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김밥이다

 

 

                                                                                                                                                               별별 김밥을 다 먹어 봤지만 제일 맛있는 김밥은 " 꼬마김밥 " 이다.  신기하게도 속 재료'라고는 단무지와 당근이 전부이지만 강남에서 파는 프리미엄 김밥'보다 맛이 좋다.  고급 재료를 듬뿍 사용해서 맛을 낸 프리미엄 김밥은 먹을 때마다 형용사와 부사가 과도하게 사용된 문장을 읽는 맛이어서 속이 더부룩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꼬마 김밥은 한번 먹으면 계속 먹게 된다.  비유를 들자면 주어와 동사만으로 이루어진 문장이라고 할까 ?   에둘러 말하지 않고 서둘러 말하자면 꼬마 김밥은 훌륭한 단문을 읽을 때 느끼게 되는 맛과 비슷하다. 

 

그 중독성 때문에 꼬마 김밥은 마약 김밥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기도 한다. 시각적으로도 꼬마 김밥은 침샘을 자극한다.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건강한 맛을 위해서라면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만 원짜리 프리미엄 김밥 재료에서 유독 인색하게 구는 구석이 있다. <  깨 > 다.  꼬마 김밥은 깨를 아낌없이 뿌리는 반면에 고급 김밥은 깨를 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  그때 깨달았다,  꼬마 김밥에 잔뜩 뿌려진 깨는 내부의 빈곤을 감추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점을 !    꼬마 김밥을 만들어 파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속 재료가 초라하다 보니 겉이 화려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미테이션 제품(혹은 키치 상품)일수록 디자인이 화려한 것(과잉)과 같은 이치'인 셈이다.  프리미엄 김밥이 재료 본연의 맛으로 승부를 보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꼬마 김밥은 저렴한 가격과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그렇기에 꼬마 김밥은 지나치게 기름이 번지르르하거나 깨투성이'가 되었다.  이 과잉은 명백하게 " 키치적 ㅡ " 이다.  결국, 꼬마 김밥은 결핍(속 재료)과 그 결핍을 숨기기 위한 과잉(참기름,깨)이 만들어낸 미학인 셈이다.  아, 감탄하게 된다.  " 깨 " 는 비록 작고 볼품없으며 싼 재료이지만 깨가 음식의 맛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좋은 재료다.

 

김훈의 문장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꼬마 김밥을 닮았다. 그 문장 속에는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기껏해야 단무지와 당근이 전부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결핍은 외려 화려하게 작동한다.  김훈의 << 칼의 노래 >> 는 건조체처럼 단순 명료'하지만 뛰어난 만연체에서 느끼게 되는 외양도 갖췄다는 점에서 훌륭한 미문이다.    반면, 신경숙은 문장을 화려한 속 재료로 채운다. 신경숙의 미문도 김훈의 것을 닮았지만 속 내용은 판이하게 다르다. 김훈이 결핍으로 미문에 도달한다면 신경숙은 과잉으로 문장을 채운다. 신경숙 문장을 읽다 보면 아름답긴 하지만 이상하게 더부룩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아름답지 않은 세계에서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 현혹 " 에 가깝다.   김훈과 신경숙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미문에 도달하지만,   두 작가는 미문이라는 수렁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자고이래로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미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문학의 본질은 꿰뚫는 것이지 치장이 아니다. 비빔밥은 농번기 때 밥 먹을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바가지에 여러 음식을 섞어 먹었다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만든 음식이라는 점에서 비빔밥은 패스트푸드'다. 김밥도 마찬가지'다. 김밥은 비빔밥을 김으로 둥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여러 재료를 빵 속에 담은 햄버거와 다르지 않다.

속 재료를 아무리 고급스럽게 꾸민다 해도 김밥은 김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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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7-10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과 밥.이 주축이었으니 김밥의 본질이 김과 밥...이 두개만으로도 딱입니다.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0 11:34   좋아요 1 | URL
전 웰빙 김밥 운운할 때 좀 웃겼습니다. 꼬마 김밥이나 프리미엄 김밥이나 다 같은 김밥이지 무슨 웰빙 김밥?
김밥도 보면 패스트푸드예요. 음식재료 섞어서 동그랗게 말았으니 비빔밥을 김에 싼 것과 다르지 않는 것.

syo 2016-07-1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너무 잘나왔습니다....점심으로 김밥먹어야 될 판이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0 11:59   좋아요 0 | URL
꼬마김밥 사서 겨자 소스에 찍어먹어보십시오.. 별미입니다.

사진 이미지는 구글에서 그냥 막 긁어왔습니다...


재는재로 2016-07-10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작가가한끼라면의기쁨을말했다면 곰곰님은김밥이네요 김밥요즘안먹어본지좀됐는데간만에사진보니먹고싶어지네요군대휴가나오면꼭먹던게참지김밥인데 충무김밥제육김밥 잉먹고싶넹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1 09:10   좋아요 0 | URL
전 충무김밥 먹고 싶네요. 전 김밥 안에 재료가 많으면 뭔가 좀 거북하더군요..

samadhi(眞我) 2016-07-10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막상 김밥 싸는 건 쉽지 않답니다. 먹는 건 아주 간단하고 금방인데 손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그래도 김밥을 워낙 좋아해 자주 말다보니 김밥 선수가 되었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1 09:10   좋아요 0 | URL
손이 많이 가죠. 집에서 하면 다 손이 많이 갑니다.
왜 남편이 이런 말 하면 아내는 화가 난다고 하더군요.

날도 더운데 그냥 간편하게 잔치국수나 해서 먹자 !



ㅎㅎ 잔치국수가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 ㅎㅎ

stella.K 2016-07-10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김밥을 좋아했는데 최근 1, 2년 사이에 김밥을 못 먹겠더군요.
제가 웬만해서 싫어하는 음식이 없었는데.
그런데 우스운 건 엄마표 김밥은 먹겠더란 말이죠.
올봄 엄마가 김밥을 마셨는데 내가 이것도 못 먹을까 싶었는데 다행으로...
김밥에 겨자소스라. 궁금하긴 하군요.

마지막 문단이 참...!!!

언젠가 프리미엄 김밥을 먹으러 강남에 출몰하셨었나 봐요.ㅎㅎ
별뜻은 없고 강남은 오래 전부터 제 아지트라.ㅋ
아, 언제고 별로 좋아하시진 않겠지만 프리미엄 김밥 드시러 강남 오실 일 있으면 연락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1 09:09   좋아요 0 | URL
김밥 천국이 번성하고 나서 김밥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김밥은 추억의 음식이었는데 말입니다.
일종의 기념일 음식이잖아요.
행사 있을 때나 먹던 게 김밥인데
이젠 아무 때나.. 아니 오히려 돈 없으면 먹게 되는 음식이 되었으니
통탄할 뿐입니다...


스텔라 님 강남 사는 분이시군요.. ㅎㅎㅎ.
프리미엄 김밥을 좋아하지 않아서.. 강남 갈 일이.. ㅎㅎ-_-

지금행복하자 2016-07-11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밥은 패스트푸드가 아닙니다... 정말 주부가 하기 싫은 음식중 하나지요.. 노동집약적인 대표적 한국음식 ㅎㅎㅎ
화려한 외양보다 유려한 말 솜씨보다 담백하고 간결함에 더 맘이 머무는걸보면 나이가 들어가는건가 싶기도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1 09:07   좋아요 0 | URL
그럼요. 어머니 말씀이 김밥은 손이 많이 간다... ㅎㅎ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햄버거와 김밥은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햄버거를 집에서 만든다고 해 보세요. 고기를 다지고, 양념을 하고..
이런 과정이 김밥 만드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데 왜 햄버거는 패스트`라고 할까요. 그런 생각...
요즘 김밥 재료는 거의 다 기계화가 되어서
재료들은 다 공장에서 손질이 된 상태에서 나온다고 하더군요..
계란 지단도 전부 다 말이죠. 그렇다면 햄버거와 다를 게 뭐지 ?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07-11 21:15   좋아요 0 | URL
그렇게 보면 거의 대부분의 식당음식은 패스트푸트화 되는듯 해요. 분식집은 물론 반찬들을 공장에서 받아 쓰는곳이 제법 되는것을 보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1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햄버거는 패스트푸드를 이야기할 때 상징적인 음식이 되었다. 누군가는 패스트푸드가 열량은 높고 영양가는 없다는 점을 들어 정크푸드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좋은 엄마인가 나쁜 엄마인가는 아이에게 패스트푸드를 먹일 것인가 아니면 웰빙 음식을 먹일 것인가로 좌우된다. 그런데 나는 이 단순한 이분법적 분류에 1%도 동의하지 않는다. 빠른 시간 안에 요리가 되어 나오는 음식이 패스트푸드라면 김밥이야말로 패스트푸드`이다. 왜냐하면 미리 준비된 재료를 김에 밥과 함께 말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즉석 요리인 셈이다. 누군가는 김밥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므로 패스트푸드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반론은 똑같은 논리도 햄버거도 손이 많은 음식일 수가 있다. 집에서 손수 수제 햄버거를 만든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대목이다. 햄버거 패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기를 다져야 하고 머스터드 소스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패티를 제외한 속 재료도 준비해야 한다. 김밥을 만드는 데 소요된 시간이나 햄버거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엇비슷하지 않을까. 내 기준에 의하면 식당에서 파는 모든 한식은 패스트푸드다. 주문 즉시 음식이 나오니깐 말이다. 그렇기에 햄버거는 억울하다. 패스트푸드란 이름으로 온갖 욕은 다 먹으니까. 정작 패스트푸드한 음식인 생과일 주스는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생과일 주스야말로 패스트푸드`이다. 빨리 먹을 수 있게 만든 음식이 패스트푸드라는 점에서 말이다. 생과일 주스는 과일을 씹어서 과즙을 섭취하는 과정이 생략된 음료이다. 각종 즙`도 마찬가지다. 비만의 주범은 과잉 섭취인데 생과일 주스와 각종 즙은 씹어서 과즙을 내고 삼키는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빠른 시간 안에 고열량이 섭취되도록 만든다. 정크푸드는 햄버거가 아니라 생과일 주스와 각종 즙이다. 주스를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비만일 확률이 매우 높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식하는 사람치고 뚱뚱한 사람은 없는데 왜냐하면 생식은 필연적으로 오래 씹을 수밖에 없다. 섭취 시간에 오래 걸리다 보니 적은 양을 먹어도 배가 부르다. 반면, 빨리 먹는 사람은 뚱뚱하다. 빨리 먹으니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

수다맨 2016-07-12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신변에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자주 못 들르네요.
김훈이 ˝라면을 끓이며˝라는 산문집에서 김밥 얘기를 하더군요. (정확한 리딩은 아니나) 김훈도 김밥을 좋아하긴 하는데 비교적 간소한 재료로 만든 김밥을 좋아하더군요. 이것저것 채워넣은 김밥보다 담백하게 만든 김밥이 본인의 입맛에 맞는다고 합니다. 어쩌면 김훈의 저 단문은, 김훈 본인의 식성을 얼마만큼 닮은 듯합니다.
김훈의 문장도 한때는 지나치게 길고, 필요 이상으로 화려했던 적이 있습니다. 첫 소설인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은 한자어의 잦은 사용, 중문과 복문의 남발, 과장적이고 자극적인 수식어들, 의미 파악이 불분명한 문장이 많았지요. 제가 보기에 김훈은 ˝공무도하˝, ˝내 젊은 날의 숲˝에 이르러서야 비교적 담백하고 명료한 문장을 쓰게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2 13:39   좋아요 0 | URL
오 그렇습니까 ? 전 그 책 안 읽었습니다.
모든 음식이 그런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은 아니고...
제가 지리 탕을 좋아합니다. 복 지리, 대구 지리탕 같은 거..



+

저도 빗살.. 그 거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문체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르더라고요..


+

신변에 이런저런 일`이 좋은 뉴스이기 바랍니다. 문제 해결되면 술 한잔 합시다..
 

 

 

 

 

 

 

 

 

 

 

 

사소한 당신

 


 





 

                                                                                                          기독교 서사가 " 거시적(大) ㅡ "  영역을 다룬다면 불교 서사는 " 미시적(小) ㅡ " 영역을 다룬다.  다시 말해서 기독교는 " 스펙터클 " 에 방점을 찍고 불교는 " 미니멀리즘 " 에 방점을 찍는다.

예수와 부처,    두 성인의 죽음만 놓고 봐도 그렇다.     예수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웅장하다면 부처는 사소하다.  팔순 노인이 된 부처는 제자가 공양한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리는데,  그는 설사를 심하게 하다 결국에는 탈진하여 죽음에 이르게 된다.    부처는 예수에 비하면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죽음이며 동시에 " 하찮은 죽음 " 이다.  두 종교를 한 글자로 표현하자면 기독교는 < 有 > 에 대한 종교이고,  불교는 < 無 > 에 대한 종교이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서 핵심은 " (죽은 예수가 사람들) 눈 앞에 나타나는 행위 " 다.   < 있음(有) > 를 증명하는 것이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본질로,  예수는 부활을 의심하는 사람 앞에 나타나 < 현존재 > 를 증명한다.

반면,        불교가 지향하는 것은 유(有)와 상(象)이 아니라 무(無)와 멸(滅)이다.  무상,  무념,  무소유를 넘어 < 적멸 > 에 이르는 단계가 목표다.   예수가 현시(顯視)를 통해서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한다면  부처는 무아(無我)를 통한 < 세계 - 없음 > 을 권유한다.  無我,  그것은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없는 세계이다. 작은 것에 대한 연민도 불교적 특징이다.  스님들이 겨울에 뜨거운 물을 식힌 후 하수구에 버리는 행위는 그곳에 사는 수많은 미물을 염려한 탓이라고 한다.  그들은 큰것의 죽음과 미물의 죽음을 같은 연민으로 바라본다. 이 또한 미니멀한 태도'다.  버리는 삶과 사소한 것에 대한 연민,  그것이 불교가 지향하는 축소주의적 삶이다. 

 

뒤늦게 티븨엔 16부작 드라마 << 시그널 >> 을 몰아서 보다가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 서사는 불교 서사를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괴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1,2화)에서는 미제 사건 전담반은 중요한 단서에 의지해서 수사를 진행하다가 낭패를 보게 된다.  그것은 중요한 단서가 아니라 관객/독자의 눈을 흐리게 만드는 미끼였던 것이다. 이 장르는 독자에게 하찮은 것처럼 보여서 흘려보낸 사소한 단서를 주의 깊게 보라고 요구한다. 추리물에서 중요한 단서처럼 보이는 것은 맥거핀으로 작동한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사소한 것을 놓치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인간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얻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지만 뒤돌아보면 그것은 쓸모없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간이 집착하는 것은 추리물에서 관객의 눈을 흐리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 " 중요한 단서(라고 믿게 만드는 맥거핀) " 이다.  그 사이,  우리는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단서)한 것을 놓치고 산다. 나 또한 그렇다. 돌이켜보면 사소했던 당신, 내가 사랑했던 당신. 내 몰락이 네 가슴을 흔들었을,  그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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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0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 만에 보는 명품 드라마`다. ost도 훌륭하다.

stella.K 2016-07-0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그널은 저도 정신없이 빠져서 본 드라만데 캬~! 이런 통찰을 얻으셨다니...!
이런 깨달음이면 교회 안 다니셔도 될 것 같습니다.ㅋ
그래도 전 내일 교회를 가야합니다. 지은 죄가 많기도 하고,
저의 깨달음이란 게 워낙 미물 수준이라...ㅠㅋ

저의 놋북이 이제 거의 수명을 다하여 음악을 다 들어 볼 수는 없지만
그런 음악이 나있었나요? 못 들어 본 것 같습니다. ost 정말 좋았는데.
그래도 지금은 뭔가 수상한 장면에서 흐르던 음악 밖에 기억에 남는 게 없네요.
저 세 배우 정말 연기 잘 했는데. 특히 조진웅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죠.
극본을 장항준 감독 와이프가 썼다는데 정말 잘 쓰더군요.^^

근데 위의 도표는 곰발님이 직접 만드신 건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9 14:32   좋아요 0 | URL
아. 김은희 작가가 장항준 부인되십니까 ? 몰랐네요. 시나리오가 워낙 깔끔하게 나와서
드라마는 안 보는 편이지만 꽤 높은 완성도에 놀랐었는데...
장항준 부인이시로군요.

음악이 참 좋습니다. 참여한 뮤지션들도 다들 훌륭하고
배우들도 일급인데 문든 드라마 제작비를 생각하면
이 드라마 제작비가 꽤 높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위 도표는 드라마 홈페이지에서 긁어왔습니다..

stella.K 2016-07-09 20:27   좋아요 0 | URL
아, 근데요...이거 곰발님한테 말할까 말까 하다가 물어보는 건데요,
혹시 <나는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했다>란 영화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얼마 전에 이 영화를 봤는데 정말 독특한 영화더군요.
근데 뭐라 말할 수가 없네요.
보셨다면 곰발님은 어떻게 보셨는지 고견을 듣고 싶은데...
싫으면 말구요...-_-;;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0 11:20   좋아요 0 | URL
아뇨. 안봤습니다. 이거 그 핀란드 감독 영화죠 ?
레닌그라우드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뭐 이런 영화 만든 감독..
이 감독 영화는 워낙에 독특해요.
아쉽게도 전 못 보았네요..

stella.K 2016-07-10 20:3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정말 독특해요.
제가 독특한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은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더군요. 그 독특함 때문에.
혹시 곰발님은 보셨다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궁금했는데
나중에라도 보시면 리뷰 한 번 올려주세요.^^

재는재로 2016-07-0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ost네요 방송에서 김윤아의 노래만 들었는데 다른노래들도 좋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9 14:50   좋아요 0 | URL
ost의 백미는 첫 번째 곡입니다. 드라마 시작하면 이 노래 나오는데 기대 만빵하게 됩니다..

피오나 2016-07-0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드라마를 거의 안 보는 편인데도, 시그널은 뒤늦게 푹 빠져서 한동안 홀릭했어요! 시그널 너무 좋아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0 11:18   좋아요 0 | URL
몰입도좋았습니다. 특히 1,2화에서 왜.. 그 간호사 악녀 있잖습니까. 연기 갑이었습니다. 좋은 배우더군요..
빨간 립스틱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 배우는 처음 봅니다..

samadhi(眞我) 2016-07-1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은희 작가의 ˝싸인˝ 도 괜찮아요. 첫회에 가수 듀스였던 김성재의 죽음을 다루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0 11:18   좋아요 0 | URL
김은희 작가가 이쪽 장르에 장점을 가지고 있나 보군요..
싸인도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전 아직 안 보았네요.
제가 드라마를 거의 안 보긴 합니다. 사실.. 시그널도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다뤄서 그거 보려다가 다 보게 된 경우.

clavis 2016-07-15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몰락이 네 가슴을 흔들었을, 그럴 당신..저는 언제쯤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5 10:02   좋아요 1 | URL
네에 저도 이 문장 읽고 심쿵했습니다.. 시인이니까 가능하지 않았나 싶네요..

clavis 2016-07-15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연주 시인..저도 꼭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발님의 문장인 줄 알았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5 10:03   좋아요 1 | URL
처음에는 이 시집에 마음에 안 와닿는데 몇 번 읽다 보니 애착이 가더군요..
기회되시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시인은 39의 나이로 자살했습니다.
 
속죄양,유다 세계사 시인선 26
이연주 지음 / 세계사 / 1993년 3월
평점 :
품절


 

 

 

 

 

 

 

 

 

 

 

 

최후 사랑법



 

그가 나를 실망시킨다 나는 실망한다.

또 다른 그가 나를 모욕한다 나는 모욕당한다.

그와 또 다른 그를 나는 눈 속에 집어넣는다.


전조등 불빛을 올린 자동차 한 대가 내 눈동자

맨홀 속을 들먹거리다 간다.

그리곤 정적이 왔다, 그리곤

내가 아마 돌멩이를 걷어찼다.


돌멩이를 사랑하는 일은 쉽다.

걷어차도 배반 없는, 그러나

애정 없는 섹스.


원망에 찬 그와 또 다른 그가 내 눈 속

눈은 심장이니 내 핏덩이를 할퀸다.


어둡고 깊고 슬프다.

누군가의 잠꼬대와도 같은

최후 사랑법.


                                   - 이연주 시집 속죄양, 유다

 

 


 

 

 

사랑은 타자를 동일자로 받아들일 때 발생한다.  MBC 드라마 < 다모 > 에서 이서진이 슬픔에 빠진 하지원에게 " 아프냐 ?  나도 아프다. " 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동일자로서의 아픔을 본다.  사랑에 빠진 그는 타인인 그녀를 자신과 동일한 대상으로 여긴다. 그렇기에 " 그가 나를 실망시 " 키면 " 나는 실망 " 하고, " 그가 나를 모욕 " 하면 " 나는 모욕당 " 하는 아픔을 느낀다. 반대로 동일자'라 믿었던 대상이 타자로 변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까 두려운 대상은 동일자라 믿었던 그가 알고 보니 " 그와 또 다른 그 " 였다는 데'에서  발생하게 되는 언캐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엄마가 딸에게 "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 ? " 라고 물을 때 언캐니적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이연주의 시 < 최후 사랑법 > 은 동일자라 믿었던 대상이 타자화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는 내가 사랑하던 그가 아니라 " 그와 또 다른 그 " 다. " 그와 또 다른 그 " 는 더 이상 그가 아니다. 시인은 사랑하는 대상과의 타자화 과정(분리)을 견디지 못한다. 시인은 " 네 몰락이 내 가슴을 흔든다(몰락에의 사랑) " 고 고백한다.  " 타인을 이해한다 " 는 것은 " 차이를 긍정한다 " 는 마음, 타인은 지옥이 아니라 차이'다. 타인 = 차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차이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 차이를 긍정할 때 비로소 동일자가 된다.  돌이켜보면, 나는 타인의 차이를 용서하지 못했고,  그 차이 때문에 두려워했다. 사랑의 반대말은 두려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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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7-07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닌 무관심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겠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8:54   좋아요 0 | URL
사랑의 반대말은 무수히 많은 것 같습니다. 사랑의네거티브한 면들이 많거든요..

stella.K 2016-07-07 19:23   좋아요 0 | URL
그래서 사랑을 할 땐 사랑 하나만 생각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네거티브한 면을 파헤치는 건 위에 쓰신 이유 때문일까요?
참 인간은 사랑 조차 온전히 못하는 나약한 존재인가 봅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사랑을 원하고...ㅠ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9 10:52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죠. 완전한 사랑을 갈구하지만
사랑이란 것도 인간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 불완전한 거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헤어지는 행위는 굉장히 인간적이란 생각도 듭니다..
 

 

 

 

                                       


불방망이와 물빠따 사이 :

 





메두사와 여성 혐오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연출한 영화 << 링 >> 에서 사다코 귀신은 메두사를 " 우라까이 " 했다흉측한 사다코 얼굴을 보는 자는 피가 얼어붙어 딱딱한 얼굴을 하고 죽는다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피가 쏠려서 딱딱하게 굳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발기 현상이다. 이상하다. 이 죽음은 타나토스일까, 에로스일까 ?  어쩌면 그들이 본 것은 얼굴이 아니라 여성 성기'가 아닐까 ? 51% 범성론자인 나는 사다코 귀신과 메두사 괴물을 " 바기나 덴타타 " 로 이해한다. 메두사에서 머리카락을 대신한 우글거리는 뱀 이미지'는 울창한 거웃이고 얼굴은 여성 성기'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메두사는 크게 벌어진 입, 길게 늘어뜨린 혓바닥, 멧돼지 어금니처럼 뾰족한 이빨을 가지고 있다. 이 이미지는 정신분석용어 중 하나인 바기나 덴타타 환상과 연결된다. 바기나 덴타타란 라틴어로 이빨이 달린 질'이란 뜻이다.



" 이빨을 가진 질에 관한 전설은 세계 여러 인류학자들에 의해 보고되었다. 랑크(Otto Rank, 1924)에 의해 처음 묘사되었고 페렌찌(Sandor F. Ferenczi, 1925)에 의해 정교화된 이 현상은 대체로 신경증과 성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견된다. 이 환상은 거세 공포와 관련되어 있다. 거세 공포가 전치됨으로써, 질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기관으로 여겨진다. 질에 있다고 여겨지는 환상 속의 이빨은 종종 아버지의 성기를 상징한다. 또는 그 이빨의 이미지들은 때때로 깨무는 거대한 입을 가진 쥐나 뱀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은 또한 남성에 대한 보복의 수단으로 이빨을 가진 질을 소유하는 무의식적 환상을 간직할 수도 있다1). "



메두사 서사와 바기나 덴타타 서사가 한통속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자면  :  프로이트의 주장과는 달리 " 거세하는 주체 " 는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인 셈이다.  메두사가 " 지배하는 여자 " 라는 말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사다코도 마찬가지'다. 우물은 검고 축축한 구멍이라는 점에서 사다코 귀신은 메두사와 관련이 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남성 주류 사회가 힘 있는 여성을 괴물로 만드는 방식이다. 힘이 여성에게 주어지는 순간 사회는 여성을 괴물(팜 느와르)로 만든다. << 판타지의 주인공들 >> 이라는 책에서 저자인 다케루베 노부아키는 메두사가 원래는 " 그리스의 선주민족()인 페라스고이인들의 주 여신 중 한 명 " 라고 주장한다.


메두사는 괴물이 아니라  코린토스  대지의 여신으로 숭배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우스가 신화의 영토를 장악하고 중심 서사에 놓이자 제우스보다 오래된 신들의 서사는 그 지위가 강등된다. 그 결과, 메두사는 여신에서 괴물로 강등된다.  여성 혐오 현상이 힘을 잃은 남성이 힘을 가진 여성에게 느끼는 박탈감에서 시작된 열등감이라는 점에서 여성 혐오 현상은 거세 공포와 연관이 있다.  즉, 경제적 지위를 힘 있는 여성(남성을 지배하는 여자)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이 만든 현상인 셈이다. 느와르 영화에 등장하는 팜므 파탈은 우글거리는 뱀과 뾰족한 맷돼지 어금니가 없다 뿐이지 메두사의 후예'다. 검은 여자(팜 느와르)는 남자를 파멸에 이르게 한다.

남자는 팜 느와르에게 사로잡혀 검은 구멍 속에 몸을 담그는 순간 제거되거나 혹은 거세된다. 죽음은 곧 거세니깐 말이다. 장윤현 감독이 연출한 << 텔 미 썸딩, 1999 >> 에서 심은하는 하얀 옷을 입은 천사로 등장하지만 사실은 검은 여자'다.  한석규는 심은하의 얼굴을 보는 순간 메두사에게 홀린 남자처럼 사로잡힌다. 그는 그녀에게 뜯어먹힌다. 이처럼 느와르 장르를 움직이는 기본 서사는 메두사 신화'다. 프로이트는 여성 성기를 페니스가 거세된 증후로 읽었지만 어쩌면 " 거세를 실행하는 장소 " 는 아니었을까 싶다. 요즘은 바기나 덴타타를 실감하게 된다. 강정호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보면 말이다. 

사건 이후, 강정호의 방망이가 식은 것을 보면 더욱 상징적인 현상이다. 이빨 달린 질,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 ■









​                                            

 

1) [네이버 지식백과] 이빨을 가진 질 [VAGINA DENTATA] (정신분석용어사전, 2002. 8. 10., 서울대상관계정신분석연구소[한국심리치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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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6-07-0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각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0:53   좋아요 0 | URL
강정호 사건 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어쩌면 강정호에게 그 여성은 바기나 덴타타일 수가 있겠구나.. 이런 생각.. 약을 타서 성폭행했다면 강정호는 진짜 개새끼입니다. 전 쉽게 납득이 가진 않습니다.
일단 구단 모둔 선수들이 숙소로 있는 호텔에 여성을 불러들인다 ??!

cyrus 2016-07-07 12:21   좋아요 0 | URL
모든 야구 구단 선수들이 그러지 않겠지만, 어떤 모 야구선수는 숙소로 정해진 호텔에 여성을 불러들인다 ‘카더라’ 통신이 있습니다.

제 동생이 대구 모 호텔에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구에 원정경기 하는 야구팀들이 동생이 일하는 호텔에 묵습니다. 동생이 서빙을 담당했는데, SK 시절 김성근 감독의 방에 서빙한 적도 있습니다. 동생 말로는 김성근 감독 음식 주문이 상당히 까다로웠고, 고집스럽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호텔 일을 하면 야구 선수들과 잠깐이라도 마주치는 횟수가 많아집니다. 여기서 야구 선수 실명을 거론할 수 없지만, 동생이 모 선수가 혼자 쓰는 방에 여성이 들어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충격 받았습니다. 실명을 들어보면 야구도 모르는 사람들도 다 아는 선수거든요. 동생의 목격담이지만, 확실하지 않을 수 있기에 그냥 동생의 ‘카더라 통신’으로 받아들이셨으면 합니다. 선수 혼자 개인 방을 쓰고 있고, 프로 경험이 많다면 여성을 숙소에 불러들여서 만나는 일을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감독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안 생길 거라 믿고 선수 개인 활동에 터치하지 않을 듯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2:2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사생활 간섭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피해 여성이 검사를 했더군요. 만약에 수면제 성분이 나온다면 강정호는 징계 차원이 아니라 징역을 살아야 하는 상황.


지나가는이 2016-07-0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이야말로 감각적이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0:53   좋아요 0 | URL
두 분이 모두 감각적이라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마립간 2016-07-0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렌 식수 Helene Cixous의 ≪메두사의 웃음≫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vagina dentata (그리고 penis dentata도) 잘 공감하지 못합니다.

모계 사회는 있었어도, 모권 사회는 없다고 (있었어도 희박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성이 성대립에 있어 권력 박탈의 공포가 있었을까 싶네요. Penis dentata야 제가 남성이 아니니,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겠지만요.

성선택의 패자 敗者의 공포를 거세 공포라고 한다면 일리는 있겠습니다만.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1:39   좋아요 0 | URL
바기나 덴타타 현상은 그렇게 생각하는 환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성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 중에 말이죠. 잘릴 것 같다는 상상 때문에 성관계를 거부하게 된다네요..


제가 보기엔 여성 혐오는 지배하는 여자(메두사)에 대한 불만이 아닐까 싶습니다. 외국인노동자가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하는 원주민처럼..

마립간 2016-07-07 11:56   좋아요 0 | URL
제 사견이기 때문에 심리학자나 신화학을 연구하는 학자의 결론을 반박할 근거는 없습니다.

저는 vagina dentata와 penis dentata 두 가지 모두, 첨단 공포증이나 조류 공포증의 부류로 봐야 하지 않나 생각했거든요.

여성 혐오, 역시 성의 대립보다 장애인 혐오와 같은 약자 혐오의 subtype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2:28   좋아요 0 | URL
전 개인적으로 왜 약자를 혐오하는지 잘모르겠습니다. 약자 혐오라긴 보다는 약자 경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립간 2016-07-07 14:05   좋아요 0 | URL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를 추천합니다. 재미도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4:17   좋아요 0 | URL
읽었습니다.. ㅎㅎ

마립간 2016-07-07 14:37   좋아요 0 | URL
저는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를 읽기 전에,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읽었읍니다. 저는 결국 같은 것을 이야기한 것이고 제가 실제 사회에서 느끼는 것을 설명했기 때문에 이 두 책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기회의 평등, 노력이 강조되는 사회(, 이것을 가장했더라도)에서는 여성 혐오를 포함한 약자 혐오를 강화시켰다고 봅니다.

경멸은 혐오와 질적 차이보다 약화된 양적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숙고없는 즉각적인 생각이라 바뀔지 모르겠지만.)

시이소오 2016-07-07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사키아타루는 베이컨 편에서 이빨 이야기를 하다 바기나 덴타타를 언급합니다. 근데 페니스 덴타타도 있다네요. 상상이 안가던데 메두사가 그 예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바기나일까요, 페니스일까요. 아무튼 기관없는 신체네요. 이빨달린 페니스도 문제라는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1:35   좋아요 0 | URL
바기나 덴타타 신화는 전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신화입니다. 아마도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페니스 덴타타도 있다 던데.. 저도 처음 들었습니다.

cyrus 2016-07-0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사람들은 월경혈도 부정적으로 봤습니다. 월경혈을 이빨 달린 괴물의 입(질)에 나오는 침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2:29   좋아요 0 | URL
왜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협박하는 여자를 꽃뱀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메두사를 상징하는 동물도 뱀인 걸 보면 꽃뱀이란 작명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듭니다...

cyrus 2016-07-07 12:34   좋아요 0 | URL
부정적인 여자를 짐승과 연관지어서 보는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 같습니다. 하와를 유혹한 존재도 뱀이잖아요. 그래서 옛날 그림을 보면 뱀과 악녀는 세트로 등장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3:47   좋아요 0 | URL
성경에서 못된 짓 해서 죽을 때까지 대중으로부터 린치를 당하는 캐릭터가 뱀이죠.
가끔 보면 불쌍하기도 합니다.
성경 보면 어느 땐 뱀을 지혜를 상징하더군요..

syo 2016-07-07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어마어마한 댓글들이 달리는군요...... 다들 멋지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2:30   좋아요 0 | URL
이 댓글도 어마어마하네요..

yureka01 2016-07-07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글이 아주 재미나게 쫄깃쫄깃 합니다.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3:5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재미있으면 장땡이죠.

재는재로 2016-07-0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있었보이는 글이네요 웬지 옛날부터 그런 의도가 있었나 보내요 마녀는 있어도 마남은 없는걸 보면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4:00   좋아요 0 | URL
마남.. ㅎㅎㅎ.. 진짜 그렇군요. 마녀는 있어도 마남은 없고. 오히려 마남인 드라큘라는 백작이잖습니까. 불공평하군요..

보빠 2016-07-1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두사가 여자였군요...좋은 것 알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2 13:4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미모의 여자였다네요..
 
동방불패 [dts] - [할인행사]
정소동 감독, 임청하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동  방  불  패   :




목마와 숙녀



 

니코스 카잔차키스 소설 << 오디세이아 1,2,3 >> 의 분량이 방대하여 책을 읽기에 앞서 신화 속 인물 관계도를 작성하려고 트로이 전쟁 약사(略史)를 정리하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트로이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쟁 명분이 된 < 파리스의 심판 - 서사 > 를 이해해야 한다. 신들의 결혼식 피로연. 평소 신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여신 에리스1)는 복수를 위해 피로연이 벌어지는 정원에 황금사과 한 개를 떨어뜨린다. 사과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 " 그러자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서로 자기 것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세 여신은 제우스에게 판결을 부탁한다. 일종의 미인 선발 대회 심사위원장으로 제우스를 선택한 것이다. " 제우스여, 우리 셋 중 누가 제일 예쁩디까 ? "  제우스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왜냐하면 선택에서 탈락한 두 여신으로부터 원한을 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심사위원장 자리는 인간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년인 목동 파리스에게 돌아간다. 문제는 미스유니버스 월계관을 차지하기 위해 세 여신이 각자 그에게 은밀한 제안을 했다는 데 있다. 헤라 여신은 파리스에게 아시아를 통치한 권력과 부를, 아테네는 싸움(전쟁)에서 절대로 지지 않는 힘을,

아프로디테는 스파르타 왕녀인 헬레나를 뇌물로 내놓는다. 금도끼, 은도끼, 쇠도끼 - 서사인 셈이다. 헤라가 내놓은 뇌물은 동방 통치권이고, 아테네가 던진 미끼는 불패(불사) 권능이며, 아프로디테가 선보인 것은 사랑의 묘약이었다. 디오니소스적 인간인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손을 들어 준다.  " 허어, 이 사람 야망이 없는 남자네. 절대 반지(권력,불사) 대신 은가락지(사랑) 따위를 선택하다니...... "  이 선택은 결국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파리스와 사랑에 빠진 헬레나가 트로이로 도망치면서 트로이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미인 선발 대회에서 탈락한 헤라와 아테네가 트로이 전쟁에서 누구 편을 들지는 뻔한 예측. 그 유명한 목마가 성 안으로 유입되면서 트로이는 불길에 휩싸이게 된다. 

 

 

 

파리스와는 정반대로 헤라와 아테나에게 공동 수상을 준 미인 대회 심사위원장이 있다.  그가 바로 동방불패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불리우는 사내'다2). 서극이 제작하고 정소동 감독이 연출한 무협 판타지 영화 << 동방불패 >> 에서 임청하가 연기한 동방불패는 " 규화보전 " 을 익혀서 강호를 " 제패한다. " 나중에는 재팬(japan)까지 규합하여 아시아 전체를 " 제패하는 " ,  말 그대로 욕망의 도가니 같은 사내다. 그는 헤라와 아테나 모두에게 손을 들어주어 동방 통치권과 불패 권능을 얻은 악당이니 사랑 따위를 선택한 파리스와는 정반대에 놓인 인물인 셈이다.

미있는 사실은 규화보전을 익히기 위해서는 거세를 해야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임청하가 연기하는 동방불패라는 인물은 사랑 대신 권력과 불사를 선택한 인물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 역설 " 이 존재한다. 거세로 인해 여성이 된 임청하(동방불패)는 그만 이연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 마지막 결투 장면에서 임청하는 이연걸을 죽일 수 있었지만 사랑 때문에 머뭇거린다. 이 머뭇거림은 임청하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권력과 불사를 얻기 위해서라면 사랑 따윈 필요없다3)고 다짐했던 동방불패는 하찮은 " 사랑 따위 " 에 죽는다. 생각해 보면 파리스보다 불행한 쪽은 동방불패'다. 파리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죽고 동방불패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손에 의해 죽으니까.

 

성공을 위해서는 사랑 따윈 개라 주라지_ 라고 말하는 남자보다는 사랑밖에 난 몰라_ 라고 말하는 남자가 더 행복하다는 결론으로 이 글을 끝맺기로 하자 ■







​                                                


1) 에리스 : 밤의 여신 닉스가 혼자 낳은 딸로 주로 고통, 전쟁, 살인, 싸움, 거짓 등을 불러일으켰다.

2) 유재원인 << 신화로 읽는 영화 >> 에서 동방불패를 파리스의 신화를 우라까이했다고 말한다.

3) 자발적 거세 행위야말로 사랑 따윈 필요없다는 선언이 아닐까 ?  술 마시고 노래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이연걸은 니체가 말하는 디오니소스적 인물이다.  그는 권력을 덧없이 바라보는 인물로 도가를 대표한다.  니체, 스피노자, 노자, 장자의 공통점은 " 몸-철학 " 에 있다. 몸의 쾌락이 정신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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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 2016-07-0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청하.. 묘한 배우였죠. 우리에겐 이런 배우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데요.
그러고보면 이런 배우가 있으니 홍콩이 `동방불패`(또 그 변주의) 같은 영화들도 척척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뭐, 동방불패같은 류는 대륙의 흔한(ㅎㅎ) 서사일 수도 있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5 12:20   좋아요 0 | URL
아주 독특한 배우입니다. 이번에 다시 보면서 동방불패 재밌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전에는 형편없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다시보니깐 이 영화는 b급 영화더군요. 머리 갈라지고, 터지가, 잘리고... 제 취향이었습니다.


영화 마직막에 임청하 떨어질 때 눈빛 묘하네요.. 임청하 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 같습니다.
감동했습니다.

붉은돼지 2016-07-05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봐도 역시나 감동적이군요....눈물이 나려고 ...... 흐흐흐흑
규화보전을 연마하면서 불알이 떨어져 나가는 바로 그 순간
동방불패의 필패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고 봐야지요.....

불알이 떨어져나가고 여성이 되어 처음 접한 남자가 영호충같은 영웅호걸이었으니....
어찌 어린 숫처녀의 순정이 감당할 수 있었으리오,,,,하는 생각도 드는구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5 20:19   좋아요 0 | URL
성기를 거세한다는 것은 디오니스소적 성향을 제거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몸 쾌락을 버리면 대신 권력이 생기죠. 동방불패는 반디오니소스적 인간입니다.
반면 영호충은 아주 술주정뱅이잖습니까.
술과 여자 없이는 살 수 없는 호걸... 그리고 항상 술 마시고 흥청거리고 노래하는 게 영호충 무리들..
그들은 돈과 명예보다는 사랑을 택하는 무리죠. 도가적 인물이라고나 할까요.

결론은 다 가질 수 없다 이놈들아.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내놓거라... 이게 아닐까 싶습니다.

곰돌이 발 곰순이 손 2016-07-05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크. 기가 막히군요. 파리스의 재판과 동방불패라니.
권력과 불사를 원하면 사랑 섹스를 내려놔라. 그것이 규화보전의 비기였군요.
그러고보니 동방불패2,에선 임청하가 깃발에 아예 `동서방불패`라 써붙이고 강호를 휘젓던 기억도 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5 20:15   좋아요 0 | URL
선택의 딜레마를 다룬 서사는 항상 모든 것을 주지는 않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에서도 금상자, 은상자, 그냥 상자`가 나오죠. 가장 저렴한 걸 택하는 사람이 청혼에 성공하게 되고.. 사랑이 좋냐. 돈이 좋냐... 이 딜레마는 항상 불변하는 이야기 소재잖습니까.

samadhi(眞我) 2016-07-0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이 매우 훌륭합니다. ㅋㅋㅋ
한번 사는 인생, 죽도록 사랑이라도 하고 살아야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0:17   좋아요 0 | URL
쓰다 만 느낌이 들어서... 저는 별로.. ㅎㅎ
다음에 시간 나면 고쳐야겠습니다.