으로 우리 일행을 강제 해산시킨 이유를 물었다.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왕언니는 어린이 표지 모델을 하는 예쁜 아이가 아니라 그 옆에 있던 못난 아이를 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모든 어른이 예쁜 또래아이에 감탄하여 그 아이에게만 관심을 쏟는다면, 그 옆에 있던 못난 아이'는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그때 나는 부끄러웠다. 왕언니는 내가 처음 만난 페미니스트였다. 정희진을 볼 때마다 그때 그 왕언니 생각이 난다. 예쁘다는 칭찬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된다

 

 


 




​                                  

1)       복장은 배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 한복판을 의미한다. 다음 신체 장기 중 신체에 없는 장기는 ? ① 심장 ② 간장 ③ 대장 ④ 복장

2)      많은 남성들이 자신을 " 핍박받는 여성을 이해하고 연대하는 남성 " 이라고 주장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옹호하는 대상은 여성 권리에 수동적인 여성이다.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여성 권리를 적극적(능동적)으로 요구할 때 핍박받는 여성을 이해하고 연대한다고 주장하는 남성은 불쾌감을 드러낸다. 바로 그런 태도가 반영된 것이 정의당 게시판 논란이다. 글 전문이다. http://www.justice21.org/68692 그는 이 글에서 남성이 여성 때문에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3)       이 표현을 여과없이 쓰는 이유는 보지라는 단어가 남성이 여성을 혐오할 때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이 글에서는 필터를 거르지 않았다.

4)      프로이트는 여성 성기를 페니스가 잘린 상태, 즉 거세 당한 증후로 인식했지만  바기나 덴타타(이빨 달린 질)은 여성 성기가 거세되는 장소가 아니라 남성 성기를 거세하는 장소라는 사실이 보여준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07-30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30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 2016-07-30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예전에 곰발님이 쓰셨던 글이 생각나네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가 백배는 더럽다는..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보면 요새 한숨만 나옵니다. 이래서 sns를 인생낭비라고 하는지..

곰곰생각하는발 2016-07-30 14:09   좋아요 0 | URL
정의당 첫 번째 논평이 나오고 나서 정의당 당원 200여명이 철회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ㅏㄷ. 정의당 게시판에 남성이 구구절절 쓴 항의문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아, 감탄하게 되더군요.
명색이 진보라면서 이 정도 생각밖에 못하나.. 이런 생각.. 진보의 남성 우월성도 참 좆같죠....


어째서 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가 똑같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새끼들 있으면 직접 손으로 털어보라고 하십시오. 아마.. 겨는 손으로 털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똥은 손으로 털지 않으려고 할걸요..

2016-07-30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30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30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30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30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31 0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7-30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의당에 정의가 없다니, 이런 붕어빵같은 일이. 진보의 파시즘도 어찌해야할지. 참 답이 없네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7-31 04:19   좋아요 0 | URL
항의하는 글 읽어보면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한번 읽어보십시오..

새아의서재 2016-07-30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 시원시원. ^^ 잘 읽고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31 04:18   좋아요 0 | URL
열대야에 잠이 깼습니다. 올해는 역대급 더위인 것 같네요..
이 새벽에 수박 먹으면서 있으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군요..

마립간 2016-08-02 0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maripkahn/8664054

제 의견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2 11:46   좋아요 0 | URL
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